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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이루어진 세상

요약

1부에서 시간에 관한 증명을 했다면 이제는 시간이 없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세상은 '사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돌과 같은 '사물'도 긴 기간을 보면 천천히 일어나는 '사건'인 것이다.

세상은 언제난 변화 한다는 의미. 

 

 

 

 

2부 시간이 없는 세상

06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이루어진 세상

시간이 잃은 것들(유일함, 방향, 독립성, 현재, 연속성 등) 중 그 어떤 것도 이 세상이 수많은 '사건들'의 네트워크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못했다.

 

세상의 사건들은 변화하고 우연히 벌어진다. 이 우연한 발생은 무질서하게 확산되고 흩어진다. 이동 속도가 다른 시계들은 동일한 시간을 표시하지 않는다. 한 시계의 바늘은 다른 시계와의 관계에서 볼 때 다르게 움직인다. 기본 방정식들에 하나의 시간 변수는 포함되지 않지만, 서로의 관계 안에서 변화하는 시간 변수들은 포함된다.

 

세상이 끝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모든 과학적 진보는, 세상을 읽는 최고의 문법이 영속성이 아닌 변화의 문법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존재의 문법이 아니라 되어감의 문법이다.

 

세상은 '사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물질로, '실체'로, '현재에 있는' 무엇인가로 이루어졌다고 말이다. 혹은 '사건'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연적 발생으로, 과정으로, '발생하는' 그 무엇인가로 이루어진 세상으로 보는 것이다. 그 무엇은 지속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며 영속적이지 않다.

 

기초 물리학에서 시간 개념의 파괴는 두 가지 관점 중 첫 번째 관점이 붕괴된 것이지 두 번째가 아니다. 변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의 안정성이 실현된 것이 아니라, 일시성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게 된 것이다.

 

세상을 사건과 과정의 총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가장 잘 포착하고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대성이론과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세상은 사물들이 아닌 사건들의 총체이다.

 

사물과 사건의 차이는 '사물'은 시간 속에서 계속 존재하고, '사건'은 한정된 지속 기간을 갖는 것이다. '사물'의 전형은 돌이다. 내일 돌이 어디 있을 것인지 궁금해 할 수 있다. 반면 입맞춤은 '사건'이다. 내일 입맞춤이라는 사건이 어디에서 일어날지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세상은 돌이 아닌 이런 입맞춤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단위는 공간의 특별한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뿐 아니라 '언제'에도 있다. 그것이 바로 사건인데, 그들은 공간은 물론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

 

실제로 잘 살펴보면, 매우 '사물다운' 사물들은 장기간의 사건일 수밖에 없다. 아주 단단한 돌의 경우, 양자장의 복잡한 진동이고, 힘들의 순간적인 상호 작용이다. 돌은 짧은 순간 동안 자신의 형상을 유지하고, 다시 먼지로 분해되기 전 자체적으로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과정이다. 지구의 기본 원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 작용의 역사 속에 잠시 존재하는 장, 신석기 인류의 흔적, 폴 거리 소년들의 무기, 시간에 관한 어느 책의 예시, 존재론에서의 은유 대상, 인식의 대상, 물체보다는 우리 몸의 인식 구조에 더 많이 의존하는 세상의 세분화 일부, 실재를 구축하는 우주 게임에서의 복잡한 매듭, 그것이 돌의 실상이다. 세상이 금세 사라지는 소리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파도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이런 작은 돌만으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세상이 사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사물들은 어떤 것일까? 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혀진 원자일까? 장 field의 일시적인 요동에 지나지 않는 기본 입자들일까? 상호 작용과 사건을 언급하기 위한 언어 코드인 양자장일까? '물리적'인 세상이 사물로, 존재자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반면, 세상이 사건의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면 작동한다. 아주 간단한 사건이든 아주 복잡한 사건이든 더 단순한 사건들의 조합으로 분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은 사물이 아니라 사건들의 총체이다. 폭풍우도 사물이 아니라 돌발적인 사건들의 집합이다. 산 위의 구름도 사물이 아니다. 파도도 사물이 아니라 물이 움직이는 것이고, 이 물은 언제나 다른 모양을 만든다. 가족도 사물이 아니라 관계와 사건, 느낌의 총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당연히 사물이 아니다. 음식, 정보, 빛, 언어를 비롯한 수많은 것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복잡한 프로세스다. 사회적 관계의 네트워크속에, 화학적 프로세스의 네트워크 속에, 자신과 비슷한 타인들과 교환한 감정의 네트워크 속에 있는 수많은 매듭들이 인간 안에 존재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근본 '실체'의 관점에서 세상을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연구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세상이 존재하는 사물들로써 그다지 잘 이해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다른 사건들 사이의 관계로 훨씬 더 잘 이해된 듯하다. 사물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연구하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오류에 빠진 자들은 플라톤과 케플러와 같은 거장도 있었다. 플라톤은 데모크리스토스 같은 원자론자들의 물리적 직관을 수학으로 해석해보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원자의 '움직임'이 아니라 '형태'를 수학적으로 기술하려고 했던 것이다. 고대에 모든 사물을 구성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다섯 개의 근본 실체인 흙, 물, 공기, 불, 원자라는 과감한 가설을 시도했다. 

 

이는 완전히 틀렸다. 일단 변화를 무시한 채, 사건이 아닌 사물을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려 한 점이 잘못되었다.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사물이 아니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원자의 '형태'는 결국 전자들이 원자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슈뢰딩거의 방정식에서 나온 답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방정식 역시 사물이 아닌 사건을 다루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어떠한지가 아니라 세상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로 설명한다. 우리는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가는지' 연구하면서 생물학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연구하면서 심리학을 이해하고.... 세상의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 세상을 이해한다.

 

'사물' 자체도 잠깐 동안 변함이 없는 사건일 뿐이다. 이후에는 먼지로 돌아간다. 사실 모든 것은 언젠가 먼지가 된다. 세상은 양자 사건들의 방대하고 무질서한 그물이다. '시간'이 그저 사건을 뜻하는 것뿐이라면, 모든 사물은 시간이다. 시간 속에 있는 것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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