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경제적 진화 : 빅맨에서 시장으로
지금까지는 대략 진화의 일반적인 모형을 설명하고 그 모형을 경제 시스템들에 접합시키고자 하였다. 10장에서는 경제적 진화를 모든 가능한 사업 계획, 즉 이른바 '스미스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디자인 중에서 적합한 디자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11장과 12장에서는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의 진화가 어떻게 경제적 진화에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경제적 진화 과정이 기업과 시장의 세계에서 펼쳐지면서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 결합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을 갖춘 하나의 완전한 모델을 갖고 있다. 즉, 경제적 진화를 위한 디자인 공간(스미스 도서관), 이런 디자인들을 코드화한 도식(사업 계획), 그러한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일단의 요소들(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사업 계획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식별자들(경영 팀), 진화적 경쟁이 일어나는 환경(시장) 등을 이미 정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설명하지 못한 중요한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첫째, 경제적 진화 과정에서 상호 작용하는 주체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 진화의 경우에는 생물 개체들이 상호 작용의 주체가 된다. 생물 개체들 상호 간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하여 생존하고 사멸하는 진화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생존과 사멸'이란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무엇을 의미하는가?
둘째, 경제적 진화에서 선택의 단위가 무엇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 진화의 경우, 선택은 유전자 단위에서 일어난다. 경제적 진화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사업은 생존과 사멸을 거듭한다
진화의 일반적인 모형에서 도식은 상호 작용자의 구조를 결정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DNA 도식은 상호 작용자의 역할을 하는 유기체를 코드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업 계획도 경제 시스템에서 하나의 도식으로서 사업의 구조를 코드화한 것이다. 결국 경제에서 상호 작용자는 사업이고, '생존하고 사멸하는 것'도 다름 아닌 사업이다.
그러면 사업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는 경제적 개념인 사업과, 법적 실체이자 하나의 사회적 기술로 볼 수 있는 기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의 : 사업이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하나의 상태에서 또 다른 상태로 전환하는 개인 혹은 다수가 조직화된 그룹이다.
정의 : 기업이란 한 개인 혹은 단체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단일 혹은 다수의 사업을 말한다.
진화 시스템에서 상호 작용자는 기업이 아니라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의 핵심적 특성은 바로 상호 작용의 거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업과, 제품 혹은 서비스 상품을 구별할 때는 고객, 경쟁자, 사업 지역, 관련 기술, 공급자 등 상호 작용의 대상이 일치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앞서 본 신문 잡지 가판대를 우유 사업, 신문 사업 등을 취급하는 복합 사업 기업이 아니라 단일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 우유와 신문을 사는 고객은 같고 다른 가판대와 경쟁하여 시장에서의 상호 작용이 제품보다는 상점 단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제약 회사는 심장약 사업, 암 치료제 사업 등을 가질 수 있는데, 이때 이들 사업들은 각기 고객, 경쟁자, 기술이 다르다.
따라서 경제적 진화에서 상호 작용자는 기업이 규정하는 사업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선택의 단위
사업은 경제적 진화 과정에서 적자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상호 작용자다. 그렇다고 해서 생물계에서 진화의 선택이 생물 개체 단위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사업이 바로 진화 과정에서 선택의 단위라고 할 수는 없다.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확실하게 알려면 한 단계 더 구체적인 단위로 내려가 보아야 한다.
생물의 경우 도식의 구성 단위들은 유전자들이다. 그러면 경제적 진화에서 선택의 단위는 무엇인가? 진화의 일반적 모델에서 선택 단위가 도식의 조각들이라고 한다면 경제적 진화에서 그건 사업 계획의 구성 단위들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어떠한 부분을 말하는가? 그 부분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느 정도 세분하여 보아야 할 것인가? 예를 들어, 선택의 단위가 판매 전략인가? 아니면, 제품과 관련한 물리적 기술인가?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례에서 경쟁에서 성공한 사업의 다른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점포의 형태 때문에 보더스 서점이 반스앤노블 서점의 시장을 일정 기간 잠식할 수 있었다면 그 상황에서는 점포의 형태가 바로 선택의 단위였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재고 관리 시스템이 사업의 성패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면 이는 진화의 선택 단위가 아니었다는 의미다(그러나 언제든 재고 관리 시스템도 진화의 선택 단위가 될 수 있다).
결국 선택의 단위라는 것은 환경이 선택하거나 배제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이 순환 논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로서는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적합도 함수라는 것은 극도로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가변적이다. 사전적으로 아무도 무엇이 선택될지 알 수 없다. 단지 뒤돌아보고 알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선택의 단위는 시간이 지난 다음 경험적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생물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사후적, 경험적 방법 외에는 선택의 단위를 알 방법이 없다. 유전자의 정의도 똑같이 모호하다. '긴 다리'라는 특질만을 코드화한 구체적인 DNA 배열이란 것은 없다. DNA는 단순한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촘촘히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망에 더 가깝다. '긴 다리'라는 특질은 잠재적으로 유전 가능한, 예컨대 뼈의 성장을 다스리는 호르몬, 근육의 생성 절차 등과 같이 상호 작용하는 일단의 구성 모듈들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런 모듈들 또한 하위 모듈들로 이루어지고, 그런 식으로 내려가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개별 단백질 그 자체의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모듈들은 동시에 다른 특질을 규정하는 과정에도 관련될 수 있다.
따라서 생물학자들도 유전자를 판별하기 위해 사후적, 경험적 방법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질병은 특정 단백질 결핍이 원인이라고 하자. 과학자들은 그 단백질의 결핍 원인이 되는 DNA 배열을 찾아서 그러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과학자가 발견한 DNA의 특정 배열은 그 질병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메커니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제적 진화에서 선택 단위를 식별하는 데도 앞서 논의한 것과 유사한 실용적, 경험적 접근법을 쓸 것이며, 그 과정에서 '모듈'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모듈'은 과거에 제시되었거나 아니면 미래에 제시될 수 있는 사업 계획의 한 구성 요소로서, 경쟁적 환경에서 다수의 사업들 중 선택의 근거가 되는 부분을 말한다.
모듈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러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내가 한 사업의 관리자라면 그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하여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어떤 것이든 사업의 성과를 차별화 하는 기반이 된다면 이를 모듈이라고 할 수 있다(좀 더 정확하게는 사업 계획 중 그러한 활동을 코드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경험을 바탕으로 모듈을 식별할 수 있다. 컨설팅 전문가들, 경영대학 교수들, 그리고 그 바닥에서 내노라하는 사람들은 사업에서 모범 사례를 찾고 이를 확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바로 이 모범 사례라는 것이 실상은 모듈이다. 이들은 과거에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을 찾기 위해 기업에 대한 사례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문서화하거나 설명 자료로 만든다(즉, 이것들을 도식으로 코드화한다). 그러고는 이를 경영 팀(코드화된 도식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으로 넘긴다. 경영 팀은 그러한 사례를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얻을 목적으로 경영 조직에 적용하는 시도를 한다(선택의 단위로서 활용한다).
사업들 간에 성과 차이가 나는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마치 생물체의 환경 적응 능력이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듯이). 과거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모범 사례가 반드시 미래에도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진화적인 선택은 사업 계획 전체는 아니지만 사업 계획의 일정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택의 단위에 대한 질문은 경제학과 생물학 모두에서 여전히 논쟁과 연구의 주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 시스템,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는 사회 시스템에서 선택의 단위와 관련한 다양한 이론적 제안이 있었다. 예를 들어, 경제 시스템의 경우 넬슨과 윈터의 '일상적인 과정', 사회 시스템의 경우 도킨스의 '생물의 유전자처럼 재현 모방을 반복하는 사회 현상'의 개념, 혹은 로버트 보이드와 피터 리처슨의 '문화적 변이'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러한 개념은 각기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 모듈의 개념은 바로 그런 아이디어로부터 도출한 것이다. 여기서 모듈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는 목적은 우리가 지금까지 구축해 온 일반적인 진화 모형과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경제적 관점에서 '도식', '상호 작용자', '선택의 단위' 간의 구분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전략이라는 접착제
'모듈'이라는 말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진화의 도식은 하나의 빌딩 블록 같은 것으로 짜 맞추는 조립의 특성을 갖고 있다(이 때문에 디자인 공간이 한없이 넓어진다). 따라서 '모듈'이라는 용어는 사업 계획이 여러 가지 모듈의 혼합체이고 이들 모듈을 조립하여 여러 가지 사업 계획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시장 환경, 전략, 제품 및 서비스, 운영, 마케팅과 판매, 조직 등
사업 계획은 개별 단위의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결합된 모듈(부분 계획)들이 다시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모듈을 결합시키는 접착제가 바로 전략이다. 전략은 어떤 주어진 여건하에서 모듈들이 어떻게 결합되어야 이익이 더 많이 날 것인가에 대한 가설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은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그는 사업 계획을 만들고 이 계획서를 실리콘 밸리의 모험 자본가에게 가져가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사업 계획서는 새로운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전략이라는 우산 아래서 결합되는 만남의 장소와도 같다.
차별화 : 기업가에서 관료까지
진화라는 연극에서 연기자가 누구인지는 알았으니, 이제 극의 구성을 정하고 경제라는 무대에서 진화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볼 차례이다. 우리는 연역적 추론(연역적 논리 + 실험적 추론)이 어떻게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공간에서 차별화의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는지 보았다. 사업 계획에서도 이와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사업의 운영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는 계획을 합리적으로 도출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설명한 것처럼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시험을 거쳐 제대로 된 것만을 취하는' 방법밖에 없다.
수도 없이 많은 사업 계획들이 실험되고 있다. 그러므로 사업 계획 공간에서 연역적 추론은 진화적 선택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대안 혹은 대안의 과임신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성공적인 사업 계획을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사회적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보다는 기예에 가깝다. 그러므로 생물의 경우처럼 진화의 과정이 완전히 관측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라도 성공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을 판별하는 데는 연역적 추론 가운데서도 연역적 논리보다 실험적 추론이 훨씬 유효할 수 있다.
다양한 기업가 스펙트럼의 한 끝에는 전혀 새로운 사업 계획을 들고 나오는 혁신적인 기업가가 있다. 기업가적 의사 결정 과정은 연역적 추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즉, 기업가는 다양한 사업 계획의 모듈을 새로운 방법으로 뒤섞거나 새로운 물리적 기술 혹은 사회적 기술을 도입, 가미하여 새로운 사업 계획을 도출해 낸다는 것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가만이 혁신의 주역이라고 할 수 없다. 중간 관리자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중간 관리자도 역시 담당 사업 활동을 합리적으로 기획하고 이에 대한 주변(고객 및 상급자)의 반응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연역적 추론 방법을 활용한다는 점은 기업가의 경우와 다를 게 없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중간 관리자는 기업가만큼 사업 계획의 다양성을 높이는 중요한 원천,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원천이다.
이른바 적합도 지형이 산악과 같은 곳에서 진화를 하려면 탐색을 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는 일정한 범위의 점프가 필요하다. 여기서 대부분의 혁신은 소소한 뜀뛰기 정도이다. 왜냐하면 지형상 과격한, 큰 점프를 노린 혁신들은 대부분 실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중간 관리자가 과감한 사업 계획을 추진하는 기업가에 비해 훨씬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를 잘 설명하여 준다.
그러나 진화가 어떤 국지적 정점에 처박히지 않고 계속 진행되기 위해서는 중간 혹은 높은 수준의 점프 시도도 필요하다. 따라서 진화를 위해서는 끈기 있게 일하는 관료도 필요하고, 무모하다 싶은 계획을 추진하는 과격한 기업가도 필요하다.
선택 : 통치자 대 시장
기업가, 관리자 그리고 관료 등이 연역적 추론을 통해 사업 계획들을 차별화할 수 있게 되면 그다음 문제는 그중에서 어떤 사업 계획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이다. 유사 이래로 인류는 두 가지의 경제적 선택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즉, 통치자와 시장이다.
초기 경제에서 선택의 과정은 명료하였다. 즉, 살아남는 것 자체가 바로 선택되는 것이었다. 만약 물리적 기술(예:활과 화살)과 사회적 기술(예: 사냥 모임)을 어떤 전략(예: 강변에서 영양을 사냥하기 위해)하에 결합하는 사업 계획에 성공하였다면 사냥하는 데 쓴 칼로리보다 사냥감으로부터 얻는 칼로리가 더 많았을 것이다. 이 남은 칼로리는 아이들을 먹인다든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칼로리의 측면에서 수지맞았던 이 사업 계획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더 복제될 가능성이 많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산되어 다음 세대들이 채택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다른 사업 계획( 새총으로 들판에서 타조 사냥하는 계획)의 경우 칼로리 수익이 신통치 않았다면 다른 성공적인 계획에 자원을 점점 뺏기게 되고, 결국 그 사업을 따르던 사람들도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도태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경제가 복잡해지면서 선택의 과정도 매개 단계가 늘어나고, 사회적으로 선택이 중요해지는 등 과거와 달라졌다. 진화적 선택과 사회 간의 마찰이 처음 일어난 것은 어느 날 통치자가 "이 기름진 옥토를 아무개(농사를 잘 짓는)에게 줄 게 아니라 나의 셋째 부인의 사촌(농사 못 짓기로 유명한)에게 주자" 라고 했을 때였다.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는 문제.
불량 사업 계획(첩의 사촌의 사업 계획)을 우수한 사업 계획(아무개의 계획)보다 더 선호하는 의사 결정은 생존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만약 통치자가 이러한 결정을 과도하게 반복하면 부족이 망하거나 반란이 일어나 통치자가 쫓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회가 생존의 단계를 넘어서면서, 특히 사회가 점점 더 부유해지면서 선택 과정의 사회적 왜곡은 그저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더욱 심화되었다.
만약 한 부족이 대체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고 통치자의 실정, 부패 혹은 무능이 극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부족이 얼마나 많은 손실을 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경쟁은 이러한 상황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발동한다.
사업 계획의 선택 과정에 정치가 개입한다는 것은 진화의 과정을 지체시키는 것과 같다. 극한적인 상황에서는 추장, 왕, 독재자 그리고 다른 통치자들이 경제적 진화를 정지시키고, 국민들의 생존이 궁핍하나마 유지될 수만 있다면 그러한 진화의 정지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사업 계획의 선정에서 통치자(빅맨)가 개입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통치자는 적합도 함수 자체를 왜곡시킨다. 진화 알고리즘의 특징 중 하나가 어떠한 적합도 기준이 주어지든 거기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칼 심스가 수영에 대한 적합도를 기준으로 자신이 만든 인조 물체를 선택하였더니 수영을 잘하는 물체들이 갑자기 많이 나타나 그를 놀라게 하였다. 적합도의 기준을 대륙 횡단 능력으로 바꾸었더니 지느러미와 꼬리는 사라지고 다리와 뱀과 같은 몸통이 발달하였다. 엔지니어들이 반도체를 디자인하거나 소프트웨어나 신약을 개발하는데 인공적 진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 적합도 함수를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적합도 함수가 잘못 설정되면 디자인도 잘못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치자가 선택하는 시스템에서 적합도의 기준은 그 사회 전체 경제적 부의 증진이 아니라 통치자의 부와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 국민의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 그리고 연역적 실험 능력은 온통 통치자를 즐겁게 하는 데 집중되기 마련이다.
통치자가 선택하는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인간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시장이다. 전통 경제학의 큰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시장의 선택에 따라 적응하면 그것이 바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복지를 향상시키게 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통치자 경제(통치자가 선택권을 가진 경제)에서 사업은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죽고 산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서는 고객의 제품 선호도와 수요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통치자 경제에서는 통치자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쪽으로 자원 배분이 일어난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서는 경제적 효율이 극대화되는 방식으로 자원이 배분된다.
사실 역사상 모든 경제는 통치자 경제와 시장 경제의 혼합체였다고 할 수 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통치자가 사업 계획의 성패를 결정하였고, 시장은 부차적인 혹은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여 왔다.
시장 경제에서 진화의 선택
통치자 경제에서 선택은 간단명료하지만 시장 경제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시장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시장이 사업 계획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 경제에서 빅맨 같은 계층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마르크스나 요즘의 반세계화 세력들이 주장하듯이 자본주의 사회에는 악덕 자본가도 있고 기업 총수도 있고 자기 잇속만 채우는 기업주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려면(자기 잇속만을 채우는 방식이라도) 자기의 사업 계획이 시장에서(따라서 사회로부터) 다른 대안들보다 선호되어야만 한다.
시장 경제의 사업 계획 선택 시스템은 두 단계로 작동한다. 대부분의 경제적 의사 결정은 계층 조직, 특히 기업 계층 조직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기업 계층 조직의 맨 위에는 아주 얇지만 매우 중요한 단계가 있다. 바로 기업의 계층 조직이 시장과 만나는 곳이다. 시장 경제는 진화를 위한 경쟁하는 기업 계층 조직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여기서는 시장이라는 상황에서 차별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거쳐 사업 계획이 선택되는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대기업 고위급 임원은 자기 사업부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사업 계획의 수정을 고려하고 있다. 그 첫 단계로서 그가 생각하는 일은 사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생산 라인 A를 확장할 수도 있고, 새로운 서비스 B를 출시할 수도 있고, 생산비 절감 혹은 조직 개편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각 대안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사업 계획서상의 특정 모듈들을 수정해야 한다. 이러한 대안을 만들어 내는 데 그 임원은 그의 모든 인지 능력을 동원할 것이다. 어떤 경우는 연역적 사고를 통해서, 어떤 대안은 유추나 다른 경험을(예: 전 회사에서 해보니 되더라는 등) 바탕으로, 어떤 경우는 모방을 통해(경쟁사가 이런 걸 했는데 성공하더라), 그리고 어떤 대안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도 있다( 영업부 누가 이런 말을 했는데 좋은 아이디어 같다).
사업부의 책임자가 대안을 도출하면 그중 어떤 대안이 가장 좋은가에 대한 판단을 위해 고민한다. 대안을 대략 몇 개로 압축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가서 다시 추가적인 아이디어 도출과 시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동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거나, 자기 생각을 설명하고 그것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다음 그와 직원들은 대안을 다시 수정 보완하여 이들 대안에 대한 가상 시험을 해볼 것이다. 예를 들어, 실행 모델을 작성하고, 시험 가동을 해보고, 비용 분석을 하고, 판매 전망에 대한 연구 조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그러고 난 후에 각 대안은 각 관련 팀의 평가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그 대안들은 회사 본부의 고위급 임원 회의에서 토론과 평가 과정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대안을 사업 계획에 추가, 수정하게 된다. 사업 계획이 수정되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변화가 뒤따른다. 예산과 인력이 재분배되고 제품이 바뀌거나 영업 전략이 바뀔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면 시장이 판단할 차례가 된다. 매상이 늘거나 줄 수도 있고, 이익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계획의 성공 여부에 대한 반응을 시장으로부터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여기서 설명한 것처럼 가시적이고 정해진 형식을 따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안의 도출, 시험, 선택이라는 반복적 과정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안 선택은 여러 단계에서 일어난다. 즉, 개인의 사고 모델에서, 조직의 계층 구조 내에서,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장에서 선택이 이루어진다.
복제 : 성공의 확산
진화 알고리즘의 마지막 단계는 복제다.
생물계에서 출현 빈도라는 것이 축약된 기본적인 측정 단위라는 점. 몇 퍼센트의 개체들이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는가를 묻는 대신 동일하게 그 종의 생물 총량(어떤 환경 내에 현존하는 생물의 총수)에서 몇 퍼센트가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는가를 물을 수 있다. 유전자 중심의 관점에서 본다면 후자가 더 사실에 근접하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 한정된 화학 및 에너지 자원(생물 총량으로 측정한 것) 중 몇 퍼센트가 특정 유전자의 통제 혹은 영향을 받고 있는가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측정은 단절된 것이 아닌 연속적인 것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사업 계획 모듈은 복제된다기보다는 확산 내지 증폭된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특정 사업 계획 모듈이 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진다면 그 사업 계획 모듈은 사업 계획 공간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우리는 선택에 대한 논의를 좀 바꾸어 어떻게 성공적인 사업 계획 모듈이 확산되고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게 되는지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가상 사업 책임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 책임자는 자기 사업 계획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함으로서 자기가 성공할 것으로 믿는 모듈을 정하고 이를 선택하기로 결정한다. 그런 다음 그 모듈을 실행하면서 거기에 사람, 돈, 그리고 다른 자원을 투입한다. 따라서 그가 선택한 그 모듈은 더욱 확산되고 가용 자원도 늘어나게 된다.
채택하지 않은 다른 10개의 대안은 자원을받지 못한 채 최소한 그의 사업부에서는 사멸되고 만다. 그 후 매출이 늘고 이윤이 증가하는 등 그의 사업 계획이 상당히 고무적인 초기 성과를 보였다고 하자. 회사 본부의 고위 임원들은 이에 감복하여 그와 같은 모듈을 채택하고자 할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과 돈 그리고 자원이 그 모듈을 실행하는 데 투입되어 그 모듈은 더욱 확산되는 것이다.
몇 달 후 그의 경쟁자가 사업 계획이 변한 것을 알고 이를 모방하면 이 모듈은 더욱 확산되어 다른 회사에서의 자원도 끌어들이게 된다. 그 모듈의 성공으로 이 두 회사가 성장하게 되면 은행이나 자본 시장으로부터 더 많은 자원이 이들 회사로 모이게 되고 그 모듈의 영향은 더욱 확산된다. 결국, 그 사업 책임자는 그 모듈을 채택하지 않은 조그만 기업을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 목적은 그 모듈을 적용할 기회를 확대하고 그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새로 매입한 기업에 그 모듈을 적용하면서 모듈의 영향은 더욱 확대된다. 즉, "복제를 잘하는 생물이 복제된다"는 생물학에서의 말과 같이 경제에서는 "확산을 잘하는 자가 확산된다"는 말이 성립된다.
경제적 진화의 핵심
사업 계획이라는 것은 그 내용을 식별하고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추진할 수 있는 지침서들이다. 이 지침서는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을 전략적으로 결합하여 사업 모듈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설명한다.
사업 계획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장의 몫이다.
결국 성공적인 모듈은 보다 많은 자원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보상을 받는다. 모듈의 성공은 두 단계에서 결정된다. 첫째, 사업 계획이 조직 내부에서 선택되는 단계로서, 이때 사업 계획의 실행을 위해 사람과 자원이 배분된다. 둘째는 모듈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성장하는 단계로서, 이때는 더 많은 자원이 고객과 자본 시장으로부터 흘러 들어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적자를 걸러 내는 과정이다.
진화의 선택 과정이 일어나면서 승자는 더 많은 자원을 향유하게 된다. 이러한 진화는 매우 동태적인 과정으로서 오늘의 승자가 내일도 승자가 된다는 법이 없다. 그래서 진화의 과정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새로운 모듈이 부침하면서 사업은 흥하거나 망한다. 그러면서 시장의 수요에 맞게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진화 알고리즘의 기본적인 구조 외에는 경제적 진화와 생물적 진화간에 특별한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생물의 진화에서 선택 단위는 세대 간의 '하향식 개량'이라는 패턴을 따르는 반면 경제적 진화에서는 제각기 다른 사업 계획을 두고 수평적인 선택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그러나 경제적 진화도 진화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며 다만 그 패턴이 다를 뿐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두뇌를 활용하고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 인간이 개입되어 있는 경제 시스템에서의 적자 선별과 선정 과정이 생물계에서와 같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경우 다 진화의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다를게 없다.
더욱이 저자가 제시한 진화의 이론적 틀은 시장, 화폐, 사유 재산, 주식회사 혹은 문자와 같은 사회적 기술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떻게 도끼를 더 많은 고기와 교환할 것인가 하는 유인원 '해리'의 선택 과정이나 중국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한 다국적 대기업 임원의 선택 과정이나 본질적으로는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시장 예찬의 또 다른 이유
전통 경제학자들이 모두 의견을 같이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장의 우월성이다. 물론 시장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시장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 효율성에서 이를 따를 시스템은 없다. 이러한 결론은 지금도 글로벌 자본주의의 핵심 논거가 되고 있다. 진화론적인 경제관도 시장이 우월하다는 데는 다름이 없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다르다.
전통 경제학은 시장이 균형 상태에서 사회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가 본 대로 문제는 현실에서 균형 상태는 달성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전통 경제학의 균형 조건에 대한 가정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를 근거로 시장이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논리 구조를 따르면 시장을 진화를 위한 탐색 메커니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은 사업 계획의 선별을 위한 '연역적 추론'이 일어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은 사회 구성원의 광범위한 수요를 반영하는 적합도 함수와 선택 과정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선택된 사업 계획으로 자원을 몰아 주어 승자는 더욱 번성하게 하고 패자는 도태시키는 역할을 한다.
간단히 말해서 시장이 우월하다는 주장은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오겔의 제2법칙', 즉 "진화는 당신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통치자가 아무리 합리적이고 지적이고 자비롭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적합도 지형에서 적합도가 가장 높은 정점을 찾아가는 데는 진화의 알고리즘을 당할 수 없다. 따라서 시장이 명령, 통제보다 우월한 것은 시장이 균형 상태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불균형 상태에서 기술 혁신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그들 역시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이 효율적이며 통치자에 의한 배분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전통 경제학자들은 균형 상태에서 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이라고 보는 반면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효율성을 상대적 개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완벽한 효율이라는 이상적인 상태는 실제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존재한다 하더라도 시장의 불균형성 때문에 그러한 효율적인 상태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엔진이 열역학적으로 100% 효율적일 수 없듯이 시장 역시 완벽하게 효율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이 자원 배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신화 같은 전체적인 균형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분산 처리 시스템과 같은 시장의 계산 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장은 여러 가지 신호 중에서 적합한 신호를 적합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자유로운 시장들은 역사적으로 혁신 제조기였다.
대부분의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혁신은 시장 경제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 경제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소득 격차, 환경 파괴, 보건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회의 과도한 물질주의가 국민을 반드시 행복하게 한다는 증거도 없다. 피폐해진 통치자 경제도 똑같은 문제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시장경제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 배분은 부진하고, 기술 혁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마지막으로, 시장에 대한 진화론적 관점이 통치자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경제 체제의 이행은 사회적 변화를 강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잡계 이론은 시장의 혁신 및 성장 촉진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인생의 본질은 무한히, 그리고 오묘하게 다양하다. 따라서 어떠한 중앙 정보 체제를 통해서도 이를 통제하거나 계획할 수 없다."
메타 혁신 : 다시 보는 1750년
인류사에서 가장 경이로운 사건은 1750년경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폭발적인 부의 증가와 경제의 복잡성 증대다. 이 기간 중 일어난 일련의 사회적 기술의 혁신은 경제적 진화 자체를 엄청나게 가속화시켰다.
첫 번째 메타 혁신은 과학 혁명, 두 번째 메타 혁신은 시장의 조직화와 함께 일어났다. 이러한 진화의 핵심 동인으로는 영국 의회민주주의의 발전과 미국 혁명을 들 수 있다.
1690년에 이르러 영국은 입헌군주국으로 변보 하였고 이때 국가 재정권이 의회로 넘어갔고 통화 관리를 위해 영국 중앙은행이 설치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법치주의의 정착과 사유 재산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제도도 도입 되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기술의 본질적인 변화는 그 후 수 세기에 걸친 사회 변화, 즉 봉건적, 계급적, 통치자 중심의 사회로부터 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였고, 이에 따라 상인 계급의 부상, 경쟁적인 민간 부문의 성장, 자본 시장의 출현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1776년(애덤 스미스 명저가 나온 해) 시작된 미국 혁명은 시장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만든 두 번째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국가 미국은 이미 한 세기의 경제적 자유를 경험하였고 1인 통치가 불가능한 평등한 대중적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미 미국에는 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혁명이 일어났을 때 이미 미국은 자유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18세기 말 미국, 영국 그리고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시장 경제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기술이 터를 잡았다. 그러나 아직 시장 경제라고 말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은행 제도는 매우 원시적인 단계에 있었고 주식회사 제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 계획의 선택 과정에서 통치자의 자리는 사라지고 기업가 정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또한 이 지역에서 과학도 뿌리를 튼튼히 내리게 되었다. 따라서 이 지역이 산업 혁명의 중심지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세기와 20세기를 통해 과학은 엄청난 물리적 기술을 창출하였고, 시장은 이러한 기술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는 사업 계획의 진화를 촉진하였다. 물리적 기술, 사회적 기술 그리고 사업 계획 혁신 간의 선순환이 일어나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거대한 경제 발전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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