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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 냉혹한 교통의 동력학

7. 도로에서 - 냉혹한 교통의 동력학

어느 학문 분야의 이론 연구에서든 주된 목표들 중의 하나는 대상이 가장 단순하게 보이는 시각을 찾아내는 것이다. 

 

교통 정체에 의한 자동차 운송의 숨겨진 비용은 엄청나다.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서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혁대를 풀어서 비만을 치료하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추적하기

밀도를 알아내려면, 분당 지나가는 자동차의 수와 함께 속도도 알아내야만 한다.

 

파동과 입자

1950년대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교통 흐름이 파이프를 따라 흐르는 유체의 흐름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교통 흐름의 임시변통 이론으로 발전. 이 모델에서는 유체 이론이 각 분자들의 변덕스러움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운전자의 개성은 평균 운전 습관 속에 완전히 묻혀버린다.

 

모든 자동차에서는 운전자가 기계를 조작하고 있고, 그런 사실이 사람들의 행동에 이상한 영향을 미친다. 보행자들이 갑자기 변덕을 부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운전자들의 행동도 결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1950년대에 제너럴 모터스 연구진은 최초의 소위 차량 추적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에서는 자동차의 소통을 연속적인 흐름으로 보는 대신에 자동차를 독립된 대상으로 보고, 각각의 운전자들이 앞차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속도를 조절한다는 가정을 도입했다.

 

NaSch 모델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세포 자동장치였다. 고속도로를 작은 세포로 나누고, 각각의 세포는 자동차에 의해서 점유되거나 비어 있게 된다.  모형의 세번째 요소는 무작위성, 즉 "잡음"이다.

 

매시간 모니터 지점을 통과하는 자동차의 수가 늘어난다. 그러나 특정한 "임계" 밀도에서는 그런 깨끗한 패턴("자유 흐름")이 깨어져버린다. "자유" 흐름에서 "혼잡" 흐름으로 바뀐 것이다.

 

위험과 사고

이런 자동 운행장치 모델에서 임계 밀도는 두 가지 가능성이 주어지는 가지치기 점에 해당한다. 하나는 모두가 속도를 줄이는 안전한 선택이고, 다른 하나는 모두가 속도를 유지하는 도박꾼의 선택이다.

 

시뮬레이션 속의 운전자들은 자신이 빨리 움직임으로써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중요한 점은 임계 밀도 이상에서 빨리 움직이는 상태가 가능한 집단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태는 매우 불안정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져버린다. 무작위적인 요동 때문에 거대한 이변이 일어나는 것처럼 혼잡 상태로 변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런 상태는 안정하지 않다. 물리학자들은 "준안정" 상태라고 부른다. 준안정 상태는 불안정 상태와는 다르다. 빠르게 움직이는 준안정 상태는 임계 밀도 이상에서도 누군가 방해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준안정 상태의 액체는 어는 현상이 어디에선가 시작될 때까지는 그대로 유지된다. 물은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얼지 않는다. 처음에는 몇 개의 작은 얼음 결정에서 시작되어 액체 상태로 계속 자란다. 일반적으로 그런 "핵" 결정은 먼지 입자나 용기 벽에 있는 흠집과 같은 불규칙성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서, 무작위적인 요동에 의해서 전이가 시작딜 수밖에 없다.

 

핵이 형성되는 현상을 축구 경기의 관중들 사이에서 집단 응원이 확산되는 경우로 생각할 수도 있다. 때로는 함께 응원을 하는 관중과 떨어져서 일관성 없이 소리를 지르는 관중을 준안정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응원이 어떤 임계 규모의 그룹으로 확산되면, 갑자기 전체 관중이 하나인 듯 소리를 지르게 된다.

 

앞에서 1차 상전이와 임계 상전이를 구분했었다. 어는 현상이나 끓는 현상과 같은 것은 1차 상전이이다. 퀴리 점에서 자기화가 시작되는 것과 임계 온도 이하에서 유체가 얼어서 액체와 기체로 분리되는 현상은 임계 전이다. 일시적으로 전이가 "무시되는" 준안정 상태는 1차 전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달리 임계 전이는 피할 방법이 없다. 임계점에서는 상전이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특별한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NaSch 모델에서 자유 상태와 혼잡 상태 사이의 전환은 일종의 1차 상전이 현상이다. 준안정적인 "자유 흐름" 상태의 존재는 또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워가 가까워지면 도로의 교통 밀도는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혼잡 상태로의 임계 밀도를 넘어서더라도 혼잡 상태가 나타나지 않고, 교통 흐름이 준안정적인 자유 흐름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신경질적인 운전자에 의한 요동 때문에 곧바로 혼잡 상태로 변할 수가 있다. 흐름은 거의 0의 상태로 변하고, 교통 밀도는 치솟게 된다.

 

러시아워가 끝나가면 교통은 회복되어 밀도가 다시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임계 밀도에 도달하기까지는 혼잡 흐름이 더 안정하기 때문에 교통 밀도가 임계 밀도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는 자유 흐름 상태로 되돌아올 수가 없다. 다시 말해서, 준안정성은 일방적인 것이다. 액체를 냉각시켜 과냉각 상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얼음을 녹는점 이상으로 가열하는 경우에는 그런 상태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교통 흐름의 상태는 밀도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일어났던 밀도 변화의 "역사"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교통 밀도가 늘어났다가 줄어들면, 교통 흐름은 그림 7.2에서와 같이 한쪽 방향으로만 돌아가는 고리를 따라 변화한다. 물리학자들은 그런 거동을 이력 현상이라고 부른다.

 

NaSch 모델은 겉으로는 아무 이유도 없이 교통 혼잡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준안정적인 자유 흐름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한 운전자가 어떤 이유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생각해보자. 지극히 짧은 교란이지만 교통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기울어진 선에서 나타나는 비꼬임은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차들을 나타낸다. 많은 차들이 영향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처음 브레이크를 밟았던 자동차가 이 구간에서 완전히 빠져나간 후에 같은 구간에 들어온 자동차들도 영향을 받는다. 검은 선들이 더 많이 뭉쳐질수록 혼잡이 더 심해진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사실도 알 수 있다. 만약 혼잡이 처음 시작된 곳에 남아 있었다면 교란을 나타내는 부분은 수평선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증가하는 오른쪽으로 가면서 교란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은 혼잡이 교통 흐름의 방향과는 반대쪽으로 전파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한곳에서 시작된 혼잡이 교통 흐름 속에서 저절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작고 짧은 요동이 몇 개의 움직이는 혼잡 파동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세 가지 교통 형태

1965년에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수를 분석했다. NaSch 모델에서처럼 "아무 이유 없는 혼잡"이 차량의 흐름을 거슬러올라가면서 지속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형식의 혼잡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보다 더 심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과잉 행동의 결과로 나타난다.

 

1996년 케르너와 레보른은 NaSch 모델에서 예측된 거동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교통 밀도가 증가하면 흐름이 좋아지다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갑자기 혼잡 상태로 변해버린다.

 

점 1에 해당하는 시간에는 밀도가 키로미터당 20대 정도인 임계밀도보다 컸지만 자동차들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후에는 흐름이 느려져서 준안정 가지로 떨어졌다. 그런후에 갑자기 정체가 나타나서 자동차들은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점 4, 5, 6에 해당하는 10분 정도 그런 상태가 유지되다가 자동차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해서 다시 자유 흐름 상태로 복원되었다. 임계 교통 밀도 부근에서 자유 흐름 상태가 회복된 것이 특이하다. 다시 말해서, 정체가 풀리는 것은 정체가 시작될 때보다 더 낮은 밀도에서 더 느리게 진행된다.

 

케르너와 레보른에 따르면, 교통 흐름의 상태는 두 가지가 아니라 자유 흐름, 동기화된 흐름, 혼잡의 "세 가지" 상태가 있다. 자유 흐름에서 동기화된 흐름으로 바뀔 때는 자동차들이 계속 움직이고, 흐름도 상당히 좋지만, 밀도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자유 상태나 동기화된 흐름에서 혼잡으로 바뀔 때는 자동차의 속도도 갑자기 거의 0으로 줄어들고, 자동차들은 꼬리를 물어 최대의 밀도가 된다.

 

이런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은가? 기체에서 액체로 상전이가 일어날 때, 입자들은 여전히 움직일 수 있지만 밀도는 큰 값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기체나 액체가 고체로 얼 때는 입자들이 빽빽하게 쌓여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교통 흐름의 세 가지 상태는 물질의 세 가지 상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더욱이 케르너와 레보른에 따르면, 자유 흐름에서 혼잡으로의 전이는 직접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체에서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 보통 액체 상태를 거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기화된 흐름이 중간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교통 밀도가 안정한 자유 흐름의 한계를 넘어서면 혼잡 상태가 아니라 동기화된 흐름 상태인 준안정 상태가 된다. 그런 상태는 요동에 의해서 밀집되고 느리게 움직이는 동기화된 상태로 변할 수가 있다. 자유 흐름에서 동기화된 흐름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다차선 도로에서의 추월 가능성을 급격히 떨어뜨린다고 한다. 자유 흐름 상태에서 운전자들은 어느 정도 자유롭게 추월할 수 있다. 그러나 동기화된 흐름에서는 모든 차선이 거의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추월이 불가능해진다.

 

흐름의 교란

자유 흐름 상태가 동기화된 흐름으로 바뀌게 되는 정확한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케르너와 레보른은 액체가 물질의 기본적인 상태인 것과 마찬가지로 동기화된 흐름도 교통의 기본적인 상태라고 확신한다. 디르크 헬빙과 같은 사람들은 교통 흐름에서 그런 상태가 나타나는 것은 자유 흐름 상태에 대한 교란과 같은 외부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동기화된 상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곡선 구간, 언덕, 병목, 진출 또는 진입 차선과 같은 교란 요인에 의해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교란 요인들이 과냉각된 액체에서 고체가 만들어지도록 해주거나, 과냉각된 기체에서 액체가 생기도록 해주는 먼지 입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모델에서는 운전자들에 대해서 어떤 선호 속도에 도달하고 싶어한다는 것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감속한다는 두 가지 사실만 고려한다. 원칙적으로 그런 가정만으로는 매우 불안정한 운전이 된다.

 

이런 종류의 개선은 교통 모델의 예측 능력을 향상시키지만, 다른 사실들도 알려준다. 그런 집단적인 흐름 형태가 교통 흐름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모형을 심리학적으로 더 복잡하게 만들면 흐름 형태가 나타나는 정확한 조건이 바뀔 수는 있지만, 원자로 구성된 물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교통도 실제로 기본적인 상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헬빙과 트라이버는 각각의 자동차들을 없애고 교통을 부드럽게 흐르는 유체로 취급했다. 그러나 정말 이상한 유체였다 유체 운동에 대한 전통적인 이론에서는 각각의 작은 유체 "덩어리"들이 점성을 통해서 주위에 영향을 미친다. 주변에 있는 유체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마찰력이 나타난다. "교통 유체" 덩어리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NaSch 모델에서 입자와 같은 종류의 운전자 반응을 고려할 수 있도록 훨씬 더 복잡한 성질을 가진다. 역시 운전자는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특정한 속도에 도달하도록 가속을 하거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감속을 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가진 유체인 셈이다. 사실은 복잡한 마음을 가진 유체이다.

 

이 모델에서 밀도가 낮을 경우에는 자유 흐름이 만들어진다. 밀도가 증가하면 자유 흐름은 준안정 상태가 되어 작은 요동은 흡수되거나 분산될 수 있지만 큰 요동은 뒤쪽으로 전파되는 국지화된 혼잡을 만들어낸다. 밀도가 더 증가하면, 그런 혼잡들이 그림 7.3에서와 같이 연속적으로 나타나서 자유 흐름으로 분리된 혼잡 지역의 파동이 생긴다. 더욱 높은 밀도에서는 교통이 느리게 움직이는 혼잡 상태로 변한다.

 

교통량이 적을 경우에는 혼잡이 사라져버린다. 교통량이 늘어나면 다양한 결과가 나타난다. 자유 흐름으로 구분되는 국지화된 혼잡의 파동, 간격이 거의 없는 혼잡 파동 ("진동형 혼잡 교통"), 진입로에서의 혼잡, 진입로 뒤쪽의 균일한 혼잡 등이 나타난다.

 

상 그림은 박테리아의 성장 패턴을 나타내는 "형태 그림"과 비슷하다. 결국 박테리아의 성장과 마찬가지로 교통 흐름도 비평형 과정이다. 고속도로의 교통 흐름과 진입로에서의 차량 진입 속도와 같은 "통제 요인"을 변화시키면 서로 다른 흐름 상태 사이의 전이가 갑자기 나타난다. 교통은 일련의 비평형 상전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내일의 혼잡?

그들은 자신들이 예측했던 모든 상태들이 실제로 확인된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상태로 변화할 것인지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흐름의 패턴이 단순하거나 규칙적이 아닌 경우에도 그랬다.

 

헬빙 연구진은 관찰을 통해서 대부분의 혼잡은 병목, 진입로, 언덕, 또는 한 운전자의 이상한 움직임과 같은 비정상적인 이유 때문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교통 밀도가 증가하면 자유 흐름 상태에서 완전한 격자 정체에 해당하는 정지 혼잡 상태로 급격한 상전이가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이미 댈러스의 도로망 설계에 사용되었다. 설계자들에게는 교차로, 건널목, 차선 감소의 결과에 대한 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다. 

 

교통량이 많아지면 일관된 흐름으로 전이가 일어나도록 해주는 방법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적절한 속도와 차선 변경 제한을 도입하는 것이 그런 방법이 될 수 있다.

 

헬빙과 휴버먼의 모델에 따르면, 모든 자동차들이 아무 차선이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식 방법이 저속 차선과 고속 차선을 구분하는 유럽 식 방법보다 더 효율적이다. 독일 아우토반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혼잡과 지체는 교통 밀도의 변화를 반영하는 제한속도를 도입함으로써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혼잡 시간대에만 속도를 제한하면 혼잡을 예방하고, 모든 자동차의 평균 운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교통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혼잡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요동이다.

트라이버와 헬빙의 교통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자동차의 20퍼센트 정도만 교통 흐름에 적절하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자동화된 장치를 설치하면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서의 혼잡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