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츠만의 원자 책 부록으로 있는 내용이고 이덕환 교수님이 작성하신 내용입니다. 엔트로피를 짧은 내용으로 깊이 있게 이해 할 수 있는 내용이라 따로 남겨 봅니다. 개인 적으로 엔트로피에 대한 이해를 하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덕환 교수
(서강대학교 자연과학부 화학과)
열역학은 고전 역학, 양자론 및 상대성 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핵심적인 이론으로 물리학과 화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고, 정보 과학이나 사회학 분야에까지 응용되고 있다. 계의 상태변화에서 나타나는 "일"과 "열"을 근거로 에너지의 이동과 자발적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는 이론적인 도구인 열역학은 산업이나 실생활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에너지 보존 법칙(열역학 제1법칙)"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열역학 제2법칙)"으로 구성된 열역학이 현대 과학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의 이론은 아니다. 모든 과학 이론이 그러하듯이 열역학도 분명한 목적과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열역학의 논리를 본래의 목적이나 한계에서 벗어난 영역에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여기서는 평형 열역학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중요한 개념들을 소개한다.
1. 계와 평형 상태
19세기에 정립된 열역학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계(system)"와 "주위(surroundings)"로 구분한다. 계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주의 일부분이고, 계를 제외한 우주의 나머지 모두가 주위에 포함된다. 우리가 통 속에 담긴 기체의 열역학적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통 속에 담긴 기체가 바로 열역학적인 계에 해당되고, 통의 벽은 계와 주위를 구분하는 "경계"가 되며, 통의 바깥에 있는 모든 것이 주위에 해당한다.
열역학적인 계는 세 종류로 구분된다. 계와 주위가 완전히 단절되어 있어서 어떠한 상호 작용도 불가능한 경우를 "고립계"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우주"는 열역학적으로 가장 큰 고립계다. 한편, 물질의 출입은 불가능하지만 계와 주위 사이에 열이나 일을 비롯한 에너지의 교환이 가능한 계를 "닫힌계"라고 한다. 압축, 팽창, 냉각, 또는 가열할 수 있는 통에 담긴 기체가 그런 닫힌 계에 해당한다. 그리고, 만약 닫힌 계의 벽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기체가 새어나올 수 있게 되면 "열린 계"가 된다. 열역학적인 고립계는 주위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열역학의 이론을 정립하기 위한 이론적인 목적에만 유용할 뿐이고, 실용적으로는 그렇게 흥미로운 계라고 할 수 없다.
게임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를 하면 오직 혼자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싱글 게임은 고립계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닫힌계는 네트워크로 열결 되면서 에너지 교환 들이 이루어지는 게임들은 네트워크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게임내 아이템이 NFT로 게임내 화폐가 토큰으로 자유롭게 이동이 되면 열린계로 볼 수 있을 것.
역설적으로 완전한 열린계는 생태계 형성이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을듯.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에너지가 필요. 단기간에 생태계를 구현 하기 위해서 닫힌계 설계가 정답일 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많은 양의 빛 에너지를 받고, 같은 양의 복사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권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기 중의 일부는 우주로 퍼져나가기도 한다. 그러므로 대기권을 포함한 지구의 생태계는 열역학적으로 열린 계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주로 빠져나가는 대기의 양을 무시한다면 근사적으로 닫힌 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구상의 생태계는 열역학 법칙들이 뜻하는 것처럼 에너지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도 않고, 엔트로피가 끊임없이 증가하지도 않는다.
한편, 밀폐된 통 속에 담긴 기체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면, 기체가 통의 벽에 미치는 압력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처럼 계의 거시적 (또는 겉보기) 성질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평형"의 상태라고 한다. 19세기 볼츠만 등에 의해서 정립된 열역학은 그런 평형 상태의 열적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평형 열역학"이라고 불러야 한다. 평형의 상태는 원칙적으로 변하지 않고 무한히 유지되기 때문에, 평형 열역학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다. 볼츠만이 분자 하나하나의 운동을 무시하고도 열역학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평형 상태에 있는 계의 바로 그런 특성 덕분이었다.
물론 자연에서 그런 평형의 상태는 매우 드문 예외적인 경우이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계의 거시적 성질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빠른 속도로 팽창하면서 그 온도가 낮아지고 있고, 지구의 평균 온도도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우리 몸의 체온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건강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몸 속에서는 영양분의 섭취와 연소 반응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릇에 담긴 물이나 통에 담긴 기체의 온도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려면 특별한 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이처럼 계의 거시적 성질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상태를 "비평형"의 상태라고 한다. 변화가 진행 중인 비평형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가를 비교하기 위한 시간의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연에서 더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비평형 상태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것은 벨기에의 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이었다. 그는 평형에서 조금 벗어난 비평형의 상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주위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 엔트로피가 감소되면서 새로운 질서가 출현하는 무산구조의 개념을 정립한 공로로 197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프리고진에 의해서 시작된 "비평형 통계열역학"은 오늘날 "복잡계의 과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카오스 현상, 자기 조직화, 가지치기와 같은 독특한 개념들로 구성된 복잡계의 과학에서는 고전역학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확실성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한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비평형 상태는 계의 열역학적 특성이 아니라 분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근거로 하는 동역학적 시각에서의 분석도 가능하다. 높은 압력의 기체를 작은 구멍을 통해서 분출시켜서 만들어지는 분자살과 레이저를 이용하여 화학 반응의 경로와 속도를 분석하는 반응 동역학이 바로 그런 노력이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분야의 연구에 대해서 1986년, 1992년, 1999년의 노벨 화학상이 주어졌다.
추가)
1977 노벨 화학상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이 비평형 열역학 분야에서의 연구로 수상했습니다. 그는 소산 구조(dissipative structures) 이론을 발전시켜, 비평형 상태에서도 질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는 복잡한 시스템과 생명의 자기 조직화 이해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1986 노벨 화학상
이 상은 더들리 R. 허시바크(Dudley R. Herschbach), 유안 T. 리(Yuan T. Lee), 존 C. 폴라니(John C. Polanyi)가 화학 반응 동력학에 대한 연구로 공동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분자 빔 실험과 같은 정밀한 기술을 통해 화학 반응이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규명했습니다.
1992 노벨 화학상
루돌프 마커스(Rudolph A. Marcus)는 전자 이동 반응 이론에 대한 공로로 수상했습니다. 마커스의 연구는 화학 반응에서 전자가 어떻게 이동하며 에너지 장벽을 넘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전기화학과 생화학에서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1999 노벨 화학상
**아메드 즈웨일(Ahmed Zewail)**은 펨토초 분광법(femtosecond spectroscopy)을 사용하여 화학 반응의 전이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한 공로로 수상했습니다. 이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원자와 분자가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제공했습니다.
이들 연구는 각각 열역학, 반응 동력학, 전자 이동, 반응 속도에 관한 이해를 심화해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 이론을 복잡계 경제학 관점에서 설명을 하면
1. 1977년: 비평형 열역학과 소산 구조 (Ilya Prigogine)
필요한 요소: 비평형 상태에서의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복잡계 특성: 복잡한 시스템은 비평형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계와 사회 시스템에서 관찰되는 **창발성(emergence)**을 설명합니다.
소산 구조는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하면서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는 구조로, 복잡계의 핵심 요소인 비선형성과 에너지 흐름이 중요합니다.
2. 1986년: 화학 반응 동력학 (Herschbach, Lee, Polanyi)
필요한 요소: 다중 상호작용과 미세한 조정.
복잡계 특성: 분자 수준에서 여러 입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반응이 진행됩니다. 이 연구는 복잡계 내에서 상호작용의 중요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잘 보여줍니다.
비가역적 과정을 통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시스템의 진화 과정을 설명합니다. 이는 복잡계에서 동적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합니다
3. 1992년: 전자 이동 반응 이론 (Rudolph A. Marcus)
필요한 요소: 비선형성과 반응 경로 최적화.
복잡계 특성: 전자 이동은 비선형 시스템의 예시입니다. Marcus의 이론은 반응 경로의 에너지 장벽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이는 생화학적 네트워크에서 전자 전달 경로의 최적화와 같은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4. 1999년: 펨토초 분광법 (Ahmed Zewail)
필요한 요소: 시간 축에서의 미세 관찰과 전이 상태 파악.
복잡계 특성: 펨토초 분광법은 화학 반응의 가장 짧은 순간을 관찰함으로써 비가역적 과정과 임계점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이는 복잡계에서 임계 상태와 미세한 변화가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입니다. 특히 화학 반응처럼 시간이 매우 중요한 복잡계에서 유용합니다.
결론
이 4가지 연구는 복잡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여러 핵심 요소들을 제공합니다:
비평형 상태에서의 자기 조직화(1977년).
다중 상호작용과 동적 변화(1986년).
에너지 흐름과 최적화된 경로 선택(1992년).
시간에 따른 미세 변화 관찰과 임계 상태 분석(1999년).
이 연구들은 복잡계의 다양한 특성을 수학적, 실험적으로 다루며, 생물학, 물리학, 사회 과학 등 여러 분야의 복잡한 시스템 분석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예외의 경우에 해당하는 평형 상태에 대한 열역학이 먼저 완성이 된 것은 그런 상태가 이론적으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평형의 상태에서는 고전역학이나 양자역학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환원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비평형의 상태에서는 그런 해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형 열역학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산업과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되어 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 동적 평형 : 온도와 압력
열역학의 대상이 되는 계는 우리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미시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열역학적인 계는 아보가드로수(6x10^23)에 해당하는 수의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크기가 나노미터(10^-9 미터) 정도에 불과한 분자들은 우리의 눈으로는 도저히 그 존재를 확인할 수가 없다. 물론 열역학적인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당연히 고전역학 또는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입자들의 상태를 자세하게 기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의 거시적인 성질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평형의 상태에서는 확률의 법칙을 사용해서 계의 통계적 성질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평형통계 열역학이다. 열역학적 계가 겉으로는 평형의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평형을 특별히 "동적 평형"이라고 부른다.
일정한 부피의 통에 담긴 기체의 압력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동적 평형의 예가 된다. 통 속에 담긴 분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히고, 통의 벽에 충돌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분자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끊임없이 바뀌게 됨에도 불구하고 기체의 온도와 압력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기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영국의 맥스웰이 처음 제안했고, 볼츠만에 의해서 이론적인 근거가 확립되었던 기체분자 운동론을 따르기 때문이다.
즉,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기체분자들의 속도는 맥스웰-볼츠만 분포를 이루게 되고, 그런 상태에 있는 기체의 온도는 분자들의 평균 운동 에너지에 비례하게 되고, 기체분자가 벽에 미치는 힘에 비례하는 압력도 이론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즉, 통에 담겨 있는 기체의 온도와 압력과 같은 열역학적인 성질은 기체를 구성하는 분자들 하나하나의 성질이 아니라 아보가드로수에 해당하는 많은 수의 분자들이 일정한 분포를 이루고 있을 때 나타나는 통계적인 성질이다.
액체나 고체로 존재하는 열역학적 계의 경우에도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에너지는 볼츠만 분포를 이루게 되고, 이 경우에도 역시 계의 온도는 분자들의 평균 운동 에너지에 비례한다. 따라서 같은 온도에 있는 기체, 액체, 고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동일한 에너지 분포를 가질 뿐만 아니라, 분자들의 평균 운동 에너지도 똑같게 된다. 다만, 기체의 경우에는 분자들이 통 전체를 돌아다니는 병진 운동을 하고, 액체나 고체의 분자들은 다른 분자들에 둘러싸여 갇혀있는 상태에서 진동과 회전 운동을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한편, 한 개 또는 몇 개의 분자들로 이루어진 계의 경우에는 온도나 압력을 비롯한 열역학적인 양은 정의할 수가 없다. 그런 경우에는 분자들 각각의 특성을 고전역학 또는 양자역학의 법칙에 따라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온도나 압력과 같은 열역학적인 개념이 필요하지도 않다. 온도나 압력을 측정하기 위한 온도계나 압력계를 사용하더라도, 그런 측정기기와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입자들의 운동 특성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도 없다. 또한 통에 담긴 기체를 압축 또는 팽창시키거나, 가열 또는 냉각시키는 경우처럼 동적 평형이 깨어진 비평형의 상태에서는 온도와 압력을 비롯한 열역학적 성질을 정의할 수 없다.
즉,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에서 정의되는 에너지와 엔트로피를 비롯해서 엔탈피와 자유 에너지와 같은 열역학적인 성질들도 모두 많은 수의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동적 평형의 상태에 있는 열역학적인 계의 경우에만 정의된다.
추가)
엔탈피는 열역학적 시스템의 에너지 변화를 설명하는 양으로, 시스템이 외부와 주고받는 열의 흐름을 측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특히, 일정한 압력에서의 반응 열을 설명할 때 유용합니다.
H=U+PV
- U: 내부 에너지 (계 내부의 모든 에너지)
- P: 압력
- V: 부피
자유 에너지는 일정한 조건에서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의 최대량을 의미합니다. 두 가지 중요한 자유 에너지가 있습니다:
- 깁스 자유 에너지(Gibbs Free Energy, G)
G = H − TS
- G: 깁스 자유 에너지
- H: 엔탈피
- T: 절대 온도(K)
- S: 엔트로피
-
- 의미: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의 시스템 자발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 ΔG < 0: 반응이 자발적으로 진행.
- ΔG > 0: 반응이 비자발적.
- ΔG = 0: 시스템이 평형 상태.
- 의미: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의 시스템 자발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 헬름홀츠 자유 에너지(Helmholtz Free Energy, A)
A = U − TS
- U: 내부 에너지
- T: 절대 온도(K)
- S: 엔트로피
-
- 의미: 일정한 온도와 부피에서의 최대 일의 양을 결정합니다.
3. 에너지
열역학 제1법칙에서 정의되는 "에너지"는 "계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에 해당한다. 평형에 있는 계의 상태가 다른 평형의 상태로 변화할 때, 계의 에너지가 변하면 그 결과는 주위에 "일" 또는 "열"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계의 부피가 늘어날 때 주위에 나타나는 기계적인 일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증기기관이나 자동차 엔진과 같은 열기관이고, 계를 구성하는 물질이 연소되면서 에너지가 감소할 때 발생하는 열은 난방이나 음식물을 익힐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중력장 속에서 물체를 들어올리는 일과 주위의 온도를 높여주는 열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짐작했었지만, 사실은 동등한 것이고, 서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 바로 열역학 제1법칙이다.
계와 주위가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고립계의 경우에는 계의 상태가 변하더라도 주위에 일이나 열이 발생할 수가 없다. 그런 고립계의 경우에는 에너지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열역학 제1법칙을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열역학에서 우주는 가장 큰 고립계이기 때문에 열역학 제1법칙이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다"는 뜻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고립계의 경우에는 에너지의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의 상태가 평형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도 에너지가 일정하게 보존될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에너지의 출입이 가능한 닫힌 계나 열련 계의 경우에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평형의 상태에서만 에너지를 정의할 수가 있고, 그 에너지는 상태의 변화에 따라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 일정한 온도에 있는 기체가 팽창해서 주위의 일을 하게 되면 계의 에너지는 감소하게 되고, 일정한 부분의 통에 담긴 기체에 열을 가해주면 계의 에너지는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즉, 에너지 보존 법칙은 고립계에서만 적용되는 법칙일 뿐이고, 고립계가 아닌 경우에 에너지는 상태 변화에 따라 감소하거나 증가할 수도 있으며, 그런 변화가 진행되는 비평형의 상태에서는 계의 에너지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없다.
운동 에너지나 위치 에너지와 같이 하나의 물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열역학 제1법칙에서 정의되는 "에너지"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분명하게 구별이 된다. 즉,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는 물체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정의할 수가 있지만, 그런 물체들이 모여서 구성되는 열역학적인 계의 에너지는 평형의 상태에서만 정의된다. 열역학적인 계의 에너지는 단순히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에너지를 합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분자들의 에너지를 통계적으로 평균한 것으로, 평형의 상태에서만 일정하게 유지되는 에너지의 분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닫힌 계나 열린 계의 경우에도 "계"와 계를 제외한 주위의 모든 것을 합친 열역학적인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즉, 계의 에너지가 증가하는 경우에는 주위에서 같은 양의 에너지가 감소하기 때문에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게 유지되어야만 한다.
4. 자발적 변화와 엔트로피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일정한 방향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물은 영하 5도에서는 저절로 얼어서 얼음이 되지만, 얼음은 같은 온도에서 절대로 녹지 않는다. 그러나 영상 5도가 되면 얼음은 저절로 녹지만, 물이 어는 현상은 관찰할 수가 없다. 이처럼 자연에서 관찰되는 자발적인 변화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방향을 미리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엔트로피"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열역학 제2법칙은 바로 그런 자발적인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주위와 완전히 단절되어 에너지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고립계의 경우에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자발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증가한다"는 표현에서 "우주"는 바로 그런 고립계를 뜻한다. 클라우지우스에 의해서 도입된 엔트로피는 증기기관과 같은 열기관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효율을 예측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고립계에 적용되는 "엔트로피의 증가의 법칙"이 우리의 앞날에 대해서 암울한 예언을 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엔트로피도 끊임없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우주는 결국 더 이상의 자발적인 변화가 불가능한 "열적 죽음"의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의 우주는 계속 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지고 있는 비평형의 상태이기 때문에 통계적인 의미의 엔트로피를 정의할 수가 없다. 따라서 열역학 제2법칙이 비평형 상태에 있는 우주의 열적 죽음이라는 암울한 예언을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계와 주위 사이에 에너지의 교환이 가능한 닫힌 계와 열린 계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변화의 방향은 열역학 제1법칙에서 정의되는 에너지와 열역학 제2법칙에서 정의되는 엔트로피를 모두 고려해야만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런 경우에는 에너지가 저절로 증가하거나, 엔트로피가 저절로 감소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영상의 온도에서 얼음이 녹는 경우에는 엔트로피가 증가하지만, 주위에서 열을 흡수해서 물의 에너지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거꾸로 영하의 온도에서 물이 어는 경우에는 무질서한 배열을 가진 물 분자들 사이에 규칙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오히려 감소하고, 계의 에너지도 함께 감소하게 된다. 즉, 닫힌 계 또는 열린 계에서는 자발적인 변화에 의해서 계의 에너지가 감소하거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
실제로 닫힌 계나 열린 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발적인 변화의 방향은 깁스에 의해서 도입된 "자유 에너지"에 의해서 결정된다. 낮은 온도에서는 에너지의 감소가 더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되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엔트로피의 증가가 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래서 영하의 온도에서는 계의 에너지가 감소하는 얼음이 만들어지고, 영상의 온도에서는 얼음이 녹아서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된다. 에너지 감소와 엔트로피 증가가 서로 상쇄되는 온도가 바로 물질의 녹는점(1기압, 섭씨 0도) 또는 끓는점(1기압, 섭씨 100도)에 해당한다.
5. 통계 열역학 : 앙상블 이론
열역학적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그런 움직임은 고전역학이나 양자역학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온도계나 압력계와 같은 측정 도구들은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과 상당한 시간 동안 상호작용을 통해서 계의 거시적 특성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압력계의 경우에는 분자들이 충돌할 때마다 기록되는 힘을 상당한 시간 동안 측정한 수에 그 결과를 시간에 대해 평균함으로써 압력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실제로 측정되는 계의 거시적 특성은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동역학적 정보의 시간 평균에 해당한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분자들로 구성되는 열역학적 계의 경우에는 분자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동역학적 성질의 시간 평균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하다.
맥스웰과 볼츠만에 의해서 완성되었던 기체 운동론은 바로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대안이었으며, 훗날 깁스에 의해서 "앙상블 이론"으로 완성되었다. 앙상블은 거시적인 특성이 동일한 평형 상태에 있는 가상적인 계들의 집합을 뜻한다. 분자의 수, 부피, 온도, 압력과 같은 거시적인 성질이 동일하더라도 그런 거시적 성질을 가진 열역학적인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미시적인 동역학적 상태는 매우 다양하다. 깁스는 볼츠만의 기체 운동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미시적 상태에 해당하는 계들의 집합이 바로 동역학적 진화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실제 측정 장치를 통해서 얻어지는 동역학 계의 시간 평균이 앙상블로부터 얻어지는 "앙상블 평균"과 동일하다는 "에르고드 정리"를 근거로 하는 "통계 열역학"을 완성하였다.
볼츠만이 제안한 엔트로피가 "무질서의 척도"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바로 깁스의 앙상블 이론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앙상블을 구성하는 가상적인 계들을 살펴보면, 계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미시적 성질은 모두 다르지만, 그 분포가 동일한 계들이 존재할 수가 있다. 볼츠만의 유명한 식 (S = k log W)에서 W는 앙상블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분포를 가진 가상적인 계의 수를 뜻한다. 그런 분포는 통계학의 법칙에 따라서 분자들이 가능한 미시적 상태에 가장 넓게 분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즉, 앙상블을 구성하는 가상적인 계들이 모두 하나의 미시적 상태에 있는 경우보다는 모든 가능한 미시적 상태를 고르게 차지하고 있을 확률이 언제나 더 크며, 그런 상태가 바로 통계역학적으로 "무질서한 상태"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통계 열역학에서 사용하는 "무질서"의 의미는 일반적인 뜻과는 구별되어야만 한다.
6. 열역학 개념의 활용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19세기에 정립되었던 평형 열역학은 열역학적인 계가 어떤 평형의 상태에서 다른 평형의 상태로 변화될 때 일어나는 에너지의 변화와 그 변화의 자발성 여부를 판단하는 이론적 도구이다. 열역학은 논리적으로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목적과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연에서 관찰되는 모든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즉, 통계학적 해석이 불필요하거나 불가능한 계의 경우에는 열역학을 적용할 수 없으며, 그래서 동적 평형의 상태에서 벗어나 있는 비평형의 계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프리고진 등에 의해서 밝혀진 것처럼 평형의 상태에서 크게 벗어난 경우에는 주위에서 에너지를 흡수함으로써 엔트로피를 오히려 흩트려 버림으로써 고도의 규칙성을 가진 구조가 출현할 수도 있다. 또한 비평형 상태에 있는 계는 하나 이상의 상태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에 평형 열역학의 경우에서 보는 것과 같은 분명한 자발적 변화의 방향도 확실하게 예측하 수 없게 된다. 열역학적인 의미에서의 "우주"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바로 그와 같은 극도의 비평형 상태에 있는 계이고, 그런 우주에서는 새로운 생명이나 별의 탄생과 같은 뜻밖의 변화가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비평형 상태에 있는 우주의 미래는 단순한 평형 열역학만으로는 예측할 수가 없다.
복잡계를 공부 해야 하는 이유
열역학의 개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오류가 바로 계의 종류와 변화가 일어나는 조건에 대한 것이다. 엔트로피가 극대를 향해서 끊임없이 증가한다는 것은 주위와 완전히 단절된 고립계에서 그렇다는 뜻일 뿐이다.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주위와 에너지의 교환이 가능한 계의 경우에는 자발적인 변화가 반드시 엔트로피의 증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오류는 제레미 리프킨 등에 의해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소위 생태학적 자연관을 뒷받침하는 주장에서 흔히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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