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우리'라는 과대망상
우리는 게임을 하면서 서로를 감시한다. 모두의 이익을 위해 게임은 계속 공정하고 안정적이어야 하고 거물은 감시당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과 게임 간의 지위 경쟁에는 이런 식의 감시가 없다. 오히려 우리 게임의 서열을 높이고 경쟁자의 서열을 떨어트리려 하면 우리 게임의 동료들이 우리의 지위를 올려준다.
우리는 흔히 지위 불안을 느끼면 경쟁자 -기업, 종교, 축구 클럽,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무리, 학교 내 패거리, 국가-를 보면서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우월하다고 자신한다. 경쟁자가 게임의 서열에서 위에 있어도, 우리는 차라리 현재 우리 위치가 낫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를 되새긴다. 우리 게임이 중요하다. 우리 축구팀, 우리 회사, 우리 무리, 우리 부족, 우리 종교. 이처럼 우리 게임에 관한 과대망상은 특히 스포츠에서 두드러진다.
서로에게 확신을 심어줄수록 그들의 꿈은 더 단단해지고 그들은 게임을 대표해서 더 자기애로 충만해진다. 이것이 지위 게임이다. 정직하지 않고 악의적인, 삶의 중요한 쾌락 중 하나다.
이런 집단적 과대망상은 민족주의에서도 두드러진다. 스포츠 팬들처럼 다수의 국민이 무의식중에 국가의 위상에서 개인의 지위를 찾는다.
국가의 지위가 개인의 행복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보면 대영제국의 시대 지독하게 가난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우리가 세계 최고다.
오래전부터 우리 게임의 동료들을 더 좋게 봐주는 원시적 본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집단과 연결되는 순간 아무리 느슨하게 연결되더라도 우리 뇌에서는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불공정한 기제가 작동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게임에 참가한 무력한 인간이고 애초에 불공정하게 게임을 치르도록 설계된 존재다. 뇌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남들이 가진 것과 비교하면서 경쟁 관계 속에서 지위를 판단한다. 우리 집단이 많이 가질수록 우리에게 돌아오는 상도 크다. 탐욕과 타락보다 더 해로운 것은 우리의 뇌가 이런 성향을 우리 자신에게조차 숨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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