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하는 책들

스케일

 

자연법칙과 인간 문명의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모든 것의 이론'!

 

 

 

1. 큰그림

1) 서문, 개요, 요약

생명은 엄청나게 넓은 규모의 범위에 걸쳐서 놀랍도록 다양한 형태, 기능, 행동을 보여주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다양한 현상일 것이다.

 

모든 복잡성과 다양성의 밑에도 그와 비슷한 어떤 질서가 숨어 있지 않을까

모든 다양성을 낳은 진화 과정의 무작위적 특성을 생각하면, 거기에서 어떤 규칙성과 체계적인 행동이 출현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법하지 않고 직관에 반하는 듯이 여겨질 수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대단히 복잡하면서 다양한 과정들의 일부인 이런 것들 밑에 어떤 놀랍도록 단순하면서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무언가가 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놀라운 규칙성은 서로 전혀 다르고 고도로 복잡한 이 모든 현상의 밑바탕에 공통된 개념 구조가 있으며, 동물, 식물, 인간의 사회적 행동, 도시, 기업의 동역학, 성장, 조직 체계가 사실상 비슷한 일반 '법칙'을 따름을 시사한다.

 

나는 이런 체계적인 규모변화 법칙의 특성과 기원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 연관되어 있고, 어떻게 삶의 수많은 측면과 궁극적으로 지구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과제를 깊고 넓게 이해하는 데 기여하는지를 말이다.

 

주요 도전 과제와 현안 중 일부를 어떻게 하면 통합된 단일 개념 틀로 파악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 기업, 종양, 우리 몸이 서로 대단히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각각이 조직화, 구조, 동역학 측면에서 놀라울 만치 체계적인 규칙성과 유사성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주제의 변주곡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공유하는 한 가지 특성은 고도로 복잡하며, 분자든 세포든 사람이든 매우 넓은 범위의 시간 및 공간 규모에 걸쳐 연결되고 상호작용하고 연결망 구조를 통해 진화하는, 엄청나게 많은 개별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 연결망 중에는 우리의 순환계나 도시의 도로망처럼 눈에 빤히 보이는 지극히 물질적인 것도 있는 반면, 사회 관계망, 생태계, 인터넷처럼 더 개념적이거나 가상적인 것도 있다.

이 큰 그림 틀을 이용하면 다양하고 흥미로운 질문을 규명할 수 있다.

 

* 우리는 왜 천년만년 살지 못하고 기껏해야 120년밖에 살지 못할까?

* 생쥐는 겨우 2~3년밖에 못 사는 반면, 코끼리는 왜 75년까지 사는 것일까?

* 우리는 왜 성장을 멈추는 것일까?

* 기업은 대부분 존속 기간이 비교적 짧은 반면, 도시는 몰락이라는 운명을 어떻게 회피하면서 성장을 계속하는 것일까?

* 도시의 최대 크기가 있을까?

* 삶의 속도는 왜 계속 증가할까?

 

나는 비록 이론물리학자의 관점과 눈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생물학의 근본 문제들과 사회과학과 경제학의 문제들을 통합하는 등 모든 학문 분야에서 나온 개념을 통합하는 일과 개념적 틀이 중요함을 역설할 것이다.

 

 

 

2) 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사회경제적 도시화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책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도시와 지구 도시화가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수적 팽창이라는 바로 이 특성 때문에 우리는 너무 뒤늦게야 그 위협을 알아차리곤 할 것이다. 우리가 비교적 최근에야 지구 온난화, 장기적인 환경 변화, 에너지와 물을 비롯한 자원의 한계, 건강과 오염 문제, 금융 시장의 안정성 등을 의식하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다수의 정치가, 경제학자, 정책 결정자가 우리의 혁신과 창의성이 결국은 이길 것이라는 꽤 낙관적인 견해를 오랫동안 취해온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실제로 과거에 죽 그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에서 자세히 설명할 텐데, 나는 그다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도시화 현상은 지금까지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인구 이동이 될 것이고, 에너지와 자원 부족 문제를 맞이 하게 될 것이다. 아주 짧은 기간에...

 

3) 삶과 죽음의 문제

도시의 열린 지수 성장은 우리가 생물학에서 잡하는 현상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우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생물은 어릴 때 빠르게 성장하다가 점점 성장 속도가 느려지며, 더 지나면 성장이 멈추고, 이윽고 죽는다. 기업도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따르며, 거의 대부분은 결국 사라진다. 하지만 도시는 대개 그렇지 않다.

 

도시가 정말로 일종의 초유기체라면, 죽어서 사라지는 도시가 거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는 놀라울 만치 회복력을 지니며, 대다수는 존속해왔다.

도시를 죽이기란 극도로 어렵다! 반면에 동물과 기업은 비교적 쉽게 죽일 수 있다.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났지만, 우리의 최대 수명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기업과 생물의 대다수는 죽어 사라지는데, 도시는 왜 거의 다 살아남는 것일까?

 

죽음은 모든 생물학적 및 사회경제적 삶의 일부다.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을 생각했기에, 우리에게 노화와 죽음을 가져오는 원리를 조사하는 것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인 인간의 수명 규모가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묻는 것도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업의 노화와 죽음의 과정을 정량적으로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대략적인 수명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 도시는 어떻게 이 불가피해 보이는 운명에서 벗어나는 것일까?

 

4) 에너지, 대사, 엔트로피

노화와 죽음 같은 과정을 정량적이고 기계론적으로 이해하려면, 인간이든 코끼리든 도시든 기업이든 이 각각의 체계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삶을 유지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생물에서는 그런 것들이 대사 과정을 통해 통제되고 유지된다. 그것을 정량적으로 표현한 것이 대사율이다. 대사율은 생물이 살아 있기 위해 1초당 필요로 하는 에너지 양이다.

 

미국인이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무려 1만 1,000와트이다. 이 사회적 대사율은 코끼리 약 12마리에게 필요한 열량에 해당한다.

현 지구에 에너지와 자원의 위기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자연적인' 것이든 인위적인 것이든 간에, 이 체계들 중에 '유용한' 무언가로 변형되어야 하는 에너지와 자원의 지속적인 공급 없이 작동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는 이런 에너지 전환 과정을 모두 대사라고 부를 것이다. 

전환되어 나온 유용한 에너지는 신체 활동에 쓰이기도 하고 유지 관리성장번식에 쓰이기도 한다.

 

우리의 대사 에너지의 상당 부분은 도시, 마을, 기업, 집단생활 시설 같은 공동체와 제도를 만들고, 온갖 기발한 인공물을 만들고, 항공기, 휴대전화, 대성당에서 교향곡, 수학, 문학 등등에 이르기까지 경이로운 착상의 산물들을 만드는 데 쓰여왔다. 에너지와 자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그런 것들을 아예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마 더 중요한 측면일 착상도 혁신도 성장도 진화도 없을 것이다.

근원적인 쪽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토대를 이룬다. 

 

에너지는 가공될 때 언제나 대가를 지불한다. 에너지가 말 그대로 모든 것의 변형과 조작의 토대이므로, 어떤 계든 작동을 하면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사실 자연에는 결코 어길 수 없는 근본 법칙이 하나 있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만물이 에너지와 자원을 교환하는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이 근본적이면서 보편적인 특성을 '엔트로피'라고 했다. 닫힌 계 내에서 질서를 생성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거나 처리할 때마다 무질서가 얼마간 생성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 결과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한다.

 

진화하는 계가 질서와 구조를 유지하려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면서 이용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무질서가 부산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먹어야 하는 이유다. 

엔트로피는 모든 것을 죽인다. 엔트로피에 맞서 싸우려면 성장, 혁신, 유지, 수선에 필요한 에너지를 계속 공급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계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힘겨워진다.

 

5) 크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 규모 증가와 비선형 행동

스케일링과 규모성, 즉 만물이 크기에 따라 변하는 양상 및 만물이 따르는 근본 법칙과 원리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다.  이 렌즈를 통해 보면, 기업, 식물, 동물, 우리 몸, 심지어 종양도 조직되고 기능하는 방식이 놀라울 만치 유사하다. (카오스의 이상한 끌개와 프랙탈) 

각각은 조직, 구조, 동역학 측면에서 놀랍도록 체계적인 수학적 규칙성과 유사성을 통해 표현되는 한 가지 보편적인 주제의 흥미로운 변주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은 그런 서로 다른 계들을 종합적이고 통일된 방식으로 이해할 폭넓은 큰 그림에 해당하는 개념 틀 아래서 이루어지는 변주임이 드러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스케일링은 단순히 말해서, 크기가 변할때 계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가리킨다. 

몸집이 2배 큰 동물은 매일 추가로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의 양이 100퍼센트가 아니라, 겨우 75퍼센트에 불과하다. 

몸집이 큰 동물이 더 작은 동물보다 사실상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계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이렇게 체계적으로 에너지가 절약되는 현상을 규모의 경제라고 부른다.

 

6) 스케일링과 복잡성 : 창발성, 자기조직화, 탄력성

20세기는 물리학의 세기였고, 이제 우리가 생물학의 세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티븐 호킹은 이렇게 답했다. 

내 생각에 다음 세기는 복잡성의 세기가 될 것입니다.

 

전형적인 복잡계는 일단 수많은 개별 구성 요소나 행위자가 모이면, 대개 그 개별 구성 요소나 행위자의 특성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그 특성으로부터 쉽게 예측할 수도 없는 집합적 특징들이 드러나는 체계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당신은 단지 세포 집합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존재이며, 마찬가지로 당신의 세포는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분자의 집합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당신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신의 의식, 자신의 성격, 자신의 개성-은 뇌에 있는 신경세포와 시냅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집단적인 표현 형태다. 그리고 신경세포와 시냅스 자체는 몸의 다른 세포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모든 세포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또 다소 역설적이게도, 당신의 몸을 구성하는 약 100조 개의 세포 중에서 당신이 자기 자신이라고 인정하거나 약 100조 개의 세포 중에서 당신이 자기 자신이라고 인정하거나 동일시할 특성을 지닌 것은 전혀 없다. 게다가 그중 어느 세포에도 당신의 일부인 의식이나 지식은 없다. 말하자면, 각 세포는 자신의 개별 특징들을 지니고, 자신의 국소적인 행동과 상호작용 규칙을 따르면서도, 거의 기적처럼 당신 몸의 다른 모든 세포와 통합되어 당신을 이룬다. 당신은 탁월한 복잡계다.

 

개미 군체가 만들어낸 도시 건축물의 효율성, 탄력성, 기능성은 인류 최고의 공학자, 건축가, 도시설계자가 설계하고 지은 최고의 성과물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미 군체에는 탁월한 공학자, 건축가, 도시 설계자에 해당하는 녀석이 아예 없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적도 없다. 담당자 같은 것은 아예 없다.

 

각각의 개미가 화학적 단서를 비롯한 신호를 매개로 몇 가지 단순한 규칙을 따름으로써 놀라울 만치 통합된 집단 성과물을 구축한다. 수많은 사소한 작업이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짜인 것과 거의 비슷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개별 행위자 사이에 작동하는 아주 단순한 규칙들이 계속 되풀이됨으로써 복잡한 행동이 출현하는 이런 유형의 산출을 모형화하는 데 성공을 거두어왔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고도로 복잡한 계의 혼란스러운 동역학과 조직이 개별 구성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아주 단순한 규칙에서 기원한다는 생각을 뒷받침해왔다.

 

성능이 좋아진 컴퓨터 연구는 우리가 그런 많은 계들에서 보는 복잡성의 밑바닥에 사실상 단순성이 있을지도 모르며, 따라서 과학적 분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진지한 정량적 복잡성 과학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도출되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복잡계는 전체가 부분들의 단순한 선형의 합보다 더 크며, 때로 상당히 다르기까지 하다는 보편적 특징을 지닌다. 전체가 개별 구성 단위들의 구체적 특징과 거의 동떨어져서, 나름의 생명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사례도 많다. 게다가 세포든 개미든 사람이든 개별 구성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설령 이해한다고 해도, 그 결과로 나온 전체 계 수준의 행동을 예측하기란 대개 불가능하다. 이 집단적인 결과, 즉 계가 개별 구성 요소들의 기여분을 단순히 모두 더한 것과 상당히 다른 특징을 지니게 되는 현상을 창발적 행동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얻은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은 그런 계 중 상당수가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미 군체를 구축하고 있는 개미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이 어떤 장엄한 일에 참여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군대개미와 불개미는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스스로 모여서 다리와 뗏목이 되어 물을 건너거나 장애물을 넘어간다 이것이 자기 조직화라고 부르는 것의 사례들이다. 구성 요소들 자체가 모여서 창발적인 전체를 형성하는 창발적 행동이다. 독서 모임이나 정당 같은 인류의 사회 집단 형성도 마찬가지이며, 우리 신체 기관의 형성도 구성 세포들의 자기 조직화로 볼 수 있다. 도시도 주민들의 자기 조직화의 표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많은 복잡계에는 창발성 및 자기 조직화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특징이 또 하나 있다. 외부 조건의 변화에 반응하여 적응하고 진화하는 능력이다.  이는 생명 그 자체다.

 

복잡계 연구는 계를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개별 구성 요소들로 고지식하게 분해하는 일을 경계하라고 말해왔다 더 나아가 복잡계에서는 계의 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작은 교란이 다른 부분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복잡계는 갑작스러우면서 예측 불가능해 보이는 방식으로 변할 수도 있다. 시장 붕괴가 대표적인 사례다.

 

복잡계 연구들로부터 나온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은 그런 계를 상당히 예측하기란 대개 불가능하지만, 계의 평균적인 두드러진 특징들을 대강 정량적으로 기술하는 일은 때때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접근법들이 종종 무시해온 유형의 상호 연결성과 상호 의존성을 그 관점은 본질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규모 확대를 할 때, 계의 기본 요소나 구성 단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단순성에서 복잡성으로 진화가 일어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건축과 설계의 기본 원리는 건물의 크기에 상관없이 거의 동일하다. 생물도 마찬가지다. 생물은 대단히 다양한 크기와 엄청나게 다양한 형태와 상호작용을 갖추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그러면서 종종 복잡성이 증가해왔지만, 세포, 미토콘드리아, 모세혈관, 심지어 잎 같은 기본 구성 단위는 몸집 변화나 생물이 구현한 계의 복잡성 증가에도 별 변화가 없었다.

 

7) 우리는 연결망 자체다 : 세포에서 고래로의 성장

생물의 가장 근본적이면서 복잡한 측정 가능한 특징들이 거의 다 몹시 단순하면서 규칙적인 양상으로 계의 크기에 따라 변한다.

 

코끼리는 쥐보다 약 1만 배 더 무겁다. 따라서 세포 수가 약 1만배 더 많다. 4분의 3제곱이라는 스케일링 법칙은 세포 수가 1만배 더 많음에도, 코끼리가 쥐보다 대사율이 고작 1,000배 더 높을 뿐이라고 말한다. 즉, 10의 거듭제곱 비가 3:4다. 이는 계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짐을 뜻한다. 코끼리의 세포가 쥐의 세포보다 에너지를 약 10분의 1만큼만 쓰면서 활동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그에 따라 대사 과정에 따른 세포 손상률도 줄어드는 것이 코끼리의 수명이 더 긴 근본 이유이다. 

 

이런 스케일링 법칙이 성장률, 심장 박동 수, 진화 속도, 유전체 길이, 미토콘드리아 밀도, 뇌의 회색질, 수명, 나무의 키, 심지어 잎의 수에 이르기까지, 본질적으로 모든 생리학적인 양과 생활사의 사건에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동일한 기본 원리와 특성이 포유류, 어류, 조류, 식물, 세포, 생태계의 망 전체에 걸쳐 작동한다. 설령 서로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성장은 망들을 통해 전달되는 대사 에너지를 기존 세포에 배분하여 새 조직을 만들 새 세포를 생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성장이론은 우리가 계속 먹는데도 결국은 성장을 멈추는 이유. 그런 현상들은 망 설계에 구현된 대사율의 비선형 스케일링과 규모의 경제로부터 나오는 결과임이 드러난다.

 

망은 에너지와 자원이 세포로 전달되는 속도를 결정한다.

세포는 더 작은 생물에 비해 더 큰 생물에서 체계적으로 더 느리게 작동하도록 제약을 받으므로, 삶의 속도는 크기 증가에 따라 체계적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커다란 포유동물은 작은 포유동물보다 동일한 예측 가능한 양상으로 더 오래 살고, 성숙하는 데 더 오래 걸리며, 심장 박동이 더 느리고, 세포가 덜 열심히 일한다. 

 

이 책에서는 이 사고방식을 정립한 뒤, 생물학 분야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 망과 스케일링 패러다임을 어떻게 하면 도시와 기업의 동태, 성장, 구조에 관해 비슷한 질문을 하는 쪽으로 생산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를 물을 것이다. 도시와 기업에 관한 비슷한 기계론적 학문을 발전시킨다는 전망을 안고서 말이다. 이어서 거기에서 부터 다시 세계의 지속 가능성과 지속적 혁신과 삶의 속도 증가라는 크나큰 문제들을 규명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8) 도시와 세계의 지속 가능성 : 혁신과 특이점의 주기

기본 망 이론의 한 표현 형태인 스케일링은, 생물들의 겉모습과 서식지가 다르긴 해도, 측정 가능한 특징과 형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고래가 규모를 확대한 코끼리나 거의 다름없고, 코끼리는 규모를 확대한 개, 개는 규모를 확대한 생쥐와 거의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 말이 도시와 기업에도 들어맞을 수 있을까?

자료를 분석한 결과들은 인구 크기의 함수로 나타냈을 때, 도시 기반시설 -도로 길이, 전선, 수도관, 주유소 수 같은-의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라틴아메리카 할 것 없이 같은 방식으로 증가함을 보여준다. 

아마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도시들이 서로의 사회경제적 규모 증감판이기도 하다는 것.

 

전 세계의 도시가 놀라운 다양성과 복잡성을 지님에도, 그리고 저마다 도시계획이 다름에도, 도시들은 대체로 놀라운 단순성, 규칙성, 예측 가능성을 드러낸다.

 

스케일링은 어떤 도시가 다른 도시보다 2배 크다면, 임금, 부, 특허 건수, 에이즈 환자 수, 강력 범죄 건수, 교육 기환의 수는 모두 거의 같은 수준으로 증가하며, 모든 기반시설도 비슷한 비율로 절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가 더 클수록, 평균적인 개인은 상품이든 자원이든 착상이든, 체계적으로 더 많이 소유하고 생산하고 소비한다. 좋은 것, 나쁜 것, 추한 것이 모두 대략적으로 예측 가능한 한 묶음으로 증가한다. 

 

8장에서 나는 사회 관계망과 기간시설망의 혜택과 비용 사이의 해소할 수 없는 긴장이 그 바탕에 놓인 사회 관계망 구조와 인간 상호작용 집합의 보편적인 동역학에서 어떻게 기원하는지를 논의할 것이다. 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고도로 사회적인 연결성에서 나오는 혜택을 수확할 자연적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인류는 상당한 규모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을 때, 지구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동역학을 들여놓았다. 인류는 언어의 발명과 그에 따른 사회 관계망 공간에서의 정보 교환을 통해 부와 생각을 혁신하고 창안하는 법을 발견했고, 그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초선형 스케일링을 통해 표현되었다.

 

생물학에서 망 동역학은 생물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삶의 속도가 4분의 1제곱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서 체계적으로 감소하도록 제약을 가한다. 대조적으로 부의 창조와 혁신의 토대를 이루는 사회 관계망의 동역학은 정반대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즉, 도시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삶의 속도도 체계적으로 규모가 증가한다. 이 모든 것은 약 15퍼센트 증가 규칙을 따른다

 

자원과 에너지는 성장에 필요한 연료다. 

도시든 국가든, 건강한 경제가 적어도 연간 몇 퍼센트씩 계속해서 끝없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특징인 전통적인 경제적 사고방식에서는 재앙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생물학에서는 제약된 성장이 대사율의 저선형 스케일링을 따르는 반면, 부의 창조와 혁신의 초선형 스케일링은 열린 경제에 부합되는 억제되지 않은, 때로는 지수적 차원도 넘어서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는 유한 시간 특이점이라는 범접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가 붙어 있다. 요약하자면, 자원이 무한정 제공되는 것이 아니거나, 붕괴 가능성이 실현되기 전에 시계를 '재설정하는' 주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무제한적인 성장이 계속 유지될 수 없다고 스케일링 이론이 예측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가상세계로의 확장일 수도. 그래서 메타버스가 핫한 이유일 수 있다. 가상의 세계는 초선형 스케일링에 부합하는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신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함으로써 열린 성장을 유지하고 붕괴를 피해왔다.

 

성령 그렇다고 해도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다. 이론상 그런 발견이 일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성공적인 혁신 간의 시간 간격은 체계적이고 필연적으로 점점 더 짧아져야 한다. 

열린성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삶의 속도가 불가피하게 더 빨라질 뿐 아니라, 점점 더 빠르게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  이런 행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도시화한 사회경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 체계를 추진하는 혁신과 부의 창조는 마냥 날뛰도록 그냥 방치한다면, 필연적으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붕괴를 피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자연선택이 펼치는 실패할 운명의 환상적인 실험에 갇혀 있는 것일까?

 

9) 기업과 사업

이런 개념들을 확장시켜서, 이것들이 기업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놀라운 점은 기업의 규모 증감이 도시의 사회경제적 척도들 같은 초선형이 아니라, 크기에 따른 저선형 함수라는 것이다. 기업은 도시보다는 생물과 훨씬 더 비슷하다. 

 

기업들의 평균 행동에서 드러나는 놀라운 규칙성은 다양성의 폭이 넓고 개성이 뚜렷하다고 해도 기업들이 크기와 사업 분야를 초월하는 일반적인 제약 조건들과 원리 아래서 성장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사율의 저선형 스케일링 때문에, 생물은 성숙하고 나면 성장과 크기 증가가 멈춘 뒤 사망할 때까지 대략 안정된 수준에서 머문다.

 

성장함에 따라, 기업은 어느 정도는 시장의 힘에 따라, 그리고 현대의 기업을 운영하는 데 전통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진 관료적이고 행적적인 요구, 즉 하양식 경영의 필연적 경직화에 따라 점점 더 일차원적으로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들이 혁신과 변화에 약한 원인이라 볼 수 있을듯

반면에 도시는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점점 다차원적으로 된다. 도시의 다양성은 거의 모든 기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도시는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성장 및 사망 곡선이 생물의 성장 및 사망 곡선과 매우 흡사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둘 다 체계적인 저선형 스케일링, 규모의 경제, 제약된 성장, 유한한 수명을 보여준다.  즉 아직 살아 있는 개체에 대한 사망하는 개체의 비율인 죽을 확률은 동물이나 기업의 나이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생물, 기업 등과 같은 것들은 도시와는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결국 다차원적 요소를 유지 하느냐 못하느냐가 핵심처럼 보인다. 국가는 왜 실패 하느냐에서 이야기한 다원주의의 유무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 하듯 생명이나 기업 또한 다원주의가 깨어지면 죽음에 이르는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도시는 국가가 바뀐다 하더라도 다원주의 요소를 접목하며 계속 살아 남는다. 중앙화된 시스템이 아니라 변화 무쌍한 분산화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도시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게 아닐까?

 

 

2 만물의 척도 : 스케일링이란 무엇인가

이 장에서는 기본 개념 중 몇 가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개괄적인 설명은 주로 역사적 관점을 취할 것이다. 

거대한 곤충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 하늘이 왜 파란지, 슈퍼맨, LSD, 약물 투여량, 체질량지수, 대형 선박 사고, 모델링 이론의 기원을 다룰 것이고 이 모든 것이 혁신의 기원과 특성 및 성장의 한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필 것이다.

이 사례들을 통해, 규모라는 관점에서 개념적 사고의 힘을 정량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1) 고질라에서 갈릴레오까지

고질라 같은 짐승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모든 생명)와 거의 같은 기본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런 괴물은 자체 무게로 붕괴할 것이기 때문에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갈릴레오는 동물이나 나무, 건물의 크기를 무한정 키우려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물었고, 성장에는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서 크기와 재료가 서로 다른 물체를 떨어뜨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이 직관적이지 않은 관찰 결과는 갈릴레오가 실제로 검증을 하기 전까지 거의 2,000년 동안 널리 믿고 있던 근본적으로 잘못된 개념, 즉 무게에 비례하여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교리와 모순되었다.

 

이 실험은 운동과 역학의 이해에 근본적인 혁신을 일으켰고, 훗날 뉴턴은 운동 법칙을 내놓을 수 있었다. 

뉴턴의 운동 법칙은 지구에서든 우주에서든, 모든 운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으로 정확한 정량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본 틀을 제공함으로 천체와 지구를 동일한 자연법칙으로 통합 시켰다. 

그리하여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를 재정의했을 뿐 아니라 모든 후속 과학의 기준이 되었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관측으로부터 이끌어낸 태양 중심 관점이 옳다고 고집하다가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과학적인 관찰 증거 및 수학의 논리와 언어보다 오래전에 견해, 직관, 편견을 토대로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쓴 글에 그렇게 압도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우리는 그런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거의 자유롭지 못하다.

 

갈릴레오의 저서 <새로운 두 과학에 대한 논의와 수학적 논증> 이 책은 기본적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틀 안에서 우리 주변의 자연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40년 동안 고심한 결과물이었다.

 

... 모든 부위가 하나로 결합되는 방식으로 엄청난 크기의 배, 궁전, 사원을 짓기란 불가능합니다. ...

 

실제로 얼마나 커질 수 있는가에 근본적인 제약 조건들이 있다는 것이다. 

갈릴레오의 논증은 우아하면서 단순하지만, 거기에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대상의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규모를 키울 때 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는 반면 부피는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대상의 크기를 늘릴 때, 부피는 면적보다 훨씬 빨리 증가한다. 

 

이 규모 증가 양상은 우리가 살거나 일하는 건물이든 자연에 있는 동식물의 구조든, 우리 주변 세계의 많은 것들의 설계와 기능에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난방, 냉방, 조명은 히터, 에어컨, 유리창의 표면적에 비례한다.  따라서 그 효과는 가열하거나 냉각하거나 빛을 비추어야 할 생활 공간의 부피보다 훨씬 더 느리게 증가하므로, 건물의 규모를 늘릴 때 그런 설비들의 규모를 불균형적으로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큰 동물은 대사와 신체 활동으로 생기는 열을 발산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작은 동물에 비해 열을 발산하는 표면적이 부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끼리는 열을 더 발산할 수 있도록 표면적을 상당히 늘린 불균형적으로 큰 귀를 진화시킴으로써, 이 과제를 해결했다.

그래서 하마가 물에서 주로 지내나? 

 

무게는 선형 차원의 세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반면, 힘은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구조물이든 그 크기를 임의로 키운다면 그 자체의 무게로 결국 무너질 것이다. 크기와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 말을 좀 다르게 표현하면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지탱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점점 약해진다는 것이다.

"몸이 더 작을 수록 상대적인 힘은 더 크다."

개미가 몇배의 물체를 들 수 있는 이유 힘의 문제가 아니라 스케일의 문제

 

2) 규모에 관한 왜곡과 오해 : 슈퍼맨

사람들의 슈퍼맨에 관한 오해는 선형적으로 생각하는 자연적인 성향 때문에 생긴다. 동물의 크기가 2배로 늘면 힘도 2배로 는다는 암묵적인 가정이 대표적이다. 

 

3) 규모, 로그, 지진, 리히터 규모

규모가 조금 증가했을 뿐인데 엄청난 피해 차이를 보인 이유는 바로 리히터 규모가 크기 자릿수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1,2,3.. 처럼 선형적으로 증가 하는 것이 아니라 10, 100, 1000, .. 처럼 10배씩 로그 규모로 증가.

 

4) 근육 운동과 갈릴레오의 예측 검증

현재의 교리와 믿음 중 상당수, 특히 비과학적 세계에 있는 것들은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면서, 검증하려는 진지한 시도조차 아예 하지 않는 채로 굳게 신봉되고 있다. 그럼으로써 때로 불행하거나 심지어 파괴적인 결과가 빚어지곤 한다. 

 

5) 개인 성적과 스케일링의 편차 :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

역도 자료가 보여준 규칙성(체중이 증가할 수록 무거운 역기를 든다)과 그 자료가 힘의 스케일링 지수가 3분의 2라는 예측과 거의 들어맞는다는 점은 스케일링 논리의 단순성을 고려할 때 놀라워 보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 각자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고, 신체 특징도 다르며, 살아온 역사도 다르고, 유전자도 조금씩 다른데, 그 어느 것도 3분의 2라는 예측값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아주 비슷한 생리를 지닌 거의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기에 꽤 비슷하다.

 

이 폭넓은 유사성이 우리의 생리와 생활사의 거의 모든 측면까지 확장된다.

나는 '우리'가 서로 근사적인 규모증감 판본이라는 말을 할 때, 모든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포유동물, 그리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든 생명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쓸것이다. 

 

이 스케일링 법칙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은 그 법칙이 인간으로서만이 아니라 온갖 변이를 보이는 생물이나 생명의 표현 형태로서의 우리를 하나로 묶는 주되 본질적 특징들을 포착하는 이상적인 기준선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6) 그밖의 왜곡과 오해들 : LSD와 코끼리에서 타이레놀과 아기에 이르기까지의 약물 투여량

맥박이나 체온처럼 불변인 평균값과 얼마나 편차를 보이는지에 따라 질병이나 나쁜 건강상태를 진단한다. 

체온이 38.3도라거나 혈압이 275/154라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징후다.

 

무의식적으로 선형 확대 추정을 씀으로써 생기는 몹시 잘못된 결론들로 이어지는 잘못된 개념을 갖기가 얼마나 쉬운지 드러날 것이다.

 

코끼리에게 LSD를 얼마나 투여해야 할까?

체중 1킬로그램당 약 0.1밀리그램에 3,000킬로그램을 곱한 값이라고 추정했다. 즉 LSD 300밀리그램이었다.

주사한지 5분만에 코끼리는 쓰러지고 연구진은 코끼리가 LSD에 아주 민감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선형 사고라는 유혹적인 함정에 빠져든것이다.

 

표면적을 체중의 함수로 삼는 3분의 2 스케일링 규칙을 써서 계산해보면 적절한 LSD 용량은 몇 밀리그램에 더 가깝다.

유아용 타이레놀 병에 적힌 권고 용량을 읽고서 몹시 놀란 적이 있다. 체중에 따라 선형으로 늘리는 식으로 용량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7) BMI, 케틀레, 평균인, 사회물리학

사회물리학은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8) 혁신과 성장의 한계

크기와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무언가가 변하지 않는 한 이라는 중요한 어구를 추가해야겠다. 성장을 계속하고 붕괴를 피하려면 변화, 즉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변화 그리고 '개선'과 효율성 증가라는 형태를 취하곤 하는, 새롭거나 변화하는 환경이 제시하는 도전 과제들에 끊임없이 적응할 필요성이야말로 혁신의 주요 추진력이다.

 

적응 과정이 우리 주변 세계를 형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기까지는 다윈이 등장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적응 과정은 주로 생물학, 경제학, 사회과학의 영역에 속하게 되었다.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정해진 한계를 초월한 더 큰 구조를 만들거나 더 큰 생물을 진화시키려면, 계의 물질적 조성이나 구조 설계 중 어느 한쪽, 또는 양쪽을 모두 변화시키는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단순한 사례를 들자면, 첫째 유형의 혁신은 나무 대신에 강철 같은 더 강한 재료로 다리나 건물을 짓는 것이다. 둘째 유형의 혁신은 수평 들보나 수직 기둥만을 놓기보다는 아치나 돔을 쓰는 것이다. 사실 다리의 진화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충족시키려는 욕망, 아니 요구 사항을 인식하고 거기에 자극을 받아서 재료와 설계 양쪽에서 어떻게 혁신을 이루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건너겠다는 욕망

 

다른 전략도 나타났다. 아치의 물리적 원리를 이용하여 완전히 돌로 된 다리를 건설함으로써, 재료와 설계 양쪽에서 변화를 일으킨 훨씬 더 복잡한 혁신이었다.

 

혁신을 물리적 제약에 따른 한계에 불가피하게 직면하게 되는, 더욱더 성장하고 지평을 더 넓히고 점점 더 큰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욕망이나 필요성고 관련지어서 생각하는 이런 사고방식은 이 책에서 더욱 큰 생물학적, 사회경제학적 적응계라는 맥락에서 비슷한 유형의 혁신들을 살펴보는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9) 광궤열차, 그레이트이스턴호, 경이로운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

실패와 몰락은 과학, 공학, 금융, 정치 분야에서든 개인의 삶에서든 혁신, 새로운 착상, 발명을 자극할 엄청난 추진력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킹덤 브루넬은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공학자라고 여긴다. 특히 운송 분야의 전망과 혁신을 통해서 영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면서 부유한 국가로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브루넬의 사업계획에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공학적 문제들에 영감을 주는 혁신적인 해결책들이 담겨 있었다.

당시에는 증기력만으로 추진되는 배에 실을 수 있는 연료에 한계가 있어서 그렇게 장거리를 갈 수 없을 것이고, 아직은 기존의 화물 운송 방식이 경제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었다. 

브루넬은 반대로 생각했다. 그의 결론은 단순한 스케일링 논리를 토대로 나온 것이었다.

 

배가 더 클수록 작은 배에 비해 화물 1톤을 운송하는 데 드는 연료가 배의 크기에 반비례하여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함을 보여주는 또 한 가지 사례였고, 세계 무역과 상업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런 결론은 직관에 반했고 널리 믿어지지도 않았지만, 브루넬과 그레이트웨스턴증기선회사는 옳다고 확신했다.

크레이트웨스턴호가 성공을 거두고 더 큰 배가 작은 배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스케일링 논증이 옳았음이 입증되자, 브루넬은 더 큰 배를 건조하는 일에 착수한다.

 

선체가 쇠로 된 최초의 배였으며 프로펠러를 돌려서 대서양을 건넌 배로 현대 선박의 원형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어떻게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10) 월리엄 프루드와 모델링 이론의 기원

계가 실패하거나 설계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대개 온갖 이유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레이트이스턴호 사례에서는 규모가 토대가 되는 과학과 기초 원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설계를 한 것이 실패의 주된 이유다.

 

열에너지, 화학에너지, 운동에너지 등 서로 다른 에너지 형태의 특성과 효율적인 엔진의 기본 원리와 특성을 연구하여 이해함으로써 열역학이라는 기초 과학이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열역학 법칙 및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개념이 증기기관이라는 협소한 대상을 훨씬 초월하여, 배든 항공기든 도시든 경제든 사람의 몸이든 우주 자체든, 에너지가 교환되는 모든 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거의 모든 인공물 제조 분야와 마찬가지로 배 건조도 대체로 자연선택과 비슷한 과정을 모방함으로써 거의 유기적으로 진화했다.

 

새로운 성공한 원형이 출현하려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때로 중대한 재편을 거쳐야 했다.

 

이전 설계로부터 단순히 확대 추정하는 시행착오 과정은 변화가 미미하기만 하다면, 새로운 배를 설계하고 건조할 때 잘 먹혔다. 왜 무언가가 그런 식으로 잘 돌아가는지를 싶이 과학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전에 성공한 배들을 죽 만들어왔다는 것은 드러난 문제들이 대부분 사실상 이미 해결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패러다임은 훨씬 더 이전에 처참하게 실패한 스웨덴 전함 바사호를 만든 장인들을 평한 말에 간결하게 요약되어 있다. "당시 문제는 배 설계의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건조 도면 같은 것은 아예 없었고, '경험 법칙'에 따라 설계했다. 장인들에게 배의 크기가 어느 정도라고 말해주면, 그들은 갈고닦은 경험을 토대로 항해하기에 꽤 좋은 배를 만들어냈다.

 

브루넬과 동료들은 큰 규모로 배를 제대로 확대할 만한 과학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

배의 움직임을 다루는 과학이 출현한 것은 겨우 10년 전이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라고 하는 그 분야의 기본 방정식은 유체의 운동에 뉴턴 법칙을 적용함으로써 나온 것이며, 물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나 공기를 가르며 나아가는 항공기처럼 유체를 지나가는 물체의 동역학에도 적용된다.

 

이 방정식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주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항공기, 자동차, 수력 발전소, 인공 심장의 설계, 우리 순환계의 혈액 흐름 이해, 강과 상수도 체계의 수문학 등 수많은 분야에 쓰인다. 날씨, 해류, 오염물질 분포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토대가 되며, 따라서 기후 변화의 과학과 지구 온난화 예측의 핵심 요소가 된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본질적으로 모든 조건에서 유체의 운동을 기술한다. 하지만 유체의 운동이란 본질적으로 비선형성을 띠기 때문에 이 방정식을 정확히 풀기란 극도로 어렵다. 

대강 말하자면, 비선형성은 물이 스스로 상호작용하는 되먹임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사실 복장성 개념 및 그것과 비선형성의 관계에 관한 최초의 중요한 수학적 깨달음은 난류 연구에서 도출되었다. 복잡계는 계의 한 부분에 일어난 작은 변화나 교란이 어떤 다른 부분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강된 반응을 일으키는 혼동 행동을 보이곤 한다. 

 

전통적인 선형 사고방식에서는 작은 교란이 그에 상응하는 작은 반응을 일으킨다고 본다. 비선형계에서 나타나는 몹시 직관에 반하는 증강 현상은 '나비 효과'라는 말로 표현되어왔다.

 

프루드는 알아낸 사항을 선박 건조에 적용하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함을 인식했다. 그가 모델링이라는 새로운 방법론, 따라서 소규모 조사를 통해 얻은 정량적 결과를 어떻게 하면 실물 크기의 배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스케일링 이론 개념을 창안하였다.

 

그는 소규모 모델에서 실물 크기 대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방법을 파악할 정량적인 수학적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공헌을 했다.

프루드의 노력은 처음에는 당시의 전문가들로부터 가당치 않다고 치부되었다.

 

프루드가 간파한 핵심 내용은 기본 물리학이 동일하기 때문에, 프루드 수가 동일한 값을 지니기만 하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크기가 다른 물체들이라도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모형 배의 길이와 속도가 실물 배이 것과 동일한 프루드수를 갖도록 함으로서, 실제 크기의 배를 건조하기 전에 그 동역학적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

 

길이 3미터이 모형 배가 20노트(시속 37km)로 움직이는 길이 210미터의 그레이트이스턴호를 모사하려면 얼마나 빨리 움직여야 할까? 양쪽의 프루드 수를 같게 한다면(속도의 제곱을 길이로 나눈 값을 같게 한다면) 속도는 길이의 제곱근에 따라 규모가 증감해야 한다. 이제 길이의 제곱근의 비율은 루트10/3, 즉 루트70=8.4다. 따라서 길이 3미터의 모형 배가 그레이트이스턴호를 모사하려면, 약 20/8.4=2.5노트(시속 4.6km)로 움직여야 한다. 다시 말해, 겨우 2.5노트로 움직이는 길이 3미터 모형 배이 동역학은 20노트로 움직이는 길이 210미터의 그레이트이스턴호의 동역학을 모사한다.

 

11) 유사와 상사 : 무차원 규모 불변수

프루드가 도입한 스케일링 방법론은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과학과 공학의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도구 중 하나가 되었다.

스케일링 이론에서 주로 강조한 부분은 모든 물리계에서 무차원 특성을 지닌 특수한 양들이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프루드 수처럼, 측정에 쓰인 단위에 상관없이 동일한 값을 지니게 되는 변수들의 조합이다.

 

가장 유명한 무차원 수는 원주율 파이 값이다. 원이 얼마나 크든 작든,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모든 원의 파이 값은 동일하다. 따라서 파이는 '원다움'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특성이다.

 

이 보편성 개념이 바로 중력 가속도가 모형 배로부터 실제 배로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에 아무런 명시적인 역할을 하지 않음에도, 프루드 수의 정의에 포함된 이유다. 속도의 제곱과 길이의 비율은 무차원 수가 아니라서 사용한 단위에 의존하는 반면, 그 값을 중력으로 나누면 무차원 수가 되어 규모 불변이 된다.

 

프루드 수는 움직이는 물체의 개별적 특성을 넘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운동과 관련된 '보편적인' 특성을 구현한다. 

어떤 측정 가능한 양의 본질이 인간이 임의로 선택한 측정 단위에 따라 달리질 리가 없을뿐더러, 물리학 법칙도 달라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늘은 왜 파랄까?"

오로지 순수하게 무차원적인 양들의 관계를 토대로 한 탁월한 논증을 통해, 그는 작은 알갱이들에 부딪혀서 산란되는 빛 파동의 세기가 파장의 네제곱에 비례하여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모든 무지개 색깔의 조합인 햇빛이 대기에 떠다니는 미세한 알갱이들에 부딪혀 산란할 때, 파란색에 해당하는 가장 짧은 파장이 우세해진다.

 

그의 스케일링 논증은 더 짧은 파장으로의 편이가 일단 중요한 변수들이 무엇인지를 알면 어떤 식으로 분석을 하든 필연적으로 나오는 결과임을 보여주었다.

파동의 산란에 곤한 레일리의 수학적 분석은 '산란 이론'이라고 불리게 될 것의 토대가 되었다.

 

 

3 생명의 단순성, 통일성, 복잡성

가장 작은 세균에서 가장 큰 도시와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살아 있는 계는 엄청나게 넓은 범위에 걸친 공간, 시간, 에너지, 질량 규모에서 작동하는 전형적인 복잡 적응계다.

 

이 방대한 스펙트럼에 걸쳐, 생명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기본 구성 단위와 과정을 이용하여 놀라울 만치 다양한 형태, 기능, 역동적 행동을 창조한다. 

모든 생물은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원천에서 얻은 에너지를 대사를 통해 고도로 조직된 복잡한 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쓰이는 유기 분자로 전환함으로써 살아간다. 이 과정은 서로 다르지만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두 계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는 생물을 만들고 유지할 정보와 '명령문'을 저장하고 처리하는 유전암호이고, 다른 하나는 유지, 성장,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획득하고 변형하고 배분하는 물질대사 계다.

정보를 저장하는 유전암호와 에너지와 물질을 획득하고 변형하는 물질대사계로 두 가지의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

 

정보 처리 과정(유전체학)이 에너지와 자원의 처리 과정(대사체학)을 어떻게 통합하여 생명을 유지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아직도 크나큰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이 계들의 구조, 동역학, 통합의 토대를 이루는 보편적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생명을 이해하고 의약, 농업, 환경 같은 다양한 맥락에서 생물학적, 사회경제적 계들을 관리하는 토대가 된다.

 

유전학을 이해하기 위한 통일된 기본 틀이 개발되어왔다. 그에 상응하는 두 번째 기본 틀, 즉 세포 내의 생화학 반응을 토해 생성되는 에너지와 물질 전환 과정들의 규모를 확대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생물학적 활동을 추진하고, 생물에서 생태계에 이르는 각 수준에서의 핵심 과정에 시간표를 설정하는 과정들과 연관 짓는 대사의 통일 이론은 그보다 천천히 출현했다. 

 

근본적 단순성으로부터 생명의 복잡성의 출현을 관장하는 근본 원리를 찾는 일은 21세기 원대한 도전 과제 중 하나다.

적응 진화계의 핵심 특징인 단순성에서 복잡성의 출현을 더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새로운 복잡성 과학의 주춧돌 중 하나다. 

 

생명은 여러 우발적인 역사로부터 출현하는 여러 수준의 창발적 현상들을 드러내는, 탁월한 복잡계다.  그렇긴 해도 살아 있는 계의 일반적인 결이 거친 행동이, 본질적 특징을 포착하는 정량화할 수 있는 보편 법칙에 따를 것이라는 추측이 비합리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더 온건한 이 견해는 모든 조직화 수준에서 이상화한 평균적인 생물학적계를 구축할 수 있고, 그런 계의 일반적인 특성을 계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우리 자신의 수명은 계산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평균 수명과 최대 수명은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1) 쿼크와 끈에서 세포와 고래까지

생물학이 진정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물리학을 그토록 성공한 과학으로 만든 정량적이고 분석적이고 예측적인 문화 중 일부라도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생물학은 통계적이고 현상론적이고 정성적인 논증에 전통적으로 의존해왔는데, 거기에 수학화가 가능하거나 계산 가능한 기본 원리들을 토대로 이론적 틀을 더 통합해야 할 것이라 여겼다. 

 

정말 놀랍게도, 노화와 죽음에 관해 받아들여진 일반 이론이 아예 없다.

죽음은 생명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진화 과정의 한 가지 필수 구성 요소는 개체는 결국 죽는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후손이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퍼뜨리고, 새로운 형질과 새로운 변이가 자연선택을 통한 적응을 거쳐서 종의 다양성을 낳게 된다. 우리 모두는 새로운 개체가 발달하여 탐사하고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도록 죽어야 한다.

 

"죽음은 생명의 변화 촉진자입니다. 낡은 것을 없애서 새로운 것을 위해 길을 냅니다." 스티브잡스

 

그래서 쿼크, 글루온, 암흑물질, 끈 이론을 붙들고 씨름하는 틈틈이 나는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톰프슨의 고전 <성장과 형태에 관하여>

 

생물학이 예측적이고 정량적인 과학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수확화할 수 있는 '생명의 보편 법칙'이 과연 있을까?

 

현대 '복잡성 과학'의 신조를 그대로 표현한 듯하다. 이 말에는 의식이 창발적인 계 수준의 현상이며, 뇌에 있는 모든 '신경회로와 뉴런'의 단순한 총합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다.

톰프슨의 책에는 물리학의 개념과 기법을 생물학의 온갖 문제에 적용하도록 지지하고 부추기는 철학이 담겨 있었다. 

 

동물이든 자동차든 기업이든 문명이든, 무언가가 어떻게 늙고 죽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것을 살아 있게 하는 과정과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그런 다음에 그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낡아가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연히 유지 관리와 더 나아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고찰하고, 손상, 붕괴, 마모 등을 일으키는 파괴적인 힘에서 빚어지는 엔트로피 생성과 맞서기 위해 수리와 유지에 그것들을 어떤 식으로 할당할지를 생각하는 쪽으로 이어진다. 이런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나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대사 활동이 왜 영원히 계속 될 수 없는지를 묻기에 앞서, 그 대사의 중추적인 역할에 먼저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2) 대사율과 자연선택

대사는 생명의 불꽃이며... 음식은 생명의 연료다.

대사 에너지는 혈액 순환, 근육 수축, 신경 전도 같은 개별 과정과 유지, 성장, 번식에 필요한 동력을 생물에 공급한다. 

 

대사율은 세포 내의 생화학 반응에서 성숙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에서 낙엽이 분해되는 속도에 이르기까지, 생물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 관한 삶의 속도를 정하는 생물학의 근본 속도다.

 

다른 모든 생물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환경에 있는 모든 것들과 상호작용하고 서로 적응하면서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진화했다. 우리는 상호작용, 갈등, 적응의 결코 끝나지 않을 다차원적 활동 속에서 함께 진화해왔다. 따라서 각 생물, 그 각각의 기관과 하위 체계, 세포와 유전체는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 내 생태적 지위 속에서 나름의 독특한 역사를 따라 진화했다. 

 

오랜 진화의 특징이 오로지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것일까?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적어도 일시적으로라도 동결된, 우리의 기나긴 역사에 나타난 수백만 가지의 작은 사건과 요동의 산물일까? 아니면 여기에 어떤 질서가, 다른 메커니즘들이 작동함을 반영하는 어떤 숨은 패턴이 있을까? 사실, 그런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스케일링으로 돌아가자.

 

3) 복잡성의 토대인 단순성 : 클라이버 법칙, 자기 유사성, 규모의 경제

생명의 놀라운 복잡성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아마도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물리화학적 과정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사율이 모든 생물에 걸쳐 유달리 체계적인 규칙성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클라이버 법칙

클라이버는 체중이 약 150그램인 작은 비둘기에서 거의 1,000킬로그램에 달하는 황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의 대사율을 조사했다.

놀라우면서도 중요한 점은, 동일한 스케일링이 어류, 조류, 곤충, 갑각류, 식물을 포함하는 모든 다세포 분류군 전체에 걸쳐, 심지어 세균을 비롯한 단세포 생물에게까지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살펴보는 구조와 동역학이 자기 유사성을 띤다는 개념과 관련된 것들이다. 자기 유사성은 단순한 거듭제곱 법칙을 통해 수학적으로 표현된다.

체중이 100배 증가할 때마다 대사율이 동일하게 32배씩 높아지는 양상은 거듭제곱 법칙의 일반적인 자기 유사성의 한 사례다. 이 놀라울 만치 체계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을 규모 불변 또는 자기 유사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거듭제곱 법칙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이는 다음 장에서 상세히 논의할 프랙털 개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프랙털성, 규모 불변, 자기 유사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은하와 구름에서 우리의 세포, 뇌, 인터넷, 기업, 도시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영역에 흔히 나타난다.

 

방금 우리는 생쥐보다 100배 무거운 고양이가 설명 약 100배 더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겨우 약 32배 더 많은 에너지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체계적인 규모의 경제가 출생과 성장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에 걸쳐 울려 퍼지는 심오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4) 보편성과 생명을 통제하는 마법의 수 4

체계적인 스케일링 법칙이 세포에서 고래,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전 범위에 걸쳐서 거의 모든 생리적 형질이나 생활사적 사건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사율뿐 아니라, 성장률, 유전체 길이, 나무 높이, 대뇌 회색질의 양, 진화 속도, 수명 등도 포함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지수에서 등장하는 4분의 1제곱이 라는 형태의 숫자 4다. 이 숫자는 생명의 다양성 전체에 걸쳐 널리 나타나며, 진화된 설계에 상관없이 생물의 측정 가능한 특징들 중 상당수를 결정하는 데 특별하고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듯하다.

 

커다란 포유동물은 작은 포유동물보다 더 오래 살고, 성숙하는데 더 오래 걸리고, 심장 박동이 더 느리고, 세포가 덜 열심히 일하는데, 그런 변화는 모두 동일한 예측 가능한 양상을 띤다.

 

어떤 포유동물이든 크기를 알려주면, 나는 스케일링 법칙을 써서 그 동물의 측정 가능한 특징들의 평균값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다. 매일 먹이를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심장 박동 수는 얼마인지, 성숙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대동맥의 길이와 지름은 얼마인지, 수명은 얼마나 될지, 새끼는 몇 마리를 낳을지 등등. 생명의 엄청난 복잡성과 다양성을 생각하면, 놀랍기 그지없는 사실이다.

 

명백히 정량적이고,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물리학자들이 좋아하는 '보편성'이라는 정신을 드러내는 생물학 분야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대부분의 생물학자가 그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이 보였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런 법칙들을 알고 있음에도 그랬다.

 

1980년대에 주류 생물학자들은 생면의 모든 형태와 크기에 걸친 자료들을 모아 분석한 끝에, 4분의 1제곱 스케일링이 생물학에 만연한 특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왜 그와 같은 체계적인 법칙이 있는가 하는 일반적인 설명은 전혀 없었다. 

 

물리학자인 내가 보기에는 이런 '보편적인' 4분의 1제곱 스케일링 법칙이 생명의 동역학, 구조, 조직에 관한 근본적인 무언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듯했다. 그런 법칙들의 존재 자체는 개별 종을 초월하는 근본적인 역동적 과정들이 진화를 제약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리하여 생물학의 근본적인 창발적 법칙들로 나아갈 수 있는 창문이 하나 열렸고, 살아 있는 계들의 일반적으로 결이 거친 행동들이 그 핵심 특징을 포착하는 정량화 가능한 법칙들에 따른다는 추측이 따라나왔다.

 

심지어 수명조차도 4분의 1제곱에 따라 상대성장적 규모 증가를 하는듯이 보인다.

 

5) 에너지, 창발 법칙, 생명의 계층 구조

에너지 없이는 생명의 그 어떤 측면도 기능할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생화학적 수준에서 대사 에너지는 세포에 든 호흡 복합체라는 준자율적인 분자 단위들을 통해 생성된다. 대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분자는 아데노신삼인산(ATP)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 대사의 생화학은 세부적으로 보면 극도로 복잡하지만, 본질적으로 ATP의 분해를 수반한다. 

 

ATP는 세포 내 환경에서 비교적 불안정하다. ATP(인산이 세 개 들어있다)는 ADP, 즉 아데노신이인산(인산이 두 개 들어있다)으로 바뀌면서 인산을 묶어두고 있을 때 저장하고 있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인산 결합이 끊어질 때 나오는 에너지가 바로 대사 에너지의 원천이며, 따라서 우리를 살아 있게 해주는 근원이다. 

 

그 반대 과정은 ADP를 다시 ATP로 바꾼다. 우리 같은 포유동물은 산화성 호흡을 거쳐 음식에서 얻은 에너지로 그 일을 하고,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서 한다. ATP가 ADP로 되면서 에너지가 방출되고 ADP가 다시 ATP로 바뀌면서 에너지가 저장되는 이 주기는 전지가 방전되고 충전되는 것과 매우 흡사한 연속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이 과정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ATP가 거의 모든 생명에 통용되는 대사 에너지의 화폐라고 불리곤 하는 것도 놀랍지 않다.

 

매일 우리는 자기 몸무게만큼의 ATP를 만들고 재순환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모든 ATP 분자는 우리가 살고 몸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약 90와트의 에너지를 생성함으로써 우리의 총 대사 수요를 충족한다.

 

이 미세한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기인 호흡 복합체는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주름진 막에 들어 있다.

평균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 하나에는 최대 100만 개의 이 작은 발전기들이 미토콘드리아에 흩어져 밤낮으로 일을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건강하고 튼튼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수의 ATP를 만들어낸다. ATP의 총량이 생산되는 속도가 대사율의 척도다.

 

기능은 아주 다양하지만, 세포들은 모두 동일한 기본 특징을 지닌다. 모두 호흡 복합체들의 계층 구조와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처리한다. 여기서 엄청난 도전 과제가 하나 제기된다. 우리 미토콘드리아에 든 500여 개의 호흡 복합체는 각자 독립된 실체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통합도고 일관된 방식으로 집단 행동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각 세포에 든 500여 개의 미토콘드리아도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 복합체처럼 상호작용하면서 통합되고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을 해야 한다. 

 

100조 개의 세포는 여러 기관 다수의 하위 체계로 조직되어야 하며, 이 상호 연결된 다수준의 역동적 구조 전체는 길게는 100년 동안 충분히 튼튼하고 회복력을 지닌 채 계속 기능을 해야 한다!

 

생물이 세포, 미토콘드리아, 호흡 복합체 수준에서 작동하는 창발적 법칙들의 통합을 통해 제약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사회적 상호작용의 토대를 이루는 창발적 동역학으로부터 출현했고, 그것의 제약을 받는다. 그런 법칙들은 여러 수준의 구조가 통합되어 작동하는 진화 과정들의 산물이다.

 

생명은 10억 년 넘게 너무나 튼튼하게, 복원력을 갖고서 지속 가능하게 존속해왔다는 사실은, 이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법칙들이 틀림없이 모든 규모에서 출현해왔음을 시사한다. 모든 생명을 초월하는 이 창발적 법칙들을 찾아내고 규명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크나큰 도전 과제다. 

 

상대성장 스케일링 법칙의 체계적인 규칙성과 보편성은 이런 창발적 법칙들과 근본 원리들을 들여다보는 창을 제공한다.

 

 

6) 연결망과 4분의 1제곱 상대성장 스케일링의 기원

작동하는 것이 무엇이든 어떤 특정한 유형의 생물이 진화하면서 얻은 개별적인 설계와는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자연선택은 거시적인 저장소들과 미시적인 자리들 사이에 에너지와 물질 배분하는, 계층적 가지를 뻗고 또 뻗는 연결망을 진화시킴으로써 아마도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이 도전 과제를 해결해왔다.

 

7) 물리학이 생물학과 만나다 : 이론, 모형, 설명의 본질

4분의 1제곱 스케일링의 기원을 설명할 망 기반 이론을 구축하려 애쓰고 있을 때, 놀라운 동시성이 하나 나타났다. 생태학자인 그들도 이 문제를 생각해왔으며, 마찬가지로 망 수송이 핵심 요소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거시생태학은 대규모, 하향식 체계적 접근법을 통해 생태계를 이해하려는 관점을 취하며, 결이 거친 서술 방식으로 계를 이해한다는 목표를 비롯하여, 복잡성 과학에 담긴 철학과 공통점이 많다. 

 

양자역학은 물질을 이해하는 이론적 기본 틀이다.

실험과 관찰 자료를 통해 계속해서 검증되고 도전받을 필요가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서 이론은 수정되거나 확장된다. 이 과정은 과학적 방법의 본질적인 요소다.

 

이론과 모형을 구축할 때 해결해야 할 한 가지 주된 도전 과제는 각 계의 조직화 수준에서의 핵심 동역학을 포착할 중요한 양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장난감 모형' 전략은 본질적인 구성 요소들을 추출하여 복잡한 계를 단순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면 계는 소수의 주된 변수들을 통해 표현되고, 주된 행동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8) 연결망 원리와 상대성장 스케일링의 기원

포유동물의 순환계에서처럼 관으로 이루어져 있든, 나무를 비롯한 식물에서처럼 섬유로 이루어져 있든, 세포에서처럼 확산 경로로 구성되어 있든 그것들을 초월하는 공통적인 망 특성 집합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서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개념과 방식을 개발하려고 애쓸때 종종 알아차리게 되듯이, 일단 발견이 이루어지거나 돌파구가 만들어지고 나면 최종 결과물은 너무나 명백해 보인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유레카의 순간은 모두 창의적인 과정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어떤 자연스러운 잉태 기간이 있는 듯하며, 그것은 창의적 과정의 변하지 않는 본질적 특징이다.

 

세 가지 일반적인 망 특징을 제시 그것을 수학의 언어로 번역하면 4분의 1제곱 스케일링 법칙이 나온다. 

 

(1) 공간채움

공간 채움 개념의 배후에 놓인 착상은 단순하면서 직관적이다. 망이 자신이 봉사하고 있는 계의 전체로 촉수를 뻗어야 한다는 것이다. 망의 기하학과 위성학이 어떻든 간에, 망은 그 생물이나 하위 체계의 생물학적 활동을 하는 모든 국소적인 기본 단위들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 채움은 단순히 이 망의 말단 단위, 즉 마지막 가지인 모세혈관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기반시설망 중 상당수도 공간 채움이다. 예를 들어, 가스, 수도, 전기 같은 공익 시설 망의 말단 단위나 종말점은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모든 건물에 자원을 공급해야 한다 집을 거리의 상수도관과 연결하는 관과 간선과 연결하는 전깃줄은 모세혈관에 해당하며, 집은 세포에 해당한다.

 

(2) 말단 단위의 불변성

순환계의 모세혈관 같은 해당 망설계의 말단 단위가 생물의 크기에 상관없이 거의 같은 크기아 특징을 지닌다는 뜻이다. 말단 단위는 에너지와 자원이 교환되는 운반과 전달의 지점이믈 망의 핵심 요소다.

 

말단 단위는 재발명되는 것이 아니며, 모습이 상당히 바뀌거나 크기가 달라지는 일도 없다. 사람의 아이든 성인이든 생쥐든 코끼리든 고래든, 모세혈관은 모두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이는 자연선택의 경제성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규모가 재편되는 망의 '기성품' 기본 구성 단위 역할을 한다.

 

전기 콘센트와 수도꼭지처럼 도시의 건물들에 전기나 물을 공급하고 유지하는 망들의 말단 단우도 거의 불변이다 예를 들어, 집의 전기 콘센트는 세계 모든 곳에서 거의 모든 건물에 있는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건물이 얼마나 크든 작든 간에 말이다.

 

건물이 평범한 집보다 50배 이상 크다고 할지라도, 전기 콘센트와 수도꼭지는 모두 집에 있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생물에서처럼, 수도꼭지와 전기 콘센트 같은 기본 말단 단위는 새 건물이 어디에서 얼마나 크게 지어지든 간에, 설계할 때마다 재발명되는 것이 아니다.

 

(3) 최적화

마지막 특성은 지속적인 다수의 되먹임 및 미세 조정 메커니즘이 자연선택의 진행 과정에 내재해 있고, 그것들이 엄청난 기간에 걸쳐 펼쳐지면서 망 수행 성능의 '최적화'를 낳았다고 말한다. 

 

망은 짝짓기, 번식, 육아에 쓰일 에너지의 양을 최대화하기 위해, 평균적인 개체의 생명을 유지하고 삶의 세속적인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도록 진화해왔다.

 

여기서 혹시 도시와 기업의 동역학과 구조도, 유사한 최적화 원리들의 결과가 아닐까? 실제로 그렇다면 무엇이 그 여러 망 체계들을 최적화하는 것일까? 이런 문제들은 8,9,10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최적화 원리는 자연의 모든 근본 법칙의 핵심에 놓여 있다. 이 원리는 지금은 일반적인 수학 틀 형태로 제시되고 있는데, 작용이라는 양을 최소화한다는 개념이다. 작용은 에너지와 느슨하게 관련이 있다. 모든 물리학 법칙은 최소 작용 원리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 이 원리는 계가 지닐 수 있거나 조만간 진화하면서 따를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구성들 중에서, 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구현된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물리학 법칙이 단순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 주된 이유는 그 법칙들이 뉴턴 법칙, 맥스웰 방정식,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같은 단 몇 개의 압축된 수학 방정식으로 경제적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고 이 모든 방정식들은 최소 작용 원리로부터 우아하게 유도되고 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발견들은 우리 주변 세계의 이해와 현대 기술 사회의 놀라운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 생물이든 도시든 기업이든 간에 복잡 적응계의 결이 거친 동역학과 구조도 그런 원리를 통해 비슷하게 정립하고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변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변이는 상대적인 규모 의존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한마디로 모세혈관 사이의 변이는 몸집 변이의 크기 자릿수 범위에 비해 극도로 작다는 것이다. 

 

이 특성들은 생물학적 망의 구조, 조직화, 동역학의 0차 근삿값, 즉 결이 거친 이론의 토대이며, 그 덕에 주어진 크기의 평균적이고 이상적인 생물이라고 내가 말하는 것의 핵심 특징 중 상당수를 계산할 수 있다. 이 전략을 수행하여 대사율, 성장률, 나무의 키,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수 같은 양을 계산하려면, 이 특성들을 수학적인 형태로 번역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수학 이론의 결과, 파급 효과, 예측을 파악하고, 자료와 관찰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된다.

 

이 이론은 전혀 다른 물리적 설계를 따르고 있음에도 양쪽 망이 동일한 세 특성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개념을 토대로 삼는다. 즉, 둘 다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불변 말단 단위를 지니며, 계를 통해 유체를 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한다.

 

우리는 대사율의 클라이버 법칙과 일반적인 4분의 1제곱 스케일링 법칙이 최적화한 공간 채움 분지 망의 동역학과 기하학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우리 몸이 작동하는 몇 가지 놀라운 방식과 우리가 모든 생물뿐 아니라 주변의 자연계 전체와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9) 포유류, 식물, 나무의 대사율과 순환계

산소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대사 에너지의 기본 화폐인 ATP 분자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들이마신 산소는 우리 허파의 표면 막을 통과해 들어오며, 허파에는 모세혈관이 가득하다. 모세혈관에서 산소는 피에 흡수되어 심혈관계를 통해 세포로 전달된다. 산소 분자는 적혈구에 든 철분이 풍부한 헤모글로빈에 결합한다. 적혈구는 산소의 운반자 역할을 한다. 철이 공기 중에서 산화하여 녹이 슬면 붉게 변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적혈구 내에서도 산화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피는 붉은색을 띤다. 

 

피는 세포로 산소를 전달하고 나면, 붉은색을 잃고서 푸르스름하게 변한다. 심장과 허파로 피를 돌려보내는 혈관인 정맥이 푸른색을 띠는 이유이다.

 

따라서 산소가 세포로 전달되는 속도와 피가 순환계를 따라 도는 속도는 우리 대사율의 척도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입으로 산소를 들이마셔서 호흡계로 들여보내는 속도도 대사율의 한 척도다. 이 두 체계는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어서 혈류 속도, 호흡률, 대사율은 서로 단순한 선형 관계로 이어져 있고, 그 관계에 비례하여 증감한다.

 

산소 운반 체계들의 이 긴밀한 결합 때문에 심혈관 망과 호흡 망의 특성들이 대사율을 결정하고 제약하는 데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왕고래의 대동맥은 지름이 30센티미터에 달하지만, 모세혈관의 지름은 당신이나 나의 것과 거의 같다. 이는 이런 망들의 말단 단위가 불변임을 말해주는 명백한 사례다.

심장이 쓰는 에너지는 거의 다 망의 끝에 있는 가장 작은 혈관으로 피를 밀어 넣는 데 쓰인다.

 

우리 이론의 기본 가정들 중 하나는 망 구성이 심장 박출량, 즉 혈관계로 피를 뿜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심장은 자신을 향한 펌프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반사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을 피하고, 우리 심장이 해야 할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순환계의 기하학은 망 전체에 퍼져 있는 그 어떤 분지점에서도 반사가 결코 일어나지 않게끔 진화해왔다.

 

분지점에서 갈라지는 딸혈관들의 단면적의 합이 분지점으로 들어오는 모혈관의 단면적과 동일하다면, 그런 반사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이 결과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모혈관의 지름 제곱이 각 딸혈관의 지름 제곱의 단 2배여야 한다는 말이 된다.

반사로 생기는 에너지 손실이 전혀 없도록 하려면, 혈관들의 지름이 순차적으로 일정하게 자기 유사적인 방식으로 줄어들어야 한다. 분지가 일어날 때마다 2의 제곱근이라는 상수 인자에 맞추어서 줄어들어야 한다.

 

이 이른바 면적보존분지는 실제로 우리 순환계가 구성되는 방식이며, 많은 식물과 나무에서도 그렇다.

나무줄기의 단면적이 그 망의 끝에 있는 모든 작은 가지들의 단면적 총합과 같다는 것이다.

 

공간 채움과 최적화라는 일반 망 원리들에, 가지들이 부러지지 않고 휘어짐으로써 바람의 교란에 맞서 복원력을 갖도록 하는 데 필요한 생물역학적 제약들을 추가한 훨씬 더 현실적인 나무 분지 모형으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

비록 물리적 설계는 전혀 다를지라도, 종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개체 내에서도 4분의 3제곱 대사율을 포함한 거의 모든 측면에서 식물도 포유류와 똑같음을 보여준다.

 

10) 니콜라 테슬라, 임피던스정합, 교류와 직류

우리 순환계의 최적 설계가 식물이 따르는 것과 동일한 단순한 면적보존분지 법칙을 따른다. 그것이 고동치는 망의 분지점에서 파동의 비반사 조건까지 충족시킨다는 점은 국가 전력망을 설계할 때 먼 거리까지 전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이 비반사성 조건을 임피던스정합이라고 한다.

 

전화망 체계는 장거리 통신선에서 생기는 메아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피던스정합을 이용한다. 

또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 젤이 없으면 초음파를 검출할 때 임피던스가 맞지 않아서, 거의 모든 초음파 에너지가 피부에 부딪혀서 반사될 것이다. 

 

임피던스정합이라는 용어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한 측면들을 가리키는 아주 유용한 비유가 될 수 있다. 

사회 관계망이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집단과 개인 사이에 정보가 충실히 전달되는 좋은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통이 잘안되어 오해가 빚어지는 과정은 임피던스가 맞지 않을 때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 순환계가 하듯이, 전력망의 각 분지점에서 임피던스를 맞추고 고동치는 특성을 활용하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11) 다시 대사율, 고동치는 심장, 순환계로

동맥에서 맥박이 느껴지는 반면, 더 작은 혈관에서는 거의 맥박이 잡히지 않는다. 이는 피가 혈관망을 따라 흘러가면서 혈액의 특성이 교류에서 직류로 바뀌는 셈이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이 이론이 망의 두 극단, 즉 모세혈관과 대동맥에서의 속도가 모든 포유동물에서 동일하다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관찰되었다.

 

땃쥐와 고래의 혈압은 거의 같다.

 

 

12) 자기 유사성과 마법의 수 4의 기원

순환계 같은 대다수의 생물학적 망은 프랙털이라는 흥미로운 기하학적 성질을 드러낸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프랙털은 모든 규모에서, 즉 모든 확대 수준에서 거의 동일해 보이는 대상을 말한다.

 

반복되는 양상이 끝나고 새로운 구조 설계 패턴이 출현할 것이다.

이 반복되는 현상을 자기 유사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논의한 계층 구조 망이 바로 그렇다. 

 

혈관의 지름이 상수 인자(루트2=1.41...)에 맞추어 줄어든다. 

우리 순환계는 사실상 연속적인 자기 유사성을 띠지 않으며, 따라서 정확한 프랙털도 아니다. 점성 항력이 주도하는 고동치지 않고 흐르는 영역에서는, 흩어지는 힘의 양을 최소화하려는 과정에서 혈관의 지름이 고동치는 영역에서의 제곱근이 아니라, 세제곱근이라는 상수 인자에 따라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순환계의 프랙털 특성은 대동맥에서 모세혈관으로 갈수록, 고동치는 형태에서 고동치지 않는 형태로 흐름의 특성이 변함에 따라 미묘하게 변한다. 반면에 나무는 줄기에서 잎에 이르기까지, 지름이 계속 루트2라는 면적 보존 양상으로 차례로 줄어듦으로써 거의 동일한 자기 유사성을 유지한다.

 

개체 내에서 이 단순한 규칙들에 따라서 망의 규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했으니, 이 규칙들을 유도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을 알아보자. 체중이 각기 다른 종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일은 에너지 최소화 원리의 추가 결과를 통해 이루어진다. 즉, 망의 총 부피-몸에 있는 혈액의 총 부피-는 몸 자체의 부피에 곧장 비례해야 하며, 따라서 생물의 체중에 비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몸집에 상관없이, 혈액의 부피는 몸의 부피에 일정하게 비례한다. 

여기서 망의 부피가 곧 모든 혈관들이나 가지들의 부피의 총합이며, 이 총합은 길이와 지름의 규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면 내부망의 자기유사성을 몸집과 연결함으로써 직접 계산할 수 있다. 생물들의 4분의1제곱 상대성장 지수는 혈관 부피의 선형 스케일링과 말단 단위들의 불변에 속박된, 길이의 세제곱근 스케일링 법칙과 지름의 제곱근 스케일링 법칙 사이의 수학적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자연선택이 에너지 분배를 최적화하기 위해 프랙털 망이라는 수학적 경이를 활용함으로써, 마치 생물이 표준적인 삼차원이 아니라 사차원에서 활동하는 듯한 양상을 띤다는 말만 덧붙이고 넘어가기로 하자.

 

 

13) 프랙털 : 경계 늘이기의 수수께끼 같은 사례

수학자들은 고대 이래로 토대가 되어 왔던 고전적 유클리드 기하학의 전통적인 경계 너머에 다른 기하학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유클리드 개념 틀은 모든 선과 표면이 매끄럽고 연속적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현대 프렉털 개념에 내재된 불연속성과 주름이라는 개념을 환기시키는 새로운 착상들이 이따금 제기되기도 했지만, 흥미로운 사례일 뿐, 일반적으로 현실 세계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오히려 정반대로 주름, 불연속성, 거칢, 자기 유사성-프랙털성-이 사실상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계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거듭제곱 법칙 스케일링은 자기 유사성과 프렉털성의 수학적 표현이다. 돔물들은 내부 망 구조의 기하학과 동역학 측면에서 볼 때 개체 내에서뿐 아니라 종 사이에서도 거듭제곱 법칙 스케일링을 따르므로, 동물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자기 유사적 프랙털의 살아 있는 표현 형태들이다.

 

리처드슨은 전쟁과 국제 갈등의 기원을 이해할 정량적인 이론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착수했다. 그의 목표는 전쟁의 과학을 개발하겠다는 것.

 

그의 주된 논지는 갈등의 동역학이 주로 국가들이 무장을 하는 속도에 좌우되고, 꾸준히 쌓이는 무기가 전쟁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무기의 축적을 역사, 정치, 경제, 문화를 반영하지만 그것들을 초월하며, 동역학적으로 볼 때 불가피하게 갈등과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집단 사회심리적 힘들의 대용물로 보았다.

 

군비 경쟁의 동역학이 어떻게 점증하면서 파국적인 충돌을 빚어내는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다.

 

전쟁의 기원을 정량적으로 이해할 대안 틀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그 이론에는 어떤 변수들이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는 장점도 있었다. 특히 평화로운 상황을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시나리오도 제시할 수 있었다.

 

그는 자료들을 정량화하기 위해 한가지 일반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그것을 치명적인 싸움이라고 했다. 싸움으로 생기는 사망자 수의 규모를 정량화 했다.

이 범위를 하나의 축에 표시하려고 하면, 앞서 우리가 지진이나 모든 포유동물의 대사율을 단순한 선형 규모로 나타내려 할 때 직면했던 것과 같은 도전 과제에 직면한다. 그렇게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치명적인 싸움의 스펙트럼 전체를 보려면 로그 단위를 써야 한다.

 

전쟁의 빈도 분포는 분쟁이 근사적으로 자기 유사성을 띠고 있음을 시사하는 단순한 거듭제곱 스케일링을 따른다. 이 놀라운 결과는 결이 거친 의미에서, 코끼리가 생쥐의 근사적인 규모 확대판인 것과 비슷하게, 큰 전쟁이 작은 분쟁의 규모 확대판에 불과하다는 놀라운 결론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전쟁과 분쟁의 놀라운 복잡성 밑에는 모든 규모에 걸쳐 작동하는 공통의 동역학이 있는듯 하다. 최근의 전쟁, 테러 공격, 심지어 사이버 공격 사례들에까지 이 이론이 들어 맞는다고 확인한 연구 결과가 있다.

 

아직까지 이런 규칙성을 이해할 일반 이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규칙성들이 국가 경제, 사회적 행동, 경쟁하는 세력들의 프랙털형 망의 특징들을 반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긴 하지만 말이다.

 

그는 이웃 국가들 간 전쟁 확률이 마주한 국경의 길이에 비례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국경의 길이를 측정하는지 알아내는 일에 착수 하다가 뜻하지 않게 프랙털을 발견했다.

 

국경의 길이 측정값이 수백 킬로미터 차이가 났다. 정말로 기이했다.

예상 정확도가 더 높아질수록, 국경선 길이가 어떤 특정한 값에 수렴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커진다는 사실이었다!

 

다양한 국경과 해안선의 길이와 측정에 쓴 해상도를 각각 로그 눈금으로 표시하자, 바로 그 거듭제곱 법칙 스케일링을 시사하는 직선이 나타났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곳이 많은 국경선과 해안선 같은 선들에서는 해상도를 높일수록 길이 측정값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증가가 단순한 거듭제곱 법칙을 따르므로, 이런 경계선들은 사실 자기 유사성을 띤 프랙털이다.

 

자연계의 어마어마한 복잡성 밑에 놀라운 단순성, 규칙성, 통일성이 있음을 본다.

망델브로는 <사이언스>에 <영국의 해안은 얼마나 길까? 통계적 자기 유사성과 프랙털 차원>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기울기가 급할수록, 해안선은 더 주름지다. 이 기울기는 길이와 해상도를 연관짓는 거듭제곱 법칙의 지수를 가리키며, 생물의 대사율과 질량을 관련지은 4분의 3이라는 지수에 대응한다.

 

자연세계에는 매끄러운 것이 거의 없다. 대부분이 주름지고 불규칙하고 삐죽빼죽하며, 거기에다가 자기 유사성을 띠는 사례가 아주 많다. 그 결과, 대부분의 물체는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길이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으며, 측정값을 언급할 때는 해상도도 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알아 차리는데 2,000년 넘게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자연 세계와 맺었던 긴밀한 관계가 서서히 분리되고, 우리 생물학을 결정해온 자연의 힘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짐에 따라 나타난 이중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일단 언어를 발명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는 법을 배우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인공물을 만들기 시작하자, 우리는 사실상 일상 세계와 그 주변 세계의 기하학을 바꾸었다. 안간의 손으로 인공물을 설계하고 만들 때, 우리는 직선, 매끄러운 곡선, 매끄러운 표면의 단순성을 채택하고 열망한다. 인공물에 적합한 것은 수학이었다.

 

그래서 우리, 적어도 과학자와 공학자는 우리가 본래 출현한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뒤엉킨듯한 세계를 못 보게 되었다.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주로 화가와 작가의 상상에 맡겼다.

 

하지만 바로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자연' 세계는 그렇지 않다. 자연 세계는 대단히 복잡하고, 주름, 물결, 삐죽빼죽한 모양으로 가득하다. 

 

리처드슨은 수학자들이 만지작거렸던 '현실'과 아무런 곤련이 없어 보인 기이한 기하학이 사실상 모든 면에서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아본 것이었다. 

 

이런 착상들이 측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심지어 측정 횟수와 빈도에까지 적용되도록 일반화할 수 있을을 그가 깨달았다는 것이다. 우리 뇌, 구긴 종이 뭉치, 조명, 하천 망, 심전도와 주식시장 같은 시계열도 그런 사례들이다. 예를 들어, 1시간 동안 거래가 이루어진 금융 시장의 변동 패턴은 평균적으로 하루, 한 달, 1년, 10년에 걸쳐 일어나는 변동 패턴과 동일하다. 그저 서로의 비선형 규모 증감판이다.

 

주식시장의 행동은 모든 시간 규모에 걸쳐서 지수나 그와 동등한 프랙털 차원을 통해 정량화할 수 있는, 거듭제곱 법칙을 따라서 반복되는 자기 유사적 프랙털 패턴이다.

 

이 지식을 갖추면 곧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록 이 지식이 주식시장에 숨겨진 규칙성을 간파할 새로운 깨달음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불행히도 그 예측력은 평균적인 결이 거친 의미에만 해당하며, 개별 주식의 행동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주지 않는다.

 

여기에 자극을 받아서 경제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제간 금융 분야가 출현했고, 투자 회사들은 새로운 투자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물리학자, 수학자, 컴퓨터과학자를 고용했다.

 

심전도에서 관찰된 자기 유사성은 우리 심장의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척도다. 흔히들 심장이 더 건강할수록 심전도가 더 매끄럽고 규칙적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즉 건강한 심장이 더 건강하지 못한 심장에 비해 프랙털 차원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반대다. 건강한 심장은 프랙털 차원이 상대적으로 더 커서, 심전도에 뾰족하고 삐죽빼죽한 형태가 더 많은 반면, 병에 걸린 심장은 비교적 매끄럽다.

따라서 심전도의 프랙털 차원은 심장병과 건강을 정량화하는 강력한 보완적 진단 도구가 된다.

 

건강하고 튼튼하다는 것이 분산과 변동이 더 크다는 것.

지나치게 경직되고 속박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계든 불가피하게 겪기 마련인 작은 충격과 요동을 견디는 데 필요한 조정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당신의 심장이 매일 받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생각해보라. 그중에는 예기치 않았던 것들도 많다. 장기 생존에는 그런 것들을 견디고 자연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연속적인 변화와 충격을 견뎌내려면, 우리의 뇌를 비롯한 모든 기관과 정신은 유연하고 탄력적이어야, 따라서 상당한 프랙털 차원을 가져야 한다.

내버려둔 아이들이 커서 잘 성장 하는 이유로 볼 수도 있겠네

 

이 말은 적어도 비유적으로 개인을 넘어서 기업, 도시, 국가, 심지어 생명 자체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다양하면서 교체 가능하고 적응 가능한 많은 구성 요소들을 지닌다는 것도 이 패러다임의 한 표현 형태다. 자연선택은 다양성을 토대로 번성하며, 따라서 더욱더 다양성을 낳는다. 탄력적인 생태계는 종 다양성이 더 높다. 성공한 도시가 제공하는 일자리와 사업의 범위가 더 넓고, 성공한 기업이 다양한 제품과 인력으로 시장 변화에 반응하여 변화하고 적응하고 재창조할 유연성을 지닌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람또한 마찬 가지이다. 긴 삶을 살아 가면서 충격을 받을 수 없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 할 때 그 충격을 이겨낼 수 있다. 어릴 때 부모의 과잉 보호를 받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작은 충격에도 그것을 버텨내지 못하는 문제가 이런 요인인 것이다.

 

망델브로는 프랙털 수학에 토대를 둔 비교적 단순한 알고리듬 규칙이 놀라울 만치 복잡한 패턴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프랙털은 음악, 미술, 건축에서도 나타났다. 악보의 프랙털 차원을 이용하면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등 서로 다른 작곡가들의 특징과 특색을 정량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으며, 그림의 프랙털 차원은 진품과 위조품을 구별하는 데도 사용된다.

 

프랙털 차원은 그런 계들을 특징짓는 여러 척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하나의 척도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예를 들어,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는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로 맹신된다. 체온이 대개 우리의 전반적인 건강을 알려주는 지표로 쓰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사율이 어떻게 증감하는지를 알려주는 클라이버 법칙이나, 더 나아가 생물들이 따르는 상대성장 스케일링 법칙들을 모두 다 안다고 해서, 이론이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현상론적인 법칙들은 생명의 체계적이고 일반적인 특징을 드러내거나 담고 있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정교하게 요약한 것이다. 

 

망의 기하학과 동역학 같은 일반적인 기본 원리의 간결한 집합으로부터 점점 더 세밀한 수준으로 그것들을 분석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그 기원을 더 깊이 이해함으로써 다른 현상들과 새로운 현상들을 규명하고 예측할 가능성이 생긴다. 다음 장에서는 망 이론이 어떻게 그런 기본 틀을 제공하는지를 보여주고, 몇 가지 사례를 들것이다.

 

 

4 생명의 네 번째 차원 : 성장, 노화, 죽음

생명을 유지하는 망들은 거의 다 근사적으로 자기 유사적 프랙털이다. 앞 장에서 나는 이런 프랙털 구조의 특성과 기원이 최적화와 공간 채움 같은 일반적인 기하학적, 수학적, 물리적 원리의 산물이며, 거기에서 평균적인 개인 내에서만이 아니라 종 사이에서 망이 어떻게 규모 증감을 하는지 유도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 이론의 중요한 성공은 동일한 망 원리 집합이 전혀 다르게 진화한 설계들을 지닌 계들에서 비슷한 스케일링 법칙을 낳는다는 것이다. 

 

모두 4분의 1로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시 말해, 이 동일한 원리 집합이 구조와 동역학이 서로 다른 다양한 망 체계에 적용될 때, 동일한 스케일링 지수를 낳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거의 모든 생물 집단에서 4분의 1이 출현하도록 하는, 동역학을 초월하는 추가 설계 원리들이 있을까? 계층 구조적 분지 망 구조가 훨씬 덜 뚜렷한 세균 같은 계에서까지 확장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

 

1) 생명의 네 번째 차원

이를 규명하는 일반 논증은 자연선택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 외에, 대사가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생산하므로 대사 용량을 최대화해왔다.

 

이는 자원과 에너지가 전달되는 표면적을 최대화함으로써 이루어져왔다. 이 표면들은 사실 망의 모든 말단 단위들의 총 표면적이다. 

광합성을 하는 모든 잎을 통해 햇빛에서 모은 에너지와 뿌리계의 모든 말단 섬유를 통해 흙에서 모은 물의 전달이 나무의 대사를 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에너지 교환의 관문이라는 핵심 역할은 생명의 많은 측면에 중요하다.

 

자연선택은 이런 말단 단위들의 총 유효 표면적을 최대화하고, 그럼으로써 대사 출력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간 채움 망의 프랙털 특성을 이용한다. 기하학적으로 볼 때, 프랙털형 구조에 내재된 겹겹이 이어진 다층적인 분자와 주름은 정보, 에너지, 자원이라는 생명의 본질적인 요소들이 흐르는 표면적을 최대화함으로써 그것들의 운반을 최적화한다.

 

우리 순환계를 이루는 모든 동맥, 정맥, 모세혈관을 한 줄로 죽 늘어세우면, 총길이가 약 10만 킬로미터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구를 거의 두 바퀴 반을 돌거나,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3분의 1을 넘는 길이다. 이 모든 것이 키가 2미터도 안 되는 몸에 가뿐하게 들어간다.

카오스 이상한 끌개 요소와 비슷하다. 한정된 공간에 무한히 존재하는 선들

 

공간을 채우는 충분히 주름진 선은 마치 면적인 양 규모가 증감한다.

마치 면적인 양 최대한 프랙털이자 스케일링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면적도 충분히 주름져 있다면, 부피인 양 행동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유효 차원을 하나 더 얻는다.

 

매끄러운 유클리드 표면인 천을 구기면 주름이 엄청나게 많아져 프랙털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교환하는 표면을 최대화하려는 자연선택의 힘을 받아서, 생물학적 망들은 최대한의 공간 채움을 달성하며, 그 결과 이차원 유클리드 표면이 아니라 삼차원 부피처럼 규모가 증감한다. 망 성능을 최적화함으로써 생기는 이 추가 차원은 마치 생물이 사차원에서 활동하는 양 만든다. 이것이 바로 4분의 1제곱의 기하학적 기원이다.

 

비록 살아 있는 것들이 삼차원 공간을 자치하지만, 그들의 내부 생리와 해부 구조는 마치 사차원적인 양 작동한다.

유효한 네 번째 차원을 추가하는 프랙털 분포 망은 잎, 아가미, 허파, 창자, 콩팥, 미토콘드리아의 표면적과 나무에서 해면동물에 이르는 다양한 호흡계와 순환계의 분지 구조가 사례들이다.

 

대다수의 생물 대사율은 4분의 3, 체내 시간과 거리에는 4분의 1에 아주 가까운 스케일링 지수를 보여준다.

 

결국 프랙털 기하학은 말 그대로 생명에 추가 차원을 부여해왔다.

이와 정반대로 자동차, 집, 세탁기, 텔레비전 등 인간이 만든 인공물과 시스템 중에는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프랙털의 힘을 빌린 것이 거의 없다. 우리의 몸에 비하면 지극히 원시적이다. 반면에 도시나 그보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기업처럼 인간이 만든 것이로되 유기적으로 성장한 체계들은 자신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경향을 띠는 자기 유사적 프랙털 구조로 저절로 진화해왔다. 

 

2) 왜 개미만 한 포유동물은 없을까?

이상적인 수학적 프랙털은 무한소에서 무한대까지 무한정 지속된다. 하지만 실제 생물에서는 명확히 한계가 있다. 계속 쪼개다보면 결국 자기 유사성을 잃고 조직 세포, 궁극적으로 분자 성분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하학이 드러난다.

 

포유동물의 최대 크기와 최소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망의 미묘한 특성과 생리적 한계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대다수의 생물학적 망들과 달리, 포유동물의 순환계는 단일한 자기 유사적 프랙털이 아니라, 혈액이 대동맥에서 모세혈관으로 갈수록 맥동하는 교류에서 맥동하지 않는 직류로 흐름이 변하므로, 두 가지 다른 프랙털 구조의 혼합체다. 

 

모든 포유동물은 흐름이 꾸준하며 맥동하지 않는 직류가 주류인 혈관의 분지 횟수가 15회로 거의 같다. 몸집이 커짐에 따라 포유동물들에게서 달라지는 점은, 흐름이 맥동하는 교류 분지 수준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심장 박출량은 거의 다 결국은 맥동하지 않는 영역에 속한 훨씬 더 작은 혈관들로 들어가며, 그 혈관들의 수준 수는 모든 포유동물에게서 거의 같다. 

고래는 땃쥐보다 세포 하나에 피를 공급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겨우 100분의 1밖에 안된다.

이제 동물의 몸집이 계속 줄어든다고 상상하자. 그에 따라 고동 치는 파동을 유지할 만큼 큰 혈관들에서 면적보존분지가 일어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다가, 이윽고 망이 맥동하지 않는 직류만을 지탱할 수 있는 전환점에 다다른다. 그 단계에서는 주요 동맥조차 너무 작고 좁아져서 고동치는 파동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그런 혈관에서는 혈액의 점성 때문에 파동이 지나치게 잦아들어서 더 이상 전파될 수 없고, 흐름은 전적으로 꾸준한 직류로 바뀐다.

 

그런 동물은 심장은 뛰지만 맥박은 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이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극도로 비효율적인 설계가 된다는 것이다.

체중에 정비례하며, 따라서 규모의 경제가 지닌 이점도 사라진다.

최소 크기가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실제 값은 혈액의 밀도와 점성, 동맥벽의 탄성 같은 일반적인 양에 따라 달라진다. 계산해보면, 가장 작은 포유동물의 몸집이 겨우 2그램에 해당한다는 근삿값이 나온다.

 

땃쥐의 작은 심장은 1분에 1,000번 넘게 뛴다. 1초에 무려 약 20번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심장과, 더 놀랍게도 대왕고래의 심장과 동일한 압력 및 속도로 혈액을 뿜어낸다. 이 모든 혈액은 길이가 겨우 2밀리미터이고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 만한 겨우 0.2밀리미터인 작은 동맥을 지나간다.  이 가여운 동물이 오래 못 사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3) 그러면 고질라만큼 거대한 포유동물은 왜 없을까?

대왕고래가 땃쥐보다 1억 배 더 무겁긴 하지만, 모세혈관 사이의 평균 거리는 겨우 약 4.6배 더 길 뿐이다.

모세혈관은 불변 단위이므로 그만큼의 산소만을 조직에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모세혈관에서 공급을 받아야 하는 세포 집단이 너무 커지면, 불가피하게 그중에 산소가 결핍되는 세포들이 나타난다.

 

거대 생명체 이야기는 생략 ㅋㅋ

 

이 과정을 통해 진화한 인간의 발명품이 하나 있다. 전통적인 자연선택이 지금까지 생산한 것들에 맞먹는 것인데, 바로 도시다. 도시는 분명히 유기적인 특성을 지니며, 기존 생물과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도시는 대사하고, 성장하고, 진화하고, 잠을 자고, 늙어가고, 질병에 걸리고, 손상을 겪고 스스로 수선을 한다. 반면에 도시는 번식을 거의 안 하고 쉽게 죽지도 않는다. 

 

고질라는 키가 100미터에 하루에 2,000만 칼로리나 약 100만 와트의 에너지를 대사한다. 반면에 뉴욕시는 지름이 25킬로미터를 넘고 100억 와트가 넘는 에너지를 대사한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는 아마 지금까지 진호한 가장 경이로운 '생물'일 것이다.  7,8장에서는 자연적으로 진화한 생물과 도시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 할 것이다. 도시에 도입된 새로운 물질과 설계 원리는 무엇일까?

 

4) 성장

성장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개념이다. 성장을 자연의 본질적이면서 흔한 특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성장이 본질적으로 스케일링 현상이라는 개념은 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사용한 상대성장이라는 용어는 원래 줄리언 헉슬리가 한 종 내에서 성장이 이루어지는 동안 그런 형질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기술하기 위해 창안했다.

 

성장은 에너지와 자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먹고, 대사하고, 망을 통해서 대사 에너지를 세포로 전달한다. 그 에너지 중 일부는 기존 세포를 수선하고 유지하는 데 할당되고, 일부는 죽은 세포를 대체하는 데 쓰이고, 일부는 몸 전체의 생물량을 늘리는 새 세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사건들의 순서는 생물이든 도시든 기업이든 심지어 경제든, 모든 성장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는 주형 역할을 한다.

 

이는 에너지 보존의 한 표현에 다름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에너지를 쓰거나 생산하는 다양한 범주들 사이에 에너지가 어떻게 할당되는가 하는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평생토록 계속 먹고 대사를 하는데, 결국 성장이 멈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포유동물과 다른 많은 동물은 우리가 따르는 것과 동일한 유형의 성장 궤도를 따른다. 죽을 때까지 성장이 계속되는 어류, 식물, 나무에서 으레 관찰되는 무한성장과 구분하기 위해 유한성장이라고 한다. 

 

내가 제시할 이론은 양쪽 성장 유형을 모두 설명할 통일된 틀을 제공한다.

 

공급된 대사에너지는 기존 세포의 유지와 새 세포의 생성 사이에 할당되므로, 에너지가 새 조직을 만드는 데 쓰이는 비율은 대사율과 기존 세포의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의 차이와 같다. 후자는 기존 세포의 수에 정비례하므로, 생물의 체중이 증가할 때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반면에 대사율은 4분의 3제곱 지수에 따라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몸집이 증가함에 따라 이 두 성분의 규모가 증가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가 바로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생물의 크기가 2배로 는다고 하자. 그러면 세포의 수도 2배로 늘므로, 세포의 유지 관리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2배로 증가한다. 하지만 대사율(에너지의 공급량)은 1.682.. 배만큼 증가한다. 즉, 2배보다 적다.

 

따라서 대사에너지가 공급될 수 있는 속도보다 유지 관리에 필요한 에너지가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르므로, 성장에 쓰일 에너지의 양은 체계적으로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0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성장이 멈추게 된다. 

 

다시 말해, 생물의 크기가 증가할 때, 유지 관리와 공급에 쓰일 에너지의 증가 속도가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이 멈추게 된다. 

대사율이 저선형 4분의 3제곱 지수에 따라 증가하는 이유가 망의 주도권 때문이다.

 

생물이 자라고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각 모세혈관은 4분의 1제곱 스케일링에 따라서 체계적으로 더 많은 세포를 위해 일해야 한다. 성장을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멈추게 만드는 것이 바로 모세혈관과 세포 사이 중요한 경계면의 이 같은 불일치다. 공급 단위(모세 혈관)의 수 증가가 고객(세포)의 수 증가에 따른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차원 조합들을 통해 보면, 모든 동물의 성장 곡선은 각각 하나의 보편적인 곡선으로 통합된다.

 

모든 동물의 개체발생의 토대에 놓인 숨겨진 공통성과 통일성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 이론은 이유도 말해준다. 성장이 주로 에너지가 세포에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되며, 따라서 개별 설계를 초월하는 망의 보편적인 특성들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 이론은 종양, 식물, 곤충, 그리고 숲과 개미와 벌 같은 사회성 곤충 집단 양쪽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왔다. 8,9장에서 다룰 도시와 기업 같은 인간 조직들의 성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선례다.

 

이 점을 이해하고 나면, 생쥐에서 관찰한 종양의 기본 특성들과 그로부터 나온 치료 전략들을 인간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법에 관한 통찰을 얻게 된다. 그런 한편, 나무는 죽은 목질 부분이 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좀 까다롭다. 죽은 목질 부위는 대사 에너지 유출입에 참여하지 않지만, 기계적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명의 놀라운 통일성과 상호 연결성을 생각할 때면 범신론적 정신이 영적으로 고양되는 느낌을 받는다.

혼란스럽기 그지없어 보이는 우리 주변 세계의 어느 작은 구석조차도 그 경이로운 복잡성과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을 초월하는 규칙성과 원리를 따른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뭔가 숭고하면서 든든한 느낌을 받는다.

 

예상값은 놀라울 만치 잘 들어맞지만, 이상적인 성장 곡선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비교적 소수의 주요 사례가 있다. 영장류인 우리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체중을 고려할 때 '마땅히 그래야 할' 기간보다 성숙하는 데 더 오래 걸린다. 우리가 순수한 생물학적 존재에서 복잡한 사회경제적 존재로 급격히 진화한 결과다. 

 

현재 우리의 유효 대사율은 우리가 진정한 '생물학적' 동물일 때보다 100배 더 늘었고, 이는 생물 역사에 엄청난 결과를 빚어왔다. 우리는 성숙하는 데 어 오래 걸리고, 자식을 덜 낳고, 더 오래 산다. 이 모든 현상들은 사회경제적 활동으로 유효 대사율이 더 커진 현상과 질적으로 들어맞는다. 우리 역사에 일어난 이 환상적인 발전은 이 개념들을 도시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논의할 때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자.

 

이 절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은 저선형 스케일링과 망 성능의 최적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성장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삶의 속도가 체계적으로 느려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물학을 지배하는 동역학이다.

 

5) 지구 온난화, 온도의 지수적 스케일링, 생태학의 대사 이론

우리는 항온동물, 즉 체온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동물이기 때문에, 온도가 생명의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는 경향이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등장하고 나서야 우리는 자연 세계와 환경이 작은 온도 변화에도 대단히 민감하다는 사실과 그 변화가 가하는 위협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듯 하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온도 민감성이 지수적이라는 점이다.

 

대사율은 질량의 거듭제곱 법칙이 아니라 온도에 따라 지수적으로 규모가 증감한다. 대사율(세포에 에너지가 공급되는 속도)은 모든 생물학적 속도와 시간의 근본적인 추진력이며, 따라서 잉태에서 성장과 사망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모든 핵심 특징은 온도에 지수적으로 민감하다.

 

ATP 생산이 거의 모든 동물에게 공통된 활동이므로, 이 지수적 의존성은 질량에 따른 4분의 1제곱 스케일링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이다. 이 '보편적' 매개변수는 산화적 화학 과정을 통해 ATP분자가 생산되는 데 필요한 평균 활성화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약 0.65전자볼트이며, 여러 하위 과정을 평균한 값으로서, 화학 반응들의 전형적인 값이다.

 

여기서 생명의 스펙트럼 전체에 결쳐서 성장, 배아 발생, 수명, 진화 과정과 관련된 것들을 비롯하여 모든 생물학적인 속도와 시간이 단 두 개의 매개변수가 관여하는, 조합된 보편적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질량 의존성을 낳는 망의 제약 조건에서 빚어지는 4분의 1이라는 수와 ATP 생산의 화학 반응 동역학에서 유래한 0.65전자볼트가 그것이다.

 

크기온도라는 단 두 개의 수에 따라정해지기에, 이 숫자들을 조정하면 모든 생물의 대사, 성장, 진화 속도를 비슷하고 동일한 보편적인 시계로 꽤 근사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결이 거친 질량과 온도 의존성이라는 이 경제적인 공식은 2004년 발표된 <생태학의 대사 이론을 향하여>라는 논문에 스케일링 연구를 압축 요약한 형태로 처음 실렸다.

 

발달 기간이 체온과 체중에 의존하므로, 순수하게 온도 의존성이 드러나도록 4분의 1제곱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자료를 조정하여 체중 의존성을 제거했다. 이렇게 하면 자료는 직선 예측값에 잘 들어맞고, 이를 통해 온도에 지수적으로 의존한다는 예측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강조하고 싶다. 생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인 출생과 죽음은 대개 서로 독립적이라고 여겨지는데, 시살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즉 이 두 그래프의 기울기는 ATP 분자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평균 에너지를 나타내는 0.65전자볼트라는 동일한 변수에 따라 정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생활사에서 이 전혀 다른 근본적인 사건들이 체온과 체중 양쪽에서 예측한 대로 규모가 증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보면, 출생, 성장, 사망은 모두 대사율을 통해 추진되고, 망의 동역학과 구조로 요약되는 동일한 기본 동역학에 좌우된다.

 

0.65전자볼트 활성화 에너지에 통제되는 ATP 생산의 지수적 의존성은 온도가 10도 올라갈 때마다 생산 속도가 2배로 올라간다. 그 결과 온도가 비교적 적은 10도만 올라가도 대사율이 2배로 뛰고, 따라서 삶의 속도도 2배로 뛴다. 

 

쌀쌀한 아침에 돌아다니는 곤충이 적은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기온이 올라가서 대사율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온이 2도 달라지는 더 규모가 작은 변화에도 성장률과 사망률은 20~30퍼센트 달라진다. 이는 엄청난 수준이며, 우리가 처한 문제의 근원이 된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약 2도 올라간다면 모든 규모에 걸쳐서 거의 모든 생물학적 삶의 속도가 무려 20~30퍼센트 상승할 것이다.

 

더 큰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과학적 틀이 없다면, 우리는 그런 엄청난 기후 변화의 상세한 결과들, 특히 지구의 생태계 전체는 커녕 농업 생산량에 미칠 효과조차도 믿을 만하게 예측할 수가 없게 된다.

 

우리가 무려 100여 년 전에 화석 연료 연소의 해로운 결과 중 일부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음에도 거의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꽤 실망스러운 일이다.

 

6) 노화와 죽음

(1) 늑대의 시간에 하는 밤의 사색

성장이 삶의 일부인 것처럼, 노화도 죽음도 그렇다. 거의 모든 것이 죽는다는 사실은 진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적응 형질, 설계, 혁신이 출현하여 번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생물이든 기업이든, 개체가 죽는 것은 '좋은' 일일 뿐 아니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개체 자신에게는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닐지 몰라도 말이다. 

 

인간을 제외한 그 어떤 생물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며, 아예 '알지도' 못한다. 그들은 살고 죽으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파하고 적자생존이라는 끝없는 게임을 펼치면서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한다.

 

나는 비범한 사람들조차 아주 오랜 기간 진정으로 원대한 질문들을 붙들고 씨름해왔지만, 사실상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질문만 더 늘어났을 뿐이다.

 

우리는 죽음이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묻고 탐색하는 일과 결부되어 있기에 죽음에 관심을 가지며, 그런 태도는 인류 문화에 깊이 배어 있지만, 다양한 종교적 풍습과 경험을 통해 표현되고 정립되어왔다.

 

많은 과학자들은 '자연법칙'을 이해하고 밝혀내는 일, 즉 만물이 어떻게 동작하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열정이 그런 원대한 질문들에 접근하는 다른 길이라고 보았다.

 

옛날에 과학은 자연철학이라고 불렸다.

 

아마 이 모든 질문은 궁극적으로 우리 뇌의 복잡한 망의 동역학과 뉴런의 발화를 통해 이해되겠지만,....

노화와 죽음의 이해라는 도전 과제와 역설은 이 모든 것들과 어떻게든 뒤엉켜 있고, 우리는 자기 존재의 유한성에 집단적, 개인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2) 새벽과 다시 찾아온 햇빛

성장을 논의할 때 했듯이, 나는 이 관점이 노화와 죽음의 일반적인 특징 중 상당수를 이해하는 정량적인 큰 그림이자 이론적 틀을 개발함으로써, 생물학과 생명의학의 한 가지 근본 문제에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쓰일 또 다른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

 

또 나는 죽음의 기계론적 기원 및 죽음과 삶의 긴밀한 관계, 죽음이 우리 우주의 다른 주요 현상들과 어떻게 상호 연결되는지를 더 폭 넓게 이해해야만, 우리를 계속 성가시게 하는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다루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죽음과 벌이는 이 지속적인 전쟁의 큰 역설 중 하나는 지난 150년 동안 우리가 그런 일을 목표로 내건 연구 계획이 전혀 없이도 수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사실상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다는 것이다.

 

이 모든 성취는 도시 환경으로 점점 더 많은 인구가 이주하고, 도시가 기본 권리와 서비스의 제공자로서 더 큰 사회적 책임성을 갖춤에 따라 작동하기 시작한 흥미로운 동역학의 결과다.

 

기본 서비스들이 점점 더 제공됨에 따라 유아와 아동 사망률이 낮아지면서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났고, 그 결과 인구가 급증했다.  사회적 변화와 복지 증가의 엔진인 도시는 사회 집단을 형성하고 규모의 경제를 집단적으로 이용하는 우리의 놀라운 능력이 낳은 진정한 위업 중 하나다.

 

지금과 같은 일반적인 추세가 어떠하며 자신이 그 추세의 어디에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해주며, 상상을 펼칠 개략적인 기준선을 제공한다. 사실상 이런 통계값들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도 한다. 보험회사와 주택 담보 대출 담당자들이 당신을 고객으로 삼아도 안전할지, 보험료나 대출금은 얼마로 할지를 결정하는 데 으레 쓰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최대 연력이 있다는 개념으로 이어지며, 그 연령은 약 125세 미만임이 드러났다.

최대 수명이라는 개념은 대단히 중요하다. 어떤 중대한 '부자연스러운' 개입(불로불사약 개발)이 없다면 자연적인 과정이 인간의 수명을 약 125년으로 어찌할 길 없이 제한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뒤에서 나는 이 제한 과정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고, 이 수를 결정하는 망 이론을 토대로 이론 틀을 제시할 것이다.

 

통계 분석을 통해 나온 놀라운 결과 중 하나는 대다수의 동물에게서 사망률이 나이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5~6세에 살아남은 집단 중 5퍼센트가 죽는다면, 55~56세와 95~96세에도 그때까지 생존한 인구 중 5퍼센트가 사망할 것이다. 

 

사망률이 일정하다는 말은 특정한 기간에 죽는 개체의 수가 그때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수에 직접 비례한다는 뜻이다. 

생존이 단순한 지수 곡선을 따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나이를 먹을 수록 죽을 확률이 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는 물리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붕괴 과정들이 따르는 바로 그 법칙이기도 하다. 물리학자들은 방사성 물질의 붕괴를 정량화 하기 위해 사망률 대신 붕괴율이라는 용어를 쓴다. 붕괴율은 '개별' 원자가 소립자를 방출하면서 상태가 변하고 '죽는' 속도를 뜻한다. 많은 생물학적 집단에서 개체의 수가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사성 물질의 양도 시간이 흐르면서 지수적으로 감소하므로, 붕괴율은 대개 일정하다. 

 

또 물리학자들은 붕괴율을 나타내기 위해 반감기라는 용어도 쓴다. 반감기는 원래 있던 방사성 원자 중 절반이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9장에서는 이 용어를 기업의 사망률을 논의할 때 쓸 것이고, 기업들도 동일한 지수 붕괴 법칙을 따른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미국에서 상장된 기업들의 반감기가 겨우 약 10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50년(반감기 5회)이 지났을 때, 살아남은 기업은 겨우 1/32, 즉 약 3퍼센트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놀라운 공통성을 띠는 생물, 동위원소, 기업의 사망률이 동일한 일반 동역학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흥미로운 질문을 낳는다.

 

19세기 중반까지, 인간은 다른 포유동물과 비슷한 지수 곡선을 따랐다. 

도시화와 산업혁명을 통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면서, 우리는 일정한 사망률의 족쇄에서 풀려나 더 오래 살기 시작했다.

 

 

(3)  전성기

노화와 사망의 중요한 특성

  • 노화와 죽음은 '보편적'이다. 모든 생물은 결국 죽는다. 이로부터 최대 수명이 있으며, 그에 따라서 나이를 먹을수록 생존율이 점점 줄어든다는 결론.
  • 우리의 다양한 신체 기관 같은 생물의 준자율적인 하위 계들도 거의 균일하게 나이를 먹는다.
  • 노화는 나이에 따라 거의 선형으로 진행된다.
  • 수명은 체중이 증가할 때 지수가 약 4분의 1인 거듭제곱 법칙에 따라서 증가한다.
  • 모든 포유동물은 평생 심장 박동 수가 거의 같다. 이 불변성은 모든 포유동물에게서 거의 들어맞는다. 이 흥미로운 불변성에서 가장 크게 벗어나는 동물은 바로 인간이다. 현재 우리 심장은 25억 번을 뛴다. 우리가 지금처럼 오래 살기 시작한 지난 100년 전부터 그랬을 뿐이다. 
  • 또 다른 불변량이 있다. 평생 조직 1그램을 지원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의 총량이 모든 포유동물, 더 나아가 특정한 분류 집단에 속한 모든 동물들에게서 거의 같다.
    더 근본적인 방식은 세포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호흡 기구가 평생에 걸쳐 호흡을 하는 횟수가 특정한 분류 집단 내의 모든 동물에게서 거의 같다는 것이다. 포유류에게서는 약 1경이며, 이는 조직 1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평생 생산되는 ATP 분자(우리의 근본적인 에너지 화폐)의 수가 불변이라는 뜻이다.

계의 다른 변수들이 변할 때 변하지 않는 양들은 계의 세부적인 동역학과 구조를 초월하는 일반적인 기본 원리로 나아가는 길을 알려주기 때문에 과학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 에너지 보존과 전하 보존은 물리학에서 이를 보여주는 두 가지 유명한 사례다.

 

얼마나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진화했든, 계가 에너지와 전하를 전환하고 교환할 때의 총 에너지와 총 전하는 언제나 같다.

좀더 극단적인 사례는 현재 우주의 총 에너지-질량은 약 130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났을 때와 정확히 똑같다.

이런 개념이라면 NFT를 소각하는 개념은 옳지 않을 수도 있겠군. 코인이 에너지로 계산 하면 얼추 맞을 수도 있겠다.

 

노화와 죽음이라는 복잡한 과정에서 스케일링 법칙뿐 아니라 거의 불변량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런 과정들이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내연기관 엔진들의 마력(대사율에 해당)은 무게에 선형으로 비례하므로, 출력을 2배 높이려면 무게를 2배로 늘리면 된다. 따라서 생물과 달리 엔진은 크기가 증가할 때 규모의 경제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례들은 생물이 따르는 4분의 1제곱 스케일링 법칙과 뚜렷이 대비된다. 후자는 최적화한 프랙털형 망 구조의 산물이다. 생물의 대사율은 지수 4분의 3에 따라 규모가 증감하고 심장 박동수(RPM에 해당)는 지수 -4분의 1에 비례한다. 내연기관이 복잡한 망 구조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고 4분의 1제곱 스케일링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엔진의 수명이 무게의 세제곱근에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현재 자동차는 대개 25만 킬로미터 정도 달릴 것이라고 예상된다. 25만 킬로미터라는 생애 동안 총 '엔진 박동 수'는 약 10억 번이 된다. 흥미롭게도 포유동물의 평생에 걸친 심장 박동 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이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노화를 담당하는 메커니즘의 공통점에 관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

 

(4) 노화와 사망의 정량적인 이론을 향하여

모든 증거는 노화와 사망의 기원이 그저 살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마모' 과정의 산물임을 가리킨다.

나이를 먹을 수록 엔트로피와의 여러 국지전에서 패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전쟁에서 패해 죽음에 굴복한다. 엔트로피가 우리를 죽이는 것이다.

 

생명 유지의 핵심 활동은 모든 규모에서 공간 채움 망을 통해 대사 에너지를 세포, 미토콘드리아, 호흡 복합체, 유전체, 기타 세포내 기관들에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유지하는 이 계들 자체는 우리 몸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키고 쇠락시키고 있다. 물의 흐름이 지속적인 마모를 통해 손상과 붕괴를 일이키듯이, 우리 망 내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생물에서는 가장 심각한 결과를 빚어내는 손상이 세포와 세포내 기관 수준에서 일어난다. 즉, 모세혈관과 세포 사이처럼 에너지와 자원이 교환되는 이 망의 말단 단위들에서다.

 

손상은 대체로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1 통상적인 마찰로 일어나는 마모와 비슷하게, 흐름의 점성 항력 때문에 생기는 고전적인 무리적 마모, 2 호흡 기구에서 ATP 생산의 부산물로 생기는 자유 라디칼이 일으키는 화학적 손상. 자유 라디칼은 전자를 잃고 양전하를 띰으로써, 활성이 아주 강해진 원자나 분자를 말한다. 이런 종류의 손상은 대부분 주요 세포 성분과 반응하는 산소 라디칼(활성 산소)이 일으킨다. DNA의 산화적 손상은 특히 해로울 수 있다. 

 

뇌와 근육에 있는 세포처럼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세포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유전체의 전사 영역과 아마도 더 중요한 조절 영역이 영구히 손상될 수 있다. 

그에 자극을 바당서 비타민 E, 생선 기름, 적포도주 같은 항산화 보충제를 노화에 맞서는 불로장생의 수단으로 여기는 소규모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망들의 구조와 동역학, 특히 망을 통한 에너지 흐름을 이해할 정량적인 일반 이론은 앞 절에서 말한 성장 곡선과 여기서 논의하려는 노화 및 사망과 관련된 손상률 같은 많은 부수적인 양들을 계산할 분석적 틀을 제공한다.

 

가장 관련이 깊은 손상은 생물의 크기에 따라서 특성이 그다지 변하지 않는 망의 불변 말단 단위(모세혈관,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모세혈관이나 미토콘드리아의 손상 양상은 동물에 상관없이 거의 동일하다.

 

이 망이 공간 채움이므로, 즉 생물의 몸 전체에 걸쳐 모든 세포와 미토콘드리아에 봉사하므로, 손상은 생물 전체에서 거의 균일하고도 가차 없이 일어난다. 그것이 바로 노화가 공간적으로 거의 균일하게 일어나고 나이에 따라 거의 선형으로 진행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더 큰 동물들이 4분의 3제곱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서 더 높은 속도로 대사를 하기 때문에 엔트로피 생산량이 더 많고 따라서 전반적으로 손상이 더 심하므로, 관찰 결과와 명백히 모순되게 큰 동물일수록 수명이 더 짧아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포 하나나 조직의 단위 질량당 대사율, 그러니까 세포와 세포내 수준에서 일어나는 손상의 속도는 동물의 몸집이 증가할수록 체계적으로 줄어든다. 규모의 경제의 또 한가지 표현 사례다.

 

이미 강조했듯이, 가장 중요한 손상은 모세 혈관, 미토콘드리아, 세포에 있는 망의 말단 단위에서 일어나며, 그 대사율은 생물의 몸집이 커짐에 따라 지수 4분의 1인 거듭제곱 법칙 스케일링에 따라 줄어든다. 즉, 더 큰 동물의 세포는 작은 동물의 세포보다 에너지를 처리하는 속도가 체계적으로 느려진다.

 

따라서 중요한 세포 수준에서 보면, 더 큰 동물의 세포일수록 손상도 체계적으로 더 느린 속도로 일어나며, 그에 따라 수명도 더 길어진다.

 

말단 단위의 이 하양 규제가 망의 주도권에서 나온 결과이며, 크기 증가에 따라서 전반적인 규모의 경제가 생기는 원임이다. 이는 말단 단위의 수가 질량에 선형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질량의 4분의 3제곱에 따라서만 증가한다는 점도 반영한다. 

 

대사를 통해 추진되는 손상은 축적되면서 생물 전체를 가차 없이 쇠락시킨다. 이 지속적인 손상에 맞서기 위해, 우리 몸은 강력한 수선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메커니즘도 세포 대사를 통해 추진되므로 동일한 망과 스케일링 법칙의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불가역적인 손상의 총량을 계산할 때 그런 메커니즘을 포함하면 방정식의 수학적 구조는 변하지 않지만, 전체 규모는 영향을 받는다. 수선은 비용이 많이 들며, 엄청난 횟수의 손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 할 때 감당할 수 없을 만치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수선의 전체 규모는 유전자 풀에서 경쟁할 자식을 충분히 생산할 만큼 오래 살라는 진화적 요구 조건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

 

노화는 수선되지 않은 손상이 거시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누적된 결과이다. 가벼운 심장 경련 같은 작은 요동이나 교란도 생명을 끝장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례에서 죽음은 이보다 앞서 특정한 기관 또는 면역계와 심혈관계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손상이 누적되어 쇠약해짐으로써 더 일찍 일어난다.

 

죽음의 최종 문턱이 기관이나 몸의 전체 세포 수에서 손상된 세포(DNA 같은 분자)의 비율이 문턱값에 도달할 때라 가정함으로 최대 수명을 추정할 수 있다. 

 

이 문턱값은 같은 분류 집단에 속한 모든 생물에게서 거의 동일하다. 다시 말해, 손상의 총 수는 세포의 총 수, 따라서 체중에 비례한다. 우리는 대사율로부터 손상이 일어나는 속도를 알고 평균적으로 각각의 세포 손상 사건이 거의 동일한 불변량의 에너지로 생긴다는 것을 알기에, 이 손상 횟수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를 묻기만 하면 된다. 

 

평생에 걸쳐 생기는 손상의 총 수는 그저 손상률(말단 단위의 수에 비례하는 단위 시간당 손상 사건의 수)에 수명을 곱한 값이며, 이는 세포의 총 수, 따라서 체중에 비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수명은 말단 단위로 나눈 세포의 총 수에 비례한다. 하지만 말단 단위의 수는 4분의 3제곱 지수에 따라 질량에 비례하는 반면, 세포 수는 선형으로 증감한다. 그 결과 수명은 질량의 4분의 1제곱에 따라 증감한다.

 

에너지의 원천, 따라서 손상의 원천의 스케일링과 에너지의 흡수원(유지해야 할 세포)의 스케일링 사이의 불일치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우리가 성장을 멈추게 된다는 것이 그중 하나이고, 더 큰 동물의 수명이 더 길다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망의 제약 조건에서 비롯된다.

 

 

(5) 검사, 예측, 결과 : 수명 연장하기

a. 온도와 수명 연장

대사율이 말단 단위의 수에 비례하고, 말단 단위가 대부분의 손상이 일어나는 곳이므로, 우리는 수명을 대사율과 직접 연관지을 수 있다.

 

원리상 체온을 낮춤으로써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포 대사율을 낮춤으로써 손상이 일어나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문제는 체온을 상당히 낮추면 다른 해로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결과들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수준의 시공간 동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복잡 적응계의 어느 한 구성 요소라도 바꾸었다가는 대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지곤 한다.

 

b. 심장 박동 수와 삶의 속도

질량에 따른 수명이 약 4분의 1제곱 스케일링을 따른다. 이 이론이 심혈관계의 심장 박동 수가 체중의 4분의 1제곱에 따라 줄어든다고 예측하므로, 체중 의존성은 심장 박동 수에 수명을 곱하면 제거된다. 한쪽의 감소가 다른 쪽의 증가로 정확시 상쇄되어 불변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양은 모든 포유동물에게서 동일하다.

 

이 예측은 실제 자료와 들어맞는다. 이 논리는 ATP가 생산되는 미토콘드리아 내의 기본 단위인 호흡 복합체라는 근본적인 수준에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ATP를 생산하는 반응의 총 횟수가 모든 포유동물에게서 동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가 '단지' 또 하나의 포유동물이었을 때, 우리도 그러했다. 그러다가 사회 집단과 도시화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제약 조건들로부터 실질적으로 벗어나 다른 존재로 진화했다. 우리의 유효 대사율은 100배 증가했다. 수명은 2배로 늘고 출산율은 낮아졌다.

 

c. 열량 제한과 수명 연장

우리는 수명이 세포 대사율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았다. 동물의 체중이 증가하면 세포 대사율은 체계적으로 감소한다. 그러면 세포 하나당 손상도 덜 일어남으로써, 큰 동물일수록 더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온다.

단순히 덜 먹음으로써 세포 대사율을 줄일 수 있고, 그럼으로써 세포의 대사 손상을 줄이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이 이론은 최대 수명, 따라서 확대 추정한 평균 수명이 열량 섭취량에 반비례한다고 예측한다. 음식 섭취량을 일관되게 10퍼센트 줄이면 10퍼센트 더 오래(10년 남짓) 살 수 있다고 예측한다.

 

수명 연장과 노화 억제를 목표로 삼는다고 할 때, 어떤 매개변수들을 조작할 수 있을까? 체온을 바꾸거나 음식을 덜 먹음으로써 수명을 얼마나 오래 늘릴 수 있을지 정량적인 추정값이 나온다.

 

 

5 인류세에서 도시세로 : 도시가 지배하는 행성

1) 지수 팽창하는 우주에 살기

20세기의 가장 놀랍고도 심오한 발견 중 하나는 우주 규모에서 볼때 우리가 지수적으로 팽창하는 우주에 살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심오하지만 훨씬 덜 알려진 발견은 지구 규모에서도 우리가 지수 팽창하는 우주에 살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바로 사회경제적 우주 말이다.

 

가속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팽창은 지수 팽창하는 우주의 온갖 경이와 역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빅뱅이라는 원형 신화보다 더 당신의 삶, 자녀의 삶, 손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산업혁명은 사회경제에서 일어난 빅뱅이었다. 인구가 10억 명에 도달하는 데는 200만 년이 걸렸지만, 다시 10억 명이 더 늘어나는 데는 1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10억 명이 늘어나는 데는 35년도 채 안 걸렸다. 지금은 세계 인구가 늘어서 73억 명을 넘는다.

우리가 지수 성장을 하는 예

 

우주에서 본 지구 전체의 모습이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이 공통의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밝은 '야간 조명'은 지수적 인구 폭발과 그에 수반된 놀라운 기술적 및 경제적 성취의 명시적 결과다. 그리고 이 불빛은 압도적으로 도시에서 비치며, 우리가 당혹스러울 만치 급속히 도시화를 이루어왔음을 반영한다.

 

최근의 세계 인구 폭발은 진정으로 놀라운 성취다. 특히 빈곤 지역이 엄청나게 많음에도, 건강, 수명, 소득으로 측정되는 전반적인 삶의 질이 지구 전체 평균을 냈을 때 대체로 이 성장에 발맞추어 증가해왔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인구 성장은 사회경제 지수 및 금융 지수의 증가와 관계가 있으므로, 우리는 지수적 팽창을 당연시할 뿐 아니라, 사실상 그것을 공리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패러다임 전체는 열린 지수 성장을 유지하려는 지속적인 욕구를 부채질한다.

 

우리 모두는 의미 있으면서 충족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서로 협력하여 인류가 창안한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과정들에 기여하거나 참여하고 그로부터 혜택을 보거나 피해를 보면서, 환상적인 생명의 해피스토리를 짠다. 하지만 에너지와 자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 중 어느 것도 이루어지거나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것들이 지수 증가 속도로 훨씬 더 많이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

 

2) 도시, 도시화, 지구의 지속 가능성

아마 지수 팽창을 추진하는 이 사회경제적 상호작용, 메커니즘, 과정의 집합이 펼쳐지는 무대 자체가 바로 우리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일 것이다. 이름하여, 도시다.

 

도시는 성공적인 혁신과 부를 창조하는 두 가지 필수 구성 요소인 사회적 상호작용협력을 촉진하고 강화하기 위해 우리가 진화시킨 독창적인 메커니즘이다.

 

산업혁명은 경이로울 만치 단기간에 지구의 생태, 환경, 기후에 유례없는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지수 팽창보다 빠른 폭발적인 상태로의 심오한 전환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인류의 미래와 지구의 장기 생존 가능성은 우리 도시의 운명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다. 도시는 문명의 도가니이자, 혁신의 중심이자, 부 창조의 엔진이자 권력의 중심이며, 창의적인 개인을 끌어들이는 자석이자, 착상과 성장과 혁신의 자극제다. 하지만 어두운 측면도 있다. 도시는 범죄, 오염, 가난, 질병, 에너지와 자원 소비의 중심지다. 급속한 도시화와 가속되는 사회경제적 발달은 기후 변화와 그 환경 충격에서 식량, 에너지, 물 공급, 공중 보건, 금융 시장, 지구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지구적 도전 과제를 낳아왔다.

 

도시화가 일으키는 문제들이 지금 우리를 쓸어버리기 직전의 지진해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도시화의 지수 성장 때문이다.

대다수의 정치가, 경제학자, 정책 결정자가 결국에는 우리의 독창성이 이길 것이라는 꽤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문제는 도시의 지수 성장의 특성 때문이다.

 

3) 지수적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일까? 경고가 담긴 우화

일상 언어에서 "지수적으로 성장하다"라는 말은 일반적으로아주 빨리 성장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지수 성장은 처음에는 꽤 느리게, 심지어 밋밋하게 일어나다가, 급속한 성장이라고 부를 만한 것으로 매끄럽게 넘어간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지수적으로 성장하는 집단은 수학적으로 크기의 증가 속도가 기존의 크기에 정비례하는 집단이라고 정의된다. 따라서 성장률 자체는 집단이 커질수록 더욱더 빨라진다. 즉 집단이 커질수록 사실상 되먹임이 일어나서 고삐가 풀린 것처럼 더욱더 빨리 성장한다는 뜻이다. 그대로 두면 집단과 그 성장률은 결국 무한히 커지게 된다.

 

경제든 집단이든, 계의 성장은 배가 시간이라는 양으로 표현되곤 한다. 배가 시간은 단순히 계의 크기가 2배로 늘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가리킨다.

 

체스 쌀알 이야기는 무제한적인 지수 성장의 엄청난 힘과 궁극적인 불합리성을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놀라울 만치 느리게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이전까지 더한 것들을 집어삼키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수적으로 성장하는 집단의 크기는 어느 시점에 이르든 그전까지 존재한 모든 개체의 합보다 크다.

 

계는 매우 예기치 않게 지속 불가능해 보이거나 '무한해' 보이는 인구에 도달하게 된다. 숲이나 세균 군체 같은 지수 팽창이라는 단계를 거치는 자연적으로 출현하는 집단에서는 대개 자연적인 되먹임 메커니즘이 있어서 성장에 생태적 한계를 가하곤 한다. 흔히 경쟁 세력과 환경의 자원 제약 같은 것들이 그렇다.

 

제약 없는 지수 성장에 담긴 기본 메시지와 의미는 현실이다.

생태학은 급속한 성장 뒤에 정체와 붕괴가 이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계가 닫혀 있다는 것이다.

태양이라는 외부 동력을 얻는 열린 상황이 아니라 화석 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운영하면 닫힌 상황으로 비유 할 수 있다.

 

4) 산업도시의 등장과 그 병폐

뻔뻔하게 착취가 이루어지고 생활 조건과 작업 환경이 끔찍하게 비인간적이었음에도, 이 도시들은 매우 유동적이고 다양한 사회로 빠르게 진회하고 엄청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런 도시들 중 상당수가 세계 경제를 추진하는 동력이 되었다.

 

도시는 지수 팽창 탓에 문제의 규모와 범위가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5) 맬서스, 신맬서스주의자, 대혁신 낙관론자

맬서스는 대개 끝이 열린 지수 성장이 가져올 위협을 인식하고서 그것을 자원의 한계 및 가용성이라는 문제와 연관지은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인구의 힘이 인간의 식량을 생산하는 땅의 힘보다 무한히 더 크다"라고 선언했다. 그의 논리는 인구는 "기하학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을 기르고 공급하는 능력은 그저 "대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은 인구 크기가 식량 공급량을 앞질러서 대붕괴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즉, 인구는 지수 증가율을 보이는 반면, 식량 생산은 훨씬 더 느린 선형 증가율을 띤다는 뜻이었다.

 

맬서스는 인구 통제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가난한 사람에게 온정을 베푸는 자선 행위가 가난한 사람의 수를 늘릴 뿐이며, 따라서 의존적인 빈자의 수가 지수 성장을 하도록 더욱 기여함으로써 결국에는 나라가 파산에 이르게 할 것이기 때문에 역효과라고 믿었다.

 

최근에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면서, 맬서스의 개념은 빈곤과 심지어 인구 성장보다는 자원의 한계 전반에 관한 문제들을 포함하여 환경, 기후 변화 같은 일반적인 현안까지 다루는 쪽으로 확대되어왔으며, 이런 현안들이 지리와 경제적 계층을 초월한다고 본다.

 

경제학자들은 그 이론의 기본 가정이 근본적으로 틀렸으며, 그것을 뒷 받침하는 증거가 많다고 믿는다. 맬서스의 예측과 정반대로 농업 생산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형으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인구 증가율을 따라서 지수적으로 증가해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평균 생활 수준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출산율은 꾸준히 줄어들어왔다. 

 

경제학자들은 전통적인 맬서스주의 형태의 개념을 순진하다거나 단순하다거나 아예 틀렸다고 자동적으로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물리학자나 생태학자는 거의 다 그 개념을 안 믿는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한한 세계에서 지수 성장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미치광이거나 경제학자다."

 

'혁신'이라는 뻔한 주문을 외움으로써 낙관적인 견해를 정당화한다. 그들은 우리의 변화와 혁신에 열려 있는 태도와 비범한 창의성이 대체로 자유시장 경제를 통해 추진됨으로써 계속해서 지수 성장과 생활 수준 향항을 이루어왔다는 점을 올바로 지적한다. 

 

우리 시대는 농업이 점점 더 산업화함에 따라, 식량 생산의 경이로운 혁신이 유별나게 계속 이어지는 광경을 목격해왔다. 거대한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대량 생산되어 적절한 가격에 전 세계의 수십억 명에게 공급되고 있다.

과연 이런 현상이 정상일까?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것일까

 

지난 20년간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흥미로운 일들이 지수적으로 일어났다.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경이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공급됨으로써 스테로이드에 취한 행성이 되었다.

 

우리가 온갖 경이로운 발전을 이루어왔음에도, 맬서스의 위협은 여전히 배후에서 어른거리고 있는 듯하다.

 

<성장의 한계>도 경제학자들은 혁신의 동역학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간 창의성의 자유로운 발현과 자유시장 경제의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마법을 통해 끊임없이 다시 채워지는, 끝없이 늘어선 생선 바구니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풍요의 뿔'이라는 이 전망은 다시 등장 했다.

 

내생성장 이론은 경제 성장이 주로 인적 자본, 혁신, 지식 창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추진된다고 본다.

모든 세대는 새로운 요리법과 착상을 찾아낼 잠재력을 과소평가해왔다.

가능성들은 더해지는 것이 아니다. 곱해진다. 좀 달리 표현하자면, 이 말은 착상과 혁신이 인구의 지수 성장에 발맞추어서 대수적(선형적)이 아니라 곱셈적(지수적)으로 증가하며, 그 과정은 끝이 열려 있으며 사실상 무한정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모두를 위해 성장과 번영을 추진하는 혁신과 창의성의 엔진이라고 포장된 마구 날뛰는 자본주의와, 기후 변화 및 경제적 붕괴 가능성의 경고 신호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들 및 환경주의자들의 불길하고 우울한 걱정 사이의 지속적인 긴장을 줄이고 그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 21세기의 주요 정치적 과제 중 하나로 대두되어왔다.

 

열역학 제2법칙의 기본 개념과 내용 및 엔트로피 생성이라는 관점에서의 그 표현 형태는 열린 지수 성장의 암울한 이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얼마나 뛰어난 혁신을 이루느냐에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모든것은 에너지 이용을 통해 추진되고 처리되며, 에너지 처리는 불가피하게 해로운 결과를 낳는다.

 

 

6) 모두 에너지 때문이야, 바보야

우리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처리하는 에너지는 수십만 년 동안 겨우 수백 와트에서 머물러 있었다. 약 1만 년 전 도시 공동체를 형성하기 전까지 말이다. 현재는 3,000와트를 넘어섰다.

미국은 그 값의 거의 4배인 1만 1,000와트를 쓴다. '자연적인' 생물학적 값의 100배를 넘는다. 이 소비량은 우리보다 체중이 1,000배 이상 나가는 대왕고래의 대사율보다 그리 적은 수준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에너지 소비량의 이 엄청난 증가가 진화적 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극도로 짦은 기간에 걸쳐 일어났기에, 그 영향에 맞추어서 어떤 체계적인 조정이나 적응이 일어날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져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질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

이것은 신념의 문제다. 어쨌든 사업의 주된 기능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얻는 것이다.

 

우리 행성의 생명은 태양에서 직접 오는 에너지를 생물을 지탱하는 생물학적 대사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진화했고 그렇게 유지되어 왔다. 이 놀라운 과정은 20억 년 넘게 계속 성공을 거두어 왔기에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을 지탱해온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에너지원, 즉 태양이 외부에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비교적 항구적이라는 것이다.

 

이 지속적이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던 준안정 상태는 우리가 불을 발견하면서 아주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불은 죽은 나무에 저장된 태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화학 과정이다.

 

우리는 비로소 순수한 생물학적 존재에서 더 이상 '자연' 세계와 메타 균형 상태에 놓이지 않는 도시화한 사회경제적 존재라는 현재 상태로 진화하였다. 지하의 석탄과 석유에 저장된 태양 에너지를 발견하고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거의 30억 년 동안 이어진 지속 가능한 삶이 일반적이었던 시대로부터 진정으로 극적이면서 혁명적으로 벗어나서 도시세의 시작을 알렸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산업혁명의 진정한 혁신적 특징은 에너지가 외부의 태양에서 공급되는 열린계에서 화석 연료를 통해 내부적으로 공급되는 닫힌계로의 극적인 전환이었다. 이는 엄청난 열역학적 결과를 낳은 근본적인 체계 변화였다. 닫힌계에서는 열역학 제2법칙과 그 요구 조건인 엔트로피가 언제나 증가한다는 원리가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공급에 따라 내부 시장 세력들은 끊임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지하 화석 연료에 저장된 에너지가 지표면으로 방출되면서 대기가 따뜻해지는 것은 열역학 제2법칙의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날씨와 동식물의 생활사를 관장하는 과정들은 온도의 작은 변화에도 지수적으로 민감하다.

 

우리는 자유시장 체계의 엄청난 성공과 결실, 거기에 인간의 창의성과 혁신이 담당한 역할을 기뻐하며 더욱 장려해야 하지만, 에너지와 엔트로피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하며, 그 해로운 결과들의 세계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에너지, 엔트로피, 대사, 환경 용량 같은 개념은 아직도 주류 경제학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점들은 마법 같은 역할을 하는 혁신과 인간 창의성에 호소함으로써 개념적으로 우회할 수 있었다.

물리적 우주가 왜 계속 지수적으로 팽창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무한한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에 호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우주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계속 팽창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혁신적인 착상의 거의 무제한적 공급이라는 망령이 동원된다.

 

착상은 인간 뇌의 신경 과정에 '불과'하며, 인류 전체로 보면 우리는 머릿속에서 거의 무한한 수의 착상을 떠올릴 수 있다. 착상과 혁신도 자극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에너지의 상당량은 생각할 줄 아는 명석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대학, 연구실, 의회, 카페, 음악당, 회의실 같은, 우리가 관행적으로 자극적인 환경과 공동의 경험을 쌓는 장소를 제공하는 데 들어간다.

 

이런 견해의 핵심에는 도시와 도시 생활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실 도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촉진하기 위해, 따라서 착상과 혁신을 자극하기 위해 우리가 창안한 엔진으로 진화해왔다.

 

도시의 모든 것을 지원하는 데에는 극도로 많은 비용이 들므로, 착상을 에너지와 떼어놓는 것은 어리석다.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려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법이니까.

 

무언가가 지속 가능성의 과학이 되려면, 세계의 동역학을 에너지, 자원, 정보의 제약 아래 서로 얽혀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진화하는 많은 하위 복잡 적응계들로 이루어진 진호하는 복잡 적응계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혁신, 기술 발전, 도시화, 금융 시장, 사회 관계망, 인구의 동역학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진화하는 상호관계들이 성장과 사회 변화를 어떻게 추진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전체론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체계적 틀로 어떻게 통합되는지, 그런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계가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도 말이다.

 

태양은 겨우 1시간 동안에 전 세계가 1년 동안 쓰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보내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에너지 문제 따위는 전혀 없다. 적어도 원리상으로는 그렇다.

 

우리는 직접 복사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바람, 조력, 파력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태양에서 오는 풍부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줄 기술을 시급히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우리가 자랑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엄청난 도전 과제다. 여기에 역동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와 경제 분야의 지도자들이 기업가 정신, 자유시장 체제, 정부의 장려 정책이라는 동역학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로 나아갈 방법 고안할 기회가 있다.

 

화석 연료와 태양 에너지의 또 한 가지 근본적인 차이는 에너지가 생산되는 방식의 기본 물리적 메커니즘에 있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에 든 원자와 분자를 묶고 있는 화학결합에 저장된 에너지가 방출된다.

 

우리가 해마다 쓰는 에너지의 양은 약 5x 10의 39승 전자볼트다. 우리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해마다 이만큼의 분자를 분해한다는 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한편 태양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원자핵을 묶고 있는 결합에 저장된 핵에너지를 이용하여 빛을 낸다. 핵융합이라고 하는 이 과정이 태양이 빛을 내는 근본적인 물리적 메커니즘이다.

핵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개념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 엄청난 값 때문이다.

 

원자폭탄이 개발되든 시기 핵에너지가 곧 화석 연료를 대신하여 주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엄청난 낙관론이 팽배했다.

 

기존의 화석 연료 발전소처럼,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지구 전체 계 내부에 있으며, 따라서 엔트로피 생산과 그 해로운 부산물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문제들에 직면한다. 기후 변화를 야기할 원동력은 아니지만, 에너지 규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100만배) 그 부산물은 극도로 해로울 수 있다.

 

우리는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원인으로 생기는 죽음과 파괴가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일어날 때는 놀라울 만치 묵인하는 반면, 느닷없이 불연속적인 사건으로 일어날 때는 설령 사망자 수가 훨씬 더 적다고 해도 쉽게 넘어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해마다 자동차 사고로 12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가장 흔한 암 사망 원인인 폐암으로 죽는 사람의 수에 맞먹는다. 그럼에도 암으로 죽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자동차 사고로 죽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 훨씬 더 큰 듯하다. 

 

 

6 도시의 과학에 붙인 서문

1) 도시와 기업은 아주 커다란 생물에 불과할까?

스케일링 법칙을 이해하고, 망 기반 이론이 성공을 거두면서, 자연히 이 틀이 도시와 기업 같은 다른 망 체계를 이해하는 는 쪽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언뜻 보면, 도시와 기업은 생물 및 생태계와 공통점이 많다. 어쨌든 도시와 기업은 에너지와 자원을 대사하고, 폐기물을 배출하고, 정보를 처리하고, 커지고 적응하고 진화하며, 질병에 걸리고, 더 나아가 종양과 성장이라고 특정지을 수 있는 것들도 보여준다. 게다가 나이도 먹는다. 그런데 기업 쪽은 거의 모두 결국은 죽는 반면, 도시는 죽어 사라지는 곳이 극도로 적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도시(폴리스)를 '자연적'이고 유기적이고 자율적인 실체라고 계속 언급했다.

메타볼리즘 운동이 일어 났는데 메타볼리즘은 대사 과정을 통해 추진되는 생물학적 재생이라는 개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메타볼리즘은 건축을 도시계획과 개발의 통합 구성 요소이자,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으로 본다. 즉 건물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기업 생태계라는 개념은 시장에서의 적자생존이라는 다윈주의적 의미를 함축한 표준 전문 용어가 되었다.

<포식자와 먹이 : 경쟁의 새로운 생태계>는 자연선택의 진화 동역학에서 동물을 개별 기업으로 대체하여, 꽤 표준적인 생태학 논의를 전개한 논문이었다. 하지만 이 논문도 정량적인 예측 능력이 전혀 없는 전적으로 정성적인 것이었다. 그 논문의 큰 장점은 공동체 구조의 역할, 체계적 사고의 중요성, 혁신과 적응과 진화의 불가피한 과정들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레인은 이탈리아 북부를 먹여살린 제조업 부문의 혁신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 연구 사업을 출범시켰다.

나는 회의적이었지만, 데이비드와 샌더는 망 기반 스케일링 이론을 생물학에서 사회 조직으로 확장하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연구 계획이라고 나를 설득했다. 그들은 고대 사회와 현대 사회에서의 혁신과 정보 전달에서부터 도시와 기업의 구조와 동역학을 이해하는 일까지를 복잡성의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우리 공통의 관심사를 다루는 포괄적인 연구 계획을 짰다. '복잡계로서의 정보사회'

 

그 연구단의 첫 목표는 도시와 기업이 스케일링을 보여주는지 알아보고, 그렇다면 그 구조와 동역학을 이해할 정량적인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에서 쓸 만한 것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입소문을 통해, 인맥과 비공식적인 토론을 통한 우연한 연결을 통해, 삼투와 확산을 통해, 진화하는 연구진이 꾸려진다. 

 

원래 취지는 "기업과 도시 구조 같은 사회 관계망 체계들과 유사성이 명백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망 체계를 이해하는 데 쓴 것과 같은 종류의 분석들이 사회 조직에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추가로 강조한 점은 "사회 조직에서의 정보 흐름은 물질, 에너지, 자원의 흐름 만큼 중요하다"

여러 가지 질문도 제시했다. "사회 조직이란 무엇일까? 적절한 스케일링 법칙은 무엇일까? 정보, 물질, 에너지의 사회적 흐름을 전달하는 구조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제약 조건들은 무엇일까? 특히 그 제약 조건들이 모두 물리적인 것일까, 아니면 고려해야 할 사회적, 인지적 제약 조건들도 있을까?"

 

숨겨진 규칙성들은 그들의 몸에 에너지와 자원을 전달하는 기본적인 망의 물리학적, 수학적 표현 형태다. 도시도 사람, 에너지, 자원을 운반하는 도로, 철도, 전선 같은 비슷한 망 체계를 통해 유지되고, 따라서 그런 흐름은 도시 대사 활동의 한 표현 형태다. 이런 흐름들은 모든 도시의 물리적 생명줄이고, 생물에서처럼 그 구조와 동역학은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근사적인 최적화를 향해 나아가는 선택 과정에 내재된 지속적인 되먹임 메커니즘을 통해 진화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도시는 다양한 운송 체계를 통해 연결되고 제공되는 건물과 구조물의 물리적 특성 이상의 것이다.

도시의 진정한 핵심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가 성공한 도시의 생활에 참여할 때 실감하는 도시의 활기, 영혼, 정신 등 뭐라고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특징들을 제공한다.

 

도시에 관해 생각하는 이들은 주로 도시에 누가 살고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보다는 도시의 물리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도시가 본래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그럼으로써 착상과 부를 만들어내고, 대도시가 제공하는 비범한 기회와 다양성을 이용하여 혁신적 사고를 증진시키고 기업가 정신과 문화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구축된다는 점을 잊을 때가 너무나 많다. 우리가 우연히 도시화 과정을 시작했을 때 발견한 마법의 공식 말이다.

 

시키니우스 로마 장군은 "도시가 사람들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도시는 주민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부터 나오는, 그리고 도시 생활이 제공하는 되먹임 메커니즘을 통해 강화되고 촉진되는 창발적인 복잡 적응 사회 관계망 체계라는 것이다.

 

2) 용들에게 맞선 성녀 제인

제인 제이콥스는 혁신적인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도시를 생각하는 방식과 '도시계획'에 접근하는 방식 양쪽에서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도시의 성장에 따른 공동체의 상실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녀는 전통적인 도시계획이 건물과 고속도로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몹시 분개하여 공격을 가했다.

 

"설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줄을 찍 그은 뒤 조성하기만 하면 산책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책로라면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다.

 

'전원도시' 개념의 창시자 하워드의 전원도시 구상은 거주(주거), 공장(산업), 자연(농경) 구역을 미리 정한 비율로 구분한 계획도시였다. 

도시와 농촌의 통합이라는 개념은 새롭게 개화한 사회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신기한 혼인으로 비쳤다. 그의 전원도시는 그 땅을 소유하지 않을지라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닌 시민들이 대체로 독립적이지만 협력하면서 관리를 하는 곳이었다.

 

이 개념이 대규모로 적용된 흥미로운 특수 사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장엄한 규모의 전원도시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해왔다는 것이 장점이다. 싱가포르를 토지가 부족하다 해도 풍부한 식생, 열린 녹지 공간, 열대의 무성함을 느낄 수 있는 '전원 속 도시'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보았다.

 

역석적이게도 하워드의 실제 설계를 따른 이런 전원도시들은 전혀 유기적이지 않았다. 그 기본 구획과 편성은 단순한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딱딱하고 경직된' 것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흐르는 감각적인 곡선'을 받아들인다고 선언하면서도 실제로는 영혼 없는 콘크리트 건물을 설계한 니에메예르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신도시주의라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은 도보 이동과 대중교통의 활용도를 높이는 설계를 통해 공동체 구조를 강조하면서, 사회적, 상업적으로만이 아니라 건축학적으로 다양하면서 복합적인 용도를 갖춘 지역 공동체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그녀가 싸구려 감상주의로 뉴욕시의 장래 상업적 성공을 방해하고 진보를 가로막는 반동분자라고 보았다. 

도시의 시끌벅적한 분위가와 뉴욕을 그토록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화랑과 식당,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번성하게 하는 데 한몫을 하는 온갖 별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전 세계의 많은 도시는 도시 재생과 슬럼가 철거라는 미래 구상 때문에 고통을 겪어 왔다. 그 과정에서 쫓겨나는 이들의 비참한 처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공동체 의식이 무시될 때가 너무나 많았으며, 그 결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벌어지곤 했다.

 

그녀는 무엇이 경제 팽창을 일으키는가 하는 문제를 파악했다고 이야기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말은 틀렸다. 그녀는 맨해튼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투쟁, 다양성 및 지역 공동체가 활기찬 사회경제적 도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한 것을 비롯하여, 도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간파하고 도시의 본질을 파악한 통찰로 주로 기억된다.

 

그녀가 기억되고 싶어 했던, 경제학 자체에 기여한 부분은 현실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고 거의 인정도 받지 못했다.

그녀의 저술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줄기는 거시경제적으로 볼 때 도시가 경제 발전의 주된 추진력이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고전 경제학자들은 으레 국가라고 주장하는데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 경제에서 도시가 주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은 나온 지 거의 50년 뒤, 상당수의 연구자들은 그녀의 결론과 거의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는 도시세를 살고 있다.

 

적어도 국가가 점점 더 기능 장애를 보이는 반면에, 도시는 도전 과제들이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통치가 이루어지는 듯이 보인다는 것이다.

 

3) 여담 : 직접 겪어본 전원도시와 신도시

공영주택 단지가 나머지 경제와 사회로부터 덜 단절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비좁은 양조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에 빈 맥주병을 채우는 노동을 하는 것보다 생각과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고 더 나아가 장려하는 혁신적인 연구 환경에서 일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사실.

 

제이콥스는 스티브너지는 "고분고분하게 따르고, 스스로 아무런 계획도 없고, 마찬가지로 아무런 계획도 없는 사람들과 어율려서 아무 생각 없이 사라간다면 진정으로 아주 멋질 소도시"라고 평했다. 내면의 열정을 숨긴 채 억누르면서 살아가는 지루함, 틀에 박힘, 고립, 친절한 '멋짐'을 잘 포착한 말이다.

 

박물관, 음악회, 연극, 영화, 스포츠 행사, 모임, 항의 집회, 전통적인 도시가 제공하기 마련인 온갖 경이로운 편의시설을 쉽게 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동감, 행동, 다양성이 그런 것들을 충분히 보상했다.

 

나는 전기 회로에서 망, 창발성, 복잡성의 초기 개념을 처음 접했다. 40년 뒤 내가 망이 우리의 몸, 도시, 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기본 뼈대를 형성한다고 추정하기 시작했을 때 다시 등장 했다.

 

4) 중간 요약과 결론

다소 개인적인 여담을 한 의도는 도시의 과학을 개발할 가능성이라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기 위한 몇 가지 특징을 설명하면서 분위기를 깔려는 것이다.

 

관찰들로부터 나온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은 대부분의 도시 개발과 재생 -거의 모든 새로 조성된 계획 도시들-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시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할 때 어떤 특징과 척도를 써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행복, 충족감, 삶의 질 같은 심리사회적 현상들의 측정값은 모형화하기는 커녕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정량화하기조차 쉽지 않다. 반면에 소득, 건강, 문화 활동 같은 삶의 더 구체적인 특징들은 정량화하기가 무척 쉽다.

 

거의 모든 계획도시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동체 정신이 전반적으로 결핍되어 있고 대중 활동과 문화 활동의 부산스러움도 없고, 영혼도 없고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도시는 놀라울 만치 탄력성을 띠며, 복잡 적응계이기에 끊임없이 진화한다. 워싱턴은 정부와 관련된 업무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들르는 곳이었다.  거대한 정부 건물들이 위압적으로 서 있는, 적막하기 그지없는 콘크리트 정글과 비슷했다.

 

지금의 워싱턴을 보라. 활기와 공동체에 이끌려서 수많은 야심차고 창의적인 젊은이가 모여드는, 다양성과 생명력이 넘치는 도시로 진화했다. 현재 워싱턴 대도시권은 더 이상 정부 일자리에만 의존하지 않는 확장된 경제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거대한 정부 건물은 더 이상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고, 전 세계에서 온 젊은이가 모이는 곳과 맛 좋은 식당이 늘어나면서 더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 워싱턴이 제인 제이콥스가 감탄할 법한 장소, 즉 '진짜' 도시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희망은 있다.

 

워싱턴, 브라질리아, 심지어 스티브너지 등 이런 새로운 무기적 계획도시들이,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자신의 지평을 넓히고, 생동하는 창의적인 공동체의 일부임을 느낄 기회가 넘치는 신나는 장소가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였다고 말해도 그리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시는 진화하며 궁극적으로 영혼을 지닌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은 도시화가 정말로 중요하다. 런던과 뉴욕 같은 과거의 거대도시도 오늘날의 거대도시와 관련된 거의 동일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시달렸다. 그렇긴 해도 그 도시들은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세계 경제를 추진하는 주요 경제 엔진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다. 도시는 정말 진화하지만 변화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리며,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편의에 따라 구상된 이런 도시들은 도시의 복잡성 및 그것과 사회경제적 성공의 관계에대한 아무런 깊은 이ㅐ 없이 건설되고 있다. 

 

도시는 유기적인 특성을 지닌다. 도시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고 물리적으로 성장한다. 전 세계의 대도시들은 혁신과 흥분의 원천이자 경제적, 사회적으로 탄력성과 성공의 주요 기여자인, 뭐라고 딱히 정의할 수 없는 부산함과 영혼을 빚어내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도시화의 이 중요한 차원을 무시하고 오직 건물과 기반시설에만 집중하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이며, 재앙까지 빚어낸다.

어떻게 구현을 해야 할까? 도로와 수로로 연결 시키고 대동맥과 모세혈관길을 만들고 시장을 만들면 될까?

 

 

7 도시의 과학을 향하여

거의 모든 도시 이론은 대부분 정성적이며, 주로 이야기, 일화, 직관을 제공하는 특정한 도시나 도시의 특정 집단을 연구하여 나온것들이다. 체계적인 것도 거의 없고, 대개 기반시설 문제를 사회경제적 동역학의 문제와 통합하는 일도 거의 없다. 정량적인 '물리학에 영감을 얻은' 도시 이론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도시와 도시화 과정이 그저 '너무 복잡해서' 유용한 방식으로 개별성과 초월하는 법칙과 규칙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고의 과학은 특정한 개별 구성 요소의 구조와 행동의 토대가 되고 그것들을 초월하는 공통점, 규칙성, 원리, 보편성을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압도적인 복잡성과 다양성이라는 망령에 굴복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세계의 장기 지속 가능서이라는 실존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이론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생각과 자연의 매우 근본적인 현상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스케일이라는 것을, 도시를 이해할 정량적이고 개념적이고 체계 통합적인 틀을 개발할 창문을 여는 강력한 도구로 삼으려는 것이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키고는 서로의 규모 증감 판본일까? 비슷한 방식으로 나름의 스케일링에 따를까?

 

1) 도시의 스케일링

쿠네르트는 유럽 국가들에서 도시의 크기에 따라 도시의 다양한 특징들이 어떻게 늘거나 줄어드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도시와 나라마다 자료가 놀라운 단순성과 규칙성을 보여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직선의 기울기는 거듭제곱 법칙의 지수는 약 0.85로, 앞서 생물의 대사율 0.75보다 조금 높다.

 

이는 도시가 클수록 1인당 필요한 주유소의 수가 더 적다는 의미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더 큰 도시에 있는 주유소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그에 따라 매월 더 많은 연료를 판다. 인구가 2배 늘 때마다 도시에 필요한 주유소는 약 85퍼센트만 더 늘어난다. 따라서 인구가 2배로 늘어날 때 약 15퍼센트가 체계적으로 절약된다.

 

모든 나라들에서 거의 동일하게 0.85라는 비슷한 지수를 지닌 동일한 수학적 스케일링 법칙을 따른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전선, 도로, 수도관과 가스관의 총 길이 같은 교통망 및 공급망과 관련된 기반시설의 양도 거의 동일한 지수값, 즉 약 0.85에 맞추어서 거의 동일한 양상으로 규모가 능가한다.

 

도시의 크기가 증가할 때 각 도시의 개체성을 초월하는 근본적인 규모의 경제가 지닌 동역학의 거의 필연적인 부산물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절감은 대체로 계획에 없던 것들이다.

 

자료가 평균 임금, 전문직의 수, 특허 수, 범죄 건수, 식당 수, 도시 총 생산처럼 생물학에서 사응하는 것이 전혀 없는 사회경제적 양들까지 놀라울 만치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양상으로 규모가 증가한다. 이 다양한 양들의 기울기가 약 1.15라는 거의 동일한 값에 몰려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즉, 인구 크기에 따라 저선형으로 증감하는 기반시설과 정반대로, 사회경제적양들-도시의 본질적 특성-은 초선형적으로 증가하며, 따라서 수확 체증을 보인다. 도시가 더 클수록 임금도 더 올라가고, GDP도 더 커지고, 범죄 건수도 더 많아지고, 에이즈와 독감 환자도 더 늘어나고, 식당도 더 많아지고, 특허 건수도 더 많아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전 세계의 도시 체계들에서 1인당 기준으로 '15퍼센트 규칙'을 따른다.

 

따라서 도시가 더 클수록 혁신적인 '사회적 자본'이 더 많이 창출되고, 더 많이 지니고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는 도시가 왜 그토록 매력적이고 유혹적인지를 말해준다. 반면에 도시는 어두운 측면도 지니는데, 부정적인 지표들도 도시가 커짐에 따라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범죄, 오염, 질병 건수도 그만큼 증가한다. 따라서 좋은 것, 나쁜 것, 추한 것은 모두 통합된 거의 예측 가능한 꾸러미 형태로 함께 온다.

 

보스턴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와 달라 보일 뿐 아니라,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하다.

하지만 80~90퍼센트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도시의 많은 특징이 단순히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스케일링 법칙이 같은 국가 도시 체계에 속한 도시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것.

임금, 범죄 건수, 특허 건수, 도로의 총 길이 같은 다양한 척도의 전반적인 규모는 각 국가 도시 체계의 전반적인 경제, 문화, 개성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범죄의 전반적인 규모는 미국보다 일본이 훨씬 낮지만, 특허 건수는 미국이 더 높다. 따라서 스케일링 법칙이 시카고의 척도들이 로스앤젤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어떻게 증감하는지를 예측 할 수 있지만, 오사카가 시카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어떻게 증감할지를 직접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뉴욕의 척도들이 쿄토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어떻게 증감하는지를 알기만 하면 추론할 수 있다.

 

대개 우리는 이 다양한 도시 척도와 특징의 대부분이 서로 무관하고 독립되어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특정 질병의 발병 건수를 한 도시의 주유소 수나 특허 건수와 연관지어서 생각하지 않는다. 임금, 특허, 범죄, 질병의 규모가 세계 어디서나 거의 동일하고 '예측 가능한' 양상으로 도시 크기에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과연 누가 믿을까?

 

뉴욕과 도쿄는 놀랍고도 예측 가능한 수준까지, 각각 샌프란시스코와 나고야의 비선형 규모 증가 판본이다. 이런 놀라운 규칙성은 모든 도시에 공통적인 기본 메커니즘, 동역학, 구조를 들여다볼 창문을 열어주며, 이 모든 현상들이 사실은 깊이 서로 연결되고 상관 관계를 맺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동일한 '보편적인' 원리 집합을 통해 제약되고 동일한 기본 동역학을 통해 추진되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임금이든 도로의 총 길이든 에이즈 환자 수든 범죄 건수든, 도시의 각 특징, 각 척도는 상호 연관되고 연결되어 있으며, 모두 합쳐서 에너지, 자원, 정보를 지속적으로 통합하고 처리하는 저체적인 다층 규모의 본질적으로 복잡한 적응계를 형성한다. 그 결과가 도시이다.

 

도시는 사람들이 사회 관계망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기본 동역학조직 구성으로부터 출현한다. 다시 말하면 도시는 에너지, 자원, 정보를 교환하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으로부터 나온 창발적 자기 조직화 현상이다. 우리는 대도시의 부산스러운 생산성, 속도, 창의성으로 표현되는 집약적인 인간 상호작용의 다차원 망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생산성 증가와 그에 따른 비용 감소 양상이 발전, 기술, 부의 수준이 전혀 다른 나라들에 모두 들어맞는다는 점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모든 특징이 비선형적으로 규모 증감을 하는 것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크기에 상관없이 평균적으로 개인은 하나의 집과 하나의 직장을 갖고 있으므로, 직장의 수와 주택의 수는 도시 크기에 따라 선형으로 증가한다.  한 도시의 인구가 2배라면, 직장도 주택도 2배일 것이다. 단순한 선형 관계가 나타난다.

 

요약해보자. 도시가 더 클수록, 사회 활동도 더 많아지고, 기회도 더 늘어나고, 임금도 더 올라가고, 다양성도 더 높아지고, 좋은 식당과 음악회와 박물관과 교육 시설을 접할 기회도 더 많아지고, 부산하다는 느낌과 흥분과 참여 의식도 더 고조된다. 동시에 그들은 늘어난 범죄, 오염, 질병이라는 불가피한 부정적 측면들과 어두운 이면을 억누르거나 무시하거나 경시한다.

 

도시 크기가 증가할 때 개인이 받는 혜택 증가와 집단이 받는 체계적인 혜택 증가의 이 놀라운 결합이야말로 지구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도시화의 폭발을 낳는 근본적인 추진력이다.

 

2) 도시와 사회 관계망

전 세계의 도시 체계들이 지리, 역사, 문화가 전혀 다르고,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에도 어떻게 기본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규모 증가가 일어나는 것일까? 그냥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차이들을 초월하면서, 이 놀라운 구조적, 동역학적 유사성의 토대가 되는 공통의 통일적인 요인이 무엇일까?

 

정답은 전 세계의 사회 관계망 구조의 보편성이 바로 공통점이다. 도시는 사람들이며, 대체로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모여서 집단과 공동체를 이루는 방식은 전 세계에 걸쳐 거의 동일하다. 우리의 생물학적, 사회적 조직 구조와 동역학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도시 스케일링 법칙의 놀라운 보편성을 통해 드러나는 근본적인 공통성은 인간 사회 관계망의 구조와 동역학이 어디에서나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유형의 정보들을 교환하고 전달할 능력을 획득했다. 이 혁신의 중요한 결과는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열매의 발견이었다. 우리는 협력할 때 동일한 양의 개인적인 노력을 쏟았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만들고 성취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개인당 에너지를 덜 쓰면서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 

 

건축, 사냥, 저장, 기획 같은 공동체 활동은 모두 언어의 발달과 그에 따른 의사소통 및 사고 능력의 증진으로부터 진화했고 혜택을 보았다. 게다가 우리는 상상력을 계발했고 미래라는 개념을 의식하게 되어 계획하고 미리 생각하고 미래의 도전 과제와 사건을 예견하여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구축하는 놀라운 능력을 획득했다. 이는 인간이 이루어잰 강력한 혁신이다.

 

우리만이 생명의 가장 고귀하고 수수께끼 같은 특성일 의식 및 그에 따른 관조와 양심을 진화시켜왔고, 그것들은 우리에게 통찰력을 제공해왔다. 경이, 생각, 관조, 반성, 의문 제기, 철학, 창조와 혁신, 탐구와 탐험이라는 본질적으로 인간중심적인 과정들은 문명의 도가니이자 창의성과 착상을 촉진하는 엔진인 도시의 발명을 통해 강화되고 배태되어왔다.

 

도시를 오리지 건물과 건물에 에너지와 자원을 공급하는 도로와 전선과 관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망 체계 같은 물리적 특성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시는 규모의 경제로 요약되는 체계적인 스케일링 법칙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사실 생물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인류는 상당한 규모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생물학과 규모의 경제의 발견을 넘어서는, 지구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동역학을 도입했다. 언어의 발명과 그에 따른 사회 관계망을 통한 개인과 집단 사이의 정보 교환에 힘입어서, 우리는 혁신하고 부를 창조하는 법을 발견했다. 

 

따라서 도시는 거대한 생물이나 개미탑을 훨씬 초월한다. 도시는 넓은 범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사람, 상품, 지식의 복잡한 교환에 의존한다. 도시는 예외 없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석이자, 경제 성장, 부 생산, 새로운 착상을 촉진하는 자극제다.

 

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하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되는 고도의 사회적 연결의 혜택을 수확하는 자연적인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그 결과인 긍정적인 되먹임 고리들은 초선형 스케일링과 수확 체증을 낳음으로써 지속적으로 배증하는 혁신과 부 창조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보편적인 스케일링은 온갖 도시 생활이 펼쳐지는 무대인 물리적 기반 시설망과 사회 관계망의 구조 및 동역학이 통합됨으로써 나온다.

 

3) 이런 망들은 정체가 무엇일까?

4분의 1 상대성장 스케일링의 토대인 생물학적 망들의 전반적인 기하학적, 동역학적 특성은

- 망은 공간 채움이다. 

- 말단 단위는 주어진 설계 내에서 불변이다.

- 망은 최적에 가깝도록 진화해왔다.

 

이 특성들은 도시의 기반시설망과 유사하다. 우리의 도로와 교통망은 도시의 구석구석까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공간 채움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공공 설비들도 물, 가스, 전기를 모든 주택과 건물에 공급해야 한다.

 

개인은 상호작용의 망이 가용 '사회경제적 공간'을 집단적으로 채우는 식으로 도시의 다른 많은 개인 및 집단과 상호작용을 한다. 사실 이 도시의 사회경제적 상호작용 망은 도시가 무엇이며 경계는 어디인지를 사실상 정의하는 사회적 활동과 상호 연결성의 도가니가 된다. 도시의 일부가 되려면, 당신은 이 망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물론 이 망의 불변 말단 단위인 모세혈관, 세포, 잎, 잎자루에 상응하는 것은 사람들과 그들의 집이다.

 

한 가지 질문은 도시의 구조와 동역학에서 최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만일 있다고 한다면, 무엇이냐는 것이다.

도시는 성장하고 진화하면서 점점 더 적응하고 되먹임이 이루어지면서 최적화를 향해 가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전형적인 생물학적 진화 속도에 비해 도시에서는 변화와 혁신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났기 때문에 상황은 더 복잡하다. 그렇긴 해도 시장의 힘과 사회적 동역학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기반시설망의 진화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비용의 최소화를 향해 가고 있다. 

 

여행은 시간이나 거리, 또는 양쪽 다를 최소화한다는 목표에 따라 이루어진다. 전기, 가스, 물, 교통 체계에 엄청난 국지적 비효율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충분히 긴 기간에 걸쳐서 보면, 이 망 체계들이 근사적인 최적화를 향해 가고 있다는 추세가 뚜렷이 드러난다. 전 세계의 각기 다른 도시 체계에서 다양한 기반시설의 양이 공통된 지수값을 지니는 체계적인 스케일링 법칙의 출현은 이 진화 과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도시의 대사율 자료 보다 동물의 대사율 자료의 직선이 더 조밀하게 모여 있다. 최적의 배치를 향해 유기적으로 진화할 시간이 훨씬 적었음을 반영한다. 이런 직선과의 편차는 각 도시의 고유한 역사, 지리, 문화가 남긴 흔적의 척도이다.

분산 정도(산포도)는 도시 체계마다 다르다. 이는 대체로 국가마다 자기 도시의 유지 관리, 개선, 혁신에 투입하는 자원의 양이 달랐기 때문이다.

 

도시의 사회경제적 동역학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마찬가지로 도시 사회 관계망에서 최적화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질문할 수 있다. 이는 명확히 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이다.

 

도시를 사회적 상호작용의 강력한 촉진자나 부 창조와 혁신의 거대한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한다면, 개인 사이의 연결성을 최적화함으로써 사회적 자본을 최대화하도록 도시의 구조와 동역학이 진화했다고 추정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이는 도시와 도시 체계의 사회 관계망과 사회 조직 전체 -즉, 누가 누구와 연결되고, 그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흐르고, 그 집단 구조의 특성은 어떠한지-가 궁극적으로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개인, 소기업, 대기업의 탐욕스러운 욕구에 따라 정해짐을 시사한다.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경제적 기구는 '더욱더 원하는 욕망'이라는 의미에서 부정적, 긍정적 의미를 모두 함축하는 탐욕을 통해 주로 추진된다. 우리 대부분이 많이 가져도 더욱더 원하는 욕망에 이끌린다는 점을 생각할때, 다양한 형태를 취하는 탐욕이 도시의 사회경제적 동역학의 주된 기여자로 볼 수 있다.

간디는 "지구는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분히 주지만, 모두의 탐욕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탐욕에는 대단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탐욕은 우리를 비롯한 동물들의 몸집에 상대적으로 대사력을 최대화하려는 진화생물학적 충동의 사회적 판본이다.

 

더욱더 원하는 욕망은 부와 물질적 자산을 넘어서 많은 것에 적용될 수 있다. 이것은 개인과 집단 양쪽 수준에서 엄청난 도덕적, 정신적, 심리적 도전 과제를 제기하는 대단히 강력한 사회적 힘이다. 스포츠에서든 사업에서든 학문에서든, 성공하려는 -가장 빨리 달리거나 가장 창의적인 기업을 운영하거나 가장 심오하면서 통찰력이 돋보이는 개념을 내놓고 싶은- 욕망은 우리 중 상당수가 누릴 특권적이고 놀라운 생활수준과 삶의 질을 안겨주는 데 기여한 근본적인 주요 사회적 동력이 되어왔다. 

 

그런 동시에 우리는 지나치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하는 사회정치 구조들 속에 통합되어온 이타주의적, 박애주의적 행동을 진화시킴으로써 마구 날뛰는 물질적 탐욕을 억제해왔다.

 

도시의 발명과 혁신 및 부 창조와 강력하게 결부된 그 규모의 경제는 사회를 여러 부문으로 분화시켰다. 수렵채집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덜 계층적이고, 더 평등주의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이었다. 그렇긴 해도 이기심이라는 동기가 없다면, 기업가 정신으로 추진되는 우리의 자유시장 경제는 붕괴할 듯하다. 

 

우리가 진화시킨 계는 훨씬 많은 새로운 것들을 계속 원하는 이들에게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이 방식은 멋있어 보이지도 않고 모두에게 다 좋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우리 대다수에게 놀라울 만치 잘 작동해왔으며, 분명히 우리 대다수는 계속 그것을 원하는 듯하다.

 

이 장의 뒷부분에서는 사회 관계망과 기반시설망 양쪽에서 드러나는 정보, 에너지, 자원 흐름의 본질을 좀 상세히 살펴보고, 그것들이 어떻게 스케일링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생물학적 망과 매우 흡사하게, 이 망들은 본질적으로 계층 구조적이고 프랙털형이다. 예를 들어, 기반시설망에서 공급 관들을 지나는 흐름은 발전소와 급수장 같은 중앙 공급 단위에서 각 망의 관과 전선을 따라 개별 주택으로 향하면서 체계적으로 줄어든다. 심장에서 모세혈관에 이르기까지 순환계에서 거의 규칙적인 기하학적 비율로 혈액 흐름이 줄어드는 것과 거의 똑같은 양상이다. 

 

이 망들과 그 흐름의 프랙털형 특성은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 분포를 이루고 저선형 스케일링규모의 경제의 토대가 된다.

 

실제로는 이보다 좀 더 미묘한데, 도시가 균일하지 않고 대개 준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많은 국소 활동 중심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국소 중심축들이 서로 계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그렇다. 이런 국소 중심축들을 흔히 '중심지'라고 부른다. 

 

4) 도시 : 결정일까? 프랙털일까?

중심지 이론은 신기한 이론이다. 기본적으로 도시와 도시 체계가 물리적으로 어떻게 배치될지에 관한 정적이면서 고도로 대칭적인 기하학 모형이다.

 

이 이론은 하워드의 경직되고 무기적인 전원도시 설계와 공통점이 훨씬 더 많다. 하워드는 사람을 오로지 경제적 단위로만 보았을 뿐 그 외의 역할은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이상적인 유클리드 기하학적 패턴에서 주로 영감을 얻었다. 그렇긴 해도 이 이론은 흥미로운 특징들을 많이 지니고 있으며, 20세기 내내 도시의 설계와 사상에 굉장한 영향을 미쳐왔다.

 

크리스탈러는 개별 도시 역시 점점 더 규모가 축소되면서 반복되는 고도로 대칭적인 육각형 격자무늬에 토대를 둔 이상적인 이차원 결정 기하학 구조로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육각형은 틈새 없이 꽉 채울 수 있도록 모서리끼리 딱 들어맞는 가장 단순하면서 사소하지 않은 형태이기에 선택된 것이다. 이 육각형은 상업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크리스탈러의 모형은 유기적으로 진화한 망 구조와 공통점이 있는 매우 중요한 특징 두 가지를 지닌다. 

- 공간 채움

- 자기 유사적(계층 구조적)

거기에 이 모형은 서비스를 얻기 위한 최소 여행 시간거리 개념 같은 다른 주요한 일반 특징들도 갖추었다.

 

도시의 실제 자기 유사성은 크리스탈러의 경직된 육각형 결정 구조보다는 교통과 공공 설비 체계의 유기적으로 진화한 계층적 망구조를 더 잘 반영한다. 도시는 지건과 고전적인 유클리드 기하학이 지배하는 하향식으로 가공된 기계가 아니라, 복잡 적응계의 전형적인 주름진 선과 프랙털형 모양을 지닌 생물에 훨씬 더 흡사하다. 실제로 복잡 적응계다. 세균 군체의 성장 패턴을 떠올리게 하는 전형적인 도시의 성장 패턴을 볼 수 있다.

 

사실 생물학적 유기체나 지리적인 해안선과 매우 흡사한 자기 유사적 프랙털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프랙털 차원은 대상의 주름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이며, 일부에서는 그것을 복잡성의 척도로 해석한다.

더욱 흥미로운 활용 사례는 도시 건강의 진단 척도로 삼는 것이 아닐까? 대개 건강하고 튼튼한 도시의 프랙털 차원은 도시가 성장하고 발달함에 따라 꾸준히 증가한다. 점점 더 늘어나면서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한 활동을 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기반시설이 점점 더 늘어나고, 그에 따라 복잡성이 더 커진다. 하지만 거꾸로 도시가 경제적으로 힘들 때나 일시적으로 위축될때에는 프랙털 차원도 줄어든다.

 

이런 프랙털 차원은 도시의 다양한 기반시설망의 자기 유사성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가 다 그러한데, 전형적이게도 규칙적인 직사각형 격자 형태다. 직사각형 격자 구조를 지닌 도시에서도 그 기하학의 밑에는 모든 도시에 배어 있는 프랙털이 숨어 있으며, 그 점은 스케일링 법칙의 보편성에 반영되어 있다.

 

도로는 주요 도시 사이의 거리와 여행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직선이 되도록 계획되었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이 제국 전체를 다스리기 위해 도로를 닦은 것과 흡사하게 말이다.

실제 교통 흐름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사실 본질적으로 프랙털이다.

 

보스턴, 롱비치, 러레이도 같은 항구 도시의 단순성을 생각해보자. 이런 항구들에서 규칙적으로 트럭들이 빠져나와 주간 도로망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상품을 운송한다.

트럭들은 도시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주간 도로망의 서로 다른 구간으로 흩어져 전국 각지로 향하고, 이윽고 각 주의 도로망으로 들어선다.

 

도로의 폭이 더 넓을수록 출발하는 트럭의 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지도에서 으레 보인 격자 모양의 주간 도로망은 놀랍게도 우리 순환계를 떠올리게 하는 훨씬 더 흥미로운 계층적 프랙털형 구조로 변모한다.

 

교통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 바로 그 도로망의 진짜 모습이 된다. 주요 도로는 대동맥처럼 행동하고, 그 이후의 도로들은 각각의 동맥, 상품이 최종 배달되는 각지의 소도시와 도시로 들어가는 말단 도로는 그 도로망의 모세혈관이다. 심장은 러레이도 자체이며, 그 심장은 주관 혈관계로 트럭들을 '뿜어낸다'.

 

이 체계는 생리적 순환계를 일반화한 것이며, 여기서 각 도시는 피를 뿜어내는 심장처럼, 크리스탈러의 말을 빌리자면 '중심지'로 행동한다.

 

5) 거대한 사회적 인큐베이터인 도시

도시는 물리적 기반시설을 이루는 도로, 건물, 관, 전선의 단순한 총합이 아닐뿐더러, 모든 시민들의 삶과 상호작용을 누적한 합도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이 융합되어 생동하는 다차원적이고 살아 있는 실체다.

 

도시는 물리적 기반시설과 그 주민을 모두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에너지와 자원의 흐름을 모든 시민들을 상호 연결하는 사회 관계망 속의 정보 흐름 및 교환과 통합함으로써 탄생하는 창발적 복잡 적응계다.

 

이 두 가지 전혀 다른 망의 통합과 상호작용이 마법처럼 그 물리적 기반시설의 점증하는 규모의 경제를 낳는 동시에, 사회적 활동, 혁신, 경제 산출량의 불균형적인 증가를 낳는다.

 

도시의 물리적 기반시설들은 생물에서와 거의 동일한 과정으로 도시에서 생겨난다. 에너지와 자원이 도시의 각 부위에 공급되는 양상을 제약하는 최적화한 공간 채움 운송 망의 일반적인 특성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리적 망들이 우리의 순환계 같은 우리 몸에 있는 생리적 망을 어떤 식으로 모방하고 있는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사회 관계망의 기하학과 구조 및 거기에 속한 사람들 사이의 정보 흐름을 어떻게 시각화해야 할지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사회 관계망 연구는 1990년대에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이 복잡 적응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였다. 정보기술 혁신으로 생긴 새로운 통신 도구들은 이 추세를 더욱 강화했다. 그로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새로운 유형의 사회 관계망들이 생겨났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자료의 양과 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빅데이터의 출현으로 보면 될듯

 

지난 20년 사이에 네트워크과학이 출현하여 크게 발전하면서, 망의 전반적인 현상학과 망을 생성하는 근본 메커니즘과 동역학 양쪽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네트워크과학은 고전적인 공동체 조직 구조, 범죄 및 테러 망, 혁신망, 생태적 망과 먹이그물, 보건과 질병 망, 언어와 문학 망을 비롯하여 다양한 범위의 주제를 다룬다.

 

이런 연구들은 범유행병, 테러 조직, 환경 문제를 공략하고, 혁신 과정을 강화하고 촉진하며, 사회 조직을 최적화할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고안하는 것을 비롯하여 중요한 사회적 도전 과제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왔다.

 

 

작은 세계: 스탠리 밀그램과 6단계 분리

6단계 분리는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1960년대에 내놓은 개념인데, 흔히 '작은 세계 문제'라고도 한다. 

당신이 무작위로 고른 자기 나라의 다른 어떤 사람과 평균적으로 몇 사람을 건너면 알게 될까?

 

각 점을 마디(노드)라고 하고 점으로 표시한 두 사람이 서로 안다면, 둘을 연결하는 선을 긋는다 이 선을 링크라고 한다. 이 방법을 쓰면, 어느 사회의 사회 관계망이든 구성 할 수 있다.

 

놀랍게도 밀그램은 임의의 두 사람을 연결하는 링크 개수가 평균적으로 겨우 약 여섯 개임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6단계 분리'라는 말이 나왔다. 즉,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놀라울 만치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의외의 결과를 분석한 사람은 응용수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와 던컨 와츠였다. 그들은 작은 세계망이, 무작위로 연결된 망에 비해 대개 허브와 군집도가 큰 곳이 아주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허브는 링크 수가 유달리 많은 노드를 가리킨다.

이 허브 구조 때문에 군집도가 높다는 것은 작은 세계망이 클리크라는 모듈형 하위 망을 지니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클리크 자체는 내부의 어떤 두 마디든 간에 거의 다 서로 연결되어 있을 만큼 연결도가 매우 높은 구역을 가리킨다.

 

개통 이틀 뒤 다리는 폐쇄되었고, 이는 공명이라는 형태로 표현되곤 하는 양의 되먹임 메커니즘의 전형적인 사례다.

오늘날의 다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도시를 개발하고 짓는 일은 다리나 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지만,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설계를 최적화하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본 원리와 동역학을 알고 유념하며, 문제를 체계적인 맥락에서 폭넓게 보고, 정량적이고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등의 관점을 특정 문제와 관련된 세부 사항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관점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선한 사람들이 왜, 어떻게 악해지고 나쁜 짓을 저지르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사회적 의식이 진화한 이래로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역설이었다. 인간이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선과 악이라는 끊임없는 도덕적 딜레마-는 인간이 우주와이 관계에서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와 짝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들은 인류가 의식을 지니게 된 이래로 인간의 생각을 지배하면서 수많은 종교, 문화, 철학을 낳은 인간 존재의 핵심 현안들이다. 아주 최근에야 비로소 이런 심오한 문제를 과학과 '합리성'에 토대를 둔 관점에서 살펴보기 시작했고, 이론 틀과 새로운 통찰과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밀그램과 짐바르도의 연구는 선한 사람들이 왜 아주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는가 하는 수수께끼가 또래 압력 상황, 거부에 대한 두려움, 권위를 통해 개인에게 권력과 통제를 가하는 집단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욕망에서 기원함을 시사한다.

 

 

도시심리학: 대도시 생활의 스트레스와 제약

밀그램은 인간 본성에 관한 관점을 바꾸고, 특히 개인의 활동과 행동이 공동체와의 상호작용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기여했다.

밀그램은 대도시 생활의 심리적 혹독함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대도시 생활의 특징인 신뢰 부족, 더 큰 두려움과 불안, 시민 의식과 친절함의 전반적인 결핍을 살펴볼 실험을 고안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초인종을 누른 뒤 도움을 청할 때 소도시와 대도시의 차이.

 

도시 생활의 이 어두운 사회심리적 측면을 개념화하기 위해, '과부하'라는 용어를 빌려왔다. 대도시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람을 접하기 때문에, 쏟아지는 그 모든 감각 정보를 다 처리할 수가 없다. 모든 자극에 반응하려고 하다가는 우리의 인지적, 심리적 회로가 고장 날 것이고, 한마디로 우리는 과부하에 걸린 전기 회로처럼 퓨즈가 나간다.

 

밀그램은 '반사회적' 행동들이 사실은 도시 생활의 감각적 공습에 대처하기 위한 적응적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즉 그런 적응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퓨즈가 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대도시의 혜택을 얻기 위해 우리가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대가 중 하나임이 드러난다. 이것은 도시 크기가 증가할 때 초선형 스케일링을 보이면서 증가하는 연결성의 '좋은 것, 나쁜 것, 추한 것'에 해당하는 결과들의 도 다른 차원이다.

 

늘어난다는 것은 임금, 특허 건수, 식당, 기회, 사회 활동, 부산함이 더 늘어나는 한편으로, 범죄와 질병도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불안, 두려움이 더 심해지고 신뢰와 시민 의식은 줄어든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의 상당수는 더 큰 도시에서 삶의 속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망 이론의 예측 가능한 결과 중 하나다.

 

 

6) 가까운 친구가 실제로 얼마나 많을까? 던바와 던바 수

도시 기반시설망의 체계적인 자기 유사성과 프랙털형 기하학이 사회 관계망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로 논의가 넘어 갈 수 있다.  먼저, 6단계 분리 현상이 겉보기와 달리, 우리가 서로 상당히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작은 세계망은 대개 근본적인 자기 유사적 특징과 개인들의 클리크가 우세함을 반영하는 거듭제곱 법칙 스케일을 보여준다. 그런 모듈 집단 구조는 가족이든 가까운 친구든 직장 부서든 동네든 도시 전체든, 우리 사회생활의 핵심 특징이다.

 

사회 집단의 계층 구조의 정량적인 특징 중 일부가 명확해 진것은 지난 20여 년 전부터였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평균적인 개인의 사회 관계망 전체를 크기가 놀라울 만치 규칙적인 양상을 따르면서 차곡차곡 겹쳐 들어가는 군집들의 계층 서열로 해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가족에서 도시로 계층 구조를 올라감에 따라 각 수준에 이는 집단의 크기는 체계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집단 내 사람들 사이의 결속력은 체계적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직계 가족과 아주 강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버스 운전사나 시의원과는 아주 약하게 연결되어 있다.

 

던바는 이 계층구조가 자기 유사적 프랙털형 행동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단순한 스케일링 법칙에 따르는 놀랍도록 규칙적이고 수학적인 구조를 지니는듯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개인이 가장 강한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가 어느 시점에든 겨우 약 다섯 명임을 발견했다.

 

우리는 집단 계층 구조의 이 연속적인 수준의 규모 -5, 15, 50, 150-를 정량화한 수들이 약 3배라는 거의 일정한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수열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규칙성은 우리 순환계와 호흡계의 망 계층 구조에서만이 아니라 도시의 교통 패턴에서 보는 익숙한 프랙털형 패턴이다.

 

상당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러프하게 보면 사회 관계망이 거의 프랙털 패턴을 보여주며, 다양한 사회 조직의 폭넓은 스펙트럼에 걸쳐서 이 말이 맞는 듯하다.

 

약 150명이라는 수는 수렵채집인 무리부터 로마 제국, 16세기 스페인, 20세기 소련의 군대 조직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집단들에서 사회적 단위들이 이 마법의 수를 중심으로 기능을 한다는 사례를 많이 찾아냈다. 

 

그는 이 드러난 보편성이 뇌의 인지 구조의 진화에서 기원했다고 추정했다. 즉, 우리에게 그저 이 크기를 넘어서는 사회 관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계산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집단의 크기가 증가하다가 이 수를 넘어서면 사회적 안정성, 일관성, 연결성이 상당히 줄어들면서, 궁극적으로 붕괴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임을 시사한다.

 

집단 정체성과 응집성이 집단이 제대로 기능하는데 핵심적이라고 인식되는 상황에서는 사회 관계망 구조의 더 폭 넓은 의미와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분명 대단히 중요하다.

 

그의 연구진은 사회성 영장류의 집단 크기가 뇌의 신피질 부피에 비례하여 고전적인 거듭제곱 법칙에 따라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던파는 인간의 지능이 생태적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다가 나온 직접적인 결과물이라는 통상적인 설명에 따르지 않고, 주로 크고 복잡한 사회 집단을 형성하기 위한 도전 과제에 대한 반응으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인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 구조가 생태적 대사 압력보다는 사회적 압력에 반응하여 진화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나는 사회 관계망 구조가 사회적 압력이든 환경적 압력이든, 진화적 압력에서 기원했다는 일반적인 관점을 선호한다. 그것은 사회 관계망의 자기 유사적 프랙털 특성이 우리 DNA에 따라서 우리 뇌의 신경계에 새겨져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모든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를 형성하는 우리 뇌의 백색질과 회색질의 기하학 자체가 프랙털형 계층 구조 망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는 사회 관계망의 숨겨진 프랙털 특성이 사실상 우리 뇌의 물리 구조의 한 표현 형태임을 시사한다. 

 

도시의 구조와 조직이 사회 관계망의 구조와 동역학에 따라 결정된다는, 즉 도시의 보편적인 프랙털성이 사회 관계망의 보편적인 프랙털성을 투영한 것이라는 생각과 연결지으면, 이 추측을 한 단계 더 밀고 나갈 수 있다.

이 모든것을 하나로 엮으면, 도시가 사실상 인간 뇌 구조의 규모 확장 형태라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추측이 나온다.

 

한마디로, 도시는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표현한 한 형태이며, 그 방식은 우리 신경망에, 따라서 우리 뇌의 구조와 조직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흐름을 표현하는 도시 지도가 우리 뇌의 신경망의 기하학과 흐름의 비선형 표현 형태라는 의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7) 단어와 도시

인구 규모에 따라서 도시의 순위를 매기는 지프의 법칙이라는 유명한 스케일링 법칙이 있다.

이는 흥미로운 관찰 법칙이다. 가장 단순화하면, 도시의 순위가 인구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도시 체계에서 가장 큰 도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보다 크기가 약 2배이고, 세 번째로 큰 도시보다는 3배, 네 번째로 큰 도시보다는 4배 더 크다. 

 

이 법칙을 처음 발표할 때는 도시가 아니라 언어에서의 단어 사용 빈도에 적용되었다.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는 둘째로 빈도가 높은 단어보다 약 2배, 약3배...

 

더 신기한 점은 이 법칙이 배, 나무, 모래알, 운석, 유전, 인터넷을 오가는 파일 크기 등 수많은 것들의 크기 순위 분포를 비롯하여 놀라울 만치 다양한 사례들에 들어맞다는 것이다.

이 분포는 소득, 부, 기업 크기 등 다른 여러 경제 척도들에도 들어맞는데, 지수가 2에 가까운 단순한 거듭제곱 법칙을 따른다. 부자와 대기업은 극소수인 반면, 아주 가난한 사람이나 아주 작은 기업은 엄청나게 많다는 뻔한 경제적 사실을 정량화 한것이다. 파레토 법칙은 이른바 80/20 법칙이라 표현되기도 한다. 

아주 커다란 것에 극소수가 속하고 아주 작은 것에 엄청나게 많은 수가 속한 이 비대팅이 바로 지프의 법칙의 특징이다.

 

한편으로 지프와 파레토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난 사례가 종종 보이며, 다른 많은 역동적 과정이라는 훨씬 폭넓은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 빈도 분포의 정확한 특성을 결정하는 어떤 고정된 보편 원리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런 지프형 분포가 다양한 현상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은 그런 분포가 개별 대상들의 세세한 동역학 및 특징을 초월한, 독립된 어떤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특징을 표현함을 시사한다.

 

가우스 분포 또는 정규 분포는 무엇이든 상관없이 어떤 사건들이나 실체들이 서로 독립적이고 상관없이 무작위로 분포해 있을 때면 반드시 수학적으로 생겨난다.

전형적인 가우스 종형 곡선이 너무나 널리 퍼져 있고 당연시되어서 사람들은 '모든 것'이 이 곡선을 따라 분포해 있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도시, 소득, 단어가 고전적인 종형 곡선을 따르는 무작위 분포를 할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가정하곤 한다. 

 

도시들이 통일된 도시 체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있고 무작위로 분포하지 않는 것처럼, 한 책의 단어들도 의미 있는 문장을 이루어야 하므로 상관관계가 있고 무작위로 분포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가우스 분포를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 않다

 

지진, 금융 시장 붕괴, 산불 같은 재앙의 출현 빈도를 비로하여, 우리가 다루어온 가장 흥미로운 현상 중 상당수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이것들은 거의 자기 유사적 과정들이기 때문에, 모든 규모에서 동일한 동역학을 보인다. 그래서 금융 시장에 작은 조정을 일으키는 일반적인 메커니즘은 시장이 엄청난 폭락을 겪을 때에도 작동한다.

 

희귀한 사건의 출현 빈도와 관련지어 볼 때, 프랙털형 행동에 토대를 둔 거듭제곱 분포와 모형이 위험 관리라는 신생 분야에서 점점 더 널리 쓰이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금융 시장이든 산업 과제 실패든 법적 책임이든 신용 대출이든 사고든 지진이든 화재든 테러든, 위험을 다루는 데 흔히 쓰이는 척도는 복합위험지수로, 위험 사건이 끼치는 영향에 그 출현 확률을 곱한 값으로 정의된다.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위험을 회피해야 할수록 점점 더 중요해 질것이다.

 

 

 

8) 프랙털 도시 : 사회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의 통합

도시를 구성하는 두 가지 주요 구성 요소인 물리적 기반시설사회경제적 활동은 둘 다 거의 자기 유사적 프랙털형 망 구조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 프랙털은 종종 한 생물의 모든 세포나 한 도시의 모든 사람이 에너지와 정보를 공급받도록 하거나 운송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최소 에너지로 과제를 달성함으로써 효율을 최대화하는 등 특정한 특징을 최적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경향을 지닌 진화 과정의 산물일 때가 많다.

 

사회 관계망이 최적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는 그보다 불분명하다.

설령 사회적 뇌 가설이 옳다고 해도, 그것은 사회 집단의 프랙털 특성의 기원이나 150명이라는 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런 일반적 특성이, 사회적 공간을 최대로 채운다는 개념과 결합된 이기심-즉, 자산과 소득을 최대화하려는 모든 개인과 기업의 욕망-이 근본적인 추진력에서 나온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아무튼 사회 관계망의 정량적 이론을 구축하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도시의 모든 사회경제적 활동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수반한다. 도시 생활의 상징인 모든 활동은 사람들 사이의 지속적인 정보, 상품, 돈의 교환을 통해 생성되고 유지된다. 도시의 일은 공원, 식당, 카페, 경기장, 영화관, 극장, 광장, 쇼핑몰, 업무용 건물, 만남의 장소 같은 사회적 연결을 부추기고 증진시킬 적절한 기반시설을 제공함으로써 이 과정을 촉진하고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모든 사회경제적 척도는 도시 내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상호작용, 즉 링크의 수에 비례한다.

얼마나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느냐가 승패를 좌우 할 수 있다는 의미

 

사실 집단의 크기가 2배로 늘 때마다, 링크의 수는 약 4배 증가한다. 사람들 사이의 링크 수는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더 빨리 증가하며, 사람 수의 제곱의 절반이라고 꽤 근사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만약 6명이 넘는 저녁 모임은 독립된 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무려 45가지에 달하므로, 불가피하게 집단이 두 명, 세 명, 또는 그 이상의 대화 집단으로 해체 되는 분열을 낳는다. 집단의 친밀함을 원한다면 약 여섯 명을 초과하면 그렇게 하기가 꽤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편이 좋겠다.

 

어른 2명에 아이 8명인 가족에서는 각 아이는 부모 외에 형제자매 두세 명과 강하게 연결되고, 대개 그렇듯이 모두가 다른 모두를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돌아가서 도시 전체에서 이 양상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보자. 모두가 다른 모두와 하나의 커다란 행복한 가정에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위의 논리는 모든 사회경제적 척도가 집단 크기의 제곱에 비례해야 한다는 의미일 거이다. 

 

이는 전체 집단이 미친 듯이 지속적이고 완벽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극단적이면서 지극히 비현실적인 사례를 대변한다.

이는 분명히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인구가 20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라고 해도 가능한 관계의 수가 약 200억 개에 달하며, 개인이 각각의 관계에 1년 중 단 1분만 할애한다고 해도,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전혀 없이 깨어 있는 시간 전부를 남들과 관계를 맺는 데 보내야 할 것이다.

 

20만명은 커녕, 약 150명을 넘어서면 그 어떤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진다.

 

이 사례는 사회적 연결성과 사회경제적 양들이 집단 크기에 따라 초선형으로 증가하는 이유를 밝히는 자연적인 설명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경제적 양들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링크의 합이며, 따라서 그런 링크들이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생태계는 프랙탈을 만들어 낸듯 하다.

 

도시에서 우리가 남들과 유지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수와 비율이 제한되는 근본 이유는 공간과 시간이 가하는 숨겨진 제약들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에 있을 수 없다. 명백하지만 미묘한 한 가지 근본 제약은 우리의 모든 상호작용과 관계가 집이든 사무실이든 극장이든 상점이든 거리든, 반드시 물리적 환경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네트워크과학의 급속한 진화로 사회 관계망이 마치 더 이상 중력의 제약과 물리 세계의 성가신 방해에 얽매이지 않는 양 공간상에서 어떻게든 떠돌아다닐수 있다는 불행하면서 오도하는 인상이 퍼져왔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현실적인 존재가 아니라, 물리성이 없는 하이퍼공간을 떠돌아다니는 덧없는 존재로 묘사한다. 사회 관계망의구조, 조직, 수학에 관해 엄청난 양의 연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그것들이 물리 세계의 지저분한 현실과 직접 그리고 반드시 결부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리고 그 물리 세계는 주로 도시 환경의 것이다.

메타버스를 구축 하려는 사람들의 착각이겠군

 

바로 여기가 도시의 기반시설이 개입하는 지점이다. 도시 기반시설의 역할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적어도 일부 시간에는 어느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정적일 수가 없다. 이동성은 그들의 생존과 활력의 본질적 요소다.

 

도시 사람들은 사실상 끊임없이 움직이는 상태에 있으며, 그 운동은 교통 체계와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고 그 체계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동성과 사회적 상호작용은 둘 다 도시가 제대로 돌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들을 결합한다. 둘은 사회 관계망과 기반시설망의 구조, 조직, 동역학을 서로 엮는다.

 

이 개념들로 도시 스케일링 법칙을 유도할 수 있으려면 도시의 큰 그림 이론을 전개할 수 있으려면 수학으로 번역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는 개인을 사회 관계망의 '불변 말단 단위'라고 생각하 수 있다. 즉, 평균적으로 개인이 한 도시에서 거의 동일한 양의 사회적, 물리적 공간에서 활동한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가 방금 논의한 도시에서의 이동성에 가해지는 시공간적 한계 및 '보편적인' 던바 수에 함축된 의미들과 들어맞는다.

 

우리가 활동하는 물리적 공간과 도로와 상하수도관 같은 공간 채움 프랙터 망. 이 두 종류의 망의 통합, 즉 공간 채움 프랙털형 사회 관계망을 통해 대변되는 사회경제적 상호작용이 공간 채움 프랙털형 기반시설망으로 대변되는 도시의 물리성에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은 평균적인 도시 거주자가 도시에서 유지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수를 결정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인구 증가에 따라서 사회경제적 활동의 규모가 어떻게 커지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바로 이 숫자다.

 

도시를 살아 있는 생물로 보는 비유는 전기, 가스, 물, 승용차, 트럭, 사람의 형태로 에너지와 자원을 운반하는 망이 그러하며, 우리의 심혈관계와 호흡계, 식물의 관다발계 같은 생물학에서 번성하는 망에 매우 유사한 것이 바로 도시의 이 구성 요소다. 공간 채움, 불변 말단 단위, 최적화 라는 개념들을 결합함으로써 이 망들도 마찬가지로 15퍼센트 규칙에 따르는 규모의 경제를 시사하는 저선형 지수를 지닌다. 즉, 거듭제곱 법칙에 따라 기반시설 척도 스케일링을 하는 프랙털형이 된다. 

 

도시 사람들의 이동성과 물리적 상호작용 공간에 대한 이런 제약들이 사회 관계망의 구조에 가해질 때, 한 가지 중요하면서 파급 효과가 큰 결과가 출현한다. 한 도시에서 평균적인 개인이 남들과 유지하는 상호작용의 수는 도시의 크기에 따라 기반시설의 규모가 증가하는 비율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반시설과 에너지 이용의 스케일링이 저선형인 정도는 평균적인 개인의 사회적 상호작용 수의 스케일링이 초선형인 정도와 동일하다고 예측된다. 따라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모든 사회경제적 척도를 통제하는 지수(15퍼센트 규칙)는 기반시설과 에너지 및 자원의 흐름을 통제하는 지수가 1보다 적은 정도(0.85)와 동일한 수준으로 1보다 크다(1.15)

 

이런 망 스케일링에 따르면, 물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서로의 거울상이며, 따라서 물리적인 도시-건물, 도로, 전선, 가스관, 수도관의 망을 지닌 도시-가 사회적 상호작용망을 갖춘 사회경제적 도시의 역 비선형 표현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도시는 정말로 사람들이다.

 

도시 크기가 2배로 커질 때마다 사회적 상호작용, 따라서 소득, 특허 건수, 범죄 건수 같은 사회경제적 척도들이 약 15퍼센트 증가한다는 것은 물리적 기반시설과 에너지 사용량이 15퍼센트 절감된다는 데서 나오는 덤, 즉 보상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체계적인 증가는 도시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이루는 핵심 추진력이다. 부 창조, 혁신, 범죄 건수, 더 넓은 의미의 부산함과 기회는 모두 사회 관계망과 더 많은 대인 상호작용을 통해 촉진되고 강화된다.

 

하지만 거꾸로 여기서 도시를 사회적 상호작용의 증가가 창의성, 혁신, 기회를 강화하고 그에 따라 배당금인 양 기반시설에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화학의 촉매이자 용광로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도시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시민 사이의 상호작용 횟수와 속도도 증가한다. 비유적으로 도시의 크기 증가는 따라서 도시 온도 증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크기에 상관없이 매력적인 도시 경관과 모이는 장소, 사용자 친화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교통 및 통신 체계, 든든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공동체와 상업과 문화와 헌신과 지도력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강화하는 물리적 환경, 문화, 경관을 제공한다는 것이 성공한 도시의 증표가 된다. 

 

도시는 사실상 물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사이의 지속적인 양의 되먹임 동역학을 자극하고 통합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상승적으로 강화하는 기계다.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경제와 도시의 특징인 열린 지수 성장의 궁극적 원인은 이 상승적 메커니즘이며, 우리는 그것에 중독되어왔다.

 

따라서 증가한 사회적 상호작용, 사회경제적 활동, 규모의 경제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점도 있다. 이 핵심 상관관계가 우아하고 보편적인 형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매우 단순한 수학 규칙을 따른다는 점이다. 

 

기반시설과 에너지 이용의 저선형성은 사회경제적 활동의 초선형성과 정학히 반대된다. 그 결과 동일하게 15퍼세트의 비율로 도시가 커질수록 개인은 더 벌고 더 창조하고 더 혁신하고 더 상호작용하며 이 모든 것은 개인당 기반시설과 에너지가 덜 필요해진다. 바로 이것이 도시의 재능이다. 그러니 그토록 많은 이들이 도시로 모이는 것도 결코 놀랍지 않다.

 

강화된 사회경제적 활동과 기반시설의 규모의 경제 사이의 반비계 관계에 요약된 이 둘의 긴밀한 결합은 둘의 근본적인 망 구조 사이의 유사한 반비례 관계에서 기계론적으로 도출된다. 

 

하지만 비록 사회적 망과 물리적 망이 프랙털형, 공간 채움, 불변 말단 단위 같은 일반적인 특징들을 공유한다고 해도, 몇 가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엄청난 결과를 낳는 주된 한 가지는 망 내의 크기와 흐름이 프랙털형 계층 구조를 따라 올라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방식이다. 

 

기반시설망 체계에서, 관, 전선, 도로 등의 크기와 흐름은 개별 집과 건물에 연결된 말단 단위로부터 망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서 어떤 핵심 원천, 장소, 저장소에 연결된 주된 도관과 간선에 이를 때까지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우리 심혈관계에서, 모세혈관에서부터 대동맥, 심장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크기와 흐름이 체계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저선형 스케일링과 규모의 경제의 기원이다.

 

대조적으로, 부의 창조, 혁신, 범죄 등을 맡은 사회경제적 망들에서는 던바 수의 계층 구조를 논의할 때 설명했던 것처럼 정반대 행동이 나타난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세기와 정보 교환의 흐름은 말단 단위 사이에서(개인 사이에서) 가장 크고, 가족을 비롯한 집단에서부터 점점 더 큰 집단으로 집단 구조의 계층 구조를 따라 올라갈수록 줄어들면서, 초선형 스케일링, 수확 체증, 삶의 속도 가속을 낳는다.

쉽게 말해서 상호작용의 강도와 정보 흐름량이 가족관계에서는 강하지만 상위 집단으로 올라갈 수록 약해 진다는 의미

 

 

8 결과와 예측

이동성과 삶의 속도에서 사회적 연결성, 다양성, 대사, 성장으로

 

우리의 이론은 기존 사회과학이론과 경제 이론을 보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물리적 관점에서 정량적 예측을 내놓고, 그 예측을 자료와 빅데이터와 대조하는 것이다.

 

우리의 분석은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삶을 포함하여, 도시의 구조와 조직에 관해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들 중 상당수를 포괄하는 여러 스케일링 법칙에 암묵적으로 담겨 있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압축하고 설명한다.

 

이 성과들은 겨우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도시와 도시화만이 아니라 성장, 혁신, 지속 가능성이라는 근본적인 질문들과 경제에도 적용되는 폭넓은 범위의 문제에까지 이 이론을 확대 적용하는 출발점이 된다.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연결성, 도시 내의 이동성, 특정 장소의 매력도를 정량화한 측정값

예를 들어, 도시의 한 지점을 방문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자주 가고, 얼마나 멀리에서부터 올까? 직업과 업종의 다양성 분포는 어떠할까? 도시에 안과 의사, 형사 전문 변호사, 점원, 프로그래머, 미용사가 얼마나 많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까? 이런 직업과 업종 중에서 어느 것이 늘어나고 줄어들까? 가속되는 삶의 속도와 열린 성장의 기원은 무엇일까?

 

이 장에서 다룰 핵심 질문은 이 중에서 어느 것이 지속 가능할까? 이다.

 

1) 증가하는 삶의 속도

앞 장에서 도시의 크기가 증가할 때마다 1인당 상호작용은 더 늘어나는 반면, 그에 드는 비용은 동일한 비율로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동역학은 도시가 커질 때 혁신, 창의성, 열린 성장이 유달리 증진된다는 점으로 표출된다. 그와 동시에, 현대 생활의 도 한가지 심오한 특징, 즉 삶의 속도가 빨라지는 듯이 보이는 현상도 낳는다.

 

사회 관계망을 계층 구조라고 생각한다면, 각 층위에서 교환되는 정보의 양과 상호작용의 세기는 체계적으로 줄어들면서 초선형 스케일링이 나온다.

 

기반시설망에서는 정반대의 계층 구조가 적용된다. 말단 단위(집,건물)에서부터 망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크기와 흐름은 체계적으로 증가하고, 저선형 스케일링과 규모의 경제가 나타난다. 

 

이런 유형의 망 구조가 생물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삶의 속도가 체계적으로 느려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 두 유형의 망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을 알고 나면, 사회관계망에서 정반대 행동이 출현한다는 것도 전혀 놀랍지 않게 여겨질 것이다. 삶의 속도는 크기에 반비례하여 체계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관계망의 초선형 동역학에 따라서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질병도 더 빨리 전파하고, 기업도 더 자주 생겨나고 죽으며, 거래도 더 빠르게 이루어지고, 사람들도 더 빨리 걷는다. 이 모든 것이 15퍼센트 규칙을 따른다.

 

시간의 이 실질적인 가속은 사회 관계망에 내재된 지속적인 양의 되먹임 메커니즘을 통해 생성되는 창발적 현상이다. 그럼으로써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상호작용은 더 많은 상호작용을 낳고, 착상은 더 많은 착상을 자극하고, 부는 더 많은 부를 창조한다. 

 

크기가 4분의 1 거듭제곱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서 증가할 때 생물학적 시간이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늘어나는 것처럼, 사회경제적 시간은 15퍼센트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서 수축되며, 둘 다 근본적인 망 기하학과 동역학에 따라 결정되는 수학 규칙을 따른다

 

2) 가속되는 트레드밀 위의 삶 : 경이롭도록 축소되는 타임머신 도시

삶의 속도가 가속되어왔다는 것은 거의 새로운 소식이라 할 수 없지만, 놀라운 점은 그것이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정량화하고 검증할 수 있는 보편적인 특징을 하나 지닌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창의성과 혁신을 증진시키는 양의 되먹임 메커니즘과 연관 지은 사회 관계망의 수학을 써서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사회적 상호작용과 도시화의 여러 혜택 및 비용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는 시간 가속 장치다.

 

사회경제적 시간의 수축은 현대 생활의 가장 두드러지면서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특징 중 하나다. 

 

지난 200년 동안 여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극적으로 줄어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세계가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런던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거리는 여전히 8,800킬로미터다. 줄어든 것은 시간이며, 이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지정학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측면에 심오한 결과를 가져왔다.

 

여행 시간은 시간을 축소하는 혁신들이 어지럽게 불어남으로써 가능해진, 경이로울 정도로 가속된 삶의 속도의 한 표현 형태일 뿐이다. 

 

이 모든 경이로운 발명이 가져온 놀라운 역설 중 하나는 그것들이 모두 생활을 더 쉽게 관리할 수 있게 한다고, 따라서 더 많은 시간을 준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

 

환상적인 기계들에 힘입어서 노동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이전 세기에 귀족들이 누린 지루한 특권적인 삶과 좀 비슷하게,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정말로 좋은 삶을 즐길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1930년대 경제학자 케인스는

"창조된 이래 처음으로 인간은 진정으로 항구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억누르는 경제적 걱정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를 어떻게 쓸지, 여가를 어떻게 활용할지, 어느 학문과 복합적인 관심사가 그의 관심을 사로잡을지, 어떻게 하면 현명하고 즐겁게 잘 살아갈지 하는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잘못된 예측이었다.

현재까지는 잘못된 예측이었지만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 하는 방향성은 아직도 진행중인듯 하다. 억누르는 경제적 걱정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를 가지는 것이 이상적인 목표가 아닐까?

 

'과학과 복합적인 관심사'는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제공하는 대신에, 사실상 우리의 시간을 빼앗아왔다. 도시화가 낳은 사회경제적 상호작용성의 상승적 조합은 필연적으로 시간의 수축을 낳았다. 지루해 죽기는 커녕, 가속됨으로써 비롯되는 불안 발작, 정신 붕괴, 심장 마비, 뇌졸증으로부터의 죽음을 회피하는 것이 우리의 실제 도전 과제가 되었다.

 

우리 삶을 지배하고 우리의 시간을 잡아먹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셀카, 문자 메시지, 그 밖의 온갖 오락 매체들. 물론 그것들은 다른 목적에도 쓰이며 확실히 삶의 질을 높이지만, 중독성을 띠는 그 유혹에 저항하기는 어렵다. 종교를 대신하여 마르크스가 말한 '민중의 아편'의 21세기 판에 해당할 수도 있다.

 

뒤에서 나는 망 스케일링 이론에 영감을 얻은 성장 이론을 소개하고, 지속적인 열린 성장을 유지하고, 그럼으로써 더욱더 시간의 가속에 기여하려면 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3) 통근 시간과 도시의 크기

자히비는 '이동 모형의 통일 메커니즘'이라는 모형을 발표했다. 이 모형은 도시의 물리적 또는 사회적 구조도, 도로망의 프랙털 특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거의 오로지 평균적인 개인이 자신의 소득에 상대적으로 이동의 경제적 비용을 최적화하는 행동을 한다는 개념에 토대를 두고 있다. 

 

자하비는 도시들에서 얻은 자료를 써서 평균인이 매일 이동에 쓰는 시간의 총량이 도시의 크기나 교통 이용 방식에 상관없이 거의 동일하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우리 모두는 평균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약 1시간을 소비한다. 따라서 지난 200년 동안의 경이로운 혁신들을 통해서 교통 속도가 증가했어도, 그 속도 증가는 통근 시간을 줄이는 데 쓰인 것이 아니라 통근 거리를 늘리는 데 쓰여왔다.

 

도시이 크기는 어느 정도는 30분 이상 걸리지 않는 직장까지 사람을 이동시키는 교통체계의 효율성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진정 불변인 것은 사실 매일의 전체 이동 시간이라 주장했다.

 

걷는 속도는 시간당 약 5킬로미터이므로, '보행 도시'의 전형적인 범위는 지름이 약 5킬로미터다. "로마든 페르세폴리스든, 장벽으로 에워싸인 커다란 고대 도시(1800년 이전) 중에서 지름이 5킬로미터를 넘는 것은 없다. 여전히 보행자 도시인 오늘날의 베네치아도 중심지와 이어져 있는 최대 거리는 정확히 5킬로미터다."

서울의 크기도 4대문 안으로 보면 비슷할듯

 

자동차가 도입됨에 따라 도시는 커질 수 있었지만, 한 시간 규칙이라는 제약에 얽매여 있다. 자동차가 시속 40킬로미터로 이동할 수 있는 도시, 더 나아가 대도시권 전체는 대개 지름 40킬로미터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 값은 도시의 설계와 구조에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개략적인 지침 역할을 한다. 도시계획자들이 차 없는 녹색 공동체를 설계하기 시작하고, 도심에 자동차의 진입을 금지하는 도시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제약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도시의 기능을 유지하는 문제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

 

4) 걷는 속도의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