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테러와 모멸감
과대망상과 모멸감이 폭력의 동력이다
게임은 위계질서 -우리 게임의 위치 대 경쟁 게임의 위치-를 살피고, 그런 질서의 형성 과정을 설명해주는 단순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도덕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이야기는 항상 똑같다. 우리는 도덕적인 사람들이라 더 많이 누릴 자격이 있고, 우리의 앞길을 방해하는 자들은 사악한 무리라는 식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유혹적이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믿고 싶은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지위의 원천이 되고, 더 큰 지위를 얻으리라는 희망과 적을 향한 분노 -신의 진노-의 원천이 된다. 이런 이야기는 신성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의 서사는 더욱 극단적이고 비정상으로 흐른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믿는다. 이야기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고, 우리의 꿈은 우리가 참가하는 게임의 꿈이다. 우리는 꿈속에서 살아간다. 꿈속에서 연기한다. 그리고 꿈이 어두워지면 우리가 악몽이 된다.
전쟁을 일으키는 당사자는 주로 해로운 도덕성을 품은 꿈을 꾸고 자신의 선한 의도를 확신하면서 공격을 개시한다. "한 국가가 그들에 대한 도덕적 훼손에 모멸감을 느낄수록, 그리고 도덕적으로 충격적인 상황을 많이 겪을수록 복수를 감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홍위병
우리의 목적은 그들에게 최대한 모멸감을 주는데 있다. 나는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 자신이 그 일을 온전히 즐겼다. 엄청난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들은 그저 타고난 본성에 따라 지위 게임을 했을 뿐이다. 그들은 게임의 신념을 단순히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믿고 순응해야만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물론 재미도 있었다. 총구 뒤의 자발적 참여자에게 독재는 언제나 재미있다.
모멸감은 다른 많은 테러 행위의 근간이다. 폭탄 테러범의 주된 동기는 "자기네 나라에 주둔한 외국 군대가 그들에게 가하는 수치심과 모멸감"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자신의 도덕적 가치를 확신하고, 인종차별적 식민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영제국의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의 미천한 삶을 문명화된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로 이끌어준다는 자기중심적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과대망상이 능멸당하면 대량 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해자들은 그들이 희생자들보다 우월한 족속이고 사실상 다른 종이라고 말해주는 영웅의 이야기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이런 타자들이 방어하거나 보복하려고 시도한다면 그 자신들의 꿈이 망상이고 지위를 얻기 위한 그들의 기준도 거짓이라는 뜻이 되었다. 그래서 상대의 도발에 비해 과도하게 지배적인 행동으로 반응한다.
알제리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프랑스인 103명을 살해하자 전투기를 보내 알제리의 마을 44개를 초토화하고 순양함을 보내 해안가 도시를 폭격하고 특공대를 보내 육지에서 사람들을 살육했다.
대량 살상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모멸감을 느끼는 마음이다.
지위가 높은 집단이 "지위의 추락이나 지위에 대한 위협"을 경험하거나 지위가 늦은 집단이 "지위가 상승하거나 지위 상승을 시도"할 때 집단 학살이 발생한다. 서로 간에 서열이 좁아진 것이 무서운 광기가 폭발하는 데 일조한 것이다. 집단 학살에는 해로운 도덕성이 깊이 뿌리내린다. 알고 보면 "집단 학살은 지극히 도덕적"이다. 집단 학살은 지배-도덕 게임으로서 정의와 공정과 올바른 질서의 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다. 집단 학살은 단순한 살인이나 적을 처단하는 일이 아니라 가해자의 상처 입은 과대망상을 괴이한 지배와 모멸감 치료의 행위로 치유하는 과정이다.
이는 결코 편의를 위한 행위, 즉 단순히 물질적 이득을 위해 적을 제거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런 악몽에는 메시지가 있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메시지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 지위 게임 : 너 자신을 사랑하라 (0) | 2025.02.23 |
---|---|
#24 지위 게임 :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 (0) | 2025.02.23 |
#22 지위 게임 : 히틀러의 지위 게임 (0) | 2025.02.23 |
#21 지위 게임 : 합리적인 광신도 (0) | 2025.02.23 |
#20 지위 게임 : '주작'하는 정서 (0) | 2025.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