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공산주의자들의 우화
지위 없이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앞서 나가기 위한 조건을 없애고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회를 건설한다면? 유토피아이자 지상에 펼쳐지는 진정한 낙원이자 인간 진보의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마지막 장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애초에 무엇이 우리를 구분할까? 무엇이 불공평을 유발할까? 재산이다. 부동산, 상품, 토지, 사업, 산업, 모든 것의 사유권이다. 그러니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이제 사유권이 없다. 모든것을 공유해야 한다. 공동으로 일하고 함께 살아간다. 모두가 나만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보상이 풍성하게 축적되어 탐욕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분배할 수 있다. 이것을 '공산주의'라고 부르자.
공산주의에서는 수만 년의 불평등을 낳은 노동 분업이 종식될 것이라고 믿었다. 마르크스의 주장에 따르면 계급이 사라진 새로운 유토피아가 출현하려면 우선 지배력을 동원해서 사회를 재편하고 자본가들의 손아귀에서 소유권을 빼앗는 일시적인 과도기를 거쳐야 했다. 이것이 '프롤레타리아 독재'다.
사실 공산주의의 오류는 플라톤의 주장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처음으로 공산주의의 꿈을 꾼 플라톤의 주장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수정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성공을 향한 인간의 갈망을 자극하는 것은 부나 사유재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갈망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평등하게 만들어야 할 대상은 소유가 아니라 인간의 욕구다."
공산주의가 들려주는 이런 우화를 통해 우리는 인간 실존을 게임에서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성공하려는 욕구는 언젠가 저절로 불거져 나온다. 그것은 우리의 내면에 들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 그 자체다.
이상주의자들이 말하는 인류에 관한 이야기에서 인간은 본래 평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불평등을 개탄하면서 결국 새로운 계급 질서를 구축하고 그 질서의 꼭대기로 올라가려 한다. 이런 행태가 우리의 본성이다. 지위를 얻고 싶은 욕구는 영원히 근절되지 않는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게임을 위해 지위를 얻고, 나아가 당신과 당신과 당신 위에서 가능한 한 높은 지위를 얻어서 군림하는 것이 삶의 비밀스러운 목표다. 이것이 우리가 의미를 만드는 방식이다. 정체성을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의 최악의 모습이나 최선의 모습이자 불가피한 진실이다. 인간에게 평등은 언제까지나 불가능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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