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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기원 4부. 기업과 사회에 대한 의미

 

 

자연을 지휘하려면 자연에 순응하라.

-프랜시스 베이컨

 

15. 전략 : 진화의 경주

 

인간이 정말 합리적으로 행동할 능력이 있고 충분한 정보를 갖게 된다면, 경제는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전통 경제학의 메시지이다. 정확하게 과학의 미래를 예측하겠다는 꿈은 20세기에 끝났고 경제를 정확하게 예측하겠다는 꿈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접어야 할 것 같다. 경제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며, 동태적이고, 우연한 요인의 변화에 민감한 탓에, 극도로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아니면 예측이 어렵다. 우리가 제아무리 합리적이고 원하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제를 계산하는 데에는 복잡성이 따르기 때문에 예측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미래의 사건은 일어나 버린다.

 

사람들은  CEO들이 특정 사업 전략이 다른 전략에 비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지 여부를 판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어떤 특정한 투자 전략이 다른 전략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우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특정 정책이 다른 정책에 비해 미래 사회의 욕구에 더 잘 부응할지를 결정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사람들은 예측하고 의사 결정을 내린다. 때로는 그것이 옳기도 하고 때로는 틀리기도 한다. 이들은 실험을 하고, 경로를 조정하며 서툴지만 연역적인 추론 방식으로 앞길을 열어 나간다. 그렇다면 복잡계 경제학의 메시지는 우리가 결코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는 말일까?

 

복잡계 경제학은 우리가 우리의 경제적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버렸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한 가지 방편을(우리가 늘 가지고 있었지만 그 가치를 잘 몰랐던) 넘겨주었다. 경제적 진화를 예측하거나 지휘할 수는 없겠지만, 진화를 잘하느냐 잘못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제도와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복잡계 경제학의 메시지는 진화가 우리보다 실제로 더 영리할 수 있고, 우리는 진화에 맞서기보다는 그것을 이해하고 그 힘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 실행을 위한 개입

사업 전략에 대한 초기 정의는 앨프리드 챈들러가 1962년 출간한 고전 <전략과 구조>에 나온다.

 

전략이란 기본적인 장기 목표와 목적,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행동 경로, 그리고 그에 따른 자원 배분에 관한 결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챈들러의 정의는 경영자들이 전략을 정의하는 데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포착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의 출발점으로 적절하다. 첫재, 전략은 본질적으로 미래를 지향한다. 전략을 개발하려면 자신이 미래의 어디에 있기를 원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전략은 바람직한 미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이 설정한 행동 경로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요소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전략 개발의 핵심 내용이다. 계획 수립 과정은 보통 산업의 현 상태를 검토하는 상황 분석에서 시작된다. 그다음, 경영진은 고객, 경쟁자, 기술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추세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시나리오를 예측하며, 예측된 시나리오상에서 바람직한 위치를 평가, 설정한다. 바람직한 위치라 함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말한다. 이러한 위치에서 기업은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

 

모든 전략적 계획에는 이른바 '개입'이 수반된다. 코르테스는 자신들이 타고 온 배를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그러 인해 이들은 내륙으로 전진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개입이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구축하려면 약속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약속이 필요치 않은 위치는 모방이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소매업체가 또 다른 소매업체를 따라 세일 행사를 여는 것은 쉽지만 "매일 싼 가격으로"라고 약속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전략의 위험성은 바로 이러한 약속에 따른 의사 결정의 비가역성 때문이다. 전략적 결정이 되돌리기 쉽거나 되돌리는 데 비용이 적게 든다면, 그러한 전략에는 아무 위험도 없을 것이다. 즉, 비가역성 없이는 부의 창출도 없다. 부의 창출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 또한 비가역성이다.

 

따라서 전략에 대한 표준적 접근 방법은 두 가지 가정에 의존한다. 첫째, 미래에 어떤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매일같이 이러한 가정을 믿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가정 모두 틀렸다.

 

 

2,700억 달러 동결 사건

만약 하잘것없는 우연한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면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해 보는 대안 역사를 취미 삼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 어린 황태자 빌헬름 이야기... 많은 사람들은 만약 그때 애니의 손이 약간만 떨렸어도 제1차 세계대전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의 역사가 보잘것없는 손의 떨림으로 인해 송두리째 뒤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그 사건이 지닌 중대성을 알지 못했다.

 

복잡 적응 시스템의 비선형적, 동태적 성격은 비록 그러한 사건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그로 인해 역사의 경로에 나타나는 차이는 매우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킨달이 개발한 CP/M 운영 체제는 소형 컴퓨터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표준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킨달은 IBM의 대단한 구애에 의심을 품었고, IBM이 만나려고 하자 그는 열기구 여행을 떠나 버렸다. 심지어 기밀 준수 합의서조차 서명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자신의 부인과 변호사만 보내 IBM 경영진과 만나 이야기 하도록 하였다. 낙담한 IBM 경영진은 게이츠에게 돌아와서 그에게 OS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 OS를 만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게이츠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게이츠는  5만 달러에 Q-DOS에 대한 라이선스를 얻은 후, 이를 수정하여 MS-DOS라는 이름으로 IBM에 다시 라이선스를 주었다. 최종 문안에 합의할 즈음 게이츠가 약간의 변경을 요구 했다. 그는 자신의 DOS를 MS-DOS라는 명칭의 버전으로 IBM 이외의 컴퓨터에도 판매할 권리를 갖기를 원했다. IBM은 게이츠의 요구에 응했다.

 

이 일화는 동결된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만약 킨달이 열기구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만약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츠가 Q-DOS에 대한 라이선스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게이츠가 계약서에서 최종 문안을 변경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하잘것없는 사건 중 어느 하나라도 변하였다면 기업 역사의 방향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러한 사건들이 얼마나 큰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지 예측하지 못했다.

 

 

미래는 과거의 재판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모형화할 때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을 무작위적인 것으로 모형화한다. 이는 무작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면 연구자는 통계 법칙을 사용하여 무작위 시스템에 관한 예측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 이야기에서 본 불확실성의 유형은 우리가 8장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매우 이례적이거나 매우 무작위적이지 않은 그런 종류이다. 무작위적 사건도 하나의 역할을 하지만(이쪽에서는 손가락의 떨림, 저쪽에서는 우연한 회의 등) 작은 사건이 역사를 바꾸는 결과로 확대되는 것은 바로 시스템 그 자체의 비선형적이고 동태적인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형의 불확실성이 갖는 특성은 정상적인 무작위성이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대로 뚝뚝 끊어지는 단속 균형과 거듭제곱 법칙에 의해 보다 명확히 설명된다.

 

이른바 복잡 적응 시스템 안에서 단속 균형과 거듭제곱 법칙의 결합은 사람들을 달래서 자신감을 심어 주고 나서는 엄청난 놀라움을 주기 위해 거의 극악한 방식으로 설계된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그러한 패턴에 의거하여 미래를 추정함으로써 예측을 행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의 경우 이러한 방법은 상당히 효과가 있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화는 우리의 뇌를 그러한 방향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로 세상은 꽤 안정적이다. 전통적인 전략 분석으로부터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상당히 정확한 단기 예측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속점 사이의 '안정적인' 시기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면 예측 가능성에 관해 오인할 수 있다. 사실 '안정적인' 산업만큼 위험천만한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거듭제곱 법칙의 존재는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한 모형에 따라 형성된 기대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산업마다 반복해서 일어났다. 젊은 신생 기업이 성공을 거두고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진들은 자기들의 패턴 인식 틀을 통해 지금까지 거둔 성공을 뒤돌아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 우리가 이 산업을 이해했던 거죠." 이회사의 경영진은 이제 현재의 패턴에 근거하여 미래를 추정하고 전략적 계획을 수립한다.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회사는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영진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의 내용과 사업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 더욱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애니의 손이 떨리는 데도(신기술이 개발되거나 경쟁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소비자의 취향이 변하기 시작하는 경우) 최고 경영진은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역사는 길을 바꾸었고 세계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우선 회사 경영진의 패턴 인식 구조는 이러한 변화가 정말 일어난 것인지 믿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문제가 '일시적 변이'라고 믿으면서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들은 자신의 산업을 오랜 기간 동안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보다 많은 증거를 기다리는 동안, 세계는 계속 변화하고 변화의 눈사태는 가속화한다. 회사는 이제 단속점의 중간에 놓이게 되고, 갑작스럽게 경영진은 새로운 게임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릇된 사고의 틀, 그릇된 자산, 그리고 그릇된 기술에 얽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다행히도 운이 좋아서 변화가 그다지 크거나 빠르지 않아 이 어려움을 헤치고 생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변화가 크고 빠르게 진행된다면 이 회사는 사멸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한 누군가에게 먹히게 된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전략적 계획은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고 전략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의 미래는 거의 무한한 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일련의 동결 사건들이 우리의 진로 결정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동시에 변화의 불연속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우리의 패턴 인식틀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안정적인 것으로 오판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부터 알게 되겠지만 더 암담한 것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은 고작해야 전체 싸움의 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신화

19세기 기술혁신과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으로 이 회사가 지닌 어마어마한 경쟁 우위의 장벽이 붕괴되고 말았다.

 

모든 경쟁 우위는 일시적이다. 일부 우위는 다른 우위에 비해 오래 지속되지만 모든 우위의 원천은 한정된 '유통 기간'을 갖는다. 

 

정작 흥미로운 것은 저자의 서가 정반대편에 꽂혀 있는 '왜 위대한 기업들이 실패하는가' 류의 책들이다. 이러한 책들은 한때 성공을 거두었던 대기업들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그리고 산업을 뒤바꾸는 혁신, 장애가 되는 관료제, 그리고 오만이 한때 강력했던 제도를 어떻게 완전히 망하게 했는지에 관한 무서운 이야기들을 전한다. 이런 냉혹한 운명을 피하려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대기업의 힘을 신생 기업의 민첩함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고 있는 와중에도, 분명히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구축하고 장기간에 걸쳐 높은 실적을 유지하는 일부 '탁월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보다 장기적인 시간 틀에서 이들을 보면 '탁월한 기업' 부류의 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와 영속적인 높은 실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이야기들은 경쟁 우위의 일시적 성격, 그리고 기업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시장의 믿기 힘든 역동성에 관한 설명이라고 보아야 한다.

 

 

전략은 진화의 경주

위긴스와 뤼플리는 경쟁 우위에 관한 문제를 통계적으로 다루었다. 이들은 많은 '탁월한 기업' 부류의 연구가 범하는 두 가지 공통적인 오류를 해결했다. 첫째, 최고 기업들 중에서 성과 우량 기업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확인했다. 큰 방에 사람들이 모여 동전을 던지면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계속해서 앞면이 나올 것이다. 자신들이 관찰한 양상이 단순히 운 때문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둘째, 5년 주기로 나누어 관찰함으로써 이들은 또한 실적이 그저 호조를 보인 몇 년의 기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조사된 특정 시간대에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진정한 경쟁 우위는 희소한 동시에 비교적 수명도 짧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긴스와 뤼플리는 또한 안전하고, 안정적인 산업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광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위긴스와 뤼플리의 연구가 전통 경제학에 기초한 전략 개념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들이 확인한 양상은 진화생물학자들에게는 결코 놀라운 일이 못 된다. 경쟁 우위가 희소하고 수명이 짧기는 생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게 바로 진화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생물계에서 종은 서로 간 끊임없는 공진화적 군비 경쟁속에 엮여 있다. 포식 동물들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진화한다면, 그 먹이들은 더 나은 위장술을 발휘하도록 진화되고, 다시 포식 동물들의 후각이 더 예민해질 수 있도록 진화하는 등, 진화의 피곤한 여정은 휴식도 없이 무한히 진행된다.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종적인 답변은 없었다. 성공적인 죄수의 딜레마 전략은 필연적으로 다른 전략으로부터 대응과 혁신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전략의 생태 체계를 변화시키고 따라서 승리 전략을 구성하는 요소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도록 만든다. 진화 시스템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일시적인 우위의 새로운 원천을 창출하려는 끝없는 경주만이 있을 뿐이다.

 

위긴스와 뤼플리는 이러한 유형의 기업들에 관한 증거를 찾아냈다. 탁월함을 반복하는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기업의 수는 매우 적지만 사긴이 경과함에 따라 약간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아마도 경쟁의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기업들이 반복적인 혁신자가 되는 방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혁신하지 않는 기업, 혁신하는 시장

해넌과 프리먼은 시장의 '조직 생태'에 관한 일련의 이정표적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서 얻어진 증거들로 시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혁신과 변화가 존재하는 반면 개별 기업의 수준에서는 변화가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의 결론은 경제의 변화는 개별 기업의 적응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과 퇴출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평균 실적을 상승시키는 것은 바로 지속적으로 진입하는 신규 기업들 때문이다. 우리는 시장 경제라는 진화 시스템에서 사업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자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논의한 바 있다.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각 사업은 사업 계획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이며 일부는 성공을 거두어 확산되는 반면 일부는 실패해서 사라진다.

 

따라서 사업 계획을 실행하는 기업도 그 사업의 운명과 같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는 사업 계획을 차별화하고 선택하며 확산하는 과정이 폐쇄된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보다 시장에서 보다 원할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포스터와 캐플런이 언급했듯이 '시장은 기업보다 더 많은 놀라움과 혁신을 창출한다'.

 

기업은 인간의 모든 단점과 편견을 지닌 이른바 빅맨에 좌우되는 계층 구조인 반면, 시장은 거의 순수한 진화 기계와 같다. 기업은 시장이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사업 계획을 결코 갖지 못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지금까지 나는 상당히 침울한 그림을 그려왔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보다 잘할 수는 없는가?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적응력이 뛰어난 기업을 설계할 수 있는가? 그리고 구체적으로 우리는 예측의 문제를 피하면서 전략에 대하여 보다 확고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접근 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가?

 

 

실험 포트폴리오로서의 전략

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사방으로 둘러싼 벽 안으로 진화를 들여와서 그 안에서 차별화, 선택 그리고 확산이라는 물레로 실을 짜게 만드는 것이다. 전략을 미래 예측에 근거한 단일의 계획으로 간주하기보다 여러 실험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 즉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로 경쟁하며 진화하는 일단의 사업 계획 집단으로 간주해야 한다.

 

게이츠가 창출한 것은 집중적인 한 판의 도박이 아니라 전략적 대안들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였다. 게이츠가 한 일을 해석하자면 그는 우선 최고의  PC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는 높은 수준의 열망을 설정했고, 그다음에는 그러한 목표가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실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쓰기보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사 밖에서 진행 중인 진화적 경쟁을 반영해 회사 내부에 서로 경쟁을 벌이는 일련의 사업 계획 집단을 창출했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미래를 향해 진화해 나아갈 수 있었다. 

 

당시 게이츠는 이러한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 때문에 큰 비난을 받았다. 저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무 전략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혼란스럽게 표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빌 게이츠가 진화론에 기대고 있었다거나 이러한 전략을 구성하면서 적합도 지형을 생각해 보았다는 정황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법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되었는가라는 물음과는 무관하게 그 결과는 변덕스러운 역사를 상대로 견고한 적응 전략을 창출한 것이다.

 

우리는 전략에 대한 실험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에서 몇 가지 일반적인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전략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경영진 내부에 현 상황에 대한 공통의 이해와 공유하는 열망이 있어야 한다. 둘째, 사업 계획을 차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사업 계획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사업 계획은 확산되고 성공하지 못한 계획은 폐기되는 과정이 확립되어야 한다.

 

 

문맥 : 준비된 마음가짐

전략적 계획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주장한 그는 다음 날 전략적 계획을 만드는 데 왜 그렇게 큰 노력을 기울이는지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계획을 믿지 않는다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준비된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지."

 

그가 설명한 대로 그와 그의 팀은 미래에 대한 예언 같은 예측을 위해 전통적 전략 분석 기법을 활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실시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자신들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불확실성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법을 사용했다. 논의가 계속되면서, 그는 전략적 계획 실험이 고위 간부들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설명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공통의 준거 틀, 핵심 사안에 대한 이해 공유, 그리고 상호 간의 대화를 위한 언어를 제공한다고 했다.

 

GE 캐피털의 전임 고위 경영자였던 한 사람은 나에게 기업 인수 계획과 관련하여 비슷한 철학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전략적 계획의 요체는 미래 예측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도록 하는 학습으로 보았다.

 

만약 기업 X가 매각을 제의한다면 그의 팀은 다른 어느 팀보다 빠르게 그리고 우발적 사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그 제안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음으로써 성공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그의 팀 구성원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이미 시장에 대한 모든 논의를 거쳤고, 기업 X 에 대해 많은 사항을 알고 있으며, 기업 X가 자기 회사에 어떠한 경제적 영향을 줄 것인지 등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이러한 기업 인수가 자신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관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들은 준비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전략 계획의 목적은 미래 예측에 근거해 단일 목표의 5개년 계획에 대하여 '답'을 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마음가짐'을 창출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과정이 학습보다는 계획 수립과 의사 결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학습에 초점을 맞춘 계획 과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과정의 초점을 주요 의사 결정자들 간의 심층적 논의와 논쟁을 구조화하는 데 두어야 한다. 전형적인 계획 과정은 사전에 미리 짜놓은 겉만 번지르르한 회의에서 부하 직원이 고위 의사 결정자에게 슬라이드로 설명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회의에서는 아무런 학습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위 의사 결정자들이 만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열정적으로 문제와(그리고 경우에 따러서는 상대와) 씨름하는 포럼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둘째, 그 과정은 반드시 사실 및 분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단순히 의견만을 테이블에 가져다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회의실에 들어올 때와 동일한 생각의 틀을 가지고 회의실을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전략에 관한 대화를 주도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참모 및 전문가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고위 경영자 스스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 과정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 공통의 사실에 근거한 이해의 공유가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셋째, 의사 결정을 위한 별도의 포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예산, 목표 설정 및 자원 배분에 관한 단기적인 의사 결정들이 전략 과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면 학습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차별화 : 여러분의 전략 나무는 얼마나 무성한가?

일반적인 전략 계획 과정은 전략적 의사 결정 나무에서 가지를 쳐내고, 대안을 제거해 나가며, 선택하고 개입을 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전략에 대한 진화적 접근 방법은 대안을 창출하고 대안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며, 특정 시점에서 가능한 최대로 가능성의 나무가 무성해지도록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대안은 가치가 있다. 진화하는 전략적 실험 포트폴리오는 경영진에서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그것들 중 일부가 옳을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진화는 사업 계획의 과임신 현상을 필요로 한다. 넘칠 정도로 충분한 사업 계획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어떠한 기업도 시장 전체에 존재하는 사업 계획의 다양성에 필적하지는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오히려 그 반대 극단에서 운영되고 있다.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방향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진화적 전략은 산지사방으로 동시에 움직이면서 위험이 수반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사람들에 관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실행에 관한 피드백 고리는 엄격하고 측정 가능하다. 이에 비해 전략의 진화에 관한 피드백 고리는 측정하기가 어렵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해가 걸린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중복을 싫어하지만 다양성은 그 정의상 중복, 중첩 및 잉여 능력을 필요로 한다.

 

충분한 실험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창출하는 것 외에도 진화적 탐색 과정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 계획들을 앞서 살펴보았던 적합도 지형 전반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생물의 경우, 돌연변이와 짝짓기가 혼재되어 짧은 점프와 긴 점프가 혼합된다. 사업 계획의 적합도 지형에서 '점프의 거리'를 고려할 때 우리는 위험, 관계 그리고 시간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위험은 특정한 전략적 실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불확실성과 개입의 비가역성 정도를 지칭한다. 관계는 사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험, 기술 및 자산으로부터 실험이 얼마나 멀리 또는 얼마나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시간은 실험으로부터 성과를 얻게 되는 기대 시간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 계획의 다양성은 사업의 다양성과 똑같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제한된 수의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들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와 매우 다르다. 내 얘기는 하나의 사업 내에서 여러 전략으로 이루어진 전략 포트폴리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 압력 : 열망의 설정

사업 계획 선택은 많은 기업들이 고심하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이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작동하는 선택 압력을 반영하려고 하지만 일단 시장으로부터 나온 신호가 회사의 장벽 안으로 들어오면, 한 고위 경영자가 말한 것처럼, 마치 "유령의 집에 달려 있는 거울"처럼 왜곡될 수 있다. 회사 내부에는, "이것은 CEO가 좋아하는 아이디어이고, 만약 이것이 선택되지 않는다면 그의 체면이 크게 상하게 될 것"이라든가, "이것은 우리 사업부의 전문 분야"라는 말과 같이, 시장에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 여러 가지 선택 압력이 회사 내부에 존재한다.

 

이러한 왜곡은 현실 세계의 인간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는 흔히 있는 일일 따름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무수한 편견 및 지각 오류에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계층 구조에서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인간의 약점은 필연적으로 조직이 시장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유령의 집 효과를 억제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시장으로부터 조직으로 유입되는 정보의 양, 질 그리고 속도를 향상시키라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CEO와 고위 경영진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 내에서 선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종류의 행동과 의사 결정이 보상을 받을 것인지를 알려주는일단의 신호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신호는 필연적으로 어떠한 유형의 계획이 지지를 얻고 어떠한 유형의 계획이 그렇지 못할지에 관한 이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부 선택 환경을 주의 깊게 그리고 세심하게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선택 환경을 조성하는 한 가지 중요한 수단은 회사의 열망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사명, 비전, 가치 그리고 기타 열망에 관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열망은 본사 벽에 걸린 형형색색의 포스터 위에만 존재할 뿐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로 행하는 일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의 신호를 자기 조직 내부로 투사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회사의 열망을 활용할 줄 아는 경영자는 많지 않다.

 

열망이 사업 계획 선택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첫째, 열망은 반드시 조직 내 여러 구성원들의 뇌리에 심어져 있어야 한다. 효과가 있는 열망은 '사람들을 참여시킨다'. 그러한 열망은 가시적이고 힘을 북돋우며 초점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보고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래서 긴 설명이 필요 없거나 아예 설명이 없어도 알 수 있어야 한다. 말만으로는 특정한 열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지지 않는다. 웰치는 1등 아니면 2등이라는 아이디어를 보상 제도, 성과 평가 및 사업부 평가와 연계시켰고, 지나칠 정도로 자주 이에 관해 이야기했다. 간단히 말해서, 웰치는 열망을 중심으로 선택 환경을 조성했고, 따라서 수천 명의 직원들의 생각, 그리고 어떤 사업 계획이 살아남고 어떤 것이 사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수십만 개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 열망은 반드시 외부 세계가 조직에 부과하는 선택 압력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을 포착해야 한다. '1위 아니면 2위'라는 열망은 웰치가 그러한 외부적 선택 압력(GE는 붕괴 직전이였고 주주로 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음)을 수용하고 이를 해석하여 다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감정에 호소하며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 안에 투사하기 위해 만든 방법이었다. 

 

셋째, 열망을 형성할 때는 한 가지 중요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열망은 선택 압력을 느끼게 할 만큼 충분히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미래 예측 능력을 필요로 할 만큼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성공적인 비전은 충분히 일반적이어서 이러한 목표가 어떻게 달성될 것인지에 관해 수많은 연역적 실험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열망은 회사를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만들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며, 실험 정신을 장려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진화 시스템의 관점에서 적합도 지형에서의 정체는 바로 멸종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어떠한 열망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외부 환경에서의 선택 압력이 변화하면 그에 따라 내부 선택 압력의 원천이 되는 열망 또한 바뀌어야 한다. 

 

 

확장 : 꿀벌처럼 무리 짓기

기업이 역경을 헤치고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를 개발, 선택하더라도 그러한 사업 아이디어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인력 및 자본 풀과 비교할 때 기업의 경우 자산의 공급에 한계가 있다. 

 

전략에 대한 진화적 접근 방법은 가능한 한 전략 나무를 무성하게 하고 다양한 대안들이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가역성(부 창출의 첫 번째 G-R조건)을 영원히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정 시점에는 돌이키기 어렵더라도 전략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 조직은 계층 구조이기 때문에 고위 경영진은 반드시 최종적으로 적극적인 약속을 표명하고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진화의 맥락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가?

 

꿀벌들은 좋은 화밀의 원천을 찾기 위해 탐색 패턴으로 벌집에서 퍼져 나간다. 꿀벌 한 마리가 화밀을 발견하면 벌집으로 돌아와 다른 꿀벌들 앞에서 8자 모양의 춤을 춘다. 화밀이 많을수록 춤은 더욱 격렬하다. (꿀벌 예시 생략)

 

꿀벌의 비유를 계속하자면, 성공적인 확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화밀'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것이 실험 포트폴리오 속에 있어야 하고, 매력적인 기회로 무리 지어 이동하려면 주변에 남아 있는 '꿀벌들'이 있어야 하고, 상황이 변화하면 한 '꽃밭'에서 다음 꽃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어떠한 사업이 유망하고 어떠한 사업이 그렇지 않은지를 알아야 한다. 실험 포트폴리오 속에는 분명히 명시적인 시장 피드백 메커니즘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사업 계획은 반드시 명확하고 신중하게 성과가 평가되어야 하고, 가능한 한 실시간에 가까운 시간에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진화가 적동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실험에 필요한 여유 능력(예컨대, 무리를 지을 꿀벌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실험 간 자원 배분은 상당히 유연하고 실시간으로 변경 가능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피드백, 분권화된 의사 결정은 이들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실시간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다지 유용성이 없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너무 느리기 때문에 자원 배분이 실시간에 가깝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원 배분 재량권을 조직의 하부에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원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에서는 메커니즘으로 자동 자원 배분이 될 수 있고 실시간이 가능하다.)

 

 

적응적 사고방식

미래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인정하면, 예측과 계획보다 학습과 적응을 강조하려면 용감한 경영자가 필요하다. 사실상 사람의 사고방식이야말로 전략에 대한 적응적 접근 방법을 창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혁신을 위해 규모가 크고 위험성이 높은 내기를 하기보다는 낮은 내기들을 받아들이고 오로지 가능성이 있을 때 크게 내기를 걸어라. 고위 경영자가 전략적 실험의 결과까지 반드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험을 창출하고, 선택하며, 확장하는 과정은 통제할 수 있다.

 

적응적 사고방식은 많은 측면에서, 미래 비전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접근과는 정반대이다. 적응적 사고방식은 매우 실용적이다. 이는 내일에 관한 추측보다는 오늘에 관한 확실한 사실을 중요시하고,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실행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큰 실패보다는 많은 수의 작은 실패들을 선호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경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BP의 CEO 브라운 경은 이 과정을 "각 단계는 바로 전 단계 위에 구축되며 사전에 정해진 계획이 없는 일련의 단계이다. 우리는 필요한 일을 했고 성과를 내든 문제에 봉착하든 우리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라고 설명 했다. 그리고 그룹의 부회장인 로드니 체이스는 "그것은 직선이 아니었다. 우리는 실수를 범했고, 모든 일이 제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하면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실수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다."라고 덧붙였다.

 

 

 

16. 조직 : 사고하는 사람들의 사회

 

웨스팅하우스와 GE는 20세기 초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였다. 1970년대 전후 경제 호황이 끝나자 이 두 거대 기업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웨스팅하우스의 성장은 정체되었고 이익률은 떨어졌으며 회사는 거대한 관료 조직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회사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GE의 경우에는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회적 구조와 적응 능력

같은 제조업을 하였고,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거의 동일한 전략적인 입장에 있던 이 두 회사가 어떻게 하여 각기 다른 흥망의 길을 걷게 되었는가?  

 

GE는 여러 번 변신을 거듭하였다. GE는 강한 문화와 가치를 지닌 조직으로 성장 하였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는 그러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을 한 적이 없었다. 웰치는 그러한 문화의 배경으로서 GE의 사람, 구조, 그리고 문화의 결합을 GE의 '사회적 구조'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는 GE의 생존과 성공의 능력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다고 믿었다. 그는 그러한 사회적 구조야말로 어떠한 경쟁사도 만들어 내기 어려운 GE만의 특징이라고 믿었다.

 

이 장의 주제는 한 기업의 사회적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 그 조직의 생존력을 결정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구조가 다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 조직에서 개별 사람들의 행태
  •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람과 자원을 배분하는 구조와 과정
  • 조직 내의 사람들이 서로 간 그리고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되는 문화

그러나 효과적인 사회적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이해하기 전에 어떤 조직은 왜 변화에 저항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진화적 관점에서 조직이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지 보기로 한다. 그다음에 조직들의 당면한 변화를 저해하는 몇 가지 뿌리 깊은 장애 요인을 찾아 내려고 한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기업의 사회적 구조를 어떻게 디자인해야만 이러한 저해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특히 하드웨어적 구조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문화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더 미치는 경우 어떠한 사회적 구조가 더 유리한지 살펴볼 것이다. 기업은 매우 효과적인 사회적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내부적으로 진화를 촉진하고 '진화적 확장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다.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도 어떤 사회적 구조를 구축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서의 조직

조직은 복잡 적응 시스템이다.

조직은 동태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개별적인 행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행위자들의 행태 규칙과 상호 작용의 네트워크는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하며, 행위자 간의 상호 작용에 따라 거시적인 차원에서 창발적인 행태가 형성되어 나타난다.

 

"포드의 분기 실적이 좋았다." 혹은 "소니는 혁신적인 기업이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회사들의 사원 수 만 명의 행동과 상호 작용이 만들어 낸 결과로 보는 것이다. 기업은 복합 적응 시스템이며 규모가 더 큰 국가 경제라는 복잡 적응 시스템 내에서 활동한다.

 

교통 체증에 갇힌 사람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했을 때 분류된 각 그룹을 복잡 적응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조직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이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조직은 목표 지향적이고 경계가 분명하며 인간 활동의 사회적 구조체이다.

 

다시 말해서, 조직은 목적을 위하여 디자인되고 구축된 것이다. 조직의 목표는 조직원에게 행동의 동기가 된다. 즉, 어떤 바람직한 상태를 조직의 목적으로 정하고 이러한 상태와 현재 상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채우도록 구성원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가 존재한다는 것과 힘을 합하여 노력한다는 것은 바로 조직과 단순한 사람들의 모임(교통 체증, 친구들 모임 등)을 구분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조직은 경계가 분명하다.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조직은 열린 열역학 시스템이다. 조직에는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가 있으며, 조직의 목적은 외부 환경에 비해서 높은 내부의 엔트로피를 낮추도록 하는 조직 구성원의 노력을 독려한다.

 

결국 알드리치가 말하듯이 "조직은 원재료, 정보, 혹은 사람을 활용하여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활동 시스템들을 갖고 있다." 조직은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열역학적으로,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변환시키는 일을 수행한다. 그럼으로써 높은 엔트로피의 투입을 낮은 엔트로피의 산출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한 변환은 조직의 목표에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조직을 적합한 질서 혹은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

3부에서 사업이란 경제적 진화 과정에서의 상호 작용자라고 한 바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이익을 창출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사업 계획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앞에서 협력이란 하나 더하기 하나를 셋으로 만드는 논제로섬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과업과 협력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같이 이루어 냄으로써 그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조차 왜 우리가 뭉쳐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되지만 왜 우리가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코스는 사람들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조직을 만든다고 하였다. 만약 반복적으로 같이 일하고자 하는데 그런 계약을 계속 반복해서 체결한다면 여러 가지 비용이 계속 들어갈 것이다. 그 경우에는 어떤 형태의 장기적인 조직적 관계를 만들어 같이 일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이러한 코스의 아이디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조직은 어떤 경우에는 협력의 메커니즘으로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개별 계약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사업 계획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된다. 요약하면, 조직은 사업 계획 공간을 활용하는 더 유용한 수단이며, 따라서 부의 창출에서도 더욱더 효과적인 수단이다. 조직을 만드는 데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계약의 불완전성'이다. 둘째, '투자 자산의 억류 현상'이다. 앞에서 본 대로 부의 창출은 불가역적인 자원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간혹 그러한 개입은 특정한 자산에 대한 투자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러한 자산은 생산 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고안된다. 그래서 다른 용도에는 쓸모가 없다. 이 자산은 다른 용도에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계약이 깨지면 자산 자체의 가치가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 자산을 공동 소유화하고 그들 간에 이윤 배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조직은 특정 자산에 투자해서 돌이키기 어려운 개입을 하는 위험을 줄일 수가 있다.

 

셋째, 조직은 특정한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제공한다. 넷째, 조직은 집단 학습을 가능케 한다. 우리는 학습을 개별적인 활동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피에르 그라세는 조직도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인간 조직은 복잡하기 때문에 동물학자인 그라세는 매우 간단한 형태의 조직을 갖고 실험을 하였다. 그의 실험 대상은 불개미였다. 불개미의 지적 능력은 높지 않고 상호 간 의사소통 능력도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집단적인 작업을 배웠는지 그라세는 놀랐다. 불개미의 활동을 관찰한 결과 그라세는 불개미가 공동의 작품을 통하여 일하는 방법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기본적으로 불개미는 기둥(그들의 공동 작품)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를 읽어 내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둥이 낮으면 흙을 더 쌓아 올리고, 기둥이 높으면 다른 작업장으로 옮겨 간다. 그리고 기둥이 있는 곳으로부터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다른 기둥을 세우지 않는다. 이러한 학습 형태를 '스티머지'라고 명명 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서로 협력하여 정보가 내재된 인공재를 만들고 내재된 정보의 신호에 따라 행동한다.  결국 설계도는 집단 학습 과정을 거쳐서 수정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설계도(협업의 결과물)에는 정보가 내재되며 집단 학습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조직은 행위자가 변하더라도 집단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여러 가지 문서, 도표, 컴퓨터, 그리고 다른 물리적인 인공재를 가지고 있다. 조직은 도식들(사업 계획들)의 저장고, 혹은 이것들에 대한 집단 메모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학습과 적응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학습은 툭정한 목적을 염두에 둔 지식의 획득을 의미하는 반면, 적응은 환경으로부터 받는 선택의 압력에 대응하여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적응을 위해서는 지식의 획득이 필요하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학습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학습과 적응 사이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논리상 필요하다. 다음에 보겠지만 조직은 대개 학습 능력이 좋은 반면 적응에는 문제가 많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조직은 개별적으로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다양한 사업 계획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조직화하는 방법(사회적 기술)이 진화하면서 우리는 더 복잡하고 세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다시 더 복잡하고 부를 창조해 내는 그런 사업 계획을 발견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실행과 적응

모든 경제 조직은 두 가지 기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즉, 오늘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 현재 사업 계획을 추진해야 하며, 또 내일의 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실행과 적응은 진화 시스템의 모든 디자인에 필수적인 행위이다. 제2의 열역학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현재 환경에서 자기의 강점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말하자면 벌어들이는 칼로리가 소모된 칼로리보다 높아야 하며, 벌어들인 돈이 쓴 돈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진화 시스템에서 전략의 수명은 짧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항상 모색해야 하며, 그게 아니면 환경이 변할 때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실행과 적응의 과정에서는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화의 시스템에서는 긴장이 존재한다(경쟁이 불가피하다). 

 

얼마나 많은 자원을 오늘의 생존을 위해서 사용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내일의 생존을 위해 써야 할 것인가? 기업 조직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돈, 사람, CEO의 시간과 같은 자원 배분을 놓고, 단기적인 사업 수행이라는 수요와 장기적인 투자 및 혁신에 대한 수요 간에 경쟁이 항상 존재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는 조직이란 일은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적응은 느슨하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통제와 창의성 모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조적 파괴>에서 실행과 혁신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혁신을 통한 승리>에서 이 둘을 다 할 수 있는 양손잡이의 조직 모델을 제시하였다.

 

1991년 제임스 마치는 한 논문에서 탐색과 활용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 이들 저자들의 표현방법이나 의미하는 바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상반되는 도전에 대응하는 주제로서 음양의 원리를 원용하였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앞장에서 보았듯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적응'보다는 '실행'에 더 능숙한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매우 당연한 현상으로 보고 경제적인 진화는 시장이 담당할 몫이고 기업이라는 조직은 단순한 실행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시장은 탐색하고 기업은 활용토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내부의 적응이 잘되면 잘될수록 사회적인 부담은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다. 

 

왜냐하면 기업이 망하거나 실업이 발생했을 때 초래될 사회적 마찰이 그러한 적응을 통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적응에 실패하면 개인들과 지역 사회에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적응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조직, 비영리 단체로부터 정부, 군사 조직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똑같이 중요한 문제이다.

 

조직이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하였으므로 이제 조직이 왜 미래의 적응보다 현재의 실행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조직이라는 복잡 적응 시스템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이를 논의하고자 한다.

  • 개별 행위자 차원 : 개별 행위자들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심적, 정신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 조직 구조 차원 : 어떻게 계층 조직, 복잡성, 그리고 자원의 구성이 적응을 저해하는가?
  • 창발성 : 기업 문화가 창발적인 조직 행태와 관련하여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이러한 세 가지 이슈는 우리가 앞에서 본 사회적 구조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행태, 구조, 그리고 문화라는 세 가지 요소와 일맥상통한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구조의 목적은 이러한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의 저해 요소를 해소하며 조직으로 하여금 단기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진화 과정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해주는 것이다.

 

 

개인1 : 장밋빛 술잔을 통해 본 인간

조직의 적응 능력은 부분적으로 구성원의 적응 능력과 관련이 있다. CEO가 아무리 바꾸고자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젊은 관리자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더라도 경영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변화한다는 것은 도전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지과학에서는 사람이란 자기의 사고 틀을 통해 학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란 기존의 사고 틀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는 능력은 있지만 사고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은 자기의 방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적응 능력이 취약한 데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람들은 과도하게 낙관하는 경향이 있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둘째, 사람들은 손실을 싫어해서 천성적으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 셋째, 사람들은 고착된 세계관이나 사고 구조 때문에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한다. 넷째, 변화의 단속 균형이 말해 주듯이 사람들은 안주하는 성향 때문에 유연한 리더십보다는 경직된 리더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사고의 틀을 바꾸려면 변화의 필요성을 먼저 느껴야 한다. 그러한 필요성은 자기들이 설정한 목표와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다른가를 느낌으로 촉발된다. 더욱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자신이 바꾸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과도한 낙관주의적 경향은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된다.

 

낙관적인 사람이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다. 낙관주의자들과 일하기는 편하고 재미있는 반면에 비관론자들은 대체로 충성심이 없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나쁜 뉴스를 갖고 오는 사람은 왕따가 되거나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무시당하기가 십상이다. 비관적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낙관적인 의견이 칭찬을 받으면 조직의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조직원들의 낙관주의적 편견이 모여 대세가 되고 조직은 그로 인해 미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상층부로 갈수록 낙관주의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관주의자들은 현실주의자들보다 변화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기업에 있어서 적응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로발로와 카너먼은 이에 대해 외부의 견해와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받아들여서 활용하라 권유를 하였다. 웰치의 원칙 중 하나는 관리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개인2 : 적응력과 손실 회피

적응 능력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이기면 1500달러를 받고, 지면 1000달러를 내야 하는 동전던지기 게임이 있다고 하자. 전통 경제학에 의하면 그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 결정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달러를 잃는 것은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금전적 상황에서만이 아니다. 대중 연설 기회가 있을 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얼마나 정확히 전달하느냐보다 혹시 바보스럽게 보이지 않을까에 더 신경 쓰는 것도 같은 경우다.

 

손실을 두려워하는 일반적 경향으로 인하여 기업은 새로운 것을 탐색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것을 활용하는 데 더욱 열을 올리게 된다. 탐색이라는 것은 그 뜻으로 보아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또 다른 미묘한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위험성을 판단하는 데 사람들은 절대적 기준보다는 상대적 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CEO의 1억달러 손실과 중간 관리자의 1백만 달러 손실은 비슷한 고통을 받는다. 도박사의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조직의 계층 구조의 하부에서 결정하는 소규모 사업에서는 과도하게 위험 회피적이고 상층부에서 결정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위험 회피 장치가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앞 장에서 우리는 위험도가 다른 소규모 프로젝트에 대하여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때 진화가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았다. 중간 관리자와 하급 관리자들에게 소규모 사업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묻지 않으면 소규모 사업들에 대한 실험이 가능할 것이고, 따라서 기업의 적응 늘력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3 : 경험의 가치

6장에서 인간의 사고 모델이 어떻게 기본적인 계층 구조로 굳어지는지에 대한 인지과학자 존 홀란드와 그의 동료들의 설명을 살펴본적이 있다. 먼저 개념들은 사고의 계층적 구조로 서로 묶인다.(예 : '작고, 푸른색, 윙 소리에 해당하는 물체는 파리') 그리고 우리의 의사 결정과 행동 규칙들은 구체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에는 활용하지만 정보가 불확실할 때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에 의존하게 된다.

 

기본적인 사고의 계층 구조는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에도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구체적인 정보와 경험이 쌓이면서 행동을 더욱 세밀하게 조절하고 또 학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구조에서 경험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젊고 경험이 없을 때 기본적 사고의 계층 구조는 아주 얇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세상이 구체적이기보다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고 구조는 장단점을 다 갖고 있다. 장점은 이 경우 사고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경험은 쉽게 흡수되고 사고의 계층 구조는 쉽게 재편될 수 있다. 약점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사고 적응력이 높지만 실수 가능성 또한 높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 사고의 계층 구조는 꽉 차게 되고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게 된다. 우리는 구체적인 경험과 성공 사례, 실패 사례에 대한 정보를 더욱 많이 갖게 된다. 우리의 사고 구조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 상호 연계된 규칙, 정보의 중요도 등으로 인하여 고도로 복잡해진다. 우리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고 과거 경험의 범주에 따라 분류하려 할 것이다. 

 

간혹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당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기존 정보의 범주를 재편하거나 새로운 정보의 범주를 추가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그러한 재편은 더욱 어려워진다. 나이 많고 경험 많은 사람의 사고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마치 GM 을 구조 조정하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사고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착화되고 그 구조를 흔드는 데는 더욱더 큰 충격 요법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일생 동안 탐색과 활용 간 균형을 유지한다. 초기에 우리가 사고 구조를 형성하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들이는 동안에는 탐색에 치중하게 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이미 형성된 사고 구조를 활용하는 쪽으로 옮겨 가게 된다. 

 

이것이 조직에 대해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중요하다. 안정적 여건하에서는 안정적 사고 구조가 훨씬 적합하다. 그런 여건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다 사람들은 갑자기 큰 변화에 직면한다. 기업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상층부에 자리 잡고 있는 계층 조직으로 되어 있다. 상층부의 사고 구조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사업을 실행하는 데는 적합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취약하다. 결과적으로 이는 환경이 변할 때 따라잡지 못하는 조직의 타성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 구조에 의한 타성 때문에 경영난이 발생하면 상층 경영진을 모두 갈아치우곤 한다. 사람의 사고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사람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쉽고 더 빠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만약에 경험 많은 사람들의 사고 구조가 보여 주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 인간이 갖는 뿌리 깊은 본성이라면 어떻게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혜도 매우 중요하지만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나 유연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들의 권위주의적 행태는 환경 변화에 더 예민하고 변화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억압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상층부의 연령과 경험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다양성의 유일한 척도는 아니다. 경험도 다양화되어야 한다. 상층부의 다양한 사고 구조는 최소한 그중 한 사람이라도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확률을 높여 준다. 그러나 사고 구조의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CEO가 비판과 토론을 허용하는 비계층적 문화를 수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권위주의적인 CEO는 활발하고 다양할 수 있는 경영 팀의 출현을 억제한다.

 

 

개인4 : 경직성 대 유연성

마거릿 대처는 영국을 어떻게 통치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비전과 철학을 갖고 있었고 그 철학에 충실하였으며 어떠한 비판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강력한 리더십을 칭송하였고, 혹자는 그녀의 타협할 줄 모르는 경직성을 혐오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빌 클린턴에 대해서 언론은 "공허한 달변가"라고 불렀다. 그는 곧잘 일관성 없이 타협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여론의 향배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그는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클린턴이 가지고 있는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 적응 능력, 합의 도출 능력을 칭송하였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그의 불분명한 태도,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하는 수완 발휘 행태를 참지 못하였다.

 

'경직된 지휘자' 대 '유연성 있는 합의 도출자'인 이들은 각기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으면서 정책에서 크게 성공하기도 하였고, 크게 실패하기도 하였다. 

 

경직된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의사가 확고하다. 따라서 그들은 매번 전략도 같고 일관성이 있어서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전략 A  혹은 전략 B를 고수한다. 이에 비해서 유연한 직원들은 환경이 요구하는 것을 먼저 파악한 뒤 상황에 따라서 전략 A 혹은 전략 B를 선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유연한 직원이 항상 이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왜냐하면 그들의 의사 결정은 항상 환경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해링턴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정하였다. 따라서 어떤 직원이 일생 동안  A 전략을 다섯 번 선택해 봤고, 다른 직원은 A 전략을 단지 세 번 실행 해 보았다면 그 전략에 경험이 많은 직원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직원의 성과는 선택된 전략과 환경, 그리고 경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해링턴은 어떤 특정한 직원을 그 계층 구조에서 승진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하나의 경쟁 구조로 설명하였다. 성과가 좋은 직원은 위로 올라가고 반대의 직원은 퇴출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렇다면 경직된 직원과 유연한 직원 중 누가 이겼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환경에 따라 달랐다. 만약 환경이 완벽하게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면 유연한 직원이 이겼을 것이고 아마도 조직의 상층부를 형성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환경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어떤 특정 전략이 유리한가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경직된 직원이 이겼을 것이다.

 

경직된 직원은 매번 같은 전략을 쓰기 때문에 설령 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 유연한 직원을 만나더라도 그때마다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훨씬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단순한 모델에 불과하지만 현실 세계의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동태적인 측면을 잘 설명하여 준다. 호나경이 특정 유형의 전략에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 그 전략을 따르는 사람들이 승진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할 때 그 조직은 환경에 적응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가득 차게 될 수도 있다.

 

해링턴은 모델에 또 하나의 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두 가지 사이에서 임의로 변화는 환경 대신에 단속 균형이 보여 주는 변화 패턴과 닮은 그런 환경 조건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환경 패턴에서는 A와 B가 집적 형태로 올 수 있다. 그러니까 환경이 한동안은 안정적이다가, 갑자기 변화의 기간을 거치게 되고, 다시 새로운 패턴으로 일정 기간 정착하는 식이다. 그런데 해링턴은 이런 식의 변화는 경직된 직원의 상층부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간에는 적절한 전략을 선택한 경직된 사람이 그들의 경험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고 그래서 상층부로 승진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좋은 세월은 새로운 단속적인 변화가 오기 전까지다. 그리고 이행기에는 유연한 사람들이 한동안 회사를 리드한다. 그러나 또다시 그 환경이 정착하게 되면 새로운 세대의 경직된 직원들이 다시 주도권을 잡게 되는 식으로 사이클이 반복된다.

 

유연성 있는 직원을 몰아내고 경직적 직원들로 운영된 조직은 환경이 안정적인 동안에 매우 좋은 성과를 나타냈지만, 안정기가 끝나고 급작스러운 변화가 왔을때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연성 있는 직원을 환경이 안정적인 기간에도 다수 고용하고 있던 조직의 경우는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성과가 다소 나빴지만 환경의 변화기에는 훨씬 효과적으로 적응하였다.

 

 

조직 구조1 : 어느 정도 계층적이어야 하는가?

이제 조직 차원에서 적응 문제를 다루기로 한다. 웰치는 구조를 보고 관계, 관리 과정, 회사 자원의 배분 등을 규정하는 조직의 하드웨어 측면으로 보았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우리는 조직에서 계층적 구조가 갖는 이점을 살펴보았다. 계층구조는 모든 사람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즉, 의사 결정에 있어서 복잡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계층 구조가 충분치 못한 조직의 경우에는 변화와 적응이 어려운데, 이는 의사소통의 밀도가 과도하게 높고 합의 도출로 인해 의사 결정 자체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계층 구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적응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스콧 페이지는 조직에 따라 왜 계층 구조가 다르게 진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한 바 있다. 왜 어떤 조직은 넓고 수평적이며, 또 어떤 조직은 폭이 좁고 수직적인가? 그래서 그는 조직 구조란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조직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 어떻게 제품을 생산하고, 어떻게 서비스를 공급하며, 또 어떻게 사람을 고용하고, 어떻게 회사 재정을 관리하는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을 청소하기 위하여 두 사람의 일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와 에어버스의  A380을 제조하기 위하여 수천 명의 사람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는 것은 다르다.

 

작업의 단계가 많을수록 적절한 작업 순서를 디자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페이지는 조직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성격이나 난이도에 맞게 진화한다고 말하였다. 만약 문제가 쉽게 나누어질 수 있고 작업 단계가 많지 않다면 조직은 수평적인 형태를 취할 것이다. 만약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쉽게 구분되지 않고 여러 단계로 되어 있다면 조직의 계층 구조는 더욱 전문화되고 수직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 회사는 비교적 평평한 조직적 구조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어버스와 같은 회사의 경우에는 수 없는 조직 계층이 있게 마련이다.

 

계층 구조와 작업의 난이도 관계는 산업에 따라 왜 조직 구조가 다른지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또한 산업에 따라 사업을 실행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데 다른 조직적 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집행 작업은 복잡하고 순차적이며 동시적인 수많은 과정의 조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계층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하여 탐색 활동은 대개 넓고 평평한 조직으로도 가능하다.

 

이러한 집행과 탐색의 차이 때문에 자연적으로 두 가지 간에는 자원을 둘러싼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대규모의 전문화된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는 실행 조직은 대형 복합 과제를 해결하도록 고안된 것이며 조직의 통제, 효율, 책임성 면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그러한 조직은 다양한 사소한 문제를 동시에, 빨리, 유연하게 해결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자율성, 업무의 중복, 사소한 실패 같은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에 있어서 탐색 활동은 실행 조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결해야 할 문제의 특성과 조직의 구조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위 경영층에서 탐색 작업이 필요한 경우 별도의 사무실에서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계층 조직과 분리된 조그만 팀을 만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만약에 모든 탐색 작업이 기업 상층부에 의해 운영되고 지원된다면 이른바 진화의 적합도 지형에서 특정한 부분만 탐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즉, 우연히 최고 경영진이 관심을 갖게 된 경우에 한정된다는 얘기다. 둘째, 그러한 탐색 결과를 본 조직의 업무와 연결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탐색 결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집행 부서와의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회사 본부뿐 아니라 각 사업부에도 탐색을 위한 자원을 배분하고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탐색의 범위를 넓히고 탐색의 결과를 집행조직과 연계시킬 경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 구조2 : 자원과 사업 계획의 공진화

탐색과 활용 간의 긴장 관계가 경영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기 훨씬 전인 1959년 펜로즈의 <기업의 성장 이론>이라는 저서가 출간 되었다. 펜로즈는 성장을 탐색의 과정으로 설명하면서 경영진의 핵심적인 역할은 주어진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기업의 자원을 그러한 기회를 활용하는데 투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의 용어로 펜로즈의 아이디어를 이야기 해볼 수도 있다. 경영진은 연역적인 추론을 통하여 돈벌이가 되는 사업 계획을 탐색하지만 그러한 탐색 과정은 자기들이 실행할 수 있는 사업 계획들에 국한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 실행 능력은 그 당시 조직의 자원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사업 계획이 실행되면서 경영자는 자원 배분 계획을 재조정하고 이를 통해 미래 사업 계획의 범위를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사업 계획과 기업의 자원 간에는 끊임없이 공동으로 진화하는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사업 계획자원 간의 공진화는 조직의 구조에서 경로 의존성을 만들고 변화에 대한 적응에 또 다른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업이 생선 처리 회사에서 나노테크놀로지 회사로 금방 탈바꿈할 수는 없다. 

 

산업의 혁신적 변화나 기업의 전략 변화가 성공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성공은 단계적인 진화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것이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원의 경로 의존적 특성, 그리고 사업 계획과 자원의 공진화 관계는 적응 능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기업은 발전하고자 하는 방향과 관계가 먼 자원에 발이 묶일 수도 있고, 그러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펜로즈의 이론은 전략적 실험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전략적 실험의 배분은 조직 내부의 사업 계획을 더욱 다양화해 줄 뿐만 아니라 자원 구성의 다양성도 높여 줄 수 있다. 그런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개 새로운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새로운 자산을 구매해야 한다.

 

 

문화1 : 행동의 규칙

이제 사회적 구조의 세 번째 차원인 조직 문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문화는 조직의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문화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의 창발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구성원들이 사회 환경에 맞추어 행동하기 위한, 또 구성원들 간에 상호 작용하기 위한 그런 규칙들에 의해 결정된다. 문화적인 규칙은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학습된다.

 

문화적 규범은 간단히 말해서 사회 환경 속에서의 행동을 위한 경험적 규칙들이다. 규범은 주어진 상황에서 그 사회나 조직이 무엇이 옳고 적절하다고 보는지, 또 구성원들에게 기대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규정한다.

 

조직적인 관점에서 문화는 하나의 동심원 세트와 같다. 즉, 대부분의 사회가 공유하는 규범인 큰 원으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좁은 의미의 규범까지를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가장 밖의 원은 인류 공통의 규범을 말한다. 몇 가지 규범들은 인간 사고에서 거의 표준화된 장치처럼 되어 있으며, 이는 생물학적 진화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살인은 모든 나라가 금하고 있으며, 모든 사회는 이른바 상호주의적 행동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범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의 세부적 내용들은 모방과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문화적으로 전파된다. 예를 들어, 무엇이 살인 범죄를 구성하는지는 사회마다 다르며(명예 살인, 정당방어, 전쟁 등) 무엇이 공정성을 구성하는지도 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

 

이러한 규범들은 특정 사회를 배경으로 진화한 것으로서 개인에서 개인으로,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선생으로부터 학생으로, 상사로부터 부하로, 그리고 친구에서 친구로 전파된 것이다. 문화별 규범은 이야기, 음악, 책, 미디어 등을 통해 퍼져 나간다. 그 결과 행동 규칙의 차이가 생기고, 이 때문에 다른 문화간에 끊임없는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동심원의 더 안쪽으로 가면 조직 문화를 찾을 수 있다. 조직 문화는 항상 사회 문화, 좀 더 넓게는 인류 문화라는 테두리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기업을 포함하는 조직 문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특징을 갖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특징을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구성원들 간 상호 작용 방식에 관한 행동 규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사회적 특성이 아니라 조직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치와 규범을 구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가치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신념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이를 테면 "우리는 팀워크에서 평등주의적 접근에 가치를 둔다"라고 할 때의 의미와 같다. 반면에 규범은 "팀에서 일할 때는 비계층적 방식으로(수평적 관계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라고 할 때의 의미이다. 가치와 규범은 신념과 행동이라는 말과 상호 관련이 있다. 

 

끝으로, 동심원의 제일 안쪽에 있는 원은 개인적 규범을 나타낸다. 개인들마다 자기가 따르는 행동 규칙이 있다. 어떤 사람은 청소년 시절 남을 앞서가면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배운다. 그 반면 어떤 사람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을 터득하기도 한다. 

 

 

문화2 : 성공하는 기업의 십계명

만약 모든 회사 직원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그 행동은 회사의 전반적인 성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질문은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며 어떤 행동이 그러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말한 대로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유사한 데가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기 다르다".

 

나는 이러한 규범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보면 첫째, 개인의 성과와 관련된 것으로서, 나 혼자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련된 것이다. 둘째, 협력과 관련된 것으로서,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할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것이다. 셋째는 탐색과 혁신을 촉진시키는 행동을 설명하고 있다.

 

성과 규범

1. 성과 지향

2. 정직

3. 실력주의

 

협력 규범

4. 상호 신뢰

5. 상호주의

6. 목표 공유

 

혁신 규범

7. 비계층적 사고 : 중요한것은 아이디어이지 그 사람의 지위가 아니다.

8. 개방성

9. 사실 파악

10. 도전

 

이 목록의 규범들은 많이 들어온 것이다. 말하기도 쉽고 반대할 것도 없는 규범이다. 문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는 거대한 조직에 적용하는가이다.

 

 

존슨앤드존슨사는 "실패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제품이다" 실험하려는 정신, 위험을 감수하려는 정신을 강조하였다.(규범8) "맥킨지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다"라는 것으로, 회사 내의 조직원들에게 신뢰와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규범 4와 5). 매킨지는 실력주의를 존중하며(규범 3) 비계층적 회사이다(규범 7). "맥킨지의 고객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라는 규범은 조직원에게 공동의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규범 6). "경쟁에서 이기거나, 아니면 떠나라" 원칙은 성과 문화와 관련된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규범 1과 10).

 

 

문화3 : 내재된 긴장

이러한 규범은 업무 실행 및 변화 적응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 준다. 개별 행동 규범은 실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적응에 있어서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행위자의 행동 규범이 기업에 내재되어 행위자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조직과 프로세스가 그렇게 엄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 계층 구조와 중앙 집중적 관리 프로세스가 엄격하지 않다면 조직은 실험에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고 말단 조직에 책임과 권한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행위자의 행동 규범이 취약하면 수직적 관리 체제가 강화되고 업무 프로세스가 강화되어 업무의 실행에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조직의 적응 능력은 큰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협력 규범도 적응과 실행에 모두 중요하다. 신뢰가 낮고 협력이 잘안 되는 환경에서는 직원 간의 상호 작용이 세세히 감시되어야 하므로 세세한 규칙과 운영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노사 간의 관계가 안좋고 노조가 세세한 고용 계약에까지 개입하는 경우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기 쉽다.

 

신뢰와 협력을 촉진하는 규범은 사람으로 하여금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성과가 좋아지고 실험 정신과 행위자 능력 개발이 촉진된다.

 

끝으로 행위자 행동, 신뢰, 그리고 협력과 관련된 규범은 모두 필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적응을 위한 충분한 조건은 못 된다. 적응력을 갖기 위해서는 행위자로 하여금 탐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규범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조직 내에서 행위자를 보호하고 행위자로 하여금 혁신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규범이 필요하다(규범 7과 9).

 

이 3가지 범주에 속해 있는 규범은 기업 조직의 경직성을 최소화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규범을 잘 실행하면 모든 조직에서 좋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조직의 현실은 그러한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그리고 10가지 규범 상호 간에는 긴장이 내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성과주의, 수월성 위주의 규범과 협력을 강조하는 협력 규범 간에는 마찰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마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조직 구조에 따라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강력한 지도력 없이는 행동 규범, 협동 규범, 혁신 규범이 조화롭게 시행될 수 없다.

 

 

적응력이 뛰어난 사회적 구조 형성

조직이 왜 빨리 혹은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몇 가지 요인을 분석하였다.

 

개인차원

  • 인간의 사고 구조는 낙천적인 경향이 있어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약하다.
  • 손실을 회피하려는 본능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실험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
  • 사고 구조가 안정된 환경 속에서 경험을 쌓아 가면 그 환경 속에서의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은 약화된다.
  • 안정된 환경에서는 경험이 많고 실행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승진하기 쉽다. 이 경우 탐색이나 적응 능력이 뛰어나지만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구조차원

  • 복잡한 생산 및 서비스 프로세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탄탄히 짜인 수직적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은 수평적이고 자율성을 요구하는 탐구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 사업 계획과 자원 간의 공동 진화 관계는 한 기업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수 있는 사업 계획 공간을 제한하며 자원 구성에서 경로 의존성을 높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과 속도를 제한한다.

문화차원

  • 강력한 문화적 규범은 적응력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규범은 기업의 실행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고서도 중앙 집중식 수직적 통제 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행위자의 행동과 협력, 그리고 혁신을 촉진하는 규범 간에는 상호 마찰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마찰은 조직의 경영자가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업무 실행과 변화 적응은 서로 조화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처럼 보일 수도 있으며, 실증 통계에서도 대개의 기업들이 적응보다는 실행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규범 간 부조화의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의 수단을 하드웨어적인 조직 구조로부터 문화적인 소프트웨어로 바꿈으로써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큰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수직적으로 되어 있는 경영 조직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역할과 목적, 임무, 그리고 절차를 정하고 목적에 대한 행위자와 집단의 성과를 측정하며 거기에 따라서 상을 주거나 벌을 준다. 그러한 구조는 행위자의 자유를 억제하고 행위자의 바람직한 행동을 제약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의 장점은 통제가 쉽고 조직 운영에 대한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평가가 용이하다. 

 

두 번째 방법은 수직적 조직 체계가 어느 정도 중요하지만 지휘 통제식 관리는 줄어드는 경우이다. 행위자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조직과 프로세스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문화적 조직의 기본적인 장점은 문화적인 규칙이 구조적 규칙에 비해서 훨씬 유연하다는 점이다. 문화적 규칙은 일반적인 행동 지침은 제시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행위자의 결정에 맡긴다. 문화적 규칙의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사고와 판단의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문화적 규칙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과도한 낙관주의와 위험 회피 경향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사실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강조하며 위험 감수를 강조하는 문화적 규범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문화적인 규범은 고위 경영진의 사고 구조를 바꾸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화적 규범하에서는 젊은 하급 직원들도 자기의 생각을 자유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허용될 뿐 아니라 권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직성과 유연성의 문제도 다양한 관리 방식과 실행, 혁신을 중히 여기는 문화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다. 끝으로 실험보다는 실행을 중시하는 구조적 문제도 문화를 바꿈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특히 행위자의 행동 및 협력 규범을 강화함으로써 단기적인 성과를 손상하지 않고서도 조직 약화의 빈틈을 메울 수가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자원을 실험 쪽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화적 경영으로 이행하는 것은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라는 하드웨어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적 구조는 이 두 양면이 다 필요하다. 오히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이 일관적이고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에 목적이 업무 실행과 변화 적응 간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면 어떠한 문화가 더 유효하며 어떠한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가 그러한 문화 형성을 촉진 할 것인가? 

 

예를 들어, 규범 중의 하나가 행위자의 책임감과 관련된 것인데도 책임을 다하는 직원에게 보상이 없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자에게 처벌이 없다면 그러한 규범은 공허한 말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혁신과 모험과 관련된 규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예산, 인적 자원, 그리고 성과 프로세스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는 기업의 인적 자원과 훈련 프로세스일 것이다. (교육 문제)  새로 채용한 사람들이 적절한 재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그 기업의 문화에 스스로 적응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신규 직원에게 그 기업의 문화적 규범을 주입하는 프로그램을 세밀하게 개발하여 그 직원의 경력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입한다. 평가와 승진(보상) 과정 통해서 이러한 문화는 더욱 강하게 주입된다. 

 

끝으로 상급 경영자의 행동과 의사소통은 문화적인 사회적 구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상급 경영자가 문화를 실천하고 규범을 솔선하여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그 규범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문화적인 규범을 균형 있게 체계화하는 것은 누가 따로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그 기업의 역사를 통해서, CEO의 역할을 통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회사의 목적을 위해 다양한 규범을 고안해 내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그 문화를 강화하고 새로이 디자인하는 것은 경영진의 몫이지만, 문화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에는 CEO의 행위자적인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의사소통은 당연히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고집스러워서 자신의 사고 구조나 행동을 상사나 상사의 지시 때문에 바꾸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의미 있는 강의나 메시지를 들어도 꼼짝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에 입각한 논리적인 방법보다 기업 개혁 프로그램의 내용을 좀 더 흥미 위주, 패턴 인식 위주로 하여 인간의 정서적인 측면에 호소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데는 일종의 충격 요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습은 상호 작용의 과정이며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직접 그 문제에 부딪히게 하여야 한다.

 

사람이란 내용도 중요하지만 자주 듣는 이야기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대개 적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사회적 구조를 구축한 기업들이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아주 높은 성과를 자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려움을 이겨 내고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였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회

 펜로즈는 그의 저서에서 기업의 규모와 성장을 제약하는 기본적인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여기서 두 가지 요인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복잡성을 관리하는 기업의 능력이다. 어떤 단계가 되면 조직은 펜로즈가 말하듯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커지게 된다". 그러나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제약의 영향은 줄어들었다. 

 

두 번째 제약 요인은 지식이다. 기업은 지식의 한도 내에서만 성장할 수가 있다. 그리고 지식은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 속도는 진화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경제에서 조직의 규모가 커지기는 했지만 기업 규모의 분포와 성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의 성장을 제약하는 것은 실제 펜로즈가 말한 두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로 말미암아 조직의 업무 조정, 통제 및 실행 능력이 높아졌지만 혁신 및 지식 창출 능력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마빈 민스키는 우리가 말하는 '지능'은 한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개별 분야들이 집단적인 상호 작용으로부터 초래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였다. 지능의 마력은 그것이 잘 조직되고 활용되면 어떤 개별적 분야가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스키는 그와 같은 지능을 가리켜 '사고하는 사람의 사회'라고 명명하였다.

 

인간 조직은 세 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타인과 협력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기술'의 진화이다. 두 번째 단계는 산업 혁명에서 만들어진 '물리적 기술'의 활용을 가능하게 만든 대형 조직의 출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 번째 단계에 막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이제 대규모 조직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의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수직적인 지휘 통제 조직은 산업 사회에 출현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의 협력을 할 수 있게 하였고, 이를 통해서 고도로 복잡한 사업 계획의 실행을 가능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직에 내재된 경직성은 결국 진화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기업은 그들 조직 속에 진정한 의미의 사회를 구축하여 조직 구성원의 사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문화는 성과와 실행, 그리고 실험과 적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한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과 불확실성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기업에는 보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 세대를 위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엔진 역할을 하는 '제도'일 것이다.

 

 

 

17. 금융 : 기대의 생태계

 

노벨상을 비웃다

1998년 여름은 금융 이론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이론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 1987년의 주가 폭락 사태가 금융 이론의 기본을 흔들었다면 1998년의 사태는 이론을 송두리째 붕괴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시장의 불완전성과 금융 시장의 연쇄적 붕괴, 그리고 위험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에 대하여 전통 경제학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못하였다. 

 

롱텀 캐피털이 큰 손실을 입은 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머턴은 "우리의 모델에 의하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는데"라고 말하였으나 그 사건은 일어났다.

 

 

잊힌 프랑스 남자와 먼지에 덮인 도서관

1900년 대학원생 루이 바슐리에에는 <투기 이론>이라는 논문을 썼다. 그 논문에서 그는 주식 가격의 움직임에는 규칙이 없다는 놀라운 주장을 하였다. 규칙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일이 거리, 방향, 그리고 발생 시점에서 전혀 규칙성 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바슐리에의 주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 시장의 가격을 예측 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는 없다는 의미다. 그의 논문은 그 후 60년간 주목받지 못한 채 파묻혀 있었다.

 

 

교과서식 주식 선택

전통 금융 이론에 의하면 주식(혹은 여타 금융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주식으로부터 앞으로 얻을 수 있는 현금 수익을 보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 1달러의 가치는 내일의 1달러 가치보다 높다. 얼마나 많은 이자 소득을 바라느냐 하는 것은 바로 그 투자가 얼마나 위험하며 그 외에 다른 어떠한 투자 기회가 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전통 금융 이론에 따라 개인 투자자가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는지 보았다. 지금부터 상호 거래하는 다수의 투자자가 있을 때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가 보도록 하겠다. 낙관주의자는 주가가 101달러 밑에 있다면 얼마든지 사려고 할 것이고 비관주의자는 그 주가가 87달러 이상이면 얼마든지 팔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두 부류의 투자자 간에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시장이 가격 변화의 원인이 되는 정보를 해석하는 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사람에게 모든 정보를 입수하여 정확하게 계산하는 능력이 있다면 주식 가격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뉴스밖에 없을 것이다.

 

프리딕터블 엔터프라이즈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우리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그 회사에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 시장은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적으로 상승해 왔던 것이다.

 

 

라스베거스, 처칠 다운스, 월 스트리트

합리적인 투자자와 차액 매매가 결합되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평균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얻기가 불가능해진다. 이것을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면 가격, 살찐 꼬리, 그리고 프랙탈

망델브로는 예측 불가능 가설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는 면 가격의 분포가 거듭제곱 법칙을 따른다고 설명하였다. 망델브로의 제안은 두툼한 꼬리 부분과 극심한 가격 변화 현상을 잘 설명하였다. 이들은 예측 불가능 가설로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었다. 그 후 망델브로는 금융 시장 가격이 차원 분열 도형(프랙탈)과 같은 형태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즉, 금융 데이터에 구조적 특성이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구조적 특성이 분 단위에서 월 단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양이 마치 망델브로를 유명하게 한 차원 분열 도형과 같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망델브로의 논문들은 경제학자들의 서랍 속에 불편한 혼돈 정도로 취급당한 채 버려져 있다. 

 

 

월 스트리트에서의 작위적 산책

로와 맥킨리는 예측 불가능 가설을 부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두 가지 패턴을 발견하였다.(두 가지 다 망델브로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첫째, 시간과 가격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 가격의 분산이 예측 불가능 가설이 예측했던 것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2000년이 되면서 버턴 말킬은 그의 저서 <랜덤워크 투자수업> 제7판에서 시장이 예측 불가능 가설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결국 인정하였다.

 

 

경제물리학자의 공격

처음에 젊은 물리학자들은 단순하게 금융 교과서를 공부하고 그에 따라 돈을 벌기 위한 모델을 만들고 운용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후 그중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관찰하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와 교과서의 설명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동시에 카오스 이론, 비선형 동학, 그리고 복잡계 이론 등의 새로운 이론이 물리학계에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망델브로의 주장을 바탕으로 전통 금융학에 정면 도전을 시작하였다.

 

 

시장은 생태계처럼 진화한다

전통 금융학의 기본적인 주장은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 패턴이나 신호는 밤잠을 자지 않고 돈을 벌려는 투자자들에 의해서 조정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머가 발견한 대로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조정의 개념으로는 20달러 지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통 금융학의 균형 이론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시간 개념과 시장이 동태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파머와 그의 동료들은 시장 데이터로부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신호는 복잡한 패턴과 미래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다양한 요소들 간의 관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자율, 거래량 등)

 

전통 이론에 의하면 그러한 신호가 일단 감지되면 순식간에 투자자들에 의해 조정되어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파머와 그의 팀은 신호가 장시간, 때로는 며칠 혹은 몇 달 동안 지속되며 어떤 경우 10년이나 간다고 한다. 간혹 투자자들이 감지하고 대응하는 경우 그 신호가 약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의 움직임이 복잡하고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신호는 끊임없이 형성되고 시장 조정에 따라 기존의 신호는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파머가 직접 거래 경험과 연구로부터 터득한 사실은 시장이 진화하는 생태계와 같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거래자들과 투자자들이 각기 다른 사고 구조와 전략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참여자들이 시간을 두고 상호 작용하면서 그들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전략을 조정한다. 사실 그들은 연역적 추론을 통해 모든 투자 전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과 그들의 변화무쌍한 전략, 그리고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 등은 시장의 패턴과 거래 기회를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 시킨다.

 

완벽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전통 금융 이론의 대안으로서 그들이 제시한 것은 투자자들이 귀납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이론이다. 산타페 모델에서는 각 주체가 이익을 얻기 위한 전략을 찾는 진화적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전략이 특정 시점에서 더 성공적일 것인가 하는 것은 시장에서 다른 주체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따라서 특정한 전략의 결합이 시장에서 어떠한 패턴을 형성하고 이는 다시 다른 주체들의 행태를 변화시킨다. 또한 이러한 전략을 활용하려고 하면 다른 주체들이 이에 대응하게 되고 그 결과로 다른 패턴이 형성되는 등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산타페 모델의 결과는 현실 시장의 통계적 특징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집적 행태의 변동성, 다시 말해 앞에서 숱하게 언급했던 불연속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단속 균형 패턴이 그 좋은 예이다. 더욱이 그 모델은 파머가 관찰한 바 있는 패턴의 생성, 소멸을 전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모델에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실에 너무 가깝게 설명하려다 보니 모델 자체가 너무 복잡해진 것이다. 물리학 연구에서 파머는 복잡한 거시적 행동은 아주 간단한 미시적 행동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파머는 새롭고 더 간단한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개별 참여자가 각각의 전략을 갖고 행동한다는 가정 대신에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유형의 참여자밖에 없다고 가정하였다.

 

첫째는 가치 투자자로서,  회사의 이익, 성장, 경쟁력 등 기본적인 정보 신호를 분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주식 거래를 한다. 둘째 유형은 기술적 거래자이다. 과거 가격 변동과 거래량을 보고 전략을 결정한다. 전통 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투자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장이 무작위적으로 움직인다면 과거의 가격은 전혀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없기 대문이다. 

 

그리고 파머는 세 번째 주체를 '유동성 거래자'라고 하였다. 이 사람들은 예를 들어 집을 사고 집값을 내기 위해서 주식을 판다. 이러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파는 이유는 주식의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라 현금이 필요해서다. 마지막으로 파머는 그의 인위적 시장에 참여자로서, 거래자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장 조성자(흔히 마켓 메이커)'를 모델에 도입하였다.

 

현대 금융 시장은 연속적 이중 경매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연속적'이라는 것은 한 거래자가 동시에 사고팔 수도 있다는 의미). 파머는 시장의 제도적 내용이 시장의 동태적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시장의 동태적 움직임, 특히 거듭 제곱 법칙의 분포를 따르는 변동성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 모델은 연속적 이중 경매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훨씬 현실에 가깝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거래의 시간에 따른 동태적 움직임과 대량 주문의 가격에 대한 영향 등이 모델에 충분히 고려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이 모델에서 예상과는 다르게 가격과 가치는 엇비슷하게 움직이지만 완전하게 동일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동태적 시스템에서 본 대로 시차 같은 요인 때문이었다. 파머의 모델 시장에서는 그러한 조그만 시차, 거래자의 행동과 시장 조성자 간에 있는 조그만 시차가 그 둘 사이에 동태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결국은 불완전한 가격과 가치 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전통 금융 이론은 모든 것이 동시에 완벽하게 일어난다고 보고 그 과정의 동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전통 경제학에 대한 반론. 첫째, 편차 자체가 실제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다. 실제 가치는 무작위적인 숫자인 데 반해 가격은 거래자와 시장 조성자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동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물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일시적 구조'이다. 즉, 거래자와 시장 조성자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된 가격은 그 자체에 하나의 추세와 동인을 포함하고 있다.

 

둘째, 파머는 그 일시적인 구조가 초 단위, 분 단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굴 껍데기 속에 있는 모래알처럼 동태적 시스템을 통하여 훨씬 큰 규모의 패턴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파머는 두 번째 유형의 시장 참여자를 모델에 넣었다. 이 참여자가 바로 기술적 거래자다. 간단히 하기 위해 그는 기술적 거래자를 추세 추종자라고 가정하였다. 즉, 거래자는 주가가 올라갈 때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판다는 것이었다. 기술적 거래자를 모델에 추가시킨 목적은 동태적 과정을 좀 더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샤워기 예로 돌아가서, 실제 온도를 무작위적으로 바뀌는 바람직한 온도와 일치시키기 위해서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린다고 생각해 보자(기본적인 거래자). 그러나 아래층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을 사용하려 한다(기술적 거래자). 물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면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온도는 올라간다. 그동안 아래층의 기술적 거래자는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더운 물 꼭지를 더 열고, 그러면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가게 한다. 그래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서 찬물 꼭지를 틀게 되는데 이때부터 기술적 거래자와의 사이에서 일종의 경쟁이 벌어진다.

 

실제 온도와 바람직한 온도를 맞춰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기술적 거래자의 등장은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그만 변화가 지금은 엄청난 변화로 확대되었다.

 

이것이 바로 파머의 모델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추세를 추종하는 기술적 거래자를 모델에 등장시킴으로써 가격에 있어서의 일시적 구조가 훨씬 더 확장된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인 거래자와 기술적 거래자 간의 상호 작용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더 벌려 놓았다. 

 

파머는 다른 현실 세계 요소들이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더욱더 벌려 놓는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특히 성공적인 투자자들은 그들의 수입을 재투자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것으로 자본을 더 키우고 그들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추세 추종형 기술적 거래자가 일시적으로 성공했다면 그의 자본이 늘어나고 주가는 더욱더 가치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만약에 시장이 효율적이라서 기술적 거래자가 돈을 벌 수 없다면, 왜 그렇게 많은 기술적 거래자들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가?  파머는 이러한 역설에 대해서 해답을 찾아냈다. 그는 자신의 모델을 이용해서 주식의 팬더멘털 가치를 어떤 수준에 고정시켰다. 그러고는 일단의 시장 참여자, 계절적 거래자를 투입하여 이들이 단순하게 번갈아 가면서 주식을 팔고 사도록 하였다. 그들의 거래 행동으로 인하여 주식 가격에는 매우 간단하고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패턴이 나타났다. 

 

그는 각각의 기술적 거래자에게 전기의 주가 등락 여부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도출된 전략을 부여했다(즉, 가격이 떨어졌다가 올라가면 팔고, 가격이 내려갔다가 또다시 내려가면 사는 식의 전략). 각 시장 참여자들에게 돈을 조금씩 주고 돈을 벌면 번 돈을 재투자하도록 하였다. 실제 그것은 매우 간단한 진화 체계와도 같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여러 가지 기술 전략을 시험해 보고 가장 효과 있는 전략을 선택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릴 것이다.

 

만약 전통적 금융 이론이 옳았다면 이러한 짓은 쓸데없는 행위였을 것이다. 기술적 거래자가 옳은 전략을 갖고 가격 등락 패턴에서 거래를 한다면 그들의 거래는 그 등락 패턴을 완화시키고 계절적 거래 패턴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시장은 다시 효율적인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파머가 이 모델을 실행 했을 때 이보다는 훨씬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통적 잉론이 예측했던 대로 결과가 나왔다. 우선 기술적 거래자는 돈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시장의 가격 등락 패턴에 빨리 올라타 그 패턴을 이용했고, 그러면서 돈을 많이 벌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성공하자 그들은 거래 규모를 더 늘렸고 따라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얼마 후 파머는 거래자들이 비효율적 가격 패턴을 이용하고 가격이 펀더멘털 가치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가격 등락 패턴은 완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델에서 5000단위 기간이 지나고 난 다음 가격 등락 패턴은 사실상 사라지고 시장은 매우 빨리 완벽한 효율적인 상태로 수렴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다시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가격잉 혼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기술적 거래자가 돈을 벌자 그들의 거래 규모가 커지고, 거래 규모가 커지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기술적 거래장에게 가격 패턴을 잉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기술적 거래자에게 가격 패턴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기술적 거래자들이 계절적 거래자들을 다 잡아 먹고 난 다음 기술적 거래자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수만 번 반복하여 모델을 실행하였고 이상한 가격 패턴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5,000단위 기간 이후에 매우 불규칙적인 패턴이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모델은 완벽하게 결정론적인 것이며 그 모델에 무작위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여기서 어떤 창발적 패턴이 나타났다면, 그것은 완전히 그 속에 있는 거래자들의 동태적인 행위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사람들은 낙관주의적 편견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투자자들은 실험을 계속하고 다양한 전략을 시장에서 시험하면서 거래 흔적이 남게 되고 이를 다른 투자자들이 배워 활용한다. 다른 투자자들이 그 패턴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패턴이 형성되고 그 패턴을 또 다른 투자자들이 감지하는 식의 패턴 변화가 계속된다. 기회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며 어떤 투자자들은 전략이 실패하여 시장을 떠나기도 한다.

 

파머의 모델은 그가 현실 거래 경험에서 관찰한 거래 행동을 그대로 설명하였다. 시장의 복잡한 동태적 움직임이 밝혀지면서 시간에 따라 가격 패턴은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며 시장은 조용해지기도 하고 요동치기도 한다.

 

첫째, 파머의 결과는 현실 데이터의 정성적, 통계적 특성과 그대로 일치하였다. 예를 들어 망델브로가 발견한 꼬리 부분이 두툼한 종 모양의 분포 같은 것도 확인되었다. 둘째, 전통 이론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 결과는 기술적 거래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끝으로 몇몇 연구에 의하면 펀더멘털 가치는 전반적인 주식 가격 변화의 아주 작은 일부분만 설명할 뿐이다. 

 

 

시장 효율에 대한 새로운 정의

금융 시장은 효율적인가? 도대체 무엇에 비하여 효율적인가?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빨리 반응하느냐? 그렇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어떤 뉴스가 전파되면 시장이 거의 동시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진화 체계의 경쟁력은 바로 이러한 민감도에서 시작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통 이론이 정보가 더 좋으면 가격은 가치와 더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정보와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시장은 더욱더 가변적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진화론은 정보 기술이 발전하면서 투자 전략이 더욱 다양해졌고, 차액 매매와 기술적 거래 기회가 더 많아짐으로써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헤지펀드의 숫자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장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는가? 그렇다. 

시장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대량의 정보를 분류, 정리하는 데는 비교할 수 없이 효율적인 능력을 갖고 있으며, 또한 정보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총체적인 입장을 도출해 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이 있다. 시장을 이용해서 선거 결과, 스포츠 스코어, 학술상 결과 등 여러 가지를 예측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시장은 개인 전문가나 여론 조사보다 훨씬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의 정보 효율성을 효율적 시장 가설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의 기대에 근거하여 기대치를 결정하고 그 투자자는 또 다른 투자자의 기대치에 근거하여 기대치를 결정하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하는 영원한 순환 체계이다. 이러한 끝없는 회귀 현상에 대해서 케인스는 "우리는 평균적인 의견이 평균적인 의견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바를 예측하기 위해 우리의 지능을 쏟고 있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대치에 근거한 기대치는 시장의 진화적 변화를 가속화하는데, 이 말은 시장이 매우 강력한 정보 처리자이기는 하나 전통 경제학의 관점에서처럼 그리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자는 완벽하게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기적인가? 그렇다.

금융 시장은 언제나 두려움과 탐욕에 의해 작동된다. 

 

월 스트리트와 라스베이거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아무리 똑똑해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방법이 없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는 순전히 운에 의존하는 게임은 아니다. 그것은 매우 동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언젠가 모든 사람들은 그러한 시스템을 빨리 더 잘 파악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언젠가는 잠시라도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시장은 지금까지 고안된 최상의 사회적 기술이다. 시장은 많은 사람의 견해를 통합시켜 복잡한 자산에 가격을 부여하고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속적인 혁신을 압박한다. MIT의 앤드루 로는 이러한 시자의 진화적 효과성을 '적응 시장 가설'이라고 하였다. 전 세계의 다른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차별화하고, 선택하고, 확대하고, 반복하여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펀드 매니저에 대한 시사점

복잡계 금융 이론은 세 가지 부문에서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기업의 자본 비용을 계산하는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둘째, 복잡계 금융 이론은 경영진에 대한 보상으로서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셋째, 복잡계 이론은 기업의 기본적인 목표, 주주 자본주의의 특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의 비용

주주들은 경영자들의 투자 사업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자본 비용 이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주주의 몫이 되며 수익이 자본 비용보다 낮을 때는 주주의 투자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스톱옵션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복잡계 금융 이론이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 경영진은 실제 주가를 관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영 전략이나 비용, 투자, 인력과 같이 기업의 수익, 이익, 자본 수익, 그리고 성장과 관련된 요소들을 관리한다. 경영진이 관리하는 수단을 통하여 기업의 경제적 가치 창출 능력을 제고할 수 있으나 주가에는 간접적인 방법 외에는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상관관계가 그렇게 밀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CEO를 평가하는 것은 나사 빠진 운전대로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가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

 

1990년에 있었던 주가 버블 현상으로 경영자들은 크게 일을 하지 않고도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다. CEO가 시장 변화에 집착하여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단기적인 전략에만 몰두하고 회사의 장기적 가치 창출은 게을리 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또한 주식 시장의 어두운 면과 관련된 사건들도 보아 왔다.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만약 주가를 기준으로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무엇이 기업의 목적이냐 하는 것이다. 케인스가 말했듯이 "자본주의는 가장 사악한 인간이 가장 사악한 일을 해서 모든 사람에게 최선이 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놀라운 신념 그 자체이다". 경영자들이 사회에 봉사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윤 극대화의 목적에도 문제가 있다. 

 

 

견뎌 내고 성장해야 한다

진화 시스템의 첫 번째 원칙으로 돌아가 보면 기업의 목적에 대한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다. 진화 시스템의 원초적인 원리가 있다. 즉, 복제를 잘하는 자가 복제된다는 것이다. 어떤 도식이든 목적 함수는 상호 작용자의 생존과 복제가 되어야 한다. 그 이외의 다른 목적 함수는 멸종으로 가는 길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사업 계획의 목적도 살아남고 사업 활동을 확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의 책무는 이러한 목적을 갖고 사업 계획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즉 경영자의 책무라는 것은 그 기업이 오래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오래 견디고 성장한다는 것의 목적 함수는 미국의 주주 가치 극대화보다는 네덜란드의 사업 영속이라는 목적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과 주주 이익의 극대화는 서로 배치되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진화 시스템은 열역학의 법칙에 의해 주어진 제약 속에서 작동한다. 생존과 복제를 위해서는 엔트로피와 싸우는 에너지와 물질과 정보가 필요하다. 생물적 시스템에서 이것은 모든 생물 개체가 섭취한 칼로리가 소비한 칼로리보다 같거나 혹은 많아야 한다는 열역학적 제약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제를 잘하는 생물은 순 칼로리 섭취량이 많은 개체이며, 그들은 자원이 유한한 경쟁적 환경에서 칼로리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 체제에서 엔트로피를 줄이기 위해서도 에너지, 물질, 정보가 필요하다(현대 경제에선 이것들이 화폐 단위로 측정된다). 모든 사업의 경우에도 수입이 지출과 같거나 많아야 하는 제약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진화 시스템에서 수익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사업이 생존하고 복제하기( 혹은 오래 견디고 성장하는 것) 위해서 만족시켜야 할 기본적인 제약 조건인 것이다. 

 

경영 사상가인 찰스 핸디는 음식을 먹는 것은 살기 위한 제약이지만, 아무도 삶의 목적이 먹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생존하는 것성장하는 것차이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만약 경제적 관점에서 수익성의 개념을 분석해 보면 또 다른 제약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사업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서 경영진은 조직 안팎으로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첫째, 자본을 기업으로 끌어들이고, 자본의 제공자들로 하여금 그 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다른 투자 기회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보다 높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둘째, 직원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셋째, 공급자들에게는 이 사업을 통하여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넷째, 사업은 사람들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경영진은 기업의 법적 책임을 다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일반 대중이 싫어하는 어떤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수익성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다차원의 문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경제적 적자생존 함수와 같다.

 

진화론과 현실적인 시각에서 주주에게 경쟁적인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은 목적이라기보다는 제약이 된다. 그리고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제약일 수 있지만 경제적 적합도 함수에서 보면 그 또한 여러 가지 제약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목적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업의 우월성에 관한 주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혜성같이 주가가 올라 수년에 걸쳐서 그야말로 세계적인 성과를 낸 후 서서히 약화되더니 마침내 사멸한 왕 연구소가 우수한 회사인가? 아니면 주식 시장에서의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1802년에 설립되어 2005년에 27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6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듀폰이 더 우수한 회사인가? 아니면 795년 이후 지금까지 영국의 세인트 알반스 시민에게 청량제를 공급해 왔으나 아직도 시골의 주점으로 남아 있는 주점이 더 우수한 기업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듀폰이라고 말할 것이다. 전자는 오래 견디지 못하였고, 후자는 성장하지 못하였다. 듀폰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가 다른 두 기업이 창출한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전통 경제학과 복잡계 경제학의 둘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제약과 목적 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분기 이익에 대한 집착은 경영 의사 결정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생존과 성장에 집중해 온 경영진은 좀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성장할 수도 있지만 수익성이 없는 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사멸한다. 이익이 나지 않는 성장 투자는 장기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협하는 반면, 생존을 위한 과도한 보수적 운영은 성장이라는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열성적으로 출근할 직원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성장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기회를 창출하는 위대한 조직을 만들자는 데는 동참할 것이다.  '이윤 이상의 것'을 추구

 

 

 

18. 정치와 정책 : 좌우 대결의 종말

 

경제 사상은 항상 정치와 연계되어,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 이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정치 지형도 변하여 왔다. 애덤 스미스의 아이디어 덕분에 19세기 자유 무역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카를 마르크스 이론은 20세기 지각 변동의 동인이 되었다. 신고전학파 이론은 서구 정통 자본주의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고, 케인스학파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정통 이론에 수정을 가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서구 경제에서 국가의 개입이 점점 늘어나 1970년대 말 절정에 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1980년대 밀턴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같은 경제학자의 영향을 받은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복잡계 경제학이 시장에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어떤 이는 우파라고 할 것이고, 시장은 전통 경제학이 주장하는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는 복잡계 경제학의 논리 때문에 어떤 이는 좌파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이 장에서 복잡계 경제학은 좌도 우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정치 구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이론적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좌-우 둘 사이 갈등의 핵심에는 두 가지 뿌리 깊은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다. 그 하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이며, 다른 하나는 시장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이다.

 

퇴물이 된 구조

<제3의 길>이라는 저서를 출간. 이로 인해 그들은 미국의 '신민주당', 영국의 '신노동당'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들 주장의 핵심은 자본주의의 부를 창출하는 제도적 강점과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목적을 결합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수단을 사회주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클린턴은 미국의 복지 제도를 개혁하였고, 블레어는 운영난을 겪고 있던 영국 국가보건청 운영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부시의 온정적 보수주의는 기껏 부유층을 위한 대대적인 감세 정책으로 나타났다. 좌우 간격은 좁혀졌을지 몰라도 해소되지는 않았다.

 

'제3의 길'은 새로운 경제 이론이 아니라 실용적인 정치적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가가 만들어 준다던 유토피아는 악몽 같은 경험에 지나지 않았고 시장 경제 체제가 약속한 낙원은 기능 장애증에 걸린 사회에 불과하였다. 아직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이념 체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지적 공백을 메울 잠재력을 가진 이론적 대안이 바로 복잡계 경제학이다.

 

 

인간 본성과 강한 상호주의

좌우 대결의 철학적, 역사적 내용을 심층적으로 보면 인간 본성의 두 가지 모순된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좌는 인간을 원초적으로 이타적이라고 보고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본성이 아니라 계급 사회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은 정의로운 사회를 통해 개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생각은 장 자크 루소에서 시작되어 카를 마르크스로 계승되었다.

 

우는 인간이란 원래 이기적이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이를 수용하는 정부 체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이 말하였듯이 "정부 체제를 고안하는데.,... 모든 사람은 악당이라서 그 행동이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다고 간주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파는 만약 사람들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철학은 흄에서 존 로크 그리고 토머스 홉스로 이어지며 발전하였다.

 

여기에 애덤 스미스의 이름이 없어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미스의 시각은 이들과 다소 다르다. <국부론>에서 스미스는 어떻게 이기심이 시장의 역할을 통해 사회적 편익에 기여하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그러나 <도덕감정론>에서 그는 "사람이 아무리 이기주의적이라고 할지라도 남의 재산에 관심을 갖게 하는 본성에도 분명히 원칙은 있다" 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스미스는 인간 행태에 대하여 좀 더 중도적 시각을 가졌으며 인간 본성에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이 공존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킨티스는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좌우의 역사적인 시각은 너무 단순하다고 비판하였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냐 아니면 이타적이냐 하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의견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실증 연구와 실험, 인류학의 현장 연구 그리고 게임 이론을 통한 분석에 의하면 스미스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타적이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 인간이란 '조건부 협력자'이자 '이타적인 응징자'라고 할 수 있다. 긴티스는 이러한 인간의 행태를 '강한 상호주의'라고 하며 "타인과 협력하고자 하는 성향과 협력의 규범을 위반하는 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응징하려는 성향(개인적인 희생을 치르더라도)"이라고 정의하였다.

 

강한 상호주의에 바탕을 둔 인간의 행태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인간 행태가 어느 정도 유전적인 것인지, 어느 정도 문화적인 산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유전적인 것이라는 세 가지 증거가 있다. 첫째, 강한 상호주의 행태는 여러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상호주의는 순전히 문화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다른 영장류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관찰되었다. 셋째, 이러한 행태와 관련된 생물학적 증거도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느끼게 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상호주의가 보편적 현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본성을 촉발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것은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강한 상호주의에 대한 진화론적 논리는 간단하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세계에서 조건부 협력자가 순전히 이타적 혹은 이기적 전략을 따르는 사람보다 좋은 성과를 낸다.  마치구엥가족의 문화적 규범은 다른 사회처럼 강한 상호주의를 강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마치구엥가 문화는 이기주의, 상호 불신, 낮은 협동 정신 등이 특징이다. 그들 사회의 조직은 가족 단위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실험 대상 중 가장 가난한 사회였다.

 

전통 경제학자는 강한 상호주의가 또 다른 형태의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할지 모른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것이다. 제로섬이 아닌 사회에서는 협력이 유리하다. 그러나 강한 상호주의와 전통 경제학의 이기주의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전통 경제학의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경제적 상호 작용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의 정당성도 매우 중시한다. 둘째, 최후통첩 게임에서 보았듯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되더라도 부당한 행동을 응징한다. 다시 말해, 정말 속았다고 생각되면 사람들은 어떤짓을 할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이기주의적 합리성과 다른 점이다.

 

사회 보장 제도도 지난 70여 년간 범정파적 지지를 받아왔다. 이 또한 상호주의의 원칙에 바탕을 둔 정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스미스의 견해가 옳았다. 복잡계 경제학이 강한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좌파도 모든 죄악의 근원은 사회라는 루소의 견해를 벗어나 개인의 책임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우파 또한 인간의 본성은 사악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사회 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흄의 견해에서 벗어나 인간 본성의 너그러운 측면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계 경제학에 의하면 개개인의 행동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결국 개개인의 행동이 통합되고 그것이 제도적 구조와 연계되어 한 시스템의 창발적 행태를 결정하는 것이다. 

 

 

좌파의 유토피아와 자유 시장에 대한 환상

인류는 모르는 사람들 간의 대규모 경제 협력을 위해 두 가지 메커니즘을 개발하였다. 즉, 시장과 계층 구조이다. 이 두 메커니즘 속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실행 수단과 방법이 포함되어 있으나 결국은 모두 이 둘로 나누어질 수 있다. 수평적인 조직으로 알려진 집단 농장이나 협동조합 같은 경우에도 계층 조직적 권력 구조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복잡계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의 차이점경제적 적합도를 판단하는 것 '시장이냐 계층 구조냐'이다.

 

자본주의 경제, 사회주의 경제를 막론하고 사업 계획의 차별화, 선택, 확산은 계층 구조의 틀 속에서 일어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민간 기업에서 일어나고, 이에 반해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직접, 간접으로 국가가 통제하는 조직 속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에서 진화의 과정은 결국 시장이라는 거름 장치를 거치게 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사업 계획의 선택과 확산을 최종 결정한다. 사회주의 경제에는 이러한 시장이라는 거름 장치는 존재하지 않으며(국가가 이를 관장), 사업 계획의 선택과 확산 같은 진화 과정에서의 결정은 정부라는 계층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좌파에 대한 비판

 

복잡계 경제학의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은 경제란 너무 복잡해서 사회주의가 요구하는 것처럼 중앙 계획 당국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는 세 가지 요소가 포함 되어 있다.

 

첫째는 하이에크가 말한 '지식의 조정 문제'이다.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다. 그러한 지식은 사람들의 취향에 대한 정보, 비용, 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다. 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이 없다면 이러한 정보를 모은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사가 끝나는 순간 조사의 내용은 아무 쓸모 없는 과거의 데이터가 되고 말 것이다(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리고 비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문제는 하이에크는 이를 사회주의의 '결정적 자만심'이라고 하였다.  인간의 연역적 합리성도 경제와 같은 비선형적이고 동태적인 시스템에서 사안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계획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통제할 수 없다.)

 

세 번째 문제는 우리가 완벽한 합리성을 버리고 연역적 추론에 의존한다면 추론의 성공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며, 무엇이 좋은 사업 계획이며 무엇이 나쁜 사업 계획인지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피드백을 할 시장 메커니즘이 없다면 우리는 하이에크의 '지식의 조정 문제'에 빠지고 만다. 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없다면, 국가라는 계층 구조가 마음대로 생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치자의 계층 구조는 통치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계획 경제에서의 적합도 함수는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권력의 이익을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복잡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은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역할과 함께 사업 계획의 선택을 위한 적합도 함수를 제공함으로써 권력의 계층 구조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계획된 유토피아라는 깔끔한 비전은 복잡 적응 시스템인 번잡한 현실 세계에는 맞지 않다.

 

우파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에 관한 우익의 환상에 대한 비판이다. 논점은 두 가지다.

 

첫째, 복잡계 경제학은 시장이 유용하고 필요하지만 완벽하게 효율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는 시장이 사회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줄 것이라는 일부 우파의 가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다.

 

작은 예로 50년간 영국은 전화번호 안내를 위해 단일 번호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독점적 사업은 국영 회사였던 브리티시 텔레콤이 운영하였으며 정부가 통화료 및 서비스의 질을 감시, 통제하였다. 서비스는 간단한데다, 비교적 잘 운영되었으며, 소비자의 불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그 서비스를 자유화하기로 하고 경쟁 시장으로 개방하였다. 시장 경쟁으로 가격을 내리고 서비스 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해서였다. 

 

많은 회사가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2004년에는 무려 120개사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종전의 체계에서는 전화번호 안내 번호가 192 하나밖에 없어서 모두가 이를 잘 기억하였다. 그러나 120개사가 경쟁하게 되자 사람들이 몇 개의 번호 외에는 기억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어떤 운 좋은 회사는 기억하기 쉬운 '118'과 같은 번호를 받아,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화 번호 안내 서비스 비용은 적은 금액으로 여겨져 굳이 시간을 들여 가며 가격이 낮은 회사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제도하에서 좋은 번호를 가진 회사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과점적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하면서 소비자의 불만은 과거 독점 시보다 더 늘어났다. 인간 인지 능력과 제도 및 이론 사이의 현실적 괴리로 인하여 전통 이론은 당초의 효과를 내지 못하였고, 결국 시장 경쟁의 편익은 실현되지 못하였다.

 

비슷한 예로서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시장 자유화는 2001년 심각한 전력 공급 부족을 초래. 영국 철도 산업의 민영화는 서비스 질을 크게 떨어뜨렸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 경쟁이 나쁘고 독점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우파는 모든 사회 문제를 시장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두 번째 비판은 우파가 가지고 있는 반정부적 입장은 복잡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순진한' 측면이 있다. 신고전학파 이론은 정부의 간섭이 없는 원초적인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경제를 만들어 놓는다. 이러한 이상적인 상태에서 바로 파레토의 최적 상태가 형성되며 사회의 부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여기에 세금이니 규제가 개입되면 경제는 이상적 상태에서 멀어지고 사회적 부의 창출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세금을 억제하고 정부 지출도 최소화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이와 같이 우파는 시장이 기능을 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규제는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세금과 같은 규제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가격 신호를 오도하며 경제를 이상적인 상태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정부적 시장론자들은 경제가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경제적 진화 시스템은 수없이 많은 사회적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러한 사회적 기술은 대개 정보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진화는 협력과 경쟁의 균형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균형을 이루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계약법, 소비자 보호법, 근로자 안전법, 증권법과 같은 사회적 기술은 모두 협력과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인 반면, 반독점 규제는 건강한 수준의 시장 경쟁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의 영향력이 약한 개발도상국에 가보면 정부의 개입이 없을 때 국민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가 알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제는 협력도 경쟁도 약한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개입이 모두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바보 같은 낭비적 규제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제가 될 뿐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경제 시스템의 진화를 효과적으로 떠받치는 정부 제도의 역할을 훼손하는 것이다.

 

 

정부는 적합도 함수를 설정한다

 

복잡계 경제학은 정부의 경제적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파의 입장은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파레토 최적이 도덕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해결이며, 그러한 파레토 최적을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은 시장이므로(유일한 메커니즘), 도덕적으로 올바른 정부의 역할은 시장 효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 개입하는 어떠한 정부의 행위도 그러 인해 발생하는 시장 효율의 손실을 기준으로 비용 편익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우파 사람들은 시장 효율을 이유로 환경 규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복잡계 이론의 시각은 정부의 개입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본다. 한 가지는 사업 계획의 차별화, 선택 그리고 확산과 관련된 정부 행위는 경제적 진화 과정에 대한 개입으로서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에서 본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로서,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보호하는 일본의 산업 정책, 자국 은행을 위해 유럽의 은행 간 합병에 개입하는 프랑스 정부 정책 등을 들 수 있다.

 

반대로 다른 한 가지는 사업 계획의 차별화, 선택, 확산 등은 시장 매커니즘에 맡겨 두고 경제적 '적합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개입은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본 대로 진화 시스템에서 효율의 의미는 제한적이다. 복잡계 이론의 시각에서 본다면 정부 규제는 기업 경쟁 환경의 일부분이다. 시장 메커니즘이 사업 계획을 차별화하고 선택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해준다면 경제적 진화 과정은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혁신하고 적응해 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유권자들이 자기들이 선출한 의원에게 환경 보호가 사회적 우선 과제라고 말한다면 정부는 환경 친화적 사업 계획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유리하도록 경제적 적합도 함수를 설정할 것이다. 탄소세, 배출량 거래 제도, 재활용 의무화 등이 좋은 예이다. 이 경우 정부는 사업 계획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즉, 연료 전지, 에탄올, 풍력 발전, 혹은 다른 물리적 기술 중 어느 것이 배출량을 줄이는 데 가장 좋은지) 선택된 사업 계획이 성공하거나 실패할 수 있는 적합도 환경을 조성한다(즉, 탄소세가 있는 곳에서는 저배출 사업 계획이 고배출 사업보다 유리할 것이다).

 

정부를 적합도 함수의 설정자로 보는 시각은 좌우 어느 쪽과도 맞지 않는다. 우파는 효율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불만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대로 이들이 말하는 효율은 정태적 상태의 것을 말한다. 만약 탄소세가 도입되어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태양열 발전 비용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면 경제는 더 효율화될 것 아닌가? 

 

반면에 좌파 사람들은 시장의 창의적인 힘보다 관료의 합리성을 더 신뢰하고 지시형의 접근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즉, 배출량 거래 제도보다는 발전소의 의무 배출량 절감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정부를 적합도 함수의 설정자로 보아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하이에크가 지적한 여러 가지 이유를 고려할 때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정부가 적합도 함수를 설정함에 따른 영향, 그리고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등을 우리의 능력으로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논점은 시장 효율이 중요한가, 사회적 목적이 중요한가 하는 고루한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어떻게 시장의 진화 과정이 우리 사회의 필요에 맞게 잘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토론으로 바뀌어야 한다.

 

복잡계 경제학은 국가와 시장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 국가의 경제적 역할은 시장의 진화를 촉진하고, 협력과 경쟁 간의 효과적 균형을 이루게 하며, 사회의 요구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 적합도 함수를 설정하도록 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강력한 상호주의 규범에 따라 국가는 모든 국민이 경제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한 시스템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기초적인 지원을 해 줄 책무가 있다,. 

 

시장의 경제적 역할사업 계획을 발굴하고 차별화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소비자 수요, 기술 그리고 국가가 설정한 적합도 함수를 고려하여 사업 계획을 선정하며 선정된 계획이 확산되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시장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 문제는 효과적인 진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국가와 시장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이다.

 

이제 복잡계 이론을 이용해 오랜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세 가지 연구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세 가지 사례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미시적 행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본 대로 '복잡 적응 시스템'에서는 개별 주체의 행동 규칙이 시스템 전체의 거시적 성과에 심대하고도 예상 밖의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슈거스케이프' 모형에서 간단한 개별 주체의 행동 규칙이 어떻게 부의 편재 현상을 초래하는지 보았다. 그리고 진화적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어떻게 개별 주체의 전략이 창조적 파괴라는 슘페터적 바람을 일으키며, 맥주 게임에서 실제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호경기와 불경기를 초래하는지도 살펴보았다. 

 

전통 경제학은 역사적으로 미시적 행태를 매우 좁은, 협의로 보았다. 즉,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각기 다른 개인의 행동이 거시적 수준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보겠지만 문화적 규범, 어디에 살고,   TV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등과 같은 개인의 취향, 그리고 부모의 행동 등은 거시 경제적 문제의 근원일 수도 있다.

 

 

문화가 중요하다

부의 격차의 원인은 좌우에 따라 다르게 설명된다. 좌파의 설명은 식민주의, 인종주의, 자본가 수탈, 그리고 부자 나라들의 빈약한 지원 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반면, 우파는 이러한 격차가 나쁜 정부, 부패, 자유 시장의 부재, 외국 원조에 대한 의존, 그리고 다소 미묘한 것이기는 하지만(꼭 그렇지만도 않은) 인종적 열등감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지리적 여건, 기후, 그리고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끊임없는 전쟁 등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6장에서 문화를 개인들이 준수하는 미시적 규칙들의 결과로 나타나는 창발적 현상이라고 정의하였고, 조직의 경제적 성과에 있어서 문화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하버드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문화는 국가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국가 경제의 경우 수천 명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주어진 행동 규범 혹은 규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문화와 거시 경제 성과 간의 관계를 처음 관찰한 사람은 20세기 초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이다. 그러나 1950년대와 1960년대 경제적 성과에 대한 문화적 설명은 두 가지 이유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첫째는 정치적인 합당성의 문제였다. 렌즈가 말한 대로 "문화는 ... 학자들에게 겁을 준다. 문화는 인종과 유산이라는 유황과 같은 향과 변치 않는 자태를 지니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높은 벽이다. 완벽한 합리성의 세계에서 문화가 설 자리는 매우 좁고, 있다 하더라도 그 문화적 규칙은 이기적인 최적화의 전략이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는 경우 사람들이 그 규칙을 활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정치적 합당성 문제는 많이 해소되었다.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적 토론이 가능해졌다. 이제 상대주의적 함정에서 벗어나 어떠한 문화적 규범이 경제 발전을 더 촉진하는지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문화적 공식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경제적 성공을 위한 완벽한 공식은 있을 수 없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어떤 규범은 경제 발전을 받쳐 주고, 또 어떤 규범은 그렇지 못한가? 문화적 규칙의 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대략 세 가지의 범주로 나누어 진다.이러한 유사성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조직적 규범이든 사회적 규범이든 그것이 부의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진화의 과정을 촉진하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범주는 개인의 행동과 관련된 규범이다. 여기에는 노동 윤리, 개인의 책임성, 그리고 자신의 인생의 주역이며 신이나 통치자의 뜻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신념 등과 관련된 규범이 포함된다. 운명주의는 개인의 동기를 훼손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면 내세 뿐 아니라 금세에도 반드시 보상이 있다고 믿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끝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낙천주의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현실주의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문화를 가져야 한다.

 

둘째 범주는 협력과 관련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협력하면 보상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부의 파이가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사회는 협력을 유도하기 어려우며 구성원 간의 상호 신뢰도가 낮은 경향이 있다. 강력한 상호주의에 대한 논의에서 보았듯이 우리 문화가 관용과 공정성을 중히 여기는 규범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위도식하거나 남을 속이는 일을 응징하는 규범도 있어야 한다. 

 

셋째 범주는 혁신과 관련된 규범을 포함한다. 연역적 부분이 강할수록 연역적 추론은 더욱 효과적이게 된다. 따라서 현상을 종교적 혹은 마술적으로 설명하는 문화보다 합리적,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문화가 훨씬 더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통만을 고집하는 것은 혁신을 억제하는 것이므로, 문화는 이론이나 실험에 대해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과도한 평등주의는 위험 부담에 대한 동기를 감퇴시키므로 경쟁을 촉진하고 성과를 높이 사는 그런 문화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세 범주 모두와 관련된 중요한 규범이 있다. 즉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시각이다. 오늘을 위해 사는 문화는 낮은 노동 윤리, 협력의 결핍, 낮은 혁신 투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내일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일을 열심히 하고 왜 협력과 혁신에 투자해야 하는가? 이와 반대로 내일을 위해 투자하는 윤리를 가진 문화에서는 노동을 중히 여기고, 세대 간 저축률이 높으며, 장기적인 이득을 위해 단기적인 쾌락쯤은 희생할 줄 알 뿐 아니라 서로 협력하기를 즐겨 한다.

 

조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고, 협력하며, 혁신하는 문화를 가진 사회에서는 복잡한 사업 계획의 발굴, 실행 및 진화가 쉽게 일어난다. 이와 같이 앞에서 본 문화적 규범 중 무엇이든지 결핍되면 경제적 진화가 늦어지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남을 속이는 행위에 대한 응징은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오늘만을 위해 사는' 사회와 '내일을 위해 투자하는' 사회를 두고 도덕적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다르다. 끝으로 우리가 경제적 성공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그것만이 건강한 사회의 척도라고는 할 수 없다. 인내와 용서를 중요한 규범으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사기가 판을 치고, 그래서 대규모 협력이 불가능해지며, 그 결과 경제적 성과도 악화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러한 규범은 사회를 따뜻하고 친절하며 평화롭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단서를 전제로 할 때, 개별 사회의 문화를 분석하고 그 사회 규범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데퉁가 망겔은 아프리카 문화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사하라 사막 이남의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가치, 태도, 그리고 제도가 있다"고 하였다. 그는 이 공통된 규범의 대부분이 문화적 유형상 경제적으로 부활한 것들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특히 두 가지 예를 들었다. 즉, 개인 통치자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과 미래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중시하는 시간에 대한 시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미래에 대한 동태적 인식 없이는 계획도, 통찰도, 시나리오도, 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도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규범의 영향은 사회 구성원 전체로 볼 때 단순히 추가적이거나 선형적이라고 할 수 없다. 개별 주체들이 문화적 규범을 따르는 가운데 상호 작용하면서 복잡한 동태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세계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논제로섬 게임이라고 믿는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을 보자. 만약 세상이 제로섬 게임이라고 믿는 편이라면 당신의 목적은 당신 몫의 파이를 차지하는 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더 가져가면 당신 몫은 줄어들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도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 복잡한 협력을 새로이 추구하기보다 지금 있는 부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더 쓸것이다. 그러한 제로섬 사회에서는 절도, 부정, 부패가 창궐할 것이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부도덕, 불법에 대한 사람의 태도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절도에 대해서 절도범은 단지 '정당한 내 몫'을 원래의 몫보다 더 많이 가져간 사람으로부터 찾아가는 것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제 경제적 파이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사회는 논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는 집단이 있다고 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논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하여 부를 창출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만들어 낸 부에 대한 자기들의 몫을 공격적인 방법으로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협력으로부터의 편익을 감소시키고, 논제로섬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조차 협력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결국 제로섬론자가 되고 말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동태적 현상을 모형화하면서 일종의 티핑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즉, 사회에서 협력자와 비협력자의 구성비가 어떤 한계치를 넘어서면 그 사회에서 대규모 협력 행위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결국 빈곤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지적은 엉뚱한 역사적 사건이 한 사회를 비협력의 길로 이끌고 결국 빈곤의 함정으로 몰아가는 반면에, 같은 협력 성향을 가진 사회라 할지라도 이러한 역사적 사건이 그 사회를 부의 길로 연결시켜 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협력자와 배반자간의 상호 작용은 사회의 규범과 신뢰성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 문화는 불변의 힘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들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같이 공진화한다. 문화는 역사의 산물이며 역사는 문화의 산물이다.

 

문화에 따라 신뢰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신뢰와 경제적 성과 간에는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 높은 신뢰는 경제적 협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제적 번영으로 연결되며 결국은 신뢰를 제고시키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순환은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 신뢰도가 낮으면 협력이 낮아지고 이는 빈곤으로 연결되며 또다시 신뢰를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그러한 인과 관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신뢰라는 것이 협력의 수준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인과 인도인들은 미국인에 비해서 스스로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미국인들이 신뢰도가 낮음에도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강한 사회적 기술, 특히 전통적으로 법치주의 중시 사상 때문이다. 또 다른 설명은 미국은 과거의 사회적 자본을 먹고 산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 다시 재건되지 않으면 신뢰는 계속 잠식될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왜 어떤 문화에서는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반면에 어떤 문화는 낮은 신뢰의 함정에 빠져 있는가에 대해서 연구한 바 있다. 그의 결론  하나는 아주 강한 가족 가치를 갖고 있는 사회는 광범위한 형태의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 중심의 문화는 가족 간의 신뢰는 강화 시키는 반면에 가족 밖의 신뢰 범위는 좁아진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경제적 네트워크가 대개 가족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따라서 그러한 네트워크가 확장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다. 

 

가족 전통이 약한 사회에서는 가족 밖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사회적 기술은 법치주의 정착으로부터 자발적인 사회 조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므로 가족 내의 신뢰 관계는 다른 문화에 비해서 약할지 모르지만 신뢰의 범위는 훨씬 넓다.

 

세계은행의 칼라 호프와 인도통계연구원의 아리지트 센은 과도하게 강한 가족 관계는 사회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였다.  대가족 사회는 가족 구성원 간에 경제적 부를 공유하는 데 아주 엄격한 규범이 있다. 부자인 가족 구성원은 가난한 가족 구성원을 도와주도록 되어 있다. 가족 상호 간에 나눔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대가족의 이미지가 매우 좋아 보이기도 하고 경제적 관점에서는 심리적 혹은 그 외의 이점도 있을 수 있으나 문제도 많다.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광의의 해석은 무위도식과 근로와 저축에 대한 낮은 보상 등 경제적 동기를 약화시킨다. 호프와 센은 대가족 제도가 개인적 수준에서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에 가족주의를 개입시킴으로써 사회 발전을 지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 발전 정책에 대한 문화의 의미는 아직 연구 단계에 있지만 발전이라는 방정식에 있어서 문화가 필수의 변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극심한 빈곤을 없애기 위한 원조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한 빈곤의 원인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화적 요소가 유일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빈곤의 문화적 근원을 고려하지 않는 원조 프로그램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과 대붕괴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 교수는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자본이라는 용어를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시켰다.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을 "개인 간의 유대-사회적 네트워크, 그리고 그로부터 초래되는 상호주의와 신뢰의 규범"이라고 규정한다. 복잡계 경제학의 용어로는 문화적 규범이 개별 주체(행위자)들의 미시적 행동 규칙을 제공한다면, 사회적 자본은 협력 네트워크를 창출하는, 개별 주체들이 만들어 낸 창발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협력 활동이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거래하는 익명의 협력은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사회적 자본을 가진 네트워크의 특성은 그 속의 사람들이 반복적인 상호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자본은 접촉의 스포츠와 같다. 자선 단체, 종교 단체, 스포츠 팀, 사교 클럽, 시민 단체, 등이 있다. 회사와 직장 역시 중요한 사회적 자본의 원천이다. 

 

사회적 자본이 매우 친근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그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직 범죄, 테러리스트 단체도 그 조직원 간에 아주 높은 신뢰를 갖고 있으며, 효과적인 네트워크와 아주 강력한 행동 규범(간혹 잔혹하게 적용되는)을 갖고 있다. 그들 내부의 종교적 혹은 민족적 구성원, 그리고 다른 동료에 국한되고, 따라서 그러한 신뢰 관계가 외부로 확산되지 않는다.

 

이탈리아 관공서 방문 경험...

 

퍼트넘은 이탈리아 지역 간에 존재하는 차이의 근원을 대규모 협력을 실행할 수 없는 낮은 신뢰성에서 찾는다. 퍼트넘은 신뢰성의 차이는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두 지역 간의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역사는 이 두 지역에 상이한 사회적 자본을 상속으로 물려주었다는 것이다.

 

남부는 전통적으로 교회 중심의 군주주의적 계층 구조를 가진 폐쇄적 사회였다. 그러한 계층 구조는 민간 단체나 기업 네트워크를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이를 억압하였다. 반면에 북부 지역은 비교적 평등주의적 지역 공동체로 개방 무역 등을 통해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한 여건하에서 사회적 네트워크는 확대되고 번창하였다. 

 

퍼트넘이 말한 대로 역사는 경로 의존적이어서 북부의 지역 공화국들은 그러한 역사적 기반을 바탕으로 수세기에 걸쳐 사회적 자본을 키워 갈 수 있었다. 반면에 남부 군주주의 공화국들은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를 확립할 수 없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둘 사이의 차이는 경제적 성과에서 큰 격차로 연결되었다. 북부 이탈리아는 가장 부유하고 급성장하는 지역이 된 반면 남부 지역은 가장 가난한 지역이 되고 말았다.

 

사회적 신뢰와 거시 경제적 성과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관련성이 있다.

 

후쿠야마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자본의 감소를 나타내는 몇 개의 지표가 1960년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력 범죄율이 7배나 늘어났으며, 비슷한 수준의 이혼율 증가, 비슷한 수준의 미혼모 증가 등이 나타났다. 1960~2000년 사이의 기간을 대붕괴라고 명명하였으며, 사회적 자본의 붕괴는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일어난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하였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며 따라서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후쿠야마와 퍼트넘은 이 기간 동안에 일어난 가족 구조의 급격한 변화, 특히 이혼율의 증가, 그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들었다. 이혼이 쉬워졌다는 것은 많은 불행한 결혼을 자유롭게 하였지만,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사회 발전에 부인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마찬가지로 여성에 대한 일자리 개방은 여성으로 하여금 개인적인 잠재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동인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퍼트넘이 말했듯이 여성은 역사적으로 한 사회의 사회적 망을 창출하는데 남자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여성은 또한 역사적으로 친구와 이웃으로 구성된 가족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관리해 왔다. 이러한 미시적 차원의 변화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수백만 명의 여성들 사이로 확산됨으로써 매우 중요한 거시적 차원의 영향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사회의 물리적 배치도, 특히 도시 외곽의 확장이다. 그래서 이웃 간에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반면 차 안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직장에서 교류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또 다른 요인으로서 매스미디어의 격리 효과이다. 단체 놀이에서 개인 놀이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인간은 언제나 섹스와 폭력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간단한 리모트 컨트롤이나 마우스를 갖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살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끊임없이 읽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살인은 일반적인 현상이고, 자기도 살인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미디어에 의해 전달되는 일종의 공포심은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람을 서로 격리시킨다.

 

이러한 개인적 선택의 거시적 효과는 전혀 예측되지 못한, 걱정스러운 사회적 자본의 저하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긍정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대붕괴의 원인들이 갖는 구조적 불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즉, 아무도 이제 여성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며, 사람들도 자동차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질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퍼트넘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안했다.

  • 사회적 활동에 대한 개인의 실천(TV 덜 보기)
  • 차세대의 신뢰 규범과 사회적 자본 구축을 위한 학교 프로그램 개발
  • 직장을 가족 친화적으로 개혁
  • 공공 교통수단 개선 및 도시 계획법 개정
  • 시민의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 확대 노력

 

후쿠야마는 이것이 처음의 붕괴도 아닐뿐더러 인간이 처한 마지막 대붕괴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진화론적 관점을 빌려서 그는 인간 사회 시스템은 적응에 매우 강하다고 말한다. 과거 사회적 자본의 붕괴는 다시 사회적 자본의 재규범화 과정과 재건 과정으로 이어져 왔다고 한다.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서 새로운 사회 질서와 규범이 형성되었다.

 

사회적 자본과 신뢰를 둘러싼 이슈는 경제학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며 사실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한 이슈들은 변화무쌍한 복잡 적응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사회적 자본은 전통 경제학이라는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통 경제학 이론은 합리적인 개인의 이기적인 선택과 관련된 것이고 모든 개인이 자신을 위해 최적의 선택을 하는 한 그러한 선택이 사회적으로도 최족이기 때문이다. 복잡계 경제학은 이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사회의 복잡한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개인의 선의에 의한 선택도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후쿠야마의 이러한 진화론적 견해에 찬동하며, 적응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믿지만, 진화 이론이 더 나은 사회 질서와 부를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왕도를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진화 시스템은 붕괴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더 적극적인 접근 방법, 즉 개인의 행동, 학교, 정부, 민간 기구, 그리고 미디어 전체를 포함하는 적극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퍼트넘과 의견을 같이 한다.

 

사회적 자본을 둘러싼 이슈들은 전통적인 좌, 우파 논리로 간단히 분류될 수 없다. 한편, 협력이 경제적 번영의 핵심이라는 점은 좌파의 논리와 더 맞는 듯하고,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우파와는 반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좌파 쪽 사람들은 사회적 자본의 감소가 서구의 시장 경제에서 비롯된 문제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따라서 시장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자본의 감소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옛날의 가치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이웃에 대한 신뢰, 자원 봉사, 시민의 책무, 종교적인 참여, 강한 가족 관계 등 이 모두가 보수적 우파의 대표적인 가치이다. 이러한 주장이 약간의 공동체 의식, 약간의 전통 가치를 지지하는 중도적 입장으로 가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공동체 의식과 더 많은 전통 가치, 정부 지도력의 핵심적 역할 등 좌와 우, 양 쪽에서 동시에 우리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불평등, 사회적 이동성, 그리고 빈곤의 문화

불평등은 끝없이 확산되어 왔지만, "과연 불평등은 도덕적으로 옳은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우파는,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할 자유를 가지며 시장은 경쟁적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람과 경쟁적인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는 도덕적으로 건전한 것이라고 말한다. 밀러가 말했듯이 시장이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 예를 들어 노동, 책임, 절약, 혁신, 위험 감수 등을 보상한다. 사람이 불운한 사람에 대해서 동정심을 가질 수도 있고, 온정을 표할 수도 있지만 자원을 배분하는 데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 시장이 경제를 조직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시장의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는 인간이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만든 사회적 기술의 산물이 곧 시장이라고 주장한다. 시장 경제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면, 시장이 만들어 낸 결과에 대해서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시스템 안에서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반드시 선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출생이라는 복권 제도, 특히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지적 능력, 사회적으로 물려받은 부, 외모, 인종, 출생지 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의 영향을 감안할 때 밀러가 말했듯이 "시장의 결과가 도덕적으로 옳다고 추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러한 양극단은 강한 상호주의의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대략 말하자면 한 사람이 부자가 되거나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 자신의 행위의 결과라면(우파의 주장) 사람들은 자기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운 혹은 한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적 요소에 의한 것이라면(좌파의 주장) 그러한 결과를 사람들은 그러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론은 좌도, 우도 완벽하게 옳지 않다.

 

사회적 이동의 결핍

우파의 주장이 맞으려면 높은 사회적 이동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끈질긴 근성, 결단력, 그리고 근면을 통하여 이 세계의 '난관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가난으로부터 일어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전반적인 사회적 이동성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지 않다.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이동성이 아주 가난하거나 아주 부자인 계층에서는 특히 낮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제적 이동성의 부재는 흑인의 경우에 더욱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걸 보면 좌파는 "아하!" 하고 환호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불공평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증거이며 가난한 자와 소수 계층에게는 경제적 성취를 막는 장애가 존재한다는 증거이다"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다. 이동성이 없는 이유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며,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양파 껍질을 까듯이 하나하나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이다.

 

첫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준 돈의 영향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소득 간 상관관계의 약 12%. 둘째, 본성(선청성) 대 교육(후천성)에 관한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12%는 유전자, 28%는 환경에 의해 설명된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소득 상관관계의 5%만이  IQ에 의해서 설명되는데, 이는 유전자에 의해서 설명되는 12% 중 타고난 지능 외에 다른 유전적 특성, 예를 들어 성격 등의 요소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유전자가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른 연구는 교육, 인종 등 환경적 요소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교육은 부모 자녀 간 소득 상관관계의 10%만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다른 환경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미스터리를 하나 갖게 되었다. 부모와 자녀의 소득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사실상 부는 대물림되고 있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받는 유산, 즉 현금과 유전자는 그러한 상관관계의 아주 적은 부분만을 설명할 뿐이다. 한편 학교의 질이나 인종 차별 같은 환경적인 요소도 나머지 부분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소들이 전체 상관관계의 약 30%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방정식에서 빠진 부분이 바로 문화적으로 형성된 행동과 앞의 두 절에서 논의한 바 있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믿고 있다.

 

빈곤의 문화

 

중요한 것은 자녀를 기르는 방식이 아니라 부모가 보여 주는 행동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부모의 행동이 자식의 행동에 아주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부모의 행동은 자녀의 미래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체로 유전적 요소들은 장래 소득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행동의 또 다른 원천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전해 주는 문화적인 규범과 가치관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려받은 문화가 개인의 경제적인 성과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문화적 행동에 대한 미시적 규칙이 조직이나 사회의 경제적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그러한 요소들이 개인의 경제적 성과에도 똑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문화를 부모나 혹은 동료 네트워크, 그리고 사회 공동체로부터 물려받는다고 하는 사실은 사회적 이동성의 결핍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보여 주고 있다.

 

상위 소득 계층의 사람이 개인의 성취, 협력, 그리고 혁신을 장려하는 규범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규범은 그들의 자손들에게 유전되고, 그런 자손들은 그러한 규범을 경제적 성공을 성취하는 데 사용할 뿐 아니라 다시 그들의 자손에게 물려줄 것이다. 저소득 계층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논리를 연장한다면 반사회적 문화 규범이 빈약한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로 연결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역기능적 문화 속에서 자란 개인들은 그들의 친구, 이웃, 동료들로부터 수혜를 적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협력을 위한 기회도 적을 것이고 지식의 교류도 적을 것이며, 위험을 분담할 기회도 적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 닮고자 하는 역할 모델도 적을 것이고, 젊은이에게 투자하고자 하는 멘토도 적을 것이다.

 

친사회적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은 전혀 반대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풍부한 사회적 자본 네트워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예컨대, 거기서는 역할 모델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서 자기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성공은 축하받고 어려움에 처하면 도움을 받는다.

 

롤스 지지자들의 논리와 정책

 

우파는 개인의 책임이 중요하며 긍정적인 행동이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된다고 하는 점에서 옳다. 문화적 규범은 특정한 행동의 유전 가능성과 영속성을 설명해 줄 수 있으나 반사회적 행동을 도덕적으로 변명해 주지 못한다. 미국은 아직도 비교적 이동성이 높은 사회이다. 중산층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좌파도 옳은 점이 있다. 부와 천부의 재능, 그리고 인종과 같은 출생이라는 복권은 경제적인 성과를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복권에 문화적인 요소를 더 추가하면 출생 복권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개인은 그가 어떤 문화 속에서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좌파도 우파도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 재분배는 행동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자유방임주의 시장도 수많은 사람들이 평생 빈곤에 허덕이는 것을 볼 때 전적으로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밀러는 이러한 이슈에 대한 좌파 및 우파적 논리를 이제 버리고 철학자 존 롤스의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문해야 한다. "우리가 만약 출생 복권에서 무엇을 뽑았는지 알지 못했다면 우리가 어떤 체제를 원할 것인가?" 다시 말해 부유한 투자 은행 집안에 태어날 것인지, 아니면 마약 중독자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날 것인지를 알지 못한 채 시스템을 디자인한다고 해보자.

 

이러한 '사고 실험'에 대한 답으로서 기회의 균등과 사회 안전망을 결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밀러는 주장한다. 첫째, 우리는 가능한 한 브롱크스로부터 탈출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은행가의 집안에 태어날 운을 가졌다고 처벌해서도 안 된다. 초점은 가난한 사람들을 부자가 되게 도와주는 것이지, 부자들을 경제적으로 응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브롱크스에 있는 학교가 은행가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처럼 질적으로 개선되도록 해야한다. 또한 인종주의와 같은 불공정한 장벽이 제거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약자들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밀러는 롤스의 논리를 네 가지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전환하였다. 첫째, 사람들이 민간 건강 보험에 들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해줌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해주어야 한다. 둘째, 교사의 급여를 획기적으로 인상함으로써 공교육, 특히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질을 제고시켜야 한다. 셋째, 교육 예산 지출과 재산세를 분리시키고 전반적인 교육 투자를 늘리는 대신 바우처 시스템(등록금 대신 정부에서 발행한 공적 지불 증서를 제출하는 제도)을 통한 교육의 경쟁을 허용한다는 데 진보와 보수가 대합의를 이룸으로써 교육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넷째, 연방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해 '최저 생활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 GDP의 2%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밀러가 말하는 롤스의 도덕적 논리는 공정성에 대한 우리의 강한 상호주의 원칙에도 부합된다. 근면과 도덕적 청렴성은 이러한 제안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되겠지만 나태함은 보상받지 못할 것이며, 불운한자는 관대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문화를 바꾸고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밀러의 제안은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 더 깊은 빈곤과 불평등의 문화적 기반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종과 문화 간에는 불변의 관계가 없지만 문화와 역사 간에는 그 관계가 긴밀하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문화적 빈곤의 함정을 탈출하기 위한 열쇠로서 규범과 개인의 행동을 바꾸고자 노력할 수 있다. 긍정적인 메시지는 문화가 한두 세대 내에 바뀔 수 있고 또 바뀐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는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규범을 희생시키지 않고서도 경제적 진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빈곤의 문화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규범을 바꿔야 하지만 미국 문화와의 총체적인 동질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광범위한 공통적 규범이 있을 때 모든 사회는 더 효율적으로 기능한다. 동질적인 사회에서는 신뢰가 높아지고 협력도 쉬워진다.

 

이러한 공통적 문화 규범에는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정치 과정 참여의 중요성)와 경제적 성취(근면과 혁신에 대한 보상, 교육과 자기계발의 중요성 등)를 촉진하는 규범이 포함된다.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빈곤의 문화를 퇴치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의 공통적 규범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적 규범 아래에는 다문화 사회를 동태적으로 만드는 다양한 규범과 전통, 그리고 신념이 공존할 것이다.

 

그러나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치, 교육 체제, 그리고 미디어에 걸쳐 엄청난 과제이다. 미국은 그러한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성공한 나라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역사적으로 배제한 것을 제외하면 미국은 이민을 사회의 일원으로 융화시키고, 경제 성장과 기회를 창출하는 데 유례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준비한 문서들은 단순한 법률적 자료가 아니라 가치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러한 가치는 두 세기 동안 국가를 지탱하엿다. 그러나 대붕괴라는 사회적 격변 기간 동안 이 나라의 가정과 학교, 미디어 및 정치적인 조직에서 그러한 가치를 확산하고, 새롭게 하며, 강화하는 메커니즘이 그 기능을 잃고 말았다.

 

"중도 보수주의의 진실은 한 사회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문화라는 것이다. 중도 진보주의의 진실은 정치는 문화를 바꿀 수 있고, 정치로부터 문화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방향

복잡계 경제학은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앞서 본 대로 경기 변동의 역동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바탕으로 거시 경제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완벽하게 합리적인 사회라면 사람을 대량 해고하기보다 임금을 낮춰 경제의 하강 움직임을 흡수할 수 있을 텐데 왜 임금은 떨어지지 않는 현상은 바로 강한 상호주의에 바탕을 둔 행동, 다시 말해 피고용인들은 임금 삭감을 불공정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경제와 환경의 공진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경제학과 열역학을 다시 연계함과 동시에(모든 생산 과정은 환경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 인간이 왜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대해 제때 대응하지 못하였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수백만 사람 간의 상호 작용, 의사 결정, 강한 상호주의적 행동, 문화적 규범의 작동, 협력, 경쟁,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가 사회라고 부르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현상은 소용돌이가 만들어 내는 창발적 패턴만큼이나 실제적이다.

 

복잡계 경제학은 전혀 새로운 이론적 시각이며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차원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시장과 과학이라는 두 가지 제도가 경제적 진화의 기반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였다. 거기에 세 번째 요소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정책 아이디어의 진화 시스템이다. 민주주의가 인정하는 다양성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비판을 위해 축배를 들자. 우리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확산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의 진회적 역할에 달려 있다.

 

 

맺음말

우리의 사회적 기술이 물리적 기술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면 세계적 재앙의 위험성은 계속 커질 것이다. 우리는 진화 시스템에서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진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이며 진화의 알고리즘은 주어진 적합도 함수에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

 

에드먼드 버크는 사회란 "살아 있는 사람 간의 연대일 뿐 아니라 산 사람과 죽은 사람,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 간의 연대"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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