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부의 새로운 정의 : 적합한 질서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자"라는 칭송을 받았던 뢰겐은 기존의 경제 이론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며 학계의 이단아로 돌변했다. 그는 진화적 이론 및 물리학을 통해 전통적 경제학의 오류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으며, 그 결과 1971년 <엔트로피와 경제>를 발표했다.
이번 장을 통해 우리는 뢰겐이 시대를 앞선 경제학자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열역학 법칙과 경제 과정의 기본적 원리는 다음과 같다. 경제 활동은 본질적으로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며, 진화란 질서가 창조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점검해 보고 현재의 과학과 결부시키는 한편, 앞 장에서 본 진화 모델들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최종 목적지, 즉 부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계의 괴짜들과 허풍쟁이들
뢰겐은 그의 저서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인체 내의 유전자를 통해 천천히 이루어지지만, 외부적으로는 문화를 통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화의 진화 속에서 기존 경제학의 오류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고자 했던 경제학자로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케네스 볼딩 등이 있다. 그러나 뢰겐은 진화론과 열역학 이론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등 과학과 경제 이론을 접목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열역학 제2법칙은 우주는 궁극적으로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서 높은 엔트로피 상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대로 두면 세계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변화하는 것이다. 만약 열린 시스템에 에너지를 주입할 경우,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엔트로피에 맞서 싸울 수 있고, 그 결과 우주의 일부분에서는 질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열린 시스템 내에서 엔트로피가 감소하고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모두 열과 노폐물의 형태로 엔트로피를 우주 밖으로 배출시켜야 한다. 따라서 우주의 총 엔트로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또한 열린 시스템이 엔트로피와 맞서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 만약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질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고 시스템은 점차 쇠퇴하여 사라지게 된다.
열역학 제2법칙은 근본적으로 생물계에 진화를 가져왔다. 열역학적 관점에서 유기체란 고도의 질서를 가진 분자들의 집합체이다.모든 유기체들은 외부의 무질서에 대항하여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포막, 피부, 내관 등 다양한 형태의 방어막을 갖는다. 이와 같이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유기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다.
경계 내부의 분자들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예기치 못한 일부 분자의 움직임으로 인해 유기체 내부에서 특정한 화학적 패턴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돌연변이 분자들이 자연스레 하나의 완벽한 박테리아로 결합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경우와 같다.
따라서 모든 유기체는 복잡한 내부 질서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며, 엔트로피는 열과 노폐물을 통해 우주로 배출된다. 이러한 과정이 중단되면 유기체의 분자들은 무질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를 가리켜 열역학 제2법칙에서는 열역학적 '죽음'이라고 표현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생명체에 기본적인 제약을 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 투입량이 에너지 소모량보다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유기체들은 생존과 재생산을 지속하기 위해서 열역학적 '이익'을 창출해 내야만 한다. 각 유기체들은 열역학적 이익을 통해 생존과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전략적으로 디자인되었다.
물론 질서 창출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나무등과 같은 식물은 땅, 물, 햇빛을 두고 경쟁할 것이며, 동물들은 먹이 사슬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습득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경쟁적이며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생물들은 열역학적 이익을 얻기 위해 30억여 년 동안 진화를 지속하여 왔다.
뢰겐은 <엔트로피와 경제>에서 생물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경제 과정 역시 본질적으로 고엔트로피에서 저엔트로피로의 변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신고전주의 이론은 열역학적 제약을 인정하지 않는 등 물리적 법칙을 사실상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고전주의가 말하는 생산 함수는 "환각에 의한 속임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뢰겐이 내린 결론 중 하나는 경제가 엔트로피를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이라는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경제학사에서 잊힌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경제학에서 제대로 빛을 발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십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경제학에서 엔트로피와 에너지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폴 새뮤얼슨은 1970년 그의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엔트로피와 에너지에 상응하는 표현을 찾는 따분한 논문을 얼마나 심사해야 했는가?" 1972년 논문에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물리학의 엔트로피에 상응하는 개념을 사회 시스템에서 찾으려 하는 것은 사회과학계의 괴짜이거나 설익은 학자가 하는 짓이다."
그러나 뢰겐은 괴짜가 아니었으며 경제학의 엔트로피 개념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앞서 3장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경제 시스템이 실물 세계에 존재하는 만큼 우주 내의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이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제안 : 가치 창조를 위한 세 가지 조건
뢰겐은 진화를 거듭하는 복잡한 시스템인 경제와 우리의 숙제인 부의 기원을 근본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세 가지의 중요한 관찰을 했다.
첫째, 그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불가역적이라고 했다. 경제 시스템에서 시간이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화살과 같다.
둘째, 그는 "의복, 목재, 도자기, 구리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물질들이 고도의 질서 체계를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우리가 경제적으로 누리는 모든 것들은 1차적으로 낮은 엔트로피를 이용하고 있음이 증명된다"고 하였다. 경제 과정은 에너지 소비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질서를 가지고 있는 1차적인 물질과 정보를 보다 높은 질서를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로 변환시키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셋째,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와 같으나, 모든 질서가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뢰겐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정확한 조건을 말해 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공식적인 용어로 G-R 조건이라 부르자.
물체, 에너지, 그리고 정보 등의 어떤 패턴은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때에만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 불가역성 :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경제적 전환 혹은 거래는 열역학적으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 엔트로피 :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경제적 전환 혹은 거래는 경제 시스템 내에서는 국지적으로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반면, 전체적으로는 엔트로피를 증가 시킨다.
- 적합도 :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경제적 전환 혹은 거래는 인간의 목적에 적합한 인공제(제품 등)나 행동을 만들어 낸다.
불가역성 : 계란을 깨 오믈렛을 만든다
우리는 사업을 가리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재료, 에너지, 정보 등을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환시키는 사람이나 조직화된 공동체"라고 정의 했다. 마찬가지로 나는 물리적, 사회적 기술을 변환 개념으로 정의했다. 어떠한 물체를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환시키는 것은 열역학적 개념이다.
우리의 삶과 경제 현상을 거시적으로 볼 때, 현재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사실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우리의 머리는 본능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에너지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질서의 창조는 저절로 일어날 수 없다. 만약 누군가가 깨진 유리병을 다시 붙이고 우유를 채워 넣어 테이블 위에 다시 올려놓는다면, 이는 누군가가 시스템에 에너지를 부여하여 질서를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역성은 엔트로피 및 질서 창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 연관성은 확률 법칙을 통해 일어난다. 질서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분자의 돌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사물의 상태가 변할 수 있는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는가 묻는 것이다.
질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비용이 있다. 나노봇이 그 일을 하게 하려면 에너지를 주입해야만 하며, 나노봇은 일의 대가로 열을 방출한다. 따라서 컵 안의 엔트로피는 점차 감소하겠지만, 컵 주변을 둘러싼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셈이다.
뢰겐이 주장하는 본질은 만약 우주가 열역학 제2법칙을 피할 수 없다면 경제 역시 그러할 것이라는 것이다. 변환 과정을 포함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여러 과정들은 열역학적으로 불가역적이다. 이는 가치 창조 과정을 역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라기 보다, 어떠한 물건을 만들거나 원 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를 만드는 과정을 예시로 이야기.
1982년 물리학자 찰스 베넷은 가역적 컴퓨터(열역학적 손실 없이도 양 방향으로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기계)가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입증해 보였다. 이러한 가역적 컴퓨터가 존재하려면 무한한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메모리 용량이 한정된 컴퓨터가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보를 삭제해야만 하는데, 이는 불가역적 과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경제(경제 역시 우주의 하부 조직에 불과할 뿐 우주 그 자체는 아니다)에 유한한 한계가 있는 한, 뢰겐의 이론은 안전하며 앞서 제시된 경제적 불가역성의 조건 역시 위배되지 않는다.
경제적 가치는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뿐만 아니라 거래를 통해서도 얻어질 수 있다. 교환은 사람들의 선호도 차이에서 일어나고, 무역은 사람들의 선호도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가치를 창조한다. 가치 창조적 생산이 불가역적인 것처럼, 가치 창조적 거래 역시 불가역적이다.
불가역성은 가치 창조의 필수 요소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가치가 파괴되는 불가역적인 과정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허리케인, 폭발, 무능한 관리 팀 등은 모두 가치를 파괴시키는 동시에 에너지를 역전시킨다. 첫 번째 G-R 조건에 따라 시간은 경제 시스템 내에서 일방성을 갖지만, 우리는 변환 및 거래가 가치를 창조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엔트로피라는 두 번째 조건을 필요로 한다.
엔트로피의 감소 : 분홍색 자동차와 폭탄은 가치를 창조하는가?
두 번째 G-R 조건,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경제적 변환 혹은 거래는 경제 시스템 내에서 국지적으로는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반면, 전체적으로는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창문제 돌을 던지는 것과 창문을 수리하는 것의 확연한 차이점을 설명해 준다.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은 어떠한 과정이든 불가역적이어야만 하고 엔트로피를 감소시켜야만 한다.
대부분의 경제적 변환은 엔트로피를 분명히 감소시킨다. 그렇다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경제적 변환은 존재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건물을 붕괴시키는 행위가 가치를 파괴시키는 변환은 아닐까? 군대용 폭탄을 제조하는 것은 또 어떨까?
건물을 붕괴하는 행위는 가치 창조의 중간 단계일 뿐 그 자체로 변환이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가치 창조 과정의 중간 단계로서 파괴 역할은 생물학적 시스템에서도 존재한다. 신체가 세포 및 조직 내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려면 우선 소화기 조직들이 음식 속에 정리된 화학 요소들과 에너지들을 잘게 분해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폭탄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폭탄을 제조하는 행위는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고 가치를 창조하는 행위다(값을 치르고 폭탄을 구입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증거다). 그러나 폭탄을 사용하여 적의 자산 등을 폭파시키게 되면, 이는 적과 관련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이 행위는 경제적 가치를 창조한다기보다는 파괴하는 것에 가깝다. 전쟁은 궁극적으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행위가 된다.
미시간주 앤아버의 차들을 모두 분홍색으로 칠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와 같은 행동이 가치를 창조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일은 엔트로피를 감소시켰다고 주장할 수 있다. 결과는 가능성이 낮은 가치를 위해 에너지를 쓴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가 실질적으로는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모든 차를 분홍색으로 칠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를 분홍색으로 칠하는 행위는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일까, 아니면 정보를 파괴하는 행위일까?
이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질서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질서와 무질서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질서의 상대적 특성은 열역학 이론에서는 잘 알려진 이슈다.
당신은 마술사와 마찬가지로 확률로 카드를 뒤섞어서 어떤 특정한 하나의 상태로 만든다. 우리는 똑같은 가능성을 가진 수많은 카드 배열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였을 뿐이며, 카드에 명기된 숫자와 그림에 임의적인 의미를 부여하고는 이를 가리켜 "질서가 있다"라고 부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무엇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낮은 엔트로피가 필수적이지만, 어떠한 종류의 질서가 가치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다소 주관적인 문제다. 따라서 두 번째 G-R 조건 역시 가치 창조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이 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적합도1 : 선호도에 관한 진화적 관점
불가역성과 질서는 근본적으로 경제적 가치 창조와 연결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어떠한 이유로 특정 질서를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전통 경제학이 그랬던 것처럼 단순히 사람들은 각각의 선호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다양한 선호가 논리적인 순서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선호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자.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우리는 사람들의 선호가 무엇인지 미리 알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거래하고 소비함에 따라 저절로 나오게 돼 있다. 그리고 이 선호가 어떻게 형성되고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부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그게 무엇이든지 각자가 선호하는 질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좀 불만족스러운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행위들이 선호라는 수수께끼 같은 상자 안에 숨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이제 그 상자를 살짝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고, 그 상자를 진화의 이론적 틀과 연결시켜 보자. 우리는 어떠한 일을 왜 하고 싶어 하는 걸까? 왜 우리는 근사한 저녁, 새 옷들, 열대 섬으로의 여행, 빨간색 스포츠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더 선호하는 걸까?
선호는 심리적 현상이다. 프로이트는 우리의 물질적 욕구가 자아의 동물적 충동에서 비롯되지만, 초자아에 의해 지속적으로 검열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경제적 선호는 "나는 저 비싼 자동차를 지금 갖고 싶어!"와 "그러나 향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지금은 저축을 해야만 해" 사이의 투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스키너는 선호는 본래 배움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우리가 고가의 자동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고가의 자동차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설득력 있는 마케팅 문구로 우리를 현혹하여 고가 자동차를 구입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경 매슬로는 중간쯤에 해당하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그는 인간이 음식, 물, 섹스, 안식처, 잠 등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에서부터 자기 존중과 사회적 존경 등의 보다 고차원적 욕구에 이르기까지 욕구의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미 음식과 보금자리 등에 대한 욕구가 해결된 중산층 가정의 사람들은 고급 자동차나 옷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싶어 하게 된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질서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자기완성'이다. 백만장자가 되어 모든 것을 가지게 되면, 사람들은 물질 우선주의를 접어 두고 선행을 하거나, 자신을 찾기 위해 티베트로 향하거나, 뜨거운 욕조에 누워 삶의 의미를 음미하려 할 것이다.
비록 매슬로가 우리의 욕구를 유용한 구조로 조직화하여 설명했지만, 그의 이론도 이러한 욕구가 어디에서 오는지, 왜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선호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에는 해답을 주지 못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최근의 진화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리 뇌 속의 유전자가 단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생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후세대에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리의 행위 대부분을 결정하는 것은 10만 년에서 50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살아남고 또 후손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행위 대부분 역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를 '조상 환경'이라고 말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아프리카 사바나의 수렵,채집민 생활 방식의 진화된 흔적이 근대 경제의 선호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이 소비 지출의 약 90%가 다음의 7가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주거(총지출의 32%)
- 교통 운송(총지출의 20%)
- 음식(총지출의 14%)
- 생명 보험과 연금(총지출의 9%)
- 건강 관리(총지출의 5%)
- 의복(총지출의 5%)
- 오락, 미디어, 통신(총지출의 5%) : 심지어 우리가 놀이라고 정의하는 것들조차 진화적 이익과 관계가 있다.
적합도2 : 즐거움의 단추를 누르는 것
과거에서부터 생존과 번식 능력의 증대에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 우리의 필요, 욕망, 감정 등과도 부합하게 되었으며, 우리가 오늘날의 소비 사회에서 무엇을 왜 원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게 해주었다.
지출하는 이유는 진화적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왜 그림을 구입하거나 음악을 듣기위해 돈을 지출하려고 하는 걸까? 역사를 통틀어 예술을 후원하는 일에 가장 열심이었던 이들은 부유층이었다.
예술에 대한 갈망은 우리 조상 환경의 진화적 이점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답은 "연관성이 없다"이다.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진화론에서 예술은 '굴절 적응'이라고 일컬어지며, 이는 다른 목적을 위해 진화시킨 무언가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아름다운 장면, 매력적인 얼굴, 듣기 좋은 음악 소리 등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본디 다른 목적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물, 높은 곳의 대지,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등이 펼쳐진 그림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심미학만큼이나 과거 조상 환경에서의 생존 방식과도 많은 연관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음과 다산을 가능케 하는 건강함의 상징인 대칭적인 얼굴을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여긴다.
핑커는 예술을 가리켜 '정신적 치즈 케이크'라고 표현했다.
인간의 영혼은 조상 환경에서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기쁨과 고통의 단추를 진화시켜 왔으며, 그 단추들은 인간들의 생존과 번식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우수한 두뇌와 재주 있는 손을 가진 인간들은 후천적 방법을 통해 맥도날드에서 고급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포르노그래피에서 수준 높은 예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정신적 즐거움의 단추를 누르는 법(그리고 고통의 단추를 피하는 법)을 체득해왔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적으로 64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사람들은 왜 서로 비슷한 선호도를 나타내는 걸까? 진화심리학자들에게 그 이유는 명백하다. 달콤한 음료, 지위를 표시하는 물품, 섹시한 외모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진화해 온 정신적 즐거움의 단추를 누르게 만든다. 진화심리학을 경제적 선호도 및 소비자 행동에 관한 연구에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다소 추론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특정 질서가 왜 다른 질서에 비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다시 경제적 진화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의 선호가 진화할수록 사업 계획의 진화에도 적합도의 제약이 가해짐을 알 수 있다. 사업 계획과 선호는 공진화를 한다. 이를 가리켜 진화론자들은 '틈새구성'이라고 했다. 유기체는 진화하면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주변 환경도 함께 진화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발생시키는 반면 호기성 동물들은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러한 두 종류의 유기체들이 오랫동안 함께 진화해 오면서 원생대에 단 1%의 산소만을 함유하고 있던 대기의 성질이 오늘날에는 21%의 산소를 함유하게 되는 등 미래 진화에 대한 이른바 적합도의 제약을 가하고 있다.
경제학의 영역에는 필요와 기호(또는 취미)의 공진화,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진화하는 사업 계획이 있다. 예를 들면 청력은 태초에는 생존의 도구로 진화하였고, 사방의 포식자들을 경계하기 위해 주변의 유용한 소리들을 알아챌 수 있도록 진화하였으며, 이는 인간이 언어 능력을 습득하게 됨에 따라 더욱 진화하였다.
즉 MP3 플레이어는 인간의 생존과 번식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러나 앞서 묘사했던 이유들로 인해 인간은 음악에 대한 기호를 발전시켜 왔으며, 그 이후로 이러한 고객들의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업 계획서 역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우리의 선호도가 사업 계획의 발전을 촉진시켰으며, 사업 계획의 발전 역시 우리의 선호도를 촉진시킨 셈이다.
보편적 효용 함수
3가지 G-R 조건(비가역성, 엔트로피, 적합도)이 말하는 것은 모든 경제 활동은 본질적으로 질서의 창조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무질서와 임의의 세계가 마주치게 되면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주변 환경을 우호적이고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등의 질서 복구를 위한 노력에 사용하게 된다. 우리는 에너지, 물질, 정보 등을 우리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변환시키면서 주변 환경의 질서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진화적으로 우수한 기술들을 발견해 왔는데 특히 협력, 특화, 거래 등을 통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욱 많은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질서를 창조하려고 바쁘게 아등바등하며 사는 것일까? 왜 그래야만 할까?
당시 뢰겐은 모든 질서 창조적 행위는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다소 추상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과거 벤담의 효용에 관한 정의에 귀결된다. 뢰겐은 '영혼의 흐름'이라는 신비한 영기가 지속적으로 인간의 몸에 흐르고 있으며 이는 그때의 즉각적인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주장했다. 뢰겐은 이를 진화적 용어로, 모든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우리의 모든 행위의 적합도 함수가 인간의 개인적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이제부터는 덜 추상적이면서도 보다 과학적 근거를 갖춘 대안을 다룰 예정인 만큼, 그와 작별을 고한다. 진화생물학 이론에 따르면 범용적으로 유용한 기능은 단 하나만 존재한다. 즉 유전자 복제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전자는 그들 자신을 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체를 구성한다. 복잡하고 협력적인 사회 환경에서 살아가고 도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체 중 뇌 부분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것 또한 유전자 전략 중 일부이다.
뇌는 자신을 형성하는 유전자들을 복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 결과, 뇌는 오늘날 과거 조상 환경의 생존, 짝짓기, 자녀 양육 등과 일치하는 목적, 선호도, 욕구 등을 발달시켰다. 우리는 이러한 목표, 선호도, 욕구 등을 만족시키기 위해 두뇌를 이용하여 환경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한다.
진화는 우리의 행복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우리를 행복한 상태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목표, 선호도, 욕구 등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진화를 통해 우리에게 제공되는 것은 단지 조상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용되었던 전략들이 전부다.
진화는 현대 생활의 한 가지 의문점만은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왜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가?" 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행복의 원인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해왔다. 그들은 행복의 약 50%가 강력한 유전적 연관성에 의해 직접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이 뇌에서 행복을 관장하는 강력한 생화확적 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감안하면 유전학이 개개인의 뇌의 화학 작용에 따른 상대적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카너먼과 그의 동료들은 연구를 통해 결혼, 사회적 관계, 고용, 사회적 지위, 물리적 환경 등 모든 요소들이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진화적 관점에서 다시 표현하자면 배우자, 사회적 결속, 높은 지위, 편안한 환경 등을 소유하는 것이 -조상 환경에서 유전자의 성공적인 복제를 가능토록 했던 중요한 요인들- 뇌에서 '행복'의 화학 물질을 배출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부의 절대적 단위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선형적인 관계는 아니다. 가난하고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덜 행복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본적 욕구가 일단 충족되고 나면 부와 행복 간의 상호 관계는 현저하게 평등해진다. 이 시점을 지나면 사람들은 부를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관점으로 보려는 경향이 생긴다. 부의 증가,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부의 증가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기존에 느끼던 만큼의 행복을 느낄 뿐이다.
부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진화적으로 타당하다. 경쟁 사회에서 투쟁하고, 부를 축적하고, 쉬지 않고, 결코 만족하지 않는 유전자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유전자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한번 상상해 보라. 탐욕은 자신과 주변인 모두의 행복에 좋을 것이 없지만, 적당한 욕심은 역사적으로 유전자 복제에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부는 적합한 질서다
모든 부는 열역학적으로 불가역적이고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부를 창출하는 행위는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이지만, 질서를 창조하는 모든 행위가 부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조직, 시장 등은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질서를 추구하는 사업 계획을 개발해 낸다. 시장은 제안을 하고 소비자는 소비를 한다. 이들은 오늘날의 필요에서 오는 것처럼 보이는 요구와 선호도를 충족시키는 질서 형태를 선호하지만 그 역사적 뿌리는 유전자의 보편적인 효용 함수에 있다.
부는 반엔트로피의 형태다. 부는 질서의 한 형태이기는 하나 다른 질서와는 다르다. 부는 적합한 질서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형태를 띤 경제적 질서의 패턴들은 소비자들의 필요, 욕구, 심지어 갈망 등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 우리는 경험과 선례를 참고하여 우리의 선호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경제적 질서의 패턴을 적합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적합한 경제적 질서를 창조하는데 기여한 사업 계획 모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폭된다. 종과 환경이 공진화하듯이, 사업 계획과 소비자 선호도의 경쟁적 생태계 또한 공진화하면서 오늘날의 적합한 질서가 미래에도 적합할 수 있는지의 여부 등 적합도를 중요한 개념으로 만들었다.
적합한 질서로서의 부의 개념을 전통 경제학의 경제적 가치 개념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전주의 시대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무한한 가치는 공급 측면에 있으며 가치는 생산 요소들로부터 파생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캉티용은 가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한정된 땅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믿었으며, 마르크스는 노동력이 가치의 궁극적인 원천이라고 보았다. 리카르도는 노동 못지않게 자본도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제번스와 한계 효용주의자들에 따르면 가치는 수요 측면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들은 가치란 한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상대적 효용의 차이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신고전주의 이론은 두 관점을 모두 수용하였다. 즉, 한정된 생산 요소들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소비자의 개별적 선호도를 충족시키게 되며, 가치는 간단히 말해 두 사람이 거래를 통해 서로 얻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는 가치 역시 공급과 수요의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낮은 엔트로피를 가진 사물이 경제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당연하게도 낮은 엔트로피를 지닌 사물은 흔치 않으며 이를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에너지, 물질, 정보 등이 요구된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우리의 선호도에 따라 경쟁 중인 두 개 이상의 제품 및 서비스의 상대적 매력도가 결정된다.
전통적 경제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양측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만나게 되며, 사업 계획은 개인적 선호도와 부족한 질서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화폐는 이러한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한 사회적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부와 생물학적 부는 은유적으로뿐만 아니라 열역학적으로도 같은 종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낮은 엔트로피 시스템들이며 적합도 함수의 제약하에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해 온 질서의 패턴들이다. 두 경우 모두 적합한 질서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경제의 적합도 함수(기호 및 선호도)는 생물학적 세계의 적합도 함수(유전자 복제)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경제는 궁극적으로 유전자의 복제 전략이다." 이는 표범의 위장 무늬, 박쥐의 레이더, 초파리의 눈 등과 같은 또 하나의 진화적으로 우수한 기술이다. 경제는 우수한 두뇌, 도구를 만드는 재주 좋은 손, 협력적 성향, 언어, 문화 등의 복잡하고 뛰어난 기술에 근거하여 형성된 엄청나게 복잡하고 뛰어난 기술이다.
물리학에서 질서란 정보와 같다. 따라서 우리는 부를 가리켜 적합한 정보, 달리 말하면 지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정보란 그 자체로는 효용이 없다. 반면 지식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그리고 특정한 목적에 부합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이다.
부의 기원은 바로 지식이었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복잡계 경제학적 관점은 지식을 가설, 외적 주입, 경제학 경계 밖의 이해할 수 없는 과정으로 취급하기보다 경제학 내부의 가장 중심적인 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진화는 지식을 창출하는 기계, 즉 학습 알고리즘이다. 생물학적 세계의 고유한 디자인들에 내포되어 있는 모든 지식들을 생각해 보자. 메뚜기는 공학적으로 경이로운 생물체이며 물리학, 화학, 생물역학의 지식(현재 인간이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지식)의 창고이다. 메뚜기는 또한 그가 진화한 환경, 주된 먹이, 경계의 대상이었던 천적, 이성을 유혹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 효과적 번식 방법 등의 지식에 대한 일종의 스냅 사진이다. 메뚜기 한 마리에 내포된 지식은 테라바이트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주의 생물권 전체에 내포된 지식의 양은 엄청나게 방대함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질서와 복잡성, 모든 지식들은 가장 단순한 알고리즘, 다시 말해 차별화, 선택, 복제, 그리고 이의 반복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조합된 것들이다.
우리는 이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부는 지식이며, 부의 기원은 바로 진화다.
우리는 시험을 통과했을까?
부의 창조를 설명하는 이론이라면 일정 수의 사람들과 천연자원이 있는 자연 상태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트로피의 감소와 복잡성, 조직, 다양성, 부의 증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역사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역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불연속적이고, 폭발적이며, 소위 단속 균형 패턴을 보이는 역사적 기록을 통해서 말이다. 또한 외부에서 핵심 동력을 끌어오지 않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도 최소한의 가설만을 가지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다른 과학 이론들과도 일치해야 하고,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은 엄청난 질서를 요구하는 일이며 이러한 이론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하나의 종합적 이론의 가능성을 점쳐 보았다.
유일한 외생적 요소들은 에너지 및 물질의 물리적 주입과 열과 노폐물의 배출이다. 그리고 유일한 외생적 동력은 연역적 추론을 하는 인간 두뇌의 성장, 언어의 발달, 기초적인 선호도의 진화 등 생물학적인 것들이다. 일단 갖추어지고 나면, 물리적 기술, 사회적 기술, 사업 계획이라는 세 공간들을 통한 탐색이 시작되고 이것이 계속 진행되면서 서로에게 동력을 부여하는 등 공진화를 하고, 새로운 발견이 일어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
이 세 디자인 공간을 통해 점진적인 1차적 발달 패턴 발생을 볼 수 있는데, 기간에 따라 변화의 속도에 차이가 나는 단속 패턴이 나타난다. 그러나 엔트로피 감소, 복잡성과 다양성을 향한 추세가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부가 크게 증가한다.
진화는 수백만 개의 작은 사건 사고들이 누적된 결과이다. 역사상의 아주 작은 변화라도 미래의 결과상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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