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조직 : 사고하는 사람들의 사회
웨스팅하우스와 GE는 20세기 초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였다. 1970년대 전후 경제 호황이 끝나자 이 두 거대 기업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웨스팅하우스의 성장은 정체되었고 이익률은 떨어졌으며 회사는 거대한 관료 조직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회사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GE의 경우에는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회적 구조와 적응 능력
같은 제조업을 하였고,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거의 동일한 전략적인 입장에 있던 이 두 회사가 어떻게 하여 각기 다른 흥망의 길을 걷게 되었는가?
GE는 여러 번 변신을 거듭하였다. GE는 강한 문화와 가치를 지닌 조직으로 성장 하였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는 그러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을 한 적이 없었다. 웰치는 그러한 문화의 배경으로서 GE의 사람, 구조, 그리고 문화의 결합을 GE의 '사회적 구조'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는 GE의 생존과 성공의 능력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다고 믿었다. 그는 그러한 사회적 구조야말로 어떠한 경쟁사도 만들어 내기 어려운 GE만의 특징이라고 믿었다.
이 장의 주제는 한 기업의 사회적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 그 조직의 생존력을 결정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구조가 다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 조직에서 개별 사람들의 행태
-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람과 자원을 배분하는 구조와 과정
- 조직 내의 사람들이 서로 간 그리고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되는 문화
그러나 효과적인 사회적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이해하기 전에 어떤 조직은 왜 변화에 저항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진화적 관점에서 조직이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지 보기로 한다. 그다음에 조직들의 당면한 변화를 저해하는 몇 가지 뿌리 깊은 장애 요인을 찾아 내려고 한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기업의 사회적 구조를 어떻게 디자인해야만 이러한 저해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특히 하드웨어적 구조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문화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더 미치는 경우 어떠한 사회적 구조가 더 유리한지 살펴볼 것이다. 기업은 매우 효과적인 사회적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내부적으로 진화를 촉진하고 '진화적 확장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다.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도 어떤 사회적 구조를 구축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서의 조직
조직은 복잡 적응 시스템이다.
조직은 동태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개별적인 행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행위자들의 행태 규칙과 상호 작용의 네트워크는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하며, 행위자 간의 상호 작용에 따라 거시적인 차원에서 창발적인 행태가 형성되어 나타난다.
"포드의 분기 실적이 좋았다." 혹은 "소니는 혁신적인 기업이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회사들의 사원 수 만 명의 행동과 상호 작용이 만들어 낸 결과로 보는 것이다. 기업은 복합 적응 시스템이며 규모가 더 큰 국가 경제라는 복잡 적응 시스템 내에서 활동한다.
교통 체증에 갇힌 사람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했을 때 분류된 각 그룹을 복잡 적응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조직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이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조직은 목표 지향적이고 경계가 분명하며 인간 활동의 사회적 구조체이다.
다시 말해서, 조직은 목적을 위하여 디자인되고 구축된 것이다. 조직의 목표는 조직원에게 행동의 동기가 된다. 즉, 어떤 바람직한 상태를 조직의 목적으로 정하고 이러한 상태와 현재 상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채우도록 구성원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가 존재한다는 것과 힘을 합하여 노력한다는 것은 바로 조직과 단순한 사람들의 모임(교통 체증, 친구들 모임 등)을 구분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조직은 경계가 분명하다.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조직은 열린 열역학 시스템이다. 조직에는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가 있으며, 조직의 목적은 외부 환경에 비해서 높은 내부의 엔트로피를 낮추도록 하는 조직 구성원의 노력을 독려한다.
결국 알드리치가 말하듯이 "조직은 원재료, 정보, 혹은 사람을 활용하여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활동 시스템들을 갖고 있다." 조직은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열역학적으로,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변환시키는 일을 수행한다. 그럼으로써 높은 엔트로피의 투입을 낮은 엔트로피의 산출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한 변환은 조직의 목표에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조직을 적합한 질서 혹은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
3부에서 사업이란 경제적 진화 과정에서의 상호 작용자라고 한 바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이익을 창출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사업 계획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앞에서 협력이란 하나 더하기 하나를 셋으로 만드는 논제로섬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과업과 협력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같이 이루어 냄으로써 그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조차 왜 우리가 뭉쳐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되지만 왜 우리가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코스는 사람들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조직을 만든다고 하였다. 만약 반복적으로 같이 일하고자 하는데 그런 계약을 계속 반복해서 체결한다면 여러 가지 비용이 계속 들어갈 것이다. 그 경우에는 어떤 형태의 장기적인 조직적 관계를 만들어 같이 일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이러한 코스의 아이디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조직은 어떤 경우에는 협력의 메커니즘으로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개별 계약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사업 계획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된다. 요약하면, 조직은 사업 계획 공간을 활용하는 더 유용한 수단이며, 따라서 부의 창출에서도 더욱더 효과적인 수단이다. 조직을 만드는 데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계약의 불완전성'이다. 둘째, '투자 자산의 억류 현상'이다. 앞에서 본 대로 부의 창출은 불가역적인 자원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간혹 그러한 개입은 특정한 자산에 대한 투자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러한 자산은 생산 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고안된다. 그래서 다른 용도에는 쓸모가 없다. 이 자산은 다른 용도에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계약이 깨지면 자산 자체의 가치가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 자산을 공동 소유화하고 그들 간에 이윤 배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조직은 특정 자산에 투자해서 돌이키기 어려운 개입을 하는 위험을 줄일 수가 있다.
셋째, 조직은 특정한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제공한다. 넷째, 조직은 집단 학습을 가능케 한다. 우리는 학습을 개별적인 활동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피에르 그라세는 조직도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인간 조직은 복잡하기 때문에 동물학자인 그라세는 매우 간단한 형태의 조직을 갖고 실험을 하였다. 그의 실험 대상은 불개미였다. 불개미의 지적 능력은 높지 않고 상호 간 의사소통 능력도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집단적인 작업을 배웠는지 그라세는 놀랐다. 불개미의 활동을 관찰한 결과 그라세는 불개미가 공동의 작품을 통하여 일하는 방법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기본적으로 불개미는 기둥(그들의 공동 작품)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를 읽어 내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둥이 낮으면 흙을 더 쌓아 올리고, 기둥이 높으면 다른 작업장으로 옮겨 간다. 그리고 기둥이 있는 곳으로부터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다른 기둥을 세우지 않는다. 이러한 학습 형태를 '스티머지'라고 명명 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서로 협력하여 정보가 내재된 인공재를 만들고 내재된 정보의 신호에 따라 행동한다. 결국 설계도는 집단 학습 과정을 거쳐서 수정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설계도(협업의 결과물)에는 정보가 내재되며 집단 학습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조직은 행위자가 변하더라도 집단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여러 가지 문서, 도표, 컴퓨터, 그리고 다른 물리적인 인공재를 가지고 있다. 조직은 도식들(사업 계획들)의 저장고, 혹은 이것들에 대한 집단 메모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학습과 적응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학습은 툭정한 목적을 염두에 둔 지식의 획득을 의미하는 반면, 적응은 환경으로부터 받는 선택의 압력에 대응하여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적응을 위해서는 지식의 획득이 필요하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학습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학습과 적응 사이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논리상 필요하다. 다음에 보겠지만 조직은 대개 학습 능력이 좋은 반면 적응에는 문제가 많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조직은 개별적으로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다양한 사업 계획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조직화하는 방법(사회적 기술)이 진화하면서 우리는 더 복잡하고 세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다시 더 복잡하고 부를 창조해 내는 그런 사업 계획을 발견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실행과 적응
모든 경제 조직은 두 가지 기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즉, 오늘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 현재 사업 계획을 추진해야 하며, 또 내일의 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실행과 적응은 진화 시스템의 모든 디자인에 필수적인 행위이다. 제2의 열역학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현재 환경에서 자기의 강점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말하자면 벌어들이는 칼로리가 소모된 칼로리보다 높아야 하며, 벌어들인 돈이 쓴 돈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진화 시스템에서 전략의 수명은 짧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항상 모색해야 하며, 그게 아니면 환경이 변할 때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실행과 적응의 과정에서는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화의 시스템에서는 긴장이 존재한다(경쟁이 불가피하다).
얼마나 많은 자원을 오늘의 생존을 위해서 사용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내일의 생존을 위해 써야 할 것인가? 기업 조직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돈, 사람, CEO의 시간과 같은 자원 배분을 놓고, 단기적인 사업 수행이라는 수요와 장기적인 투자 및 혁신에 대한 수요 간에 경쟁이 항상 존재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는 조직이란 일은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적응은 느슨하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통제와 창의성 모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조적 파괴>에서 실행과 혁신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혁신을 통한 승리>에서 이 둘을 다 할 수 있는 양손잡이의 조직 모델을 제시하였다.
1991년 제임스 마치는 한 논문에서 탐색과 활용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 이들 저자들의 표현방법이나 의미하는 바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상반되는 도전에 대응하는 주제로서 음양의 원리를 원용하였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앞장에서 보았듯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적응'보다는 '실행'에 더 능숙한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매우 당연한 현상으로 보고 경제적인 진화는 시장이 담당할 몫이고 기업이라는 조직은 단순한 실행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시장은 탐색하고 기업은 활용토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내부의 적응이 잘되면 잘될수록 사회적인 부담은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다.
왜냐하면 기업이 망하거나 실업이 발생했을 때 초래될 사회적 마찰이 그러한 적응을 통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적응에 실패하면 개인들과 지역 사회에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적응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조직, 비영리 단체로부터 정부, 군사 조직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똑같이 중요한 문제이다.
조직이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하였으므로 이제 조직이 왜 미래의 적응보다 현재의 실행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조직이라는 복잡 적응 시스템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이를 논의하고자 한다.
- 개별 행위자 차원 : 개별 행위자들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심적, 정신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 조직 구조 차원 : 어떻게 계층 조직, 복잡성, 그리고 자원의 구성이 적응을 저해하는가?
- 창발성 : 기업 문화가 창발적인 조직 행태와 관련하여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이러한 세 가지 이슈는 우리가 앞에서 본 사회적 구조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행태, 구조, 그리고 문화라는 세 가지 요소와 일맥상통한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구조의 목적은 이러한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의 저해 요소를 해소하며 조직으로 하여금 단기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진화 과정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해주는 것이다.
개인1 : 장밋빛 술잔을 통해 본 인간
조직의 적응 능력은 부분적으로 구성원의 적응 능력과 관련이 있다. CEO가 아무리 바꾸고자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젊은 관리자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더라도 경영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변화한다는 것은 도전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지과학에서는 사람이란 자기의 사고 틀을 통해 학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란 기존의 사고 틀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는 능력은 있지만 사고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은 자기의 방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적응 능력이 취약한 데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람들은 과도하게 낙관하는 경향이 있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둘째, 사람들은 손실을 싫어해서 천성적으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 셋째, 사람들은 고착된 세계관이나 사고 구조 때문에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한다. 넷째, 변화의 단속 균형이 말해 주듯이 사람들은 안주하는 성향 때문에 유연한 리더십보다는 경직된 리더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사고의 틀을 바꾸려면 변화의 필요성을 먼저 느껴야 한다. 그러한 필요성은 자기들이 설정한 목표와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다른가를 느낌으로 촉발된다. 더욱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자신이 바꾸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과도한 낙관주의적 경향은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된다.
낙관적인 사람이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다. 낙관주의자들과 일하기는 편하고 재미있는 반면에 비관론자들은 대체로 충성심이 없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나쁜 뉴스를 갖고 오는 사람은 왕따가 되거나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무시당하기가 십상이다. 비관적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낙관적인 의견이 칭찬을 받으면 조직의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조직원들의 낙관주의적 편견이 모여 대세가 되고 조직은 그로 인해 미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상층부로 갈수록 낙관주의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관주의자들은 현실주의자들보다 변화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기업에 있어서 적응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로발로와 카너먼은 이에 대해 외부의 견해와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받아들여서 활용하라 권유를 하였다. 웰치의 원칙 중 하나는 관리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개인2 : 적응력과 손실 회피
적응 능력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이기면 1500달러를 받고, 지면 1000달러를 내야 하는 동전던지기 게임이 있다고 하자. 전통 경제학에 의하면 그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 결정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달러를 잃는 것은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금전적 상황에서만이 아니다. 대중 연설 기회가 있을 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얼마나 정확히 전달하느냐보다 혹시 바보스럽게 보이지 않을까에 더 신경 쓰는 것도 같은 경우다.
손실을 두려워하는 일반적 경향으로 인하여 기업은 새로운 것을 탐색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것을 활용하는 데 더욱 열을 올리게 된다. 탐색이라는 것은 그 뜻으로 보아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또 다른 미묘한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위험성을 판단하는 데 사람들은 절대적 기준보다는 상대적 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CEO의 1억달러 손실과 중간 관리자의 1백만 달러 손실은 비슷한 고통을 받는다. 도박사의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조직의 계층 구조의 하부에서 결정하는 소규모 사업에서는 과도하게 위험 회피적이고 상층부에서 결정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위험 회피 장치가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앞 장에서 우리는 위험도가 다른 소규모 프로젝트에 대하여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때 진화가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았다. 중간 관리자와 하급 관리자들에게 소규모 사업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묻지 않으면 소규모 사업들에 대한 실험이 가능할 것이고, 따라서 기업의 적응 늘력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3 : 경험의 가치
6장에서 인간의 사고 모델이 어떻게 기본적인 계층 구조로 굳어지는지에 대한 인지과학자 존 홀란드와 그의 동료들의 설명을 살펴본적이 있다. 먼저 개념들은 사고의 계층적 구조로 서로 묶인다.(예 : '작고, 푸른색, 윙 소리에 해당하는 물체는 파리') 그리고 우리의 의사 결정과 행동 규칙들은 구체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에는 활용하지만 정보가 불확실할 때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에 의존하게 된다.
기본적인 사고의 계층 구조는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에도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구체적인 정보와 경험이 쌓이면서 행동을 더욱 세밀하게 조절하고 또 학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구조에서 경험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젊고 경험이 없을 때 기본적 사고의 계층 구조는 아주 얇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세상이 구체적이기보다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고 구조는 장단점을 다 갖고 있다. 장점은 이 경우 사고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경험은 쉽게 흡수되고 사고의 계층 구조는 쉽게 재편될 수 있다. 약점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사고 적응력이 높지만 실수 가능성 또한 높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 사고의 계층 구조는 꽉 차게 되고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게 된다. 우리는 구체적인 경험과 성공 사례, 실패 사례에 대한 정보를 더욱 많이 갖게 된다. 우리의 사고 구조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 상호 연계된 규칙, 정보의 중요도 등으로 인하여 고도로 복잡해진다. 우리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고 과거 경험의 범주에 따라 분류하려 할 것이다.
간혹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당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기존 정보의 범주를 재편하거나 새로운 정보의 범주를 추가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그러한 재편은 더욱 어려워진다. 나이 많고 경험 많은 사람의 사고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마치 GM 을 구조 조정하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사고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착화되고 그 구조를 흔드는 데는 더욱더 큰 충격 요법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일생 동안 탐색과 활용 간 균형을 유지한다. 초기에 우리가 사고 구조를 형성하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들이는 동안에는 탐색에 치중하게 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이미 형성된 사고 구조를 활용하는 쪽으로 옮겨 가게 된다.
이것이 조직에 대해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중요하다. 안정적 여건하에서는 안정적 사고 구조가 훨씬 적합하다. 그런 여건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다 사람들은 갑자기 큰 변화에 직면한다. 기업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상층부에 자리 잡고 있는 계층 조직으로 되어 있다. 상층부의 사고 구조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사업을 실행하는 데는 적합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취약하다. 결과적으로 이는 환경이 변할 때 따라잡지 못하는 조직의 타성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 구조에 의한 타성 때문에 경영난이 발생하면 상층 경영진을 모두 갈아치우곤 한다. 사람의 사고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사람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쉽고 더 빠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만약에 경험 많은 사람들의 사고 구조가 보여 주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 인간이 갖는 뿌리 깊은 본성이라면 어떻게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혜도 매우 중요하지만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나 유연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들의 권위주의적 행태는 환경 변화에 더 예민하고 변화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억압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상층부의 연령과 경험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다양성의 유일한 척도는 아니다. 경험도 다양화되어야 한다. 상층부의 다양한 사고 구조는 최소한 그중 한 사람이라도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확률을 높여 준다. 그러나 사고 구조의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CEO가 비판과 토론을 허용하는 비계층적 문화를 수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권위주의적인 CEO는 활발하고 다양할 수 있는 경영 팀의 출현을 억제한다.
개인4 : 경직성 대 유연성
마거릿 대처는 영국을 어떻게 통치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비전과 철학을 갖고 있었고 그 철학에 충실하였으며 어떠한 비판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강력한 리더십을 칭송하였고, 혹자는 그녀의 타협할 줄 모르는 경직성을 혐오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빌 클린턴에 대해서 언론은 "공허한 달변가"라고 불렀다. 그는 곧잘 일관성 없이 타협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여론의 향배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그는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클린턴이 가지고 있는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 적응 능력, 합의 도출 능력을 칭송하였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그의 불분명한 태도,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하는 수완 발휘 행태를 참지 못하였다.
'경직된 지휘자' 대 '유연성 있는 합의 도출자'인 이들은 각기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으면서 정책에서 크게 성공하기도 하였고, 크게 실패하기도 하였다.
경직된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의사가 확고하다. 따라서 그들은 매번 전략도 같고 일관성이 있어서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전략 A 혹은 전략 B를 고수한다. 이에 비해서 유연한 직원들은 환경이 요구하는 것을 먼저 파악한 뒤 상황에 따라서 전략 A 혹은 전략 B를 선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유연한 직원이 항상 이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왜냐하면 그들의 의사 결정은 항상 환경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해링턴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정하였다. 따라서 어떤 직원이 일생 동안 A 전략을 다섯 번 선택해 봤고, 다른 직원은 A 전략을 단지 세 번 실행 해 보았다면 그 전략에 경험이 많은 직원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직원의 성과는 선택된 전략과 환경, 그리고 경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해링턴은 어떤 특정한 직원을 그 계층 구조에서 승진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하나의 경쟁 구조로 설명하였다. 성과가 좋은 직원은 위로 올라가고 반대의 직원은 퇴출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렇다면 경직된 직원과 유연한 직원 중 누가 이겼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환경에 따라 달랐다. 만약 환경이 완벽하게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면 유연한 직원이 이겼을 것이고 아마도 조직의 상층부를 형성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환경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어떤 특정 전략이 유리한가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경직된 직원이 이겼을 것이다.
경직된 직원은 매번 같은 전략을 쓰기 때문에 설령 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 유연한 직원을 만나더라도 그때마다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훨씬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단순한 모델에 불과하지만 현실 세계의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동태적인 측면을 잘 설명하여 준다. 호나경이 특정 유형의 전략에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 그 전략을 따르는 사람들이 승진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할 때 그 조직은 환경에 적응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가득 차게 될 수도 있다.
해링턴은 모델에 또 하나의 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두 가지 사이에서 임의로 변화는 환경 대신에 단속 균형이 보여 주는 변화 패턴과 닮은 그런 환경 조건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환경 패턴에서는 A와 B가 집적 형태로 올 수 있다. 그러니까 환경이 한동안은 안정적이다가, 갑자기 변화의 기간을 거치게 되고, 다시 새로운 패턴으로 일정 기간 정착하는 식이다. 그런데 해링턴은 이런 식의 변화는 경직된 직원의 상층부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간에는 적절한 전략을 선택한 경직된 사람이 그들의 경험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고 그래서 상층부로 승진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좋은 세월은 새로운 단속적인 변화가 오기 전까지다. 그리고 이행기에는 유연한 사람들이 한동안 회사를 리드한다. 그러나 또다시 그 환경이 정착하게 되면 새로운 세대의 경직된 직원들이 다시 주도권을 잡게 되는 식으로 사이클이 반복된다.
유연성 있는 직원을 몰아내고 경직적 직원들로 운영된 조직은 환경이 안정적인 동안에 매우 좋은 성과를 나타냈지만, 안정기가 끝나고 급작스러운 변화가 왔을때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연성 있는 직원을 환경이 안정적인 기간에도 다수 고용하고 있던 조직의 경우는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성과가 다소 나빴지만 환경의 변화기에는 훨씬 효과적으로 적응하였다.
조직 구조1 : 어느 정도 계층적이어야 하는가?
이제 조직 차원에서 적응 문제를 다루기로 한다. 웰치는 구조를 보고 관계, 관리 과정, 회사 자원의 배분 등을 규정하는 조직의 하드웨어 측면으로 보았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우리는 조직에서 계층적 구조가 갖는 이점을 살펴보았다. 계층구조는 모든 사람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즉, 의사 결정에 있어서 복잡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계층 구조가 충분치 못한 조직의 경우에는 변화와 적응이 어려운데, 이는 의사소통의 밀도가 과도하게 높고 합의 도출로 인해 의사 결정 자체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계층 구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적응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스콧 페이지는 조직에 따라 왜 계층 구조가 다르게 진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한 바 있다. 왜 어떤 조직은 넓고 수평적이며, 또 어떤 조직은 폭이 좁고 수직적인가? 그래서 그는 조직 구조란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조직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 어떻게 제품을 생산하고, 어떻게 서비스를 공급하며, 또 어떻게 사람을 고용하고, 어떻게 회사 재정을 관리하는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을 청소하기 위하여 두 사람의 일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와 에어버스의 A380을 제조하기 위하여 수천 명의 사람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는 것은 다르다.
작업의 단계가 많을수록 적절한 작업 순서를 디자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페이지는 조직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성격이나 난이도에 맞게 진화한다고 말하였다. 만약 문제가 쉽게 나누어질 수 있고 작업 단계가 많지 않다면 조직은 수평적인 형태를 취할 것이다. 만약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쉽게 구분되지 않고 여러 단계로 되어 있다면 조직의 계층 구조는 더욱 전문화되고 수직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 회사는 비교적 평평한 조직적 구조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어버스와 같은 회사의 경우에는 수 없는 조직 계층이 있게 마련이다.
계층 구조와 작업의 난이도 관계는 산업에 따라 왜 조직 구조가 다른지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또한 산업에 따라 사업을 실행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데 다른 조직적 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집행 작업은 복잡하고 순차적이며 동시적인 수많은 과정의 조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계층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하여 탐색 활동은 대개 넓고 평평한 조직으로도 가능하다.
이러한 집행과 탐색의 차이 때문에 자연적으로 두 가지 간에는 자원을 둘러싼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대규모의 전문화된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는 실행 조직은 대형 복합 과제를 해결하도록 고안된 것이며 조직의 통제, 효율, 책임성 면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그러한 조직은 다양한 사소한 문제를 동시에, 빨리, 유연하게 해결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자율성, 업무의 중복, 사소한 실패 같은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에 있어서 탐색 활동은 실행 조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결해야 할 문제의 특성과 조직의 구조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위 경영층에서 탐색 작업이 필요한 경우 별도의 사무실에서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계층 조직과 분리된 조그만 팀을 만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만약에 모든 탐색 작업이 기업 상층부에 의해 운영되고 지원된다면 이른바 진화의 적합도 지형에서 특정한 부분만 탐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즉, 우연히 최고 경영진이 관심을 갖게 된 경우에 한정된다는 얘기다. 둘째, 그러한 탐색 결과를 본 조직의 업무와 연결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탐색 결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집행 부서와의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회사 본부뿐 아니라 각 사업부에도 탐색을 위한 자원을 배분하고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탐색의 범위를 넓히고 탐색의 결과를 집행조직과 연계시킬 경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 구조2 : 자원과 사업 계획의 공진화
탐색과 활용 간의 긴장 관계가 경영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기 훨씬 전인 1959년 펜로즈의 <기업의 성장 이론>이라는 저서가 출간 되었다. 펜로즈는 성장을 탐색의 과정으로 설명하면서 경영진의 핵심적인 역할은 주어진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기업의 자원을 그러한 기회를 활용하는데 투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의 용어로 펜로즈의 아이디어를 이야기 해볼 수도 있다. 경영진은 연역적인 추론을 통하여 돈벌이가 되는 사업 계획을 탐색하지만 그러한 탐색 과정은 자기들이 실행할 수 있는 사업 계획들에 국한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 실행 능력은 그 당시 조직의 자원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사업 계획이 실행되면서 경영자는 자원 배분 계획을 재조정하고 이를 통해 미래 사업 계획의 범위를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사업 계획과 기업의 자원 간에는 끊임없이 공동으로 진화하는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사업 계획과 자원 간의 공진화는 조직의 구조에서 경로 의존성을 만들고 변화에 대한 적응에 또 다른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업이 생선 처리 회사에서 나노테크놀로지 회사로 금방 탈바꿈할 수는 없다.
산업의 혁신적 변화나 기업의 전략 변화가 성공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성공은 단계적인 진화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것이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원의 경로 의존적 특성, 그리고 사업 계획과 자원의 공진화 관계는 적응 능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기업은 발전하고자 하는 방향과 관계가 먼 자원에 발이 묶일 수도 있고, 그러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펜로즈의 이론은 전략적 실험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전략적 실험의 배분은 조직 내부의 사업 계획을 더욱 다양화해 줄 뿐만 아니라 자원 구성의 다양성도 높여 줄 수 있다. 그런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개 새로운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새로운 자산을 구매해야 한다.
문화1 : 행동의 규칙
이제 사회적 구조의 세 번째 차원인 조직 문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문화는 조직의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문화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의 창발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구성원들이 사회 환경에 맞추어 행동하기 위한, 또 구성원들 간에 상호 작용하기 위한 그런 규칙들에 의해 결정된다. 문화적인 규칙은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학습된다.
문화적 규범은 간단히 말해서 사회 환경 속에서의 행동을 위한 경험적 규칙들이다. 규범은 주어진 상황에서 그 사회나 조직이 무엇이 옳고 적절하다고 보는지, 또 구성원들에게 기대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규정한다.
조직적인 관점에서 문화는 하나의 동심원 세트와 같다. 즉, 대부분의 사회가 공유하는 규범인 큰 원으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좁은 의미의 규범까지를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가장 밖의 원은 인류 공통의 규범을 말한다. 몇 가지 규범들은 인간 사고에서 거의 표준화된 장치처럼 되어 있으며, 이는 생물학적 진화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살인은 모든 나라가 금하고 있으며, 모든 사회는 이른바 상호주의적 행동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범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의 세부적 내용들은 모방과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문화적으로 전파된다. 예를 들어, 무엇이 살인 범죄를 구성하는지는 사회마다 다르며(명예 살인, 정당방어, 전쟁 등) 무엇이 공정성을 구성하는지도 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
이러한 규범들은 특정 사회를 배경으로 진화한 것으로서 개인에서 개인으로,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선생으로부터 학생으로, 상사로부터 부하로, 그리고 친구에서 친구로 전파된 것이다. 문화별 규범은 이야기, 음악, 책, 미디어 등을 통해 퍼져 나간다. 그 결과 행동 규칙의 차이가 생기고, 이 때문에 다른 문화간에 끊임없는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동심원의 더 안쪽으로 가면 조직 문화를 찾을 수 있다. 조직 문화는 항상 사회 문화, 좀 더 넓게는 인류 문화라는 테두리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기업을 포함하는 조직 문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특징을 갖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특징을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구성원들 간 상호 작용 방식에 관한 행동 규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사회적 특성이 아니라 조직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치와 규범을 구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가치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신념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이를 테면 "우리는 팀워크에서 평등주의적 접근에 가치를 둔다"라고 할 때의 의미와 같다. 반면에 규범은 "팀에서 일할 때는 비계층적 방식으로(수평적 관계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라고 할 때의 의미이다. 가치와 규범은 신념과 행동이라는 말과 상호 관련이 있다.
끝으로, 동심원의 제일 안쪽에 있는 원은 개인적 규범을 나타낸다. 개인들마다 자기가 따르는 행동 규칙이 있다. 어떤 사람은 청소년 시절 남을 앞서가면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배운다. 그 반면 어떤 사람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을 터득하기도 한다.
문화2 : 성공하는 기업의 십계명
만약 모든 회사 직원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그 행동은 회사의 전반적인 성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질문은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며 어떤 행동이 그러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말한 대로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유사한 데가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기 다르다".
나는 이러한 규범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보면 첫째, 개인의 성과와 관련된 것으로서, 나 혼자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련된 것이다. 둘째, 협력과 관련된 것으로서,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할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것이다. 셋째는 탐색과 혁신을 촉진시키는 행동을 설명하고 있다.
성과 규범
1. 성과 지향
2. 정직
3. 실력주의
협력 규범
4. 상호 신뢰
5. 상호주의
6. 목표 공유
혁신 규범
7. 비계층적 사고 : 중요한것은 아이디어이지 그 사람의 지위가 아니다.
8. 개방성
9. 사실 파악
10. 도전
이 목록의 규범들은 많이 들어온 것이다. 말하기도 쉽고 반대할 것도 없는 규범이다. 문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는 거대한 조직에 적용하는가이다.
존슨앤드존슨사는 "실패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제품이다" 실험하려는 정신, 위험을 감수하려는 정신을 강조하였다.(규범8) "맥킨지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다"라는 것으로, 회사 내의 조직원들에게 신뢰와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규범 4와 5). 매킨지는 실력주의를 존중하며(규범 3) 비계층적 회사이다(규범 7). "맥킨지의 고객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라는 규범은 조직원에게 공동의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규범 6). "경쟁에서 이기거나, 아니면 떠나라" 원칙은 성과 문화와 관련된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규범 1과 10).
문화3 : 내재된 긴장
이러한 규범은 업무 실행 및 변화 적응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 준다. 개별 행동 규범은 실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적응에 있어서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행위자의 행동 규범이 기업에 내재되어 행위자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조직과 프로세스가 그렇게 엄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 계층 구조와 중앙 집중적 관리 프로세스가 엄격하지 않다면 조직은 실험에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고 말단 조직에 책임과 권한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행위자의 행동 규범이 취약하면 수직적 관리 체제가 강화되고 업무 프로세스가 강화되어 업무의 실행에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조직의 적응 능력은 큰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협력 규범도 적응과 실행에 모두 중요하다. 신뢰가 낮고 협력이 잘안 되는 환경에서는 직원 간의 상호 작용이 세세히 감시되어야 하므로 세세한 규칙과 운영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노사 간의 관계가 안좋고 노조가 세세한 고용 계약에까지 개입하는 경우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기 쉽다.
신뢰와 협력을 촉진하는 규범은 사람으로 하여금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성과가 좋아지고 실험 정신과 행위자 능력 개발이 촉진된다.
끝으로 행위자 행동, 신뢰, 그리고 협력과 관련된 규범은 모두 필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적응을 위한 충분한 조건은 못 된다. 적응력을 갖기 위해서는 행위자로 하여금 탐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규범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조직 내에서 행위자를 보호하고 행위자로 하여금 혁신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규범이 필요하다(규범 7과 9).
이 3가지 범주에 속해 있는 규범은 기업 조직의 경직성을 최소화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규범을 잘 실행하면 모든 조직에서 좋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조직의 현실은 그러한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그리고 10가지 규범 상호 간에는 긴장이 내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성과주의, 수월성 위주의 규범과 협력을 강조하는 협력 규범 간에는 마찰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마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조직 구조에 따라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강력한 지도력 없이는 행동 규범, 협동 규범, 혁신 규범이 조화롭게 시행될 수 없다.
적응력이 뛰어난 사회적 구조 형성
조직이 왜 빨리 혹은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몇 가지 요인을 분석하였다.
개인차원
- 인간의 사고 구조는 낙천적인 경향이 있어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약하다.
- 손실을 회피하려는 본능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실험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
- 사고 구조가 안정된 환경 속에서 경험을 쌓아 가면 그 환경 속에서의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은 약화된다.
- 안정된 환경에서는 경험이 많고 실행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승진하기 쉽다. 이 경우 탐색이나 적응 능력이 뛰어나지만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구조차원
- 복잡한 생산 및 서비스 프로세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탄탄히 짜인 수직적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은 수평적이고 자율성을 요구하는 탐구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 사업 계획과 자원 간의 공동 진화 관계는 한 기업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수 있는 사업 계획 공간을 제한하며 자원 구성에서 경로 의존성을 높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과 속도를 제한한다.
문화차원
- 강력한 문화적 규범은 적응력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규범은 기업의 실행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고서도 중앙 집중식 수직적 통제 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행위자의 행동과 협력, 그리고 혁신을 촉진하는 규범 간에는 상호 마찰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마찰은 조직의 경영자가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업무 실행과 변화 적응은 서로 조화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처럼 보일 수도 있으며, 실증 통계에서도 대개의 기업들이 적응보다는 실행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규범 간 부조화의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의 수단을 하드웨어적인 조직 구조로부터 문화적인 소프트웨어로 바꿈으로써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큰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수직적으로 되어 있는 경영 조직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역할과 목적, 임무, 그리고 절차를 정하고 목적에 대한 행위자와 집단의 성과를 측정하며 거기에 따라서 상을 주거나 벌을 준다. 그러한 구조는 행위자의 자유를 억제하고 행위자의 바람직한 행동을 제약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의 장점은 통제가 쉽고 조직 운영에 대한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평가가 용이하다.
두 번째 방법은 수직적 조직 체계가 어느 정도 중요하지만 지휘 통제식 관리는 줄어드는 경우이다. 행위자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조직과 프로세스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문화적 조직의 기본적인 장점은 문화적인 규칙이 구조적 규칙에 비해서 훨씬 유연하다는 점이다. 문화적 규칙은 일반적인 행동 지침은 제시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행위자의 결정에 맡긴다. 문화적 규칙의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사고와 판단의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문화적 규칙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과도한 낙관주의와 위험 회피 경향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사실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강조하며 위험 감수를 강조하는 문화적 규범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문화적인 규범은 고위 경영진의 사고 구조를 바꾸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화적 규범하에서는 젊은 하급 직원들도 자기의 생각을 자유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허용될 뿐 아니라 권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직성과 유연성의 문제도 다양한 관리 방식과 실행, 혁신을 중히 여기는 문화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다. 끝으로 실험보다는 실행을 중시하는 구조적 문제도 문화를 바꿈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특히 행위자의 행동 및 협력 규범을 강화함으로써 단기적인 성과를 손상하지 않고서도 조직 약화의 빈틈을 메울 수가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자원을 실험 쪽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화적 경영으로 이행하는 것은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라는 하드웨어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적 구조는 이 두 양면이 다 필요하다. 오히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이 일관적이고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에 목적이 업무 실행과 변화 적응 간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면 어떠한 문화가 더 유효하며 어떠한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가 그러한 문화 형성을 촉진 할 것인가?
예를 들어, 규범 중의 하나가 행위자의 책임감과 관련된 것인데도 책임을 다하는 직원에게 보상이 없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자에게 처벌이 없다면 그러한 규범은 공허한 말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혁신과 모험과 관련된 규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예산, 인적 자원, 그리고 성과 프로세스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는 기업의 인적 자원과 훈련 프로세스일 것이다. (교육 문제) 새로 채용한 사람들이 적절한 재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그 기업의 문화에 스스로 적응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신규 직원에게 그 기업의 문화적 규범을 주입하는 프로그램을 세밀하게 개발하여 그 직원의 경력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입한다. 평가와 승진(보상) 과정 통해서 이러한 문화는 더욱 강하게 주입된다.
끝으로 상급 경영자의 행동과 의사소통은 문화적인 사회적 구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상급 경영자가 문화를 실천하고 규범을 솔선하여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그 규범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문화적인 규범을 균형 있게 체계화하는 것은 누가 따로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그 기업의 역사를 통해서, CEO의 역할을 통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회사의 목적을 위해 다양한 규범을 고안해 내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그 문화를 강화하고 새로이 디자인하는 것은 경영진의 몫이지만, 문화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에는 CEO의 행위자적인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의사소통은 당연히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고집스러워서 자신의 사고 구조나 행동을 상사나 상사의 지시 때문에 바꾸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의미 있는 강의나 메시지를 들어도 꼼짝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에 입각한 논리적인 방법보다 기업 개혁 프로그램의 내용을 좀 더 흥미 위주, 패턴 인식 위주로 하여 인간의 정서적인 측면에 호소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데는 일종의 충격 요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습은 상호 작용의 과정이며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직접 그 문제에 부딪히게 하여야 한다.
사람이란 내용도 중요하지만 자주 듣는 이야기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대개 적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사회적 구조를 구축한 기업들이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아주 높은 성과를 자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려움을 이겨 내고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였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회
펜로즈는 그의 저서에서 기업의 규모와 성장을 제약하는 기본적인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여기서 두 가지 요인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복잡성을 관리하는 기업의 능력이다. 어떤 단계가 되면 조직은 펜로즈가 말하듯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커지게 된다". 그러나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제약의 영향은 줄어들었다.
두 번째 제약 요인은 지식이다. 기업은 지식의 한도 내에서만 성장할 수가 있다. 그리고 지식은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 속도는 진화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경제에서 조직의 규모가 커지기는 했지만 기업 규모의 분포와 성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의 성장을 제약하는 것은 실제 펜로즈가 말한 두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로 말미암아 조직의 업무 조정, 통제 및 실행 능력이 높아졌지만 혁신 및 지식 창출 능력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마빈 민스키는 우리가 말하는 '지능'은 한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개별 분야들이 집단적인 상호 작용으로부터 초래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였다. 지능의 마력은 그것이 잘 조직되고 활용되면 어떤 개별적 분야가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스키는 그와 같은 지능을 가리켜 '사고하는 사람의 사회'라고 명명하였다.
인간 조직은 세 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타인과 협력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기술'의 진화이다. 두 번째 단계는 산업 혁명에서 만들어진 '물리적 기술'의 활용을 가능하게 만든 대형 조직의 출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 번째 단계에 막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이제 대규모 조직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의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수직적인 지휘 통제 조직은 산업 사회에 출현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의 협력을 할 수 있게 하였고, 이를 통해서 고도로 복잡한 사업 계획의 실행을 가능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직에 내재된 경직성은 결국 진화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기업은 그들 조직 속에 진정한 의미의 사회를 구축하여 조직 구성원의 사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문화는 성과와 실행, 그리고 실험과 적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한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과 불확실성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기업에는 보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 세대를 위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엔진 역할을 하는 '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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