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숨이 막힌 도베르만] 이야기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장을 보고 돌아와 보니 집에서 기르는 도베르만이 목에 뭔가가 걸려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개를 가축 병원에 맡기고 돌아왔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자 전화 벨이 울렸다. 방금 다녀온 가축병원의 수의사였다. 그는 아주머니에게 소리쳤다.
“당장 집밖으로 나가세요!”
“무슨 일이에요?”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내 말대로만 하시오. 당장 옆집에 가 계세요. 내가 곧 갈께요.”
수의사는 아주머니의 말에는 대답을 않고 그렇게 말했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인지 놀랍고 궁금했지만 의사가 하라는 대로 이웃집으로 갔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집에서 나가자마자 경찰차 4대가 달려와 집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섰다. 경찰들은 권총을 뽑아들고 차에서 내리더니 집으로 달려들어갔다. 아주머니는 어리둥절했지만 밖으로 나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있을 때 수의사가 도착하였다. 그는 개의 목구멍에 사람 손가락 두 개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개가 도둑을 물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경찰은 피를 흘리는 손을 움켜쥐고 공포에 질린 채 옷장에 숨어 있던 도둑을 잡아냈대…. .
‘당신의 작품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가장 단순한 대답이 바로 플롯이 된다. 플롯은 이야기의 모든 원자를 함께 엮는 힘이다. 이미지, 사건, 등장인물을 서로 연결시킨다. 플롯은 과정이지 대상이 아니다.
[숨이 막힌 도베르만] 의 플롯은 수수께기이다. 도베르만이 ‘무엇’에 숨이 막힌것인가? 와 ‘왜’ 수의사가 집 밖으로 피하라고 했느냐? 가 열쇠가 된다.
플롯은 언어의 모든 원자(단어, 문장, 단락)를 유인하는 힘이며 이들을 다른 측면(등장 인물, 행동, 환경)에 맞도록 조직하도록 해준다.
작가들은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갈 방향 정도는 알고 창작을 시작한다.
픽션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패턴은 두 가지뿐이다. 이 둘은 서로 의지하고 있는데 바로 플롯과 등장인물의 패턴이다. 플롯의 패턴을 만들어 낸다면 등장인물의 행동 전체를 이끌어 갈 역동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
행동이나 태도가 플롯을 만들지는 않는다. 이는 플롯을 향한 첫 단계일 뿐이다. 줄거리(story)와 플롯(plot)의 차이를 알아 보자.
스토리가 행동과 반응의 패턴을 가지고 있으면 플롯이 된다.
한 어부가 이상한 고기를 잡아서 아내에게 요리하라고 주었다. 어부의 아내는 일을 마치고 바다에 나가 손을 씻었다. 갑자기 사람을 잡아먹는 고래가 나타나 여자를 잡아가 버렸다.
고래는 어부의 아내를 바다 밑에 있는 자기의 집으로 데려가 종으로 삼아 일을 시켰다.
어부는 친구인 상어의 도움을 받아 고래를 쫓아 바다 밑으로 아내를 구하러 내려갔다. 상어는 꾀를 내어 고래의 집에 켜 있던 불을 꺼버리고 어부의 아내를 구하였다.
ð 이상한 물고기는 고래의 출현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독자는 사건들이 연결되어 있기를 원한다.) 독자는 고래가 이상한 물고기 때문에 어부의 아내를 납치한 것으로 의심하지만 이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 수 없다. 이상한 고기가 고래의 아내이고, 그래서 고래가 아내의 복수를 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독자는 두 번째 장면(고래가 어부의 아내를 납치하는 것)이 첫 번째 장면(어부가 고래의 아내를 잡은 것) 때문에 일어났기를 바란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런 힌트도, 연결점도, 분명한 원인 결과적 관련도 없다.
ð 어째서 고래는 어부의 아내를 납치하는가? 복수 때문인가? 아니면 외롭거나 마음이 악하거나 집에 가정부가 필요해선가?
ð 상어와 어부 사이의 동맹은 무엇인가? 상어는 어디에서 나타났는가? 상어는 어째서 어부를 돕는가? 대답도 없고 힌트도 없다.
이 이야기에는 마땅히 가져야 할 요소, 즉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기대감이 빠져 있다. 이 점이 플롯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줄거리를 듣는 사람은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알고 싶어한다.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 플롯은 ‘어째서’라는 게임으로 독자와 관객을 안내한다.
줄거리는 다음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을 요구한다. 플롯은 이미 일어난 일을 기억하며, 사건과 인물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며, 앞으로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연결된 행동의 개념은 플롯의 핵심에 놓여 있다. 원인과 결과, 그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그리고 또 다른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l 첫장면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라
시작에서는 등장인물을 규정하고, 등장인물이 원하는 바를 설명한다.
l 반전과 발견으로 긴장을 유지하라.
주인공은 의도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방해가 되는 문제에 봉착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장애를 반전(reversal)이라고 불렀다. 반전은 주인공이 목적을 완수하기 위하여 당연하게 택하는 길을 바꾸어 놓기 때문에 긴장과 갈등을 만들어 낸다. [숨막힌..]에서 반전은 의사의 전화에서 비롯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반전 다음에 발견(recognition)을 제안하였는데 반전의 결과로 등장인물 사이에서 변화가 발생하는 대목을 말한다.
반전은 사건이지만 발견은 사건에 의해서 등장인물이 겪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정서적 변화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가능성을 내포하여야 한다. 기적은 기적대로 남겨놓아야 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은 보통 두 가지 중요한 반전을 겪는데 이를 전환점이라고 부른다.
l 완벽한 결말을 이루어라.
모든 것, 즉 ‘누구’ ‘무엇’ ‘어디서’ 등이 설명된다. 그런 설명으로 말미암아 결말은 타당성을 가진다.
좋은 플롯의 여덟 가지 원칙
광기는 대단하고, 죄의 대가는 그보다 더 크며,
플롯의 영혼은 공포이다.
에드거 앨런 포
전제, 법칙을 깨고 싶으면 먼저 법칙을 배워라.
첫째, 긴장이 없으면 플롯은 없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는 기본적인 플롯을 예로 들어 보자.
소년이 소녀를 만난다.
소년은 소녀에게 결혼하자고 말한다.
소녀는 좋다고 대답한다.
이야기 끝.
여기에 긴장을 가미해 보자.
소년이 소녀를 만난다.
소년은 소녀에게 결혼하자고 말한다.
소녀는 안 된다고 대답한다.
소년은 ‘왜 안 되느냐’며 조른다.
소녀는 ‘네가 술꾼이라서’ 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긴장은 소녀의 거절에서 발생한다.
둘째, 대립하는 세력으로 긴장을 창조하라.
청혼을 거절하고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는 소녀의 행위는 지엽적 긴장만을 만들어 낸다. 이는 순간적 갈등의 결과이다. 지엽적 긴장은 긴장이 발생하는 순간을 넘어서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소년이 정말 소녀와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소녀의 마음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술버릇을 고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안 마시겠다고 작정하면 할수록 더 마시고 싶은 게 술인지라 술버릇을 고치려고 애를 쓸 때 발생하는 긴장은 아주 지속적이다.
이처럼 소녀의 거절이 몰고 온 즉각적인 긴장은 보다 더 커다란 갈등으로 연결된다. 즉 소년의 인물 속에 내재되어 있는,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성질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가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느라고 술을 마신다고 상정할 수 있다. 독자는 그것이 무엇인기, 그가 어떻게 싸워나갈지를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소년은 소녀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술을 끊어야 하고, 술을 끊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의 진짜 갈등이 될, 그 무엇인가를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셋째, 대립하는 세력을 키워 긴장을 고조시켜라.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통해서, 원인과 결과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긴장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없는 긴장을 요구한다. 클라이맥스에 다가갈수록 긴장을 더 증가시켜야 한다. 이는 지엽적 긴장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야기를 지탱해 줄 커다란 갈등이 필요하다. 다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소년은 술을 끊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러나 쉽지 않다. 쉬웠다면 이야기는 대단히 재미없을 것이다. 이제 독자는 등장인물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무엇이 그로 하여금 술을 마시게 하는가? 그는 버릇을 극복할 것인가? 이것들이 바로 관객이 궁금해 할 것들이며 작가는 이를 재미있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장애 요소는 대립하는 세력이 된다. 각각의 장애 요소가 만들어 내는 갈등은 긴장의 느낌을 강하게 만든다. 관객은 클라이맥스를 향하여, 파국을 향하여 자신도 모르는 채 끌려 들어가는 느낌을 갖게 된다. 클라이맥스에서 지옥의 모든 것은 파괴되고, 관객은 해방된다.
지엽적 긴장으로는 이를 성취하지 못한다. 지엽적인 긴장은 작품 전체의 긴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엽적인 긴장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길목에 모두 똑 같은 디딤돌을 늘어놓은 꼴이기 때문에 잠시만 지나면 지루하게 된다.
심각한 갈등은 바로 플롯의 기본인데, 등장인물을 가장 근본적 차원에서 다루는 갈등이다. 앞의 이야기를 지엽적 긴장만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고친다면 별로 진전이 없다.
소년이 소녀를 만난다.
소년은 소녀에게 결혼하자고 말한다.
소녀는 소년이 술주정뱅이로 있는 한 결혼은 못한다고 한다.
소년은 금주협회에 찾아가 술버릇을 고쳤다.
소녀는 소년과 결혼하는데 동의 하였다.
약간의 진전은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있지만 플롯은 없다. 주인공은 의도를 가졌으나 거절을 당했다. 그는 의도를 채우기 위하여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여기에 나타난 것처럼 그 노력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여기에는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의 구조는 있다.
처음 : 소년은 소녀를 만나서 결혼해 달라고 조른다. 소녀는 그가 주정꾼이라고 거절한다.
중간 : 소년은 금주협회를 찾아가 술을 끊는다.
마지막 : 소년과 소녀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
문제될 게 무엇인가? 이야기의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반대의 힘이 강해지는가? 처음의 갈등은 지엽적이다. 소녀는 소년을 거절한다. 그러나 중간의 긴장은 어디에 있는가? 마지막의 긴장은? 없다. 소년은 간단하게 문제를 풀어 버렸고, 이 때문에 위기는 깊어지지 않는다.
[위험한 정사] 이 영화는 소년 소녀를 만난다는 기본을 꼬아놓은 작품이다.
제1막 : 설정
남자가 여자를 만난다. 남자는 이미 결혼하였다. 이 사실은 지엽적 긴장을 가져다 준다. 남자와 여자는 남자의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주말을 함께 보낸다.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여자는 손목을 칼로 긋는다.
제2막 : 전개
이영화에서 전개 부분에 흥미 있는 것은 전개 과정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의 생활을 아주 사소한 일들로써 간섭한다. 전화를 걸거나 예기치 않은 방문을 하여 남자를 놀라게 만든다. 남자가 그녀를 계속 멀리하자 절망적으로 변한 여자는 더욱 사나워진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남자는 결혼 생활의 위협을 느끼게 되고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여자의 행동은 점점 더 폭력적으로 바뀐 나머지 남자의 아이가 기르는 토끼를 죽이는 기괴한 행동으로 클라이맥스에 접근한다. 남자는 여자의 위협 대상이 결혼 생활을 넘어서서 가족전체에까지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생존의 색깔과 방식은 더욱 극적으로 변한다. 악에 바친 여자는 남자의 아이와 아내를 납치하고 절망상태에서 끔직한 교통사고를 겪는다.
영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위험은 더 커지는 걸 알 수 있다. 행동의 결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긴장과 갈등은 한 남자가 아내의 눈을 피해 외도한 이야기에서 남자를 잡아죽이려는 정신병적 집착에 걸린 여자와 싸우는 이야기로 커져 버렸다.
제3막 : 해결
세가지 결말이 있다.
1 : 여자의 죽음
2 : 여자가 타살을 가장한 자살로 남편의 살인혐의 체포
3 : 살인혐의로 체포된 남편을 구하기 위한 아내의 증거 확인
개봉의 결말은 1에서 멈춘다.
이 영화는 원인과 결과의 사슬고리가 분명한 영화이다. 여기서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하여 긴장과 갈등이 작품전체에 작용하는 예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작품의 각 대목에서 위험을 증가시켜 나가는 플롯의 힘을 확인하고 싶었다.
넷째, 등장인물의 성격은 변해야 한다.
관객은 극적 행동이 등장인물의 성격에 영향을 주는 힘으로 작용하기를 원한다. 등장인물은 작품의 마지막에 가서는 처음 등장할 때의 모습과 다른 인물이 되는 수가 많다. 그렇지 않을 경우 등장인물은 정체되어 있다.
[위험한 정사]는 이야기를 통하여 등장인물에게 변화를 준 행동의 결과를 볼 수 있다면 더 나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자 다시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는 기본 공식으로 돌아가 보자. 이야기에서 의미 있는 사건은 어디에 있는가? 없다. 독자는 소년이 소녀와 결혼을 하고 싶어하므로 이를 가로막는 정서적 문제를 능히 극복하리라 믿고 있다. 말하자면 사랑은 모든 걸 다 극복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는 소년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소녀가 도움을 줄만한 단서가 하나도 없다. 관객은 사랑의 힘을 믿고 있으나, 동시에 실제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알고 있다. 관객은 사랑이 반대에 부딪치는 경우도 보고 싶어 한다.
즉 두 사람의 사랑이 시련을 맞게 된다. 이는 아주 좋은 갈등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아무런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사건의 결과에 따라서 등장인물은 어느 면에서는 변해야 한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주인공은 뭔가 좀더 멋진 인물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거나, 아니면 술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의도를 성취할 동기나 힘이 없는 아주 불쌍한 인물로 그려져야 한다.
이야기의 처음보다는 마지막에서 등장인물은 뭔가 달라져야 한다. 작품을 쓸 때는 다음에 일어날 장면이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에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인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모든 사건은 중요한 사건이 되게 하라.
능력 있는 작가가 되는 길은 등장인물이 진짜 인물이라고 독자나 관객에게 확신시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플롯은 작가의 나침반이다. 작가는 자신에게 ‘이 장면(또는 대화, 묘사)은 나의 플롯에 분명하게 기여를 하는가?’라고 물어보아야 한다. 대답이 긍정적이면 작업을 계속한다. 그러나 대답이 부정적이면 문서 화면을 닫아야 한다. 허구의 작품은 일상생활보다 훨씬 더 경제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인생은 아무 것이나 다 허용되지만 작품에서는 항상 선택을 하여야 한다. 작품의 모든 것은 작가의 의도와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 나는 서로 동떨어진 이야기들과 에피소드들을 주워 모은다…” ((이것이 합쳐 치면 재미 있다))
작품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부분은 없다. 현실에서는 있지만 작품에서는 반드시…
여섯째, 결정적인 것을 사소하게 보이도록 하라.
지금까지 역설한 내용의 핵심은 글쓰기에서 모든 요소는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 사건에는 결과로 이끄는 원인이 있어야 하며 그 결과는 다시 또다른 결과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좋은 글은 사건들 사이에 원인과 결과가 있어서 책장을 쉽게 넘기게 만든다.’라는 명제를 받아들인다면, 좋은 글이란 치밀하게 엮어진 흔적이 보이지도 않는 편안하게 보이는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작가도 사건의 원인이 너무나 분명하여 이야기의 매력이 희생되는 걸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체호프는 관객이 거의 눈치채지 못하도록 총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거의’라는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관객들이 제1막에서 총을 본 사실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단편 소설[복권]은 이를 보다 높은 차원에서 설명한다. 이야기의 제목부터 관심을 끈다. 이는 복권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어느 작은 마을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1년에 한번씩 복권 잔치가 열리고 있다. 복권의 당첨 방식과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이 소개된다. 독자들은 마을 사람들이 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돌로 쳐서 죽인다는 결말을 알게 되기까지 흥미를 느끼며 이야기를 따라간다. 복권 당첨이 주제여서 전개 과정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복권 당첨자를 선택 하는 방식에 흥미를 갖게 된다. 독자는 무방비 상태로 마지막 대목까지 읽게 되는데 비극적 결말을 발견하고는 놀라게 된다.
이야기에서 멀리 떠나면 ‘지루한 부분’이 남게 되는데 바로 ‘페이지를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드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끌고 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작품은 독자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관점을 다 필요로 한다’고 포드는 말한다. 초점, 초점, 초점이 중요하다.
작가가 독자나 관객에게 작품에서 빠져나갈 구실을 주면 그들은 당연히 빠져나간다고 말한다. 작가는 독자나 관객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되고 진정으로 사소하지 않은 것을 주어야 한다. 모든 조각은 짝을 맞추는 데 중요하다. ‘실밥 하나라도 작가의 목적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포드는 충고한다.
일곱째, 복권에 당첨될 기회는 남겨두라.
인생은 믿어지지 못할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예기치 않던 일들로 가득차 있다. 복권에 당첨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누군가는 당첨된다.
작가는 항상 어떤 규제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첫 번째 규제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는 세상에서 작품을 창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제약은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벌어질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는 작품에서 이유가 없는 대목을 참지 못한다.
여덟째, 클라이맥스에서는 주인공이 중심적 역할을 하게 하라.
독자나 관객에게 궁금증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 플롯의 기본이다. 햄릿에서 클라디우스가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 과연 햄릿이 왕을 죽일 것인가? 오셀로에서 무어인이 과연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을 것인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과연 로미오가 줄리엣과 결혼한 후에도 행복할 것인가? 따위를 궁금해 한다.
질문은 계속된다. 플롯은 질문을 던지고 클라이맥스는 대답을 한다. 클라이맥스를 쓸 때 첫 번째 규칙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주인공이 중심적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사건 자체가 인물을 삼켜 버릴 만큼 인물이 사건에 압도당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플롯의 강한 설득력과 추진력
플롯이 많이 있다고 뭐 달라질 게 있나?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야기에 대한 이해이며 거기에 적용되는 플롯의 패턴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
단테의 [신곡]의 지옥편을 보면 두가지 기본적 죄악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포르자’라 부르는 힘과 폭력의 죄악이고 다른 하나는 ‘포르다’인데 이는 마음의 범죄를 뜻한다.
힘은 권력이요, 권세요, 육체성이다. 마음의 범죄는 재치, 영리함, 정신성에서 온다.
두 가지 범주로 플롯을 나눌 수 있다. 몸의 플롯, 마음의 플롯이 그것이다.
독자는 신체적으로 약한 동물이 신체적으로 강한 동물을 쓰러뜨리는 우화를 보고 시원한 즐거움을 맛본다. 동화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도깨비를 물리치는 걸 보고 좋아한다. 독자는 신체적 기술보다 정신적 기술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비극은 힘의 연극이고 희극은 마음의 연극이다.
희극의 기본은 속이는 데 있다. 신분 숨기기, 이중 의미, 착각 등등.
찰리 채플린의 천재성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서글픔을 감지하고 있다. 그가 희극에서 보여주는 이지적 장치들 때문이다. 그래서 관객은 슬프도록 웃게 만드는 마음의 원천을 이해한다.
행동에 기초를 둔 액션이나 모험 이야기인가? 아니면 등장인물의 내면적 세계와 인간의 본질을 다루고 있는가?
관객은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가 내뿜는 물리적 에너지 때문에 열광한다. 움직임은 빠르고 놀라우며 관객은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 것처럼 환호한다. 이러한 소설이나 영화가 보여주는 관심의 초점은 신체적 행동이다. 독자나 관객이 갖는 주요 관심은 ‘바로 다음에 뭐가 벌어질까?’이다.
행동의 플롯은 퍼즐의 플롯이다. 관객은 일종의 미스터리를 풀도록 도전을 받는다. 관객의 보상은 긴박감, 놀라움, 그리고 기대감이다.
마음의 플롯은 인생을 어떤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묘사하기보다 인생을 점검한다.
희극이 어려운 이유는 관객의 마음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희극에서 이들이 파이가 담긴 접시를 집어 던질 때 마음속으로 누구를 향해 던지는지 보아야 한다. 매일 매일 직장에서 만나는 목에 힘을 주는 상관들, 아주 단정하고 꼼꼼한 사감들, 담보물을 요리하는 은행가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 광대들은 관객의 의식 속에서나 가능한 짓을 매일 반복한다. 훌륭한 희극 작가는 그런 짓거리를 관객들의 의식과 결부시켜서 정서적 발산을 돕는 것이다. 관객은 정말로 그들에게 접시를 던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들도 관객의 마음을 한 토막 도려내어 준다.
작가는 처음부터 작품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행동인가 아니면 인물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처음에.
1. 추구: 돈 키호테는 사랑을 얻을 것인가
2. 모험: 초점을 여행에 맞추어라
3. 추적: 도망자의 길은 좁을수록 좋다
4. 구출: 흑백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5. 탈출: 두 번 실패한 성공하라
6. 복수: 범죄를 목격하게 만들면 효과가 커진다
7. 수수께끼: 가장 중요한 단서는 감추지 않는다
8. 라이벌: 경쟁자는 상대방을 이용하다
9. 희생자: 주인공의 정서적 수준을 낮게 하라
10. 유혹: 복잡한 인물이 유혹에 빠진다
11. 변신: 변하는 인물에는 미스터리가 있다
12. 변모: 변화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13. 성숙: 서리를 맞아야 맛이 깊어진다
14. 사랑: 시련이 클수록 꽃은 화려하다
15. 금지된 사랑: 빗나간 열정은 죽음으로 빚을 갚는다
16. 희생: 운명의 열쇠가 도덕적 난관을 만든다
17. 발견: 사소한 일에도 인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
18. 지독한 행위: 사소한 성격 결함이 몰락을 부른다
19. 상승과 몰락: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을 맺는다
마무리하는 말: 최종 목적지를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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