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은 벨연구소가 진공관 기능을 더 효율적으로 구현한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장치'인 반도체인 트랜지스터를 내놓은 해이다. 트랜지스터는 그해에 이뤄진 가장 중요한 진전 중 두 번째에 불과했다.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발명은 <통신의 수학적 이론>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거창한 제목을 가진 논문이였다. 여기에서도 신조어가 생겨났다. 바로 '비트bit'였다. 섀넌은 "비트는 정보를 측정하는 단위"라고 썼다.
통계국이 "미국이 통신"이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48년 기준으로 3,100만 대의 전화기와 2억 2,200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전화선을 통해 매일 1억 2,500만 건의 통화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통신을 대략적으로 측정한 것에 불과했다. 벨 시스템이 이동시키는 것은 정확하게 무슨 단위로 센단 말인가? 당연히 '대화'는 아니었다. '단어'나 '글자'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냥 전기일 수도 있었다.
"이론은 의식이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게 하고', 주어진 것에서 벗어나게 하며, 오직 기호만을 써서 초월적인 것을 자명한 것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헤르만 바일
16세기 무렵 "요즘은 편지나 전갈을 통해 상호 간에 교섭이나 약속이 이뤄지는 데 소식이라는 고상한 말을 씁니다." 이후 엔지니어들은 '정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정보가 과학적 개념이 되려면 특별한 어떤 것을 뜻해야만 했다. 3세기 전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뉴턴이 '힘', '질량', '운동', '시간' 같은 낡고 모호한 단어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뉴턴은 이 용어들을 수량화했고, 수학공식에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테면, 그때까지 운동이라는 단어는 '정보'처럼 유연하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뉴턴의 법칙을 적용하고 과학혁명을 성공하려면 운동이 지녔던 대부분의 의미를 제거해야 했다.
19세기에는 '에너지'가 비슷한 변환을 겪기 시작했다. 자연철학자들은 활력이나 강도를 뜻하는 말로 에너지라는 단어를 썼다. 이들은 에너지를 수학적으로 연구했으며, 기본적으로 자연을 파악하는 물리학적 시각에서 에너지를 보았다.
정보도 마찬가지였다. 개념을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정보 개념을 단순화하고, 정제하고, 비트라는 단위로 세면서 정보는 모든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섀넌의 이론은 정보와 불확실성, 정보와 엔트로피, 정보와 카오스를 잇는 다리를 놓았다. 그 과정에서 정보 처리, 정보 저장, 정보 검색이 등장했다.
이제 우리는 정보가 세상을 움직이는 혈액이자 연료이자 필요불가결한 본질이라는 사실을 안다. 이제는 생물학도 메시지, 지시문, 코드를 다루는 일종의 정보공학이 되었다. 유전자는 정보를 요약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정보를 해독하고, 외부로 정보를 기록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 생명은 네트워크 망을 형성하면서 확산된다.
유기체의 세포는 복잡하게 얽힌 통신 네트워크에서 송신과 수신, 코딩과 디코딩을 하는 노드이다. 진화 자체가 유기체와 환경 사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보 교환을 포함한다.
"정보의 순환이 생명의 단위가 된다." 뢰벤슈타인은 '정보'가 이제 뭔가 심오한 것을 의미함을 일깨워주었다. "정보는 조직과 질서의 보편적 원칙을 내포하며, 그 정확한 척도를 제공한다." 또한 유전자는 자신의 문화적 유사물도 가지고 있다. 바로 밈이다. 문화적 진화에서 밈은 복제자이자 증식자이다. 나쁜 밈은 바이러스가 된다.
지금은 돈 자체가 물질에서 비트로 발전하는 과정이 무르익고, 세계 금융이 글로벌 신경계를 통해 진행되면서 경제학도 하나의 정보공학임을 자각하고 있다. 돈도 정보였고 모두 소유관계에 대한 정보를 나타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 정보기술이었다.
이 새로운 지식 모델(정보이론)은 물리학에도 충격을 가했다. 물리학자와 정보이론가가 점점 더 하나가 된 것이다. 비트는 다른 종류의 기본 입자로, 말하자면 이진수, 플립-플롭, '예' 혹은 '아니요'로 이루어진 작고 추상적인 기본 입자이다. 마침내 정보를 이해하게 된 과학자들은 비트가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물질 자체보다 더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비트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알맹이이며, 정보 형식이 바로 존재의 핵심을 이룬다고 보았다.
존 아치볼드 휠러는 "비트에서 존재로 It from Bit." 라고 선언했다. 정보는 "모든 존재를 낳는다. 모든 입자, 모든 힘의 장, 심지어 시공연속체 자체를 낳는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아니요'의 질문을 제기하는 최종 분석에서 생겨난다. 모든 물리적 대상은 근본적으로 정보이론적이며, 이것이 참여 우주이다." 따라서 전체 우주는 하나의 컴퓨터, 즉 우주적인 정보처리 기계로 여겨진다.
문자는 정보의 기초 기술이었다. "인쇄술의 발명은 창의적이기는 하지만, 문자의 발명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어떤 면에서는 홉스의 말이 옳았다. 모든 새로운 매체는 사고의 속성을 변화시킨다. 길게 보면 역사라는 것은 정보가 자신에 대해 깨달아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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