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생각의 힘을 기어 장치에
보라, 황홀경에 빠진 산술가를!
찰스 배비지를 미국의 한 예찬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물의 원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다. 장난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려고 장난감을 해체했다."
우편의 경제성을 연구하던 배비지는 종이 뭉치의 물리적 운송이 아니라 거리를 계산하고 정확한 요금을 징수하는 일 등 '확인' 작업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반직관적 통찰을 좇아 표준요율이라는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열차의 속도와 운행 경로의 모든 충격과 흔들림을 기록하는 진동계와 속도계를 결합한 일종의 운행 기록 장치를 발명하기도 했다.
배비지는 직업 수학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는 최고의 기계 공구를 찾아서 전국의 공장과 제작소들을 돌아다니고 있던 차였다.
배비지는 20년 가까이 재무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거대 규모모 진행되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후 배비지의 기관은 잊혔다. 훨씬 이후에 재발견되었고, 뒤늦게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과거로부터 온 봉화처럼 빛을 발했다.
배비지의 기계는 특정한 물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바로 숫자였다. 이로써 이 기관은 구체적 물질세계에서 순수한 추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통로를 열었다. 원자재도 들어가지 않았다. 투입물과 산출물이 아무 무게를 지니지 않았다. 다만 기어를 돌리는 데 상당한 힘이 필요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수를 제품처럼 생각하지 않았다. 수는 머릿속에 혹은 정신적 추상화 속에, 완벽한 무한성 속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어떤 기계도 이런 세계에 수를 더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배비지 기관이 만들어내는 수는 의미를 지닌 수였다.
배비지는 세상이 산술적 사실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 사실들은 "자연과 예술의 상수"였다. 따라서 어딜 가나 이런 사실들을 모았다. 돼지와 소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재어 '포유동물의 상수표'를 만들고, 생명보험이라는 당시로서는 다소 수상한 사업을 위해 기대수명표를 만드는 통계적 수단을 발명했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어, 독일어, 라틴어를 대상으로 이중 철자 조합의 상대적 빈도를 보여주는 표도 만들었다. 유리창이 깨지는 이유를 조사하고 계산해 464가지로 분류하고 상대적 빈도표를 만들기도 했다.
숫자표는 인쇄시대가 시작되기 전부터 책 산업의 한 축을 차지했다. 왜 그랬을까? 숫자표 제작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애착과 열정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숫자표가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17세기에 나온 발명품인 '로그'가 전체 사업을 촉발시켰다. 이 새로운 책은 시간 낭비와 실수를 대부분 줄여주는 방법을 제안했다. 곱셈보다는 찾아보고 더하는 것이 훨씬 쉽다. 네이피어는 두 기수법을 나란히 배열함으로써 계산자에게 곱셈을 덧셈으로 전환하는 실용적 수단을 준 것이다. 사실상 힘겨운 계산을 쉬운 일로 바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수단은 일종의 번역 내지 인코딩이다. 정수는 로그로 인코딩된다. 계산자는 암호를 표, 말하자면 코드북에서 찾는다. 이러한 새로운 언어는 계산을 쉽게 한다. 곱셈 대신 덧셈으로 혹은 거듭 제곱 대신 곱셈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이 끝나면 결과는 다시 정수의 언어로 바꿀 수 있다.
케플러는 친구에게 이렇게 썼다. "이름은 까먹었네만 스코틀랜드의 한 귀족이 등장해 모든 곱셈과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으로 대신할 수 있게 해주는 엄청난 일을 했다네." 케플러의 표는 중세시대 선배들이 만든 어떤 표들보다도 훨씬 더 정확했다. 이런 정확도로 인해 행성들이 타원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도는 조화로운 태양계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후 전자기기가 등장할 때까지 대부분의 연산은 로그를 써서 했다.
수 세기 동안 수학자들은 계산에 로그를 쓰면서 환희를 맛보았다. 네이피어와 브리그스, 케플러와 배비지는 자신들의 목록을 만들고, 비율과 비례의 탑을 쌓고, 숫자들을 다른 숫자들로 변환하는 메커니즘을 완성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상업은 이들의 환희가 정당함을 입증했다.
케임브리지에서 수학은 정체되어 있었다. 뉴턴의 거대한 그림자는 영국 수학계에 저주로 남아 있었다. 영국 한계가 "혁신하려는 모든 시도를 뉴턴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것으로 여겼다." 이들은 갈수록 고립되었다. "새로운 언어로 사고하고 추론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철학자들은 언어라는 것이 진실을 담는 온전한 그릇이 아니라 구멍이 숭숭 뚫린체라고 보았다. 단어의 의미를 놓고 혼란이 생기면서 모순이 발생했다. 모허함과 잘못된 비유는 분명 사물의 속성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기호를 부적절하게 선택하면서 생긴 것이다. 누군가 적절한 정신적 기법, 즉 진정한 철학적 언어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배비지는 적절하게 선택된 기호들은 보편적이고 명징하며 불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배비지는 가까스로 문법을 만들어서 어휘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저장과 검색의 문제에 부딪힌다. "사전처럼 필요할 때 각 단어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기호들을 어떤 연속적 순서로 정렬하는 일이 누가 봐도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배비지는 언어를 한 사람이 발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상적인 언어는 합맂거이고 예측할 수 있으며 기계적이어야 한다. 기어는 서로 맞물려야 한다.
해석학회는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세상을 더 지혜롭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는 각오를 가졌다.
"배비지, 무슨 꿈을 꾸었어?"
"이 모든 표들을 기계로 계산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어."
"이 계산을 증기의 힘으로 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배비지가 소리치자 허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충분히 가능해."
강력한 힘, 증기를 사고와 산술에 쓰겠다는 배비지의 생각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배비지는 이런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숫자들이 장치에 들어갔을 때 그저 스프링의 동작이나 중량에 따른 하강 혹은 다른 일정한 힘만으로도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파스칼은 1642년 각 자리별로 회전하는 숫자판을 갖춘 덧셈 기계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라이프니츠는 한자리에서 다음 자리로 "자리올림" 하는 톱니를 갖춘 원통을 이용하여 파스칼의 기계를 개량했다. 하지만 파스칼과 라이프니츠가 만든 것은 근본적으로 동역학적 기계라기보다 수동적으로 기억 상태를 기록하는 주판에 가까웠다. 배비지가 보기에 자동은 아니었던 것이다.
배비지는 상업과 산업 그리고 과학 분야에서 쓰이는 일이 많아지면서 계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는 감히 이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만약 넘쳐나는 숫자 정보라는 짐을 덜 계산기계 혹은 이와 맞먹는 수단을 발명하지 못한다면, 수학공식을 산술적으로 풀어내느라 누적된 노동이 끊임없이 발목을 잡을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과학의 유용한 진보를 가로막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대조하기 위해 다양한 숫자표들을 체계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대조 결과 예기치 않은 오류들이 발견됐다. 이런 오류는 침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오류들은 자리올림에서 실수를 하던가, 활자에서 툭하면 자리바꿈 실수를 했다.
"이런 오류를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계적 표 제작'뿐이다." 배비지는 숫자들 내의 기계적 법칙(원리)들을 찾아냄으로써 한 걸음 나아갔다. 하나의 수열과 다른 수열 사이의 차분을 계산하면 몇몇 구조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차분법의 힘은 고차원의 계산을 쉽게 규칙화할 수 있는 단순한 덧셈으로 바꾸는 것에 있었다. 배비지에게 차분법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처음 구상할 때부터 자신의 기계에 차분기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차분기관을 만들면서 연산기계의 역사에서 새로운 주제가 등장한다. 바로 시간에 대한 집착이다. 배비지는 자신의 기계가 가능한 한 사람의 머리보다 빨리 계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비지가 생각한 것은 병렬처리였다. 축을 따라 배열된 숫자 바퀴들이 한 줄의 숫자들을 동시에 더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단일 자리 덧셈은 자리올림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없었다.
배비지는 "시간을 절약하려고 장치를 숱하게 설계하고 도면들을 끝도 없이 만들었다."
에든버러 과학저널은 배비지에게 "오래 망설인 끝에 귀하의 모든 논문을 거절합니다. 귀하께서 주제를 다시 검토해보면 제게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귀하가 몇 편의 수학과 형이상학 논문들에서 제안한 주제들은 너무나 심오해 아마 그 어떤 독자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배비지는 자신이 발명한 초기 기계제품을 알리기 위해 시연과 서신 홍보에 나선다. 마침내 1823년 재무성이 관심을 보였다. 배비지는 "감자만큼 싼 로그표"를 약속했다. 재무성 장관은 첫 지출금으로 1,500파운드를 승인했다.
그저 머릿속으로 구상한 것이었지만 차분기관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라드너는 "차분기관이 완성되면 과학의 진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차분기관은 '이성적인' 기계가 될 것이다. 차분기관은 두 개의 길, 즉 기계와 사유가 만나는 교차점이 될 것이다. 배비지의 생각을 옹호했던 사람들은 때로 이 교차점을 설명하는데 애를 먹었다. "질문을 기계에 맞추든 아니면 기계를 질문에 맞추든 간에 어쨌든 기계를 작동시키기만 하면 답이 나옵니다."
하지만 차분기관은 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난이 커질수록 야망도 커졌다. 10년 후 차분기관은 0.6미터 높이에 여섯 개의 수직추과 열두어 개의 바퀴를 가진 기계로, 여섯 자리까지 계산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후에는 설계도상으로 그 규모가 4.5세제곱미터에 15톤, 2만 5000개의 부품에 이르렀으며, 설계도도 37제곱미터가 넘었다. 복잡함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비비지는 여러 자릿수를 한 번에 더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덧셈 동작"과 "자리올림 동작"을 분리하고 자리올림의 타이밍을 엇갈리게 배치했다. 전체 동작이 계속 서로 맞물리게 하려면 기계의 부품들이 자리올림을 해야 할 시점을 "알고"있어야 한다. 이 정보는 걸쇠의 상태를 통해 전달된다. 최초의 기억 장치였던 것이다. 라드너는 이렇게 썼다 "이것은 사실상 기계가 기록한 메모와 같다." 배비지 자신은 의인화를 꺼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리올림을 하기 위해 내가 쓴 기계적 수단들은 (사람의) 기억 능력과 다소 유사하게 작동한다."
차분기관은 많은 부품들이 각각 여러 가지 모드 혹은 상태를 수행할 수 있고, 멈추기도 하고 작동하기도 하면서 복잡한 경로들을 따라 동작을 전달하는 역동적인 시스템이었다. 이런 시스템을 종이 위에 완벽하게 구현하는 일이 가능할까? 이를 위해 배비지는 새로운 형식적 도구인 "기계적 표기법"의 체계를 고안했다. 기계적 표기법은 기계의 물리적 형태뿐만 아니라, 보다 파악하기 어려운 속성인 타이밍과 논리까지 나타내기 위한 기호 언어였다. 이는 배비지가 자평한 대로 대단히 야심 찬 일이었다. 1826년 배비지는 왕립학회에 <기계의 동작을 기호로 표현하는 수단에 대해>라는 논문을 보란 듯이 제출한다.
배비지의 기계적 표기법은 수학적 분석에서의 기호 표기법에 대한 연구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기계공학이 진보하려면 수학처럼 엄밀함과 정의가 있어야 한다. 배비지의 말을 들어보자. "일상 언어는 지나치게 산만하다. 만약 기호를 적절하게 선택한다면, 또 보편적으로 쓰인다면 이른바 보편 언어가 될 것이다." 배비지는 마침내 케임브리지대학의 교수가 된다.
명성을 얻게 했던 차분기관의 제작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하지만 차분기관은 정밀공학이 성취한 이정표를 보여주었다. 이 미완의 기계 일부는 합금의 구성, 규격의 정확성, 부품의 교환성 측면에서 가히 독보적이다. 그럼에도 차분기관은 특이한 물건 이상은 아니었다. 거기까지가 배비지의 한계였다.
정부는 더 이상 배비지를 신뢰하지 않았고, 배비지도 정부를 믿지 않았다. 기술 혁신을 대하는 영국인들의 태도에는 아니꼬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감자 껍질을 벗기는 기계를 만들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감자 껍질을 벗기는 기계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파인애플을 자르지 못하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영국인들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로버트 필 수상은 "기계를 완성해봐야 과학적으로 쓸모없을 것이 뻔합니다. .. 제 생각엔 그냥 값비싼 장난감이 될 것 같습니다." 결정타를 날린 사람은 왕실 천문학자인 조지 비델 에어리였을 것이다. 그의 생각으로는 차분기관은 하등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제 생각에 그 기계의 효용성에 관한 배비지가 헛된 꿈을 꾸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국 정부는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하지만 배비지의 꿈은 계속되었다. 이미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생각하는 기계"라 부른 것을 보러 배비지의 저택에 갔을 때였다. 바이런 양은 어린 나이임에도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그 발명품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가정교사들이 조금씩 충족시켜주던 수학의 아름다움과 추상성에 대한 감정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마땅한 배출구가 없었던 것이다.
배비지는 응접실에 있는 기계를 넘어 훨씬 멀리 나아가 있었다. 연산기관이기는 하지만 종 자체가 다른 새로운 기계를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배비지는 이를 해석기관이라 불렀다. 해석기관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차분기관의 한계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다. 단지 차분을 더하는 것으로는 모든 종류의 수를 연산하거나 모든 수학 문제를 풀 수 없었다. 그 당시 방직기도 영감을 주었다. 마리 자카드가 만든 이 방직기는 카드에 구멍을 뚫어 인코딩하고 저장한 지시문에 따라 움직였다.
배비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직조 공정이 아니라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패턴을 인코딩하는 방식이었다. 물리적 토대로부터 정보를 추출한다는 개념을 신경 써서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테면 배비지는 이렇게 설명한다. 직공이 다른 실과 색상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패턴의 '형태'는 모두 똑같을 것"이다.
배비지의 새로운 기계는 바로 이런 추상화 과정을 아주 높은 정도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톱니와 바퀴는 숫자뿐만 아니라 숫자를 대신하는 변수까지 처리한다. 변수는 이전 계산의 결과에 의해 충족되거나 결정되어야 하며, 나아가 덧셈이나 곱셈 같은 연산 자체도 이전 결과에 따라 바뀌어야 했다. 배비지는 이 추상적인 정보량들이 변수 카드와 연산 카드에 저장되는 것을 상상했다. 아울러 기계가 법칙들을 구현하고, 카드가 이 법칙들을 전달하는 것을 생각했다.
기계는 둘 혹은 둘 이상의 다른 경로가 있는 경우처럼 분석적 물음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특히 이전 과정이 처리되기 전에는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경로로 뭘 선택할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이런 어려움에도 배비지는 숫자와 프로세스를 나타내는 정보가 해석기관을 거쳐 처리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보는 특별한 물리적 장소를 오갈 것이었다. 물리적 장소란 바로 배비지가 '창고store(정보가 저장되는 곳)'와 '공장(가동되는 곳)'이라 부른 곳이었다.
이 모든 일에 처음에는 조수였다가 나중에는 뮤즈가 된 지적 동료 에이다가 함께했다. 모르간은 에이다가 천진함에도 불구하고(아니, 천진함 덕분에) "남녀를 막론하고 보통 초보자들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사고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에이다는 배비지에게 편지를 썼다.
사람들은 수천 번씩 시도해도 성공하지 못해요. 저는 게임을 해보고 또 관찰을 한 결과 게임에 성공했고, 이제는 언제든 성공할 수 있어요. 헌데 이 문제를 수학공식으로 표현해서 풀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 틀림없이 확정적인 원리가 있을 거예요. 해가 일련의 수치적, 기하학적 성질에 의존할 거라 생각하니까요. 그걸 기호 언어로 나타낼 수도 있을 거예요.
게임을 공식으로 풀어낸다는 생각 자체가 독창적이었다. 해법을 인코딩할 수 있는 기호 언어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 이런 사고방식은 에이다도 익히 알듯 배비지의 것이었다.
상상력, 그것은 소중한 특질이었다.
우리는 상상력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시인의 상상력, 예술가의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대체로 우리가 상상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 상상력은 우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세계, 과학의 세계로 스며들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의 '감각' 밖에서 '존재하는' '실제', 즉 '본질'을 느끼고 발견한다. 알려지지 않은 세계의 경계를 걷는 법을 배운 사람들은... 티 없이 하얀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우리를 둘러 싼 미지의 세계로 더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랄 수 있다.
에이다는 자신이 수행해야 할 신성한 사명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저는 제가 자연의 '숨겨진 진실들'을 발견하는 데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는 뛰어난 자질들이 뭉쳐 있다고 믿습니다.... 억지로 떠맡겨지다시피 이런 믿음을 갖게 되었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올라야 할 산은 얼마나 높은지 몰라요! 어린 시절부터 저와 어머니 삶의 역병이었던 채워지지 않는 왕성한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은 아마 그 산을 보기만 해도 겁을 먹을 거예요. 하지만 마침내 에너지를 쏟을 데를 찾았어요." 에이다가 말한 것은 바로 해석기관이었다.
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던 배비지는 증기기관차의 속도가 이전의 모든 통신수단의 속도를 앞지른 데서 특이한 위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이다와 메나브레아는 배비지 자신이 말했던 것보다 미래에 대해 더 포괄적이고 선견지명이 있는 전망을 제시했다. 얼마나 포괄적일까? 해석기관은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산'을 수행한다고 말하는 에이다는, 연산이 "둘 이상의 대상 사이에 성립된 상호 관계를 바꾸는 모든 절차"라고 정의한다. "이것이 가장 포괄적인 정의로서 세상의 모든 주제를 아우른다."
연산학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과학이다.또한 논리가 그 추론과 절차를 적용하는 주제에 관계없이 고유한 진실과 가치를 지니듯, 연산은 고유의 추상적 진리와 가치를 지닌다. .. 연산학이 지닌 독립적 속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일반적으로 이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 한 가지 주된 이유는, 사용하는 많은 기호의 의미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기호"와 "의미"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이다는 수학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해석기관은 "'숫자'가 아닌 다른 대상들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배비지는 수천 개의 원판에 숫자를 새겼지만, 이 원판들의 움직임은 좀 더 추상적인 기호를 나타낼 수 있다. 해석기관은 모든 의미 있는 관계를 처리하고, 언어를 조작하며,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화성학과 작곡학에서 높낮이가 다른 소리들의 근본적인 관계에 이런 표현과 적용을 할 수 있다면 해석기관은 제아무리 복잡하고 규모가 큰 음악이라도 정교하게 과학적으로 작곡할 수 있다."
해석기관은 숫자를 처리하는 기계에서 이제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가 된 것이다. 에이다는 배비지가 앞으로 내놓을 가상의 개념적 창조물이 이미 존재하기라도 하듯 이렇게 설명했다.
해석기관은 단순한 "계산기계"와 공통점이 없으며, 완전히 독자적인 존재이다...... 인류를 위해 지금까지 가능했던 어떤 수단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실을 알리는 새롭고 광범위하며 강력한 언어가 개발되었다. 그에 따라 수학적 세계의 관념적 측면과 물질적 측면 뿐만 아니라 이론적 측면과 실용적 측면이 더 밀접하고 효과적으로 연결되었다. ... 자카드 방직기가 꽃과 잎을 엮어내듯이 해석기관은 '대수적 패턴'을 엮는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나 자신에게 이런 생각이 강하게 떠올랐을 뿐이이다. 에이다는 이 가상의 기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유명한 무한급수인 베르누이 수를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른다.
에이다는 하나의 프로세스를, 한 번의 규칙을, 일련의 연산을 고안했다. 시대가 달랐다면 이 프로세스는 알고리즘으로 불리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불렸겠지만, 당시 이 개념은 설명하기 힘들었다. 가장 복잡한 것은 이 알고리즘이 귀납적이며, 루프 구조를 취한다는 점이었다. 한 번 반복한 결과는 다음 반복이 대상이 된다. 배비지는 이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해석기관은 자기 꼬리를 먹는다." 에이다의 설명은 이렇다. "모든 연속적 작용이 같은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주기의 주기의 주기 식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기 쉽다. .. 이 문제는 너무나 복잡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래도 이 사례는 해석기관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며, 언급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고유한 아이디어들을 제기한다.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에이다와 배비지가 "변수"라고 부른 것이었다. "변수라는 명칭은 열에 있는 값이 변할 수밖에 없으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 요컨대 수는 변수 카드에서 변수로, (연산을 위해) 변수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창고로 '이동'했다.
제가 이 우주의 신비로부터 ...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서울' 정도의 에너지와 힘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이 주제와 씨름하면서 다른 주제들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에이다는 기계를 프로그래밍하고 있었다. 실물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은 머릿속에서 이뤄졌다. 당시 에이다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복잡성은 다음 세기의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이런 기관을 움직이려면 매우 다양하고 서로 복잡하게 얽힌 것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뚜렷이 구별되는 여러 효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 빈번하다. 말하자면 모든 것들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어느 정도는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각각을 다른 모든 것들에 맞추기 위해서는, 또 이들을 완벽한 정확성과 성공도로 인식하고 추적하려면 어려움이 따른다. 어떤 면에서는 조건도 무수히 많고 게다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든 질문을 포함하는 그런 어려움 말이다.
베비지에게 털어놓은 속내를 들어보자. "정말 어처구니없이 깊은 수렁에, 또 귀찮은 일에 뛰어든 것에 크게 낙담하고 있어요." 9일 후에는 "저의 계획과 생각이 갈수록 명료해집니다. 수정처럼 좀 더 맑아지고 흐릿한 것들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에이다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놀라움과 기적을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비판론자들은 기계와 정신 사이의 경쟁을 두려워했다.
배비지가 집착한 주제들은 어떤 범주에도, 정확하게는 기존에 존재하는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았다. 배비지의 진짜 화두는 바로 메시지 전달, 인코딩, 프로세싱과 관련된 정보였다. 배비지는 비철학적인 문제 두 가지에 매달렸다. 배비지가 보기에 두 문제는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바로 자물쇠 따기와 암호해독이었다.
배비지는 나이테에서 자연이 과거에 대해 암호화한 메시지를 보았다. "모든 소나기와 온도 변화와 바람은 식물 세계에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이 우리에게는 경미하고, 실제로 감지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목질 구조의 깊은 곳에 영원히 기록된다."
1840년 사르디니아 공국의 왕이 물었다. "전신은 어디에 쓸모가 있는 것이오?" 나는 전신은 태풍 소식을 전하의 함대에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왕은 호기심을 보였다. 나는 영국을 떠나기 직전에 발생한 태풍을 예로 들었다. 이 태풍으로 인해 리버풀에서 아주 큰 피해를, 그래스고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나는 제노바를 비롯해 몇 군데 전신이 설치되었다면 글래스고 사람들이 폭풍이 도착하기 24시간 전에 태풍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석기관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누군가 범용 연산기계를 만들려고 다시 시도하려면 반세기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필요한 기술적 토대가 갖춰지기까지 거의 한 세기가 걸렸다. "누구든 나의 사례에 위축되지 않고 다른 원칙, 혹은 더 단순한 기계적 수단을 가지고 수학적 분석을 전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관을 실제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기꺼이 그에게 나의 명예를 돌릴 것이다. 그 사람만이 내가 쏟아부은 노력과 그 결과물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은 "그 자체로 물리적 힘의 발생기"이다. '계산' 과학은 우리가 진보하는 매 단계마다 거듭 필요성을 더할 것이며, 틀림없이 과학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모든 일을 관장할 것이다.
에이다 역시 미래에 대한 마지막 꿈을 꿨다. "'그때'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전제군주'가 되는 거예요." 그녀는 자기 앞에 결집한 군대를 거느릴 것이다. 세상의 철권 통치자들은 물러서야 할 것이다. 군대는 어떻게 구성될까? "지금 밝히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이 가장 '조화롭게' 규율된 군대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이 군대는 방대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악' 소리에 맞춰 거침없이 행진해요. 정말 신비롭지 않나요? '저의' 군대는 분명히 '숫자'로 구성되어야 해요. 그게 아니라면 아예 존재할 수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도대체 이 '숫자'들은 '무엇'일까요? 거기에 수수께끼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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