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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 어떤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유

4. 거대한 이변 - 어떤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유

갑자기 일어난다는 점이 바로 어는 현상의 특징이다. 

기체에서 고체를 만들려면 냉각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19세기 과학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체 운동론에서 온도가 낮아지면 분자들이 더 천천히 움직일 뿐이다. 분자들을 얼음과 같은 결정성 고체처럼 규칙적으로 줄을 세우는 이론적인 처방은 없다. 그리고 실제 고체는 절대 온도 0도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다. 그보다 먼저 만들어지는 액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사회물리학의 기본적인 핵심 개념의 하나로 밝혀진 상전이에 대해서 살펴본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변화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또는 은유적인 방법으로 상전이를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티핑 포인트", "깨진 대칭성", "조직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해당하는 상전이로 진화하는 우주의 창조성과 놀라움" 쿤의 "패러다임 전이" 도 역시 애매하기는 하지만 상전이에 대한 비유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전이가 행동이나 사상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단순히 편리한 비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사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그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개발된 물리학 이론이 어느 정도까지는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다.

 

통계물리학에서 상전이의 역할을 이해하려면 그런 현상이 존재하고, 갑작스러우며, 입자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상태를 연결시켜준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물리학의 핵심을 이해하려면 상전이가 일어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한다. 그런 면은 신기하게 보이는 변화의 갑작스러움과 관계가 있다. 나름대로의 움직임에 만족하고 있던 입자들이 어떻게 갑자기 힘을 합쳐서 거대한 이변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일까?

 

연속성의 문제

"보통의 기체와 액체 상태는 간단히 말해서 물질의 똑같은 조건이 멀리 떨어져 있는 형태일 뿐이고, 연속성이 깨어지거나 무너지지 않는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서 서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 일은 유체에 따라서 다른 어떤 온도 이상에서만 가능했다. 그런 온도 이하에서는 언제나 갑작스러운 상전이가 나타난다. 우리는 그런 전환점을 "임계 온도" 또는 더 느슨하게는 임계점이라고 부른다.

 

벤데르 발스는 기체 운동론을 액체의 존재에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그런 모든 것을 설명하는 엄청난 업적을 이룩했다. 그는 모세관 이론을 설명하려는 보다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고체 표면 부근에서 액체의 거동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반데르 발스는 1870년대에 훨씬 더 풍요로운 수확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기름진 땅을 파들어갔다.

 

운동론은 기체 분자의 움직임으로부터 어떻게 기체의 압력이 나타나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반데르 발스는 액체도 역시 접촉하고 있는 표면에 압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압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었다. 기체보다 밀도가 훨씬 더 큰 액체의 경우에는 주어진 표면에 충돌하는 분자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체의 알려진 성질을 이용해서 그런 압력을 계산하는 방법은 아무도 몰랐다.

 

입자들의 미시적 움직임으로부터 압력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이 바로 기체 운동론이었고, 그것이 반데르 발스의 출발점이었다.

 

반데르 발스는 액체를 일종의 끈적끈적한 기체라고 생각해서 기체의 거동의 거동에 인력에 의한 영향을 보정해주었다.

표준 운동론에서는 분자들이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크기는 없는 무한히 작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데르 발스는 기체보다 밀도가 훨씬 큰 액체에서는 분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력의 특징과 입자 크기 효과에 대한 가정을 도입함으로써 반데르 발스는 어떤 범위의 온도와 압력에서는 유체가 두 가지 서로 다른 밀도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이 기체가 압축되거나 냉각되는 과정에서 불안정해져서 액체 상태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상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예측했다.

 

그런 변화의 핵심은 갑작스러움이다. (기체의 경우처럼) 작은 값을 가지거나 (액체의 경우처럼) 상당히 큰 값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 중간의 값은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입자들의 집단에는 두 가지 "안정한 상태"가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핵심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온도가 높아지면 액체와 기체 상태의 밀도 차이가 줄어든다. 어떤 온도에 도달하면 밀도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되면 유체는 액체도 아니고 기체도 아닌 그 중간의 상태로 존재한다. 결국 반데르 발스는 임계점의 존재를 예측했던 것이다.

 

입자들의 "집단적" 상태는 결정적이고 갑작스럽게 달라진다. 한순간에는 옅은 기체였다가 다음 순간에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되어버린다. 모든 입자들이 같은 순간에 같은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처럼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날 뿐이다.

 

반데르 발스는 그런 거동에 필요한 요인들을 밝혀냈다. 겉보기에는 그가 입자들 사이의 인력이 기체의 액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인력"과 "반발력"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반데르 발스는 분자들이 열, 다시 말해서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 때문에 일종의 반발력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분자의 크기에 대한 고려가 바로 반발력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입자들이 서로 맞닿으면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입자들이 접촉하게 되면 서로 밀쳐내는 반발력이 작용하는 셈이다. 그런 사실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입자의 크기를 무시하고 무한히 작은 점으로 생각하면 두 입자가 무한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이유가 없어져버린다.

 

결국 상전이는 타협의 결과이다. 인력과 반발력의 균형이 안정한 액체를 만든다는 뜻이다. 무질서(열)의 힘이 너무 커지면 기체가 더 안정한 상태가 된다. 더욱이 그런 요인들 사이의 긴장이 점진적이 아니라 재앙에 가까운 갑작스러운 변화를 일으키게 만든다. 어느 한 요인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산사태가 바로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통일 원칙

반데르 발스의 이론 덕분에 물질의 액체 상태도 통계역학의 범위에 들어가게 되었다. (1910년 노벨상 수상) 그러나 그의 이론이 물질의 행동방식에 대해서 더 일반적인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이론은 액체와 고체를 구분해주는 얼거나 녹는 상전이에는 적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상전이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도 등장한다. 자석을 가열하면 자성을 잃어버리고 냉각시키면 다시 자성을 회복한다는 사실은 수백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월리엄 바렛은 열에 의해서 유도되는 "탈자기화" 현상이 점진적인 과정이 아니라 특별한 온도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상전이 현상이라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존 홉킨슨은 자기력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정량적으로 살펴보면, 유체가 임계점에서 액체 상태와 기체 상태의 분명한 구분을 잃어버리는 것과 수학적으로 매우 비슷하다는 놀라운 결론을 얻었다. "퀴리 점"이라 불렀다.

 

고체의 철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상자에 담긴 달걀들처럼 질서정연하게 고정, 배열되어 있다. 그런 배열은 액체나 기체 입자들의 혼란스러운 상태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스의 이론에서는 반데르 발스가 유체의 상전이와 임계점을 설명할 때와 똑같은 개념을 사용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 했을까?

 

철 덩어리는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작은 자석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자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 원자들은 서로 평행으로 배열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자기화된 바늘이 달린 작은 나침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그것을 "원자 바늘"이라는 뜻으로 "스핀"이라고 부른다.

 

철의 경우에 각각의 스핀이 배열되는 방향은 주변에 있는 모든 스핀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자기장에 의해서 결정된다. 각 원자들의 스핀은 격자 모양으로 늘어선 주변 원자들의 모든 스핀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그런 자기적 상호작용은 인접한 스핀들이 서로 평행으로 배열되도록 만든다. 그래서 원자들의 배열에서 가장 안정한 상태는 모든 "바늘"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배열에서는 각 원자의 작은 자기장들이 서로 합쳐져서 하나의 큰 자기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철 덩어리는 자석이 된다.

 

그러나 열의 파괴적인 영향이 액체에서 분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약화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스핀의 배열도 무너뜨리게 된다. 열은 원자 나침반 하나하나를 흔들어서 서로 평행으로 배열되지 못하게 만든다. 밀집된 배열을 유지하고 있는 원자에 충분한 양의 열이 가해지면 스핀의 정열된 상태가 흐트러져서 무작위적인 방향을 향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평균적으로 작은 자기장들이 서로 상쇄되고, 철은 자기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퀴리 점은 진정한 상전이 현상이다. 퀴리 점 이상에서의 비자석과 그 아래에서의 자석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증발, 응축, 녹음, 얼음과는 다른 "종류"의 상전이이다.

 

[이징 모델 설명]

 

지금까지는 액체와 기체 사이의 임계 상전이와 자석에서의 임계 상전이가 왜 닮아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설명이 없었다. 서로 상호작용하는 입자들에 대한 원자 수준의 모델에서 어느 정도의 닮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도 있다.

 

놀라운 사실은 퍼센트로 표시할 경우, 유체와 자석의 속도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실험적으로 자석의 자화력과 유체에서의 밀도 차이가 정확하게 똑같은 속도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리학자들은 그런 현상을 "보편성"이라고 부른다. 전혀 다른 임계 온도를 가지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유체가 상대적(다시 말해서 퍼센트)으로 보면 똑같은 속도로 임계점에 접근해간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두 가지 전혀 다른 "종류"의 계가 그런 보편성을 나타낸다는 것은 정말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런 사실은 상전이가 겉으로는 전혀 다른 광범위한 계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뜻이다.

 

0도 근처

반데르 발스의 이론은 임계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기체와 액체가 "일반적"으로 상전이에 의해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해준다. 과학자들이 그러한 이론에서 원하는 것은 그런 상태 변화가 "특별한" 물질의 경우 언제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질소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에서 액화된다. 서로 다른 분자들은 크기와 인력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반데르 발스는 임계점이 그런 특징들을 담고 있는 기준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데르 발스는 액체와 기체의 곡선에 대해서 똑같은 "재규격화" 작업을 했다. 그는 서로 다른 물질의 압력, 온도, 밀도를 임계점에서의 값을 기준으로 하는 상대적인 값으로 나타내면 모두가 똑같은 "주곡선"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상대 온도는 온도를 임계 온도로 나눈 값이다. 이와 같은 소위 대응 상태 법칙은 모든 액체와 기체가 임계점과 관련된 어떤 인자에 의해서 재규격화된 똑같은 "주유체"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재규격화는 물질을 구성하는 각각의 입자(분자)의 성질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임계 온도, 압력, 밀도는 입자의 크기와 인력이 미치는 범위나 크기와 같은 입자의 특징으로부터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곡선"을 규격화함으로써 액체가 안정하게 존재하는 모든 범위에서 압력, 온도, 밀도 사이의 관계를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오네스는 얼마나 차가워져야 기체가 액화되는지 알고 싶었다.

 

임계점 이상의 온도에서 실험적으로 관찰한 헬륨의 거동을 반데르 발스의 방정식에 적용함으로써 카메를링오네스는 절대 온도 0도보다 섭씨 5-6도 정도 높은 온도가 되어야만 헬륨이 액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대기압에서 헬륨은 절대 온도 4.2도에서 액화된다.

 

액체 헬륨을 가지게 된 카메를링 오네스는 그것을 냉매로 이용해서 극한 온도에서 다른 물질이 어떤 거동을 보이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당시의 물리학자들은 열에 의한 금속 원자들의 진동이 금속을 통해서 흐르는 전류를 방해하기 때문에 금속은 온도가 낮을수록 좋은 전도체가 되고, 절대 온도 0도에서는 "완변한"(저항이 없는) 전도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1911년 수은으로 실험해본 결과는 놀라웠다. 온도가 낮아지면서 수은의 저항은 완만하게 줄어드는 대신 헬륨의 끓는점 부근에서 갑자기 0으로 떨어져버렸다. 그런 온도에서 수은은 전류가 전기저항에 의해서 전혀 방해를 받지 않는 "초전도체"가 된 것이다.

 

표트르 카피차는 액체 헬륨을 끓는점 이하인 절대 온도 2도까지 냉각시키면 극단적으로 이상한 성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점성도가 모두 사라져서, 액체 헬륨이 일단 흐르기 시작하면 절대 멈추지 않는다. 이런 형태의 액체 헬륨은 용기의 벽을 타고 올라가서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소위 초유체가 된다.

 

이런 현상은 모두 아주 낮은 온도에서 양자역학의 법칙이 높은 온도에서 지배적인 "고전" 물리학 법칙을 대체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가지 현상은 모두 진정한 상전이 현상처럼 보인다. 모두가 원자 수준에서 물질의 구성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집단적" 거동의 결과이다.

 

많은 우주론 학자들은 상전이가 대폭발(빅뱅)이 일어난 후 놀라울 정도로 아주 짧은 기간에 전체 우주의 모양을 바꿔놓았다고 믿고 있다. 

 

변화의 시대

이제 모든 갑작스러운 변화가 상전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상전이의 핵심은 계 전체를 통해서 한꺼번에 일어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은 수많은 구성 입자들 사이의 협력 때문이다.

 

상전이는 수많은 구성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거동의 갑작스럽고 전체적인 변화이다. 대표적으로 그런 상호작용은 단거리의 "국부적" 인 것이다. 각 입자들은 바로 인접한 이웃의 영향을 받을 뿐이고, 그 바깥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그런 정보에는 관심도 없다.

 

상전이는 입자에 작용하는 어떤 전반적인 영향이 어떤 문턱값을 넘어설 때 일어난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은 것처럼 "정상적"으로 행동하던 입자들이 한순간에 아무런 조짐도 없이 (앞으로 살펴보게 되듯이 거의 그렇게 보인다) 전혀 다른 형태의 거동으로 전환된다.

 

19세기의 열역학은 "평형"의 상태에 대한 것이다. 새로운 것이 더해지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으며, 평균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다음 장에서는 성장과 붕괴의 과정으로 가득한 오늘날의 통계물리학이 훨씬 더 생동적이라는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