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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의 기원 금융 : 기대의 생태

17. 금융 : 기대의 생태계

 
노벨상을 비웃다
1998년 여름은 금융 이론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이론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 1987년의 주가 폭락 사태가 금융 이론의 기본을 흔들었다면 1998년의 사태는 이론을 송두리째 붕괴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시장의 불완전성과 금융 시장의 연쇄적 붕괴, 그리고 위험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에 대하여 전통 경제학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못하였다. 
 
롱텀 캐피털이 큰 손실을 입은 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머턴은 "우리의 모델에 의하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는데"라고 말하였으나 그 사건은 일어났다.
 
 
잊힌 프랑스 남자와 먼지에 덮인 도서관
1900년 대학원생 루이 바슐리에에는 <투기 이론>이라는 논문을 썼다. 그 논문에서 그는 주식 가격의 움직임에는 규칙이 없다는 놀라운 주장을 하였다. 규칙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일이 거리, 방향, 그리고 발생 시점에서 전혀 규칙성 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바슐리에의 주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 시장의 가격을 예측 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는 없다는 의미다. 그의 논문은 그 후 60년간 주목받지 못한 채 파묻혀 있었다.
 
 
교과서식 주식 선택
전통 금융 이론에 의하면 주식(혹은 여타 금융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주식으로부터 앞으로 얻을 수 있는 현금 수익을 보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 1달러의 가치는 내일의 1달러 가치보다 높다. 얼마나 많은 이자 소득을 바라느냐 하는 것은 바로 그 투자가 얼마나 위험하며 그 외에 다른 어떠한 투자 기회가 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전통 금융 이론에 따라 개인 투자자가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는지 보았다. 지금부터 상호 거래하는 다수의 투자자가 있을 때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가 보도록 하겠다. 낙관주의자는 주가가 101달러 밑에 있다면 얼마든지 사려고 할 것이고 비관주의자는 그 주가가 87달러 이상이면 얼마든지 팔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두 부류의 투자자 간에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시장이 가격 변화의 원인이 되는 정보를 해석하는 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사람에게 모든 정보를 입수하여 정확하게 계산하는 능력이 있다면 주식 가격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뉴스밖에 없을 것이다.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우리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그 회사에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 시장은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적으로 상승해 왔던 것이다.
 
 
라스베거스, 처칠 다운스, 월 스트리트
합리적인 투자자와 차액 매매가 결합되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평균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얻기가 불가능해진다. 이것을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면 가격, 살찐 꼬리, 그리고 프랙탈
망델브로는 예측 불가능 가설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는 면 가격의 분포가 거듭제곱 법칙을 따른다고 설명하였다. 망델브로의 제안은 두툼한 꼬리 부분과 극심한 가격 변화 현상을 잘 설명하였다. 이들은 예측 불가능 가설로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었다. 그 후 망델브로는 금융 시장 가격이 차원 분열 도형(프랙탈)과 같은 형태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즉, 금융 데이터에 구조적 특성이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구조적 특성이 분 단위에서 월 단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양이 마치 망델브로를 유명하게 한 차원 분열 도형과 같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망델브로의 논문들은 경제학자들의 서랍 속에 불편한 혼돈 정도로 취급당한 채 버려져 있다. 
 
 
월 스트리트에서의 작위적 산책
로와 맥킨리는 예측 불가능 가설을 부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두 가지 패턴을 발견하였다.(두 가지 다 망델브로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첫째, 시간과 가격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 가격의 분산이 예측 불가능 가설이 예측했던 것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2000년이 되면서 버턴 말킬은 그의 저서 <랜덤워크 투자수업> 제7판에서 시장이 예측 불가능 가설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결국 인정하였다.
 
 
경제물리학자의 공격
처음에 젊은 물리학자들은 단순하게 금융 교과서를 공부하고 그에 따라 돈을 벌기 위한 모델을 만들고 운용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후 그중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관찰하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와 교과서의 설명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동시에 카오스 이론, 비선형 동학, 그리고 복잡계 이론 등의 새로운 이론이 물리학계에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망델브로의 주장을 바탕으로 전통 금융학에 정면 도전을 시작하였다.
 
 
시장은 생태계처럼 진화한다
전통 금융학의 기본적인 주장은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 패턴이나 신호는 밤잠을 자지 않고 돈을 벌려는 투자자들에 의해서 조정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머가 발견한 대로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조정의 개념으로는 20달러 지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통 금융학의 균형 이론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시간 개념과 시장이 동태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파머와 그의 동료들은 시장 데이터로부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신호는 복잡한 패턴과 미래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다양한 요소들 간의 관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자율, 거래량 등)
 
전통 이론에 의하면 그러한 신호가 일단 감지되면 순식간에 투자자들에 의해 조정되어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파머와 그의 팀은 신호가 장시간, 때로는 며칠 혹은 몇 달 동안 지속되며 어떤 경우 10년이나 간다고 한다. 간혹 투자자들이 감지하고 대응하는 경우 그 신호가 약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의 움직임이 복잡하고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신호는 끊임없이 형성되고 시장 조정에 따라 기존의 신호는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파머가 직접 거래 경험과 연구로부터 터득한 사실은 시장이 진화하는 생태계와 같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거래자들과 투자자들이 각기 다른 사고 구조와 전략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참여자들이 시간을 두고 상호 작용하면서 그들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전략을 조정한다. 사실 그들은 연역적 추론을 통해 모든 투자 전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과 그들의 변화무쌍한 전략, 그리고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 등은 시장의 패턴과 거래 기회를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 시킨다.
 
완벽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전통 금융 이론의 대안으로서 그들이 제시한 것은 투자자들이 귀납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이론이다. 산타페 모델에서는 각 주체가 이익을 얻기 위한 전략을 찾는 진화적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전략이 특정 시점에서 더 성공적일 것인가 하는 것은 시장에서 다른 주체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따라서 특정한 전략의 결합이 시장에서 어떠한 패턴을 형성하고 이는 다시 다른 주체들의 행태를 변화시킨다. 또한 이러한 전략을 활용하려고 하면 다른 주체들이 이에 대응하게 되고 그 결과로 다른 패턴이 형성되는 등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산타페 모델의 결과는 현실 시장의 통계적 특징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집적 행태의 변동성, 다시 말해 앞에서 숱하게 언급했던 불연속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단속 균형 패턴이 그 좋은 예이다. 더욱이 그 모델은 파머가 관찰한 바 있는 패턴의 생성, 소멸을 전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모델에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실에 너무 가깝게 설명하려다 보니 모델 자체가 너무 복잡해진 것이다. 물리학 연구에서 파머는 복잡한 거시적 행동은 아주 간단한 미시적 행동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파머는 새롭고 더 간단한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개별 참여자가 각각의 전략을 갖고 행동한다는 가정 대신에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유형의 참여자밖에 없다고 가정하였다.
 
첫째는 가치 투자자로서,  회사의 이익, 성장, 경쟁력 등 기본적인 정보 신호를 분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주식 거래를 한다. 둘째 유형은 기술적 거래자이다. 과거 가격 변동과 거래량을 보고 전략을 결정한다. 전통 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투자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장이 무작위적으로 움직인다면 과거의 가격은 전혀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없기 대문이다. 
 
그리고 파머는 세 번째 주체를 '유동성 거래자'라고 하였다. 이 사람들은 예를 들어 집을 사고 집값을 내기 위해서 주식을 판다. 이러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파는 이유는 주식의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라 현금이 필요해서다. 마지막으로 파머는 그의 인위적 시장에 참여자로서, 거래자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장 조성자(흔히 마켓 메이커)'를 모델에 도입하였다.
 
현대 금융 시장은 연속적 이중 경매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연속적'이라는 것은 한 거래자가 동시에 사고팔 수도 있다는 의미). 파머는 시장의 제도적 내용이 시장의 동태적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시장의 동태적 움직임, 특히 거듭 제곱 법칙의 분포를 따르는 변동성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 모델은 연속적 이중 경매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훨씬 현실에 가깝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거래의 시간에 따른 동태적 움직임과 대량 주문의 가격에 대한 영향 등이 모델에 충분히 고려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이 모델에서 예상과는 다르게 가격과 가치는 엇비슷하게 움직이지만 완전하게 동일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동태적 시스템에서 본 대로 시차 같은 요인 때문이었다. 파머의 모델 시장에서는 그러한 조그만 시차, 거래자의 행동과 시장 조성자 간에 있는 조그만 시차가 그 둘 사이에 동태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결국은 불완전한 가격과 가치 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전통 금융 이론은 모든 것이 동시에 완벽하게 일어난다고 보고 그 과정의 동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전통 경제학에 대한 반론. 첫째, 편차 자체가 실제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다. 실제 가치는 무작위적인 숫자인 데 반해 가격은 거래자와 시장 조성자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동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물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일시적 구조'이다. 즉, 거래자와 시장 조성자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된 가격은 그 자체에 하나의 추세와 동인을 포함하고 있다.
 
둘째, 파머는 그 일시적인 구조가 초 단위, 분 단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굴 껍데기 속에 있는 모래알처럼 동태적 시스템을 통하여 훨씬 큰 규모의 패턴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파머는 두 번째 유형의 시장 참여자를 모델에 넣었다. 이 참여자가 바로 기술적 거래자다. 간단히 하기 위해 그는 기술적 거래자를 추세 추종자라고 가정하였다. 즉, 거래자는 주가가 올라갈 때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판다는 것이었다. 기술적 거래자를 모델에 추가시킨 목적은 동태적 과정을 좀 더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샤워기 예로 돌아가서, 실제 온도를 무작위적으로 바뀌는 바람직한 온도와 일치시키기 위해서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린다고 생각해 보자(기본적인 거래자). 그러나 아래층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을 사용하려 한다(기술적 거래자). 물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면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온도는 올라간다. 그동안 아래층의 기술적 거래자는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더운 물 꼭지를 더 열고, 그러면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가게 한다. 그래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서 찬물 꼭지를 틀게 되는데 이때부터 기술적 거래자와의 사이에서 일종의 경쟁이 벌어진다.
 
실제 온도와 바람직한 온도를 맞춰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기술적 거래자의 등장은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그만 변화가 지금은 엄청난 변화로 확대되었다.
 
이것이 바로 파머의 모델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추세를 추종하는 기술적 거래자를 모델에 등장시킴으로써 가격에 있어서의 일시적 구조가 훨씬 더 확장된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인 거래자와 기술적 거래자 간의 상호 작용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더 벌려 놓았다. 
 
파머는 다른 현실 세계 요소들이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더욱더 벌려 놓는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특히 성공적인 투자자들은 그들의 수입을 재투자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것으로 자본을 더 키우고 그들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추세 추종형 기술적 거래자가 일시적으로 성공했다면 그의 자본이 늘어나고 주가는 더욱더 가치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만약에 시장이 효율적이라서 기술적 거래자가 돈을 벌 수 없다면, 왜 그렇게 많은 기술적 거래자들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가?  파머는 이러한 역설에 대해서 해답을 찾아냈다. 그는 자신의 모델을 이용해서 주식의 팬더멘털 가치를 어떤 수준에 고정시켰다. 그러고는 일단의 시장 참여자, 계절적 거래자를 투입하여 이들이 단순하게 번갈아 가면서 주식을 팔고 사도록 하였다. 그들의 거래 행동으로 인하여 주식 가격에는 매우 간단하고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패턴이 나타났다. 
 
그는 각각의 기술적 거래자에게 전기의 주가 등락 여부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도출된 전략을 부여했다(즉, 가격이 떨어졌다가 올라가면 팔고, 가격이 내려갔다가 또다시 내려가면 사는 식의 전략). 각 시장 참여자들에게 돈을 조금씩 주고 돈을 벌면 번 돈을 재투자하도록 하였다. 실제 그것은 매우 간단한 진화 체계와도 같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여러 가지 기술 전략을 시험해 보고 가장 효과 있는 전략을 선택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릴 것이다.
 
만약 전통적 금융 이론이 옳았다면 이러한 짓은 쓸데없는 행위였을 것이다. 기술적 거래자가 옳은 전략을 갖고 가격 등락 패턴에서 거래를 한다면 그들의 거래는 그 등락 패턴을 완화시키고 계절적 거래 패턴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시장은 다시 효율적인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파머가 이 모델을 실행 했을 때 이보다는 훨씬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통적 잉론이 예측했던 대로 결과가 나왔다. 우선 기술적 거래자는 돈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시장의 가격 등락 패턴에 빨리 올라타 그 패턴을 이용했고, 그러면서 돈을 많이 벌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성공하자 그들은 거래 규모를 더 늘렸고 따라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얼마 후 파머는 거래자들이 비효율적 가격 패턴을 이용하고 가격이 펀더멘털 가치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가격 등락 패턴은 완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델에서 5000단위 기간이 지나고 난 다음 가격 등락 패턴은 사실상 사라지고 시장은 매우 빨리 완벽한 효율적인 상태로 수렴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다시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가격잉 혼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기술적 거래자가 돈을 벌자 그들의 거래 규모가 커지고, 거래 규모가 커지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기술적 거래장에게 가격 패턴을 잉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기술적 거래자에게 가격 패턴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기술적 거래자들이 계절적 거래자들을 다 잡아 먹고 난 다음 기술적 거래자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수만 번 반복하여 모델을 실행하였고 이상한 가격 패턴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5,000단위 기간 이후에 매우 불규칙적인 패턴이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모델은 완벽하게 결정론적인 것이며 그 모델에 무작위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여기서 어떤 창발적 패턴이 나타났다면, 그것은 완전히 그 속에 있는 거래자들의 동태적인 행위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사람들은 낙관주의적 편견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투자자들은 실험을 계속하고 다양한 전략을 시장에서 시험하면서 거래 흔적이 남게 되고 이를 다른 투자자들이 배워 활용한다. 다른 투자자들이 그 패턴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패턴이 형성되고 그 패턴을 또 다른 투자자들이 감지하는 식의 패턴 변화가 계속된다. 기회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며 어떤 투자자들은 전략이 실패하여 시장을 떠나기도 한다.
 
파머의 모델은 그가 현실 거래 경험에서 관찰한 거래 행동을 그대로 설명하였다. 시장의 복잡한 동태적 움직임이 밝혀지면서 시간에 따라 가격 패턴은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며 시장은 조용해지기도 하고 요동치기도 한다.
 
첫째, 파머의 결과는 현실 데이터의 정성적, 통계적 특성과 그대로 일치하였다. 예를 들어 망델브로가 발견한 꼬리 부분이 두툼한 종 모양의 분포 같은 것도 확인되었다. 둘째, 전통 이론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 결과는 기술적 거래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끝으로 몇몇 연구에 의하면 펀더멘털 가치는 전반적인 주식 가격 변화의 아주 작은 일부분만 설명할 뿐이다. 
 
 
시장 효율에 대한 새로운 정의
금융 시장은 효율적인가? 도대체 무엇에 비하여 효율적인가?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빨리 반응하느냐? 그렇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어떤 뉴스가 전파되면 시장이 거의 동시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진화 체계의 경쟁력은 바로 이러한 민감도에서 시작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통 이론이 정보가 더 좋으면 가격은 가치와 더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정보와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시장은 더욱더 가변적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진화론은 정보 기술이 발전하면서 투자 전략이 더욱 다양해졌고, 차액 매매와 기술적 거래 기회가 더 많아짐으로써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헤지펀드의 숫자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장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는가? 그렇다. 
시장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대량의 정보를 분류, 정리하는 데는 비교할 수 없이 효율적인 능력을 갖고 있으며, 또한 정보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총체적인 입장을 도출해 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이 있다. 시장을 이용해서 선거 결과, 스포츠 스코어, 학술상 결과 등 여러 가지를 예측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시장은 개인 전문가나 여론 조사보다 훨씬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의 정보 효율성을 효율적 시장 가설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의 기대에 근거하여 기대치를 결정하고 그 투자자는 또 다른 투자자의 기대치에 근거하여 기대치를 결정하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하는 영원한 순환 체계이다. 이러한 끝없는 회귀 현상에 대해서 케인스는 "우리는 평균적인 의견이 평균적인 의견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바를 예측하기 위해 우리의 지능을 쏟고 있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대치에 근거한 기대치는 시장의 진화적 변화를 가속화하는데, 이 말은 시장이 매우 강력한 정보 처리자이기는 하나 전통 경제학의 관점에서처럼 그리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자는 완벽하게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기적인가? 그렇다.
금융 시장은 언제나 두려움과 탐욕에 의해 작동된다. 
 
월 스트리트와 라스베이거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아무리 똑똑해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방법이 없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는 순전히 운에 의존하는 게임은 아니다. 그것은 매우 동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언젠가 모든 사람들은 그러한 시스템을 빨리 더 잘 파악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언젠가는 잠시라도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시장은 지금까지 고안된 최상의 사회적 기술이다. 시장은 많은 사람의 견해를 통합시켜 복잡한 자산에 가격을 부여하고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속적인 혁신을 압박한다. MIT의 앤드루 로는 이러한 시자의 진화적 효과성을 '적응 시장 가설'이라고 하였다. 전 세계의 다른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차별화하고, 선택하고, 확대하고, 반복하여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펀드 매니저에 대한 시사점
복잡계 금융 이론은 세 가지 부문에서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기업의 자본 비용을 계산하는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둘째, 복잡계 금융 이론은 경영진에 대한 보상으로서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셋째, 복잡계 이론은 기업의 기본적인 목표, 주주 자본주의의 특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의 비용
주주들은 경영자들의 투자 사업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자본 비용 이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주주의 몫이 되며 수익이 자본 비용보다 낮을 때는 주주의 투자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스톱옵션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복잡계 금융 이론이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 경영진은 실제 주가를 관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영 전략이나 비용, 투자, 인력과 같이 기업의 수익, 이익, 자본 수익, 그리고 성장과 관련된 요소들을 관리한다. 경영진이 관리하는 수단을 통하여 기업의 경제적 가치 창출 능력을 제고할 수 있으나 주가에는 간접적인 방법 외에는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상관관계가 그렇게 밀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CEO를 평가하는 것은 나사 빠진 운전대로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가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
 
1990년에 있었던 주가 버블 현상으로 경영자들은 크게 일을 하지 않고도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다. CEO가 시장 변화에 집착하여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단기적인 전략에만 몰두하고 회사의 장기적 가치 창출은 게을리 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또한 주식 시장의 어두운 면과 관련된 사건들도 보아 왔다.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만약 주가를 기준으로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무엇이 기업의 목적이냐 하는 것이다. 케인스가 말했듯이 "자본주의는 가장 사악한 인간이 가장 사악한 일을 해서 모든 사람에게 최선이 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놀라운 신념 그 자체이다". 경영자들이 사회에 봉사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윤 극대화의 목적에도 문제가 있다. 
 
 
견뎌 내고 성장해야 한다
진화 시스템의 첫 번째 원칙으로 돌아가 보면 기업의 목적에 대한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다. 진화 시스템의 원초적인 원리가 있다. 즉, 복제를 잘하는 자가 복제된다는 것이다. 어떤 도식이든 목적 함수는 상호 작용자의 생존과 복제가 되어야 한다. 그 이외의 다른 목적 함수는 멸종으로 가는 길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사업 계획의 목적도 살아남고 사업 활동을 확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의 책무는 이러한 목적을 갖고 사업 계획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즉 경영자의 책무라는 것은 그 기업이 오래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오래 견디고 성장한다는 것의 목적 함수는 미국의 주주 가치 극대화보다는 네덜란드의 사업 영속이라는 목적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과 주주 이익의 극대화는 서로 배치되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진화 시스템은 열역학의 법칙에 의해 주어진 제약 속에서 작동한다. 생존과 복제를 위해서는 엔트로피와 싸우는 에너지와 물질과 정보가 필요하다. 생물적 시스템에서 이것은 모든 생물 개체가 섭취한 칼로리가 소비한 칼로리보다 같거나 혹은 많아야 한다는 열역학적 제약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제를 잘하는 생물은 순 칼로리 섭취량이 많은 개체이며, 그들은 자원이 유한한 경쟁적 환경에서 칼로리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 체제에서 엔트로피를 줄이기 위해서도 에너지, 물질, 정보가 필요하다(현대 경제에선 이것들이 화폐 단위로 측정된다). 모든 사업의 경우에도 수입이 지출과 같거나 많아야 하는 제약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진화 시스템에서 수익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사업이 생존하고 복제하기( 혹은 오래 견디고 성장하는 것) 위해서 만족시켜야 할 기본적인 제약 조건인 것이다. 
 
경영 사상가인 찰스 핸디는 음식을 먹는 것은 살기 위한 제약이지만, 아무도 삶의 목적이 먹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생존하는 것과 성장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만약 경제적 관점에서 수익성의 개념을 분석해 보면 또 다른 제약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사업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서 경영진은 조직 안팎으로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첫째, 자본을 기업으로 끌어들이고, 자본의 제공자들로 하여금 그 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다른 투자 기회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보다 높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둘째, 직원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셋째, 공급자들에게는 이 사업을 통하여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넷째, 사업은 사람들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경영진은 기업의 법적 책임을 다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일반 대중이 싫어하는 어떤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사실 수익성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다차원의 문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경제적 적자생존 함수와 같다.
 
진화론과 현실적인 시각에서 주주에게 경쟁적인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은 목적이라기보다는 제약이 된다. 그리고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제약일 수 있지만 경제적 적합도 함수에서 보면 그 또한 여러 가지 제약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목적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업의 우월성에 관한 주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혜성같이 주가가 올라 수년에 걸쳐서 그야말로 세계적인 성과를 낸 후 서서히 약화되더니 마침내 사멸한 왕 연구소가 우수한 회사인가? 아니면 주식 시장에서의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1802년에 설립되어 2005년에 27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6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듀폰이 더 우수한 회사인가? 아니면 795년 이후 지금까지 영국의 세인트 알반스 시민에게 청량제를 공급해 왔으나 아직도 시골의 주점으로 남아 있는 주점이 더 우수한 기업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듀폰이라고 말할 것이다. 전자는 오래 견디지 못하였고, 후자는 성장하지 못하였다. 듀폰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가 다른 두 기업이 창출한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전통 경제학과 복잡계 경제학의 둘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제약과 목적 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분기 이익에 대한 집착은 경영 의사 결정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생존과 성장에 집중해 온 경영진은 좀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성장할 수도 있지만 수익성이 없는 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사멸한다. 이익이 나지 않는 성장 투자는 장기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협하는 반면, 생존을 위한 과도한 보수적 운영은 성장이라는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열성적으로 출근할 직원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성장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기회를 창출하는 위대한 조직을 만들자는 데는 동참할 것이다.  '이윤 이상의 것'을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