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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지위 게임 : 제로섬 게임

12. 제로섬 게임

공식적 지위와 비공식적 지위

 

인간은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으스대는 꼴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와 계층, 성별, 문화를 초월하는 분노의 마음이다.

 

사회의 개인이 대체로 평등해지는 이유는 누구도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큰 권력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모두가 투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가 '권위적인' 행동을 의미하는 신호에 매우 민감했고 이런 신호를 예의 주시하며 색출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끌리기도 한다. 유명한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따라서 게임에서 유능한 사람과의 관계에는 무서울 정도로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

 

아마도 우리 뇌의 게임 기능과 현대의 비대한 게임 구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발생한 현상일 것이다. 우리 뇌는 작은 부족 집단에 특화되었지만 현대의 우리는 -특히 직장과 온라인에서- 거대한 게임을 수행해야 하고 그 게임에서 걸출한 사람들이 삼나무처럼 빽빽하게 우리 앞길을 가로막는다. 지위는 상대적이다.

 

지위가 자원이라면 남달리 잘나가는 사람들이 그 자원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이다. 예외가 있는데 바로 우리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동일시하는 지도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를 상징한다. 이들은 우리 정체성의 한 조각, 우리 육신의 일부를 가지고 있어서, 이들의 성공은 곧 우리의 성공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성공에 환호한다.

 

우리 본성에 맞는 작은 게임과 현실에서 참여하는 거대한 게임 사이의 어색한 부조화로 인해 온갖 갈등과 불평등이 발생한다.

 

개인의 지위와 직업이 출생에 크게 좌우되는 현재의 계급 제도는 사실 수천 년 전에 문명이 동틀 무렵부터 내려온 것이다.

 

정착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전 시대보다 잉여 식량이 증가했다. 처음으로 개인이 큰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이런 상승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들은 자기네에게는 위로 오를 자격이 있다고, 한마디로 그들은 진정으로 특별한 존재라는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로 설명한다. 그들은 대개 아래 계급 씨족과의 혼인을 금한다. 자기네는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이고 신성한 계급이라고 정의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새로이 지위와 상징이 축적되면서 이제껏 게임을 통제하던 기존의 방법이 더는 통하지 않았다. 부족 사회에서는 소문으로 각 계급을 움츠러들게 만들 수 있었다. 부족민들이 거물이나 거물의 행동을 벌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위가 높고 힘 있는 통치자들이 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엘리트들은 그들이 누리는 지위를 마땅한 것으로, 심지어 신이 내린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의 뇌에서 자기중심적인 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함'이 튀어 나왔다. 지위에 익숙해지면서 더 큰 지위를 원하게 되었다. 엘리트들은 침략 행위로 영토를 넓히려 했고, 왕국과 국가와 제국으로 확장되었다.

 

이런 대대적인 확장은 지배자들에게는 유리하게 작동했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고통받기 시작했다. 아래 계급 사람들은 갈수록 힘이 약해지고 병들어 갔다.

 

인류가 한 곳에 정착하고 땅을 차지하는 사이 지위 게임은 무섭게 확장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이때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실험 참가자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은 게임에서 실제 불평등의 수준이 아니라 불평등이 겉으로 보이는지 여부였다. 참가자의 부가 숨겨져 있을 때는 상류층을 비롯해 모두가 더 평등주의적이 되었다. 하지만 부가 겉으로 드러나 있으면 모든 참가자가 덜 우호적이고 "절반 정도만 협조"했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착취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커졋다.

 

인류가 거대하게 확장되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또 하나의 보편적인 특이 현상이 있다. 지위 게임을 비공식적으로 하도록 진화했다. 사실 수렵채집 시대에는 노골적인 성공의 단서 - 뼛조각 목걸이, 족장의 안전한 거처-로 서열이 표시되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위를 알아챘을 것이다. 몸짓 언어와 말투와 존중 수준으로 감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착 사회를 이룬 이후에는 직함과 의례, 의무적인 존중 행위와 명예로 확인되었다. 그래서 동시에 두 가지 게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화와 경제와 사회의 거대한 계층으로 드러나는 공식 게임과 참가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비공식의 진정한 게임이다.

 

공식적인 제로섬 게임에 자주 노출되는 현실이 21세기에 우리를 괴롭히는 고통과 불안과 탈진의 원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우리는 남들에게 적대감을 느낀다.

 

우리는 억울함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위에서 으스대면서 자격도 없이 지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벌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들이 자극하는 억울함은 세상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를 틀어지게 만든다. 우리 나름의 정의감과 시기심에 차 그를 향한 조롱의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