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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 사이버 공간의 모양

16. 웹 짜기 - 사이버 공간의 모양

"우리가 전혀 경험한 적도 없고, 기대한 적도 없는 수준으로 의존하게 된 전혀 새로운 사회 기반시설이 등장했다."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 바이러스도 인터넷을 완전히 못쓰게 만들 수 있다. 인터넷은 과부하, 전달 오류,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국부적 고장, 외부로부터의 악성 공격 등에 의해서 희생될 수 있다. 홉스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우리가 "육체"를 건강하게 돌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바이어던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인터넷에 대해서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은 이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네트워크는 그런 특성 때문에 튼튼해지기도 하지만, 어떤 종류의 공격에 대해서는 취약한 아킬레스의 약점을 노출시키게 된다.

 

인터넷은 우리 사회의 구조와 조직이 앞에서 살펴보았던 네트워크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일 뿐이다. 그런 네트워크에서는 수많은 개별적인 단위와 행위자들이 상호작용에 의해서 연결되어 놀라울 정도로 작은 세상을 만들어낸다. 그런 네트워크가 실제로 어떤 모양이고, 전체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만 열중하는 수많은 행위자들이 어떻게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자발적으로 그런 네트워크를 만드는지에 대한 그림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런 "네트워크 사회"를 이해해야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통신, 정보 네트워크가 새로운 문화적,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가고 있다. 

 

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스는 웹을 인터넷 은하라고 불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분산되고 위계질서가 없는 "지리"가 그런 활동의 근본적인 성격을 변화시킬 것이다. "에너지 생산과 분배의 새로운 기술 덕분에 공장과 대기업이 산업사회의 조직 기반이 되었던 것처럼 인터넷은 정보화 시대의 조직 형태인 네트워크의 기술적 기반이 된다."

 

그런 네트워크는 어느 누구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성장했다. 너무나도 빠르게 성장해서 그 효과나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해볼 여유도 없었다.

 

네트워크에 대한 새로운 물리학 덕분에 이제 우리는 인터넷의 구조가 그것을 만들어낸 시대적 사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스테르가 말했듯이, "생산자의 문화가 매체의 모양을 만든다." 다시 말해서, 종합적인 계획을 따르지 않고, 자유로운 접근과 (가장 좋거나 유용한 웹사이트만 접속한다는) 장점을 근거로 하는 선택의 원리를 따라 "유기적"으로 성장한 네트워크만이 인터네이나 웹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가진 구조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러나 그런 "정보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가 네트워크 사회를 낙원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단일 문화의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부문들 사이에 "정보 격차"를 만들어냈다. 한편 범죄자들과 기업가들까지도 인터넷의 놀라운 가능성을 열심히 활용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정보기계의 가상 해부학을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카스텔스가 예언했듯이,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 영향력이 우리 모두에게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네트워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크가 당신에게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당신이 바로 이 순간에 이곳에서 사회와 함께 살고 싶다면 당신은 네트워크 사회와 직면해야만 할 것이다."

 

 

넷은 던져진다

넷은 본래 문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편리함을 위해서 만들었던 짧은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가장 매력적인 특징이 되어버린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성장 과정을 지켜보았던 학자와 산업계의 과학자들도 곧 자신들의 넷을 원하게 되었다. 전용 서버를 이용한 작은 네트워크들이 번성하면서 등장한 메가네트워크가 바로 인터넷이다.

 

넷과 웹이라고 부르는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은 동의어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것이다. 넷은 통신 네트워크이고, 웹은 정보은행이다.

 

"브라우저", 검색 엔진 으로 발전

 

1960년대 컴퓨터 네트워크의 "뻔한" 위상 구조는 모든 메시지가 중앙의 메인프레임으로 보내진 후에 적당한 노드로 전달되는 고도로 중앙집중화된 것이었다.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은 중앙의 허브 하나만을 망가뜨리면 전체 네트워크가 마비되기 때문에 공격에 취약하다. 미군의 입장에서는 핵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바란은 꼭짓점당 세 개의 모서리만 있으면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ARPA의 지원을 받는 대학 사이트들을 서로 연결해서 컴퓨터 자원의 횽율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각 사이트의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다른 모든 컴퓨터와 직접 연결하는 것이 당초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1967년에 컴퓨터 과학자 웨슬리 클라크는 "최대로 연결된" 네트워크는 작동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 개의 꼭짓점만 있더라도 마은다섯 개의 모서리가 필요하다. 모서리의 수는 꼭짓점의 수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난다. 그러면 각 꼭짓점에 있는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엄청난 부하가 걸려서 정보의 흐름이 "얼어붙어버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클라크는 메인프레임을 작은 컴퓨터들로 구성된 하부 네트워크에만 연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부 네트워크의 컴퓨터들은 모두 똑같은 언어를 사용해서 정보를 전달해주는 일만 전담하게 된다. 클라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바란의 연구를 바탕으로 그런 네트워크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인터넷의 위상학적인 계획은 그 정도까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어떤 규제기관이나 구조적 디자인의 간섭도 없는 상황에서 초기 개발자들이 꿈꾸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확장되었다. 도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성장도 유기적이고 서로 간의 협조 없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이제 인터넷은 모든 면에서 자연 생태계와 같은 수준의 복잡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제는 연결 패턴에 대한 완벽한 지도를 만드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구조를 파악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바란이 처음 제안했던 고도로 중복된 분배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오늘날 인터넷이 한꺼번에 엄청나게 많은 유통량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인터넷의 지도가 그림 16.1c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분포된 시스템) 인터넷의 지도는 규칙적인 격자에 더 가깝다. 물론 꼭짓점당 링크의 수는 일정하지 않고 4에서 6 사이에 변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그런 네트워크에는 지름길이 없다. A에서 짧은 걸음으로 B까지 갈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정확하게 어떤 모양일까? 그것은 우편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경로를 어떻게 찾는가, 부분적인 파괴가 일어나는 경우의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한가, 어느 한 지역의 사용자가 다른 곳의 사용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가, 인터넷이 무한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네트워크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인가와 같은 문제와 관련된 핵심적인 문제이다. 네트워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이런 문제들은 더욱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도 런던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물리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웹 자체는 그런 통신 선로가 아니다. 원칙적으로 하나의 통신 선로는 URL 링크의 미로 속에서 수백만 개의 웹 페이지를 수백만 개의 다른 페이지로 연결시켜줄 수 있다.

 

인터넷이나 웹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무작위적 그래프일까? 앞 장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작은 세상 네트워크일까? 아니면 강물의 네트워크나 우리 폐의 기도와 같은 가지가 달린 계층 구조의 나무와 같은 것일까? 인터넷은 전혀 다른 종류처럼 보인다는 것이 답이다.

 

규모의 결여

알버트 연구진은 이 그래프의 들어오고 나가는 링크의 확률 분포가 며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서, 대학의 웹사이트에서 무작위적으로 선택한 페이지에서 주어진 수의 링크를 발견할 확률은 링크 수의 멱법칙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페이지는 링크가 거의 없고, 많은 수의 링크를 가진 페이지는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링크의 수가 두 배가 되면, 그런 수의 링크를 가진 페이지의 수는 일정한 비율로 줄어든다.

 

네트워크 연결에는 "규모"가 없다. 멱법칙은 시스템의 "규모와 상관이 없다"는 표시이다.

네트워크는 스스로 그런 멱법칙 상태로 조직화된다. 자기 조직화된 임계성에 대한 모래 더미 모델이 사태에 대한 멱법칙 분포를 가진 임계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멱법칙은 웹이 스티븐 스트로가츠와 던컨 와츠가 가정했던 작은 세상 네트워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들의 "재연결" 그래프는 선호하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꼭짓점당 모서리 수의 확률 분포함수는 특정한 값에서 최대가 된후에 다시 줄어든다. 웹 네트워크는 또다른 확률 분포를 보여주는 무작위적 그래프와도 다르다. 멱법칙 분포에서 많은 수의 연결을 가진 꼭짓점을 발견할 확률은 무작위적 그래프나 스트로가츠-와츠의 작은 세상 그래프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 경제시장 변화에 대한 모델에서 멱법칙이 대형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웹은 작은 세상이 아니라는 뜻일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웹은 스트로가츠와 와츠가 고안했던 것과 같은 작은 세상은 아니라는 뜻일 뿐이다. 알버트 연구진은 자신들의 자료가 작은 세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학인해보았다.

 

무작위적으로 선택한 두 개의 꼭짓점 사이의 평균(고유) 경로 길이가 짧고, 꼭짓점의 집단화 정도가 높은지를 확인했다. 이런 두 가지 특성이 결합되면 작은 세상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트워크에 들어 있는 꼭짓점의 수가 늘어나면, 평균 경로 길이는 아주 느리게 증가한다. 연구자들은 연결성의 멱법칙 분포가 자신들이 웹에서 관찰한 것과 같도록 만든 그래프에서 그런 거동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월드와이드웹은 작은 세상이지만 무규모 연결성을 가진 멱법칙의 특성을 나타내는 특별한 위상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를 찾아내기가 왜 그렇게 어려울까? 원하는 정보에 도달하기 전에 엄청나게 많으 양의 쓸모없는 정보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라다 아다믹은 웹의 작은 세상 특징을 이용하면 더 나은 검색 엔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관련된 주제만을 다루는 웹 페이지들이 고도로 집단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웹은 무작위적 네트워크와 다른 위상학적 특징을 가지게 된다. 지능적인 검색 엔진은 검색을 시작할 최선의 "허브" 사이트를 찾아낸 후에 그런 집단화 특성을 이용해서 검색 범위를 제한한다. 그런 "똑똑한" 전략은 웹의 미로를 무작위적으로 걷는 것보다는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멱법칙은 웹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중심 테마이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페이지 대신 사이트를 서핑한다. 그러나 휴버먼과 아다믹의 동료들은 사용자들이 한 사이트에서 따라다니는 서핑 경로만을 연구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얼마나 "깊이" 들어가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여러 자료로부터 사이트에서 클릭 수의 확률 분포 함수가 멱법칙이나 또는 그것에 매우 가까운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 정보는 웹 디자이너가 페이지를 찾는 사용자의 수를 예측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터넷도 역시 노드들 사이의 연결성이 멱법칙을 따르는 무규모 위상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힘이 나온다. (그림 16.4)

 

무규모 네트워크는 노드의 고장 등과 같은 무작위적 오류에 대해서 무작위적 네트워크나 스트로가츠와 와츠가 찾아냈던 작은 세상이지만 규모에 의해서 지배되는 네트워크보다 훨씬 더 안정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버트 연구진은 무규모 네트워크가 스무 개의 노드들 중에서 하나에 문제가 생겨도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수함수적 네트워크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노드가 28퍼센트를 넘어서면 여러 개의 고립된 집단으로 나누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네트워크는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무규모 네트워크에서는 노드에 고장이 생기면 네트워크가 "부서지는" 대신 서서히 "꺼져버린다." 절반의 노드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연결된 집단은 계속 작동한다. 무규모 네트워크에서 대부분의 노드들은 한두 개의 링크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작위적으로 링크를 끊어버리면 하나의 노드만이 고립된다. 

 

따라서 인터넷은 일부의 노드들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통신 네트워크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위상학적 특성을 유지하는 셈이다. 그런 국부적인 문제는 컴퓨터의 오작동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노드는 정보 유통량이 너무 많아서 일시적으로 쓸모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규모에 상관이 없는 네트워크에서는 상당수의 노드들이 동시에 고장이 나더라도 효율적인 대체 경로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인터넷이 아무런 계획도 없었으면서 상상할 수 있는 네트워크 중에서 가장 안정한 상태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이런 식으로 디자인하지는 않았다. 사실 누군가가 인터넷의 위상학적 특징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훨씬 덜 안정한 구조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메시지는 명백하다. 때로는 기술이 스스로 조직화되도록 놓아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사이버 공격

정보를 확보한 공격의 경우에는 인터넷과 같은 무규모 네트워크에 심각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노드에는 가장 안전한 안전망이 만들어져야만 한다.

 

그런 위성학적인 구조 때문에 인터넷은 어느 누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자연적인 생명"에 가까워졌다.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런 웹은 흔히 뇌에 비교된다. 스트로가츠와 와츠는 기생하는 선충인 카에노르하브디티스 엘레간스의 신경 네트워크 연결 패턴이 작은 세상 네트워크의 독특한 특징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집단화의 수준이 높고 각각의 신경세포 사이의 고유 경로 길이가 짧다. 그러나 바라바시 연구진은 다양한 유기체의 세포에서 무규모 인터넷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훨씬 더 중요한 네트워크를 발견했다.

 

생명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는 아마도 환경으로부터 흡수한 원료물질을 세포가 존재하는 동안 항상 필요로 하는 에너지와 분자로 변환시키는 대사일 것이다. 세포는 다양한 종류의 구성 요소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면, 우리 자신의 세포는 음식으로부터 아미노산, 당, 지질과 함께 비타민과 미네랄 영양분, 그리고 물과 산소를 비롯한 다양한 물질을 공급받아야 한다. 세포는 그런 분자의 원자들을 재배열하는 효소를 이용해서 새로운 효소, 핵산, 호르몬, 고 에너지 분자 등을 만든다. 원료물질을 유용한 분자로 변환시키는 순서를 대사 경로라고 부른다.

 

그런 경로는 거의 예외 없이 선형이 아니라 가지가 많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포도당과 같은 하나의 원료물질이 여러 방법으로 재배열되거나 잘라진다. 당이 부서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고에너지 분자들은 다른 대사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에 이용된다. 결국 대사는 화학반응의 대규모 네트워크로 특정한 분자물질은 노드이고, (흔히 효소에 의해서 촉매화되는) 반응은 한 노드를 다른 노드와 연결시켜주는 모서리로 생각할 수 있다.

 

바라바시 연구진은 박테리아에서 식물, 그리고 선충류와 같은 "고등" 생물에 이르는 유기체 43종의 대사 네트워크를 연구했다. 그들은 모든 경우에 연결성 분포함수가 규모에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어진 링크를 가진 노드의 확률이 멱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에서 웹을 유지시켜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고도로 연결된 소수의 "허브"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모든 유기체에서 허브에 해당하는 분자들의 대부분과, 네트워크에서 그런 분자들의 중요성이 똑같다는 것은 생명의 진화적 기원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사 네트워크의 무규모 구조는 대사를 작은 규모의 무작위적인 오류에 대해서 비교적 민감하지 않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진화적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유전적인 이유 때문에 한두 종류의 효소에 문제가 생기면, 그래프에서 해당하는 모서리가 약해지거나 끊어져버린다. 그것이 일부 생물학적인 기능에 해로운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무규모 네트워크에서는 반드시 전체 웹이 부서져서 생명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규모 네트워크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시행착오적인 탐색에 해당하는 자연선택에 의해서 훌륭하게 "만들어진" 걸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무규모 네트워크는 계획된 공격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허브에 해당하는 노드를 제거하면, 네트워크는 빠르게 무너져버린다. 그 사실은 박테리아 감염을 물리칠 의약품의 지능적 설계의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연결된 분자의 작용을 방해하는 의약품은 공격을 받은 세포의 생명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네트워크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적당한 목표를 선택하는 첫 단계일 수 있다.

 

2003년에 미국와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고가 네트워크 위상학적 취약성과 관계가 있을까? 바라바시는 그렇다고 믿는다. 그에 따르면 "정전은 장비의 문제나 부주의나 잘못된 설계와는 거의 관련이 없었다. 정전의 규모는 연결성에 의한 취약성이라는 세계화된 세상에 대해서 지금까지 무시되어왔던 특성과 관계가 있다." 

 

바라바시는 송전 선로와 같은 시스템에서 한 지점에서의 오작동이 부하를 다른 선로로 이동시켜서 과부하가 확산되는지를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복잡한 네트워크에서는 폭포처럼 연속적으로 확산되는 오작동이 흔히 일어난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로부터 육촌 관계에 있다고 좋아하면서도 그런 문제와 취약성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주변으로 확산시키기

바이러스는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대신 극단적인 연결성을 이용해서 네트워크를 식민지화하고, 노드를 혼란에 빠뜨린다. 여기서도 역시 인터넷 위상 구조의 장점을 거꾸로 이용하는 셈이다. 컴퓨터 사이의 정보전달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은 호흡이나 체액을 통해서 개인 사이에 생물학적인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과 같다. 네트워크의 두 노드 사이에 링크가 되면 서로 감염시킬 가능성이 생긴다.

 

전염병학자들은 모델을 이용해서 감염 문턱값을 예측한다. 질병의 확산 속도가 문턱값보다 크면 질병은 지속적으로 일정한 비율의 사람들을 감염시키면서 퍼져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질병은 빠르게 사라져버린다. 문턱값의 개념은 백신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그런 웹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면 질병학의 표준 개념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스토로가츠-와츠의 작은 세상이 아니라 무규모 작은 세상이다. 보른홀트 연구진은 킬 대학교의 서비를 통한 전자우편 연결이 무규모 네트워크임을 증명했다. 인터넷은 물리적으로 (즉 사용자 노드와 그들 사이의 링크의 면에서) 규모에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자 웹에서 정의된 "친구 네트워크"도 똑같은 위상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자 로무알도는 그런 차이 때문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컴퓨터 모의계산을 통해서 무규모 네트워크에서 SIS 모델을 검토해보았더니 문턱값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확산 속도가 아무리 느리더라도 컴퓨터 시스템을 돌아다니면서 노드 중 어느 비율을 감염시켜버린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일생에서 처음 몇 달 동안에는 생존 확률이 크게 줄어들지만, 그 후에도 낮은 수준의 감염은 오랫동안 계속된다.

 

그런 거동은 대부분의 질병학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표준 모델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은 전염성이 되거나 빠르게 사라져야만 한다. 그러나 전염 문턱값이 없이 오랫동안 느리게 줄어드는 것은 무규모 네트워크의 이상한 특징이다. 그런 결과는 네트워크의 위상학적 특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컴퓨터 바이러스와 대항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표준 질병학의 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진짜 사회적 접촉 네트워크도 역시 규모에 상관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실제 질병이 확산되는 과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완전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성관계 파트너 수의 분포가 멱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접촉 네트워크는 규모에 상관이 없었다.

 

만약 이 조사 결과가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라면 AIDS와 같은 성병을 퇴치하는 전략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규모 네트워크에서는 질병의 확산 속도에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에 질병을 완전히 퇴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백신을 개발해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게 무작위적으로 접종하더라도 질병을 통제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반드시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무규모 네트워크에서는 고도로 연결된 노드인 "허브" 몇 개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아킬레스 건이다. 그런 허브에 연결된 노드를 끊어버리면 웹은 빠르게 무너진다. 그런 상황에서는 가장 난잡한 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면 성병 전염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자우편 네트워크의 분석에 따르면, 연결 수가 많은 것을 근거로 선택한 꼭짓점의 10퍼센트를 "면역시키면" 컴퓨터 바이러스의 창궐을 완전히 막아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몇 사람의 허브 노드만을 고립시켜도 질병을 몰아낼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원이 한정된 현실에서는 무작위적이고 맹목적인 방역 정책으로 최선을 바라는 것보다는 적어도 "허브"에 해당하는 사람을 통제하는 전략에 어느 정도는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웹 세상

무규모 네트워크는 스트로가츠와 와츠의 재연결 네트워크보다 훨씬 더 흔한 작은 세상 형태일 수도 있다. 영화-배우 네트워크와 미국의 송전 선로 네트워크를 재검토해보았다. 스트로가츠와 와츠에게는 노드의 집단화 수준이 높고, 고유 경로 길이가 짧다는 것이 작은 세상 거동의 증거였다. 그러나 그런 기준은 연결의 위상학적 특징을 확실하게 밝혀주지는 못한다. 재연결 네트워크와 무규모 네트워크가 모두 그런 특징을 나타낸다. 바라바시와 알버트는 두 경우 모두에서 무규모 네트워크의 특징을 발견했다. 따라서 영화배우들 사이의 "평균" 관계도는 의미가 없다. 링크의 수는 (멱법칙에 따라) 완만하게 감소한다.

 

마블 네트워크도 영화-배우 네트워크의 경우처럼 실제 세상의 웹이 가지고 있는 위상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는 그렇다. 다시 말해서, 어떤 책에 어떤 수의 인물이 등장할 확률은 멱법칙을 따른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결론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집단화가 무규모 네트워크나 작은 세상 네트워크보다 훨씬 낮았고, 무작위적 그래프보다 아주 조금 컸다. 집단화는 인물들이 "사교 서클"을 형성하는 정도를 뜻한다. 집단화 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공통의 친구를 가진 두 사람은 순전히 무작위적으로 선택한 두 사람보다 서로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마블 우주에서 집단화 수준이 낮은 것은 특별하게 만들어진 기능적 본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우주를 만들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사실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어쨌든 마블 작가들은 사회적 네트워크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의도적으로 "현실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 이상을 함께 등장시키는 것이 재미있을 듯하면 그렇게 했을 뿐이다. 물론 실제 사회적 네트워크도 기획도지 않은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사회적 네트워크나 당신이나 나의 네트워크는 모두 서로 다른 원칙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약 그 이유를 밝혀낼 수만 있다면, 실제 세계에서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무규모 네트워크는 인류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통해서 연결되면 초기 사회통계학자들을 매혹시켰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우스 형 분포가 사라지고, 그 대신 무규모 분포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부자는 언제나 더 부유하게 될까?

겉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시스템에서 같은 패턴이 나타나면, 특정한 경우와 상관없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표현되는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여러 "입자"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질서를 지향하는 힘과 잡음에 의한 영향처럼 경쟁적인 힘이 작용하면 갑작스러운 상전이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무규모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고유한 원리는 무엇일까?

 

에르되시와 레니의 무작위적 그래프와 스트로가츠와 와츠의 재연결된 작은 세상은 순전히 무작위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프에서 무작위적으로 선택한 꼭짓점들을 모서리로 연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네트워크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대신 새로운 노드가 이미 잘 연결된 노드에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신인 배우는 무명 배우들만 출연하는 영화보다는 이미 알려진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에서 조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명성이 높을수록 새로운 링크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웹이나 과학적 인용으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역시 무규모 네트워크)의 진화에서도 일종의 "명성의 자기력"이 작용한다. 사람들이 유명한 논문을 인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인용하기 때문이거나, 또는 그런 논문을 인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인용하기 때문이거나 또는 그런 논문을 읽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명성은 명성을 낳는다.

 

명성은 좋은 것이나 나쁜 것 모두에게 더 많은 보상을 가져다준다. 누구나 그런 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장하는 그래프에서 새로 더해지는 모든 꼭짓점이 가장 높은 수준의 연결을 가진 꼭짓점에 연결된다면 네트워크는 무규모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허브로 집중된 상태가 된다. 그런 일은 일반적으로 미리 기획되지 않은 상태로 성장하는 네트워크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프가 너무 크면, 새로 추가되는 꼭짓점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연결된 꼭짓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장 높은 수준이 아닌 꼭짓점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선택이 이루어진다. 가장 유명하고 잘 연결된 배우가 새 영화에 모두 출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높은 수준으로 연결된 꼭짓점에 새로운 링크가 만들어지는 것은 가능성이 높을 뿐이지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바라바시와 알버트는 그런 경향이 무규모 네트워크의 성장에 필요한 한 가지 요인일 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은 새로 추가되는 꼭짓점에 연결시킬 꼭짓점을 무작위로 선택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링크를 가진 꼭짓점에 연결될 확률이 조금 더 높은 경우를 분석해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는 규모에 상관이 없었다.

 

사람들의 조직 네트워크들 중에는 그런 "부익부" 원리에 따라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큰 기업일수록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더 좋은 광고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이 부분적인 이유이다.

 

꼭짓점의 연결성을 "자산"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선택의 자유가 지배하고 "시장 점유율"에 의해서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불평등의 멱법칙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무론 우리는 어떤 자유시장에서나 자원에 대한 접근이나 권리의 차이가 있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무규모 성장 과정에서는 자산의 무작위적인 분포보다 더 심한 양극화가 나타난다. 아주 부유한 사람이나 거대 기업처럼 극단적인 "사건"의 수가 늘어난다. 자유시장에서 멱법칙에 의한 양극화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양극화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면, 시장에서의 자유 중 일부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네트워크 성장이 반드시 극심한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규모 네트워크를 자세히 분석해본 결과, 그런 네트워크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좋은 연결을 가진 몇 사람의 특권층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영화-배우 네트워크의 멱법칙도 극단적인 경우에 이르면 깨어지기 시작한다. 가장 잘 연결된 배우들도 멱법칙의 예측보다는 적은 수의 연결을 가지게 된다.

 

무엇이 멱법칙을 방해하는 것일까? 실제 세상에서는 반드시 어떤 요인에 의해서 어느 노드가 만들 수 있는 링크의 수에 상한이 생기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배우에게는 시간과 연령의 한계가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1,000편의 영화에 출연할 수는 없다. 아무리 훌륭한 논문이라고 하더라도 오래된 논문은 무시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오래된 문헌 대신 더 최근의 논문이나 단행본을 인용한다. 공항이 무한히 많은 교통량을 처리할 수도 없다. 비용이나 인구학적 특성이 공항의 확장 범위를 제한하게 된다. 꼭짓점에 수용 한계가 있거나 (일종의 노화에 의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지 못하면, 가장 잘 연결된 노드에서는 규모에 상관이 없는 네트워크의 구조가 사라지게 된다.

 

사회적 네트워크 중에는 처음부터 멱법칙이 자리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서던 캘리포니아 송전 시스템과 세계 공항을 연결하는 항공편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그런 경우이다. 그런 네트워크들은 가우스 형 확률 분포를 가지고 있고, 연결성의 평균 "규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모두 꼭짓점의 수가 늘어나더라도 고유 경로 길이가 아주 느린 속도로 늘어나는 작은 세상 네트워크이다.

 

여러 형태의 작은 세상이 있다. 스트로가츠와 와츠에 의해서 정의되는 재연결 네트워크는 선호되는 평균 연결성과 잘 연결된 꼭짓점의 수가 갑자기 줄어드는 "단일 규모"의 작은 세상의 예이다. 바라바시 연구진이 찾아낸 네트워크는 정반대의 극단으로 탐욕이나 난잡함에는 한계가 없고, 아주 잘 연결된 꼭짓점도 드물지 않다. 바라바시의 표현에 따르면, 그런 두 극단의 사이에는 "네트워크의 거대한 동물원"이 있다.

 

계획적으로 만들더라도 정확한 위상학적 특징에 상관없이 작은 세상 네트워크는 드물다. 그런 네트워크는 새로운 꼭짓점의 연결을 지배하는 법칙에서 창발된다.  그러나 니시 마티아스와 벤카테시 고팔에 따르면, 그런 네트워크는 꼭짓점의 연결성을 극대화하고 "연결"의 길이를 극소화하려는 서로 상반되는 욕구를 이상적으로 조화시켜주기 때문에 공학적인 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이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에서 두 노드를 연결하려면 두 노드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 재정적 비용이 필요하다.

 

모든 노드들이 직접 연결되어 있으면 네트워크 사이의 가장 효율적인 통신이 가능해지지만, 엄청나게 많은 연결이 필요하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람은 소수의 짧은 연결을 원하고, 네트워크 사용자는 많은 수의 긴 연결(그리고 많은 수의 지름길)을 원한다. 전자는 규칙적인 격자에 해당하고, 후자는 무작위적 네트워크에 해당한다. 작은 세상 네트워크는 "국부적" 인 연결만을 필요로 하는 격자의 경우보다 조금 더 많은 연결을 이용해서 장거리 연결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네트워크 물리학은 우리의 사회적 패턴이나 조직에 적용되는 심오한 규칙을 보여주었다. 질병의 전염이나 문화적 기준의 확산과 같은 변화의 과정에 대한 네트워크 위상학의 결과는 이제 막 드러나고 있는 수준이다. 경제학에서는 거래 네트워크의 구조가 시장의 동력학이 얼마나 복잡해질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의문들 중의 하나로 확인되었다.

 

"시장은 행위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움직이고,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런 네트워크의 구조를 반영하며, 네트워크의 구조는 다시 네트워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의미에서 네트워크 이론은 통계물리학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 사이의 접촉을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영원한 탄성적 링크를 만들어내는 다입자 시스템의 "끈적끈적한"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네트워크는 시스템의 역사를 담은 일종의 지도가 된다. 시간에 따라 인터넷이 확장되면서 성장하는 웹에 기록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네트워크에서는 과거가 중요하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위치와 모양에 들어 있다. 그런 네트워크는 우리의 삶이 겨우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의 방법으로 뒤엉키게 만드는 정도에 대한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