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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08편

요약

시간 변수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관계로 설명 할 수 있다.

공간의 확장과 시간의 길이를 결정하는 것은 기본 양자와 이들의 상호 작용이다.

 

 

 

 

 

 

08 관계의 동역학

모든 일상은 벌어지지만 시간 변수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 세상에는 공통적인 시간도 없고 변화에 특별히 관여하는 방향도 없는 걸까?

 

세상을 설명할 때 시간 변수는 필요치 않다. 세상을 설명할때 필요한 변수는 우리가 인지하고 관찰하여 결국에는 측정할 수도 있는 양이다. 어느 거리의 길이나 나무의 높이, 이마의 온도, 빵의 무게, 하늘의 색, 기차의 속도, 상실의 아픔 등. 우리는 세상을 설명할 때 이러한 용어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사물의 양과 특성은 계속 '변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는 규칙이 있다. 

 

이러한 양들 가운데 다른 것들과 비교될 정도로 규칙적으로 변화하는 양들이 있다. 날짜 계산, 달의 위상들, 수평선 위의 태양의 높이, 시곗바늘의 위치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값들을 기준점으로 사용하면 편리하다. 상당한 변수들이 서로 서로 충분히 동기화돼 있다면, '언제'를 표현할 때 이들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이 모든 변수 중에서 특별한 변수 하나를 선택해 '시간'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과학을 하고 싶다면 변수들이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설명하는 이론이 필요하다. 즉, 다른 것들이 변화할 때 이것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설명하는 이론 말이다. 세상에 대한 근본 이론은 분명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시간의 변수는 필요하지 않고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사물들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만을 설명해주면 된다. 다시 말해, 이러한 변수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주면 되는 것이다.

 

양자중력의 기본 방정식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식화가 잘돼 있다. 즉, 시간 변수 없이 변량들 간에 성립하는 가능한 관계들을 나타내면서 세상을 설명한다. 양자중력 이론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물들이 다른 것들과 관련하여 서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세상 사물들이 서로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것뿐이다.

 

존과 브라이스 이 두 사람이 세상의 동역학을 설명하는 아주 간단한 구조의 방정식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 방정식은 발생 가능한 사건들과 그 사건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다른 것은 없다.

 

이것이 이 세상에 관한 역학의 기본 형태이며, 여기서 '시간'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시간 변수가 없는 세상은 복잡한 세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호 연결된 사건들의 그물망이며, 여기에 작용하는 변수들은 우리가 믿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 잘알고 있는 확률 규칙을 따르고 있다. 

 

 

기초 양자 사건과 스핀 네트워크

내가 연구하는 루프 양자중력 이론의 변수들은 물질, 광자, 전자, 원자의 기타 구성 요소들을 형성하는 장들과 중력장(다른 장들과 같은 층)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기술한다. 일관되지만 독특한 요소들로 구성되고 '그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세상에 대한 '일관성 있는' 설명일 뿐이다.

 

장fields들은 소립자와 광자, 중력 양자(혹은 '공간 양자')와 같은 입자 형태로 나타난다. 이 입자들은 공간 속에 담겨져 있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공간을 형성한다. 세상의 공간성은 입자들 간에 성립하는 상호 작용들의 네트워크에 다름없다.

 

입자들은 시간 속에 살지 않는다. 끊임없이 서로 상호 작용하며 그러한 상호 작용에 의거해서만 입자들은 진실로 존재한다. 이 상호 작용이 세상의 사건이고, 방향도 없고 선형적이지도 않은 시간의 최소 기본 형태다. 이 상호 작용에는 아인슈타인이 연구한 휘고 매끄러운 기하학도 없다. 그리고 그것은 양자들이 다른 양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호혜적 상호 작용이다. 이러한 상호 작용의 동역학은 확률적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시간의 경과는 언제나 상호 작용하는 그리고 상호 작용과 관련된 물리적 체계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모든 사건들에 대한 완벽한 지도를 그릴 수도, 완벽한 기하학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 세상은 서로의 관계 속에 존재하느 관점들의 총체와 같다. '외부에서 본 세상'은 난센스다. 세상에서 '벗어난' 것이란 없기 때문이다.

 

공간의 확장과 시간의 길이를 결정하는 것은 기본 양자와 이들의 상호 작용인 것이다.

 

공간적 인접 관계는 공간 양자들을 네트워크로 묶는다. 이것을 '스핀 네트워크'라고 한다. 네트워크는 그 나름대로 비연속적인 점프를 통해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이론적으로는 '스핀 거품'이라 부르는 구조로 설명된다. 네트워크 점프들이 큰 규모에서는 조직이 매끄러운 시공간 구조로 나타난다. 반면 작은 규모에서는 이론적으로 떠다니는 변동이 있고 확률적이며, 불연속적인 '양자 시공간'이 된다. 또한 작은 규모에서는 양자들이 대규모로 무리 지어 나타났다 사라지기만 한다.

 

이것이 내가 합의의 길을 찾기 위해 애쓰는 세상이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의미가 없는 세상은 아니다. 이런 이론에서 이제 공간과 시간은 세상을 담는 틀이나 용기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그러한 형태는 양자 동역학의 근사치일 뿐이며, 그 자체만으로는 공간도 시간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오직 사건들과 관계들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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