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
우리는 집단 정체성을 공유한 친족 중심의 관계망 속에서 태어났다. 함께 어울려 잘 산다는 것은 집단의 규칙과 상징에 순응하고 남들의 실수를 감시하고 우월한 사람들을 따르고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 충성심과 의무감으로 명성을 쌓고 게임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지배-도덕 게임이 이렇게 오랜 세월 건재한 이유는 이런 식의 도덕 게임이 자가 복제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개인의 능력과 토론으로 이루어진 성공 지향적인 게임이 중요해졌다. 이 게임에서 전능한 개인이 중심이 되는 이상적인 자아 개념이 출현했고, 이것이 서양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성공 게임이 처음으로 낡은 도덕 게임을 압도하고 새로운 문화를 꽃피운 곳은 서양이었다. 이것은 우연의 결과였다.
우리가 지위를 얻기 위해 참여하는 게임이 자아와 문화와 역사를 정의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면서 성공하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다른 집단과 대륙에서 건너온 새롭고 유용한 개념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연구하고 혁신하고 현실을 올바르게 예측하고 사실을 발견하고 활용하면서 서로에게 보상을 주며 중요한 지위를 생성했다. 성공 게임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성공 게임은 우리가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길이 되었다.
사람들은 친족 범위 밖에서 낯선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서 지위를 얻어야 했다. "물려받은 끈이 거의 없이 세상을 탐험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심리가 발달했고 게임을 하는 장치도 다시 설계해야 했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한 자질을 갈고 닦으며 이런 자질로 친구와 배우자와 동업자를 끌어들여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성공과 존경"이 따르는 게임을 창조했다.
특히 카톨릭교회의 새로운 규칙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바꾸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세월 새로운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사이 씨족은 느슨해지고 사람들은 집단에 순응하지 않고 외부를 내다보고 외부인을 잘 믿고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되어 갔다.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자 기능공들은 이제 직업 길드를 결성했다. 길드는 성공 게임이었다. 길드마다 규칙과 상징이 있어서 성공에 따른 지위를 부여하고 '장인'이라는 칭호를 주었다. '직업 윤리'가 생기면서 일 자체가 명예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일 중심의 사회가 시작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의 다양한 활동이 점차 적극적인 생산과 고된 노력의 특성을 띠어야 했다."
이제 사람들은 새로운 유형의 게임에서 지위를 얻었다. 씨족 집단에 대한 의무에서 이제는 개인의 능려과 성공 쪽으로 지위의 판도가 요동치며 바뀌었다. 그러자 우리의 심리도 달라지고 게임에 참여하는 뇌의 문화적 영역이 재설계되어 이제 인간은 새로운 유형의 인간으로 거듭났다.
더 독립적이고 더 자기중심적이고 더 외부로 향하고 개인의 우수함에 관심이 더 많아지고 덜 순응하고 전통과 혈통, 의무, 권위에 대한 경외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 한마디로 더는 타락하고 지위에 취한 교회로부터 협박받고 유혹당하고 모욕당하기 쉬운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 게임이 출현했다. 이 게임에는 개정된 규칙과 상징이 있었고, 도시와 대학, 길드, 시장에서 활동하는 성공 중심적인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식이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특별한 재능을 내렸으니 그에 맞는 직업을 정해서 재능을 최대로 발휘할 방법을 찾아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도덕 게임이 지배했다. '성공'은 '도덕'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범주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부가 기존 권력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성공 게임의 승자가 도덕 게임의 승자와 같은 지위의 상징물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 엘리트층이 격분했다. 사치 금지법이라는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무역 도시의 성공 게임에서 장인과 상인을 중심으로 건강한 중산층이 형성되었고 비교적 평등한 사회에서 상류층은 다른 계층과의 차별화가 어려워 그들의 지위를 드러내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정원과 광장, 집, 조각, 가구, 외모로 취향과 미적 감각을 표현했다. 그 덕분에 더 다채로운 성공 게임의 시장이 열렸다.
장인과 상인의 성공 게임이 강력하기는 해도 그들의 문화는 여전히 종교와 귀족의 도덕 게임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다가 서양에서 이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독교의 엘리트층은 사람들이 더 개방적이고 자기 집단에 덜 순응하도록 뇌의 설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새로운 개념을 더 열린 자세로 받아들였다.
새로운 개념에 열린 자세는 지위를 만들어내는 문화가 되었다. 애호가들은 "과거에는 악덕으로 여겨지던 호기심을 미덕으로 바꿔놓았다." 지식을 드러내는 것이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 "궁정의 신하들이 학자가 되었고, 사회적 장신구를 얻기 위한 문화가 명예와 존경을 얻기 위한 학문으로 바뀌었다."
편지 공화국 게임의 새로운 규칙
지식인들은 시기심에 사로잡혀 자신의 개념을 독점하려 하기보다는 널리 알리려 했고, 지식을 공공선으로 여기면서도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는 사람은 마땅히 그 개념으로 이익을 볼 수 있었고, 지식의 채무를 인정해주고 남의 생각을 훔치는 행위는 불명예로 여겼으며, 편지에는 꼭 답장을 보내야 했고, 새로운 개념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반드시 그래야 했으며, 친족이나 씨족, 국가, 종교가 경계가 되지 않았다.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론'이 개발.
편지 공화국의 건립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두 개의 전선이 한데 엮여서 폭발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시대로 날아갔다.
- 문화에 대한 수용력 : 과거 지식은 주로 집단 안에서만 전해졌다.
- 성공에서 오는 지위 : 지위를 얻으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노력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편지 공화국의 성공 게임은 지식을 축적하는 능력을 둘러싸고 발전했다. 그 결과로 방대한 지식이 축적되었다. 편지 공화국의 규칙은 결과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동료들에게 평가받는 것이고, 승자는 확실히 축하받고 서열의 상단으로 올라갔다. 이것은 아름답게 구축된 성공 게임이었다. 사람들이 지식을 쌓는 능력과 지위에 대한 욕구를 연결해서 미래를 발견한 것이다.
산업혁명은 지위의 골드러시였다. 사람들이 관심사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전파하기 위한 협회를 결성했다. 이들 협회에서는 새롭고 유용한 지식을 양산할 뿐 아니라 성공한 혁신가들에게 큰 지위를 부여했다. 이런 혁명으로 지위 게임이 분출했다.
각종 협회는 성공 게임을 통해 능력을 입증한 사람에게 지위를 부여하는 기능을 했다. "전반적으로 발명가들의 위상을 높여주고 명예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스미스는 부에 대한 탐욕이 경제의 궁극적 동력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인간 정신의 더 깊은 영역에서 다른 무언가가 작용한다고 보았다. "인간은 위대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어 한다." 관심과 인정을 향한 욕구는 인간의 기본 조건이다.
역사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연결된 개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집단은 곧 지위 게임이다. 우리가 진실로 남을 돕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성공 게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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