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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지능의 기원 : 들어가기

감수 정재승

지능의 역사라는 무대에서 펼쳐진 인간 뇌의 경이로운 여정

저자는 지능을 단순히 신경망의 복잡성이 증가한 결과로 보지 않고, 각 진화 시기마다 특정한 생존 도전과 환경적 요구에 맞춰 신경회로가 혁신적으로 재구성되었음을 강조한다. 특히 이러한 혁신이 무작위적이거나 일률적인 과정이 아니라, 생물학적 진화와 인지적 필요가 정교하게 맞물린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 담긴 통찰은 뇌과학이 홀로 설 수 없으며,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적극 수용해 지능 연구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지능 연구에서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임을 일깨워준다.

 

 

 

들어가며

AI의 눈으로 인류 지능의 역사를 재구성하다

<우주 가족 젯슨>에 나오는 가사 로봇 로지에게는 사람의 지능이 있었다. 그냥 물리세계에서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추론, 상식, 운동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사회적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감,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 사교성도 갖추고 있었다. 

 

변호사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챗GPT는 법률을 실제로 이해했을까? 그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차이는 어떤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까?

 

GPT-3는 자신이 읽었던 사실, 예를 들어 개에 대한 위키피디아 내용과 기분이 나쁜 원인에 대한 다른 인터넷 페이지의 내용을 일반화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질문에 맞춰 대답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다. 

 

GPT-3는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똑똑하다가도 어떤 면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멍청했다. '창문 없는 지하실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무엇이 보일까?'라는 상식적인 질문을 하면 완전히 비상식적으로 대답한다. GPT-3는 어째서 어떤 질문에는 올바르게 답하고 어떤 질문에는 그러지 못할까?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4는 괴롭혔던 많은 질문에 올바르게 답했다. 하지만 GPT-4는 아직도 인간 지능의 본질적 특성, 곧 인간의 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재창조하려 노력하고 있는 대상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질문은 사실상 AI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인간 지능 그 자체의 본성에 관한 질문이 아닐까? 인간 지능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그렇게 작동하게 됐을까?

 

인류 혁신의 역사에서 자연은 오랫동안 뛰어난 길잡이 노릇을 했다. 자연은 또한 지능의 작동방식에 관한 단서도 제공하지만 AI는 다른 기술적 혁신과 차이를 보인다. 과학자들은 수천 년 동안 뇌의 작동방식을 연구해왔고 그 과정에서 진전도 있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복잡하다는 것이 문제다.

 

연결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은 뇌를 복잡하게 만드는 한 요소일뿐이다. 각각의 신경세포가 이루는 배선을 모두 지도로 작성한다고 해도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컴퓨터에 들어 있는 전기적 연결의 경우 전선이 모두 전자라는 동일한 신호를 이용해 소통하는 반면, 신경 연결의 경우 각각 수백 가지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 각각의 화학물질은 뇌의 작용에 완전히 다른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두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들이 어떤 내용을 소통하는지 알아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연결들 자체가 항상 변화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거기에 어떤 신경세포는 가지를 뻗어 새로운 연결을 이루는 반면, 어떤 신경세포는 기존에 있던 가지를 다시 회수해 오래된 연결을 제거한다.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뇌의 작동방식을 역설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와 달리 너무나 독특하고,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비밀이 특별한 뇌 구조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동물의 뇌를 조사해보면 그들의 뇌가 우리의 뇌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우리의 뇌와 침팬지의 뇌는 크기 말고는 거의 차이가 없다. 우리의 뇌와 쥐의 뇌 사이에는 몇 가지 변형밖에 차이점이 없다. 어류의 뇌는 우리 뇌와 구조가 거의 동일하다. 

 

동물계 전반에 보이는 이러한 뇌의 유사성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유사성이 바로 단서다. 지능의 본질에 관한 단서, 우리 자신에 관한 단서, 우리의 과거에 대한 단서인 것이다.

 

오늘날 인간의 뇌는 복잡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뇌는 의도가 없고 혼란스러운 진화라는 과정으로부터 등장했다. 

 

진화에서 계, 곧 시스템은 단순하게 시작한다. 복잡성시간이 흐른 후에만 나타난다.

 

"생물학에서는 진화의 관점으로 비춰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생물학 뿐 아니라 다른 것에서도 중요하다.

 

동물계 전반에서 뇌가 비슷한 이유는 공통 조상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이 공유하거나 공유하지 않는 지적 능력을 조사함으로써, 우리 조상의 뇌를 재구성할 뿐 아니라 이 고대의 뇌가 우리에게 어떤 지적 능력을 부여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각각의 정신적 능력을 하나씩 습득해간 과정을 단계별로 추적할 수 있다.

 

 

현재 매클레인의 3중뇌 가설(파충류뇌)은 신뢰를 잃었다. 뇌가 진화하고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파충류의 뇌가 들어 있지 않다. 기존의 시스템을 전혀 바꾸지 않고 단순히 기존 시스템 위에 다른 시스템을 겹겹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진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진화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파인먼은 이런 글을 남겼다. "창조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다."

 

이 책은 각각의 혁신이 왜 진화했고 어떻게 작동하며 현새 사람의 뇌에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 설명할 것이다. 이어지는 혁신은 이전의 혁신을 토대로 이루어졌고, 기존의 혁신은 뒤따라올 혁신의 토대가 되었다. 과거의 혁신이 미래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진화 이야기 속 일련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비로소 뇌에 나타난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조상의 뇌를 생물학적 관점으로만 이해해서는 이 이야기를 충실히 재현할 수 없다. 이런 혁신은 항상 우리 조상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렸던 시기 또는 강력한 되먹임고리에 갇혔던 시기에 등장했다. 뇌를 급속히 재구성한 것은 이런 강한 압력이었다. 포식자를 영리하게 물리치고 환경의 재앙을 견뎌내며 생존을 위해 생태적 지위를 필사적으로 지켜내는 과정에서 조상들이 겪은 시련과 거둔 승리를 이해하지 않고는 뇌 진화에서 일어난 혁신을 이해할 수 없다.

큰 실패나, 큰 어려움이 발생 할 때 비로소 혁신이 일어 나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있음. 결국 진화적 혁신이 발생 하기 위해서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위기와 같은 어려움이 있어야 진화적 혁신이 일어난다고 볼 수 도 있겠네

 

 

사업팀에서는 새로운 AI 시스템의 활용 방안이 '얼마나 가치를 창출 하는지' 고민하는 반면, 어떤 활용 방안을 '실현할 수 있는지'는 기계학습팀만 이해하고 있다.  기계학습팀 사람들은 이 발상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하게 어렵다는 점을 사업팀 사람들에게 참을성 있게 설명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이런 토론이 계속 이어진다.

마케터와 개발자 관점의 차이도 동일, 현실에서 자주 경험하는 요소.

 

 

는 지능의 본질일 뿐 아니라 우리가 지금처럼 행동하는 이유에 대한 대답도 제공한다. 왜 우리는 비합리적이고 자멸적인 선택을 할까? 어째서 우리 종은 고무적일 정도로 이타적이었다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해지는 과정을 오랫동안 반복했을까?

 

신경과학과 AI의 다양한 개념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서 쉽게 설명해줄 종합서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이 책을 쓴 이유)

 

진화는 항상 독립적으로 공통의 해결책에 수렴한다. 날개라는 혁신은 곤충, 박쥐, 새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는데, 이 생물들의 공통 조상에게는 날개가 없었다. 역시 독립적으로 여러 번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능력은 지구의 여러 가지 진화 계통수를 따라 독립적으로 싹을 틔운 것이다.

 

종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개념은 완전히 잘못됐다. 오늘날 살아남은 종은 모두 말 그대로 '살아남았다'.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생존밖에 없다. 종은 생존을 위해 서로 다른 생태적 지위를 선택하고, 각각의 생태적 지위는 서로 다른 상황에 최적화되어 있다. 차이가 발생한 것은 종들이 다른 생존 전략을 선택한 결과다. 어느 종이 다른 종보다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문어의 각 촉수에는 독립적으로 뇌가 있어서 멀티태스킹 능력이 인간을 압도할 수도 있다. 비둘기, 다람쥐, 참치, 심지어 이구아나도 시각정보를 인간보다 더 빠르게 처리 할 수 있다. 어류는 실시간 처리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할 때 미로 같은 바위 사이로 물고기가 얼마나 쏜살같이 움직이는지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이 장애물 코스를 그렇게 지나가려고 했다가는 분명 장애물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내가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갈수록 복잡성이 나타난다고 해서 현대 인류가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살아남은 모든 동물은 같은 시간 동안 진화해온 존재들이다.

 

 

생태계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시스템이 바로 진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화라는 과정이 유전적 진화의 과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 기술 모든 분야에 적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다양한 진화의 과정을 배우고 익히면 진화를 좀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