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에 집착하는 욕망의 심리학
저자의 말
솔직해지자, 누구나 인기를 원한다
PART 1. 놀라운 방식으로 인생을 변화시키는 인기의 힘
CHATER 1 사람들은 왜 저 사람만 좋아하지?
30분도 안 되어서 이사회는 투표를 통해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찬성했다. 폴라는 기쁘기도 했고 미친 듯이 화가 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었지만 자기가 6개월이나 애를 써도 해내지 못한 일을 수전이 단 몇 분 만에 해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 사람들한테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달리기하러 가자거나 요가를 하러 가자거나, 뭔가를 같이 하자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내가 바로 옆에 서 있는데도 말이에요!"
앨런의 제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들은 사업 제안보다 앨런이라는 사람 자체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듯했다.
당신은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친구들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제일 중요했던 어린 시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기는 어른들의 운동장에서도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미있죠. 사람들은 글 쓰기, 계산하는 법을 배우고, 과학을 아주 잘해야하고 어릴 때부터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능력도 성공하는 것만큼 중요해 보이는데 이런 건 정식으로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아요. 보통 인간관계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죠. 또래 아이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어떻게 해야 호감과 인기를 얻는지, 이런 것들 말이에요. 이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평생 고생하는 거예요."
인기는 우리가 매일 모든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하는 삶의 일부다. 그리고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인기를 경험하는 방식은 다른 모든 영역에서 타인과 교류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기에 두 가지기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하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CHAPTER 2 나 혼자 잘난 이슈메이커 vs 모두가 좋아하는 조용한 리더
"그 사람이 제일 잘나가지. 그런데 난 그 사람 싫어."
호감을 얻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인기가 있을 수 있을까?
부모가 부자이거나 지역 유지인 아이들,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치어리더나 운동선수들 말이다. 우리들, 즉 평범한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이 싫으면서도 그들을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듀란듀란의 최신 뮤직비디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인기 많은 아이들이 멋지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들과 친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인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기'는 무슨 의미일까?
사회과학자들에 따르면 고등학교 시절의 인기라고 할 때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것은 '지위'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지위는 눈에 띄는 정도, 주도권, 권한, 영향력을 나타낸다.
인기의 두 번째 유형은 '호감'을 반영한다. 사회과학에서 발견된 사실들에 따르면 우리가 정말로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유형의 인기다. 호감은 아주 어린 나이에도 이해할 수 있다. 네 살밖에 안 된 아이들도 가장 인기 있는 친구가 누구인지 정확하고 꽤 일관성 있게 말한다. 하지만 이 인기 있는 아이들이 꼭 입김이 세거나 지배적인 성격이거나 매우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이 아이들은 모두에게서 가장 호감을 받는 아이다. 호감은 평생 동안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유형의 인기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1982년 듀크 대학교의 심리학자 존 코이는 아이들에게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누구니?"
"네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친구는 누구니?"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첫째, 코이의 발견에 따르면 가장 호감이 많이 받은 아이들은 그만큼 미움도 많이 받는 경우가 있었다. 둘째, 아이들마다 언급되는 횟수 자체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코이의 연구팀은 아이들의 응답을 이용하여 처음으로 다섯 개의 범주를 만들어냈다. 이 '사회관계 집단'은 오늘날 인기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생각할 때 토대가 되는 분류법이다.
무시형에 해당하는 아이가 평소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린다면 더 호감을 살 수 있을까? 새로운 환경이 주어진다면 거부/배척형은 인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각 집단에는 모두 다른 학교 출신이고 서로 모르는 사이인 네 명의 아이가 포함되었다. 이 아이들은 각각 자기 학교에서 인정/수용형, 거부/배척형, 무시형, 평범형에 해당되었다. (양면형은 드물었기 때문에 제외)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 모여서 평소 수업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하던 대로 함께 놀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실험의 목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참가자들을 한 명씩 집에 데려다주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일단 아이의 관심사와 취미에 대해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놀이 집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가 누구였는지, 그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아이가 누구였는지 물어보았다. 질문은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가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첫 번째 주, 두 번째 주까지는 이전 호감의 정도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세 번째 반복되자 기존 집단과 놀이 집단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점이 나타났다.
인정/수용형인 아이가 다시 인기인이 되는 데는 단지 세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연구가 계속된 3주에 걸쳐 이 패턴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또래에서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게 하는 요인들은 꽤 보편적이고 지속적이다. 요컨대 우리는 이런 요인들 때문에 평생 동안 반복해서 호감이나 미움을 살 수 있고, 이런 경향은 환경이 바뀌더라도 계속 지속된다.
아이들은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 호감이나 비호감을 얻은 방식 그대로 행동했다.
어린 시절 경험하는 인기의 유형은 이후 평생 동안 지속되는 것일까? 대학에 가서 훨씬 성향이 비슷한, 적어도 지시를 따르는 능력과 학업 성취도가 비슷한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게 되면 인기의 정도를 초기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대부분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형성되는 집단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마치 초등학교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자연스럽게 인정/수용형, 거부/배척형, 무시형, 양면형, 평범형으로 나눠지기 시작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어린 시절 속했던 사회관계 집단에 똑같이 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 대형 기술 회사에 곧 구조 조정이 있으리라는 소식이 퍼진 것은 새해를 바로 앞둔 때였다.
빌리 : 인정/수용형
그는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회사 파티에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기보다 혼자 골프를 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감은 내향성이나 외향성과 별 관계가 없다. 빌리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이유는 어디서든 상황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이디어가 늘 남들보다 나은 것은 아니지만 회의 중 어느 순간에 의견을 제시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으므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그는 언제 의견이 일치하거나 갈등이 불거질지 동료들보다 한발 먼저 알아차린다. 동료들이 사용하는 표현에 숨겨진 감정을 잘 읽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기술을 이용하여 상대방이 자신과 교감한다고 느끼게 하는 데 능숙하다는 점이다.
빌리가 교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첫째, 빌리는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는 데 매우 능하다. 질문은 상대와 교감하려고 할 때 아주 효과적인 탐색 수단이다. 빌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이 상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상대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중요하며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다. 이러한 사회적 행동은 그가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사람들은 빌리가 자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와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빌리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다.
둘째, 뛰어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질 역시 상황을 잘 파악하는 기능에 해당한다. 농담을 잘하려면 분위기를 이해하고 우스꽝스럽게 과장하거나 비틀어 표현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셋째, 빌리는 친구가 많고 신뢰받는 편이며 공정하고, 행복하고, 예의 바르고, 참을성 있어 보이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정/수용형 아동은 성인이 되었을 때 다른 집단에 비해 자존감이 더 높고 수입이 많으며 친구나 연인과 탄탄한 관계를 맺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신체도 더 건강하다. 대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요소들, 즉 지능, 사회경제적 지위, 건강한 행동 습관과 마찬가지로 호감의 힘 역시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
칼 : 무시형
이 집단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보다 멀리서 바라보며 담장 너머에서 막대기로 벌레를 찌르는 쪽에 가깝다. 더 나쁜 경우에는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면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무리에 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시작할 만큼 자신감 있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대다수의 무시형은 성인으로서 매우 잘 살아간다. 불안을 잘 다스리는 사람도 있고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댄 : 거부/배척형
연구에 따르면 거부/배척형은 두 개의 하위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매우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집단이다. 거부-공격형은 기분이 상하면 화를 내거나 무례하고 방어적으로 행동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아동은 허락 없이 자기 장난감을 가져간 아이를 때리거나 파티를 열면서 한 친구만 빼놓는 식으로 행동한다. 업무 회의에서는 필사적으로 자기 의견을 주장하느라 다른 사람들의 말을 끊고 깎아내리는 언행을 하고, 지역 공동체에서는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웃에 대해 험담을 한다.
거부-공격형의 핵심 특징은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모를 때가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이 거부당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오히려 스스로 집단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착각을 하는 것은 공격적인 사람들은 거부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댄은 거부-비공격형에 해당한다. 이 방식은 적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집단이다.
댄의 경우에는 똑똑한 것이 매우 촌스럽고 멋지지 않다고 생각하는 세계에서 너무 똑똑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들의 관심을 독차지했고 수학을 잘 못하는 친구를 가르쳐주라는 부탁을 받을 때도 많았다. 3학년 때는 지역 수학 경시대회에서 입상하여 조회 시간에 기립박수를 받은 적도 있었고, 교장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지목받는 학생이기도 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댄의 지위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친구들은 늘 그와 어울리고 싶어 했다.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이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공부를 잘 못해서 댄에게 배우던 친구들이 갑자기 그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고 댄은 답답한 공부 벌레 취급을 받았다. 그때까지 받은 모든 상장들은 그를 공부밖에 모르는 얼간이로 낙인찍히도록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10학년이 되자 댄은 반 친구들에게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다. 그럴수록 그는 한층 더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 틀어박혀 또래 아이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일부러 외면하게 되었다.
댄의 이야기는 이 연구에서 발견된 전형적인 사례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지능은 아니다. 이 아이들은 여전히 반에서 가장 똑똑했고 성적도 높았다. 하지만 10대 초반 무렵이 되자 우수한 학업 성취에 대한 또래 친구들의 태도가 바뀌었고, 똑똑한 아이들은 그 결과로 나타난 사회적, 심리적 변화에 시달렸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바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행동은 어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을 멋지다고 생각하고 동경하므로 어른들의 가치에 따르는 행동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부모보다 또래 친구들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이때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따르는 것만큼 못난 행동이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10대들 사이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거나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행동은 조롱과 경멸을 받게 된다.
댄과 같이 영리한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똑똑한 것이 덜 수치스럽게 여겨지는 편안한 공간을 찾는다. 평생 소외감을 느끼고 또래들을 아예 무시해버릴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과 그토록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청소년이었던 댄에게 이 마지막 전략은 큰 도움이 되었다. 댄은 다른 아이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일부러 외면해서 반 친구들에게 느끼던 열등감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또래들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므로 자신도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자 이 전략은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낳기 시작했다. 인사 평가에서 댄은 유능하고 충실하며 기한을 잘 지킨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협력 업무에 적합하지 않고 함께 일하기 힘들며 빠릿빠릿하지 못하다고도 되어 있었다.
이런 유형들에게는 직장이든 지역 공동체든 어디에서든 피하고 싶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집단이 있다. 그래서 다시 열등감을 느끼게 될 위험이 있으면 파티나 모임에 빠지기도 한다. 이들은 댄이 그랬듯 배우자를 만나고 친한 친구를 몇 명 사귈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하찮은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거부/배척형은 선천적을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느낌, 불안,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느낌들은 미묘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확신을 얻고 싶어 하거나, 괴롭힘이나 소외를 당하고 있다는 신호를 민감하게 감지하거나, 어린 시절의 괴롭힘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들은 흔히 주변 세상과 줄다리기처럼 밀고 당기는 관계를 맺고,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이 잦다. 그러는 내내 연약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긍정적인 피드백에 의존한다.
프랭키 : 양면형
양면형은 어린 시절 반에서 오락부장을 맡는 부류일 때가 많다. 아주 친한 친구들끼리의 작은 모임에 데리고 오고 싶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여럿이 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처세에 매우 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꽤 공격적이기도 하다. 즉 이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일에는 전략적으로 사회성을 발휘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서슴없이 다른 사람들을 무너뜨릴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유형은 비교적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인사 결과는 빌리와 프랭크는 같은 방을 배정, 칼은 그다음 방, 댄은 세 번째 방에 들어가게 된다.
첫 번째 방은 업무 복귀, 두 번째 방은 계약직 제안, 세 번째 방은 해고 결과를 받았다.
이에 관한 결정들은 근무 기간, 실적, 조직 기여도, 장래성 등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요소들이 모두 중요했을까? 상당히 많은 증거가 우리 삶의 수많은 영역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호감도라고 말한다. 호감을 받는 사람들은 계속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비호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늘 고생하게 된다.
호감은 인기의 중요한 유형이지만 우리가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을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요소는 아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요소는 지위에 훨씬 더 가깝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연구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그녀를 만났을 때,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던 여학생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위 기반의 인기의 결론.
CHAPTER 3 엉뚱한 곳에서 가짜 행복을 찾는 사람들
당신은 어떤 소원을 빌겠는가? 많은 연구에서 세계 각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던져보았다. 조금 바꿔서 본질적인 동기에 대해 묻는 연구들도 있다. 말하자면 그들의 행동을 좌우하는 가장 깊은 욕망에 대해 물은 것이다.
이 모든 연구들은 결과에서 드러난 사실은 사람들의 소원이 나이, 성별, 성격, 심지어 질문을 받는 장소에 따라서도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원하는 바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소원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그중 하나는 '내부적인' 욕망이다. 즉 외부의 평가나 피드백 없이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망이다. 내부적 목표에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등이 포함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내부적 목표를 생각할 때 자신의 내적 가치를 지키고 존중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내부적 목표는 심리적 성장과 자아실현을 촉진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 될 수 있게 해 준다.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빌거나 세계의 기아 문제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같은 이타적인 소망도 내부적 욕망을 반영한다. 선한 의도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할 때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범주의 소원은 인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기서 인기란 호감보다 지위와 그 부산물을 바탕으로 하는 유형의 인기에 가깝다. 연구자들은 이런 소원을 '외부적인' 소원이라고 부르는데, 타인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자 하는 욕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적 욕망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목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만 충족되므로 이 욕망을 채우는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보통 외부적 소망은 명성과 관심(많은 사람들이 나를 동경했으면 좋겠다/모두에게 이름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권력과 지배력(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에 대한 갈망이다. 또한 외부적 소망에는 아름다움(사람들이 나의 멋진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막대한 부(비싼 물건을 많이 갖고 싶다)와 같이 흔히 지위와 연관되는 속성들이 포함된다.
가장 많이 언급하는 소망 중 상위 5위 안에는 남자의 경우 권력, 여자의 경우 아름다움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우리는 모두 존경받고 영향력 있으며 약간은 부러움을 사기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이게 그렇게 잘못된 생각인가?
나는 페이스북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페이스북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와 동료들을 위한 계정이 하나 있다. 가끔 가족들의 사진을 올린 다음 며칠 후에 페이스북에서 재촉하는 메일이 오면 접속해서 그동안의 소식들을 둘러본다. 꼭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고 사진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올린 게시물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게 평가해준 것을 보면 약간 기분이 들뜬다.
'좋아요'나 리트윗, 그밖에 sns를 통해 여러 형태로 표현되는 지지의 근본적 목적은 "나는 당신을 보고 있고, 당신의 존재를 알고, 당신을 호의적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해주는 데 있는 듯하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높은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들이 눈에 띄고 많은 사람들에게 찬양받는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효과를 발휘한다. 나만 해도 '좋아요' 횟수를 보면 마치 인기인이 된 것 같다. 인정하기에는 좀 유치한 심리 같지만 약간의 쾌감과 함께 든든한 응원받는 느낌이 든다.
높은 지위에 대한 욕망은 잘못된 것일까? 이런 유형의 인기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분명 사회적으로 유리하다. 모두가 당신과 기쁘게 대화하고, 당신의 말에 즐거워하고, 당신의 멋진 모습에 감탄하는 파티에 간다고 상상해보라. 어떤 회의에서든 당신의 생각이 가장 고무적이고 영향력 있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사람들이 당신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들뜨고 나중에 당신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해준다면 스스로가 얼마나 특별하게 느껴질지 생각해보라. 모든 동료나 친구들에게 존경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받거나 여러 모임과 파티에 초대받으면 누구나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듯, 인정받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왜 그럴까?
아직도 어린 시절 학교에서 경험한 것처럼 최고의 인기인 자리를 차지하려고 서로 다투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가 자꾸만 더 높은 지위를 추구하는 이유는 아주 원시적인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찾을 수 있다.
- 인간의 뇌는 더 많은 관심을 원한다
복측 선조체는 보상중추의 중심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
청소년기가 시작되면 이 복측 선조체는 사회적인 보상을 경험할 때 특히 활성화된다. 사회적 보상이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찬양받고, 자신이 영향력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주변의 반응이다. 즉, 지위에 신경 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우리 몸은 자율적인 존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 첫 단계는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와 또래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것이다.
포유류 중 많은 경우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뇌에서 옥시토신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급격히 증가한다. 옥시토신은 또래들과 교류하고 유대를 맺으려는 욕구를 증가시킨다.
도파민은 다양한 오락성 마약이 일으키는 쾌감 반응의 원인이다. 옥시토신과 도파민, 이 두 가지 신경 화학 물질이 함께 작용하면서 사춘기 아이들은 사회적 보상을 얻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뇌는 우리가 높은 지위에 있을 때 기분이 좋다고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높은 지위를 추구하게끔 한다.
요컨대 기분 좋은 일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왜 그것을 그토록 원하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 이 연구에서는 복측 선조체가 복측 창백핵과 같은 뇌의 여러 부위로 신경 출력을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측 창백핵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행동의 강력한 동기로 바꾼다. 즉,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고 싶어지게 한다. 다시 말하면 복측 창백핵은 우리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중독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할지 결정하는 신경의 연결은 대뇌피질에서도 일어난다. (생각을 담당하는 부위)
피질하 영역의 신경 연결은 꽤 강력해서, 직접적으로 사회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보상과 연관만 되어 있어도 조건반사적으로 원하게 된다. 그러면 실제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든 말든 아름다움이나 막대한 부와 같이 단지 높은 지위를 연상케 하는 것들을 원하게 된다.
청소년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의 바람이 사회적 보상이나 높은 지위에 대한 갈망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청소년은 사실상 인기에, 최소한 지위에 바탕을 둔 인기에 중독되는 셈이다.
마치 복권처럼 SNS에서 클릭 몇 번으로 사회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는 이런 경향이 훨씬 더 강해지는 듯하다.
"왜? SNS에서 관심을 많이 받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말해줄래?"
"유명해지는 거잖아요. 멋있고요. 모든 애들이 절 알고, 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되는 거죠."
"제가 만약 인기가 있고 모두 저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제가 원하는 사람 누구하고 든 사귈 수 있거든요. 아무 하고나 친구가 될 수 있고요. 그러면, 뭐랄까, 기분이 좋잖아요."
아마 당신이 뇌에 대해 공부를 한다면 지위를 향한 뇌의 욕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얼마나 많이 바꾸어 놓는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행동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동기
당신은 오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멋진 옷을 골랐는가? 스스로 강한 사람, 고급스러운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비싼 시계를 찼는가? 이것은 모두 자신이 높은 지위에 있다고 느끼기 위해 할 법한 행동들이고, 대개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회적 보상을 얻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다.
지위를 갈망하는 행동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복측 선조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행동과 감정에 연관되어 있다. 예컨대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 대한 글을 읽거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심지어 그런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우리 뇌의 사회적 보상 중추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뇌에서는 하루 종일 습관적으로 지위 쪽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동경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사회적 보상을 경험한다. 유명인을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상상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고등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가 나의 존재를 알아차려주기를 갈망하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를 통해 '다른 사람이 나를 좋게 평가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뇌의 보상 중추가 활성화되었다.
이 연구 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믿을 때 보상 중추가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경험은 보상 중추에서 특히 중요하게 취급된다.
연구자들은 웃는 사진을 볼 때 사회적 보상이 제공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미소 역시 인정의 본능적 신호다.
이 연구 결과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이런 사회적 보상이 존재할 때 참가자들이 과제를 훨씬 더 형편없게 수행했다는 것이다. 즉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버튼을 눌러댔다.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내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과 마주쳤을 때 마치 열두 살짜리 팬처럼 환심을 사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지위에는 우리의 자제력을 자동적으로 약화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자신과 같은 의견을 확인할 때 복측 선조체가 활성화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동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보상을 받는다.
청소년기에는 자아 존중감을 형성할 때 오로지 자신의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테면 같은 반 아이들이 모두 자기를 멋지다고 생각한다면 자기가 정말로 멋진 사람이라고 받아들인다.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이나 무시를 당한다면 그 아이들이 못되고 무례하다고 해석하는 대신 자기가 보잘것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의 자아 개념은 단지 또래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정도가 아니라 또래들 사이의 경험에 엄청나게 의존하여 형성된다.
반사적 평가는 성인기에도 계속되지만 그런 경향이 특히 강한 사람들이 있다.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누가 자기를 좋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으면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을 느끼고, 소외당하면 완전히 실패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 명성, 아름다움, 권력, 부 등 높은 지위를 가지는 데 전념한 나머지 그런 요소에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보상을 일상적인 느낌으로 대한다기 보다는 자존감의 바탕으로 여기게 된다. 심지어 지위가 곧 만족을 뜻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명하거나, 권력이 있거나, 아름답거나, 부유하거나, 영향력이 있지 않다면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행복을 추구하는 데 그리 좋은 방법이 못된다.
- 지위 중심의 인기를 쫓을 때 생기는 문제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지위를 원한다. 문제가 생긴다면 높은 지위를 과도하게 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이다.
1) 내 인기를 지키기 위해 상대를 괴롭힌다
실험을 통해 침팬지도 인간처럼 인기를 얻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침팬지의 경우 지위는 생존상의 이점을 제공한다.
동물들의 공격적 행동은 무리 가운데서 지배력과 지위를 확립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인기가 없는 여학생이 응원단에 들어오려고 하자 치어리더들은 반사적으로 그 아이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 치어리더들은 자신들이 그 학생에게 못되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일로 잘난 척하는 속물이라는 말을 들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머튼의 연구에 따르면 공격성의 기능은 지위의 본질적 특성인 독점성, 배타성을 지키는 것이다.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해질 필요가 있다. 치어리더들은 지위가 낮은 여학생을 무리에 끼어주려면 응원단 전체의 지위가 낮아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위가 높은 청소년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사회적 서열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모두에게 그 학교에 위협이 되는 존재들은 공개적으로 복종을 강요당함으로써 제재를 받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적대적 행동을 주도적 공격성이라고 부른다.
주도적 공격성은 냉정하고, 계산적이고, 자신의 지배력을 위협하는 사람을 정확히 표적으로 삼는다. 대표적인 예는 괴롭힘이다.
"그런 행동을 하면 제가 약간 높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공격적 행동은 10대들의 가장 확실하게 지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어른들도 지위를 높이기 위해 공격성을 이용할까? 물론이다. 이런 행동은 자신이 관심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보이게 하려고 이웃의 험담을 하는 것과 같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일어나고, 도널드 트럼프가 기자나 경쟁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여론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대중적 차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국제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처럼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동이다. 당장은 지위가 높아지고 약간의 사회적 보상을 얻게 해 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정말 중요한 바람을 이루는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2) 인기 있는 유명인에게 무분별한 영향을 받는다
텔레비전 스타 매카시는 여러 토크쇼에 출현해서 아들의 자폐증과 예방접종의 연관성을 의료계가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은 그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의견을 바꾸기까지 했다.
매카시가 방송에 출연한 후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부모의 수가 급등했다..
현대사회에서 유명인은 가장 지위가 높은 축에 속한다.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 인기 있었던 아이들에게 주목했듯 그들의 삶, 외모, 연애, 결별 등을 궁금해한다.
우리는 단지 유명인들의 높은 지위 때문에 그들에게 쉽게 동조하게끔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문제에 의견을 표명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지위가 높은 인물을 과하게 이용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 왜 갈수록 지위에 대한 집착이 강력해지는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로 옮겨가면서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퍼트넘은 '좋은 인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지위와 부에 대한 욕구 쪽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890년대 젊은 여성들의 목표는 사회에 기여하고, 인격을 갈고닦고,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반면 1900년대는 살을 빼거나,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찾거나, 새 옷, 화장품, 액세서리를 사는데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짐작건대 이런 소망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우리는 왜 이렇게 지위에 목마르게 되었을까?
우리는 가장 먼저 기본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려고 애쓴다. 매슬로는 이다음 단계가 사랑과 애착을 추구하는 단계라고 본다. 그다음에는 매슬로가 존중 혹은 자기 존중이라고 불렀던 가치를 추구하는 단계다. 존중은 사실상 지위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오늘날 지위에 대한 갈망이 높아진 현상은 굶주림과 소외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회의 환경을 반영하는 것일까?
20세기로 들어설 무렵 서양 사회는 현재에 비해 훨씬 더 협력과 동반자 의식에 바탕을 둔 사회였다.
1900년대 초반에는 각 지역에서 평등 주의 공동체가 모든 주민의 안전과 편안함을 확보했다. 이때도 높은 지위에는 당시 상황에 맞는 혜택이 따랐겠지만 집단에 대한 충성과 협력은 분명 삶에서 필요한 부분이었다.
반면 오늘날의 직장과 가정생활은 이와 대조적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러 직원이 동시에 협력해야 하는 직업은 훨씬 줄어들었다. 사실 직원들이 굳이 같은 건물이나 시간대에 일할 필요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가정생활에 대해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른 채 살고 있다. 이제 웬만한 욕구는 거의 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지고 상호 의존이 덜 필요한 문화에서는 남들과 나누려는 경향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로 대체되고 있을까? 즉, 높은 지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것은 개인주의 때문일까? 만약 그렇다면 개인의 지위보다 집단의 조화를 강조하는 집단주의적 문화가 있는 사회보다 개인주의적 사회에서 지위를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뉴욕 지하철 안에는 마치 명예로운 훈장처럼 개성적인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옷, 머리 모양, 행동은 모두 "나를 봐!"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도쿄 지하철 안의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달랐다. 모든 사람들, 특히 어른들이 비슷하게 옷을 입고 행동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개인의 성취보다 공동의 성취를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에서는 눈에 띄려는 시도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매우 방해가 된다.
중국의 청소년들의 응답을 살펴본 결과, 우리는 인가가 부분적으로라도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발견했다. 미국에서의 지위와 호감이 매우 뚜렷하게 구별되는 속성이었다. 중국에서는 지위가 높은 아이들이 가장 호감 간다는 평가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사실 미국 자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높은 지위는 매우 공격적인 아이들과 관련이 있었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매우 공격적인 아이들은 지위가 낮았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지위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이 점점 지위에 집착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세 번째 가설은 대중 매체와 관련이 있다.
매체는 우리가 읽고, 보고, 주목하는 또래 친구인 셈이다. 지위가 높은 또래들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지위가 높은 또래 그 자체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강력한 또래인 대중매체에게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지위와 관련된 중요한 신호이자 엄청난 사회적 보상이 보장되어 있다는 의미다.
1980년 미국 최초의 24시간 뉴스 채널인 CNN이 등장했다.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둘 수 있도록 방송 시간을 채워 넣어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맥퀘일은 방송인들이 극도로 규칙적이면서도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부담스러운 일정에 맞춰 창조적이거나, 참신하거나, 독특하거나,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기 위해 방송인들은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보도 전략에 훨씬 더 의존하게 되었다. 즉, 인간적인 사연으로 포장한 뉴스를 내보내게 되었다. 방송 구성상의 이런 변화는 지위에 대한 욕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개인적인 사연을 구성하는 것은 어떤 사건의 전개에 감정적 요소를 첨가할 수 있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방송에서 기후 변화가 극지방의 얼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사람들은 채널을 돌려버릴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홍수에 잠긴 마을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예고편으로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방송을 계속 볼 가능성이 높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의 간극이 줄어들수록 지위에 대한 집착은 훨씬 더 심해졌다.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관음적 호기심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선정적인 신문도 함께 급증하는 현상, 실제 상황을 담은 리얼리티 쇼와 SNS가 발달하는 현상은 사실상 누구나 갑작스럽게 높은 지위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도 없던 사회적 보상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되자 대중은 그밖에 다른 소망은 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지 지위 때문에 유명해진 사람들이 등장했고, 이제 그들의 행동, 말, 생각이 그 자체로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상품과 사업의 인기는 물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가치에도 영향을 주며, 현대의 마케팅과 산업의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무서운 상황까지 온 것만은 분명하다.
- 인기가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는 거짓말
지위를 높이는 데 들어가는 이 모든 시간, 에너지, 비용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높은 지위는 정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까? 인기가 많으면 행복할까? 담은 'NO'다.
우리가 높은 지위를 갈망하는 이유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지위가 있으면 행복해지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확신이 틀렸다면 어떨까?
'인기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1) 기쁨 : 높은 인기에는 관심과 동경의 소용돌이가 따라온다.
"제일 먼저 일어나는 일은 주위 환경과 사람이 전부 바뀌는 거예요..... 제일 친한 친구들까지도 변하는 게 느껴져요."
관심과 함께 많은 혜택도 따라온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예요. 갑자기 엄청 가치 있는 사람이 되죠. 중요한 사람이 돼요."
"공짜로 제공되는 물건들이 필요 없어질 정도의 재산을 갖게 되면 공짜 물건들이 쏟아져 들어와요."
이런 경험은 '길티 플레저', '도취감', '황홀감' 등으로 묘사된다.
2) 압도 : 갑자기 높아진 인기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몰려드는 사람들, 수도 없이 많은 요구들, 편지, 이메일, 길에서 인사하는 사람들, 차 안에서 알은체하는 사람들, 경적을 울리는 사람들, 이름을 외치는 사람들이 날 압도해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세상이 통째로 다가오죠.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에요.
3) 분노 : 관심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우리 안의 동물 취급이죠.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서 통로 쪽 자리에 앉잖아요? 갑자기 옆에 누가 무릎을 꿇고 앉아요. 나한테 말을 걸려는 거죠. 계단으로 확 밀어 버리고 싶다니까요."
4) 중독 : 인기에 대한 상반된 감정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한때는 중독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중독 되어 봤는데, 그중에서 중독성이 제일 심한 건 명성이에요."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 경험에 의존하게 되고, 그것을 원하는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다시 그 즐거움을 맛보고 싶어 한다.
5) 분열 : 인기가 자신의 진짜 성격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하는 행동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게 돼요. 그 사람들은 내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어요."
"그건 진짜 내가 아니에요.... 작동하고 있는 나의 일부, 유명인으로서의 나, 결국 난 진열장 안에 있는 장난감인 셈이죠."
어떤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아 개념을 유지하기 위해 인격을 분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대중 앞에서의 모습,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의 모습이 따로 있는 한편 진정한 자아는 어딘가에 갇혀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기억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6) 외로움과 우울 : 진정한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전 친구들을 잃었어요.... 사람들 있는 곳에 갈 때마다 선망의 눈길을 받지만, 친구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친구들이 나를 보고 열등감을 느껴요..... 마치 저는 특별하지만 그들은 아닌 것처럼, 전 비범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것처럼 되어버려요.... 그러면 알게 되죠. 이제 친구들이 굳이 저와 어울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걸요. 전 친구들을 이해해요. 이해해야죠."
"지독하게 우울했죠... 인생이 이렇게 변하면 외로워요. 친구도 전부 잃었어요... 인간관계가 다 거짓인 것 같아요."
7) 다른 것에 대한 바람 :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가장 원하는 한 가지가 없다.
"인기는 원래 믿을 수 없는 댄스 파트너예요. 언제든 우릴 떠나 버릴 수 있거든요... 굉장히 알 수 없는 것이죠. 그 댄스 파트너를 통해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역시 알 수 없는 존재예요. 왜? 왜 나를 원하지? 왜 나에게 관심을 갖지? 그러다 혼자서 넘겨짚기 시작하죠. 전 주변에 벽을 쌓고, 그밖에서만 사람들을 상대하고 안에는 들여놓지 않게 됐어요."
한 참가자는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아들이 걱정돼요. 제가 유명하기 때문에 자기가 어딘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가 명성을 사람의 가치로 생각하지 않을지, 커서 명성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면 자기가 인정받지 못한다거나 사람들에게서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가끔 걱정도 되고요. 제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명성과 가치를 혼동하는 것 같아요. 우리 문화 전체가 그렇죠."
그래서 이 사람들은 진실함이 느껴지는 대상에 투자하기로 마음먹는다. 인도적 활동이나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회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무엇보다도 절실히 갈망하는 것은 진정한 인간적 교류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신경을 써주고, 받아들여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말이다. 지독히 모순적인 일이다. 세상 사람들은 지위를 원하는데 그것을 가진 사람들은 호감을 받고 싶어 하고, 호감을 바탕으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외부적 목표와 삶에 대한 만족도 및 행복의 신기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친밀하고 애정 넘치는 인간관계, 개인적 성장, 타인을 돕기 등 내부적 보상을 소망하는 사람들은 행복, 활력, 자아 존중감, 심지어 신체적 건강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명성, 권력, 막대한 부, 아름다움 등 외부적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불만족, 불안, 우울과 연관됐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지위를 추구한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오래전에 형성된 뇌 구조 때문에 지위를 갈망하게 되고, 이런 갈망을 매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롭고 복잡한 방법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사회는 돈, 시간, 에너지를 들이면 누구나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키워왔다.
하지만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인기는 그런 유형의 인기가 아니다. 이제는 높은 지위를 그토록 소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다.
CHAPTER 4 가만히 있어도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사람들
어떤 학생이 가장 확실하게 성공할 재목인가?
그 요소는 바로 호감, 지위가 아니라 호감이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호감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호감 가는 사람들은 일을 더 잘하고 더 만족스러워하고,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호감 가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 행복과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는 호감이다
몇 살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노력 없이 강력한 호감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또래들에게 가장 호감 가는 친구로 꼽혔던 아이들은 취업하고 승진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가장 호감 가는 사람들은 타인과 협력하고, 잘 도와주고, 나눌 줄 알고, 규칙을 따르는 사람이다. 그들이 가진 특질은 다음과 같다.
- 일반적으로 정서가 안정되어 있다.
- 똑똑하다(지나치게 똑똑하지는 않다)
- 기분이 좋을 때가 많다.
- 대화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다.
-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준다.
- 창의적이고, 특히 난감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야 할 때 더욱 그렇다.
- 집단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이런 행동들이 행복과 성공으로 이끄는 진짜 요인일까? 호감과 인기에는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요소가 있는 것일까?
'갈색 눈, 푸른 눈' 실험 사례
첫날, 엘리엇은 눈동자가 갈색인 아이들이 푸른색인 아이들보다 우월하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갈색 눈의 아이들 집단에게 푸른 눈의 아이들과 놀거나 함께 앉지 않도록 지시학 푸른 눈의 아이들에게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갈색 눈의 아이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고 칭찬해주면서 그들끼리 신나게 놀라고 했다.
여기서 엘리엇의 의도가 호감이 아니라 편견의 영향을 보여주려던 것이었고, 소수 집단이 열등하다는 억측이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두 집단 사이에 불평등을 조장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고작 하루 동안 또래들 사이에서 더 호감을 받은 갈색 눈의 아이들이 더 당당하게 행동하고 공부도 더 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푸른 눈의 아이들은 소심해지고, 침울해졌으며, 고립되었다.
실험 조건을 뒤집어 반대로 하면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호감 역시 평생에 걸쳐 이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호감이 정말로 장기적 행복이나 성공과 관련이 있을까? 아니면 둘 다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가 있는 것일까?
한 연구에서 1만 명 이상의 스웨덴 청소년들을 조사한 후 30년에서 40년 동안 그들의 삶을 추적해 보았다.
어린 시절에 호감을 얻은 사람들에 비해 거절과 배척을 당했던 사람들은 직업이 없거나 복지 지원을 신청할 가능성이 두 배에서 다섯 배 높았다. 호감을 받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당뇨, 비만,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고혈압 등으로 진단받을 확률도 더 낮았다.
- 호감 가는 사람들의 세상이 반짝일 수밖에 없는 이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 똑같은 진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학생 200명이 함께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매년 진행하는 실험에 참여하는 중이다. 이 실험은 우리와 환경 사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상호 교류'를 이해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상호 교류 모형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방식과 그에 대응하여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이렇게 차례로 일어나는 서로에 대한 반응이 누적되면서 새로운 행동을 이끌어내는 연쇄 반응을 나타낸다. 이 상호 교류 모형은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과 다른 사람들이 그것에 반응하는 방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 실험은 이 역학 관계에 아주 간단한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실험 첫날, 평소대로 옷을 입고 와서 자신의 사회적 교류 양상과 기분을 한 시간 간격으로 기록한다.
두 번째 날에는 약간의 변화를 가한다. 모든 학생들과 내가 같은 티셔츠를 입는다. 형광 녹색일 때도 있고 밝은 주황색이나 쨍한 분홍색으로 만드는 해도 있다. 앞에는 약간 뻔뻔하고 농담처럼 보이기도 하는 메시지를 넣는다.
'우리 학교 사람은 모두 나를 좋아한다!', '최고의 인기인'
하지만 이 티셔츠는 우리에게 호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로 디자인된 것이 아니다. 일차적 목적은 하루 동안 평소와 다른 사회적 경험을 하는 것, 즉 새로운 상호 교류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몇백 명이 똑같이 눈길을 끄는 복장으로 학교를 활보하고 있으면 평소와 다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쳐다보고, 키득거리고, 눈을 굴리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싶은 점은 이런 새로운 반응이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와 어쩌면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그 티셔츠의 날에 자신의 행동이 그토록 많이 변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쓴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일으키는 연쇄적인 효과를 보고 더욱 놀란다. 이들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예상치 못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또 그런 반응이 평소 본인의 반응과는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식으로 계속되어 끝없는 피드백 순환이 일어난다.
예컨대 수줍음이 많은 학생들은 몇 주 동안 말을 걸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먼저 접근해 인사를 했다. 그들은 이 대화에서 더 자신 있고, 행복하고, 낙천적인 기분을 느꼈다. 그뿐 아니라 친구들이 자기의 농담에 웃어주었고, 자기의 말에 관심이 있어 보였고, 또 같이 어울리자고 제안한 데 놀라기도 했다.
평소 그다지 유대감이 없었고 화가 많은 편이었던 학생들은 자기가 그 티셔츠를 입은 날 그토록 자주 미소를 지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놀랍게도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에게 웃어주었고 그 순간 갑자기 화가 누그러지거나 외롭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공동체 의식을 더 강하게 느꼈고, 다른 수업에서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손을 들었다고 했다.
"어렸을 때 그런 티셔츠를 매일 입었으면 아마 지금쯤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었겠죠."
이 실험은 단 하루만이라도 세상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면 우리의 행동과 기분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호감의 힘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호감 가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결국 우리가 성장하고 인생 전체에 걸쳐 발전해나가는 방식까지 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호감 가는 사람들은 매우 좋은 대우를 받는다. 하루만이 아니라 매일 그런 일을 경험한다.
물론 이것은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또 다른 유형의 인기를 가진 지위가 높은 사람들 역시 긍정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공통점은 거기까지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달리 호감을 많이 받는 사람들은 친구가 더 많고, 여기저기서 그를 찾는 사람이 많고, 진정한 의미의 긍정적인 교류를 더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호감을 받은 아이들은 친구 관계와 사교 상의 약속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더 섬세하고 세련된 대인 관계 기술을 연습하고 배우는 기회를 얻어 정교한 사회적 기술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호감을 받고 그래서 더 앞서가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에 비호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왜 기회를 얻지 못하고 불리한 인생을 살 가능성이 있는지도 상호 교류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정/수용형 아이들은 같은 장면을 더 호의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당연히 이런 사회적 기술의 차이는 이후 훨씬 더 커지는 호감도의 차이와 관련이 있었고, 그 과정이 계속되었다.
우연으로 로스쿨에 입학한 제프(축구 운동선수)
"너 시카고에서 왔어? 우리 삼촌이 거기 사는데!"
"나도 축구 좋아해! 여기서 축구하는 사람 또 찾아보자! 같이 축구 동아리를 만들면 재미있을 거야!"
제프는 늘 다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도와주었고, 행복했고, 친절했다. 어렵거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누구 하고나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진심 어린 미소로 매력을 발산하며 소탈하게 웃었다. 사람들은 그와 함께 있기만 해도 마치 자신이 그 공간에서 제일 호감 가고 재미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제프는 호감 덕분에 많은 스터디팀에서 함께하자고 권유를 받았고, 그곳에서 다양한 관점을 접하게 되었다. 교수들도 그에게 호감을 갖고 수업 시간 외에 함께 토론할 기회를 주었다. 이렇게 풍부한 지식을 갖춘 그는 더 자신감 넘치는 학생이 되었고, 교수들과 만날 기회를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 1년이 채 못 되어 그는 학생 대표로 뽑혔으며 나중에는 전국적인 변호사협회의 대표가 되었다. 이 모든 상호 작용들은 로스쿨에서의 경험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같이 입학한 더 뛰어났던 스티브는 같은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 조언을 구하자 자신의 희생을 발판으로 그들이 성공하지 않을까 두려워 차갑고 얼버무리는 태도를 보였다. 주변 사람들은 스티브와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긴장감이 들었다. 스티브는 수업 시간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번개같이 손을 들었고, 그의 발언은 친구들의 주장에서 타당한 점을 인정하기보다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협동 과제를 배정받으면 팀원들 사이에서 도출된 합의에 어긋나더라도 개의치 않고 자기 의견을 주장했다.
그런 스티브는 첫해부터 예상보다 낮은 성적을 받았고, 자신감도 흔들렸다. 성취도도 떨어지는 등 그의 학교생활은 악순환에 빠졌다.
- 최소한의 노력으로 인간관계를 개선시키는 법
과거에 호감을 받지 못했던 경험은 분명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런 경험이 현재의 행동 방식을 얼마나 좌우할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현재의 행동에 아주 작은 변화만 주어도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다거나, 사소하지만 친절한 행동을 한다거나, 단순히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아주 사소한 사회적 신호를 감지하고, 호감을 바탕으로 한 다른 사람들의 인기에도 하루 종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회적 모방의 영향력
사람들은 쭈뼛거리고 침울한 실험 공모자와 단 몇 분 동안만 교류해도 대개 그들과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태도의 변화는 단지 공감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침울한 태도로 지루한 글을 읽어주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은 똑같은 슬픈 감정을 느꼈다.
호감 가는 태도를 통해 나에 대한 타인의 느낌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나의 행복과 성공에도 변화가 생긴다.
우리는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빠르게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 교류를 끊임없이 경험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사회적 행동, 태도, 교류에 대한 욕구 등을 보내면 대개 세상도 같은 것을 돌려준다. 이 과정은 계속해서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를 때가 많을 만큼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단순히 그것이 인생이라고 여기면서, 그동안 스스로 인생의 방향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
-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30대 중반의 성공한 면역학자인 팸은 쾌활한 성격으로 활발한 사교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바쁜 사교 생활에도 불구하고 팸은 외롭고 종종 불행하기도 하다. 언젠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아직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팸이 전반적으로 호감 가는 사람이면서도 가끔 유쾌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그녀의 연애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렇다.
새로운 남자를 만나면 팸은 충분히 애정을 쏟는다. 남자들은 매력적으로 접근하고 능숙하게 농담을 던지는 그녀에게 금방 빠져든다. 하지만 남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으면 팸은 꼭 그들이 자기에게 흥미를 잃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남자가 데이트에 늦거나 파티에서 그녀보다 친구들에게 더 신경을 쓸 때도 있고, 그녀를 위해 예전만큼 자주 문을 잡아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팸은 부정적 상호 교류 패턴을 형성하는 데 특히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별 뜻 없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우리 사이 괜찮은 거지? 요즘 우리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남자 친구는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팸은 자기가 바라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믿지 못하기 때문에, 확신을 주려는 남자 친구의 말도 믿지 못한다.
"머리로는 남자 친구가 아무 문제없다고 한 걸 아는데도 그게 아닐까 봐 무서워요. 그 사람이 흥미를 잃으면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보통 그녀는 이때쯤 남자 친구에게 다시 확신을 달라고 요구한다. 다시 한번 장담을 받지만 이번에도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악순환은 몇 주나 몇 달에 걸쳐 확대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패턴을 가리켜 과도한 재확인 추구라고 부른다.
재확인을 추구하는 사람의 계속되는 질문과 의심은 상대로 하여금 신용받지 못하는 느낌, 스트레스, 무력감을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왜 나는 그토록 신경 쓰는 사람을 도와주지 못하지? 그 사람은 왜 나를 믿지 않는 걸까?"라고 의아해한다. 결국 이들은 끊임없이 확신을 주어야 한다는 압박에 못 이겨 뒷걸음질 치게 된다. 답장 속도가 느려지고 사랑한다는 말에 확신이 없어진다. 즉 이들은 더 이상 믿음을 주도록 행동하지 않고, 이것이야말로 재확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극도로 예민하게 감지하는 징후다.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발 빼고 있는 줄 알았다니까!"
이것이 남자 친구에게 차였을 때 팸이 으레 보이는 반응이다. 하지만 분노에 차서 자신이 옳았음을 확인하는 동안, 그녀는 어쩌면 이 상황이 스스로 시작한 상호 교류 과정의 결과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그 거부당한 경험은 그녀가 미래의 관계에서도 끊임없이 재확인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느끼게 한다. 실패한 연애가 다음 연애도 망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인간관계의 특성을 이해하면, 인기라는 것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돌고 돌면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은 단순히 일상의 경험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로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으며, 이런 이유로 수많은 인생의 결과들을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예측하는 지표가 바로 인기인 것이다.
인기의 패턴은 깰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고 우리는 우리의 행동, 생각, 나아가서는 삶의 모습까지 바꿀 수 있다.
PART 2 마음을 지배하고 행동을 바꾸는 인기의 비밀
CHAPTER 5 본능 : 인간의 몸은 인기라는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명한 브랜드들의 성공은 그들이 훌륭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인기와도 관계가 있다. 유행을 따르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무리의 의견에 따르기를 좋아하고 결정을 내릴 때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당히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인기에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 '이거 인기 있대'라는 말은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
<대중의 미망과 광기>에서 그는 단지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산이 본래의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얻게 되는 경향, 현대에는 시장 거품이라고 일컫는 현상에 대해 파헤쳤다.
"인간은 무리 지어 생각한다. 무리지어 광기에 빠지지만 정신이 돌아올 때는 한 사람 한 사람씩 느리게 돌아온다."
참가자들은 인기 있는 친구들이 한 친구를 퇴장시키는 데 표를 던지는 것을 본 후 열 명 중 여덟 명 꼴로 같은 표를 던졌다. 우리가 이토록 쉽게 무리의 의견을 따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무리에 따르도록 프로그래밍된 인간의 신체
인기가 없이 고립된다는 것은 현재의 인류와 밀접하게 관련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간에게는 독특한 한 가지 특성이 있었고, 이것은 진화에 유리한 근본적 요인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무리지어 사는 것이다.
언어 능력은 더 정교한 사회적 교류를 위한 기반을 형성했다. 우리는 곧 다른 종에 비해 훨씬 우월한 방식으로 집단을 이루고 동료들끼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종이 되었다.
무리 생활은 생존하기에 유리한 점이 많았다. 협력해서 더 효율적으로 사냥할 수 있었고, 사냥감을 나눠 신선하고 안전하게 보관된 식량을 먹을 수 있었다. 또한 무리지어 다니면서 약탈자나 맹수의 위협을 경고해주고 서로 지킬 수 있었다. 우리는 곧 사회적 신호에 매우 예민해지는 쪽으로 진화했고,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결국 무리에 잘 따르는 개체들만이 남고 고립된 개체들은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한 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하품이 전염되고 같이 사는 여자들의 생리 주기가 비슷해지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1) 건강 : 고립될수록 수명이 짧다?
어디에서든 호감을 얻는 사람들이 주로 형성하는 종류의 관계를 맺을수록 혼자였던 경우보다 생존율이 91퍼센트 높았다.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가장 흔한 위험 요인은 외로움, 타인에게 짐이 되는 느낌, 어딘가에 속해 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청소년의 또래 집단의 따돌림은 자살 행동을 강력하게 예측하는 지표다.
친구나 연인의 존재, 이웃과의 교류, 자원봉사가 질병 위험을 현저히 줄인다.
이런 연구 결과는 성인이 되어서도 왜 인기가 중요한지, 여러 사람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왜 생각보다 더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2) 스트레스 :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인기의 효과 중 최근 발견된 증거에 따르면 사람들과의 연결과 교류는 코르티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공격이 임박했을 때 싸우거나 도주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유지하게 한다. 즉 인간의 생존에 매우 유용한 호르몬이다.
인기가 없는 아이일수록 코르티솔 반응 체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친한 친구가 호의적으로 반응해줄수록 코르티솔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속도가 빨랐다. 이 연구는 사회적 경험이 스트레스 반응 체계에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3) 뇌의 반응 : 마음의 고통과 두통을 동일하게 인식한다
- 가슴이 찢어지는
- 향수병
- 마음의 상처
- 고통스러운 느낌
이것은 단순히 표현일 뿐일까, 아니면 외로움과 고립이 실제로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까?
실험을 한 컴퓨터 게임은 옆방에 있는 두 명의 다른 플레이어들과 공 주고받기를 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게임을 조정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처음에 게임은 각 플레이어들에게 비슷한 정도로 공이 돌아가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아무런 설명 없이 다른 두 플레이어가 참가자를 게임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처럼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끼리만 공을 주고받고 이쪽으로는 공이 결코 오지 않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나머지 10분 동안에는 이런 식으로 게임이 진행되었다.
이 10분 동안 연구자들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fMRI 결과에 따르면 이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우리가 신체적 고통을 경험할 때 관여하는 곳과 같은 부위였다. 물론 컴퓨터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실제로 몸에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다. 배측 전방 대상 피질과 전방 섬엽은 이런 감각들을 해석하여 만들어진 정보를 처리하고 우리가 무언가를 매우 불쾌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해주는 부위다.
사실 이 부위들은 뇌에서 가장 강력한 경보 체계로, 어떻게 해서든 고통의 원천에서 벗어나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젠버거는 이 현상을 사회적 고통이라고 부른다.
집단에서 거부당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드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온 힘을 다해 우리에게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다시 무리의 일원이 되려는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연인과의 헤어짐을 걱정하거나, 누군가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거나, 관계가 끝난 연인이나 친구를 회상하거나, 심지어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생각을 하는 경험 역시 모두 같은 부위와 관련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고통을 잘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인 관계에서 거절당하는 것에 더 민감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사회적 고통이 실제로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 뇌는 두통과 마음의 고통을 똑같은 방식으로 완화하려고 한다.
4) DNA : 혼자라면 감기에 걸릴 확률은 낮은 법이다
최근 신경학자들은 인기 없음이 유전자의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활성화된 유전자들은 면역 체계에 급격한 영향을 미친다.
슬라비치와 콜은 이런 반응이 인기 없었던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자연적 기제가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놓는다. 수천 년 전 자신을 지켜줄 동료가 없었던 사람들은 부상이나 공격으로 죽을 수도 있는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그중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반응이 미리 활성화됨으로써 곧 닥칠 부상에서 치유될 준비를 해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결국 진화 과정에서는 가장 빨리 반응하는 체질, 즉 거절에 가장 민감한 체질이 유리했을 것이다.
반면에 사회적 거절은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DNA를 비활성화하는 듯하다. 자신을 지켜줄 동료가 없었던 사람들은 바이러스에서 보호받아야 할 필요가 별로 없다. 따라서 이들의 몸은 감염을 덜 경계하여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의 삶은 이와 다르다. 하지만 우리 몸은 아직도 6만 년 전과 같이 반응한다.
우리의 DNA는 혹독한 사회적 거절을 실제로 경험할 때만 재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변화는 사람들이 자신을 피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암시만 받아도 일어난다. 심지어 거절당하는 상상을 하거나 가상으로 경험하는 게임을 통해서도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것이 걱정할 만한 일일까? 심리학자 홀트런스태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방법을 만들어내려는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분리되어 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혼자 살고, 늦게 결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살 가능성이 높다.
인류는 인기를 신경 쓰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과 교류하고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영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 세계나 SNS를 떠올려보라. 이것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토머스는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도시의 거리를 걷고 있지만 여전히 혼자라고 느꼈다. 주변에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과 말도 할 수 있었지만 그중 누구도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이내 자신이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는 컴퓨터 앞에 묶인 채 또 다른 컴퓨터 앞에 앉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들 모두 가상 상호작용의 매트릭스 안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모두가 마음속으로는 진짜 사회적 교류를 갈망했지만 모든 것이 기술을 매개로만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전 세계에 걸쳐 서로 연결되고,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실제처럼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것은 소용없었다. 오히려 서로를 더 멀게만 느껴지게 할 뿐이었다. 토머스와 몇 안 되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기계에 지배당해 왔다는 진실을 깨달았고, 누구도 혼자 거나 인기가 없지 않도록 세상을 전처럼 돌려놓기 위해 헌신하는 중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CHAPTER 6 과거 :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인간관계의 원형
지금의 나는 정말로 졸업 앨범 속의 그 소년과 같은 사람일까?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한때 자신이었던 존재
지금의 내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어린 시절의 흔적들은 인식하기 쉬운 일종의 연속체다.
키가 수입과 관계가 있었을까? 사실 그랬다. 키가 큰 남자들은 돈을 더 많이 번다. 그런데 월급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요소는 조사 당시의 키가 아니라 열여섯 살 때의 키였다. 청소년 시절의 키는 이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느낄 것인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그로 인해 경험한 것은 무엇인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에도 그토록 중요했던 한 가지, 바로 인기다. 인기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바꾸어놓는 것이 아니다. 인기는 뇌의 연결망을 바꿔놓고 그 결과 우리가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바꿔놓는다.
단언컨대 오래전 인기와 대면했던 그 경험이야말로 성인인 우리의 성격을 형성해온 토대다.
다행히 이 역학 관계 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 학교 퀸카나 사물함에 친구들을 가두며 괴롭히던 아이들이 현재의 삶을 자지우지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어린 시절 인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느냐 하는 것이다.
청소년 시절에 무엇을 원했고 어떤 점에 결핍을 느꼈는가는 성인이 된 후의 삶에 아주 미세하고 폭넓게 작용한다. 인기의 힘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묘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우리의 존재를 규정한다는 데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자동적 반응이라고 부른다.
-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지?
어릴 때는 즉흥적이고, 한순간에 한정되고,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각하다가 어른이 되면 더 깊이 숙고하고, 경험을 되돌아보고,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지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결정적인 시기의 경험은 이후 평생 이용할 두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10대 시절의 경험이 그토록 강력한 것이다. 특히 인기와 관련된 경험은 누군가와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다른 어떤 것들보다 학교에서 인기 있었던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훨씬 풍부할 것이다. 10대 시절의 경험은 실제보다 훨씬 최근에 겪은 것처럼 느껴지고, 필요 이상으로 뚜렷하고 강렬하게 느껴진다.
최근 심리학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예전에 과학자들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감각, 행동 하는 방식, 각각의 감정들을 자동적으로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모두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fMRI 장비로 뇌를 촬영해보면 여러 부위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집합체, 즉 신경 연결망이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감정을 느끼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자전적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마도 기존의 인식보다 훨씬 더 활성화된다. 이 현상은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것들을 평가하고, 비교하고, 반응할 때 과거의 경험이 끊임없이 불려나와 사용된다는 의미다. 즉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뇌에서는 급격한 발달이 시작되던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들을 날마다, 하루 종일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청소년기의 기억은 여러 방식으로 우리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보고, 생각하고, 행동할 때 작용하는 편견을 형성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과정을 가리켜 여러 단계의 사회적 정보처리라고 부른다.사회적 상호작용을 매우 느린 화면으로 살펴보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이 실제로는 불연속적이며 자동적인 결정의 결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 바로 '앗,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동적 반응이다.
이렇게 사소한 일들은 너무 자주 일어나서 우리는 이런 일에 대해 굳이 생각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때 나는 속으로 물었다. '내가 왜 사과를 했지?'
우리는 밀쳐졌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계획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반응할 때 내리는 그 찰나의 결정들은 과거에 형성되었을 수 있는 일종의 편향을 보여준다. 개별적으로는 그 결정들이 늘 중요한 결과를 낳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한데 모이면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편향을 형성하는 과정들의 기억들을 통틀어 사회적 데이터베이스라고 한다.
이런 편향들은 모두 청소년기에 형성된 초기의 기억들에 치우쳐 있다. 아이의 뇌가 성인의 뇌로 발달하기 시작할때 고등학교 복도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고등학교를 떠난 지 한참 되었고, 우리 뇌는 그 사실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안경을 쓰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주변을 관찰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큰 착각이다. 예를 들면 바로 눈앞에 있는 네온사인처럼 명백한 신호도 놓칠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매우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항상 단서들을 잘못 지각하고 있다. 이것은 단서부호화라는 사회적 정보처리의 첫 단계 때문이다.
우리 뇌는 매일 엄청난 양의 복잡한 사회적 정보를 부호화해야 한다. 거대한 필터처럼 주변의 모든 자극을 걸러내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관심사에 맞는 정보인지 아닌지 결정해야 한다.
아마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아마 모든 곳에 관심이 많은 어린아이들만이 알아차리고 반응할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 일이 자신과 관계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 정보를 걸러낸다. 그저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다. 비행기가 지나간 후에 물어보면 비행기가 지나간 적이 아예 없었다고 꽤나 확신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어떤 것들을 놓치는가? 아니면 반대로, 우리는 어떤 정보에 지나치게 민감한가?
우리는 단순한 대상을 보더라도 거기에 담긴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의 시선은 각자 과거에 겪은 사회적 경험과 일치하거나 통하는 행동에 오래 머무른다.
인기 없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회적 단서들을 모두 걸러내고 불편했던 고등학교 시절만 끝없이 되풀이할 위험이 있을까? 인기 있는 사람들은 늘 인기로 색칠한 안경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있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당신 자신의 편향에 대해 생각해보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당신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는 관객을 보면서 말하는가, 아니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이쪽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관객을 보면서 말하는가? 파티에서 나올 때는 대화를 나눴던 모든 손님들이 기억나는가, 아니면 인사를 건네지도 않은 사람이 기억나는가? 인기를 얻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당신은 행복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청소년 시절 좌절되었던 소속 욕구를 떠올리게 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가?
부정적인 사회적 정보를 부호화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예컨대 회사에서 판촉 회의를 열고 고객에게 서비스 구매를 권유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과거에 인기가 없었던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들은 직원이 구매한 이후의 서비스에 대해 말할 때마다 잠재 고객이 눈을 피하거나 자세를 바꾼다는 것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회사의 어떤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고 있고 어떤 의견이 외면당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에 특히 민감할 수 있다. 나중에 회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면 10대 시절 인기가 없었던 사람들은 좋은 평과 나쁜 평이 섞인 평가를 내릴 것이다.
우울한 현실주의라고 하는 이 현상은 부정적인 단서에 민감한 경향 덕분에 긍정적 편향이 왜곡되지 않고 사회적 정보를 더 확실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 인기 없었던 사람들이 공감을 더 잘하고 사회적 상황에 민감하다고 평가받는다는 결론을 도출한 연구도 있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는 능력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타인의 생각, 느낌, 바람을 이해하는 능력과 관련된 뇌의 부위들이 다른 집단에 비해 더욱 활성화되었다.
- 관계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는지와 관련된 청소년기의 경험은 우리가 보는 대상뿐만 아니라 관찰한 것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사회적 정보처리 과정 중 단서 해석 단계로 본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개념이 잘 와닿지 않기도 한다. 같은 정보를 접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논리적 결론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자료를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아주 단순한 실험을 진행 해석하는 결과는 다양하게 나왔다.
이렇게 단순한 단서를 이토록 다르게 해석하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번에도 답은 인기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누구에게나 사회적 단서를 해석할 때 영향을 미치는 편향이 있다. 각자의 과거는 모두 다르므로 이런 편향들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편향이 심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면 우리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주위의 세상을 해석할 때 색안경을 끼고 보게 하는 편향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편향들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심각한 인간관계 문제나 우울증, 불안, 중독 같은 심리 증상들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오후 6시에 커피숍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6시 30분이 되었는데도 친구는 오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지만 아무런 연락도 와 있지 않다. 뭐가 문제지? 당신은 가능성 있는 모든 정보들을 부호화한다. 이제 그 정보를 해석할 차례다. 당신의 직감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만약 당신이 과거에 무시당하거나 버려진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면, 혹은 더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 적이 있다면 바람 맞은 게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 약간 화가 난다. 친구가 그럴듯한 설명을 하면서 나타나더라도 화가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거부 민감성이라고 부르는 편향의 신호다.
이 편향은 거부를 예상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으로, 평생에 걸쳐 인기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인기가 있고 싶은데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인기를 더욱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거부에 민감하더라도 그냥 다르게 해석하기로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자신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 비판적인 편향을 고치기 시작하면 안 될까? 요컨대 그냥 그런 성향을 털어낼 수는 없을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의 사회적 지위와 그 결과로 형성된 편향들은 뇌의 연결망을 바꿔놓을 수 있고, 따라서 편향을 무시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버드의 심리학자 서머빌은 참가자들에게 거부 민감성을 측정하는 검사를 진행 했다. 이 연구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참가자들이 거절당했는지 받아들여졌는지 알게 되었을 때의 뇌 활동이 아니라 거절이나 수용을 '예상'할 때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거부 민감성이 낮은 사람들은 꽤 가벼운 신경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호감을 받든 받지 않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거부 민감성이 높은 참가자들은 거부나 수용을 예상할 때 해당 부위에서 강한 신경 반응이 나타났다. 이들이 사회적 판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서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며, 이것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흔히 나타나는 또 하나의 해석 편향으로 적대적 귀인 편향이 있다. 이런 사람은 친구가 못된 마음을 먹어서 일부러 자신을 바람맞혔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유형의 편향은 청소년 시절 인기가 없었던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아동의 적대적 귀인 편향에 대해 알아볼 때 아이들에게 모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다른 아이한테 빌려줬는데, 그 아이가 장난감을 돌려줄 때 보니까 장난감이 망가져 있어", "점심시간에 앉아 있는데 누가 음료수를 들고 네 뒤쪽으로 걸어오고 있어. 그런데 조금 있다가 보니까 네 등에 온통 우유가 쏟아져 있어"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지 말하는 실험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대부분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또래에게 거부당하는 아이들은 못된 아이들이 일부러 그랬다고 일관되게 말한다. 인기가 없는 상태를 경험하게 되면 이 편향이 점점 심해진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적대적 귀인 편향이 적응에 유리하도록 경험을 해석하는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래에게 냉대받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사회적 불쾌감에서 스스로를 지키면서 자라는 것이 합리적이다. 불행하게도 어떤 아이들은 청소년기의 잔혹함이 사라지고 나서 한참 후까지 이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청소년기의 경험은 단지 단서 부호화나 단서 해석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보처리가 일어나는 아주 짧은 순간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반응 편향 역시 인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량 있고 세련된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그래서 남들과 더 잘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헬스 스튜디오 직원과 대화하다 나도 모르게 연봉이나 직업을 부풀려 말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매일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부호화하고 해석하다가 반응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행동에 나선다. 이 짧은 순간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그리고 결국 인생 전체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한다.
고등학교 시절 인기가 있었고 뇌가 성인의 뇌로 발달하기 시작할 때 수용, 인정, 칭찬의 기억을 보관했다면 매우 좋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조심할 필요도 있다. 그 편향들은 세상을 비현실적인 관점으로 보게 할 수도 있고 지나친 자신감이나 단순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 인기가 없었다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오래된 욕망이나 거부당한 상처가 영원히 낫지 않을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인기의 영향력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일 때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경험이 자기도 모르게 과거를 끝없이 반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울해지고 체념에 가까운 마음이 들 수 있지만, 과거에 희생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 삶의 모든 순간마다 새로운 선택의 기회와 마주한다는 것을 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인기가 지금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함으로써 과거에 지배되는 운명에서 벗어나 그 위에 새로운 경험을 마음껏 덮어씌울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해로운 기억을 새로운 기억으로 대체하여 사회적 데이터베이스를 채워넣을 수 있다.
어쩌면 과거가 아직도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꿈을 깨어난 뒤 그 내용은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것처럼 우리는 과거를 과거만으로 남겨두고 자연스럽게 잊을 수 있다.
CHAPTER 7 자녀교육 : 말해봐요, 왜 나를 이렇게 키웠죠?
아이가 인기를 얻도록 부모가 도와줄 수는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호감이 아니라 지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부추길 수 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일은 인기의 두 유형을 가르쳐주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찾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CHAPTER 8 SNS : 아침에 눈 뜨자마자 SNS를 확인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에도 SNS에 정신이 팔려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라.
CHAPTER 9 선택의 갈림길에 서다 : 어떤 '나'로 살아갈 것인가?
- 미래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직장에서 자리를 잡는 동안 아주 어렸을 때 정해진 이 서열을 애써 외면해 보려고 해도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는 자존감, 불안, 직업적 성공이나 실패, 심지어 행복에 이르기까지 지금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들이 그 시절의 인기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가 이 책에서 내내 이야기 했듯이, 인기를 얻고 싶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경험이기 때문이다. 무리지어 다니던 선조들의 본능에 바탕을 둔 진화의 부산물이든, DNA의 사회적 민감성이 드러나는 것이든, 사회적 상호작용의 원형이 되는 청소년기 기억의 작용이든, 집단적 심리 도식의 뿌리든,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은 보편적 욕구가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 건강, 감정은 여러 측면에서 인기와 관련이 있고, 그 관련성들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정교한 최신 기법들을 통해 이제야 밝혀지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우리는 이런 본능이 지위로 향할지 호감으로 향할지 결정할 수 있다. 지위에 이토록 집착하는 사회에서 호감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에서는 눈에 띄고, 지배적이고, 강력하고, 멋져 보이는 것이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지위가 높은 살마들을 우러러보도록 끊임없이 유도하고, 사람들은 지위를 바탕으로 질을 판단하며, 심지어 자신의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지위가 있는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에 휩싸여 단지 버튼만 눌러서 24시간 내내 쉽게 지위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안해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했듯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들은 무분별하게 지위를 추구하는 행동이 중독, 외로움, 우울증을 비롯하여 수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 차원에서도 단지 지위를 얻기 위해 공격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외면하는 행위를 높이 평가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과거와 상관없이 더 호감 가는 사람이 될 기회가 있고 사실상 날마다 수백 번에 달하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를 바란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가장 인기 있는 것'에 대한 일차원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에 배운 교훈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위보다 호감을 우선한다는 것은 자기 욕구만 채우고 관심과 권력을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대신 남들에게 더 관심을 보여주고, '좋아요'를 누르기보다 실제 인간관계를 돌봄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돕기로 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기 위한 행동을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환영받는다고 느끼도록 도와주기로 하는 것에 가깝다. 혼자만 눈에 띄려고 애쓰기보다 맞춰주고 어울리려고 노력할 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누르고 이기는 데 치중하기보다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가 가장 기분 좋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더 호감 가는 사람이 되려면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현재의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해야 하고, 따라서 자아 성찰도 필요하다.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지각과 전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지 그 가능성을 따져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우리 앞에 훨씬 더 행복한 삶으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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