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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 더 작은 힘-물질에 대한 기계론적 철학

TeamCraft 2025. 2. 21. 10:49

2. 더 작은 힘 - 물질에 대한 기계론적 철학

 

법은 삶을 훨씬 단순하게 만들어주고, 그런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인간은 사람이 아니라 법에만 복종해야 한다면 자유로워진다"고 했던 이마누엘 칸트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날의 입장에서 볼 때 기계론적 철학에 대한 계몽주의자들의 생각이 순진해 보이지만, 그런 철학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은 모든 물질의 핵심이 되는 지배 원리와, 올바른 역학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찾아냈다.

 

모든 것의 조각들

미시 세계 원자들도 역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역학을 이용하면 사물의 일상적인 성질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런 주장은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에 의해서 처음 제기되었다. 그는 기체가 빠르게 돌아다니면서 서로 충돌하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제안했다. 

 

뉴턴이 알아낸 운동 법칙의 중요한 특징은 예측 능력이다.

라플라스에 따르면 그런 위대한 지적 존재에게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도 눈앞에 펼쳐져 있을 뿐이다." 역학이 자유의지를 내몰아버린 셈이다.

 

무산과 죽음

19세기 초 산업혁명이 정점에 이르렀을 즈음 니콜라 레오나르 사디 카르노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 증기기관의 연료 효율을 최적화시키는 문제였다.

 

카르노 시대에도 동력 생산 방법은 지금과 거의 같았다. 팽창한 기체가 터빈의 회전 날개를 움직이게 만들고 그런 회전 운동이 자석을 돌려서 코일에 전류가 흐르게 한다. 

 

그런데 열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가? 카로느는 "열은 운동의 결과이다"라고 주장했다.

카르노는 열을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그렇게 흘러가는 열 중에서 어느 정도를 유용한 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일반 이론을 찾아냈다. 그의 분석은 "열역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바탕이 되었다. 열역학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열운동"에 대한 물리학이다.

 

열역학은 변화에 대한 과학이고, 변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설명할 것이 없다.

에너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변환될 뿐이라는 제1법칙이 가장 쉽다.

제2법칙은 더욱 놀라운 것으로 열은 언제나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

 

설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가 정말 주장하려던 것은,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다시 말해서 "비가역적"인 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듯한 그런 사실이 실제로는 모든 변화의 비밀이다. 비가역적 과정이 존재한다면, 시간은 그런 과정에 의해서 정의되는 한 가지 방향만을 가진 화살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제2법칙은 우리가 언제나 시간이 흐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반대로는 절대 움직이지 못한다는 우리의 인식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클라우지우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변화와 비가역성에 대한 수학적 이론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찾아냈다.  열역학에서 엔트로피는 상당히 추상적인 양으로 소개되지만, 사실은 화학반응에서 방출되는 열을 측정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양이다. 대략적으로 말해서, 엔트로피는 계(system)가 가지고 있는 무질서의 정도를 나타낸다. 제2법칙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열이 흐르느 것과 같은) 자발적인 변화의 모든 과정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1852년에 톰프슨은 에너지가 변환되는 과정에서 특별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자연에는 역학적 에너지를 무산시키는 보편적인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일부 에너지가 언제나 열로 "낭비"된다는 것이다.

 

1854년 물리학자 헬름홀츠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무산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알아냈다. 우주는 결국 균일하게 식어버린 열 저장고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열이 흘러갈 수 있는 더 차가운 곳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변화는 불가능해진다. 그에 따르면, 우주는 궁극적으로 그런 "열적 죽음"에 도달하게 된단. 증기기관의 움직임에서 모든 생물의 운명을 읽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확률의 춤

이제 과학자들은 열역학 법칙의 근원을 밝혀내고 싶어졌다. 만약 세상이 움직이는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 원자들이 모든 뉴턴 법칙을 따를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충돌을 모두 고려하면 열역학 법칙의 유래를 알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기체의 압력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부피가 일정하도록 밀폐된 용기에 담긴 기체를 뜨겁게 만들면 압력이 높아진다. 카르노 기관의 피스톤이 움직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온도, 압력, 부피와 같은 기체의 세 가지 성질은 엔지니어링이나 사업에서 고려해야 하는 세 가지 골치 아픈 요소인 비용, 속도, 품질과 같은 것이다. 즉 그중의 두 가지가 결정되면 나머지 하나는 자동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간섭을 할 수 없다. 

 

세 가지 변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두 변수 사이에는 수학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같은 뜻이다. 부피가 일정하면, 기체의 압력은 온도에 비례한다.

 

"기체 운동론"은 맥스웰 혼자의 노력으로 완성되었다. 맥스웰의 핵심적인 통찰력은 우리가 세부적인 사실을 모두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기체 입자의 정확한 궤적이 아니라 "평균"이라는 것이다. 평균 속력은 평균 운동 에너지를 결정한다. 맥스웰은 종 모양의 곡선이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분자들의 에너지는 사람들의 돈과 같다. 부자는 적고, 가난한 사람은 많다."

입자의 평균 속력은 기체의 운동 에너지에 따라 달라진다. 기체를 가열해서 에너지를 넣어주면 평균 값이 증가하고, 맥스웰 분포의 피크가 높은 속력 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다른 일도 일어난다. 종 모양의 곡선이 납작하고, 넓어지다. 높고 가파른 산 모양이 낮고 부드러운 언덕으로 변한다. 다시 말해서, 속력의 분포가 훨씬 넓어진다. (경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주입시키면 부의 분포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는 다른 문제이다.)

 

입자들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맥스웰의 수학적 분석을 이용하면 입자들이 확산에 의해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원자 또는 분자와 같은) 기체 입자들이 무작위 걷기를 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브라운 운동이라는 신비로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아인슈타인)

 

꽃가루가 활발하게 춤을 추고 있는 현상을 최초로 관찰한 브라운은 처음에 그는 그런 움직임이 고대 생기론의 근본적인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죽은" 것이 분명한 입자에서도 똑같은 움직임을 관찰했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확산에 대한 최초의 완벽한 이론이었다.

 

숫자에 대한 믿음

맥스웰이 정립한 기체 운동론은 이 책에서 다루게 될 물리학의 핵심이다. 그는 물리학을 "통계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움직이고 있는 엄청난 수의 거의 똑같은 대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아니라 평균 움직임과 평균으로부터 벗어나는 정도라는 뜻이다.

 

통계적 특성에 대한 실험은 언제나 놀라울 정도로 높은 재현성을 보여준다.

맥스웰은 자신의 이론이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체 운동론의 핵심은 맥스웰이 제안했던 기체 입자의 속력에 대한 "확률 분포"였다. 그러나 그런 결론은 정교한 수학에서 유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한 결과였다. 그런 연구는 볼츠만에 의해서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볼츠만은 "기체 분자의 열적 평형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라는 표현으로 맥스웰의 주장을 완벽하게 완성 시켰다. 더욱이 그는 열역학 제2법칙 비가역 과정이 정말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증명했다.

 

맥스웰은 일단 맥스웰 분포에 도달한 기체는 그 상태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증명했지만, 기체 입자들이 어떻게 그런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지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볼츠만은 확률 분포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냄으로써 그 일을 해냈다. 그는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입자의 경우에는 "초기의 운동 에너지 분포에 상관없이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맥스웰 분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결국 볼츠만은 운동론에 "변화"를 포함시켰고, 그 결과 사람들이 열역학 제2법칙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클라우지우스는 비가역 과정에서는 언제나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제안했었다. 볼츠만은 그런 사실이 분자 운동의 확률에서는 무엇을 뜻하는지 밝혀냈다. 그는 엔트로피를 일상적인 수준에서 똑같은 것으로 보이는 분자들을 배열하는 방법의 수를 이용해서 해석하는 방법을 정립했다.

 

결국 풍선이 팽팽하게 부푼 상태로 있는 것은 뉴턴의 운동 법칙이 그래야 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입자들이 그런 상태로 배열될 가능성이 다른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어떤 계에서나 변화가 일어나면, 구성 입자의 새로운 배열이 과거의 배열보다 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변화의 방향, 즉 시간의 화살은 확률에 의해서 결정된다.

 

열역학 제2법칙의 설명에서 핵심은 시간에 대해서 아무 선호가 없는 역학 법칙도 시간에 대한 비가역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엔트로피는 우주적 법칙에 의해서 "반드시" 증가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엔트로피가 늘어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통계역학은 현대 물리학의 핵심적인 틀을 제공했다. 뉴턴의 결정론에서 통계적 과학으로의 변화가 사회 물리학이 가능하도록 해주었다. 그런 변화가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사회현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통계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