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놀라움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Chapter 5 수정 반사를 일으키는 놀라움
다섯 살 난 캐럴은 가족들과 승마를 즐기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캐럴이 탄 말이 놀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캐럴은 "있는 힘껏 고삐를 잡아당겼지만 소용없었어요. 저는 그저 살기 위해 매달렸죠." 비명을 듣고 마구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달려 나와 말을 강제로 멈춰 세웠다. 그 다음 순간 캐럴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 일어난다. "말을 멈춰 세운 사람들에게서 공포에 질린 눈빛을 봤어요. 하지만 이내 '와! 정말 타고난 기수네!', '진짜 카우걸이 여기 있었네!' 하고 말하면서 감탄하지 뭐예요. 전 모든 걸 잊고 자랑스럽게 웃었어요. 아빠의 눈썹에 맺힌 땀방울과 뒤따라온 엄마가 애써 평정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안중에도 없었죠. 그 사건은 말과 승마에 대한 애정을 떨어트리는 계기가 될 뻔했지만, 그분들의 말 덕분에 오히려 명예의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집에 돌아와 종종 오빠의 크고 힘찬 말을 타기 시작했어요. 그 사건 이후로는 성깔 있는 말을 선호하게 되었죠."
만약 언덕 아래 마구간에 도착한 데서 끝났다면, 행동과학자들은 이 이야기를 승마에 두려움을 갖게 된 계기로 생각했을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말이 언덕을 질주하며 공포의 반응을 촉발하는 자극은 행동과학자들이 '고전적 조건화'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공포와 정반대되는 반응이 나타났다. 캐럴은 오히려 자신을 강한 카우걸이라고 여기며, '성깔 있는' 말을 선호하게 되었다. 공포감이 어떻게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왔을까? 이는 바로 놀라움 때문이다. 사건이 아니라 당사자의 인식에 따라 놀라움의 감정가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전략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놀라운 사건이 어떻게 신경학적 폭풍을 일으켜 믿음을 수정하는 창을 순간적으로 여는지 설명한다 또한 평소에 방어 체계를 내재한 채 견고하게 유지되는 믿음 체계가 어떻게 흔들리고 재조립되는지도 배우게 될 것이다. 잿더미 속에서 부활하는 불사조처럼, 놀라움은 믿음이 다시 태어날 기회를 만들어준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 느끼는 놀라움의 형태와 강도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의 자아개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적응하는 방식을 뒤엎는 놀라움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믿음은 경험을 선별하고 분류하고 해석하기 위한 기초 역할을 하는 핵심 믿음이다.
자아개념과 자존감은 서로 다른 두 가지 개념이다. 자아개념은 잘 변하지 않는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에 기반을 두고 강력한 방어기제를 갖는다. 반면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다. 그리고 평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있을 때는 자존감이 높아졌다가 적대적인 사람들과 있을 때는 낮아질 수도 있다(사회성). 성공할 때는 자존감이 높아졌다가 실패할 때는 낮아질 수도 있다(성취감). 골프를 칠 때는 자존감이 높아졌다가 수학을 할 때는 낮아질 수도 있다(노력). 또한 자존감은 기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자아개념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인생을 바꾸는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움도 포함된다. 날다람쥐가 고양이를 쫓는 장면을 봤다고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반면에 '세상은 진주조개와 같아서 진주를 발견하려면 열어보기만 하면 된다.' 라는 명언은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진부한 표현도 때로는 마음을 울려 놀라움의 순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는 좋은 학군의 학교에서 수준이 낮은 학군의 학교로 전학해서 걱정이 되었다. 이때 상담한 선생님의 말씀은 오늘날까지도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바꾸면 돼. 내가 보기에 넌 뭐든 변화시킬 수 있고, 최악의 상황조차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야. 적어도 이 상황을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겠니?"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내 인생에서 '부정적인 시각'이란 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것은 배움의 경험이자 성장의 기회가 되었고, 내 삶은 훨씬 빛날 수 있었다.
캐서린의 부모님은 '좋은 경험' 이라는 말로 딸을 설득하려 했지만 헉히지 않았다. 그때 상담교사가 해준 놀라운 말은 모든 의식적 저항을 물리치고, 곧바로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 한마디로 캐서린은 무엇이든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자기 자신과 세상을 이전과는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기회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가능성으로 가득한 존재가 된 것이다.
놀라움과 놀라움이 아닌것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깨달은 아르키메데스. 이러한 깨달음의 순간은, 줄곧 고민하던 문제에 관한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해결책이 떠오른 순간을 뜻한다.
아르키메데스가 경험한 깨달음은 정신적으로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는 경험이다.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깨달음이다. 놀라움은 깨달음과는 다르다. 순간적이지만, 처음에는 항상 부정적인 감정인 '혼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란은 '지금 이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에 관한 즉각적인 해석을 요구한다. 그 뒤에는 기쁨, 두려움, 분노, 혐오, 슬픔 같은 감정이 뒤따른다. 캐럴도 승마하다가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얻은 통찰이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르키메데스의 깨달음과는 성질이 다르다. 캐럴의 깨달음은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궜다. 깨달음이 긍정적이든(사람들은 재미있다) 부정적이든(사람들은 비열하다), 통찰력을 얻는 것은 유익하고 이해가 깊어지는 유익한 경험이다.
몇 년 전, 나도 개인적인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했다. 수십 년 동안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는 순간을 연구하다가, 갑자기 그 순간을 촉발하는 것이 놀라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급작스러운 깨달음은 수년간 이어오던 연구에 불꽃을 일으켰고, 결국 나는 이 책을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놀라움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때 순간적으로 경험하는 인지적이고 감정적인 상태다. 놀라움이 유발하는 경험은 중립적일 수도 있고, 유쾌하거나 불쾌할 수도 있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일 수도 있다. 놀라움은 기대가 갑자기 빗나갈 때 발생하고, 그 강도는 천차만별이다. 기대가 갑자기 빗나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창이 열린다.
'움찍하다'와 '놀라다'를 혼동하기 쉽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움찍하는 반응은 갑작스럽거나 위협적인 자극에 대한 원시적이고 생리적이며 방어적인 반사다. 새롭게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놀라움의 목적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잘못된 기대를 조정하는 것이다. 놀라움은 기대와 관련이 있지만, 움찔함은 그렇지 않다.
놀라움은 종종 '신기함'을 동반한다. 그래서 두 개념이 서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기함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고, 놀라움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바꾸는 것이다. 익숙한 사물이나 현상도 기대가 어긋나면 놀랍게 느껴질 수 있다. 신기함은 기억 장치와 어떤 항목이 기억 장치 안에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기반을 둔다. 반면 놀라움은 예측 시스템과 예측 시스템에서 기대를 생성하고, 이를 실제 경험과 비교하는 과정에 기반을 둔다. 신기함은 기억 장치에 새로운 항목을 획득하는 일을 지원하는 반면, 놀라움은 시스템의 예측 능력을 향상히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놀라움은 '감탄'과도 다르다. 마술 쇼를 보러 갈 때는 당연히 놀라움을 느낄 것이라 예상하고 간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놀라운 행위를 관람하는 것 또한 놀라운 순간으로 분류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감탄으로 분류해야 한다. 우리는 마술 쇼에서 감탄을 느끼길 기대한다.
놀라움의 인지적 구조
놀라움은 우리 사고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감정으로, 말하자면 경고 같은 것이다. 이는 지식과 경험이 일치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나오는 반응이다. <몰래 카메라>는 당한 사람이 화를 내려고 하는 순간 펀트가 나타나 숨어 있는 카메라를 가리킨다. 그제야 숨겨진 카메라가 보인다. 바로 그 순간, 당사자의 얼굴에는 혼란스럽고 언짢은 기색이 떠오른다. 펀트는 몰래카메라의 당사자가 시선을 돌리지 못하도록 붙잡고, 카메라는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표정을 포착한다. 분노와 당황스럼과 창피함과 혼란스러움이 뒤범벅된 표정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힌다.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이 무슨 기분인지도 알 수 없는 표정이다. 그 순간 펀트는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자, 스마일! 지금까지 <몰래 카메라>였습니다!" 그제야 몰래 카메라를 당한 살마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오른다. 갑자기 모든 문제가 풀린다.
놀라움은 모순적인 상황을 빨리 해결하라는 신호, 즉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막으라는 신호다. 놀라움은 위협이나 기회가 닥쳤을 때 우리가 기존의 믿음을 수정해 재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끌어다 쓰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우리는 믿음에 따라 세상을 인식하고, 예상하며, 행동한다. 놀라움은 믿음과 연결된 감정이기에 믿음이 없다면 놀랄 일이 없을 것이다. 놀라움은 믿음을 즉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원래 가지고 있던 지식이 잘못되었으니 수정이 필요하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놀라움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인지 체계는 이 놀라움을 해결하는 일에 인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놀라움을 일으킨 자극이 무엇인지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아이오와대학교 연구진은 놀라운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 뇌가 생각이 완전히 멈출때와 동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인지 활동의 일시적 중단을 가리켜 '주의 재정향'이라고 한다. 사고가 일시정지된 사이에 뇌는 인지 자원을 확보해서 놀라운 사건을 분석하는 데 재분배한다. 갑작스러운 경고음, 사고정지, 자원 재분배로 이어지는 이 과정을 우리 뇌는 '놀라움'이라는 감정으로 의식한다. 뇌가 갑작스레 유입된 이 감각 정보를 처리해서 사건을 분석하고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동안, 우리 신체는 종종 얼어붙는다. 놀라운 일이 일어난 직후에는 지금 이 상황이 위험인지 기회인지를 판단하고자 온 신경이 곤두서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을 우리 뇌는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놀라움을 일으킨 원인을 파악하고 나면 그 결과에 따라 다른 감정이 뒤따른다. 따라서 시간은 놀라움을 이해하고, 그 결과를 구별하는 핵심 요소다. 누르데비르는 논문을 통해 놀라움에 대한 연구는 의미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야 하고, 놀라움과 그 이후에 뒤따르는 감정 상태를 구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특히 '놀라움은 그 이후에 뒤따르는 (감정) 상태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친구들을 놀라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외국에 있는 가장 친한 친구가 생일 파티에 깜짝 등장한다고 상상해보자. 이와 같은 즐거운 놀라움은 이미 알고 있던 이벤트보다 더 큰 기쁨을 선사한다.
놀라움의 감정가
놀라움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칭찬을 받는 경우), 부정적일 수도 있다(비판받는 경우). 우리는 이제 놀라움이 비록 그 강도가 짧고 두려움이나 슬픔만큼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신경학적 오류 신호(부정적)로 경험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놀라움은 매우 짧은 순간의 감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놀라움과 뒤따르는 다른 감정을 혼동하곤 한다. 예기치 못한 사건은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가를 지니는 놀라움을 불러일으키지만, 사건이 이해되고 나면 그 사건과 관련된 후속 감정이 우세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열혈한 칭찬은 긍정적으로, 맹렬한 비판은 부정적으로 이해한다. 이 후속 감정은 놀라움의 의미를 이해하고 난 후에 더 강렬해지고, 초기 감정인 놀라움은 사라진다. 놀라움은 뒤따르는 후속 감정을 더 강렬하게 경험하게 한다. 깜짝 선물이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학계에서는 놀라움을 2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먼저 우리는 놀라움에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다음에 놀라움의 의미를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사건 자체에 반응한다. 사건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후속 반응이 결정된다. 사건의 의미는 상황에 따라 다르고, 외부 영향을 쉽게 받으므로 조작할 기회가 많다. 바로 여기에 핵심이 있다. 놀라움은 경험을 구성할 기회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놀라움이 발생한다. '이런, 세상을 이해하던 원래 믿음이 안 통하잖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빨리 판단해야 해!' 놀라움을 느낀 첫 순간에는 그 의미는커녕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알 수 없다. 모든 주의 집중 기제가 이 심리적 위기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완화하는 해결책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이때가 바로 타인이 우리의 인식을 제어할 수 있는 순간이다.
놀라움의 신호, 도파민
보통 도파민을 '보상' 체계로 이해한다. 신경과학자 마크 험프리스 박사는 이러한 일반적인 이해가 틀렸고, '보상'을 '결과'로 바꿔야 훨씬 더 정확한 이해라고 말한다. 도파민은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보상 가능성을 예측해 우리를 보상이 수반되는 결과로 이끌거나 손해를 볼 만한 일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뇌는 보통 도파민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뇌의 목표는 일정한 수준의 도파민을 유지하는 것이다. 도파민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곧 삶이 놀라움 없이 예상대로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도파민 수준은 빠르게 혹은 느리게 변한다. 빠른 변화는 오류가 발생했다는 신호다. 느린 변화는 동기를 부여하는 신호다. 이 분출 속도는 도파민이 분출되는 두 가지 다른 방식에 각각 대응한다. 하나는 국소적인 뇌 영역에서 도파민이 짧게 대량으로 분출되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전체적인 뇌 영역에서 도파민이 항상 소량으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고 분출되는 방식이다.
여기서는 주로 빠르게 급증하는 도파민, 즉 놀라움을 나타내는 신경학적 신호에 초점을 맞춘다. "도파민은 전체적인 뇌 영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방금 아주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고 황급히 알린다." 도파민의 순간적인 급증은 예상이 틀려 수정이 필요하다는 경보다. 도파민 분출은 곧 끝난다. 그러고 나면 놀라움의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남는다. "뇌는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 행동을 찾아내 그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놀라움 이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신경과학자 볼프람 슐츠는 이렇게 설명한다.
도파민 급증은 뉴런이 그 원인이 된 대상과 보상을 제대로 식별하고 나면 수십에서 수백 밀리초 안에 사라진다. 따라서 뉴런은 일시적인 방식으로만 현저성을 부호화한다. 그 다음 두 번째 선택적 반응 요소가 식별되는데, 이는 보상 정보만을 반영한다(보상 예측 오류). 이 시점부터 도파민 뉴런은 보상 정보만을 나타낸다.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뇌가 오류 신호, 즉 놀라움을 감지하면 그 원인을 파악한 다음,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해 결과와 행동을 연결"시켜야 한다. 다시는 놀라움을 느끼지 않도록 놀라움을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도파민은 두 단계로 분비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위상성 도파민 분비'라고 부른다. 1단계는 놀라는 동시에 찾아오는 갑작스럽고 일시적인 도파민의 급증으로, 중요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현저성'이라고 부른다. 2단계는 도파민 수준의 장기적인 변화로, 원인이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즉 도파민 감소는 '회피하라'는 신호고, 도파민 증가는 '접근하라'는 신호다. 이때 심리학자들은 도파민 감소를 '부정적인 감정가', 도파민 증가를 '긍정적인 감정가'라고 부른다.
이해를 위한 예시
콘서트 리사이틀에서 성공적으로 노래를 마친 당신에게 친구가 말했다.
- "진짜 잘하더라." 당신은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도파민은 보상을 예측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대개 보상받는 순간 분출된다(좋은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도파민이 아니라 다른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다음에도 공연하라'는 동기부여를 일으키는데, 이때 좋은 기분이 뒤따를 뿐이다. 당신은 이미 칭찬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고, 도파민도 급증하지 않았다.
- "진짜 못하더라." 당신은 칭찬을 기대했지만 끔찍한 비판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도파민이 급증하면서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현저성)를 보낸다. 이후 노래를 부를 때마다 도파민 수준이 낮아지면서 노래 부르기를 회피하라는 신호(감정)를 보내고 동기부여가 줄어든다.
- "정말 잘하더라." 기대했던 칭찬이므로 기분은 좋아졌지만, 도파민은 급증하지 않는다. 친구가 "고음을 끌어가는 능력에서 네가 얼마나 세심한 부분까지 집중하는지 알겠더라."라고 덧붙인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칭찬에 도파민이 급증한다. 이제 당신은 본능적으로 고음을 낼 때 더 집중해서 음을 끌고 간다. 즉각적인 학습이 일어난 것이다.
- "좀 고쳐야 할 습관이 있던데."라고 말했다. 기대했던 칭찬 대신에 걱정스러운 표정과 비판이 돌아왔다. 놀라움은 경고한다! "노래할 때 박자에 맞춰서 머리를 흔드는 바람에 좀 산만해 보이더라고. 그 외에는 굉장했어." 당신은 방금 위상성 도파민 분비를 경험했다. 예상치 못한 비판이 1단계인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현저성)를 촉발시켰다. 2단계는 즉각적 학습을 요구한다. 친구가 덧붙인 말이 무엇을 학습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이제 노래할 때면 도파민이 일정한 수준으로 분출되지만, 고개를 흔들 때면 떨어진다. 당신은 여전히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노래 부를 때 머리 흔드는 습관을 경계하고 회피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칭찬은 큰 힘이 되며,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여기서 팁 하나! 놀라움을 이용하면 말의 영향력을 훨씬 더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말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전략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이 예시에서 결국 기대치가 중요한듯 하다. 자신이 노래를 못불렀다고 믿고 있을 때 잘불렀다고 하면 이 친구가 나를 위로 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불렀다고 하면 그때 자신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케이스로 생각해볼 내용이다.
인식 조작하기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출렁 다리를 건널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연구했다. 짧은 설문지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한 여성은 연구 내용에 관한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으면 연락하라면서 전화번호를 건넨다. 바로 여기서 실험적 조작이 일어난다. 참가자 절반은 다리를 건너기 전에, 나머지 절반은 다리를 건넌 후에 여성과 만났다. 결과적으로 다리를 건넌 후에 여성을 만난 남성들이 연락하는 확률이 훨씬 높았다.
연구진은 출렁다리를 건넌 직후에 여성을 만난 남성들은 생리적으로 흥분한 상태였다고 결론지었다. 일반적으로 이 흥분 상태를 공포라고 인식했지만, 여성이 다가와 설문조사를 요청하자 성적 끌림으로 착각한 것이다.
인식은 조작하기 쉽다. "공포 영화를 보거나, 놀이 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동네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할 때 처럼 심장 박동이 높아지고, 땀이흐르고, 얇은 옷을 입은 상황에서는 갈망의 감정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쉽다. 격렬하게 다툰 뒤에 나누는 '화해의 섹스'가 특별히 열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는 다양한 감정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착각하기 쉽다. 개인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고조된 원인을 착각할 수 있다.(이야기를 지어내는 것과 동일한듯, 심장이 뛰면 왜 뛰는지 자신이 이해하기 위해 이해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착각이더라도 일단 감정을 결정짓고 나면, 내면의 편향과 자기 확인 프로그램이 작동해 인식을 확증해준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설명이 경험의 본질까지 바꿔버리는 것이다.
어떤 감정을 느낄 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감정마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혹은 어떤 단어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실제로 경험하는 감정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가령 공연, 면접 등의 상황에서는 '긴장'이라는 단어로 감정을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간절히 보고 싶었던 것을 보거나, 듣고 싶었던 것을 들었을 때 경험하는 감정의 고조도 모두 '흥분'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이처럼 감정의 고조를 경험할 때, 뇌에서는 딱히 특징적인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이 감정의 고조 상태에 '긴장'이나 '흥분' 같은 이름표를 붙인다. 통찰력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의 기회로 활용한다.
기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최면과 플라세보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심리와 감각은 사람들의 기대를 바꾸면 변할 수 있다. 어빙 커시는 최면과 플라세보 효과가 참가자의 믿음에 기반한다고 주장했다. 커시는 플라세보 효과가 기대 반응의 자기실현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즉,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뇌는 기대를 따라 움직인다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느냐가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일지를 결정한다. 뇌는 경험을 처리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믿음에 기반한 기대는 뇌가 매 순간 멈춰서 생각하지 않고도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개발한 편리한 방법이다. 기대를 바꾸면 경험도 바뀐다.
수많은 연구가 경험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얼마나 쉽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채소를 더 많이 먹이고 싶다면 맥도날드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라." 성인의 기대를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인들은 포도주 가격이 비쌀수록 맛이 더 좋다고 느낀다. 기대는 단순히 자기 경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칭한 뒤 궁합이 좋다고 거짓으로 알려주면 그 커플은 실제로 궁합이 좋은 것처럼 행동하고, 더 오래 대화를 주고받았다. 궁합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실제로도 그렇게 느낀 것이다. 이는 어떻게 기대하느냐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을 무작위로 교실에 배정한 다음, 교사들에게 한 교실에는 '성적 우수자'들만 모여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교사들은 '우등반' 학생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더 우수하고 더 학구적이라고 평가했다. 교사들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행동도 달라졌다.
글쓰기를 못하는 조니를 만난 에린 선생의 전략
에린은 전략적으로 자신의 기대를 변경했다. 처음에는 조니가 글을 많이 쓸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동료 교사의 예측이 맞았다고 믿고 싶은 충동과 맞서 싸웠다. 에린은 "뭘 쓸지 아주 열심히 고민하고 있구나?"라는 말로 선뜻 글을 쓰지 못하는 조니의 행동을 영리하게 재해서했다. 이런 상황이 조니는 놀랐을 것이다. 그래서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고,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에린이 재해석한 말을 조니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조니는 생산적인 작가로 거듭났다. 에린이 스스로 다짐하면서 기대한 대로 말이다.
에린이 다가왔을 때 조니는 아마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예전 교사와 벌였던 실랑이를 떠올리며 틀림없이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스트레스만으로도 피암시성(타인의 반응이나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경향)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놀라움이 추가되면 스트레스는 급격히 치솟는다.
스트레스는 피암시성을 높인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타인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뜻)
누군가의 기대를 바꾸면 그들의 경험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순간적으로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자기실현 효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제안을 할 수 있는 창이 열린다. 엄청난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생리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에 대응하고자 피암시성을 높인다. 놀라움은 피암시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수전의 이야기
나는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이 외국어 수업을 좋아해서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 해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시 암소 과제로 폴 베를렌의 <내 마음에 비가 오네>를 선택했다.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시를 낭독한 뒤 발음, 암기, 해석 점수를 받았다. 내 차례가 끝나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수전, 잘했어. 수업 끝나고 볼 수 있을까?" 나는 망연자실했다. 너무 못해서 꾸중을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은 내 낭독에 감동받았다며, 다가오는 주 전체 경연대회에 참가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셨다. 그 순간 나는 내 능력을 굳게 믿게 되었고, 이후로도 언어 능력만큼은 의심한 적이 없다. 대학에 진학해 프랑스어를 전공한 뒤, 몇 년간 작은 사립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그때 낭독한 그 시는 지금까지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암송할 수 있다.
수전은 수업 끝나고 잠깐 볼 수 있냐는 교사의 말에 '망연자실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나머지 수업 시간 동안 스트레스 반응에 몰두한 나머지 교사에게 찬사를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미 높아진 피암시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지면서, 수전은 선생님이 건넨 칭찬과 그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효과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 사건에서 놀라움은 이미 고조된 피암시성을 증폭시켰다.
놀라움으로 사고 과정이 바뀌기 시작하면, 신뢰할 만한 출처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신뢰할만한 출처란 무엇일까? 이때의 신뢰성은 전통적인 권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
믿음을 수정하게 하는 대리인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어린아이의 말조차도 순수한 관찰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젠가 나는 한 어린아이가 약간 통통한 체형을 가진 지인에게 "아기가 언제 태어나나요?"라고 묻는 걸 본 적이 있다. 또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또래 친구에게 들은 말은 평생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와! 너 진짜 패션 감각 있네." 같은 말이 그 사례다. 사랑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생각해서 건네는 말은 받아들일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다. 사랑으로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수용할 수도 있고, 애초에 좋은 말만 해줄 것이라 기대하기에 무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조차도 인상적인 말을 할 수 있다.
카라는 하이킹을 하다가 처음 만난 사람이 건넨 말을 회상한다. 숨은 동기나 이해관계가 없는 낯선 사람에게 들은 말은 카라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무슨 일 하세요? 댄서 맞죠?" 뭐? 내가? 댄서냐고? 당시 요가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고 요가 겸 등산복을 입고 있어서 몸매가 꽤 좋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댄서라고? 그럴 리가. 아닌가? 춤추는 걸 꽤 좋아하긴 했지만, 댄서 아니냐는 질문을 듣기 전까지 춤을 잘 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 질문을 계속 곱씹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춤을 출 때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된 것 같다.
그 후 몇 년이 지났다. 최근에 친자매들에게 거침없는 춤동작이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더라 춤을 잘 춘다며 칭찬했다. 그래, 그게 바로 나다! 나는 댄서다!
카라는 자신이 춤을 못 춘다고 생각해왔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에게 들은 놀라운 말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리인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준다. 카라는 새로운 믿음으로 스스로에게서 '거침없는 춤동작'을 기대한다. 새로운 믿음은 춤동작을 해석하는 방식 또한 바꾼다. 과거에는 모모한 허우적거림이라고 생각했던 동작을 이제는 거침없는 댄서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이 이야기는 스쳐 지나 가던 사람의 예상치 못한 말 한마디조차 순간적으로 믿음을 수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는 특별한 권위를 가진 사람이다. 사례 중에 교사에게 들은 말을 계기로 사고방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엄마, 선생님이 '항상 채소를 다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하셨어요." 권위가 도전받는 이런 상황은 '지식 전달자' 역할이 부모에게서 교사로 넘어갔음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동료나 부하 직원의 의견보다 권위 있는 인물의 의견이 강력하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피암시성이 높아진 순간에는 확신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의 권위를 본능적으로 인정해준다. 중요한 것은 확신이다. 어른들이 종종 어린아이들 말에 넘어가는 이유도 아이들이 확신에 차서 말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아직 사회적 예의와 정치적 올바름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솔직함과 투명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는 최근에 꽤 돈을 들여 헤어스타일을 대담하게 바꿨는데, 다음 날 교실에 들어서자 한 학생이 당황하며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머리에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다른 학생들도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넋을 놓고 머리만 쳐다보았다고 했다. 반면에 동료 교사들은 모두 예의를 차려 멋지다고 말해주었다. 결국 다음 날 보수적 스타일로 머리를 다시 하고 학교에 갔다. 이처럼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솔직함에서 비롯된 확신은 그 자체로 권위를 가진다.
언제, 누가 하는 말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한다면 그 말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커진다. 단, 이는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이 수용적일 때만 가능하다. 놀라움은 우리를 수용적으로 만들지만, 놀라움의 강도는 다양하다.
놀라움의 강도는 다양하다
놀라움은 그 정도가 다양하다. 앞마당에서 파란 줄무늬 개구리를 보면 작은 놀라움을 느낀다. 아마 눈보라 속에서 개구리를 보면 더 놀라울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개구리가 추운데 집 안으로 들어가도 되냐고 부탁해온다면..... 놀라움의 강도는 상황이 기대한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으니 지식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는 신호다. 잘못된 믿음은 대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 하지만 사실을 인지할 때마다 믿음을 업데이트하거나 점검하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새로운 사실을 인지할 때만다 믿음을 재평가한다면, 일상생활에 크게 방해가 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소중한 인지 자원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믿음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
학습 분야 연구의 대가 장 피아제는 우리가 새로운 정보에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피아제는 이 적응 과정을 '동화'와 '조절'로 나누었다. '동화'란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개념이나 정신 모형에 맞추는 과정이다. 이를테면 처음으로 상어를 보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고기라는 개념에 끼워 맞추는 것이다. 돌고래를 처음 봤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고기 개념에 돌고래를 동화시키려고 했을 것이고, 부모가 돌고래는 포유류라서 물고기가 아니라고 말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돌고래는 기존의 포유류 개념에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이제 포유류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때 개념 또는 정신 모형을 변경하는 것을 '조절'이라고 한다. 새로운 정보를 기존 개념에 꿰맞추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동화한다.반대로 조절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의식적으로 고려한 다음에 이 지식이 속한 개념 전체를 바꿔야 한다.
고속도로를 과속하는 구형 쿠페를 보았고 운전자는 성질 급한 젊은 남성일 거라고 예상했다. 내 '과속 운전자' 모형에 들어맞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동화한 것이다. 출구에서 그 차를 따라잡았을 때, 운전자가 백발의 중년 여성임을 알게 되었다. 만약 내 기존 과속 운전자 모형에 집어넣어 동화시키고 '젊은 남성처럼 운전했다'고 결론짓는다면 이 중년 여성은 이상값으로 분류되고 원래 정신 모형은 그대로 유지된다.
혹은 '나이 많은 여성 운전자에 관한 내 정신 모형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며 기존 모형을 조절할 수도 있다. 일주일 뒤 또 다른 과속 운전자를 목격했을 때, 이번에는 나는 젊은 남성일 것이라 생각한다. 내 정신 모형은 바꾸지 않았다. 조절하지 않고 동화했음이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에 따라 서건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아개념을 일부 무너뜨릴 만큼 크게 놀라면 우리는 즉시 새로운 자아개념을 구축한다. 이것이 바로 조절이다. 강렬한 놀라움은 새로운 믿음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지름길이다.
다음 이야기에서 코리는 무례할 정도로 교사에게 따지고 든다. 하지만 교사의 반응은 코리를 놀라게 한다. 코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놀라움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 코리는 교사의 말을 단순한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기존의 사고방식에 동화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놀라움은 교사의 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자기실현적인 새로운 자아개념을 구축(조절)할 수 있는 수용성을 만들어냈다.
고등학교 시절 경제,행정 수업에 들어갔다가 대리로 오신 선생님을 발견하고 약간 실망했다. 원래 그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리로 오신 선생님이 갑자기 내게 오늘 수업을 가르칠 준비가 되었느냐고 물으셨다. 원래 선생님이 오늘 수업은 내가 가르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충격에 빠졌다.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업 직전에 달랑 유인물만 가지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기에 나는 최선을 다해 수업을 진행했다. 다음, 나를 그렇게 불편한 상황에 빠뜨린 선생님께 화가 잔뜩 났다. '어떻게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하실 수가 있지? 먼저 내 의사를 물어보셨어야 하지 않나? 그동안 느꼈던 신뢰와 존경심과 안정감이 박살 나는 것을 느꼈다. 배신감이 들었다. 나는 선생님을 찾아가 말했다. "선생님, 어제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적어도 저한테 귀뜸은 해주셨어야죠." 화난 마음을 막상 쏟아내고 나니, 너무 무례했나 싶어 걱정스러웠다.
선생님은 멋쩍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예상치 못한 일로 수업을 빠지게 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 예고 없이 수업을 맡겼을 때 그 불편함을 이겨내고 이 도전을 받아들일 학생은 나뿐일 것 같았다나. 학습 의욕과 지적 능력을 고려 할 때 내가 탁월한 능력으로 잘 해낼 거라 확신하셨단다.
나는 그날 이후로 조금 불편하더라도 도전적인 일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심지어 도전적인 일을 찾아다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일을 잘 감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부신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나 자신에게 되뇌곤 했다. 이 같은 태도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었다. 실제로 무슨 일이든 완수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온 힘을 다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로 임기응변이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잘 해냈다고 느낀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정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정신 모형에 일관성 있게 들어맞을 때 우리는 이를 받아들인다. 특정한 뉴스 채널을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대체로 같은 평향을 공유하는 뉴스 채널일수록 그들의 관점을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사소한 업데이트를 점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의식적인 노력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충격과 경악에 빠뜨릴 정도의 큰 놀라움만이 단번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회성 학습을 만든다. 큰 실패의 경험이 특히 강력할듯
일회성 학습
인간은 원인과 결과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두 가지 뚜렷한 학습 전략을 사용한다. 바로 '점진적 학습'과 '일회성 학습'이다. 점진적 학습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차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어떤 원인과 결과가 짝을 지어 반복되는 상황을 경험하다 보면 점진적 학습이 이루어진다. 학교 공부도 글쓰기도 모두 점진적 학습이다.
우리는 때때로 처음 겪는 상황을 마주하는데, 생존하려면 재빨리 학습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이때 즉시 학습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일회성 학습은 한 쌍의 잠재적인 원인과 결과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일회성 학습니 점진적 학습과는 다른 뇌의 작용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엇이 일회성 학습을 유발하는지, 뇌가 언제 어떤 학습 모드를 선택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최근 인과관계가 불확실할때 일회성 학습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뛰어난 발표자들과 교육자들은 누군가를 가르칠 때 불확실성을 유도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경우, 자존감에 강의를 할 때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자존감과 높은 성적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것 같은지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대부분 '자존감이 높으면 성적도 좋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나는 이렇게 질문한다. "학창 시절 주변에 몸무게, 옷차림, 피부색 등으로 놀림받는 친구가 있었나요? 만약 있었다면, 그들 중에 공부를 잘했던 학생이 있었나요?" 바로 추측에 반론을 제기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학교 성적은 좋지 못한 학생을 알고 있나요?" 내가 제기한 불확실성 때문에 대부분 첫 질문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내가 정답을 말해주기만을 기다린다. 나는 그들의 기다림에 '복잡한 문제'라고 답해준다. 내 말을 들은 학생들은 단체로 탄식한다. 이런 식으로 첫 수업에 불확실성을 깔아두면, 이후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를 점진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준비시킬 수 있다.
회의실이나 강의실에서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심을 끌 수 있다. 객관적인 지식을 배울 때는 이 같은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뇌는 자존감과 학교 성적 사이의 상관관계 같은 지식을 '중요한 정보'로 분류하지 않는다. 반면 정체성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놀라움을 느끼면 불확실성이 치솟는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불확실성은 원인과 결과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학습하는 데 우리가 관심을 집중하게 한다. 연구진은 인과관계가 불확실할 때, 우리 뇌가 일회성 학습을 하도록 지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활성화는 마치 스위치처럼 켜지거나 꺼지는 것 둘 중 하나다. 연구진은 복잡한 인지 활동과 관련된 뇌 영역 가운데 일부인 전두엽 피질이 인과관계의 불확실성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즉각적인 학습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요성을 결정하는 것은 감정이다. 일단 일회성 학습이 활성화되면, 뇌는 감정을 조절하고 새롭게 학습된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고자 해마를 가동한다. 즉각적인 학습에 이용되지 않을 때 해마는 침묵한다. 연구진은 "일회성 학습 모드는 전등 스위치처럼 켜져 있거나 꺼져 있다."라고 설명한다. 일회성 학습을 활성화하는 데 감정적 자극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는 알 수 없으나, 스위치처럼 활성화 아니면 비활성화 상태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밝혀졌다. 일회성 학습을 유도하는 다른 경로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자아개념을 뒤흔드는 놀라움으로 인한 감정적 폭발은 확실한 방아쇠다.
놀랄 때마다 믿음을 업데이트할 필요는 없다. 바다에서 범고래를 목격했다고 가정해보자. 범고래가 사라졌다가 보트 바로 아래로 헤엄쳐 지나간다. 놀랍지만 그렇다고 해서 믿음을 업데이트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우리는 예상한 놀라움과 예상치 못한 놀라움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보트 아래로 헤엄쳐 지나간 범고래 때문에 놀라긴 했지만, 그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위상성 도파민 분비는 일어나지 않는다. 훌륭한 이야깃거리는 될 수 있지만 그뿐이다. 위상성 도파민 분비를 일으키는 놀라움은 시냅스 가소성을 촉진한다. 다시 말해, 믿음을 수정할 준비가 된다.
우리는 호기심이 가장 많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호기심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자 하는 충동으로, 놀라운 사건이 발생할 때 가장 강하게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갑작스레 생겨나는 호기심을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일을 경험하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고, 뇌는 자동으로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의식할 때를 연구하면, 놀라운 순간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알 수 있다.
호기심
아기도 어떤 물체가 자기 자신의 예상대로 반응하지 않을 때 놀란다. 그러면 아기는 그 물체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되고, 자신의 예상대로 반응하는 비슷한 물체를 접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학습한다. 우리는 평생 이런 식으로 반복학습하면서 성장한다. 신경 과학 분야가 발전하면서, 인간이 예상과 일치하지 않는 것에 주의를 집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상이 빗나갈 때 도파민이 약간 분출되는데, 이는 우리가 주변 환경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다.
호기심은 우리가 이해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로, 지식 공백을 메우는 데 주의를 집중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호기심은 주변 환경을 체계적으로 이해해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는 본능과 충돌하기 때문에 불쾌하게 느껴진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진은 호기심을 유도한 뒤 fMRI로 뇌를 촬영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하자, 갈등 및 각성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반대로 호기심을 해소하자 보상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이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뇌는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는 것을 보상으로 여기는데, 이는 불확실성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호기심을 불쾌한 것으로 인지하지만, 때에 따라 호기심은 즐거운 경험이 될 수도 있고 불쾌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두 가지 형태의 호기심은 정보를 얻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지식 공백에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우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지식에 부족한 상태를 지양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르는 채로 있을 때 치를 대가보다 답을 알 수 있다는 기대감(보상)이 클 때 호기심을 즐거운 것으로 느낀다.
미국 국립보건원 소속 연구진은 도파민과 호기심의 관계를 밝혀냈다. 새로운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와 갈망이 뇌의 중변연계 경로를 직접 활성화해서 도파민을 분출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또한 뇌가 호기심이 해결되는 것을 보상으로 취급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답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뇌는 이 불확실성을 해결할 정보가 잇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도파민 활성화 시스템은 호기심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해줄 새로운 정보를 보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나의 경우로 보자면, 내가 강의 시간에 자존감과 학교 성적 사이의 인과관계에 불확실성을 제기했을때, 학생들의 도파민 수준이 증가했을 것이다. 도파민은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답을 배우는 보상을 기대하게 했다.
호기심에 관한 연구는 보상이 불확실하고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 때 뇌가 더 많은 도파민을 생성한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바로 우리가 놀랄 때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 놀라운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동안 많은 양의 도파민이 분출될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놀라움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편함과 긴박감도 커지면서 더 많은 도파민이 축적된다. 마침내 우리가 그럴듯한 첫 번째 대답을 찾아내는 순간, 뇌는 이를 '해결책'이라고 표시한다.
놀라움을 경험한 순간에 처음 떠오른 해결책을 수용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호기심이 생겼을 때 첫 번째로 찾아낸 해결책에 매달린다. 그 해결책이 최선이거나 정확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지식 추구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불편함을 느낄 뿐 아니라 모르는 상태로 있는 것보다는 아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결과일지라도 말이다.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유전자에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면 어떤 해결책이든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부정확한 해결책일지라도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상황을 이해하고 해답을 찾으려는 욕구는 우리가 놀랐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단순화해서 설명하자면, 도파민은 우리가 맨 처음에 찾은 해결책을 '정답'이라고 표시한다. 인지적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 해결책을 받아들이는 것은 효과적이다. '왜 내가 찾는 물건은 항상 맨 마지막으로 들여다보는 곳에 있을까?'라고 자문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 이유는 일단 발견하는 순간 찾기를 그만두기 때문이다. 우리가 놀란 뒤 이 혼란을 설명해줄 해결책을 찾는 순간, 재빨리 해결책을 받아들이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도파민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전달자다. 일단 해결책을 찾으면 우리는 동기를 잃고, 이 문제를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는다.
미로에 갇힌 쥐를 생각해보자. 쥐는 치즈 조각이라는 보상을 찾으려고 경로를 탐색한다. 일단 성공적인 경로를 찾으면 쥐는 그 경로를 기억해두었다가 다음번에 재빨리 치즈를 찾아간다. 하지만 쥐가 찾아낸 경로는 단지 처음 발견한 경로일 뿐 최적의 경로는 아닐 수 있다. 우리는 일단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그 해결책을 받아들이고 옳다는 증거를 찾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다른 대안은 무시한 채 문제 해결에 성공한 첫 해결책만을 수용하고 확증하려 했던 쥐와 우리도 다르지 않다.
놀라움은 현재 가지고 있는 믿음에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롭게 관찰한 사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불확실한 원인과 관계를 맞닥뜨렸을 때 학습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유럽의 생의학 연구진은 인간이 놀라기 전에 습득한 정보보다 놀란 이후에 습득한 정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그들은 놀란 이후에는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동시에 믿음을 빠르게 바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의 뇌가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해결책에 집착하고 다른 대안을 무시하는 끈질긴 경향을 '아인슈텔룽 효과'라고 한다. 아인슈텔룽은 '설정'을 뜻하는 단어다. 영국 과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무려 1620년에 이러한 인간의 성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간은 일단 한 가지 의견을 채택하고 나면... 다른 모든 것이 그 의견을 지지하고 동의하도록 유도한다."
1942년, 에이브러햄 루친스는 사고방식이 어떻게 새로운 문제 해결 능력을 방해할 수 있는지를 임상실험으로 처음 입증했다. 루친스는 참가자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 존재하는데도 이전에 해결책을 찾을 때 이용했던 방법을 고집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비연속성 이론(특정 행동이 먹히지 않을 때까지 유지하려는 인간의 경향)을 사용했다. 주변에 더 나은 방법이 존재하는데도 예전과 같은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면접에서 외모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때, 그 사람의 지능과 성격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 한다.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흉부 엑스레이상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이상에 집착해서 부종 같은 암을 나타내는 추가적인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이런 추가 징후가 나타난 검사 결과를 단독으로 판독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즉시 발견했다.
우리는 성공적인 방법을 한 가지 알아내면, 다양한 기술을 시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인지적 지름길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해결책을 보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권위자가 제시한 첫 번째 해답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설사 그 해답이 틀리더라도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놀라게 되면 이러한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 믿음을 갖게 된다.
서니는 배구를 그만 두었다.
아빠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이랬다. "네게 화난 게 아냐, 실망한 거지. 힘들어지기 시작하니까 그만둔 걸로밖에 안보이는구나." 그 말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배구를 그만두고 내가 얼마나 속상해하는지를 아빠가 분명히 보고 이해했을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아빠의 반응에 나는 당황스러웠고 더 속상해졌다. 이후로 일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급격히 자신감을 잃고 포기해버렸다. 헌신이 두려워 클럽 활동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가 또 포기할까 봐 걱정되었다. 실제로 얼마나 잘 해냈고 얼마나 많은 목표를 세웠는지에 상관없이, 나는 스스로 의욕도 부족하고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많은 것을 이루어낸 강한 사람임을 알면서도, 그날 이후로 마음속 어딘가에선 나를 약하고 두렵고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서니는 기대했던 공감 대신 비판을 받고 놀랐다. 그래서 권위자인 아빠의 말을 지나칠 정도로 깊이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 이후로 서니는 안타깝게도 무언가를 그만두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실망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인생에서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만약 아빠가 딸을 껴안고 "그만하면 잘했어. 지나간 일은 잊고 나아가면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서니의 사고방식은 더 생산적으로 바뀌었을 것이고, 서니는 아빠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했을 것이다.
Chapter 6 우리 주변은 놀라움투성이다
놀라움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놀라움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깜짝 파티, 깜짝 선물, 깜짝 등장 같은 이벤트를 한 번이라도 계획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은 놀라움이 후속 감정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깜짝 선물은 항상 기대했던 것보다 설렌다. 우리는 종종 깜짝 선물을 받는 사람이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며 짜릿한 기쁨을 느끼곤 한다. 또한 깜작 소식은 보통 기분 좋은 순간으로 마무리된다. 군대에서 복무하는 누군가가 눈앞에 깜짝 등장 할 때처럼 말이다. 물론 단점도 똑같이 증폭된다. 예상치 못한 실망은 후폭풍이 거세고 예상했던 좌절보다 더 가슴을 후벼판다.
평범한 우리는 대부분 놀라움을 직감적으로 이용하지만, 연기자와 전문가는 놀라움의 힘을 인식하고 이를 더 체계적으로 이용한다.
제프리 일리 교수는 영화에서 놀라움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주목했다. "긴장감과 놀라움을 비롯한 여러 엔터테이먼트 요소를 구성하고 개발하는 것은 '누군가의 믿음을 바꾸는 능력'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최적화하여 절약하는 행위다." 영화감독은 관객의 믿음이 바뀔 것을 기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수단으로 긴장감을 이용한다. 놀라움은 관객이 가지고 있던 원래 믿음을 깨뜨리는 신호탄이다.
리사 크론은 문학에서 뇌과학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탐구했다. 크론은 자신의 저서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사 구조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것은 놀라움뿐이다. 기대치를 설정한 다음 그 기대치를 위반해야 한다." 놀라움은 이야기에서 도파민을 분출하고 불확실성을 창조하며 예상할 수 없는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크론은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때, 즉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을 때 우리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찾아 나선다. 호기심은 보상으로 도파민을 분출시켜 밤늦도록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라고 말하며, "뒷이야기에서 얻게 될 통찰이 내일 당장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예고편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예고편은 놀라움을 설정해 호기심을 유도하고, 호기심을 해결하면 그 보상으로 도파민을 분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광고주들은 놀라움을 교묘하게 조작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 시킨다. 1980년대 미국에서 찬사를 받았던 매인앤테일 샴푸 광고를 생각해보자. 첫 장면은 화장실이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매인앤테일 샴푸 병이 클로즈업된다. 카메라가 샴푸 병에서 점점 더 뒤로 물러난다. 욕조 안에서 어린 소년의 머리를 감겨주는 아버지가 보인다. 카메라가 계속 뒤로 물러난다. 이제 아버지가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무언가를 씻긴다. 다름 아닌 조랑말이다. 이 놀라움은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광고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이들이 사용할 만큼 순하고, 말 털을 부드럽게 만들 만큼 강한 샴푸라면, 당신에게 어떨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마케팅에서 놀라움을 영리하게 이용하면, 소비자는 그 메시지를 대개 비판없이 받아들인다. 그 효과는 단순한 슬로건보다 훨씬 강력하다. 놀라움을 매개로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첫인상이 극적으로 강화되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매인앤테일 샴푸를 구입한 이유를 묻는다면 아마도 해당 광고를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순하지만 강한' 샴푸의 특성을 칭찬할 것이다. 그러나 판매량 급증은 해당 광고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광고는 매인앤테일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형성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브랜딩
우리는 수많은 첫인상을 별생각 없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무언가를 보고 자신이 어떤 인상을 받았으며 그 인상이 어떻게 처음 형성되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는 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수많은 사물에 가치를 부여한다. 미디어는 뉴스를 비롯해 영화, 책, 광고, TV, 정치인 등을 매개로 우리가 받는 인상을 상당 부분 브랜딩한다. 브랜딩은 타의로 생겨난 고정관념, 즉 많은 사람이 믿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아이디어나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일단 (대개 무의식적으로) 브랜드를 받아들이고 나면 무차별적으로 적용한다.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대부분 의식적인 인식 아래에서 발생한다.
절묘한 타이밍에 놀라움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면 사고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체조를 그만 두기로 한 모니카 이야기
코치는 모니카를 '빛나는 사람'으로 브랜딩했다. 그 말은 모니카를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흠칫 놀랐다." 이미 고조된 감정 상태는 신경학적으로 놀라움을 증폭시켰다. "코치님도 나도 이미 감정이 북받칠 대로 북받친 상태였다." 수년이 지난 후에도 모니카는 말한다. "어딜 가든지 무얼 하든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빛을 비추고 온기를 나누는 것이 내 꿈이다." 모니카는 코치가 제시한 브랜드를 몸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광고주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늘리려고 하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광고주는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이미지를 창조하고자 한다. 모니카는 운 좋게도 '금빛'으로 브랜딩되었다. 브랜딩은 누군가에게 같은 메시지를 일관되게 반복해서 주입할 때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메시지는 '넌 명석해.'처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넌 멍청해.'처럼 부정적일 수도 있다. 놀라움의 순간에 브랜딩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놀라움 자체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감정가를 결정하는 것은 놀라움 이후의 맥락이다.
레노르도 친구의 아빠는 '꿀 먹은 벙어리'라고 부르며 놀렸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한참 동안 그 호칭을 곱씹고 또 곱씹었어요.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뜻인 줄은 알았는데, 무슨 말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죠. 내 침묵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사건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레노르는 이미 긴장한 상태였고, 친구의 아빠가 무심코 한 말에 깜짝 놀랐다. 레노르는 그 말을 농담으로 인식하고 받아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발달 과정 중에 있는 어린아이들은 그처럼 복잡한 의도를 대개 해석해내지 못한다. 특히 감정이 고조된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일화는 아이들에게는 무심코 던지는 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특히 아이들이 이미 긴장한 상태일 때는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사건은 성인에게도 흔히 발생한다. 법률 사무보조원으로 일하다가 로스쿨에 들어가고 싶었던 도리스는 상담교사에게 털어놓았다. "언젠가 네가 대법관으로 임명되고, '대법관님'이라고 불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네." 도리스는 그 순간이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상담교사가 보여준 도리스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확신은 도리스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발언은 뇌에 원하던 효과를 일으켰다. 이 메시지는 도리스를 놀라게 해 어떤 말이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 상태로 바꿨다. 영리한 상담교사는 정체성이 형성되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주기적으로 전략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주면서 마무리 했다. (상담 이후 '대법관님'이라고 도리스를 불렀다) 스펄록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제품을 구매한다기보다 그 제품을 둘러싼 꿈을 구매한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믿음이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놀라움으로 믿음이 형성되는 순간,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깨달음은 믿음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깨달음은 이미 바뀐 믿음에 대한 인지적 평가를 반영한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우리는 새로운 믿음을 원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우리가 성찰하는 것은 '이미 변화된 믿음'이다.
개안, 성찰, 놀라움
인생을 뒤바꾼 사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개안, 즉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먼저 개안과 놀라움 사이에 어떤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개안은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아하, 이제 알겠어!"라며 무릎을 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순간이 당신의 정체성을 바꾸거나, 새로운 믿음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이, 당신에게는 의미 있는 통찰이 아닐 수도 있다.
놀라운 말이 항상 갑작스러운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수신자가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는 의식적인 깊은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놀라움이 항상 해결책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동반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놀라운 사건은 때때로 그 의미를 찾아보려는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무엇을 바꿔야 할까?'
개인적인 믿음을 바꾸는 놀라운 사건이 의식적인 깨달음을 전혀 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 방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어기고 들어가 놀던 너태샤. 방에 있던 할머니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너태샤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엄마는 뒤죽박죽 어질러진 방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름다운 연주구나. 우리 딸이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네. 할머니가 들었다면 좋아하셨겠다."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
"재밌네요. 그때 그 순간을 음악에 대한 내 사랑과 연결 지어 생각한 건 지금이 처음이에요. 아마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놀라움에 개안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믿음은 우리의 의식 밖에서 발생할 수 있다. 너태샤의 개안은 무려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뒤 나와 이야기하면서 일어났다.
정체성이 형성되는 순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간다.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의식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당신은 자신으 정체성이 형성된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그런 순간이 발생하면 우리는 적응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어 나아간다.
놀라움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자신에 대한 새로운 믿음이 생겨나는 과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그러면 새로운 믿음이 전개되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믿음 체계의 진정한 설계자가 될 수 있다.
나는 TED에서 강연을 했다. 다행히 강연을 무사히 마쳤지만, 중간중간 침묵이 너무 길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닉 마슨과 이메일로 서로의 공통점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비즈니스 세계에서 놀라움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활용할지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다. 한 이메일에 마슨은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다. "당신의 책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TED 강연도 좋았어요. 침묵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를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이럴 수가! 나는 놀라움이 일으키는 신경학적 파동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마슨은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강력한 자산으로 바꿔주었고, 이후 나는 내가 침묵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는 새로운 믿음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자신 있게 의도적으로 침묵을 사용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침묵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관찰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놀라움의 순간을 잡아내는 레이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일어났다. 이제 당신도 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자닌은 통학버스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어느 친구를 '정신지체'라고 부르며 깔깔댔다. 그 말을 들은 버스 기사는 자닌을 경멸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 버스에서는 그런 단어를 용납할 수 없어. 네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는 걸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구나. 그 말을 들은 당사자들이 어떤 심정일지 알기나 하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을 둔 나로선 그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일 때마다 정말 화가 났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되었고, 그 후로 자닌은 단 한 번도 그 단어를 모욕이나 농담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버스 기사의 발언이 일으킨 놀라움은 자닌에게 지울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방어적인 본능이 앞섰지만, 버스 기사의 말은 성찰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자닌은 버스 기사가 폭발한 까닭을 이해했고 행동을 바꿨다. 이처럼 놀라움이 즉각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혼란을 초래하면,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성찰이 이루어진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는 수용성을 극대화한다
감정을 고조시킬 만큼 크게 놀라면, 그 순간 우리는 잠시나마 다른 사람 말에 영향을 받기 쉬운 상태가 된다. 감정이 고조되어 흥분한 상태에서 놀라움은 어떤 효과든 증폭시키는 신경학적 자극제가 된다. 강렬한 감정은 대체로 어떤 감정인지 구분하기 힘든 극도의 경계 상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때 주변에 현명한 어른이 있다면,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 긍정적인 감정가를 유도할 수 있다.
몸무게와 발표
앤절라는 걸으면 아프다고 대답한 뒤, 쓸려서 상처 난 허벅지를 보여주었다. 안쓰러워할 줄 알았던 엄마가 대뜸 "그 나이에 벌써 허벅지가 쓸린다고? 난 애를 넷이나 낳고 나서야 허벅지가 붙던데."
열한 살 때 엘리스는 부모님께 작은 루비가 박힌 은반지를 선물받았다. 신이 난 앨리스는 곧장 할머니께 달려가 자랑했고, 이를 본 할머니는 "반지가 어울리려면 손가락이 더 가늘어야겠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앨리스는 "그 말 한마디가 자기 인식을 통째로 바꿨고, 갑자기 스스로가 거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라고 회상한다.
메이슨은 학교 점심시간에 치킨을 우걱우걱 먹고 있었는데, 앙숙이던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으악! 너 닭 껍질 좋아하는구나. 그거 다 지방이야. 그래서 네가 그렇게 뚱뚱한 거야!" 그 말을 듣고 난 이후로 메이슨은 건강한 음식을 가려 먹기 시작했다.
메이슨의 이야기는 앞의 두 이야기와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앞서 나온 두 이야기는 뚱뚱하다는 사실을 애둘러 말했다. 그로 인해 몸무게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었다. 반면 메이슨의 친구는 '너는 뚱뚱하고 이게 바로 그 이유다.'라고 선언하듯이 말했다. 바꿔 말하면 '이유를 제거하면 살을 뺄 수 있다.'가 된다. 메이슨은 '내가 뚱뚱한 이유는 먹는 것 때문이니까 먹는 걸 바꾸면 되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소한 차이가 인생을 바꾼다.
발표 부분은 생략
설득력은 우연히 들었을 때 더욱 높아진다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해주시는 긍정적인 말을 무시하곤 했다. 그들은 애초에 좋은 말을 해줘야 하는 사람들이니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는가? 하지만 어떤 말을 우연히 듣게 되면, 말의 무게가 커지는 듯하다. 사회적 예의를 차리지도, 이해관계에 얽매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게 놀라운 말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을 창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이는 그 말이 더 진실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방과 후에 어린이집 일을 도운 터너는 (잘못하고 있고, 선생님들이 자신을 안좋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우연히 선생님 세 분이 자신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내가 잘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그 일을 기점으로 나의 자기 이해는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자신이 정말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로리는 어느 날 밤, 찾아온 밸리 댄서였던 엄마 친구는 엄마에게 로리가 이국적으로 생겼다고 말했다. 그 말은 뇌리에 날아와 박혔다. 그 이후로 나는 내 외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내용은 놀라움을 도구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데 이 내용이 궁금하시분들은 직접 책을 구입해서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실제 적용 가능한 방법을 제시 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 되실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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