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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책들

#01 부의 기원 머리말

 

국지적인 변화가 어떻게 전체 시스템을 교란시키는가?
 
머리말
과학은 "하나의 개념적 세계관이 다른 것에 의해 대체되어 버리는, 지적으로 격렬한 혁명들이 불연속적으로 있었고 그 사이에 일련의 평화로운 막간들이 존재하는 그런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쿤은 이런 격동의 시기들을 "패러다임 이동"이라고 불렀다.
 
경제학적 아이디어들은 우리 사회의 지적 체계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실제로 경제학적 아이디어는 우리 개인들의 다양한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종류의 모기지를 선택할 것인가에서부터 은퇴 이후를 대비한 투자,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다양하다.
 
"경제학자들과 정치철학자들의 아이디어는 그것이 맞을 때나 틀릴 때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정말 세계는 조그만 차이에 의해 좌우된다." (케인스) 역사적으로 보면 나쁜 경제학적 아이디어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고, 반면 좋은 아이디어는 번영의 토대가 되었다.
 
이 책은 '복잡계 경제학 혁명'에 관한 이야기다.
복잡계 경제학은 진실로 첨단적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직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어떤 사례나 도구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기보다는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다시 바꾸어 놓는 데 집중할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 다시 말해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는 데 있다.
 
옮긴이의 말
일부 사회과학자들이 "경제도 복잡 적응 시스템의 한 형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확실한 것은 경제란 주체 간에 서로 교류하고 이로부터 얻은 정보를 분석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에 맞게 적응하고 의사 결정하는 인간 활동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를 정태적인 균형 시스템이 아니라 역동적인 활동으로 북적대는 그야말로 '벌통' 같은 것으로 보았다. 이 모델들은 현실 경제에서도 수많은 주체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다양하고 복잡한 성공과 실패의 패턴이 만들어지고, 변화와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여 주었다.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이러한 모델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제 시스템에 외생 변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제의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는 시장과정이 만들어 낸 것이다. 기술혁신, 심지어는 자연환경의 변화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둘째, 좋든 나쁘든 경제적 성과는 바로 주체들의 상호 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변화의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환경에 맞게 잘 적응하고 혁신하는 주체가 승자가 된다는 얘기다.
 
문제의 배후에 있는 본질을 찾아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복잡 적응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직접적인 원인에만 주목하지 않고 그 사건을 만들어 낸 구조를 탐구하는 자세를 말한다. 사건들 간의 관계도 단선적 인과 관계보다는 각 요인 사이의 상호 연결관계(피드백 고리)들을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단선적 인과 관계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구조를 보고 패턴을 읽어 내는 사고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시점에만 집착하지 않고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굴러가려면 새로운 성장엔진이 계속 나와야 한다고 했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가와 이를 알아보는 금융이 만나 기술혁신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혁신이 제대로 꽃을 피울지 말지는 결국 시장이라는, 진화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최고의 플랫폼이 결정한다. 시장과 기술혁신은 자본주의의 양대 축이다.
 
이 점을 잘 알면서도 왜 어떤 나라에서는 혁신이 잘 일어나는데 반해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할까? OECD의 큰 관심사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국가 혁신 시스템이고, 더 세부적으로는 지역 혁신 시스템, 부문별 혁신 시스템, 산학연 협력 시스템, 기업, 대학, 연구소의 개별적 혁신 시스템이다.
 
결론은 혁신이 일어나는 복잡 적응 시스템과 각 혁신 주체 간 또는 혁신 요소 간 상호 작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의 모든 것이 틀렸을 때, 바로 그때가 당신이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 줄 최상의 시기다.   - 톰 스토퍼드, <아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