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혁명의 조건
지위가 하락할 때 혁명은 시작된다
뇌와 문화가 지어내는 이야기를 잘 믿는 우리의 성향은 인류 역사를 얼룩지게 만든 부정의 주요 원인이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우리에게 유리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갈등 상황에서 정의의 편이라는 확신을 주고 서열에서 위로 올라가는 데 매진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심지어 우리가 스스로 예속되도록 설득하기도 한다.
바로 거대 종교의 역할이다. 종교의 숨은 진실은 종교도 지위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종교들은 저마다 게임의 규칙과 상징을 합의한 다음 위로 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계층 구조를 형성한다. 이런 진실 위에 구축된 꿈의 세계는 이번 생이 아니라 다음 생에서 주어질 중요한 지위에 관해 이야기한다. 종교는 도덕 게임이다.
모든 지위 게임의 궁극적 목적은 통제에 있다. 지위 게임은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가 서로 협력하게 하고 한 개인으로서 순응하도록 강요(지배 게임)하거나 매수(성공과 도덕의 명성 게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종교는 메가 사회가 만들어 지며 전례 없이 많은 사람이 가까이 붙어 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을 감독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현했다. 소문만으로는 더는 다수의 이질적인 사람들을 감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간은 우리를 유혹하고 벌주면서 행동을 유도하는, 곧 설교하는 신을 만들어냈다.
거대 종교는 다양한 언어와 민족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따르는 표준적인 규칙과 상징을 정립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믿었다. 카스트 같은 제도가 어떻게 유지되는 걸까? 다수가 이 꿈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위계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계급 간에 끊임없이 갈등을 빚으면서도 혼란에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이 본래 가까운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면서 국지적인 게임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주한 일상과 거기서 얻는 지위에 사로잡혀 있다. 대체로 가까이 연결된 집단에 의무를 다하려 하고 지역의 규칙과 상징을 충실히 지켰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잘 치르는 수준에서 게임의 성격이 정해졌을 것이다.
게임이 잘 굴러가고 우리 집단이 기대한 보상을 받기만 하면 현상 유지가 잘되었다. 탄탄한 사회는 그 사회의 구성원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기대대로 지위의 낙수 효과를 얻는 사회다. 하지만 맨 밑바닥 카스트가 사실상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더라도 대개는 사회의 안정성은 위협받지 않는다. 사실 혁명의 조건은 극심한 불평등이 아니라 게임이 정해진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사람들이 불가피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사회에서 적절한 지위를 잃었다고 인식하는 것이 혁명의 핵심이다.
우리가 받는 대접이 곧 우리 집단이 받는 대접이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과 우리 사람들이 집단의 지위가 하락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심각하게 고통 받는다.
게임에서 지위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무자비해진다. 하지만 혁명이 성공하려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게임이 상류층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대개의 혁명에서 민중을 자극하여 체제를 타도하도록 조력하는 세력은 상류층이다."
상류층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지위가 하락하고 기대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느끼는 '대중 조직'과 공모한다.
또한 한 사회가 몰락하는 조짐이 '엘리트의 과잉 양산'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리트가 심각한 수준으로 과잉 양산되면 이들은 얼마 안 되는 지위를 두고 다투게 되며, 결국 상위 집단에 맞서서 그들만의 지위 게임을 형성하려 한다. 이들이 지위를 얻기 위해 싸우고 기득권 세력을 공격하면서 결국 사회는 불안정해진다.
게임에서 기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그 여파로 혼란의 역사가 시작되는 현상
지위에 굶주린 제국의 세력이 한 민족을 정복하면 그곳에서 엘리트 계급을 형성한다. 그리고 여러 세대가 지나는 사이 토착민들이 지위를 얻기 위해 점차 제국의 게임에 뛰어들고 제국의 규착과 상징을 받아들인다. 결국에는 엘리트 계층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고 대등한 지위를 요구하며 대개는 시민 불복종이나 법적 이의 제기나 폭력의 형태로 공격한다. 그러면 이제 제국을 건설한 세력이 몰락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제국의 주기"라고 표현한다.
이런 지위 게임의 숨은 규칙이 인간의 역사를 이끄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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