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가이드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란 무엇인가
시나리오 작법에서 바이블이라고 불리우는 책입니다.
직접 보시면 주옥같은 내용들이 많기에 직접 읽어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1부 시나리오 작가
1. 시나리오 작가의 임무
특히 관객의 심리상태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하며 영화적인 스토리텔링 기법들에 통달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스토리 속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며 어떤 열망을 가지고 있고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과 대부, 셰익스피어의 연극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을 비교해보면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사용된 기법들이 놀라울 만큼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관객의 흥미를 집중시키기 위해 고안된 어떤 기법들이 존재하며, 그것은 학습되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시나리오 작가에게 확고하게 있어야 하는 컨셉은 어떤 일련의 시퀀스들에 대한 기본적인 비전이다.
5. 시나리오작가의 위상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영화라는 매체가 요구하는 것과 한계와 강점이 무엇인지,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해야 그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는 결코 훌륭한 시나리오를 써낼 수 없다.
내년에는(혹은 앞으로 2년 후에는) 어떤 영화가 히트할까를 점쳐보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저 당신을 끌어당기는 스토리, 당신 스스로가 영화로 보고 싶은 스토리를 쓰고, 당신의 그러한 감각이 결국엔 관객을 끌어당기리라는 믿음을 가지는 게 좋다.
2부 스토리텔링의 기초
“스토리는 캐릭터와 함께 시작된다.” –프랭크 대니얼-
1. 좋은 스토리의 요건
“영화에서 가장 큰 죄악은 관객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랭키 대니얼-
“우선은 다루려고 하는 내용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결코 듣도 보도 못한 어떤 것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빌 위틀리프-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a good story well told)’ 란 어떤 것일까? ‘공감을 자아내는 한 영웅이 결코 극복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애물들과 맞서 싸워서 결국엔 승리한다.’ 라는 정의는 좋은 스토리의 상당부분을 설명해낸다. 셰인, 뻐꾸기.., 스타워즈 등
그러나 그와는 다른 범주에 속하면서도 그에 못지 않게 성공적이고 매혹적인 영화들도 있다. <아마데우스>, <대부>처럼 그 주인공이 결코 호감을 자아내지는 않지만 관객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의 주인공들은 결코 호감을 자아내거나 사랑스럽지 않지만, 어찌됐건 관객의 관심을 끌고, 일정한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비록 그들의 행동이나 욕망이나 삶 전체가 역겨운 것이라 할지라도 관객은 그들의 내면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인간의 마음’에 주목하는 것이다.
좋은 스토리의 절대다수는 이 양극단 사이에 처해 있는 캐릭터들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감정이입이 전적으로 완벽한 것일 필요는 없다.(하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감정이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주인공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어떤 일을 그만두려 하는 것 역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때 주인공이 하려고 하는 일의 성취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관객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그가 고통을 받고 있다거나 짓눌려 있다거나 하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관객은 그가 자신이 처해 있는 처지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감정이입을 한다.” –월터 번스틴-
누군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Somebody wants something badly and is having difficulty getting it).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는 또 하나의 결정적이 요소를 필요로 한다. 관객이 그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체험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관객이 알고 있는 것, 관객이 알게 되는 시점, 한 명 혹은 그 이상의 등장인물이 모르고 있는 사실들 중에 관객이 알고 있는 것, 관객이 기대하는 것, 관객이 두려워하는 것, 관객이 기다리는 것,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스토리텔링의 기본요소들이다. 시나리오 작가의 위대한 성취란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하여 관객을 스토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스토리는 그저 사건들의 나열이 될 뿐이지 관객이 파고들 만한 체험이 되지 못한다.
관객에게 영합하려 할 경우, 주인공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지금 쓰고 있는 스토리에 앞서 관객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작가의 추측일 뿐이다. 이때 스토리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관객에게 있게 된다. 반면 관객을 염두에 두고 써나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과 상황과 사건들에 몰두하도록 만든다면 스토리의 주도권은 시나리오작가가 쥐게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작가만이 관객에게 어떤 체험을 선사할 수 있으며 그들을 스토리 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액에서 다루려고 하는 두 가지 과제는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발전 시킬 것인가’와 ‘어떻게 그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이다.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의 기본 요건
1.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누군가(somebody)’에 관한 스토리이다.
2. 그 누군가는 ‘어떤 일(something)’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한다.
3. 그 어떤 일은 성취하기가 ‘어렵다(difficult).’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4. 그 스토리는 최대한의 ‘정서적 임팩트(emotional impact)’와 ‘관객의 참여(audience participation)’를 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5. 그 스토리는 ‘만족스러운 엔딩(satisfactory ending)’으로 맺어져야 한다(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해피엔딩 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2. 3장이론
제1장에서 관객은 등장인물들을 익히고 스토리에 접하게 된다. 제2장에서 관객은 스토리에 대한 정서적 참여도를 높이게 된다. 제3장에 이르면 스토리는 정리되고 관객은 만족스러운 엔딩을 체험하게 된다.
영화가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체험은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지는 하나의 꿈-끊임없이 스토리를 앞으로 전진시키면서 관객의 마음과 정서를 사로잡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것으로부터 ‘깨어나게(wake)’ 만드는 그런 꿈-처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제1장에서는 관객에게 스토리가 펼쳐지는 세계와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스토리가 기초하게 될 주요 갈등을 설정한다. 한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스토리에서는 제1장의 끝에 이르러 그의 삶과 그가 처해 있는 곤경이 집중 조명되게 마련이다. 즉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확정되고 장애물들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다.
제2장에서는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더 상세하고 첨예하게 부각된다. 동시에, 제2장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은 변화하고 발전하거나, 최소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 변화는 제3장에서 확연해 진다. 스토리의 서브플롯들이 폭넓게 발전하는 것도 바로 제2장에서이다.
제3장에서는 메인스토리(주인공 스토리)와 서브플롯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모두 해결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결말이 내려졌다는 느낌, 즉 갈등이 끝났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비록 관객이 수평선 너머에서 몰려오고 있는 또 다른 폭풍을 바라보게 될지라도, 어찌됐건 그 스토리의 갈등을 풀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3장이론은 차라리 처음 가보는 위험한 장소를 여행할 때 탐험가 혹은 가이드가 계속 주목해야만 될 어떤 이정표와도 같은 것이다. 가이드(시나리오 작가)를 따라다니는 관광객(관객)이야 풍경을 둘러보고, 앞길에 잠재해 있을지 모를 위험을 예감하고, 즐거움을 기대하고, 밤중에 들려오는 무서운 소리를 듣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가이드는 이정표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가 행여라도 길을 잃으면 곧바로 다시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현명한 가이드는 결코 관광객에게 모든 이정표들을 지적해주지 않는다. 대신 그는 관광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연속된 체험으로 그 여행을 즐기도록 배려한다. 그러면 관광객은 가이드를 여행에 대해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신비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3. 스토리의 세계
“나는 내가 원하는 상황 속으로 캐릭터들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 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이 충분히 리얼하게 그려졌다면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줄 것이다.”-빌 위틀리프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주변환경 사이에는 반드시 어떤 종류의 상호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그것만을 위하여 특별히 창조된 세계 내에서 나름대로의 법칙과 한계와 중요한 사건들을 갖는 것이다.
스토리의 세계에서 독창성은 두 가지 요소에서 비롯된다. 하나의 요소는 주인공의 천성이고 다른 하나의 요소는 시나리오 작가의 천성이다. 스토리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은 대부분 주인공이 누구냐, 그는 어떤 사람이냐, 그가 처해 있는 곤경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갈린다.
스토리의 등장 인물들에 대하여 강조해야 될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 그들의 기대, 그들의 주변환경, 그들이 처한 현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몽상, 이 모든 것들은 시나리오작가의 내면으로부터 창조되어 나온 것이다.
4. 주인공과 적대자와 갈등
“나는 결코 등장인물과 따로 놀고 있는 플롯을 짜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써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스토리가 누구에 관한 것인지, 주인공은 누구인지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가령 악당에 관한 시나리오를 쓸 경우 내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그 악당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 하도록 하여 무시무시하지만 흥미로운 인물, 설득력 있고 매혹적인 인물로 만드는 일이다.” –윌터 번스틴
각 개인과 관련된 서브플롯은 저마다 주인공을 내세우게 마련이다.
주인공 자신이 적대자 일 수도 있다.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 죠스에서 적대자는 상어이므로 그들 사이의 갈등은 외적인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바다를 무서워하고, 상어와 맞서 싸우고 싶지 않으며, 더 큰 배를 갖고 싶어한다. 이것은 내적 갈등이다.
외부의 적대자와 더불어 존재하는 내적 갈등의 표현은 주인공을 더 심도 깊고 흥미롭게 만든다. 주요 갈등은 내적인 것이지만 외적 갈등의 요소도 있는 스토리야 말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양면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그를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핵심이 되는 과제는 이것이다. 주인공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떻게 관객에게 보여줄 것인가?
5. 내면의 외면화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이 공존하고 있으므로 작가는 늘 인물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캐릭터들의 내적인 삶-그들의 기쁨, 고통, 비밀스러운 욕망, 기대, 숨겨진 공포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을 마련해놓지 않는다면 그 스토리는 필시 깊이가 없거나 지루한 것이 되기 십상이다.
한 인물과 정확히 대척적인 위치에 있는 다른 인물이 존재한다면 문제는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인물의 행동을 통하여 그의 내적인 삶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다. 물론 말하는 것도 행동의 일부이기는 하다. 가령 어떤 인물이 “나는너에게 화가 났어”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것은 너무 약한 표현이고 어쩌면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의 멱살을 낚아채어 그를 벽에다 내동댕이쳤다면, 대사가 없더라도 그 인물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복잡한 내면의 감정상태를 드러내는 어떤 행동을 찾아낸다는 것, 이것이 시나리오 작가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그것은 또한 제대로 된 스토리와 대사만 무성한 스토리를 구별짓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애니 홀>에서 앨비와 애니가 함께 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중의 하나는 랍스터를 요리할 때이다. 애니가 떠나간 다음 앨비는 다시 다른 여자와 그 일을 되풀이하는데, 이 장면은 그가 내심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되찾고 싶어하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시도가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줌으로써 그의 내면에 속하는 많은 것을 관객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어떤 인물이 상대방에게 영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가가는데, 그의 등 뒤에는 커다란 식칼이 감추어져 있다고 하자. 이때 믿어야 할 것은 그의 대사인가 행동인가? 실제로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대사와 행동을 병치시켜 보여준다는 것은 한 인물의 내면세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가령 한 인물이 어떤 인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되면, 관객은 거짓말을 하는 인물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될뿐더러, 그가 누구에게 그리고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도 알게 된다.
<카사플랑카>에서 일자가 공항통과권을 요구하며 릭에게 권총을 겨눴을때, 겉으로 보이는행동은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것으로 비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한 감정상태의 표현이다. 관객은 그 스토리가 처해 있는 상황과 일자가 그런 행동을 취한 방식을 알기 때문에 표면에 보이는 것 이상의 진실-릭에 대한 일자의 사랑, 빅터에 대한 일자의 사랑 혹은 존경심, 그리고 파리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하여 사죄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간파해낼 수가 있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를 관객에게 조금씩 신중하게 누설해줌으로써, 어떤 인물은 모르는 사실을 다른 인물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행동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하여 보게끔 만듦으로써, 어던 정보를 스크린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식시킬지(어떤 인물에게 그리고 동시에 관객에게)를 세심하게 선택함으로써,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는 서브텍스트가 풍부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6. 객관적 드라마와 주관적 드라마
이제 겨우 기어다닐 만한 어린아이를 절벽 꼭대기에 올려놓았다고 하자. 이럴 때의 상황은, 그 어린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버릇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폭력적인 무기와 무술의 사용, 육체적인 공격, 산더미처럼 쌓인 현찰, 빈둥거리며 떠들어대는 뒷골목의 젊은 남자들은 뒤로 하고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매혹적인 여인, 대관식의 화려한 정경, 이런 모든 것들은 객관적으로 드라마틱하다. 즉 인물에 대해서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훌륭한 영화에서는 위와는 다른 이유로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오직 관객이 캐릭터에 대하여 무엇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하여 관심이 있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다.
7. 시간과의 싸움
“당신에게 허락된 시간에 비해 스토리가 너무 많아선 안 된다.” –톰 릭먼
8. 불확실성의 파워
“관객에게 설명하려 들지말라. 그러면 관객은 방관자로 남게 된다. 대신 관객에게 조금씩 보여줘라. 그러면 관객은 등장인물이 체험하는 것과 똑 같은 방식으로 그것을 체험하게 됨으로써, 참여자가 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가장 큰 과제는 관객을 객석에 잡아매고서 그들이 스토리에 집중하도록, 그리고 인물들이 어떻게 도리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관객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면 관객은 스토리에 흥미도 없고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지도 않는 단순한 방관자가 되고 만다.
<대부>,<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영화들은 액션으로 가득차 있지만 관객으로부터 어떤 강하고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미친 듯이 울부짖는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서 그 영화가 곧 정서적인 임팩트를 주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우선 관객이 그 인물에 대해서, 그러한 상황이 빚어진 전후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그 울부짖음을 촉발한 사건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관객을 스토리에 참여시키고 드라마가 요구하는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야 할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코앞에 닥쳐온 사건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사건의 최종 결말에 대한 불확실성. 이 개념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기대 대 두려움(hope versus fear)’이다. 만약 관객에게 하나의 사건에서 기대를 갖도록 하고 또 다른 사건에서 두려움을 갖게 한다면, 그래서 정말 이 스토리가 어떻게 끝날지에 대해서 도저히 알 수 없도록 만든다면, 이 불확실성의 상태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관객은 두려움이 강렬하게 뒤섞여 있는 스토리에 대하여 매혹되게 마련이다.
관객의 불확실성이 곧 등장인물의 불확실성과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 만약 관객이 바라보기에 아이를 갖기 원하는 그 젊은 부부가 잘못 맺어진 한 쌍이라면, 그래서 파경이 곧 닥칠 것만 같고 태어날 아이는 불행해질 것 같다면, 등장인물이 느끼는 것과는 정반대로, 제발 임신하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와 임신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에게 이러한 북확실성의 느낌-곧 ‘기대 대 두려움’의 느낌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손꼽혀야 될 요건은 감정 이입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건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리는 일이다.
가령 <모던타임스>를 보자. 찰리 채플린은 눈가리개를 하고서는 롤러스케이트를 탄다. 그런데 그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곳은 때마침 플로어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은 재건축현장에 바짝 붙어 있다. 눈가리개를 한 그는 그 커다란 구멍에 접근했다가는 멈춰 서고, 다시 멀어졌다가는 더욱 가까이 접근해서 또 멈춰 서고 하기를 계속한다. 그러는 동안 관객은 강한 ‘기대 대 두려움’을 느끼면서 웃기도 하고 바짝 긴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관객이 그곳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몰른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면, 긴장도 기대도 두려움도 없을 것이며, 결국 드라마 자체도 없다. 그가 구멍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갈 때, 그가 구멍에 빠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즉 불확실성의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객은 드라마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여의 기초가 되는 것은 ‘예상(anticipation)’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상황에 대한 정보가 주어진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지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관객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의 위험 혹은 이득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던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하여 예상하려 들지 않는다.
관객이 기대하는 대로 될 수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객이 두려워하는 대로 될 수도 있다는 것으 ㄹ동시에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기대와 두려움이 서로 팽팽히 맞서 있어야 관객은 스토리에 참여하면서도 실제로 그것이 어떻게 끝날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토리에 대한 관객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관객은 등장인물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감정이입을 해야 한다. 관객은 어던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관객은 기대와 두려움 사이를 오가면서 어느 한 쪽에 강한 흥미를 가져야 한다. 관객은 기대와 두려움의 대상 중 그 어느 것이라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제3부 시나리오 작법
1.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 작가는 그의 사회적,지적,역사적,정치적 입장을 확정지어야 한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무엇을 위하여 또는 무엇에 반하여 행동하는가?” –월터 번스틴
주인공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아주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관객이 그가 목표를 달성하고자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고 스토리에 몰두하게 된다. 영화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나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이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이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어떤 종류의 강렬한 열망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객의 흥미는 바로 주인공 자신이 그 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열망에 비례한다. 주인공의 열망이 갈할수록 관객의 흥미도 강해지는 것이다.
관객을 사로잡고 앞으로 펼쳐질 사건에 대하여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완벽한 주인공이 아니라 오히려 악간의 결함을 지닌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 즉 목표의 추구를 염두에 둘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커다란 원칙이 있다.
1. 영화가 통일성을 가지려면 목표가 하나뿐이어야 한다.
2.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장애물을 불러들여야 한다.
3. 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종류의 일인가에 따라 관객은 주인공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만약 그것이 영웅적인 일이라면 관객은 주인공을 흠모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것이 돈키호테 같은 일이라면 관객은 주인공을 흠모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것이 돈키호테 같은 일이라면 즐거워할 것이고, 혐오스러운 일이라면 증오나 경멸을 품게 될 것이다.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거의 동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 둘을 서로 떼어놓고 논의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2. 갈등
“내게 있어서의 키워드는 언제나 ‘갈등’이다. 이 스토리의 갈등은 무엇인가? 네가 들려주고 싶어하는 스토리를 가능하게 하는 갈등은 어떤 것인가?” –월터 번스틴
갈등이 없다면 작가는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 스토리란 하나의 경쟁을 그리는 것이다.
갈등은 무언가 성취하기 어려운 것을 성취하려 하는 인물로부터 창출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나 ‘그저 있었던 그대로의 현재상황’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것 역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다. 이루기 힘든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하는 것 역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다. 이루기 힘든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한다는 것이 갈등을 창출한다.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 역시 매우 강력한 욕망이 될 수 있다.
3. 장애물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스토리를 구축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라면, 세 번째로 중요한 요소가 다양한 장애물들이다.
장애물이 너무 약하다면, 목표의 성취가 너무 쉬어질 것이고, 그러면 스토리 자체가 죽어버린다. 반면 장애물이 너무 강하고 압도적이어서 주인공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을 극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그려져서도 곤란하다. 간단히 말해서 목표의 달성은 ‘매우 어렵기는 하지만 가능한’ 일이어야 한다.
장애물에 대한 정의에는 다음과 같은 단서 조항을 붙여야만 한다. 주인공은 실패의 불가피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실패 상황에 직면하여 머리를 숙이기 전까지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면서 장애물과 싸우도록 해야 한다. 스토리를 생생하게 살아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주인공의 믿음이다. 관객도 바로 이 주인공의 믿음 때문에 혹시라도 성공할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영화에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갈등과 혼란은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은 그로 인해 초래된 불편함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 목표에 장애물로 작용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려 있다.
4. 전제와 오프닝
잠재된 갈등이 있고 주인공과 관련된 특별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는 전제가 좋은 전제이다.
5. 주요긴장과 절정과 해결
“드라마의 핵심은 캐릭터의 변화이다. 엔딩의 캐릭터가 오프닝의 캐릭터와 같은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 캐릭터는 변한다. 정신적으로, 어쩌면 심지어 육체적으로까지.” –로버트 타우니
“관객은 쉽게 동조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행동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에만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길 원하고, 기뻐할 수 있기를 원하고, 무언가에 의하여 충만해지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찌됐건 그들은 어떤 종류의 매듭이 지어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톰 릭먼
제2장에서 가장 절박하게 다루어야 할 것은 해결이 아니라 일련의 장애물들이다. 이 장애물들이 모여 주요긴장을 이룬다. “과연 주인공은 자립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주인공은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주인공은 그의 형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모든 것들이 주요긴장이 될 수 있다. 일단 그 주요긴장이 절정에 이르러 해결되면 새로운 긴장이 형성된다. “캐릭터(의 감정, 지식, 의도)에게 그런 변화가 생긴 결과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절정과 해결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미리 정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작가에게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일 뿐이다.
6. 주제
“시나리오를 망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나리오를 통하여 억지로 무언가를 증명해내려 애쓰는 것이다.”
주제란 ‘다루고 있는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모든 스토리에는 아무리 하잖은 것일지라도, 어떤 종류의 주제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시나리오에는 이 주제가 확실히 드러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해결이다.
<록키> 에서 중요한 캐릭터들은 모두 좀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노력한다.
7. 통일성
플롯의 발전에 필수적인 것이 아닌 행동들은 없애도 된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중시되는 것은 오직 행동의 통일성이다.
8. 설명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은 설명이 필요한 장면에서 갈등을 강조하는 것이다.”
설명은 관객이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살금살금 전달’된다. 그것은 그저 관객이 이 흥미로운 두 명의 캐릭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몰입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그 무엇이다.
관객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정보 혹은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찔끔찔끔밖에 주지 않아 그들을 애타게 한다면, 그들은 영화 속의 캐릭터와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캐릭터들의 행동을 통하여 관객이 스토리를 체험하게 하고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왜’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 나서도록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설명이 목적하는 바를 성취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9. 캐릭터의 성격묘사
“플롯상의 어떤 목적에 맞추어 캐릭터를 창조해내면 필시 평면적이고 스테레오타입이며 죽어 있는 캐릭터가 되고 만다.” –톰 릭먼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 흔히 쓰이는 몇 가지 외면적 특성들이 있다. 가령 그의 어휘, 말하는 태도, 옷차림새, 제스처, 육체적 조건, 버릇 등등.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성취하려하는가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어떤 캐릭터를 창조해내려 할 때에는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성격묘사의 핵심은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관객은 목표의 추구를 위한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하고자 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는 것 이외에도 개성의 차이로부터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시나리오 작가는 스토리에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캐릭터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캐릭터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은밀한 욕망까지도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그들을 움직이는 동인을 묘사할 수 있고, 그들을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 수 있으며, 그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고도 일관되게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항상 명심하라.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서로 누가 주인공인지 누가 적대자인지 누가 조연인지를 모른다. 모든 캐릭터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며 그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행동한다.
10. 스토리의 발전
“잘라낼 수만 있다면, 아무리 짧은 장면이라도, 무조건 잘라내라.”
점점 더 커다란 기대와 점점 더 커다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야말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내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핵심적 요소이다.
11. 아이러니
스크린 위의 배우들이 모르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되면 상황은 본질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된다. <아마데우스>의 끝부분에는 죽어가는 모차르트가 살리에리에게 진혼곡의 악보를 불러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의 마지막 작품을 훔치려 한다는 사실을 관객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관객 역시 살리에리에게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마치 모차르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중 적어도 한 명 이상이 모르고 있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될 때(이것이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그것을 누설이라고 한다. 일단 누설이 형성되면 시나리오작가는 반드시 그에 대응되는 것을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인식인데, 이는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등장인물도 알게 되는 순간을 뜻한다.
누설은 관객에게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여 스토리에 참여하는 느낌을 준다.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체험의 진수란 바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상하며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폭탄이 장치된 테이블 주위에 빙 둘러앉아 있다고 하자. 그러나 관객은 알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르고 있다면, 관객은 기대와 두려움을 가지고 그 장면을 지켜보게 된다. 서프라이즈를 사용한다면 관객은 그 장면(실제로 폭발하기 전까지)에서 흥미를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서스펜스를 사용한다면 관객은 과연 등장인물들이 폭탄을 발견할 것인지 죽게 될 것인지를 숨죽인 채 지켜보게 돼 지루할 수도 있었을 디테일들에 이르기까지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12. 준비와 여파
준비신이란 관객에게 때로는 등장인물에게 앞으로 펼쳐질 드라마틱한 장면을 준비하도록 만드는 장면이다.
여파신이란 관객과 등장인물에게 방금 지나간 드라마틱한 장면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장면이다. 준비신이나 여파신 모두 관객의 정서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기 위하여 음악이나 분위기를 비주얼하고 귀에 들릴 듯한 시적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록키>에서 록키가 아폴로 크리드에게 패한 다음 링 위에서 애드리안의 이름을 절규하듯 불러대는 장면은 여파신이다. 관객은 그 장면을 통하여 그가 비록 시합에는 졌지만 진정한 승리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소화하게 된다.
준비신의 또다른 방식은 대비에 의한 준비이다. 가령 나쁜 뉴스나 원치 않았던 사건이터져 나오기 직전에 대비에 의 한 준비신을 집어 넣어 관객을 기분 좋게 혹은 희망에 부풀도록 혹은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대비에 의 한 준비신은 관객의 정서적 진폭을 크게 함으로써 곧 닥쳐올 드라마틱한 장면의 임팩트를 극대화 시킨다.
초보적인 시나리오작가는 대개 준비신과 여파신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다. 그 결과 스토리의 전달과 관객의 체험에서 심각한 손실을 보는 것이다. 이러한 신들은 시나리오작가가 원하는 방식대로 관객의 흥미와 참여도를 높이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장치들이다.
13. 씨뿌리기와 거둬들이기
씨뿌리기와 거둬들이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에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것은 우선 상대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정보를 제공한 다음 한참 뒤에야 그것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음을 드러낸다.
이 기법이 관객의 참여도를 높이고 기대와 두려움 사이를 오가는 정서적 반응을 극대화시키는 좋은 예이다. 씨뿌리기와 거둬들이기 사이에는 가능한 한 긴 시간적 격차를 두는 것이 상례이다. (( 보물 문서중 아주 긴 비밀 번호가 있고 나중에 어떤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 그것이 사용되어 지도록 하면 좋겠다.))
14. 미리 알려주기와 예상하게 만들기
시나리오작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궁금해하도록 만들고, 다가올 일들에 대해서 걱정을 하게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게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기법을 잘 사용하면 관객은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미리 알려주기의 핵심은 등장인물이 어떤 순간을 기대하고 있고 그 순간이 스토리상에서 매우 중요한 것일 때, 관객 역시 그 순간이 도래하기를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의 효과는 관객으로 하여금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생각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상하도록 만드는 것은 등장인물이 품고 있는 기대와 두려움이다.
가령 점쟁이가 어떤 여자에게 조만간 큰 키에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은 핸섬한 남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러면 관객은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하여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실제로 그 여자가 만나게 된 남자는 점쟁이의 예언과는 전혀 상반된 외모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 캐릭터가 기대하는 바대로 혹은 두려워하는 바대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하여 예상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미래의 요소가 관객에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능한 시나리오작가는 관객의 정서를 자유자재로 조정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하여 걱정하도록 할 수도 있고 기대하도록 할 수도 있다. 두려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두려움을 갖도록 하고 기대가 필요한 순간에는 기대를 하게 해야 한다.
15. 아웃라인
“대체로 나는 어떤 작은 충동으로부터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그것을 계속 붙들고 늘어지면 무언가 좀더 재미있는 것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때쯤 되면 최초의 작은 충동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다.” –빌 위틀리프
16. 개연성
“극적 효과란 개연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가능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관객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 어떤 있을 법하지 않은 부분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남는 것은 실패뿐이다.
성공적인 작품을 들여다보면 관객으로 하여금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시나리오작가는 매우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얼버무리기보다는 차라리 불신의 상태를 직시하는 것이다.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타임머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그가 그것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 다음 그 사실을 믿게 되었을 때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불신의 벽을 허물고 나머지 스토리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에서는 관객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들만 보여준다. 현재 가능한 것들로부터 조금만 더 발전된 사례들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확장해 나가다가 결국 우주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장면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관객은 불신으로 뻗대지 않으면서 스토리의 세계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 처음에 나온 법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백 투 더 퓨처>를 보면 그 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시간여행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받아들이게 하는 데 많은 장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것은 관객이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새로운 세계의 ‘법칙’이다. 그런데 만약 엔딩에서 그 차가 멈추어 선 채로 시간여행을 한다거나 그동안 이야기되어온 것 보다 느린 속도로 시간여행을 한다면? 관객은 사기를 당했다고 느끼게 되고 영화와 스토리와 시나리오작가 모두에게 격렬하게 저항 할 것이다. 잘 쓰여진 시나리오의 특징은 ‘결국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느낌과 ‘빤하다는 느낌’은 구별되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느낌은 사건이 전개되어 나감에 따라 다른 방식의 전개는 불가능 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서 나온다. 반면 뻔하다는 느낌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관객이 능히 추측할 수 있다는 데에서 나온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관객이 결코 추측할 수 없을 때 그 스토리는 빤하다는 느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17. 행동과 활동
“행동과 활동의 차이: 많은 일들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 사이에 어떤 갈등도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드라마틱한 행동이 전혀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활동만이 있을 뿐이다.” –프랭크 대니얼
행동이란 어떤 목적을 가진 활동, 구체적으로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를 밀고 나가는 활동을 지칭한다.
유능한 시나리오작가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등장인물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와 그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캐플렛집안과 몬태그 집안의 적대감은 결투나 거리에서의 패싸움으로 보여진다.
활동은 스토리를 앞으로 전진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등장인물의 삶에 대한 관객의 이해와 참여를 확장시킴으로써 스토리텔링을 풍요롭게 만든다.
18. 대사
“시나리오 작가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는 대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대사는 캐릭터, 상황, 갈등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19. 비주얼
20. 드라마틱한 장면
“전체를 드러내되 그 끝은 보이지 않는 것..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어떤 것.. 그런 것이 좋은 장면을 만든다.” –빌 위틀리프
21. 고쳐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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