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문화의 식민지화 - 세계화, 다양성, 합성 사회
과거에 문화적 믿음과 가치의 확산은 제국의 꿈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상업적인 요구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고, 숭배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모르는 것이 "원시" 문화라는 빅토리아 시대의 생각은 죽었다고 믿고 싶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이 코카콜라와 햄버거의 혜택을 배워야 한다는 다국가적 생각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문화적 가치가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전파되는 것이 언제나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 남부의 무어 식 건축물은 이슬람 세계로부터 초기 중세의 서양으로 지식이 흘러간 사시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기념비이다. 아메리카 문화를 살찌우는 멋진 재즈 음악은 신세계의 노예제도라는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반 고흐와 마티스의 그림은 일본 목판인쇄의 영향을 드러낸다. 현대 유럽의 모도장에서는 인도와 라틴 아메리카의 리듬이 울려퍼지고 있다.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녹아들거나, 두 문화가 하나로 합쳐지면 다양성과 풍부한 경험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믿음과 전통을 공유하게 되면, 갈드으이 가능성은 줄어든다. 공통의 언어는 소통을 원할하게 해준다. 그러나 문화 전파에서 선택과 강요의 상대적인 역할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두 문화가 언제 어떻게 합쳐지는지에 상관없이 가치, 예술, 과학, 기술, 관심, 믿음, 언어의 교환은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트로이 함락에서 유럽 연합의 동진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역사는 위대한 사람들의 영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집단의 상호작용에 대한 것이다.
무엇이 문화의 다양성을 결정하는가? 소수 문화나 특성중에서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살아남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두 문화가 서로 만나면 왜 완전히 합쳐지지 않는가?
발칸 지역에서 일어난 최근의 갈등은 가치와 믿음이 결합되지 않으면 유고슬라비아처럼 임시로 만들어진 국가가 치명적으로 분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가는 정체성을 상실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런 정체성은 적어도 어느 정도의 문화적 균일성이 없으면 생겨날 수가 없다.
이런 현대적 시민전쟁은 근본적으로 홉스에서 사회질서의 계산법을 추구하도록 만든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전쟁은 수십 년 또는 몇 세대에 걸친 치유의 노력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깊은 골이 생긴 미해결의 갈등에서 터져나온다. 17세기 당시 영국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왕이 궁극적인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사람들과, 왕을 국민과 의회의 종으로 여기고 싶어하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갈등 속에는 오래 전부터 곪아왔던 종교적 분열이 숨겨져 있었다. 한 세기 동안 유럽을 혼란에 빠뜨렸던 것과 같은 상처였다.
문화적, 사회적, 또는 정치적 가치의 수렴에서 엉쩔 수 없는 것은 없다. 국제 연합의 결집력은 코소보와 이라크의 전쟁에 대한 회원국들의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심한 시련을 겪고 있다.
세계지도가 조각으로 갈라지는 것과 같은 속도로 새롱운 연합이 만들어지는 것도 보인다. 유럽 연합은 서로의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유지하면서 경제적, 기술적 가치를 공유하려는 톡특하게 야심찬 실험이다.
연합의 안정성은 장기적으로 회원들의 견해와 목표를 일치시킬 수 있는 정도, 즉 상호작용을 통해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 결과는 서로 밀고 당기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자드레게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ㅜㅇ리는 대부분 너무 지나친 균일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인권의 "보편성"을 주장하고, 다른 나라들이 "진보적 제국주의"라고 이름 붙여진 행동 강령을 따를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문화적 다양성을 찬양하면서도 일부 소수 민족들이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분리 정책 요구를 안타까워한다. 문화 사이의 너무 분명한 구분은 소수 집단에 대한 박해, 소외, 불안정의 원인이 된다. 그런 문제들이 뜨거운 의문을 제기한다. 분명하게 구별되는 문화와 믿음이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에 의해서 삼켜져버려야 할까?
문화 충격
사회과학자들은 어떤 문화적 차이는 지속되고, 어떤 차이는 곧바로 사라지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을 찾아왔다. "외부"와의 차이를 강조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입장을 부추기기도 하는 집단 정체성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인듯 보인다. 그러나 일시적인 유행이나 패션이 확산되는 현상은 사람들이 순응하려는 욕망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언어는 부분적으로 다윈의 무작위적 돌연변이에 해당하는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무작위적인 변화를 통해서 진화하고 차별화된다. 지역적 고립과는 달리 언어적, 기술적 공존 가능성은 아이디어의 교류를 크게 향상시켜준다.
문화적 아이디어의 전파는 공동의 기반이 얼마나 존재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언어를 공유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문화의 수렴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의 교류를 크게 촉진시키는 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로버트 액설로드는 문화와 관습이 어떻게 확산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윤곽을 찾아내기 위해서 상호작용을 근거로 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동질성이 더 높은 수준의 동질성을 부추긴다는 것이 핵심적인 가정이다. 액설로드는 문화적 교류가 일어나는 구체적이고 기계적인 세부 사항은 무시하고 단순히 많은 교류가 일어나면 교류가 더욱 촉진된다는 사실만 주장하다. 다시 말해서, 상호작용하는 행위자들의 문화적 수렴에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액설로드는 지도를 규칙적인 격자로 나누고, 각 격자점에 "행위자"가 자리잡고 있는 모델을 고안했다. 이 행위자들은 개인이 아니라 마을이나 지역 같은 지리적인 영역에 살고 있는 소집단이다. 각 행위자들은 도자기의 형식이나 농업 기술, 또는 사투리와 같은 다수의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특성의 수에는 제한이 없다.
액설로드는 각각의 문화적 특성에 대해서 일정한 수의 변종을 정의했다. 예를 들면 다섯 가지의 언어가 있다면 "언어적 특성"이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값"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는 그렇게 한 특성의 다른 변종을 특징이라고 부른다. 액설로드는 동일한 특성으이 두 가지 특징은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반복 계산이 진행이 되면 결과적으로는 두 격자점이 점점 더 비슷해진다. 앞에서 얻은 결론과 같은 결과이다. 즉, 차이가 점진적으로 사라지고, 단일 문화가 확산된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이 더 이상의 변화가 불가능한 단계까지 계속되면 모델은 안정한 상태에 이른다. 예를 들면, 어떤 특징도 공유하지 않는 다른 문화의 중심에 한 문화의 영역이 자리를 잡으면 두 문화는 더 이상 상호작용을 할 수 없게 된다. 주변의 문화가 나머지 격자점을 지배하더라도 "섬" 문화는 변하지 않고 남게 된다.
검은색이나 회색의 선으로 구분된 희색 영역은 서로 다른 문화를 나타낸다. 한 단계씩 "시간"이 흘러가면, 성장하는 문화도 있고, 쇠퇴하는 문화도 생기게 된다. 결국에는 하나의 문화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격자를 덮게 된다.
이런 실험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규칙이 만들어진 방법만으로 우리는 더욱 높은 균일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규칙이 반드시 문화적 다양성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더욱이 그런 모델을 통해서 초기의 다양성에 따라 궁극적인 다양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N 값이 어떤 임계 값이 되면, 가장 큰 영역의 크기가 놀랍게 줄어들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변해서 다른 영역들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는 균일한 상태와 분할된 상태의 사이의 진정한 상전이의 특징이다. 상전이에 가까워지면 영역의 문화적 다양성(N)에 존재하는 작은 차이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서로 다른 문화의 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 값이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전이 영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안정한 영역의 크기 분포가 멱법칙을 따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도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특성"의 수를 증가시켜서 더욱 심한 다양성을 도입한다고 생각해보자. 이제는 격자점이 다섯 개의 숫자가 아니라, 예를 들면 열 개의 숫자로 표현된다. 그렇게 되면 최종 상태에서의 문화적 다양성이 증가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각각의 특성이 열 개의 특징을 가질 수 있는 경우에 안정한 상태 수는 평균 1이 된다. 특징이 다섯 개 일 경우에는 그 값이 3.2였다. 한 가지 특성에 대해서 다섯 개의 특징이 있는 경우에 다섯 가지의 특성을 가진 모델은 평균 스무 개의 영역이 나타나지만, 열 가지의 특성을 가진 모델은 평균 1.4가 되고, 열다섯 가지의 특성을 가진 모델은 평균 1.2가 된다. 그런 방법으로 다양성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면 직관과는 반대로 단일 문화에 대한 저항력이 "감소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답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인접한 격자점들은 하나 이상의 특징을 공유하는 경우에만 상호작용할 수 있다. 그런 상호작용은 균일화를 촉진시킨다. "특성"의 수가 많아지면, 그중의 하나가 이웃과 같아질 가능성이 높아져서 상호작용의 가능성도 증가한다. 반대로 각각의 특성에 대해서 허용되는 "특징"의 수가 증가하면, 일치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두 사람이 1에서 15 사이에서 같은 숫자를 선택할 가능성은 1에서 5 사이에서 같은 숫자를 선택할 가능성보다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문화적 특성에 속하는 특징의 수가 늘어나면 상호작용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예를 들면, 사투리가 많은 인도에서는 사투리가 거의 없는 미국에서보다 대화를 통해서 소통하기가 더 어렵다.
이 모델에서 사용한 실제 숫자들은 현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이 모델은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일반적인 통찰력을 제공한다. 첫째, 문화의 "복잡성"이 정확하게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징의 수를 생각하면, 기술적으로 복잡한 서양의 문화가 개발도상국의 문화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액설로드의 모델에 따르면 직관만으로는 문화가 얼마나 쉽게 확산되는지를 알 수 업다는 것이다.
모델을 이용하면 전체 영역의 크기가 미치는 영향도 연구할 수 있다. 10 X 10 격자를 100 x 100으로 확장하거나, 5 x 5로 축소하면 어떻게 될까? 직관에 따르면, 격자의 크기가 늘어나면 안정한 영역의 수도 증가할 것처럼 보인다. 10 x 10 격에서 3.2개의 영역이 들어간다면, 100 x 100 격자에서는 그 수가 100배는 되지 않을까?
이번에도 역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격자가 커지면 안정한 영역의 수가 줄어든다. 12 x 12 격자에 다섯 가지의 특성과 열다섯 개의 특징을 가진 경우에는 평균 스물세 개의 안정한 영역이 나타난다. 50 x 50 격자에서는 그 수가 약 6으로 줄어들고, 100 x 100 격자에서는 2가 된다. 이런 결과는 생물학적 다양성에 미치는 크기 효과와 반대이다. 섬에서는 진화의 범위가 작기 때문에 대륙에서보다 적은 수의 생물종이 살게 된다.
그림 14.2에서는 안정한 영역들이 어떻게 점진적으로 "석출"되는지를 볼 수 있다. 이 경우에 끝까지 남게 되는 두 개의 작은 문화는 경계 너머에 있는 이웃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그러나 격자 바로 너머에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얼어붙지 않은 다른 영역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영역이 10 x 10 격자에도 영향을 주어서 격자들을 재배열시키고, "섬" 영역과의 상호작용 가능성도 열어주게 된다. 그것이 바로 큰 격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상호작용이 더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도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러나 작은 격자의 경우에는 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양성을 수용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단일 문화에 먹혀버린다. 마치 대륙이 수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국가의 수가 있는 것처럼 많은 수의 안정한 영역을 지탱할 만한 적정한 영역의 크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지도는 이상하고, 평탄하지 않은 조각 천 모음이다. 아프리카에 있는 대 부분의 나라는 유럽 국가들보다 크다. 그중에서 가장 작은 르완다와 부룬디가 최근 심각한 혼란에 빠진 것은 우연일까? (마찬가지로 서유럽의 큰 국가는 작은 동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더 안정하다.) 아프리카 서부의 국가들이 동부나 남부으이 국가들보다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우연에 의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액설로드의 모델이 지리학적으로 구별되는 지역이나 대륙들이 어떻게 국경을 만들고, 그 결과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설탕과 양념의 땅
이 모델이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다고 반대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무시되었는지를 살펴보자. 지리학적 영향, 기술 변화의 영향, 매스미디어, 조직이나 지배 시스템의 차이 등이다. 그러나 더 광범위한 문제가 남는다. 모델에서 사용하는 가정에 언제나 임의성이 있기 마련이라면 도대체 그런 모델에서 얻은 결론을 믿을 근거가 무엇일까?
액설로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델에서 얻은 일반적인 결론이 전혀 다른 가정을 근거로 하는 문화적 모델에서도 성립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런 목적으로 그는 슈거스케이프의 세계를 검토했다.
심시티라는 컴퓨터 게임은 1990년대 초에 발표된 이후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도시 전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전력 시스템을 만들고, 주민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수리와 관리도 해야 한다. 신의 역할을 하면서, 엄청나게 세속적이고, 미칠 정도로 뒤얽혀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슈거스케이프는 18세기 심시티와 같다. 그것은 일반적인 사회학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서 고안했다. 만약 누군가 사회에 적용되는 법이나 구속 조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슈거스케이프로 그런 과정에 대한 모의실험을 하여 그 예측이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연구자에 따르면, "우리가 떨어질 낭떠러지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규칙이다. 슈거스케이프 같은 컴퓨터 시스템은 비록 엉성하지만 규칙들의 진화적 결과를 예측해줌으로써 '전조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슈거스케이프도 역시 격자 세상이다. 다만 이번에는 격자가 도넛 모양의 원환체에 새겨진다.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을 선택한 것은 경계가 없어서 계산이 쉽고, "가장자리"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슈거스케이프에서는 "행위자"가 격자점을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격자점은 비어 있다. 행위자들은 오로지 설탕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사탕수수가 정해진 방법으로 분포된 격자 위에서 행위자들은 눈에 보이는 격자점들 중 사탕수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사탕수수를 잘라먹음으로써 더 많은 사탕수수가 자라게 된다.
물론 행위자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서로 싸우거나, 거래를 하거나, 협력을 하거나, 문화적 특징을 교환하거나, 섹스를 한다. 문화적 상호작용은 액설로드의 모델에서와 비슷하다. 행위자들은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 상호작용 과정에서 무작위적인 선택을 통하여 균등화가 이루어진다. 행위자들이 모두가 받아들이는 규칙에 따라 공통된 문화적 특징을 공유하는 종족적 연합("국가")을 형성하기도 한다.
극도로 복잡한 모델이지만,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모의계산을 할 수 있다. 설탕 부족이 전쟁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국제적" 협력으로 끝날 것인지도 관찰할 수 있다. 엡스타인에 따르면, "우리 모델은 사회과학의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다. ... 인구 증가와 이동, 굶주림, 전염병 확산, 경제개발, 무역, 분쟁을 비롯한 사회 문제를 연구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진화는 물론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배우자를 결정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연구할 수 있다. 슈거스케이프는 고도의 체스 게임으로 말들이 스스로의 움직임을 결정하기도 하고, 스스로 욕망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개발과 무역에 대한 시나리오도 연구할 수 있다. 엡스타인과 액스텔은 향료를 두 번째 자원으로 도입했다. 행위자들이 설탕과 향료에 대해서 가지는 관심이 다르기 때문에 설탕을 거래하는 행위자도 있고, 향로를 거래하는 행위자도 있다. 그들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따라 가격을 결정해주는 흥정과 거래에 대한 일정한 규칙을 지키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행위자들에게 한정된 수명과 진화에 대한 선호도를 주어서 "인간화" 시키면, 시장은 절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끊임없이 변동한다.
거래는 문화적 지형에 흥미로운 영향을 미친다. 개인들이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으면, 더 많은 행위자들이 생존할 수 있다. 거래가 없는 경우에는 굶어 죽게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행위자들은 가난하고, 소수의 행위자들만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만들어서 부의 분배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파레토가 제안했던 부의 법칙이 컴퓨터 게임에서 실현되는 셈이다. 그렇게 창발된 멱법칙 분포가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변의 특성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부를 더 평등하게 배분하는 방법을 시험하는 목적으로 그런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토머스 홉스가 상상하던 가장 야만적인 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 상태를 슈거스케이프로 근사할 수도 있다. 액스텔과 엡스타인은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가 차지한 곳을 점령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모의계산을 시도했다. 기본적으로 적을 죽이고 전리품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런 일은 승리한 행위자가 어떤 이유에서 패배한 행위자보다 더 "크거나" 더 강력할 경우에 생긴다.
슈거스케이프에서 그런 우수성은 설탕 재고량으로 나타난다. 더 강력한 행위자는 더 많은 식량을 공급받게 된다. 홉스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이웃의 모두를 상대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보아야만 한다. 슈거스케이프를 고안한 사람들은 모든 행위자들이 싸움에 참여해야 하는 경쟁 집단 사이의 전쟁을 모사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숫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쟁은 집단적 협력에 의해서 진행된다. 연구자들은 전쟁의 규칙에 따라서 빠르게 영토를 점령하는 "속전"과 소모적인 "지구전"을 모두 모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액스텔과 엡스타인은 오늘날의 산업화된 사회에 대한 모델이 아니라, 사회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슈거스케이프에서는 행위자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규칙이 매우 단순하더라도 전체적인 거동은 지극히 복잡할 수가 있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하낟. 사회과학이 연구하고 싶어하는 사회적 현상의 엄청난 다양성의 바탕이 아주 단순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무리의 행위자들이 설탕 무더기를 "파헤치고" 있는 모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행위자들이 모두 단순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까? 우리 스스로가 그럴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주식시장이나 정치계처럼 복잡한 시스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도 무엇인가 비교적 간단하지 않을까?
1996년 액설로드 연구진은 자신들의 문화 확산 모델을 슈거스케이프로 "비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들은 만약 전혀 다른 두 모델을 가능한 한 비슷하게 만들면 같은 결과가 얻어질 것인지를 알고 싶어했다. 두 모델에서 문화적 특성과 특징의 수를 같도록 만들고, 같은 크기와 모양의 격자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모델이 살펴보게 되는 범위는 비슷해진다. 그러나 상호작용의 규칙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모델이 완전히 같아질 수는 없다. 그런데도 결과는 만조스러웠다. (문화적 특성과 특징의 수에 해당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격자의 크기를 변화시켰을 때, 슈거스케이프와 액설로드의 모델이 예측하는 안정한 영역의 수가 같았다.
슈거스케이프로 야심찬 시도가 이루어졌다. 슈거스케이프를 이용해서 인구성장에 대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프로젝트 2050을 추진했다. 자원, 이동, 경제성장을 비롯한 사회의 의제를 이용해서 지속 가능한 개발 방법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복잡한 문제에는 여러 요인을 고려하는 복잡한 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수준에 이르면, 서로 상호작용하는 입자들에 대한 물리학적 모델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액설로드의 비교 연구에서 확인되었던 것처럼 극도로 밀집된 인공 사회에서도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물리학이라고 여길 만한 핵심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상전이나 멱법칙 같은 확실한 집단적 거동 양식이 바로 그런 것이다. 간단한 모델에서는 그런 것들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그것이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슈거스케이프는 사회구조, 제도, 거동, 전통이 개인이 인접한 다른 사람드로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와 같은 근본적이 것으로부터 나타나게 되는 과정을 밝혀내려는 다양한 컴퓨터 기반 모델 시스템의 하나이다. 그것이 바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경제적 거래, 기업의 성장, 보행자의 움직임 등에 적용되는 행위자 기반 모델이다.
사이먼은 이것이 더욱 본격적인 사회과학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원칙적으로 행위자 기반 모델은 경제의 세계화가 문화적 화합이나 갈등을 강화시켜줄 것인지와 같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실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사회현상에 대한 특정한 행위자 기반 모델은 모두 기본적인 가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회과학자들도 있다.
어떤 규칙이나 가정이 실제 상황에 대한 지나치게 엉성한 묘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대표적인 거동을 보여줄 것인지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서, 그런 모델은 확실한 것과 일시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기 전에는 정책에 대한 건전한 근거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어느 특정한 모델에서만 얻어지는 것과, 좋은 모델 모두에서 얻어지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만 하낟. 물리학은 그런 문제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섭씨 0도에서 입자들의 움직임이 멈추어지면서 어는 것에 대한 모델과 물질의 액체와 고체 상태가 상전이에 의해서 구별된다는 지식 사이의 관계가 바로 그런 것이다. 사회의 모델과 사회의 물리학 사이의 차이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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