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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인포메이션 두 개의 단어집

 

제 3 장. 두 개의 단어집

글의 불확실성

철자의 비일관성

 

당시는 이름 대부분의 정확한 철자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름을 부르기만 했지 쓸 일이 드물었던 것이다. 오히려 단어는 일시적으로 그때그때 사용되고 다시 사라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도 변화를 맞았다. 인쇄된 책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문자 언어는 특정한(어떤 형식은 올바르고 어떤 형식은 틀리다는) 방식으로 '적어야 한다'라는 인식이 생겼다.

 

1613년에야 비로소 최초의 알파벳순 목록이 만들어졌다. 주제별 목록은 사고를 자극하고, 불완전하고, 창의적이었다. 반면 알파벳순 목록은 기계적이고, 효율적이고, 자동적이었다. 사실상 숫자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단어들뿐만 아니라 지식도 끊임없이 변화했다. 언어는 자신을 스스로 검사했다. 뉴턴은 "나는 시간, 공간, 장소, 운동을 익히 알려진 대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 단어들을 정의하는 것이 바로 그의 목적이었다.

 

사전은 단어의 지속성을 승인한다. 사전은 단어들의 의미가 다른 단어들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모든 단어가 총체적으로 서로 맞물린 구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단어가 다른 단어를 통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는 언어를 볼 수 없는 구술문화에서는 결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20세기 들어 논리학 기법들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순환성이 문제로 대두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불평했다. "설명을 하려면, 나는 이미 언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뉴턴이 자연법칙을 가리키는 단어를 원한 반면 비트겐슈타인은 단어를 가리키는 단어를 원했기 때문이다. "언어(단어, 문장 등)에 대해 말할 때 나는 일상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 일상어라는 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투박하고 물질적이지 않은가?" 사실이었다. 그리고 언어는 언제나 변화하고 있었다.

 

코드리에게 사전은 일종의 스냅사진이었다. 말하자면 코드리는 자신의 시대 너머를 보지 못했다. 반면 섀뮤얼 존슨은 사전의 역사적 차원을 보다 선명하게 인식했다. 존슨은 자신의 야심 찬 작업이 어떤 면에서 언어라는 야생의 존재를 길들이는 수단이라고 해명했다. "언어는 모든 문학을 함양하는 데 쓰였지만 지금까지 무시당했고, 위험한 방향으로 마구잡이식으로 퍼져나갔으며, 시간과 유행의 폭정을 받았으며, 무지의 타락과 혁신의 변덕에 시달렸다."

 

머리는 사전편찬을 시작 하면서 미지의 영역이 넓기는 해도 끝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유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전편찬자들은 언어에 경계가 없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영어의 영역을 보면 중심부는 명확하지만 가장자리는 흐릿하다"라는 머리의 유명한 말을 기억한다. 결국 사전편찬은 끊임없이 단어의 내부로 파고 들어가는 무한한 작업이 된다.

 

무한성은 언어의 가장자리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조어는 끊임없이 생겨난다. 영어에는 더 이상 과거에 존재했던 지리적 중심지 같은 것이 없다. 하지만 많은 신조어들은 일정한 수준의 공유된 문화적 지식이 필요하다. 

 

성장은 때로 유사분열을 통해 이뤄진다.

 

문화 속에서 부상하고 사전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바로 현대적 수준의 언어적 자의식과 상호연결성이다. 사람들이 가사를 한 두 번 잘못 듣는 게 아니라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수없이 잘못 들어야 한다. 이런 의식을 공유할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어휘는 상호연결성에서 나오는 공유된 경험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이다. 4세기 만에 영어 인구가 500만 명에서 10억 명으로 늘어났지만, 언어 사용자의 수는 방정식에서 첫 번째 항일 뿐이다. 결정적인 요소는 이 언어 사용자들 사이에 형성된 연결망의 개수이다. 길리버의 말을 들어보자.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소스 냄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권의 상호연결성 때문에 어떤 단어라도 주변부 벽지에서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주변부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일상적 대화에 즉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은 이전의 인쇄기, 전신기, 전화기처럼 그저 정보 전달 방식을 바꿈으로써 언어를 변화시키고 있다. 사이버공간이 이전의 모든 정보기술과 다른 점은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차별 없이 뒤섞고, 수백만 명에게 퍼트리고, 소귬 집단에 내보내며, 일대일 채팅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연산기계의 발명이 낳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처음에 연산기계는 수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