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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05편

요약

양자역학으로 알게된 세가지 발견 입자성, 미결정성, 관계적 양상.

시간도 양자화 된다. 즉 연속적이지 않다.

미결정성 즉 불확정성이며 결국 확률로 예측할 수 밖에 없다.

서로 관계 즉 상호 작용을 해야 구체화 된다.

결국 우리는 시간이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야 한다.

 

 

 

 

 

05 시간의 양자

지금까지 설명한 묘한 풍경은 공간과 시간의 양자적 특징을 떠올리면 한층 더 낯설어진다. 앞 장에서 설명한 일반상대성 이론의 나머지 시간 구조도 양자를 개입시키면 사라진다. 보편적 시간은 무수히 많은 작은 고유 시간들로 산산조각 났지만, 양자를 생각하면 이 모든 시간이 각각 나름대로 '요동'을 치고 마치 구름처럼 사라지며, 특정한 값들만 가질 수 있고 그 밖의 값들은 지닐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양자역학 덕분에 얻은 발견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인데, 물리적 변수의 입자성과 미결정성, 관계적 양상이다.

 

입자성

시계로 측정한 시간은 '양자화'된다. 다시 말해 특정한 값만 취하고 다른 값들은 없는 것이다. 시간을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알갱이로 나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모든 현상에는 최소 규모가 존재한다. 중력장에서는 이 규모를 '플랑크 규모'라고 부른다. 최소 시간은 '플랑크 시간'이라 한다. 이 상수들이 규정하는 값은 10억 분의 10억 분의 10억 분의 1억 분의 1초이다. 이것이 플랑크 시간인데, 이 엄청나게 짧은 시간 속에서 시간의 양자 효과가 나타난다.

 

시간의 '양자화'는 한 값에서 다른 값으로 껑충 뛰어넘는, 불연속적인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시간의 '최소' 간격이 존재하는데 이 간격 이하로 내려가면,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보더라도 시간으로서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입자성은 자연에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빛은 빛의 입자인 광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 속 전자들의 에너지는 특정한 값 외에 다른 값은 취할 수 없다. 공간과 시간도 다른 물질처럼 물리적 실체라고 했으니 이 또한 입자성을 지닌다고 자연스럽게 제안할 수 있다. 

 

시간의 양자중첩

양자 역학의 두 번째 발견은 불확정성이다. 내일 전자가 어디에서 나타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확률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듯하다. 이런 상황을 물리학자들은 '중첩'이라고 한다.

 

시공간은 전자와 같은 물리적 물체다. 시공간도 파동처럼 흔들리며 다양한 형태로 '중첩'될 수 있다. 시공간이 중첩되면 한 입자가 공간에서 널리 퍼질 수 있듯이, 과거와 미래의 차이도 흔들릴 수 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전과 후 모두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관계들

'요동'이 아무것도 결코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특정한 순간에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미결정성은 하나의 양이 다른 양과 상호 작용할 때는 해소된다.

 

전자의 구체화에는 묘한 측면이 있다. 전자는 그것과 상호 작용하는 다른 물리적인 물체와의 관계 하에서만 구체화된다. 물리적인 물체가 아닌 다른 모든 것들과의 상호 작용은 미결정성을 오직 확산시킬 뿐이다. 구체성은 물리적 체계와의 관계에서만 발현된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가장 급진적인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전자 하나가 물체와 부딪힐 때, 예를 들어 오래된 음극선관 텔레비전의 화면에 부딪히면, (전자의) 확률구름은 '붕괴'되고 전자는 화면상의 어느 한 지점에 구체화되어, TV 영상을 만드는 데 쓰이는 발광점을 생성한다. 이런 일은 화면과의 관계에서만 발생한다. 하지만 전자가 다른 물체와의 관계하에 놓여 있었다면, 전자와 화면은 함께 중첩된 상태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직 제3의 물체와의 또 다른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순간에만, 전자와 화면이 함께 공유한 확률구름은 '붕괴'되고 전자와 화면은 특별한 형태로 구체화된다.

 

전자가 이렇게 고약하게 군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공간과 시간의 작동한 방식은 받아들이기 더 당혹스럽다. 하지만 모든 증거에 따르면, 양자 세상, 즉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그렇다.

 

시간의 기간과 물리적 간격을 결정하는 물리적 기체인 중력장은 질량의 영향을 받는 역동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또한 무엇인가와 상호 작용할 때까지는 결정된 값을 가지지 않는 양자적 존재자다. 상호 작용이 있을 경우, 시간의 기간들은 중력장이 상호 작용하는 그 무엇을 위해서만 입자화되어 결정된 값을 지니게 된다. 우주의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미결정 상태로 남는다.

 

시간은 더 이상 일관성 있는 하나의 캔버스가 아니라, 관계들의 느슨한 망이 된다. 여러 시공간들이 파동처럼 요동치고, 서로 중첩이 가능하고, 특정한 물체와 관련해 특정한 시간에 구체화된다는 이미지는 우리에겐 매우 모호하다. 그러나 이는 세상의 정교한 입자성을 위해선 최선이다. 우리는 지금 양자 중력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간과 관련하여 남는 것은 무엇인가? "손목에 찬 시계는 바다에 던져버리고 시간이 잡고자 하는 것은 바늘의 움직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편이 낫다." 이제 시간이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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