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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부의 기원 전략 : 진화의 경주

자연을 지휘하려면 자연에 순응하라.

-프랜시스 베이컨

 

15. 전략 : 진화의 경주

 

인간이 정말 합리적으로 행동할 능력이 있고 충분한 정보를 갖게 된다면, 경제는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전통 경제학의 메시지이다. 정확하게 과학의 미래를 예측하겠다는 꿈은 20세기에 끝났고 경제를 정확하게 예측하겠다는 꿈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접어야 할 것 같다. 경제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며, 동태적이고, 우연한 요인의 변화에 민감한 탓에, 극도로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아니면 예측이 어렵다. 우리가 제아무리 합리적이고 원하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제를 계산하는 데에는 복잡성이 따르기 때문에 예측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미래의 사건은 일어나 버린다.

 

사람들은  CEO들이 특정 사업 전략이 다른 전략에 비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지 여부를 판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어떤 특정한 투자 전략이 다른 전략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우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특정 정책이 다른 정책에 비해 미래 사회의 욕구에 더 잘 부응할지를 결정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사람들은 예측하고 의사 결정을 내린다. 때로는 그것이 옳기도 하고 때로는 틀리기도 한다. 이들은 실험을 하고, 경로를 조정하며 서툴지만 연역적인 추론 방식으로 앞길을 열어 나간다. 그렇다면 복잡계 경제학의 메시지는 우리가 결코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는 말일까?

 

복잡계 경제학은 우리가 우리의 경제적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버렸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한 가지 방편을(우리가 늘 가지고 있었지만 그 가치를 잘 몰랐던) 넘겨주었다. 경제적 진화를 예측하거나 지휘할 수는 없겠지만, 진화를 잘하느냐 잘못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제도와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복잡계 경제학의 메시지는 진화가 우리보다 실제로 더 영리할 수 있고, 우리는 진화에 맞서기보다는 그것을 이해하고 그 힘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 실행을 위한 개입

사업 전략에 대한 초기 정의는 앨프리드 챈들러가 1962년 출간한 고전 <전략과 구조>에 나온다.

 

전략이란 기본적인 장기 목표와 목적,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행동 경로, 그리고 그에 따른 자원 배분에 관한 결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챈들러의 정의는 경영자들이 전략을 정의하는 데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포착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의 출발점으로 적절하다. 첫재, 전략은 본질적으로 미래를 지향한다. 전략을 개발하려면 자신이 미래의 어디에 있기를 원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전략은 바람직한 미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이 설정한 행동 경로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요소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전략 개발의 핵심 내용이다. 계획 수립 과정은 보통 산업의 현 상태를 검토하는 상황 분석에서 시작된다. 그다음, 경영진은 고객, 경쟁자, 기술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추세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시나리오를 예측하며, 예측된 시나리오상에서 바람직한 위치를 평가, 설정한다. 바람직한 위치라 함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말한다. 이러한 위치에서 기업은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

 

모든 전략적 계획에는 이른바 '개입'이 수반된다. 코르테스는 자신들이 타고 온 배를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그러 인해 이들은 내륙으로 전진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개입이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구축하려면 약속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약속이 필요치 않은 위치는 모방이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소매업체가 또 다른 소매업체를 따라 세일 행사를 여는 것은 쉽지만 "매일 싼 가격으로"라고 약속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전략의 위험성은 바로 이러한 약속에 따른 의사 결정의 비가역성 때문이다. 전략적 결정이 되돌리기 쉽거나 되돌리는 데 비용이 적게 든다면, 그러한 전략에는 아무 위험도 없을 것이다. 즉, 비가역성 없이는 부의 창출도 없다. 부의 창출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 또한 비가역성이다.

 

따라서 전략에 대한 표준적 접근 방법은 두 가지 가정에 의존한다. 첫째, 미래에 어떤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매일같이 이러한 가정을 믿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가정 모두 틀렸다.

 

 

2,700억 달러 동결 사건

만약 하잘것없는 우연한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면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해 보는 대안 역사를 취미 삼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 어린 황태자 빌헬름 이야기... 많은 사람들은 만약 그때 애니의 손이 약간만 떨렸어도 제1차 세계대전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의 역사가 보잘것없는 손의 떨림으로 인해 송두리째 뒤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그 사건이 지닌 중대성을 알지 못했다.

 

복잡 적응 시스템의 비선형적, 동태적 성격은 비록 그러한 사건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그로 인해 역사의 경로에 나타나는 차이는 매우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킨달이 개발한 CP/M 운영 체제는 소형 컴퓨터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표준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킨달은 IBM의 대단한 구애에 의심을 품었고, IBM이 만나려고 하자 그는 열기구 여행을 떠나 버렸다. 심지어 기밀 준수 합의서조차 서명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자신의 부인과 변호사만 보내 IBM 경영진과 만나 이야기 하도록 하였다. 낙담한 IBM 경영진은 게이츠에게 돌아와서 그에게 OS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 OS를 만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게이츠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게이츠는  5만 달러에 Q-DOS에 대한 라이선스를 얻은 후, 이를 수정하여 MS-DOS라는 이름으로 IBM에 다시 라이선스를 주었다. 최종 문안에 합의할 즈음 게이츠가 약간의 변경을 요구 했다. 그는 자신의 DOS를 MS-DOS라는 명칭의 버전으로 IBM 이외의 컴퓨터에도 판매할 권리를 갖기를 원했다. IBM은 게이츠의 요구에 응했다.

 

이 일화는 동결된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만약 킨달이 열기구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만약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츠가 Q-DOS에 대한 라이선스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게이츠가 계약서에서 최종 문안을 변경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하잘것없는 사건 중 어느 하나라도 변하였다면 기업 역사의 방향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러한 사건들이 얼마나 큰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지 예측하지 못했다.

 

 

미래는 과거의 재판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모형화할 때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을 무작위적인 것으로 모형화한다. 이는 무작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면 연구자는 통계 법칙을 사용하여 무작위 시스템에 관한 예측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 이야기에서 본 불확실성의 유형은 우리가 8장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매우 이례적이거나 매우 무작위적이지 않은 그런 종류이다. 무작위적 사건도 하나의 역할을 하지만(이쪽에서는 손가락의 떨림, 저쪽에서는 우연한 회의 등) 작은 사건이 역사를 바꾸는 결과로 확대되는 것은 바로 시스템 그 자체의 비선형적이고 동태적인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형의 불확실성이 갖는 특성은 정상적인 무작위성이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대로 뚝뚝 끊어지는 단속 균형과 거듭제곱 법칙에 의해 보다 명확히 설명된다.

 

이른바 복잡 적응 시스템 안에서 단속 균형과 거듭제곱 법칙의 결합은 사람들을 달래서 자신감을 심어 주고 나서는 엄청난 놀라움을 주기 위해 거의 극악한 방식으로 설계된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그러한 패턴에 의거하여 미래를 추정함으로써 예측을 행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의 경우 이러한 방법은 상당히 효과가 있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화는 우리의 뇌를 그러한 방향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로 세상은 꽤 안정적이다. 전통적인 전략 분석으로부터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상당히 정확한 단기 예측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속점 사이의 '안정적인' 시기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면 예측 가능성에 관해 오인할 수 있다. 사실 '안정적인' 산업만큼 위험천만한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거듭제곱 법칙의 존재는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한 모형에 따라 형성된 기대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산업마다 반복해서 일어났다. 젊은 신생 기업이 성공을 거두고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진들은 자기들의 패턴 인식 틀을 통해 지금까지 거둔 성공을 뒤돌아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 우리가 이 산업을 이해했던 거죠." 이회사의 경영진은 이제 현재의 패턴에 근거하여 미래를 추정하고 전략적 계획을 수립한다.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회사는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영진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의 내용과 사업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 더욱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애니의 손이 떨리는 데도(신기술이 개발되거나 경쟁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소비자의 취향이 변하기 시작하는 경우) 최고 경영진은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역사는 길을 바꾸었고 세계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우선 회사 경영진의 패턴 인식 구조는 이러한 변화가 정말 일어난 것인지 믿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문제가 '일시적 변이'라고 믿으면서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들은 자신의 산업을 오랜 기간 동안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보다 많은 증거를 기다리는 동안, 세계는 계속 변화하고 변화의 눈사태는 가속화한다. 회사는 이제 단속점의 중간에 놓이게 되고, 갑작스럽게 경영진은 새로운 게임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릇된 사고의 틀, 그릇된 자산, 그리고 그릇된 기술에 얽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다행히도 운이 좋아서 변화가 그다지 크거나 빠르지 않아 이 어려움을 헤치고 생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변화가 크고 빠르게 진행된다면 이 회사는 사멸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한 누군가에게 먹히게 된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전략적 계획은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고 전략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의 미래는 거의 무한한 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일련의 동결 사건들이 우리의 진로 결정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동시에 변화의 불연속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우리의 패턴 인식틀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안정적인 것으로 오판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부터 알게 되겠지만 더 암담한 것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은 고작해야 전체 싸움의 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신화

19세기 기술혁신과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으로 이 회사가 지닌 어마어마한 경쟁 우위의 장벽이 붕괴되고 말았다.

 

모든 경쟁 우위는 일시적이다. 일부 우위는 다른 우위에 비해 오래 지속되지만 모든 우위의 원천은 한정된 '유통 기간'을 갖는다. 

 

정작 흥미로운 것은 저자의 서가 정반대편에 꽂혀 있는 '왜 위대한 기업들이 실패하는가' 류의 책들이다. 이러한 책들은 한때 성공을 거두었던 대기업들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그리고 산업을 뒤바꾸는 혁신, 장애가 되는 관료제, 그리고 오만이 한때 강력했던 제도를 어떻게 완전히 망하게 했는지에 관한 무서운 이야기들을 전한다. 이런 냉혹한 운명을 피하려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대기업의 힘을 신생 기업의 민첩함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고 있는 와중에도, 분명히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구축하고 장기간에 걸쳐 높은 실적을 유지하는 일부 '탁월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보다 장기적인 시간 틀에서 이들을 보면 '탁월한 기업' 부류의 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와 영속적인 높은 실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이야기들은 경쟁 우위의 일시적 성격, 그리고 기업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시장의 믿기 힘든 역동성에 관한 설명이라고 보아야 한다.

 

 

전략은 진화의 경주

위긴스와 뤼플리는 경쟁 우위에 관한 문제를 통계적으로 다루었다. 이들은 많은 '탁월한 기업' 부류의 연구가 범하는 두 가지 공통적인 오류를 해결했다. 첫째, 최고 기업들 중에서 성과 우량 기업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확인했다. 큰 방에 사람들이 모여 동전을 던지면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계속해서 앞면이 나올 것이다. 자신들이 관찰한 양상이 단순히 운 때문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둘째, 5년 주기로 나누어 관찰함으로써 이들은 또한 실적이 그저 호조를 보인 몇 년의 기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조사된 특정 시간대에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진정한 경쟁 우위는 희소한 동시에 비교적 수명도 짧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긴스와 뤼플리는 또한 안전하고, 안정적인 산업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광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위긴스와 뤼플리의 연구가 전통 경제학에 기초한 전략 개념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들이 확인한 양상은 진화생물학자들에게는 결코 놀라운 일이 못 된다. 경쟁 우위가 희소하고 수명이 짧기는 생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게 바로 진화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생물계에서 종은 서로 간 끊임없는 공진화적 군비 경쟁속에 엮여 있다. 포식 동물들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진화한다면, 그 먹이들은 더 나은 위장술을 발휘하도록 진화되고, 다시 포식 동물들의 후각이 더 예민해질 수 있도록 진화하는 등, 진화의 피곤한 여정은 휴식도 없이 무한히 진행된다.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종적인 답변은 없었다. 성공적인 죄수의 딜레마 전략은 필연적으로 다른 전략으로부터 대응과 혁신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전략의 생태 체계를 변화시키고 따라서 승리 전략을 구성하는 요소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도록 만든다. 진화 시스템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일시적인 우위의 새로운 원천을 창출하려는 끝없는 경주만이 있을 뿐이다.

 

위긴스와 뤼플리는 이러한 유형의 기업들에 관한 증거를 찾아냈다. 탁월함을 반복하는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기업의 수는 매우 적지만 사긴이 경과함에 따라 약간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아마도 경쟁의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기업들이 반복적인 혁신자가 되는 방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혁신하지 않는 기업, 혁신하는 시장

해넌과 프리먼은 시장의 '조직 생태'에 관한 일련의 이정표적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서 얻어진 증거들로 시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혁신과 변화가 존재하는 반면 개별 기업의 수준에서는 변화가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의 결론은 경제의 변화는 개별 기업의 적응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과 퇴출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평균 실적을 상승시키는 것은 바로 지속적으로 진입하는 신규 기업들 때문이다. 우리는 시장 경제라는 진화 시스템에서 사업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자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논의한 바 있다.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각 사업은 사업 계획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이며 일부는 성공을 거두어 확산되는 반면 일부는 실패해서 사라진다.

 

따라서 사업 계획을 실행하는 기업도 그 사업의 운명과 같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는 사업 계획을 차별화하고 선택하며 확산하는 과정이 폐쇄된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보다 시장에서 보다 원할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포스터와 캐플런이 언급했듯이 '시장은 기업보다 더 많은 놀라움과 혁신을 창출한다'.

 

기업은 인간의 모든 단점과 편견을 지닌 이른바 빅맨에 좌우되는 계층 구조인 반면, 시장은 거의 순수한 진화 기계와 같다. 기업은 시장이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사업 계획을 결코 갖지 못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지금까지 나는 상당히 침울한 그림을 그려왔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보다 잘할 수는 없는가?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적응력이 뛰어난 기업을 설계할 수 있는가? 그리고 구체적으로 우리는 예측의 문제를 피하면서 전략에 대하여 보다 확고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접근 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가?

 

 

실험 포트폴리오로서의 전략

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사방으로 둘러싼 벽 안으로 진화를 들여와서 그 안에서 차별화, 선택 그리고 확산이라는 물레로 실을 짜게 만드는 것이다. 전략을 미래 예측에 근거한 단일의 계획으로 간주하기보다 여러 실험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 즉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로 경쟁하며 진화하는 일단의 사업 계획 집단으로 간주해야 한다.

 

게이츠가 창출한 것은 집중적인 한 판의 도박이 아니라 전략적 대안들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였다. 게이츠가 한 일을 해석하자면 그는 우선 최고의  PC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는 높은 수준의 열망을 설정했고, 그다음에는 그러한 목표가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실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쓰기보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사 밖에서 진행 중인 진화적 경쟁을 반영해 회사 내부에 서로 경쟁을 벌이는 일련의 사업 계획 집단을 창출했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미래를 향해 진화해 나아갈 수 있었다. 

 

당시 게이츠는 이러한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 때문에 큰 비난을 받았다. 저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무 전략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혼란스럽게 표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빌 게이츠가 진화론에 기대고 있었다거나 이러한 전략을 구성하면서 적합도 지형을 생각해 보았다는 정황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법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되었는가라는 물음과는 무관하게 그 결과는 변덕스러운 역사를 상대로 견고한 적응 전략을 창출한 것이다.

 

우리는 전략에 대한 실험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에서 몇 가지 일반적인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전략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경영진 내부에 현 상황에 대한 공통의 이해와 공유하는 열망이 있어야 한다. 둘째, 사업 계획을 차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사업 계획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사업 계획은 확산되고 성공하지 못한 계획은 폐기되는 과정이 확립되어야 한다.

 

 

문맥 : 준비된 마음가짐

전략적 계획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주장한 그는 다음 날 전략적 계획을 만드는 데 왜 그렇게 큰 노력을 기울이는지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계획을 믿지 않는다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준비된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지."

 

그가 설명한 대로 그와 그의 팀은 미래에 대한 예언 같은 예측을 위해 전통적 전략 분석 기법을 활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실시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자신들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불확실성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법을 사용했다. 논의가 계속되면서, 그는 전략적 계획 실험이 고위 간부들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설명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공통의 준거 틀, 핵심 사안에 대한 이해 공유, 그리고 상호 간의 대화를 위한 언어를 제공한다고 했다.

 

GE 캐피털의 전임 고위 경영자였던 한 사람은 나에게 기업 인수 계획과 관련하여 비슷한 철학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전략적 계획의 요체는 미래 예측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도록 하는 학습으로 보았다.

 

만약 기업 X가 매각을 제의한다면 그의 팀은 다른 어느 팀보다 빠르게 그리고 우발적 사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그 제안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음으로써 성공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그의 팀 구성원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이미 시장에 대한 모든 논의를 거쳤고, 기업 X 에 대해 많은 사항을 알고 있으며, 기업 X가 자기 회사에 어떠한 경제적 영향을 줄 것인지 등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이러한 기업 인수가 자신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관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들은 준비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전략 계획의 목적은 미래 예측에 근거해 단일 목표의 5개년 계획에 대하여 '답'을 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마음가짐'을 창출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과정이 학습보다는 계획 수립과 의사 결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학습에 초점을 맞춘 계획 과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과정의 초점을 주요 의사 결정자들 간의 심층적 논의와 논쟁을 구조화하는 데 두어야 한다. 전형적인 계획 과정은 사전에 미리 짜놓은 겉만 번지르르한 회의에서 부하 직원이 고위 의사 결정자에게 슬라이드로 설명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회의에서는 아무런 학습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위 의사 결정자들이 만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열정적으로 문제와(그리고 경우에 따러서는 상대와) 씨름하는 포럼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둘째, 그 과정은 반드시 사실 및 분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단순히 의견만을 테이블에 가져다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회의실에 들어올 때와 동일한 생각의 틀을 가지고 회의실을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전략에 관한 대화를 주도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참모 및 전문가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고위 경영자 스스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 과정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 공통의 사실에 근거한 이해의 공유가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셋째, 의사 결정을 위한 별도의 포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예산, 목표 설정 및 자원 배분에 관한 단기적인 의사 결정들이 전략 과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면 학습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차별화 : 여러분의 전략 나무는 얼마나 무성한가?

일반적인 전략 계획 과정은 전략적 의사 결정 나무에서 가지를 쳐내고, 대안을 제거해 나가며, 선택하고 개입을 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전략에 대한 진화적 접근 방법은 대안을 창출하고 대안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며, 특정 시점에서 가능한 최대로 가능성의 나무가 무성해지도록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대안은 가치가 있다. 진화하는 전략적 실험 포트폴리오는 경영진에서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그것들 중 일부가 옳을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진화는 사업 계획의 과임신 현상을 필요로 한다. 넘칠 정도로 충분한 사업 계획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어떠한 기업도 시장 전체에 존재하는 사업 계획의 다양성에 필적하지는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오히려 그 반대 극단에서 운영되고 있다.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방향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진화적 전략은 산지사방으로 동시에 움직이면서 위험이 수반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사람들에 관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실행에 관한 피드백 고리는 엄격하고 측정 가능하다. 이에 비해 전략의 진화에 관한 피드백 고리는 측정하기가 어렵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해가 걸린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중복을 싫어하지만 다양성은 그 정의상 중복, 중첩 및 잉여 능력을 필요로 한다.

 

충분한 실험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창출하는 것 외에도 진화적 탐색 과정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 계획들을 앞서 살펴보았던 적합도 지형 전반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생물의 경우, 돌연변이와 짝짓기가 혼재되어 짧은 점프와 긴 점프가 혼합된다. 사업 계획의 적합도 지형에서 '점프의 거리'를 고려할 때 우리는 위험, 관계 그리고 시간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위험은 특정한 전략적 실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불확실성과 개입의 비가역성 정도를 지칭한다. 관계는 사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험, 기술 및 자산으로부터 실험이 얼마나 멀리 또는 얼마나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시간은 실험으로부터 성과를 얻게 되는 기대 시간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 계획의 다양성은 사업의 다양성과 똑같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제한된 수의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들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와 매우 다르다. 내 얘기는 하나의 사업 내에서 여러 전략으로 이루어진 전략 포트폴리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 압력 : 열망의 설정

사업 계획 선택은 많은 기업들이 고심하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이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작동하는 선택 압력을 반영하려고 하지만 일단 시장으로부터 나온 신호가 회사의 장벽 안으로 들어오면, 한 고위 경영자가 말한 것처럼, 마치 "유령의 집에 달려 있는 거울"처럼 왜곡될 수 있다. 회사 내부에는, "이것은 CEO가 좋아하는 아이디어이고, 만약 이것이 선택되지 않는다면 그의 체면이 크게 상하게 될 것"이라든가, "이것은 우리 사업부의 전문 분야"라는 말과 같이, 시장에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 여러 가지 선택 압력이 회사 내부에 존재한다.

 

이러한 왜곡은 현실 세계의 인간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는 흔히 있는 일일 따름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무수한 편견 및 지각 오류에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계층 구조에서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인간의 약점은 필연적으로 조직이 시장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유령의 집 효과를 억제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시장으로부터 조직으로 유입되는 정보의 양, 질 그리고 속도를 향상시키라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CEO와 고위 경영진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 내에서 선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종류의 행동과 의사 결정이 보상을 받을 것인지를 알려주는일단의 신호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신호는 필연적으로 어떠한 유형의 계획이 지지를 얻고 어떠한 유형의 계획이 그렇지 못할지에 관한 이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부 선택 환경을 주의 깊게 그리고 세심하게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선택 환경을 조성하는 한 가지 중요한 수단은 회사의 열망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사명, 비전, 가치 그리고 기타 열망에 관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열망은 본사 벽에 걸린 형형색색의 포스터 위에만 존재할 뿐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로 행하는 일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의 신호를 자기 조직 내부로 투사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회사의 열망을 활용할 줄 아는 경영자는 많지 않다.

 

열망이 사업 계획 선택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첫째, 열망은 반드시 조직 내 여러 구성원들의 뇌리에 심어져 있어야 한다. 효과가 있는 열망은 '사람들을 참여시킨다'. 그러한 열망은 가시적이고 힘을 북돋우며 초점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보고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래서 긴 설명이 필요 없거나 아예 설명이 없어도 알 수 있어야 한다. 말만으로는 특정한 열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지지 않는다. 웰치는 1등 아니면 2등이라는 아이디어를 보상 제도, 성과 평가 및 사업부 평가와 연계시켰고, 지나칠 정도로 자주 이에 관해 이야기했다. 간단히 말해서, 웰치는 열망을 중심으로 선택 환경을 조성했고, 따라서 수천 명의 직원들의 생각, 그리고 어떤 사업 계획이 살아남고 어떤 것이 사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수십만 개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 열망은 반드시 외부 세계가 조직에 부과하는 선택 압력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을 포착해야 한다. '1위 아니면 2위'라는 열망은 웰치가 그러한 외부적 선택 압력(GE는 붕괴 직전이였고 주주로 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음)을 수용하고 이를 해석하여 다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감정에 호소하며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 안에 투사하기 위해 만든 방법이었다. 

 

셋째, 열망을 형성할 때는 한 가지 중요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열망은 선택 압력을 느끼게 할 만큼 충분히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미래 예측 능력을 필요로 할 만큼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성공적인 비전은 충분히 일반적이어서 이러한 목표가 어떻게 달성될 것인지에 관해 수많은 연역적 실험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열망은 회사를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만들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며, 실험 정신을 장려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진화 시스템의 관점에서 적합도 지형에서의 정체는 바로 멸종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어떠한 열망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외부 환경에서의 선택 압력이 변화하면 그에 따라 내부 선택 압력의 원천이 되는 열망 또한 바뀌어야 한다. 

 

 

확장 : 꿀벌처럼 무리 짓기

기업이 역경을 헤치고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를 개발, 선택하더라도 그러한 사업 아이디어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인력 및 자본 풀과 비교할 때 기업의 경우 자산의 공급에 한계가 있다. 

 

전략에 대한 진화적 접근 방법은 가능한 한 전략 나무를 무성하게 하고 다양한 대안들이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가역성(부 창출의 첫 번째 G-R조건)을 영원히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정 시점에는 돌이키기 어렵더라도 전략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 조직은 계층 구조이기 때문에 고위 경영진은 반드시 최종적으로 적극적인 약속을 표명하고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진화의 맥락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가?

 

꿀벌들은 좋은 화밀의 원천을 찾기 위해 탐색 패턴으로 벌집에서 퍼져 나간다. 꿀벌 한 마리가 화밀을 발견하면 벌집으로 돌아와 다른 꿀벌들 앞에서 8자 모양의 춤을 춘다. 화밀이 많을수록 춤은 더욱 격렬하다. (꿀벌 예시 생략)

 

꿀벌의 비유를 계속하자면, 성공적인 확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화밀'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것이 실험 포트폴리오 속에 있어야 하고, 매력적인 기회로 무리 지어 이동하려면 주변에 남아 있는 '꿀벌들'이 있어야 하고, 상황이 변화하면 한 '꽃밭'에서 다음 꽃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어떠한 사업이 유망하고 어떠한 사업이 그렇지 않은지를 알아야 한다. 실험 포트폴리오 속에는 분명히 명시적인 시장 피드백 메커니즘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사업 계획은 반드시 명확하고 신중하게 성과가 평가되어야 하고, 가능한 한 실시간에 가까운 시간에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진화가 적동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실험에 필요한 여유 능력(예컨대, 무리를 지을 꿀벌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실험 간 자원 배분은 상당히 유연하고 실시간으로 변경 가능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피드백, 분권화된 의사 결정은 이들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실시간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다지 유용성이 없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너무 느리기 때문에 자원 배분이 실시간에 가깝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원 배분 재량권을 조직의 하부에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원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에서는 메커니즘으로 자동 자원 배분이 될 수 있고 실시간이 가능하다.)

 

 

적응적 사고방식

미래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인정하면, 예측과 계획보다 학습과 적응을 강조하려면 용감한 경영자가 필요하다. 사실상 사람의 사고방식이야말로 전략에 대한 적응적 접근 방법을 창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혁신을 위해 규모가 크고 위험성이 높은 내기를 하기보다는 낮은 내기들을 받아들이고 오로지 가능성이 있을 때 크게 내기를 걸어라. 고위 경영자가 전략적 실험의 결과까지 반드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험을 창출하고, 선택하며, 확장하는 과정은 통제할 수 있다.

 

적응적 사고방식은 많은 측면에서, 미래 비전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접근과는 정반대이다. 적응적 사고방식은 매우 실용적이다. 이는 내일에 관한 추측보다는 오늘에 관한 확실한 사실을 중요시하고,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실행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큰 실패보다는 많은 수의 작은 실패들을 선호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경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BP의 CEO 브라운 경은 이 과정을 "각 단계는 바로 전 단계 위에 구축되며 사전에 정해진 계획이 없는 일련의 단계이다. 우리는 필요한 일을 했고 성과를 내든 문제에 봉착하든 우리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라고 설명 했다. 그리고 그룹의 부회장인 로드니 체이스는 "그것은 직선이 아니었다. 우리는 실수를 범했고, 모든 일이 제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하면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실수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