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네트워크 : 오! 너무나 복잡한 거미집
네트워크는 어떤 복잡 적응 시스템에서든 반드시 포함되는 필수적인 요소다. 행위자들 간의 상호 작용이 없다면 어떠한 복잡성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생물 세계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의 계층으로 구성돼 있다. 분자들은 세포에서 상호 작용하고 세포들은 유기체에서 상호 작용한다. 그리고 유기체들은 생태계에서 상호 작용한다.
인간의 몸은 다른 네트워크와 상호 작용하는 네트워크 내부에 또 네트워크로 구성된 고도의 복잡한 구성체다. 뇌, 신경계, 순환계, 그리고 면역 체계 등을 포함한다. 인간 몸에서 이런 네트워크 구조를 다 떼어 내버리면 우리는 화학 물질을 담은 조그만 박스나 욕조 반 정도의 물에 불과할 것이다.
경제적 세계 역시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도로, 하수도, 수계, 전기 배선망, 철로, 가스 라인, 전파, 텔레비전 신호, 그리고 광케이블 등으로 꽉 차 있다. 이것들은 경제라는 개발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방방곡곡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경제는 매우 복잡한 가상 네트워크들도 포함한다. 사람들은 기업에서 상호 작용을 하고,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상호 작용을 한다. 생물 세계에서처럼 경제 세계의 네트워크들은 네트워크 내부의 네트워크라는 계층별로 배열되어 있다.
네트워크가 경제학에서 이렇게 대접받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물리학에서는 수년간 관심을 끈 주제였다. 최근에는 새로운 수학적 도구와 컴퓨터의 발달에 힘입어 물리학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과학적으로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가 크게 진전됐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트워크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수많은 일반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장에서는 새로 발견된 그와 같은 '네트워크 법칙들' 중 일부가 경제 시스템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 볼 것이다.
랜덤 그래프: 노드에 랜덤하게 연결된 그래프
래티스 그래프 : 격자 무늬로 바둑판 처럼 연결된 그래프
랜덤 그래프와 래티스 그래프 모두 경제 현상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네트워크 중 일부는 이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이다.
네트워크의 폭발
이메일, 팩스, 전화 등과 같은 상품들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유용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네트워크 효과'다. 그러나 전통 경제학은 이런 형태의 제품들이 왜 갑자기 불이 붙어 인기를 크게 얻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론 생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랜덤 그래프 이론이 그 답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계속해서 단추를 연결해 나가면 분리된 단추들의 클러스터가 갑자기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슈퍼 클러스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5개의 단추로 이루어진 클러스터 2개가 이어지면 10개의 단추로 이루어진 클러스터가 되고, 각각 단추 10개의 클러스터와 4개의 클러스터가 이어지면 단추 14개의 클러스터가 될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시스템의 특성에서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상 변화'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증기를 가져다 온도를 한 번에 1도씩 낮추어 100도에 이르면 그 증기는 물로 변하고, 다시 0도에 이르면 얼음으로 바뀐다. 임의의 네트워크에서는 작은 클러스터에서 거대한 클러스터로의 상전이가 특정 시점에서 일어나는데, 그것은 바로 단추당 연결된 실의 비율이 1의 가치, 즉 단추당 평균 1개의 실이 연결된 경우를 넘어설 때다.
그렇다면 1의 비율은 '분기점(티핑 포인트)'으로 생각 할 수 있는데 이 분기점은 임의의 네트워크가 드문드문 연결된 상태에서 밀접하게 연결된 상태로 갑자기 바뀌는 시점을 말한다.
카우프만은 네트워크 형성에서 이 분기점은 생명을 위해 필요한 화학 반응 네트워크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설명해 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효과가 경제나 기술이라는 맥락에서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인터넷이야말로 이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랜덤 그래프 이론은 그런 현상을 모델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는 부드럽고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고도로 비선형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이런 네트워크들을 분석하면 왜 갑자기 어떤 패션이 히트하는지, 왜 갑자기 정치적 운동이 뜰 수 있는지, 또 심지어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좁다
'6단계 분리 법칙' : 편지는 평균적으로 6번을 거치면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내용
한마디로 세상은 이렇게 좁다.
마크 뉴먼은 이른바 '좁은 세계 효과'는 네트워크 그 자체의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각 도시와 그 도시에 가장 가까운 4개의 이웃 도시들을 선으로 이어보자. 일종의 '래티스 네트워크'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규칙성의 불리한 측면은 이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동하려면 너무 많은 단계를 거친다는 점이다.
이제는 가장 가까운 이웃을 연결하는 규칙 대신 도시마다 임의로 4개의 도시를 이어 준다고 하자. 모든 선은 임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짧은 거리, 중간 정도 거리, 긴 거리의 연결선들의 수는 같을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어떤 두 도시를 연결하는 단계의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 두도시를 적절히 연결하기 위해 단, 중, 장거리 여행을 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래티스 그래프에서 랜덤 그래프로 옮겨 가면 분리된 단계의 정도가 확 줄어든다.
우연히 안 친구의 가치
사회적 네트워크는 래티스 그래프와 비슷하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질서와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같이 자란 사람, 학교를 같이 다닌 사람, 직장 동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 그리고 현재의 이웃 등일 것이다. 이런 클러스트의 존재는 네트워크가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질서와 구조를 갖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사회적 네트워크가 구조화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연히 알게 된 몇 명의 친구들도 있다. 우리의 정규적인 클러스터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 사람들은 우리의 사회적 네트워크 밖에서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를 다른 사회적 네트워크에 연결해 준다. 만약 우리가 근사한 구조를 가진 래티스 그래프에다 몇몇 임의적인 연결 고리들을 집어넣으면 양쪽 세계의 이익을 모두 얻게 된다. 결국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은 비유를 하자면 샬럿에서 샌디에고까지 급행 항공 여행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특정한 세계를 매우 잘 알면 그 사람을 연결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와츠와 뉴먼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연결이 좋은 사람들은 접촉하는 그룹이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말을 걸 수 있고 모든 계층과 환경에서 친구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정말 연결이 잘돼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네트워크 구조는 개인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조직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구성원들이 엄격한 경력 단계별로 올라가야 하고, 격납고나 저장고 형태의 사업 단위 내지 부서들을 가진 조직체라면 사회적 네트워크는 임의성이 충분하지 않으며, 과도하게 구조화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면 정보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 위한 단계들의 연결 체인이 길어진다. 부족한 소통, 느린 의사 결정이 초래된다는 얘기다. 이와 대조적으로 어떤 조직들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여러 기능과 업무를 거치도록 한다. 이를 통해 회사 내에서 보다 다양한 연결성을 갖도록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든다.
네트워크는 컴퓨터다
컴퓨터는 사실상 네트워크이고, 네트워크는 현실에서 컴퓨터다. 컴퓨터를 열어서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네트워크로 서로 이어져 있는 칩 다발을 볼 것이다. 또 이 칩 중 하나를 열어 안을 들여다보면 역시 하나의 네트워크로 서로 이어져 있는 수천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볼 것이다. 이들 트랜지스터가 하는 유일한 일은 0과 1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컴퓨터는 개별 트랜지스터에서 동력을 얻는 게 아니라 이것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동력을 얻는다. 이것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동력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개별 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 주면 보다 강력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0 아니면 1의 상태에 있는 노드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불리언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우리가 경제를 뇌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경제도 하나의 불리언 네트워크다.
30년이 넘는 불리언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 덕분에 그 특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이제 이해하는 수준이 되었다. 불리언 네트워크는 WWW를 형성하고, 당신의 몸을 만들며, 정신을 불어 넣는 것과 같은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단순한 피조물이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변수가 이 네트워크의 행태를 이끈다.
첫째, 네트워크에 있는 노드의 수다. 둘째, 각 노드가 얼마나 많은 다른 노드들에 연결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노드의 행태를 이끄는 규칙들과 관련한 '치우침'의 정도다. 이제부터 이들 규칙들과, 그것이 경제와 다른 여러 형태의 조직들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겠다.
큰 것이 아름답다 : 정보의 규모
불리언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첫 번째로 중요한 사실은 네트워크가 처할 상황의 수는 노드의 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2개의 노드를 가진 네트워크는 4가지, 즉 2의 2승개의 상태에 있을 수 있다. 3개는 2의 3승개, 105개 노드를 가지면 클릭하는데 우주의 수명을 넘는 기간이 걸릴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긍정적인 측면은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면 이것이 취할 수 있는 정보량 또는 이것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은 네트워크 성장의 '파워'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출범 하기 전에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이 약 10만 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을까 추정했었다. 막상 지도가 완성됐을 때 인간이 약 3만 개의 유전자만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랐다. 미천한 회충은 1만 9천 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어떻게 찬란할 정도로 복잡한 호모 사피엔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선충류보다 단지 33% 더 많은 유전자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다른 데 있다. 유전자는 불리언 네트워크에서 우리 몸의 성장을 조절한다. 그런데 이 1만 개 남짓한 유전자가 더 있으면 훨씬 더 복잡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상태의 가지 수 측면에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일어나면 정보를 처리하는 단위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에서는 강력한 규모의 경제가 일어난다. 불리언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면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가 경제 성장을 설명하는 유일한 요소라면, 단지 우리는 오늘날 석기를 200만 년 전보다 더 싸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조직을 불리언 네트워크 일종이라고 생각한다면, 조직의 규모면에서 증가함에 따라 가능한 혁신의 공간은 기하급수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게임을 만들때 규모의 경제 요소만 사용하면 석기를 더 싸게 만들고 있게 되는 실수를 범할 수 있음)
인간의 경제 조직은 실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모면에서 증가해 왔다. 특히 조직의 점프가 일어난 것은 기술 변화와 일치했다. 정착 농업의 발전으로 그전 조직 단위로 볼 수 있는 수렵,채집 시대보다 확실히 큰 마을의 형성이 가능해졌다. 마찬가지로 산업 혁명은 대규모 공장의 설립과 산업 도시의 형성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정보 혁명은 거대한 글로벌 회사들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선순환 고리가 생겨났다. 다시 말해, 기술 변화는 보다 큰 단위의 경제 협력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경제 협력 단위는 큰 정보 규모를 활용, 미래의 혁신을 위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불리언 네트워크 수학은 우리를 난처한 입장에 빠뜨린다. 큰 조직이 작은 조직보다 혁신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을 갖는다면 작은 조직이 큰 조직을 혁신에서 압도하는 비즈니스 신화들이 유효한 이유는 무엇이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친구들이 큰 골리앗 같은 기업들을 이기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큰 것은 나쁘다 : 복잡성의 불행
뉴먼의 이론은 규모가 커짐에 따라 또 다른 면, 보다 어두운 측면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불리언 네트워크의 두 번째 변수, '연결의 정도'에 의해 발생하는 중요한 규모의 불경제가 있다.
어떤 네트워크가 노드당 평균적으로 한 개가 넘는 연결을 갖는다면 노드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연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네트워크에서 상호 의존의 수는 네트워크 그 자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네트워크의 한 부분에 변화가 생기면 네트워크의 다른 부분에 그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게 높아 진다. 이러한 파급 효과(스필 오버)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네트워크의 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다른 곳에서는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가능성도 증가한다.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소통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게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 부서의 장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각장들은 다른 부서장들과 정기적으로 직접 얘기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조정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갑자기 세 번의 미팅이면 충분하던 것이 열 번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조직의 규모는 그대로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유일한 이유는 소통 연결의 밀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점점 성장하면서, 예컨대 각자는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규칙을 적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사실 당신이 하고 싶어 했던 것은 더 좋은 소통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당신 회사는 관료주의적인 수렁에 빠져들고 만다.
네트워크에서 이런 종류의 상호 의존은 카우프만이 말한 '복잡성의 불행'을 야기한다. 네트워크가 규모면에서 발전하고,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나면 네트워크 한 부분에서는 긍정적이던 변화가 단계적 반응을 통해 다른 곳에서는 부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확률이 노드 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즉 밀도 있게 연결된 네트워크는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융통성이 떨어진다.
이런 복잡성의 불행은 관료주의가 잡초처럼 강인하게 자라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어느 주구도 관료주의를 고의적으로 설계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네트워크에서 자신들의 담당 영역만을 최적화하려고 하면서 관료주의가 형성된다. 문제는 사람들이 어리석거나 나쁜 의도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네트워크 확장이 상호 의존성을 높이고, 이 상호 의존으로 인해 제약 조건들이 상충하는 일이 일어난다. 상충적인 제약 조건들로 인해 의사 결정은 느려지고 궁극적으로 관료주의적 정체로 이어진다.
가능성의 정도 대 자유의 정도
조직에는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힘이 작용한다. 노드 증가에서 오는 정보, 즉 '규모의 경제', 그리고 상충하는 제약 조건들의 증가로 인한 '규모의 불경제'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 힘은 큰 것이 왜 아름답기도 하면서 나쁘기도 한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조직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가능성의 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자유의 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큰 조직은 작은 조직들에 비해 내재적으로 보다 많은 매력적인 기회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기회들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충 관계에 직면한다. 조직의 네트워크가 보다 밀접하게 연결되면 될수록 이런 상충 관계는 더욱 심화된다. 조직 내의 정치적 관계로 인해 특정 부서의 어려움 때문에 조직이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어떤 새로운 상태로 옮겨 가지 못하고 마는 상황도 생겨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이고, 수십억 달러의 자산, 전 세계에서 끌어 모은 수십만 명의 재능 있는 인력, 그리고 심지어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연구 능력을 가진 IBM이 어떻게 우표 수집으로 번 용돈밖에 안 되는 돈을 가진 10대에게 질 수 있는가? (델 컴퓨터 이야기)
왜 IBM은 델이 시장 점유율에서 IBM을 앞지른 뒤 7년만에 고객에게 직접 컴퓨터 파는 일을 시작했을까? 그 이유는 IBM이 앞서 말한 '복잡성의 불행'의 희생물이 된 탓이다.
델이 빼앗아 간 시장 점유율을 다시 찾아오고 싶어 했겠지만 IBM 사업 시스템의 높은 상호 의존성은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요"라고 말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놓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무엇을 하나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상호 작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충돌과 제약의 확률은 더 높다.
대부분의 조직 실상을 보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아니요"라고 말하면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IBM-델 전쟁 초창기에 IBM은 그 가능성의 정도로 보면 델보다 훨씬 더 많았다. 예컨대, IBM은 델보다 훨씬 더 빠른 직접 주문 모델로 기업 시장을 침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오래된 기업은 그런 기회를 살릴 '자유도'면에서는 델에 훨씬 뒤졌던 것이다.
상호 의존성과 적응성 사이의 긴장은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특징으로 여러 형태의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프트웨어 설계자는 프로그램이 너무 복잡해져서 무엇을 개선하거나 버그를 고치면 새로운 5개의 버그가 일어나는 때가 언제인지를 살핀다. 건축가는 고객이 벽을 30센티미터만 옮겨 달라고 부탁할 때 그것의 연쇄반응으로 프로젝트 비용을 증가한다는 것을 안다. 스튜어트 카우프만 같은 일부 생물학자들은 이런 긴장이 유기체의 복잡성에 상한선을 만들어 낸다고 믿는다. 경제 조직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복잡성으로 인한 조정 비용 및 제약 조건 사이의 상충 관계가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블록체인이 어느 정도 해결 한것 아닌가? 단일한 개체들이 독자적인 무결성을 가지게 되고 서로 연결성만 가질 수 있으면 생태계처럼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층 구조에 대한 두 찬사
네트워크 이론은 조직들이 두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하나는 연결의 밀도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사 결정의 예측성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각 노드마다 연결 패턴이 똑같은, 가령 각 노드마다 세 가지 연결 등과 같은 그런 네트워크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만약 네트워크를 계층적 구조로 배열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3명의 근로자 노드들은 하나의 관리자 노드에 보고하고, 세 명의 관리자 노드들은 하나의 경영자 노드에 에 보고하는 구조를 상상해 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네트워크는 그 전과 다른 모습으로 밀도가 높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혼합체다.
카우프만은 조직의 적응성을 높이고 상충하는 제약 조건들을 피해나가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조직을 쪼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트워크를 계층적 구조로 바꾸면 연결의 밀도를 줄임으로써 네트워크의 상호 의존성을 감소시킨다. 계층적 구조는 규모의 불경제가 뿌리를 내리기 전에 네트워크가 더 큰 규모에 이를 수 있게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것은 자연 세계와 컴퓨터 세계에서 그렇게 많은 네트워크들이 네트워크 안의 네트워크로 구조화 되는 이유다.
조직적 관점에서 볼 때 계층적 구조는 적응성을 줄이는 관료주의의 한 특징이라는 게 전통적인 생각이다. 관리자들은 계층을 없애는 등 조직을 되도록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반직관적으로 계층적 구조는 상호 의존성을 낮추고, 조직 전체가 자리 잡기 전에 조직이 더 큰 규모에 이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적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계층 구조가 미팅 수를 실제로 줄인다. 물론 계층 구조에는 문제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정보가 체인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서 변질될 수 있고, CEO가 일선 현장과 유리될 수 있으며, 위 단계에서 누군가 일을 잘못 수행하면 많은 손실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계층적 구조는 원래 나쁘다고 바로 가정해 버리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상호 의존성을 줄이는 계층 구조의 핵심적인 역할을 놓치는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나타난 한 움직임은 계층적 구조 내의 조직 단위들에 보다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앞르레드 슬론의 위대한 통찰 중 하나로, 그는 자율적인 부서(조직)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슬론은 하나의 자동차 회사 안에 본질적으로 5개의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많은 회사들이 독자적인 손익 책임성을 갖는 보다 자율적인 조직 단위로 옮겨 간 것은 대부분 조직 확대에 따른 복잡성 문제에 대한 대응이었다.
최종적으로 조직을 스핀 오프하거나 회사를 분리함으로써 궁극적인 자율성을 조직에 부여하는 것이 설득력 있을 것이다.
지루함이 더 낫다
카우프만과 그 동료들이 맨 처음 연구를 수행했을 때 비계층적 네트워크들은 각 노드당 평균 1~2개의 연결을 갖는 자연 발생적인 질서를 보여 주지만, 노드당 4개의 연결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는 카오스 상황에 빠진다.(단계적인 연쇄 변화와 복잡성의 불행을 일으킨다) 뒤이어, 물리학자 베르나르 데리다와 제라드 바이스부흐가 상전이가 일어나는 지점을 결정하는 모수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치우침이다.
A와 B가 꺼지면 C도 꺼지는 크리스 마스 전구들 예시
조직적 맥락에서는 이런 치우침을 예측성의 잣대로 간주할 수 있다. 조직의 의사 결정에 예측성이 있다면(크리스마스 전구의 규칙성 같은 것을 말한다), 이 조직은 더 밀도 높은 네트워크를 가지고도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 결정이 예측할 수 없다면 밀도가 덜한 연결, 보다 계층적인 구조, 보다 작은 관리 범위 등이 요구된다.
군대를 예로 들어 보자. 군대처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행동이 중시되는 조직에서는 가령 창조적인 광고 회사보다 더 큰 조직 규모에서도 문제점들을 피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이는 또한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요소들, 가령 사무실 내의 정치나 감성은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규모를 제한하여 규모가 복잡성에 압도될 정도로까지 성장할 수 없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이제 어떻게 하면 기능 장애 조직이 되는지 그 처방을 알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 평평한 계층 조직, 그리고 매우 밀도 높은 상호 연결을 혼합하라. 그러면 무슨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가능성은 거의 제로가 될 것이다.
질서의 선
카우프만과 그 동료들의 연구는 직관과는 다른 통찰력을 제시한다. 델에 대한 IBM의 문제는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에 너무 민감했던 데 있다. 밀도 높은 상호 연결, 혼란스러운 상호 작용을 가진 사업 시스템은 조그만 변화도, 예컨대 "우편으로 컴퓨터를 팔자"와 같은 변화조차 조직 전반에 결쳐 연쇄적 변화를 야기해 큰 문제들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의미했다. 그래서 왜 우편으로 컴퓨터를 팔 수 없는지에 대해 수천 가지의 이유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복잡계 이론을 단순히 은유적 차원에서 해석할 경우 위험한 이유 중 하나이다. 많은 경영학 서적과 논문들이 카오스의 경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질서와 혼돈의 경계선인데, 이 지점에서 자연은 가장 잘 적응하는 상태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개념에 대한 통속적인 해석은 이런 것이다. 조직이 너무 질서 잡힌 체제에 깊이 박혀 버리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으므로 혁신을 더 자극하려면 카오스의 요소를 좀 조직에 집어 넣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과학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실제로 이보다 더 미묘한 것이어서 이와는 다른 의미들을 제시한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카우프만의 전구 네트워크로 다시 돌아가 보자. 만약 각 전구가 다른 전구와 평균 두 번 정도 연결돼 있으면 그 네트워크의 행태는 꽤 질서를 갖춘 상태가 된다. 조그만 변화가 발생한다고 해도 깜박거리는 전구의 패턴에 큰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각 전구를 4개의 다른 전구에 연결하면 그 행태는 크게 달라진다. 네트워크의 어느 한 부분에서 조그만 변화가 있으면(가령, 전구의 패턴을 결정하는, 켰다 껐다 하는 연결 규칙들 중 하나를 조금만 수정하면) 연쇄적 변화로 이어져 전구의 패턴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조직적 맥락에서 이런 연쇄적인 변화들은 상충하는 제약 조건들로 이어진다. 전구당 2개의 연결에서 4개의 연결로 옮겨 가면 네트워크가 경직적이고 변화에 둔감한 상태에서 혼란스럽고 지나치게 변화에 민감한 상태로 갑작스러운 상전이가 일어난다.
진화 시스템은 변화에 대한 중간 수준의 민감도, 다시 말해 앞에서 말한 두 상태의 사이의 범위에 있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만약 진화 시스템이 변화에 너무 둔감해서 변화하지 못하면 환경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스템이 과도하게 변화에 민감하면 조그만 변화라도 커다란 의미를 가지거나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과도한 민감성이 문제인 것은 어떤 시스템이 과거에 성공적이었다면 어떤 큰 변화도 이 조직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큰 변화는 조직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높다.
카우프만은 불리언 네트워크에 있는 각 전구가 평균적으로 2개와 4개 사이의 연결을 가질 때 시스템은 고도로 적응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상태에서 시스템은 구조를 갖춘 큰 섬들로 형성되어 전체적으로 질서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각 구조들의 경계선 주변에서 무질서가 꿈틀대며 조직으로 스며들고 있는 그런 네트워크다.
시스템의 연결 규칙에 조그만 돌연변이는 일반적으로 그 결과도 조그만 변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간혹 작은 변화가 보다 큰 연쇄적인 변화를 불러와 때로는 전체 조직의 성과를 저하시켰고, 때로는 향상시키기도 하였다. 이 특별한 네트워크는 고도로 적응성이 높았지만 노드당 2개에서 4개의 연결은 자연과 인간 조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네트워크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듬성듬성한 그런 연결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때문에 카우프만은 곤란을 겪었다.
그러나 카우프만의 초기 연구 결과를 그 뒤의 계층적 구조와 치우침에 관한 연구들과 결합하면 국면 전환은 6개에서 9개의 노드 범위로 이동한다. 흥미롭게도 불리언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에서 나온 이 수치들은 인간 조직에서 효과적인 워킹 그룹의 규모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꽤 근접한 것이다.
예를 들어 CEO 아래 5~8명, 미국 대법원은 8명의 부심과 1명의 주심을 둔다.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는 5명의 부위원장과 1명의 위원장을 둔다. 어떤 인류학자는 이런 전형적인 구조와 규모는 수렵,채집민으로서의 오랜 진화의 유산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전형적인 워킹 그룹의 규모는 이것이 규모의 경제라는 이점과 복잡성의 불경제 사이에서 균형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그 수준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만약 30명 정도로 구성된 집단들로 나뉘어 그날 들소를 사냥할지, 영양을 사냥할지를 의논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면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오랜 기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부의 기원 진화 (0) | 2025.02.03 |
---|---|
#09 부의 기원 창발성 : 패턴들의 퍼즐 (0) | 2025.02.03 |
#07 부의 기원 행위자들 : 심리 게임 (0) | 2025.02.03 |
#05 부의 기원 큰 그림 : 설탕과 향료 (0) | 2025.02.03 |
#04 부의 기원 비판적 고찰 : 혼란과 쿠바의 자동차 (0) | 2025.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