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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메이션 #7 지구의 신경계

 

제 5 장 지구의 신경계

몇 가닥 초라한 전선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전기를 통해 물질 세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진동하는 거대한 신경이 된 것이 사실일까,
아니면 나의 꿈일까?
더 정확히 말하면 둥근 지구는
지성이 넘치는 거대한 머리 혹은 두뇌이다!
혹은 그 자체가 사고, 오직 사고이며,
더 이상 우리가 여기는 실체가 아니다! 
너 새니얼 호손(1851)

 

알프레드 스미는 1849년 펴낸 <전기생물학의 기본>에서 두뇌를 배터리에, 신경을 "생체 전신"에 비유했다. 신경은 실제로 메시지를 전달했고, 전신과 전화는 처음으로 사회를 긴밀한 유기체 같은 것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우리의 손에 있는 전기는 자연의 손에 있는 번개와 같다." 후에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기를 마법에서 과학으로 바꾸었다.

 

<하퍼스 매거진>은 "전류"라는 말이 비유에 불과하다고 경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해하기 힘든 말을 덧붙였다. "전기는 우리가 쓰는 메시지를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전선의 반대편에 있는 전신 기사가 비슷한 메시지를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공학과 별개로 다른 문제도 있었다. 바로 메시지 자체의 문제였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논리적 문제에 가까웠다. 동역학에서 의미로 가는 단계를 건너는 문제였던 것이다.

 

클로드가 전신의 시제품을 파리에 세우자 의심 많은 군중들이 불태워버린 일도 있었다. 비밀 메시지를 보낼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제어 문제가 복잡하기는 했지만 가능한 경우의 수는 무한했다. 하지만 효율적인 신호 전달을 위해서는 경우의 수를 제한해야 했다. 의미를 가진 위치의 수가 적을수록 혼동의 위험이 줄어들었다.

 

코드북에는 단어와 음절, 사람과 장소의 이름 등 8,000개 항목 이상이 들어 있었다. 이 모든 내용은 신중하게 비밀로 지켜졌다. 결국 메시지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된 상태로 보내졌다. 샤프는 자신이 꿈꾸는 전신망을 정부가 소유하고 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전신망은 부나 지식의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도구라 보았던 것이다. 샤프의 말을 들어보자. "정부가 전신 시스템을 이용하여 직접, 매일, 매시간, 동시에 전 국민에게 영향력을 전파해 우리가 권력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장 원대한 이상을 실현하는 날이 올 것이다."

 

메시지를 받아도 무조건 신뢰할 수만은 없었다. 중개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오류가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프랑스는 1837년 제정된 법에 따르면 "전신기나 기타 수단을 통해 허가 없이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자"는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전기가 언어를 만나는 지점에서도 몇몇 다른 기술적 문제들이 발생했다. 여기서 단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전선을 지나는 형태로 바뀌어야 했다. 전기와 언어 사이의 교차점, 즉 기구와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만들려면 새로운 창의성이 필요했다. 발명가들 머릿속에서 수많은 전략들이 떠올랐다.

 

런던 증권거래소와 파리 증권거래소 사이의 거리는 약 320킬로미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그 거리를 오가는 데는 며칠이 걸렸다. 이 시간을 단축시킨다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모스는 "우리나라의 우편은 너무 느려. 프랑스 전신이 더 나은 것 같아. 아마 안개가 심한 여기보다 하늘이 맑은 미국이 훨씬 더 나을 거야. 하지만 이것도 그리 빠른 게 아냐. 번개처럼 빠른 수단이 필요해." 모스가 번개를 말하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기호에 대한 통찰이었다. "소식을 바로 전달할 수 있는 '기호체계'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을 거야."

 

모스는 회로이 개폐라는 더 단순하고, 근본적이며, 덜 물질적인 최소한의 동작으로 기호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늘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전류는 흘렀고 차단됐으며, 차단을 조직하여 의미를 생성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지만 매우 복잡한 기구였다. 결국 회로의 단순한 차단에 불과한 신호를 분당 수백 개씩 보낼 수 있었다.

 

"체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전기는 1만 6,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오가면서 수를 전달했다." 신문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고, 또 점점 더 전기전신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면 뭐가 됐든 중요하게 생각했다.

 

영국과 미국의 전신회사들이 일반인들에게 서비스를 개시했을 때만 해도 누가 기꺼이 요금을 주고 이용할 것인지 미지수였다. 1845년 글자당 0.25센트의 요금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워싱턴 지역의 경우 첫 3개월 동안 매출이 200달러에 못 미쳤다. 이때 전신회사 한 간부는 이렇게 썼다. "이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아직 우리가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실적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전신의 유용성을 일찍 깨달은 사람들은 기자들이었다. 

 

전신의 흥분은 전염병처럼 널리 퍼졌다. 지금까지 "상업, 정치, 그리고 기타 소식을 전하는 빠르고 필수적인 전달 수단"이었던 신문을 전신이 죽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전혀 쓸모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신문들은 전신기술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처럼 급하게 모아 전달하는 소식은 단점도 있는데, 나중에 출발해 느리게 전달되는 뉴스보다 신뢰성이 떨어진다." 전신과 신문은 공생관계를 형성했다. 긍정적인 피드백 고리가 효과를 증폭시켰다. 전신은 정보기술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한 정통한 권위자는 이렇게 경고했다. "전신선으로 대서양을 직접 가로질러 유럽과 미국을 잇는다는 생각은 전혀 실행 불가능하며 터무니없다." 하지만 1858년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냈고, <뉴욕 타임스>에는 이런 글이 실렸다. "이런 결실은 정말 유용하며,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인류의 미래는 장밋빛 희망으로 가득하다. .. 인류 지성의 향상과 진보를 향한 여정에서 하나의 웅장한 기념비이다." 이 성취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생각의 전달, 물질의 근본적인 비약"이었다. 세계가 열광했지만 전신의 영향은 아직 지역적이었다.

 

전달 속도가 두세 배 빨라진 것이 아니라 수십 배나 빨라진 것이다. 마치 둑이 어딘가에서 터진 것과 같았다. 몇몇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고 사람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우선 날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날씨를 일반화시키고 추상화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상 통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새로웠다. 전신으로 인해 사람들은 날씨를 갑작스러운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광범위하고 상호 연관된 현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혁신적이었다. 영국 정부는 기상청을 설립했다. 

 

널리 분보된 지역들 간에 즉각적인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가장 근본적인 개념들이 영향을 받았다. 문화 관찰자들은 전신이 시간과 공간을 "소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와 시간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크게 바뀌었다. 지구는 사실상 규모가 작아졌으며, 우리가 인식하는 지구의 차원은 분명 조상들의 인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전에는 모든 시간이 지역적이었다. 

 

공시성은 시간을 소멸시키기는 커녕 그 영역을 확장했다. 

 

모스 굣의 전신은 소식 전달의 새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생각, 새로운 인식을 머릿속에 심어놓았다. 이전에는 누구도 60킬로미터, 160킬로미터, 800킬로미터 떨어진 먼 도시에서 바로 그 순간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확실하게 안다는 인식이 없었다."

 

다양한 사항들이 하나의 표제 아래 합쳐진 적은 이제껏 한번도 없었다. 전신이 이들을 하나로 묶었던 것이다. 개념 자체가 변하는 시대였기에 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했다. 

 

메시지는 물리적 사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언제나 환상이었다. 이제는 메시지가 쓰인 종이에서 메시지를 의식적으로 따로 떼어낼 필요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전류가 "메시지를 '전달'한다"라고 말하겠지만 어떤 '것'도 이동한다고 상상해서는 안 된다. 단지 "헤아리기 힘든 힘의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멀리서 그 수단에 의해 이해할 수 있는 신호를 만드는 일"이 있을 뿐이다.

 

모스 체계는 알파벳을 한번 거친 메타 알파벳이었다.

 

사람들은 약칭 체계 혹은 암호를 만들었다. (전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전신회사들은 시스템을 악용한다는 이유로 막아보려 애썼지만 이런 개별적 코드의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메시지를 전신으로 보낸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내용이 세상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했다. 봉투에 넣어서 밀립으로 봉하는 편지와 달리 전신은 모든 과정이 공개되고 안전하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특히 인기를 끈 코드북  <ABC 범용 상업 전기전신 코드>는 전신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코드를 홍보했다. 모토는 "뚜렷한 단순성과 경제성 그리고 절대적인 기밀성"이었다.

 

전신망이 지구를 가로질러 해저로 뻗어나가면서 국제 전신요금이 비싸지자 코드북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경제성은 기밀성보다 더 중요했다. 대서양 횡단 전신요금은 원래 10 단어를 기준으로 메시지당 약 100달러였다.

 

코드북은 1900년대에 인기를 얻으며 널리 보급되다가 망각 속으로 사라졌다.

전신 코드 이용자들은 효율성과 간결성에 따른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서서히 알게 된다. 전신 코드는 아주 사소한 오류에도 엄청나게 취약했다. (잉여성이 존재한 문장에서는 오타가 있어도 맥락으로 의미전달에 성공할 수 있지만 코드화된 메시지는 하나의 오타가 큰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

 

단어에서 의미를 제거하면 안전성이 상당히 증가한다. 기호와 상징은 단지 자리만 차지하는 존재가 아니다. 말하자면 연산자로, 기계에서 기어와 레버와 같은 것이다. 언어는 결국 하나의 도구이다.

 

이로써 언어는 이제 표현사고라는 두 가지 독립적 기능을 하는 도구로 인식된다. 맨 처음 오는 것은 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